＊범생이가 좋니? 양아치가 좋니?*프롤로그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0 뚜벅뚜벅 복도에선 한 여자의 발자국 소리밖에 울리지 않는다. 주변의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듯 마냥 복도창문으로 얼굴을 빼곰히 내밀어 한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야 이번에도 전국 모의고사 1등이래." "우와 완전 천재아냐 천재?" 여자와 남자 그리고 선생들까지 합세해서 들리는 수근거림. 그리고 그 수근거림의 원인 제공자인 한 여자아이 [은세라] 18살의 고등학교 2학년 생으로 자칭 명문고등학교라 불리는 풍한고등학교의 수석입학생이며 전국의 모의고사 성적순 1위인 여자아이이다. 허리까지 닿는 머리는 정확히 반으로 붂여져 있고 얼굴을 가리는 파란색의 테 안경을 쓰고있다. 예쁘다고 들을만 하진 않지만, 적어도 지적여 보인다는 말은 많이 듣는 여학생이다. 손에 참고서를 끼고 등수가 적힌 종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아무도 모를 쓴 웃음을 짓고 등을 돌린다. 제일먼저 담임선생님이 부른교무실에 들렀다. "그래 이번에도 ^^ 1등을 했더구나 넌 우리학교의 자랑이야." "네." 무테안경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여자가 세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담듬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지고 있는데 볼이 참 부드럽다면서 볼까지 스윽 하고 쓰다듬는다. 소름끼치는것 둘때치고, 기분이 나쁘다. "그래 어서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저조한 기분으로 자신의 교실인 2학년 8반으로 들어가려 하려는데.. 퍼억 파란색 머리의 꽤나 튀는 듯한 남자아이와 부딫치고 말았다. 들고있던 참고서가 우루루루 땅으로 떨어지고 여자는 아픈듯 어깨를 움켜쥔다. "씨파!!! 바빠죽겠는데 넌 좌측통행 몰라!? 니 눈은 삐꾸냐??" 욕을 읆조리며 여자에게 소리치는 파란색 머리. 여자는 어벙벙하게 멍하게 쳐다보았다. 분명 잘못은 남자에게 있었다. 남자는 좌측통행을 해야하는데, 우측으로 뛰어오다가 부딫치고 만것이었다. 좌측은 남자가 해야하는데, 여자보고 하라니 황담함에 그저 눈만 멀뚱멀뚱하게 뜨는데 "다음부턴 똑바로 해라." 여자를 쏘아본뒤 다시 뛰어가기 시작한다. 황당함 그것보다는 제일먼저 느껴지는 건 분노였다. 이 많은 참고서를 바닦에 내팽겨 쳐놓고 주워 주지는 못할망정 욕 그리고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충고까지 하고 가다니. 꾸깃꾸깃 차마 이미지 때문에 종이를 날릴수는 없고 그저 화가 안 난듯이 차곡차곡 주워서는 화장실로 도도하게 걸어간다. 누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여자는 주먹으로 화장실 문에 세게 내려 꽂는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문이 비스듬이 기울어 졌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거칠게 핸드폰을 들어 단축번호 1번을 누른다. 그리곤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지르며 이빨을 빠드드득 갈았다. "나야!!!! 그래 오늘 건수있지? 어 오늘 뜰꺼다!! 준비해놔!!!!" \ ─★Change (체인지)aa 퍼억!!!!!! “이 새끼들이 감히 누구 구역을 넘보는 거야!?” 골목길 가득히 울려퍼지는 둔탁한 소리와 욕이 섞인 한 남자의 날카로운 목소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 20:20 으로 꽤나 많은 숫자들의 학생들이 뒤엉켰다. 아니 싸움이라기 보단 일방적으로 청색 교복이 맞고 있었다. 회색 교복 검은 교복 갈색 교복. 여러가지 교복이 섞여 있는 무리들이 일방적으로 주먹이나 쇠파이프 각목등을 휘둘렀고 아무 무기조차 없는 이들은 그저 맞기만을 반복했다. 피가 교복을 물들여도 이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렇게 다수의 아이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또각또각 높은굽의 힐 소리가 외진 골목길을 가득 메운다. 누군지 모를 한 인영이 한발자국 한발자국 그렇게 다가서면 남자들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공포에 젖어 눈물을 글썽인다. 이미 여러가지의 교복들은 자리를 터주고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고 이미 주저앉아 버린 그들은 두려움 가득찬 시선으로 그 인영에게 제발 좀 살려달라고 잘못 하다고 그렇게 외쳐보았지만, 그 인영의 눈동자에 는 조그만한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아무감정 없는 인형처럼 뚫어지게 쳐다 볼 뿐이다. 달빛이 환하게 빛추어 지자 인영의 모습이 들어났다. 허리까지 찰랑이는 갈색빛 띠는 색의 머리. 쓰윽하고 하얀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자 우유같이 뽀얗고 주먹만한 얼굴이 들어난다. 앵두같이 조그만하고 분홍빛 띠는 입술 긴 속눈썹과 오똑한 코. 쌍커플은 없었지만 커다란 두 눈.마지막으로 야리야리 하면서도 잘 빠진 몸매 가느다한 목선 어느면에선 청순함이 가득한 외모의 소유자의 여자였다. 이쯤되면, 여느 남자라면 얼굴을 붉힐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오기만 했던 여자의 움직임이 멈추고 가느다한 손이 남자의 팔을 향했다. 지지직 “으으으윽!!” “아프냐? ^^ 나도 아프다~” 들고있던 담배를 팔에 지지면서 싱긋 웃는 여자. 살이 타는 쾌쾌한 냄새에도 남자의 끔찍한 비명에도 전혀 미동없이 빙긋빙긋 웃는다. 아무리 자신들이 따르는 여자라 해도 이럴때 만큼은 잔인하고 소름끼치는지 같은 패거리들도 몸서리를 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주변에서 덜덜덜 떠는 청색 교복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비명을 지르다가 지쳐 눈물만을 흘리는 남자를 힘 없이 바라본다. 한참을 눌렀을까? 담배가 꺼졌을 때 쯤 여자는 손을 떼더니 빙긋 웃으며 그 조그만한 입술을 열었다. “아아 ^^ 너무 슬픈현실이야 그렇지?” 상큼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압감이 들었고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저 힘 없이 될대로 되라라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려 보는 청색교복들. 그저 이젠 여자가 무슨 말을 하나 하고 지켜보기만 한다. “이봐들아~ 니들이 우리 구역에만 안 뎀볐어도 내가 이렇게 안 나서잖아~ 역시 사람을 때리는 일은 너무 야만적이라니까. 뭐 그렇다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짐승같은 놈들은 때려야 ^^ 제격이지만 그렇지?” 청회색의 밤에 떠 있는 밝은 달을 쳐다보면서 눈을 살짝 감으며 말을 잇는 여자. 그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연설이 끝나자 빙긋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드는데 그렇게 끔찍하고소름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사람은 외모가 다가 아니라고 했던가? 여자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더니 칼날을 살짝 만져본다. 이제 죽었다 하고 눈을 꽉 감는 청색교복의 아이들. 칼날이 한 남자의 팔에 박히려고 하는데 안되겠다 싶은지 고개를 푹 숙이며 이니저리 눈치만 보던 보라색 머리의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와 팔을 꽉 잡았다. “^^? 형우야 이거 놔라.” 여자의 목소리가 다소 날카롭게 변했다. 지금 이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지 한 쪽 주먹에는 힘까지 실려져 있었다. 고개를 숙이던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이 '미쳤냐.' 듯이 떨리는 눈으로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전히 그 가느다란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 이 행동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 알면서도. 결국 매서운 바람이 그에게 향했다. 질끈 아무리 무모한 행동을 했어도 그 주먹을 맨정신으로 받기는 무리다. 이제 퍽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질거 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이상하다 싶어 한 쪽눈을 살짝 떠 보는데 여자가 싱글벙글 웃고만 있다. 가볍게 잡힌 손을 빼낸 여자는 아까보다는 살기가 풀어진 채로 꿇어앉아 벌벌벌 떨고있는 청색교복들의 남자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형우 때문에 살았네? ^^ 근데, 다음에도 걸리면 정말 죽.인.다.” 살벌한 그녀의 말투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청색교복의 아이들. 그래도 내심 다행이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쉰다. 여자의 '해산'이란 말에 몰려있던 19명의 아이들이 샅샅히 흩어졌다. [블랙] 전국에서 유명한 양아치들의 집단 같은 거였다. 이곳저곳 학교에서 내놓다한 문제아들의 대부분이 이 서클에 속해있었고 보통 고등학교 중학교 일진들 사이에서는 건들이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순위 1위였다. 아무리 싸움을 하는 막가파들이라지만 그 수도 어마어마 했고 하는 행동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그것이 이 서클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좀 더 특이한건 이 서클의 짱은 바로 이 갈색 머리의 여자였다.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여자 그저 나이가 18살 이라는거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잔인하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친구도 가족도 그리고 이름도 제일 중요한 싸움 실력또한 베일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십명은 이 서클에 가입하기 위해 몰려든다. 이상하다 싶은건 여자가 짱이라는게 다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따른다는 무리들이 많다는 것이다. “넌 하나의 법칙을 깼다. 알지?” “응.” 보라색 머리는 꿇어앉아 있고, 여자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물고 말했다. 이 서클의 절대 법칙은 정확히 세 개로 나뉘어져 있다. '짱의 명령은 절대복종' '선배는 하늘' 마지막으로 '배신은 죽음' 지금 이 보라색 머리가 한 행동은 첫 번째의 금기 사항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그래.” 살짝 웃으며 살기 가득한 말을 내뱉는 여자 보라색 머리는 고개를 푹 숙인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여자의 손이 남자의 턱을 움켜 쥐더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여자의 말캉한 입술과 남자의 입술이 포개어 진다.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며 밀치려고 하다가 이내 반항없이 눈만 감고있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를 보며 싱긋 웃으며 즐기는 듯한 여자.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자는 남자에게 떨어진 뒤 조금남은 담배를 입에 문다. 후욱 하고 담배를 불자 회색빛의 연기가 공기중에 흩어진다. “놀랐잖아.” “설마 널 패기라도 하겠냐? 다른 놈들이면 몰라도.” 심장을 어루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을 잇는 남자. 여자는 피식 웃으며 담배를 발로 지직 끄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이리 올라와.” 여자의 말이 끝나자, 벤치에 앉는 . 여자는 이것저것을 생각하는 동시에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휴우- 오늘도 기분 나쁜 일 있었냐?” “그래 씨발. 오늘도 하루종일 졸라게 짱났다.” 형우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남자의 이름 이형우 여자의 유일한 말동무 이자 중학교 시절부터 사귀어 왔던 사이였다. 여자는 형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욕을 내뱉었다. “그래서 애를 완전 죽이려고 했던거냐?” “어. 아주 갈기갈기 찢으려고 했어.” 형우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갈았다. 아까 마저 일을 풀지 못해 성이 난 것이었다. 고등학생 그리고 여자 치고는 꽤나 잔인한 말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말했으면 화가 많이 났겠구나 라고 생각하겠는데 지금 이 여자는 그럴 정도로 보면 안된다. 분명 99.9%가 진담이니까. 거기다가 아직도 칼을 들고 있는 손으로 나뭇대기를 박박 긁는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시끄러.” 형우의 말에,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형우이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며 '벌써가게?' 라고 묻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 나쁜 듯 욕을 연신 중얼 거린다. 아마 아직 쌓인 것을 다 분풀이 하지 않았나 보다. “제길! 오늘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지!?” “그냥 가서 잠이나 자.” “씨바! 너 다음부터 또 말려봐!! 그 땐 ..2시간 짜리 진한 키스다.” 주먹으로 의자를 세게 내려치며 이빨을 가는 여자. 형우가 한심하단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대며 말하자 여자는 아까와는 다른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찡긋 하고 윙크를 날렸다. 붉으스름해진 형우의 얼굴.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형우은 손으로 인사를 하고 한 손으로는 입술을 매만지면서 붉어진 얼굴로 중얼 거렸다. “이런 2시간 이면, 내 입술이 남아 나질 않겠네.” ＊범생이가 좋니? 양아치가 좋니?*1편 #1 “하아아아암..” 새벽 5시가 되자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알람이 신나게 울려댄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신음을 흘리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는 거실로 나온 세라. 이윽고 잠을 참지 못 하겠는지 기지개를 피며, 하품을 한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찔끔 매달린다. 약간 헐렁거리는 곰돌이 잠옷은 그녀의 귀여움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윤기나며 찰랑이는 갈색머리카락. 그리고 하얀 얼굴 조그만한 입술까지. 남자들이 뻑 갈만큼 어제와 똑같은 모습이다. 거기다가 단추 두개를 푸르고 있어서인지 그녀의 가느다랗고 하얀 목선이 들어나 색기까지 적당히 풍겨주고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지 세라가 쓰는 물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세라는 기지개를 피다말고 저벅저벅 베란다로 걸어가서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연다. 새벽녘이라서 그런지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에 걸맞게 푸른 커텐이 살짝 펄럭인다. 나무에서는 참새들이 조잘조잘 시끄럽게 지저귀고 밖은 운동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뜀뛰기를 하고 있었다. 바같 풍경을 몇번 둘러보던 세라는 화장실로 들어가 깨끗히 씻은다음 교복으로 갈아 입었다. 누가봐도 모델이라 생각할 만큼 외모는 빼어났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았을련만 다시 거울앞에 서더니 머리를 양갈래로 질끈 묶는다. 묶어도 예쁜건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책상서랍 밑에서 안경을 꺼내서 눈에 쓴다. 약간 분위기가 달라진 듯 싶었다 지적여 보인다고나 할까? 아무튼 무척이나 공부를 잘 하는 범생이로 보였다. 좀 전까지 날카로운 눈빛을 짓는 그녀가 아니였다. * [웅성웅성] 여전히 아침부터 시험성적을 힐끗 쳐다보며 웅성 거리는 학생들. 그러다가도 세라가 걸어가면 수군거림을 멈추고 신기하단 눈빛으로 쳐다본다. '내가 동물원에 동물도 아니고, 대체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야?' 불쾌한 듯이 안경을 쓱 올리고, 빠른 발걸음으로 교실을 향하는 세라. 늘 그렇듯이 세라가 교실문을 활짝 열면 시끄럽던 아이들이 딱 멈추고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인가 보다. "저..저기 세라야 이것 좀 알려주지 않을래?" 부반장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세라에게 문제집을 우물쭈물 거리며 내밀었다. '이런 쉬운 문제도 못 풀다니.. 그런데, 부반장 씩이나 된거야?' 쉬운 문제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세라. 하지만 부반장은 안경 너머로 세라의 눈빛을 보지 못 했는지 그저 얼굴을 푹 숙이고 우물쭈물 거린다. 이런 경우는 참 많다. 다른 아이들 몇몇도 찾아와서는 문제를 물어보곤 하는데, 세라는 남을 깔아 둥게 버리는 말투로, 무안을 주곤 했다. 자신역시 그럴 생각에 점점 들고있던 문제집을 밑으로 내렸다. 막 책상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디가려고? 이거 모른다며." 뜻밖에도 또박또박하며 일체 감정도 없는 세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놀래서 눈만 크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세라가 손짓을 하며 샤프로 천천히 문제를 풀어 주었다. 과외 선생이 가리쳐 주는 것 보다 열배 백배 잘 가리치는 것 같았다. 왜 천재라 불리는지 이해가 가는듯 했고, 그 어렵던 문제가 쉽게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는게 참 신기했다. 문제를 차곡차곡 풀고, 세라와 친해졌다는 생각으로 들뜬 마음으로 자리로 들어 가려는데, 그 마음을 파지직 하고 깨 버리는 세라의 한 마디. "이런것도 못 풀다니. 너 부반장 맞니?" 내심 부러워 하던 아이들은 그럼 그렇지란 표정으로 좌절 모드를 하고 있는 반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OTL <-좌절모드.) 우울한 모습 그 자체였다. 눈의 동공은 반쯤 풀려 있었고, 상당한 쇼크를 받았는지 자리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거리며 겨우 겨우 자리로 돌아갔다. 이런 모습을 보다가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세라. 별로 죄책감도 못 느끼는 듯 싶었다. 단지 시간을 허비했단 생각에 짜증이 치밀어 오를 뿐이었다. 한 10분정도 지나자 담임이 들어오고. "^^ 새라야, 자습시간 끝나면 교무실로 좀 내려오렴." 공부하는 세라를 보더니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왠지 모를 불쾌함과 찝찝함. 저 웃음이 괜스레 음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때르르르르릉! 시끄러운 벨 소리가 학교를 울리고, 담임이 나가자 아이들은 동시에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선다. 세라역시 문제집을 차곡차곡 쌓아둔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아 귀찮아. 오늘 너무 시간을 낭비했어.' 손목시계를 보더니 인상을 팍 쓰는 세라. 교무실 가는 시간조차도 아까운 듯 연신 중얼 중얼 거리며 걸어간다. "제기랄, 이 망할 녀석들!!!!!!! 대체 몇 번째야?? 천호수, 성유빈 으아아아악!!!!!!" 그 때 마침, 청각을 자극하는 한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 머리는 하도 열심히 잡아 당겨서 인지 산발이 되어있고,얼굴은 흉칙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왠지 좋은 느낌은 아니기에 인사만 할 생각으로 다가서는 세라. "안녕하세요."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타악 '젠장..' 순간 혼자 비명을 질러대던 선생의 손이 세라의 두 어깨위에 나란히 얹혀진다. 눈썹이 꿈틀 거리면서, 뒤를 살짝 돌아보는 세라. 역시 사람 얼굴이 아니다.(;;;) 그냥 마음속으로 '참자 참자. 사람 얼굴 같지도 않아도 참는거야'를 열심히 외치고, 선생님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세라 바쁘지 않으면, 선생님 대신 얘네들 좀 교무실로 불러줄래?" 하얀 쪽지를 세라에게 건내준 선생. 세라가 바쁘다고 말하려는 순간 발에 터보엔진이 달렸는지 아님, 로켓트가 달렸는지 이미 저 멀리로 사라지고 있었다. "고마워~ 전교 1등 잘 부탁할게!!!" 이런 외침과 함께 말이다. '...-_-^빌어먹을 선생' 얼굴을 구기며, 종이의 내용을 살폈다. [2학년 15반] 문제아, 천호수 성유빈. 갸우뚱 거리는 세라. 솔직히 조금 낯익은 이름들 이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머리속에 입력도 해놓지 않는데, 왜 이렇게 이름들이 낯익은 걸까? 어쨋거나 심부름을 맡았으니, 가긴 해야 하겠는데 15반이라면, 제일 끝층이 아니던가? "휴우, 언제 올라가냐?" 까마득한 계단을 보며, 한 숨을 푸욱 내쉬는 세라. 하지만 이내 꾿꾿히 한 발짝 한 발짝 계단을 향해 내딛었다. 세라가 2층 이상으로 간 적은 처음이다. 세라의 반은 앞 반이기에, 윗반으로 갈 일이 없었다. 더구나나 쉬는 시간이면 거의 공부에만 매달렸기에, 그리고 남에겐 관심도 없던 세라였기에 갈 일은 더욱 드물었던 것이다. 힘들게 힘들게 5층까지 올라간 세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15반이라고 크게 써져 있는 팻말을 보며, 교실로 들어선다. "어라? 세라 아니니? 여긴 왠일?" 그런데, 그 교실엔 자신의 담임이 떡 하니 서 있지 않는건가? 분명 자신의 담임은 1반부터 8반까지밖에 가리키지 않는데 즉, 15반에 올 일은 없다 이거다. 세라가 교실로 들어서자, 또 다시 웅성 거리는 아이들 전교 1등이다 천재등 이며 연신 신기하단 시선으로 웅성 거린다. "15반에 심부름 좀 왔는데요?" "15반? 여긴 8반인데?" 선생님의 말에, 이상하다 싶어서 교실 밖으로 나가보니, 팻말엔 분명 15반 이라 적혀있다. 이상한 생각에 다시 선생님께 묻는 세라. "하지만, 여기 팻말에 15반이라고..." "이런, =_=^ 고 자식들 또 장난을 쳤나보군." "예?"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손벽을 짝 치며 장난 이라고 설명해 주는 선생님. 자초지종을 들은 세라는 8반을 나와 4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그러니까, 15반은 좀 특별해서 4층 맨 끝에 배정되어 있어 ^^; 고 녀석들이 좀 장난끼가 심해서, 팻말을 바꾸어 놓았나봐 우리학교에 내놓은 얘들이 다 거기에 껴 있거든.' 선생님이 하신 말을 머리속에 되새기며, 이빨을 빠드드득 갈았다. '이 나를 두 번이나 고생을 시켜!? 으으으 끓는다 끓어. 으악 이마에 땀 흐르는 것 좀 봐! 이렇게 되면 오늘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잖아!! 학교에 내놓은 인간들? 그래 좋아. 선생들이 말 하는 그 대단한 인간들 면상이나 구경하자.'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4층의 맨 끝 교실문을 활짝 여는 세라. 근데, 예상외로 무척이나 조용하다. 팻말을 보니 2학년 8반께 여기에 붙어있다. '그럼, 여기 맞네.' 세라가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작은 목소리로 웅성 웅성 거린다. 그런 시선을 깡그리 무시하고 종이를 피는 세라. "여긴.. 왠일이야?" 반장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세라를 향해 물었다. 말로만 듣던 그 아이가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떨리고 있다. 하지만, 말을 무시하고 조막만한 입을 열어 조금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세라. "천호수, 성유빈이 누구야?" 다소 큰 목소리에 아이들 모두가 자신의 입에 손가락으로 쉿쉿 거렸다. 상당히 두려워 하는 듯한 얼굴들. 조금 특이한 반이라 생각하고, 다시금 이름을 부르는 세라. "천호수, 성유빈 없는거야?" 아이들 모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쉿!' 하고 입 모양으로 소리쳤다. '쉿??' 대체 뭘 하자는 건지. 하지만 들리는 목소리에 처음엔 모른다는 표정이 차츰 '그렇군.' 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제기랄..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거야?" "으음, 입 닥치고들 있으랬지?" 약간은 거친 말을 하며, 책상에서 일어서는 두 남자. 한 남자는 새카만 머리에, 그리고 또 한 남자는 눈에 튀는 파란색 머리카락. 저 껄렁껄렁 거리는 말투를 보아서는, 이 반에서 한 몫 잡고 있는 아이들 같았다. 그리고 척 봐도, 풍겨지는 불량끼. 그런데, 저 파란 머리의 남자는 조금 낯익은 얼굴이다. 어디서 봤을까 하고 머리를 굴려 보는데 "니가 내 잠을 깨웠냐!?" 다시금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어제의 일이 문득 떠오르고, 안경 너머로의 세라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어제 그 재수없는 파란놈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2 '파란 머리다 재수없는 파란머리.' 싸늘하게 식은 세라의 눈을 보지 못한건지 파란머리를 이죽 거리며 세라에게 다가왔다. 하얗고 연예인 처럼 주먹만한 얼굴에, 종이 처럼 오똑한 콧날. 먹고시을 만큼 강한 충동이 드는 분홍빛 입술. 쌍커플은 없었지만 꽤나 큰 두 눈. 약간 양아치 끼를 강조하기 위해 귀에는 두 개의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귀를 살짝 덮는 파란 머리는 대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었지만 꽃미남 소리를 들을만큼 잘생긴 남자였다. 보통 여자라면 얼굴을 붉히며 한눈에 뽕간듯한 표정을 짓겠지만, 세라의 남자친구 역시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옷차림을 쭉 한번 훑어보니 척 봐도 다분히 흘러 넘치는 양아치 끼에 이 녀석이 그 문제중에 하나라는걸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세라와 파란 머리의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세라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파란머리를 불쾌한 듯이 쳐다 보았고 파란머리는 사람을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세라를 바라보았다. 팽팽한 신경전. 그 팽팽한 공기를 깨뜨린건 다름아닌 파란 머리였다. "씨발년아, 니가 내 잠을 깨웠냐고?" 거친 비속어, 세라는 파란머리의 남자 즉 천호수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멍청한 새끼. 학교에서 양아치 집단 놀이인가? 이래봤자 넌 학교에서 내놓은 문제아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성 없는 놈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손가락질만 당한다고. 적어도 나처럼 이중생활을 하면서 놀아야지 못해도 학교에서 만큼은 신뢰성 있고, 누가봐도 완벽한 모범생 처럼.. ' 자신이 이중생활을 하게 된 계기와 그리고 지금 남자의 바보같은 행동을 떠올리며 생각을 했다. "씹냐?" "피식,"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비웃음 아닌 비웃음.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에서 이리도 무모한 걸까? 지금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다면 분명 선생들이나 학생들은 자신의 쪽으로 지지할 것이다. 많이 겪어 보았다. 늘 똑같다. 겉 모습으로 판단해 버리는 어른들. 불량한 끼 있는 학생과 모범생 두 학생이 싸움을 한다면 어른들은 늘 모범생의 편을 들어준다. 당연한 이치였다. 행동이 반듯해 보이고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는 사람 보통은 그런 사람들을 많이 지지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지금은 학교에서 자신들이 주름잡는 것 마냥 힘 주고 다니지만 사회에 나가면 그깟것들 아무것도 소용없게 된다. 깡패쪽으로 나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쓰레기 혹은 그것만도 못한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그건 겼어 봤기에, 직접 경험으로 비롯되어 나온 상식이었던 것이다. "이게 어디라고 비웃어? 씨발 죽고싶냐?" 싸늘한 분위기에 학생들은 눈만 질끔 감으며 부들부들 떨어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세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리고 우습기만 하다는 듯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너처럼 행동했다면, 넌 지금쯤 바닦에 너부러져 있을거야. 더해서 턱뼈까지도 왕창 부숴 졌겠지?' 주먹을 내미는 파란머리를 보며 내심 자신의 본 모습을 떠올리는 세라. 지금이라도 당장 주먹을 내지르고 싶다. 하지만 보는눈도 있고 또 지금까지 가꾸어 왔던 이미지. 더해서 자신의 목적을 깨닫고는 지금이라도 한대 팰 거처럼 꽉 쥔 주먹에 힘을 푼다. "골빈 머리랑 상대할 시간은 없고, 천호수 성유빈 교무실로.." "다시 말해봐." 그저 할말만 하겠다는 심산으로 종이를 보며 말하는데 파란머리가 그새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쓰며 세라와의 간격을 좁혔다. 180이 넘는 꽤나 큰 키의 호수가 세라에게 다가서자 아이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술렁 거렸다. '어떻게 전교1등 다치는거 아냐?' '야 날아남기만 해도 기적이지.' 아이들의 술렁거림은 책상에 앉아서 흥미롭게 쳐다보는 유빈에 의해 저지되었다. 호수는 세라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기분나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점점 살기가 가득 차는 세라 하지만 이 곳이 학교라는 걸 깨닫고는 손으로 남자의 손가락을 탁 하고 쳐낸다. "아 씹..!" 의외로 아픈지 손등을 쓰다듬으며 낮은 욕설을 내뱉는 호수. 그런 호수를 보며 세라의 입가에 조그만한 조소가 걸렸다. "다시 들려줄까?" "뭐?" "너보고 골빈머리라 했어." 이내 일체 감정 없는 목소리로 호수를 향해 당당하게 내뱉는 세라. 호수는 지금 뭔가 기분이 몹시 나쁘다. 보통 같은 학급의 남학생들도 그리고 이 학교 선생이나 부모 다른학교에서 좀 논다하는 일진이라는 것들도 자신을 건들지 못했다. 아니 차가운 눈에 압도당해서 말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겨우 모범생처럼 생긴 이 빈약하고도 여리게 생긴 여자가 다른 사람들이 피하는 자신의 눈을 당당하게 쳐다보며 저런 말을 내뱉다니. 뭐랄까? 신기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대드는 사람이 있다는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까전 마주쳤던 눈에 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넘겨 버렸다. "까불지 마 여기서 한 마디만 더 하면 죽는다." 꽉 쥐어진 손에 힘을 푸르고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여자라는 사실에 마지막 경고를 남긴 채 모든걸 없었던 일로 하려던 참이었다. 아니 봐준다는 말이 알맞은걸까? 막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들리는 세라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쓰레기 자식." 그리고 빠르게 뒤를 돌아 세라에게 다가섰다. 약간은 커다란 손이 올라가면서 교실을 울리는 마찰음이 들렸다. 짜아아악!!!! "‥‥‥" 꽤나 큰 소리와 함께 고개가 반쯤 돌아가 버린 세라. 입술이 터졌는지 입가에는 피가 살짝 고여 있었다. 유빈을 비롯해 반 아이들의 눈이 조금 커졌다. 설마하니 여자를 상대로 때리기 까지 할 줄이야. '이거, 손이 좀 매운데?' 세라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내심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 "천호수!!" 커다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180대의 작고 하얀 얼굴에 커다란 두 눈. 그리고 귀를 살짝 덮는 회색빛의 머리. 짧게 줄인 교복과 귀에 꽂은 이어폰. 머리부터 복장까지 훑어보니 파란머리의 남자와 별 다를게 없는 양아치 였다. 이 남자역시 상당히 잘난 외모였으나 세라의 눈에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외모는 아니였다. 천호수라 부르는걸 보니 파란머리의 이름이 천호수인 듯. "천호수 성유빈 둘 다 교무실로 내려오기 바래." 세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교실을 나섰다. 더 이상 이 교실에 있다가는 자신조차도 성격을 컨트롤을 할 수 없으니까. 세라가 나가자 다시금 일순간 침묵에 잠긴 아이들 서로서로 눈치만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재수없는 기집애." "-_- 야 그렇다고 우리학교 전교1등을 저딴식으로 패놓냐?" "뭐?" 세라가 있던 자리를 보며 호수가 욕을 읆조렸다. 어느새 커다란 눈을 접은 유빈이 다가오더니 턱짓을 했다. 전교 1등이란 소리에 약간 놀란듯 보이는 호수의 표정. "빙신 몰랐냐? 우리학교를 빛내는 자랑스러운 전교 1등이자 전국에서 손꼽히는 수재잖냐. 더불어 선생들이 제일 이뻐하는 애. " "지랄." 이윽고 이어지는 유빈의 말에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믿고싶지 않을게 분명했다. 전교1등 이라 하면 공부에 관심없는 호수조차 들은 적 있다. 선생들이 무지 아낀다는 수재. 거기다가 여러 학생들 사이에서 퍼진 '천재'라 불리던 인간이 아니던가. 가끔 그 소문을 드을 때 마다 괴물이라고 칭하곤 그냥 지나쳐 갔는데 손찌검을 한 그 건방진 여자아이가 전교1등이라니. "그럼 반 놈들한테 물어보든가." 유빈의 말에 고개를 돌려 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말 없이 그저 고개만 살며시 끄덕이는 아이들. "제길. 선생들한테 나만 죽어나겠군." "킥킥, 근데 그 여자도 참 대단해 어떻게 널 상대로 쫄지도 않을까?" "=_=^ 미친, 그건 심장이 없던가 간이 탱탱 부은거야." 파란색 머리를 거칠게 긁어 올리는 호수. 유빈은 내심 호수에게 쫄지 않던 세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킥킥 거렸다. 호수와 약 5년지기 친구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당당한 여자는 처음보았다. 눈 깜짝 하지 않고 당당하던 그 눈빛이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혼자 신기한듯 하면서도 웃는 유빈을 보며 호수는 짜증난다는 듯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곤 자리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이제 곧 담임의 상담을 기대하면서 인상을 힘껏 찌푸렸다. 싸하고 냉랭한 이 분위기 속에 학우들은 떨리는 가슴만을 진정시킬 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쏴아아아아아. 마치, 폭풍이 지나간 것 처럼 조용하고 텅 빈것 같은 교실. 그럴 것도, 아침부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세라의 주변에 검은 오로라가 피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겁대가리를 상실한 아이들이 말을 걸곤 했는데 지금은 분위기를 파악 했는지 아무도 세라의 곁으로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보통은 그저 싸가지 없는 모범생 이라고 각인 되어 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살벌해 보이는지. "하하 수..수업 해야지." 선생조차도 그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손으로 훔쳐낸 뒤 힘겹게 수업을 이어나간다. 잔뜩 손에 힘을 줘서 인지 세라가 쥔 샤프는 두 동강이가 나 버렸다. 흠칫하며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세라의 짝궁. '빌어먹을..! 지금 내가 맞았어??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손찌검을 당해보지 않은내가? 이...이 오늘은 어디에다가 화풀이를 하지!? 사람 하나 죽여도 시원찮은 텐데!! 으아아아아악!!!! 파란머리 파란머리 천호수!!!!!!!!!!! 기억해 두겠어 이 겁대가리 상실한 새끼야!!!!!!!!' 세라는 짝궁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부러진 샤프로 책상을 박박 긁으며 눈을 더욱 매섭게 치켜떴다. 안경이 없었더라면 모두들 그 분위기에 흠칫하며 몸을 떨었을 것이다. 세라의 팔이 분노로 인해 몇 시간을 부들부들 떨리다가 이내 잠잠해 졌다. 왜냐하면, 벌써 수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원래 느긋하게 교실을 나서는 세라지만, 오늘만큼은 일찍 나가려고 아우성 치는 아이들보다 먼저 가버렸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아이들을 그저 고개만 갸웃 거렸다. "어라? 전교 1등이다!" "-_-^" 교문을 빠르게 지나쳐 가는 세라를 보며 빙긋빙긋 웃어 보이는 성유빈. 그런 유빈이 얄미운지 한 껏 그를 야리는 천호수다. 얼굴이 붉게 부어 있는 모습을 보자 괜스레 뜨끔한 이유는 뭘까? 찝찝한 기분을 애써 떨치며 유빈과 걸어가는 호수. * "어!! 오늘도 만나 만나자고!!!! 일은 무슨 일!!!!!!!!!!! 만나자고 씨방새야!!!"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 하얀 얼굴에 붉은입술 찰랑이는 갈색머리카락에 볼륨있는 몸매를 지닌 꼭 연예인 흡사한 여자가 날카로운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예상했겠지만, 모범생의 탈을 쓰고 있던 은세라 였다. 눈을 가리는 안경을 벗고, 머리까지 풀러 머린 세라는 어제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열이 삭히지 않자 결국 또 다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거는 세라. "그래 그래 거기서 만나!!!" 탁 하고, 핸드폰을 거칠게 닫더니 붉게 상기된 얼굴로 씩씩 거리는 세라. 이래서 좋은거다 양아치란게. 아무때나 시비걸고 싸워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글러먹은 양아치니까. 학교가 아닌지라서 비겁하게 굴어도 상관없다. 이미 사회에서 비난받는 양아치니까. 이렇게 기분 나쁠때면 한 사람 죽을때까지 패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뭔 주변에 세라를 말릴 만한 사람은 형우 밖에 없지만. "제기랄! 앞으로 졸업까지 1년 반 밖에 안 남았어." 오늘같은 치욕을 떠 올리며 이를 부드드득 가는 세라. 제발 하루빨리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서, 검사가 되는게 꿈이다.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터벅터벅. 여전히 부담스럽게 큰 집 그래도 좋았다. 늘상 그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있지도 않은 그 사람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슬프게 인사를 하는 세라. "왜 안 나오는거야. 중학교 때는 맨날 나왔으면서." 중학교 적의 일을 회상하면서 슬픈 미소를 짓는 세라. 그 때는 그랬다. 학교가 끝나면 제일먼저 문 밖에서 환히 웃으며 맞이하는 사람이. 지금은 그저 그리움으로 가득한 사람. "빨리와. 벌써 아빠 얼굴 잊혀지고 있잖아." 머리가득 추억속에 그 사람을 떠올리며 세라는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머리카락을 고데기로 꼬아 버리는 세라. 어른스럽고도 성숙한 면이 돋보이지만, 눈에서 가득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에 차가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덕분에 말을 걸려다 만 남자도 여럿 있다. 또각 또각. 높은 하이힐을 신고 집에서 나와 도도하게 걷고있는 세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 되었다. 하지만 세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카페를 돌아 조그만한 골목길로 접어 들었다. "후우, -_-^ 씨파알 좀 닥쳐봐라!!" "왜 지랄이냐 씹쌔야!!! 물 오르고 있는데!" "이 변태새끼!!!" "뒤진다!!" 교복을 입고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열댓명의 남자들. 머리도 세우고 교복도 팍 줄인것이 하나같이 양아칠 삘이 나 보인다. 입에서는 더할나위 없는 거친 욕설들이 튀어 나오고 있었고, 남들이 보기에 미간을 찌푸릴 만한 말도 하고 있었다. "여긴 우리 구역인데, 니들은 뭐냐?"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골목길 어귀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는 양아치들. 그리고 자신들의 앞엔 굉장히 예쁘장한 여자가 버젓히 서 있는게 아닌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양아치들. 이게 꿈인가 하고 두 눈을 비벼보아도 자신들의 앞에 보이는건 상당히 예쁜 여자였다. "우와! 씨발 여자다 여자!!" 곧 이어 정신을 차린 남자들이 동시에 외쳤다. 이 늑대들 그렇게도 여자들이 반가웠을까? 김칫국 부터 마신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들이 먼저 꼬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렇게 황당할 때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정말 애교있게 생긴 남학생이 재빠르게 다가오더니 세라의 앞에 떡 하니 선다. "안녕! 이쁜 누님!!" 상당히 귀엽게 생겨 먹었다. 하얀 얼굴에 강아지 처럼 말똥 거리는 두 눈동자 거기다가 입술은 왜 저렇게 작기만 한건지. 키는 170대 정도에 머리는 왁스를 발라 마치 벼락맞은 머리처럼 바짝 세웠다. 귀엽기만 한 남자에게 목에 한 초록색 스카프는 묘하게 잘 어울렸다. 보통 여자들이라면 꺅꺅 거릴만도 하지만, 세라는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훑어 보기만을 했다. 남자의 친구로 보이는 이들은 아깝다는 듯이 혀를 차며 부럽게 그 둘을 바라 보았다. "왜." 냉랭한 표정에 낼랭한 말투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외모에 맞지 않게 차가운 말투였지만, 남자는 그저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작고 하얗기만 한 손을 슥 하고 내밀었다. 물끄러미 그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세라. 귀엽게 생긴 남자가 멋쩍은 듯 머리만을 벅벅 긁었다. ">_<* 누님 내 손 달달달 떨리잖아." "꺼져." 안 그래도 몹시도 기분이 저조한데, 왜 강아지 같은 놈이 찝적댈까? 어차피 또 다시 싸움을 할 생각으로 이 놈들은 보낼려고 하는게 겁대가리를 상실한 건지 분위기 파악을 못 한건지 계속 찝적 거리기만을 한다. "엉?" 퍼억! 거친비속어에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세라를 올려다 보았다. 그 순간 세라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을 강타했다.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뒤로 나자빠진 귀여운 남자. 친구들은 그런 남자와 세라를 번갈아 보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양아치라지만, 학교에선 꽤나 날려주는 아이들이다. 학교에선 아이들 끼리 일진이라고도 부르고 같은 동급생들은 말 붙이기도 꺼려했다. 싸움이라도 하면 절대 져 본적 없는 그들이었건만. 겨우 연약한 여자의 주먹 한방으로 뒤로 밀리다니. "병신아." "으윽." "여긴 우리 구역이다." 귀여운 남자의 손을 지그시 밟으며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는 세라. 남자는 그저 신음만을 흘릴 뿐 그다지 반박을 하진 않았다. 놀라운 것도 놀라웠지만, 몹시 기분이 묘하다. "저 기지배가!! 진호 죽이려고 하나?" "아 씨바." 귀여운 남자의 이름, 한 진호였다. 진호의 친구인 두 명은 정신을 차리고, 꽤나 열받은 표정으로 세라에게 다가섰다. 아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완전 양아치 차림을 한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온 것은. "저..저건 또 뭐야?" "-_-^ 씹창, 오늘 싸움 대빵 붙는거 아냐?" 건들건들 이 일대에서 완전 쓰레기 라고 소문난 놈들이었다. 비겁한 짓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당의 싸움 실력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학교 일진들만 있더라도 얼마든지 상대 하겠건만, 오늘따라 왜 진호와 합쳐 세명밖에 없는건지.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세라가 진호를 밟고있는 발을 살짝 치우며 등을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일제히 허리를 숙여 세라에게 인사하는 양아치 군단들. 조금 놀랍단 표정으로 그 세명이 세라를 쳐다보았다. 뭔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 어째서, 저 남자들이 이 여자를 향해 인사를 하는 것일까? 위로는 아무것도 없이 이리저리 과격하게 행동하는 놈들이. "에휴, 은세라 또 밟고 있었냐?" "별로.. 저 녀석들이 말귀를 못 알아 먹잖아." "오늘도 또 열받았구만." 얼핏 보긴 했지만, 저 얼굴은 이형우다. 남자치고는 상당히 하얗기만 한 얼굴 그리고 귀를 살짝 덮는 보락색 머리카락. 키 180대의 근육까지 있어 여자들에게 한 인기를 받고있는 성원상고 일짱 이형우. 겉 모습은 상당히 멋있는 꽃미남 이건만 싸움 실력만큼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보통 타인에게는 말도 붙이지 않건만, 어째서 저 여자와는 저리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걸까? 특히 여자라면 아주 질색을 한다 들었는데. 거기다가 보통 잘나가는 아이들과 다르게, 비겁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1:1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이는 더할 것 없이 건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저런 놈들과 이형우가 어울리는 것일까? 이형우라 하면 이 지역 근방에서 유명했다. 인문계 문제아는 성유빈 그리고 천호수 였고, 상고 쪽으로는 이형우가 공고쪽으로는 한진호가 여러 일진들 사이에 유명세를 탔다. 소문으로 듣기만 했던, 이형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저 이름 모를 여자와 친한다는 사실이 더욱 더 놀라웠다. 소문에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 했건만. "어라? 형우야 천상공고인데?"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한 남자가 세 명의 교복을 훑어 보며 말했다. 청상공고 역시 성원상고 못지 않게 유명했다. 모두가 천상공고란 말에 세 명의 남자를 주시했다. 꽤나 낯익은 얼굴들 고로 좀 잘나간다는 소리다. "잠깐, 거기다가 저 놈은 한진호 아냐?" 한진호란 말에 잠시 술렁였다. 상고 쪽에서도 꽤나 영향력이 있는 인물인가 보다. '어째서, 저렇게 교복이 가지각색이지?' 한진호의 친구 한명이 의아하다는 듯이 생각했다. 일진패거리들 인줄 알았는데 교복 색깔이 다양하다 자신의 학교인 교복도 있었고 상고를 포함해서 인문계 학교 계열 교복도 있었다. "우와, *_* 너 이형우 아냐?" 귀여운 아이 진호가 벌떡 일어나더니 교복을 툭툭 털고 말을 이었다. 신기 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그 부담스러운 눈길에 여러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엉? 그런데, 니가 왜 이런 양아치들 하고 놀지? 그리고 이 여잔 내가 찜했단 말야 질투나게 말 걸지마~" 형우가 아까와는 다르게 표정을 굳힌채 말했다. 그러자 귀엽게 깜찍하게 눈웃음을 치며 세라를 자시 쪽으로 잡아 끄는 진호. 세라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변했다. 세라의 눈길은 현재 자신의 하이힐로 향했다.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진호의 발을 찍으면 얼마나 큰 비명소리를 내 지를지를 상상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미안하지만, 그 손 놔라 내 여자친구니까." 위화감 가득한 형우의 목소리 순간 양아치 패거리들이 골목을 감싸았다. 이 자세가 영 불편한 건지 드디어 하이힐을 신은 발을 들러 올리는 순간. "아아, 그래? 임자가 있었네." 하고 진호가 세라를 놓아주었다. 덕분에 헛발질을 한 세라. 아쉬움에 약간 허탈함을 느낀다. "그래도, >__< 이 양아치들하고 무슨 사이야?" "아 씨발, 거참 짜증나게 하네." 끝까지 집요하게 묻는 진호를 보며 세라는 불쾌함을 느꼈다. 낮은 욕설과 함께 길다란 머리를 뒤로 넘겨 버렸다. 한시라도 빨리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건만 왜 이렇게 방해를 하는건지 . 그렇게도 얻어 터지고 싶은걸까? 막 세라가 주먹을 들어 올리는데 그것을 형우가 저지했다. "이 쪽은 아냐. 건들여서 좋을거 없어." "상관없어." "세라야." "알았어 알았다고!" 역시나 상고의 영향력이 큰 지라 진호를 쉽사리 건드리지 않는 형우다. 솔직히 건들여도 상관은 없겠다만, 그래도 피해가 안 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 치밀함 까지 생각해서 결국은 세라를 타이르는 형우. 세라는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가 손짓으로 빨리 보내라는 제스쳐를 하자 한 남자가 천상공고 세명에게 말을 했다. "쥐어 터지고 싶지 않으면 빨리 꺼져." 그 말과 함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진호의 두 팔을 잡은 친구들. "엉? 이거놔아! >0<* 난 저 이쁜누님 연락처도 따야하고 이름도 알아야 한단 말야." "시끄러!!! (소근) 지금 우리 숫자론 재들 못 이겨!!" "맞아 (소근) 나중에 다시와 다시!!" "우엥." 시끄럽게 질질 끌려나가는 진호. 자신의 힘이라면 충분히 뿌리쳤겠지만, 그래도 생각이란게 있어서 이 자리를 빠져나와야 겠다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세다고 해도 이 숫자는 무리였다. 밟힐게 뻔했으니까. 이형우가 있다는 사실도 있지만, 분명 이들 사이에 다른 부근의 꽤나 유명한 아이들이 거의 다 모였다. 대체 이 무리들은 누굴까? 질질 끌려나가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진호. 그러면서도 내심 세라가 아깝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목청껏 소리쳤다. "내 이름은 한진호야!!! 청상공고 2학년 8반 25번!!! 다음에 만나면 꼭 인사하기!!" 황당하고도 시끄러운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이힐도 찍지 못 한것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솔직히 세라라면 충분히 밟고도 남았는데, 밟지 못 한것은 그아이가 때묻지 않은 아이라서 그랫을까? 웃음이 너무 해맑아서 차마 때릴수는 없었다. 뭐 눈에 거슬리면 다 밟았겠지만. "세라야. 오늘은 싸움보단 데이트로 푸는게 어떨까?" "택도 없는 소리. 싸움 한 뒤에." "에고고고, 그래 가자 가." 형우의 조심스런 말에도, 세라는 한사코 거부하며 더욱 더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 안을 파고 들었다. 뒤에 서 있던 패거리들 역시 좋다는 표정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근데, 그 얼굴에 그건 뭐야?" "신경 쓰지마 좀 다쳤어." "좀 봐." "됬다니까." 여러 얘기를 하며 걷던 형우가 세라의 부풀은 뺨을 보며 물었다. 약간 멍자국 까지 있는게, 상당히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다쳤다고는 하지만, 분명 손자국 같은데. "누가 때렸어?" "날? 설마." 형우의 말에, 세라를 고개를 가로 젓으며 설마란 표정을 지었다. 내심 형우를 걱정하게 하고싶지 않았나 보다. '-_-^ 니가 손 봐주면 내가 나중에 어떻게 손을보냐?' 아니 뭐 세라의 진심이 꼭 그런것만은 아닌거 같다. "하긴. 후우~ 많이 아프겠다." "닭살 오른다." 형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 가득히 머금으며 세라의 뺨에 후 불었다. 왠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게 그리 나쁜 기분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깨는 한 소리. "이게 어디서 시비야!? 단체로 몰려와서." 바로 자신들의 패거리와 다른 교복을 입은 패거리들의 싸움이다. 세라가 눈을 빛내며 재빠르게 달려다고, 혼자 남은 형우가 허탈하게 그 뒤를 따랐다. '제기랄. 언제 한번 좋은 분위기를 잡냐.' 그렇게 시작된 싸움. 몇시간 뒤 -_-; 오늘 오후 골목길에는 피로 뒤 덮인 시체들이 산 더미 같이 쌓였다고 했다. 다 스트레스가 왕창 쌓인 세라의 작품들이라고나 할까?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4 한창의 스트레스를 풀고 손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는 세라. 형우는 그런 세라를 보며 한 숨을 푸욱 내 쉬었다. '저게 여자가 맞긴 맞는걸까?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인정사정 없이 패 버릴까?' "우아~ 속이 후련하다." 오래간만에 정말 보기좋은 듯한 웃음을 짓는 세라. 입 꼬리가 포물선 으로 곡선을 이루어 내어 더욱이 눈이 부셨다. 그 모습에 얼굴을 살짝 붉히는 형우. 더욱이 빨개지는 얼굴을 부여 잡으며 생각했다. '역시 세라는 너무 예뻐.' 여러 일진들에게 소문난 모습과는 다르게 의외로 부끄럼도 잘 타고 장난끼도 많은 형우. 그리고 여자라곤 오직 세라만을 사랑하는 형우. 그래서 일진들 사이엔 형우가 여자친구가 있다고는 알려지지 않은 듯 싶었다. 여러곳에 연관되어 있어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이미 손을 보았을 것이다. "다음엔 하이힐을 조금 더 높은걸 신어볼까?" "왜?" "왜긴." 갑자기 자신의 하이힐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아쉽게 말하는 세라. 형우가 궁금하다는 듯이 그리고 의아하게 묻자 소름끼칠 정도로 씨익 웃어가며 발을 들어 올린다. 아마도. -빠악 "으갸갸갹!!!" "요롷게 ^^ 찍어 내려고 하지."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 줄 생각이었나 보다. 보다시피 세라는 힐을 들어 올려 약간 꿈틀 거리는 남자의 손을 인정사정 없이 밟아 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우득 소리와 함께 피가 살짝 튀었다. '여자는 무슨 여자야 ㅜㅜ 저건 악마야 악마!!' 저런 모습을 보면서 작게 웅얼 웅얼 거리는 형우. 주변에서 그저 서 있기만 했던 일진들 역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형우야?" "이 악마!!" "뭐?" 세라가 잠시 멍해있는 형우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악마란 소리와 함께 눈을 크게 뜨는 형우. 세라는 잠시 뻥져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악마란 소리를 떠 올리며 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형우도 ^^ 이 악마한테 하이힐로 찍히고 싶나보지?" "아..저..저기." "안 그래도 내가 오늘은 무척이나 화가 나는 날이거든." 세라의 싱긋 웃는 아니 아주 사악한 미소에 형우가 움찔 거리며 뒷 걸음질을 쳤다. 대체 어째서 그런 단어를 내 뱉었던걸까? 미쳤어도 한 참 미쳤던 걸꺼다. 자신의 발언을 무척이나 후회했지만 어쩌겠는가?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법. "세라야 ^ㅇ^* 내가 너 사랑하는거 알지?" "으음 ^^ 알지~ 형우야 근데 난 악마라서 막 사랑하는 사람도 하이힐로 찍는다?" "저..저기." 아무리 다른 여자들이 넘어갈 만한 미소도 뿌려보며 애교도 부려보지만 다 무용지물이다. 더 이상 뒷 걸음질 칠 곳이 남아 있지 않자 형욱의 이마에 식은땀 한방울이 흘렀다. 동시에 불쌍하단 시선으로 바라보던 일진들이 눈을 질끔 감았다. 순간 "으아아아아악!!!!" 하는 형우의 불쌍한 비명만이 골목길 안 쪽을 장식해 주었다. * 절뚝 절뚝 거리면서 세라의 옆에서 걷고있는 형우. 아까전만 해도 그 많던 일진들은 세라의 단 한마디로 인해 다들 해산을 하였다. 피 묻은 하이힐을 대충 닦고,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는 세라. 이내 신방가게를 발견하고는 형우를 잡아 이끈다. "세..세라야 우리 가지 않으면 안 될까?" "이리 와봐!! 저거 무척이나 뾰족해!! 사람 찌르면 피도 나오겠는걸?" '사..사악하다.' 저런 깨끗하고 순수한 미소로 저런 말을 내뱉다니. 형우는 애써 다시금 떠오르는 악마란 단어를 내 던지면서 세라의 뒤를 쫓았다. "으음 형우야 뭐가 좋을까?" 늘 느끼지만, 세라의 입을 통해 나오는 자신의 이름은 정말 듣기 좋을 만큼 가슴이 설레인다. 세라와 만나고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게 있다면 세라의 곁에만 있으면 가슴이 두근 거린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그 때처럼. "뭐가 좋겠냐고." 가만히 있던 형우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팔끔치로 형우의 배를 툭 치는 세라. 형우가 신음을 흘리면서 신발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에..! 진짜 사람 죽이려고 작정한 건가?' 정말 뾰족하다 못해 날카로웠다. 세상에 저게 정녕 신발이란 말인가. 어떻게 저런 희귀한 신발을 찾아냈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세라가 더 희귀하다면 희귀하지만. "으음 이게 좋지 않을까?" 세라에게 짓밟힐 불쌍한 남자들을 생각하며 형우는 되도록 이면 뾰족하지 않는 뭉툭한 신발을 골라 주었다. 신발을 보더니 뚱한 표정을 짓는 세라. 이내 그 신발을 툭 쳐내더니 저 구석에서 뾰족함을 발하고 있는 신발을 골라냈다. '허걱..!' 놀란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는 형우. "좋아 이걸로 하겠어! 아저씨 이거 하나 주세요." 세라는 아랑곳 하지 않고, 흐뭇한 표정으로 신발의 값을 지불했다. '흑.. 난 말릴 때 까지 말렸어. 그러니까 저 신발에 찍히는 인간아 날 원망하지는 말아.' 형우가 고개를 돌리며 다음에 희생양이 될 남자를 향해 기도를 하였다. 어느새 계산을 끝낸 세라가 형우의 옆에 다가섰다. 향기로운 세라만의 향기가 형우의 후각을 자극했다. 언제봐도 달콤하기만 한 세라의 향기다. "후후 다음부터는 이걸로 머리도 찍어 버려야지." 허나 이어지는 세라의 말에 모든 분위기가 팍 깨져 버리는 형우였다. 거리를 걸을때 마다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 역시 둘 다 얼굴이 심각하게 빼어 나서가 아닐까? "형우야! 우리 저 저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가자." "아이스크림?" "그래 난 바닐라 먹을래!!" "피식, 그래 가자." 아까 그 살벌하던 세라는 어디갔는지 보통 여자처럼 아이스크림을 찾아 형우를 잡아 이끌었다. 귀여운 듯 세라의 머리를 부비적 거린 형우는 그 뒤를 쫓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악 얼굴에 뭍히면 어떻게!!" "후후 난 악마잖아." 하지만 그 행복은 늘 그리 오래가지 못 한다.;; 오랜만에 생각지도 않게 데이트를 하게 된 형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벌써 저녁 10시가 다 되어간다. "세라야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게 어떨까?" "그럴까? 스트레스도 다 풀었겠다." 형우가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걷고있는 세라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여는 세라. "이번엔 누가 시비 걸었는데?" "있어. 파란 머리." 형우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세라는 낮의 일을 떠올리며 인상을 팍 썼다. 알게 모르게 세라의 눈에 살기가 잠시 서렸다. '아직도 갈궈 먹어 머리고 싶은 자식.!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화가나네! 감히 내 뺨을 후려쳐? 아무리 내가 방심을 하고 있었다지만!! 감히 나를!!!!!!!!' 세라가 형우를 잡고있던 손에 힘을 꽉 주며 부들부들 떨자 형우가 흠칫하며 세라를 바라보았다. "너 왜 그래?" 이상할 정도로 흥분을 하는 세라를 보며 형우가 아픈 손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아냐 아무것도. 그것보다 빨리가서 보충 좀 해야겠는걸?" "쿡, 지금도 충분하지 않아?" "글쎄 아직은 부족한거 같아." 그렇게 공부를 잘 하면서도 부족하다는 말하는 세라의 모습에 형우가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형우역시 그리 공부를 못 하는 편은 아니다. (제일 못 볼 적이 전교 10등이었다.) 적어도 전교 10등에서 맴도니까. 거리에 환한 네온사인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연인을 환하게 빛추어 주었다. "우와 씨바! 오늘 그 새끼들 열라 질겼어." "짜증나! 완전 거머리 아니냐?" 시내를 걷던 도중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약간 더러워진 모습으로 한 무더기로 걸어오고 있었다. 상당히 낯이 익은 교복. 그렇다 세라가 다니는 학교의 교복인 것이었다. "호수야 유빈아 가서 한 잔 해야지?" "당연한거 아니냐!?" 호.수 라는 이름에 잠시 고개를 돌린 세라. 이윽고 파란 머리의 천호수의 모습이 눈에 띄자 입술을 꽉 깨문다. '죽여 버릴까?' 지금의 모습으로 한 대 패줄까 생각도 했지만 옆에서 힘들게 걷고 있는 형우를 보아서 참기로 했다. "왜 그래?" 세라가 뚫어지게 어느 한 곳을 쳐다보자 형우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천호수 및 성유빈을 보자 얼굴이 화악 굳어져 버렸다. 말했듯이 성유빈 천호수는 인문계열 학교에서 유명세를 타는 아이들이다. 얽혀 봤자 절대 좋은 아이들은 아니다. "세라야." "왜." "쟤네 누군지 알아?" "파란머리." 진지한 형우의 말에 세라는 살기 가득 담긴 목소리로 형우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가끔 듣는 세라의 차가운 말 소리. 몇 년을 같이 해왔지만 여전히 적응 되지 않는 목소리다. "인문계열에서 유명한 놈들이야. " "그래." "섣불리 건들지 않는게 좋을거야." "그래." 형우의 걱정서런 말에도 세라는 그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의 눈빛만 봐도 지금 어떤 감정을 담아 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천호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 그것만을 확실했다. "근데, 저 녀석 잘 알아?" "글쎄.. 일단 나도 일진이다 보니까 조금씩 주워 들었지." "그래서 이름이 익숙했던건가?" 형우의 말에 세라가 머리를 갸우뚱 거렸다. "근데, 왜 건들이지 말라는 거냐." 형우의 말에 은근히 기분나쁜 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건들이지 말라는게 아니라 섣불리 라고 했잖아. 인문계에선 한 몫 잡고 있다고." "뭐야 그런거 였어?" 형우의 말에 세라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으쓱 거렸다. '난 또 그 녀석 아빠가 대기업체거나 뒷 빽이 많거나 뭐 그런건줄 알았잖아? 후후 난 이 양아치 패거리가 있으니까 상관은 없다고.' 세라가 곧 이어 천호수 패거리들에게 시선을 떼며 형우의 발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으음 그보다.' "에에 뭐 하는거야?" "가만히 있어." 세라가 주머니를 뒤적 뒤적 거리며 벤치에 형우를 앉혔다. 약간 당황스러워 하는 형우였지만, 그저 세라가 시킨 대로 잠자코 의자에 앚아 있었다. 세라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연고를 꺼낸 다음 아까 형우를 무척이나 세게 걷어찬 무릎을 살며시 걷어 보았다. 약간 움푹 패인 상처가 들어났다. 장난으로 한 번 걷어찬건데 역시 위력이 대단했나 보다. 계속 웃고 있어서 몰랐는데 상당히 아팠을 것이다. "미안." "에?" 세라가 작게 중얼 거리고 연고를 살짝 짜 내서 형우의 무릎에 발라 주었다. 세라의 손길에 흠칫하며 빨개진 형우의 두 볼. 그런 모습에 세라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자 이제 가야지~ 그리고 형우야 다음부터는 하이힐로 너는 안 찍을게." "-_+; 그..그래." 너는 이라면 다른 사람은 하이힐로 찍겠다는 것인가? 약간 사악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형우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하하.. 은세라 이래서 내가 널 미워할 수 없는거야.' 차가운 척 하지만 따뜻한 세라를 생각하며 형우는 세라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5 "후우, 정말 공부 안 되는데?" 집에 도착한 세라가 잠시 의자에 기대며 중얼 거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아까 형우와 너무 놀아서 일까? '으음 그러고 보니까 내가 공부를 시작한게 무엇 때문이었더라?' 가물 가물 거리던 생각을 하며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꾹 눌렀다. "아!" 세라가 기억이 난 듯이 입가에 미소를 머물면서 옛 생각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아빠야 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제일 좋아~' '음하! 세라야 혼합이 더 맛있단다.' '아냐 아냐!!' 활짝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두 사람. 세라와 그 아버지로 보인다. 여느 때 보다 바람은 더 시선히 불고 있었으며, 봄이어서 그런지 분홍빛을 발하는 벗꽃 마져도 팔랑이며 그들의 주변에 떨어졌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두 사람은 활짝 웃음을 지었다. 그 때가 세라의 나이 16세 중학교 3학년 때 였다. '난 아빠가 제일 좋아!' '나도 세라가 제일 좋아.' 아이스크림을 서로의 얼굴에 뭍히며 꼬옥 안아 버리는 두 사람. 행복하다는 듯이 그리고 즐겁다는 듯한 표정을 얼굴 가득 나타내 주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는 못 했다. '다녀왔습니다!!!!!!' '......' '어라? 아빠가 어디나갔나?' '......' 늘 그렇 듯이 학교를 다녀와서 인사를 활기차게 하는 세라. 하지만 이상하게 시리 집안에는 고요한 적막감 만이 온 몸을 휘감았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시리 불안감이 드는 세라다. '아빠? 아빠 어디있어?? 아빠!!!!'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며 집안 구석 구석을 찾는 세라.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몸싸움을 한 듯해 보이는 파편과 아빠와 다정히 찍은 액자가 깨져 있는 것이었다. '아빠. 하하 곧 오겠지 별거 아니겠지.' 어지러져 있는 방을 치우면서 별거 아니겠지란 말로 위로하는 세라. 하지만 그 위로도 이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여자 아나운서의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어제 낮 벌어진 명동 살인사건에 조직 폭력배의 보스 은○○씨가 관련되 있음을 밝혀 드립니다. 은○○씨의 조직은 현재 서울의 반 이상의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살인을 물론, 절도 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은○○씨는 현재 구속되어 자세한 것은....' '하하하하.' 실성한 듯 웃어 버리는 세라.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륵 하고 흘러 바닥을 적신다. 그럴리가 없는데. 어제만 해도 분명 아빠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떻게 살인사건에 휘말릴수가 있단 말인가. '아빠는 죄가 없으니까 금방 풀려날거야.' 그 때는 알지 못 했다. 다만, 아빠는 죄가 없으니까 금방 풀려날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신은 착한 사람 편이니까. 그리고 분명 재판관들이 아빠의 죄가 무죄라는 것을 밝혀 줄 수 있음을 굳게 믿고 있었다. '현재 또 다른 용의자로 추적되는 **건설의 외동아들 이○○군. 하지만 아직까지 자세한 상황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용의자가 또 한명 나타났으니 이제 자신의 아빠는 곧 풀려 날 것임을 굳게 믿었다. 하지만.. -탕탕탕 '은○○씨에게 3년의 징역을 선고 합니다.' 그 믿음은 산산히 부숴지고 말았다. '아빠!!!!!!!! 거짓말 아빠는 죄가 없잖아!!!!! 흐아아아앙 아빠는 아빠는 그 날 그 날 집에 있었단 말이야!!!' 재판장에서 울고 불며 난리치는 세라를 사람들은 손가락질 하며 밀어냈다. 절대 아니라고 아빠는 그 날 집에 있었다고 소리쳐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쯧쯧.. 어린아이가 아빠라고 죄를 덮어 주는 것 좀 봐.' '거봐, 그렇게 똑똑하고 예의바른 **건설 외동아들이 그럴리가 없잖아?' '조폭이니까 당연히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였겠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울고있는 세라를 향해 말했다. 조폭이라면 무조건 사람을 죽이고, 빼앗고.. 물론 그 것이 대다수이긴 했지만 가끔씩 가끔씩은 꼭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곤 한다. '아냐!!!!!! 우리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니란 말야.. 아빠는 죄가 없단 말이야.' 주저 앉아서 눈물만 쏟아내는 세라. 그 뒤로 아빠는 세라를 향해 빙긋 웃으며 아무일도 없을거라는 듯 말했다. '세라야 아빠는 세라를 무척이나 사랑해.. 아빠 없어도^^ 밥 잘 먹고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잠도 잘 자야해.' '흐아아아앙 아빠!!!! 난 아빠 없으면 잠 못 잔단 말이야!!!' '세라야 ^^ 잘 지내야 한다. 그리고 아빠가 너무 미안해.' '아빠!!!!!!!!!!!!' 끝이었다. 아빠의 마지막 모습은. 우는 것 같고 또 그다지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그런 모습. 세라는 주저 앉아서 생각했다. '이 빌어먹을 세상..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세상!!! 내가 성공할거야 내가.. 내가 보란듯이 성공해서 복수할 거라고!!!!!!!!!!!!!!!!!!!!!' 그 뒤로 였던거 같다. 죽자사자 공부에만 매달렸던 것이. 아빠가 조폭인 세라는 당연히 그 뒤를 이어 받을 생각으로 싸움도 많이 했었지만 이젠 목표가 달라졌다. 아빠가 없는 3년동안 눈빛도 냉랭하게 성격도 차갑게 그리고 오로지 성공해야 겠다는 그래서 돈으로 덮은 그들에게 반드시 복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 어쩔때는 머리가 아파서 쓰러진 적도 하루라도 코피가 멈추지 않을 날이 없었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세라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공부에 매달리면서 모범생으로 있는 것은 세라에게 무리였다. 그리하여 만들어 진것이 [양아치] 집단 이었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그런 집단. 조폭과 다르게,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활동했기에 모범생이란 틀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스트레스로 풀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었다. 더불어 원래의 잔인성을 서슴없이 보여줘도 상관 없었고, 비겁함을 떠나 그저 생각 가는대로 주먹을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 것 뿐이었다. 그것이 최대의 장점. 어차피 양아치니까. 사회에서 비난받은 어차피 글러먹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니까. 그리고 그걸 생각으로 가득찬 아이들을 모아서 조직한 집단이니까. 따르는 아이들도 많았고,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을 때 마다 싸움으로 풀어 버렸다. 뭐 그래도 상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은 무관심 했으니까. 피에 쩔어있는 그리고 그걸 즐기는 자신이 어쩔때는 소름이 끼칠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그들은 어쩔 수 없는 희생양들이었다. "사..살려줘." 여느 때 처럼 울먹이며 매달리는 이를 죽도록 밟아 버리는 세라. 그 남자가 쓰러지자 별것 도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어 보인다. "쿡 또 피가 뭍어 버렸네 더럽게 시리." 손에 잔뜩 뭍어있는 피를 누워있는 사람의 옷소매에 슥슥 닦고 주위를 둘러보는 세라. 다들 쓰러져 있자 아쉬움에 입맛만 살짝 다신다. "쳇, 벌써 끝나 버리면 어떻하냐." 그리고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소름끼치게 차갑던 표정이 약간은 서글프게 변해 버린다. 이내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 "피식, 이런.. 오늘밤도 잠은 쉽게 못 들겠네. 대체 아빠야 언제 돌아올래?" 환한 달빛을 보며 그리고 옛 모습의 아빠를 그리워 하며 벽에 미끄러지듯이 몸을 기대었다. 그저 차가운 표정만 지녔을 것 같은 세라는 아주 슬픈 눈으로 달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세하게 떨리는 음성으로 아주 슬픈 음성으로 작게 중얼 거렸다. "보고싶다. 아빠 무척이나 보고싶어." '아빠 품은 정말 따뜻했는데.. 아빠 품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따뜻해서 행복했는데.' 마지막으로 잠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의 품에 안긴 그 옛 추억을 회상하며 세라는 눈을 살짝 감았다. 은은한 달빛에 비추어진 그녀의 모습은 여느 때 보다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 . . . . . "으음, 더 잠이 안 올거 같네. 아 짜증나." 옛 생각을 하던 중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버린 세라. 애꿎은 두 눈을 박박 비비며 다시 공부에 몰입했다. '씨바.. 괜히 생각했네. 아빠 생각만 더 나게.' 잠깐동안 맺힌 이슬방울을 손등으로 훔친 세라는 저도 모르게 감겨오는 눈꺼풀 때문에 눈을 감아 버렸다. 아빠를 잠시동안 생각해서 일까?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오늘밤은 상당히 편안한 기분으로 자신도 모르게 잠을 잘 수 있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6 -짹짹짹 늘 그렇듯이 참새 소리에 의해서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따라 상당히 상쾌한 느낌이 드는 세라. 기지개를 한번 쭈욱 펴더니 눈을 깜빡깜빡 거린다. "아..내가 잠이 들었나?" 이내 쉽게 잠을 잤다는 사실에 신기해 하면서, 책상위에 너브러진 책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다음 책가방에 넣는다. "흠 오늘은 토스트나 해 먹을까?" 방에서 나와 깨끗히 세수를 한 다음 교복을 입은 세라는 밥이 텅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냉장고에 놓여진 토스트를 하나 꺼내든다. -틱 토스트기에 토스트를 넣고 잠시 손에 쥐어진 신문을 들여다 보는 세라. 한 3분 쯤 지났을까? 토스트 기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토스트가 폭 하고 올라왔다. "우물 우물 우유가 어디있더라?" 그 토스트를 집어 우물우물 먹던 세라는 목이 막 힘과 함께 우유를 찾았다. 냉장고에서 흰 우유를 꺼내든 다음 투명한 유리컴에 따라 꿀꺽 꿀꺽 시원하게도 먹는 세라. 짧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했다. 치카치카 소리 그리고 물 뱉는 소리가 몇 번 오갔다. 화장실에서 나온 세라가 시계를 보더니 이내 책상위에 놓여진 안경을 집어 썼다. 오늘은 다른날과 다르게 머리를 위로 올려 묶은 세라. 갈색빛 나는 세라의 머리카락이 윤기를 내면서 찰랑였다. "흠.. 어제 준비물은 없었던가?" 핸드폰으로 입력해 둔 메모를 한번 슥 보더니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세라. 역시나 세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차가운 공간이 제일 싫다. 어쨌거나 학교를 향해 평소와 똑같이 걷고 있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박혀 있는지. "야 쟤라면서? 공부 열라 잘 하는애." "정말? 척 봐도 얼굴도 딱 모범생 처럼 생겼네." "쟤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한다면서? 에유 나도 저정도만 됬으면 좋겠다~" 늘 듣는 칭찬인데도 인상이 쓰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차라리 저렇게 남의 일 떠벌릴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할 것이지. 세라는 저런 아이들의 모습에 비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다시 책에 몰두했다. 중얼 중얼 한 참을 중얼 거렸을까? 어느새 학교에 도착한 세라였다. 교문에 들어서자 마자 또 다시 느껴지는 아이들의 시선. 공부 잘 한다는 것이 그렇게나 신기한 일일까? 왜 저렇게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신기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야 그보다 어제 천호수 한테 맞았다 던데 정말 일까?" 꾸깃. 한 남자아이의 말에 읽고있던 책을 살벌하게 구기는 세라. '아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어제일을 까맣게 잊어 버렸구만 그래. 씨바알 천호수라고 했나? 그래 천호수 니 이름은 반드시 기억해 놓고 있으마. 기대하고 있어라 내 손으로 널 처단하고 말테니까.' 안경 때문에 가려진 살벌한 눈으로 교실을 향하는 세라. 문들 드르르륵 열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저..저기 세라야?" "......" "세라야?" "그래 왜?" 같은반 여자아이. 즉 부반장이 세라의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불렀다. 하지만 책에 몰두하고 있는 세라에게 들릴리 만무했다. 약간 무안한 얼굴로 우물쭈물 거리다가 이내 다시한번 세라를 부르는 부반장. 세라는 책을 읽다가 귀찮은 표정으로 부반장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래도 대답이라도 받은게 어디인가. 말 씹힐때는 훨씬 더 많았을 텐데. "어제 천호수 한테 맞았다던데 그게 사실이야?" "......" -꾸깃 꾸깃 다시금 들려오는 부반장의 물음에 세라는 말 없이 종이만을 손으로 꾸낏꾸깃 구겨 버렸다. 흠칫하면서 뒤로 슬슬슬 물러나는 부반장.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을 봤나. -_-^ 확 지금이라도 당장 너의 그 주둥이를 꼬매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걸?' 괜히 죄 없는 부반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세라. 이내 그 조그만한 입술을 살짝 떼고 말을 했다. "남의 사생활 물을 시간 있으면 영어 한 자라도 더 외는게 어때?" "뭐..뭐?" "부반장이나 되서 이런말 들으면 창피하지 않니? 그러니까 빨리가서 일점이라도 더 높이려고 노력이나 하란 말이야." "하.." 세라의 차갑고도 싸늘한 말에 아무말도 못 하는 부반장. 그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먹울먹 거린다. 반의 아이들이 그런 부반장을 측은하게 또는 세라를 얄밉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어떻하겠는가? 여기서 한 대 패줄수도 없고. 만약 세라에게 폭력이라도 휘두른다면 담임은 물론 교장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세라는 이 학교에서 만큼은 상당히 대우를 받는 학생이었다. 하긴 그것도 그럴게 단순히 전교 1등이 아니라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한 대단한 수재니까. 그리고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저 눈빛으로만 또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쑥덕쑥덕 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조금 너무하다." "뭐 이게 한두번 이냐? 그리고 부반장도 이상해 맨날 무시당하면서 말 걸잖아." "그러게 정말 바보인건가?" 세라와 울고있는 부반장을 곁눈질로 바라보던 아이들이 의아하단 투로 중얼 거렸다. 자신이 이야기의 화제거리가 됬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책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세라. '아..아직도 화가 안 풀려! 그러게 아침부터 왜 자꾸 기분나쁜 일을 들먹거리는 거야?' 이쯤이면 화가 풀릴만도 한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샤프에 힘을 주면서 공부를 하는 시작했다. 하지만 하면 뭐하는가? 분노로 인해 머리속이 텅텅 하얗게 비어있는데. "오늘따라 왠지 더 차가운거 같지 않아?" "응 그런거 같기도 하고." 오늘따라 더 차가운 듯한 세라의 말에 인상을 쓰는 아이들. 왜 세라의 앞에선 얘기하지 못 하고 늘 저렇게 뒤에서만 수근 거릴까? 차라리 대놓고 말하는 것이 더 편할텐데. "얘들아 1교시는 체육이래!!!" 순간 문을 드르르륵 열고 들어오는 한 남학생. 아이들은 1교시가 체육이라는 말에 저마다 온갖 인상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라 역시 책을 착착 책상위에 쌓아두고 사물함으로 향했다. 가지런히 개어있는 체육복을 탁탁 털어서 옷을 대충 갈아입는 세라. 이 학교 체육복이 워낙 간편해서 탈의실을 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오 체육 정말 싫어. ㅜㅜ 히잉 왜 하필 1교시가 체육이래냐?" "그러게, 1교시가 체육은 정말 싫어! 아니 체육이란 교과목이 싫어." 체육복을 다 갈아입은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1교시를 싫어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땀 냄새가 배긴다는 것이었고, 날씨가 추워지면 원래 아침이 가장 춥지 않은가? 그래서 더욱 더 싫어했던 것이었다. "어?얘들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 1교시는 15반도 들었잖아." "꺅 정말? 그럼 호수랑 유빈이 볼 수 있는거야? 와아아아." 그러나 이내 한 여자아이의 말로, 축 처진 분위기는 어느새 화사롭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뭐라 말할것도 없이 체육복을 입는대로 교실을 박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휴우-" 한 숨을 푸욱쉬면서 천천히 교실을 빠져나가는 세라. 밖으로 나가니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누군가가 나오기 만을 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 오늘은 뜀틀을 시험 볼 것이다! 1번부터 차례로 나와라." "으아 뜀틀이야? 우앙 나 뜀틀 못 하는데." "꺄 저 높은걸 어떻게 넘어 악 정말 싫어~~" 아까 그 좋아하던 눈빛을 어디로 간 걸까? 체육선생님의 말로 인해 여자아이들은 희망을 잃어버린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자 시끄럽고 1번!!!" "ㅜㅜ 아악 난 죽었다." 체육선생님의 아이들의 말을 간단하게 묵살시키고 1번을 불렀다. 온갖 울쌍을 지으며 불쌍하게 뛰어가는 1번. -쿠당탕탕 스텝이 꼬여 넘기도 전에 엎어졌다. "쯧쯧 대체 운동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자 2번!!" 혀를 끌끌차면서 2번을 부르는 선생님. 곧 이어 자신만만한 2번의 학생이 뛰었다. 하지만. "으악 엉덩이 박았어!!!!" 잘 뛰긴 뛰었는데 뭐가 잘 못 된 것일까? 그만 엉덩이를 박고 만 것이었다. 그 모습이 꽤나 웃긴지 배를 잡고 웃어대는 아이들. 2번학생은 얼굴이 빨개져서 스텐드에 털썩 하고 앉았다. 다시 시작되는 체육시험. 막 7번인 세라의 차례가 되었을까? "은세라 체육하는거 처음보지 않냐?" "성적 들어가서 그런거겠지." "잘 할 수 있으려나? 못 하겠지? 맨날 공부만 하던 얘가 체육을 잘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세라를 보더니 절대 못 한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 저마다 수근수근 거리다가 세라가 빠른 속도로 뛰자 세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휘익 하고 마치 새가 나는 것 처럼 가뿐히 뜀틀을 하는 세라. 이런 의외의 모습에 선생조차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A..A+! 오오 세라야 넌 체육도 잘 하는구나." "......" "자 다들 세라의 모습을 본 받아서 열심히 시험 봐주기를 바란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세라를 칭찬하기에 바쁜 선생님. 아이들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여서 입만 떠억 하니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제길 뭐야!?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저 정도면 됬고, 거기다가 미술도 잘 하잖아? 우리같은 놈들은 죽으란 얘기야?" "바..방금 날았다 봤냐?" "어..어 저게 인간이냐?" 한 사람의 소리침과 동시에 다시 웅성웅성 거리는 반 아이들. 경악스러운 얼굴로 세라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세라는 여전히 무표정. 그저 관심없다는 듯 책만을 읽고 있었다. 뭐 사실상 세라에게 뜀틀 쯤이야 별것도 아니었다. 중학생 때만 해도 그 높은 담을 훨훨 날아 다녔는데. "야 그보다 저기 봐." "꺄아아아아! 농구하나봐!!" "어머머머 진짜 멋있다!! 저 파란 머리카락 좀 봐!!" 한 여자아이가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남자들을 보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동시에 얼굴이 빨개져서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 "꺄아아아 15반 이겨라!! 이겨라!! 천호수 성유빈 화이팅!!!" "꺄아아아 천호수 성유빈 화이팅!!!" "호수야 유빈아 이겨서 코를 납짝하게 눌러줘~~" 반대편 스탠드에 앉아있는 여자들의 함성소리도 장난이 아니었다. 다들 두 남자만 응원하는데 얼굴이 상기된채 고래고래 미친것 마냥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15반과 경기를 하고 있는 11반역시 상당한 비명소리와 함께 열기 띤 응원을 하고 있었다. 문제라면. "성유빈 천호수 화이팅!!" "호수야 유빈아 사랑해~~ 꼭 이겨!!" 같은반을 응원하는게 아니라 다른반을 응원하는 것이라지만. "야 너흰 11반을 응원해야지!!" "시끄러!! 너나 11반 응원해 나는 유빈이랑 호수 응원할거야!" "니들 유빈이랑 호수 이기기만 해봐!! 죽여 버릴 줄 알아!!!" 남자들의 황당하단 목소리에 더욱더 소리높여 따지는 여자아이들. 한 술 더떠 자신의 반 남자들에게 이기면 죽인다고 협박까지 한다. 저것이 과연 같은 반에게 할 소리인지. 더욱이 황당한건 여학생들 모두가 똑같은 가치관을 지녔다는 것이다. "젠장 왜 하필 쟤들하고 붙는거야." "짜증나 나도 잘생겼는데." "천벌받는다 이 개쉐야." "알어 안다고!!" 짜증을 내면서 부리부리한 눈으로 성유빈과 천호수를 노려보는 11반의 남학생들.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저 둘이 상당히 얄미운가 보다. 하기사 지금 이 상황을 보기만 해도 짐작할 수 있지 않는가? "꺄아아아 성유빈 천호수 파이팅!!" "꺅 땀 흘리는 모습도 너무 멋있어!!"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감싸쥐며 비명을 질러대는 아이들. 이 학교에서 공부로 유명한 은세라가 있다면. 꼴통 즉 싸움꾼으로 유명한 아이들은 천호수와 성유빈 이었다. 거기다가 얼굴까지 완전한 꽃돌이니. 여학생들이 안 따를래야 안 따를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퍼억 "저리 비켜 안 보이잖아!!" "으윽..!" 급기야 앞에서 궁시렁 거리는 남학생을 귀찮다는 듯 방해 된다는 듯 발로 뻥하고 차 버리고 응원을 하는 여학생. 불쌍한 11반 남학생들 무척이나 비참해 보인다. 하지만 15반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_=; 똑같이 여자들에게 핍박을 당하고 있었으니까. "풋- 저것들 바보아냐?" "뭐 우리가 인기가 좋아서 그런거지 뭐." 파란 머리와 회색머리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농구공을 패스하면서 픽 하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 모습까지도 멋있게 느껴지는지 학교가 울리도록 비명을 꺅꺅 질러대는 여자 아이들. 이런걸 보고 딱 한마디로 '미쳤군.'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제기랄 시끄러워.' "꺄아아아악!!' '씨댕..공부 좀 하자.' 들려오는 비명소리에도 꾹 참으며 공부를 하는 세라.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꺄아아아아악!!!!!!!!" 더 크게 들려오는 함성 소리 때문에 펜을 놓아 버리고 만 것이었다. '공부가 안 되잖아!!!' "대체 뭔데 그.." 세라 역시 무척이나 크게 들려오는 소리에 공부만 할 수 없었는지 인상을 심하게 찌푸리곤 고개를 돌렸다. 순간 눈에 무척이나 띄는 검은 머리들 사이에 파란머리 하나. '하하 -_-^ 또 파란머리..!' 순간적으로 천호수를 연항하면서 싸늘하게 변해버린 세라의 눈동자. 이내 책에만 몰두하고 있던 시선을 운동장으로 돌려 버렸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 #7 으스스스스. 소름끼치도록 스산한 바람이 세라의 주위에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벌써 겨울이 왔는가 싶을 정도로 세라의 주변은 춥다 못해 싸늘했다. "으으.. 여긴 왜 이렇게 추운거야?" 위에서 응원을 즐기던 여자 아이는 운동장이 잘 보이는 세라의 옆에 앉으려다가 오들오들 떨면서 햇빛이 가득 드는 곳으로 피신을 했다. '파란 머리 그 재수없는 면상을 또 보게 되는군.' 파란머리 호수의 얼굴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는 세라. 상당히 밀접한 거리에서 호수의 그 재수 덩어리 같은 얼굴이 두 눈 가득히 빛춰진다. '왜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몰랐던 거지?' 상당히 가까이에서 농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사실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세라. 아마 공부에 너무 집중을 해서 못 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꺄아아아악!!! 호수야 화이팅!!!" '정말 시끄러운 여자들. 내가 너희 때문에 공부가 안 되는 거야.'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귀를 두 손가락으로 꽉 막으면서 속으로 중얼 거리는 세라. 생각해 보니 지금 천호수를 보게 된 것도 저 여자들 때문이다. 공부를 방해한 장본인들. 아까까지만 해도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었는데.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 저 주둥아리들을 사시미로 스삭 해 버려?' 몰려있는 여자들의 입을 힐끗 쳐다보더니 소름끼치는 눈으로 바라보는 세라. 세라의 안경이 없었다면 그 살기에 온 몸을 떨었어야 했었을 것이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 뱉음과 동시에 파란 머리가 눈 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래 문제는 저 파란 머리였지?' 두 눈썹이 마치 춤을 추는 듯 좌우로 꿈틀 거렸다. 스탠드에서 요염한 자세로 앉아있던 세라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누군가 있든지 없던지 상관핞고 피가 나올 정도로 주먹을 꽈악쥐며 파란 머리 호수를 노려보았다. 이미 손에 들려있던 사랑스런 세라의 책의 존재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불쌍하게도 그대로 구겨져 스탠드에 비참하게 내팽개쳐져 있으니. '지금 여기서 내가 뭘 할 수 있는건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할 짓이란.' 공을 통통 튀겨가면서 패스를 하는 호수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세라. 지금 스탠드에서 벌떡 일어나 농구를 하는 호수에게 날아가는 것은 턱 없는 말이었다. 무슨 로보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꽥꽥 소리를 질러대면서 욕할 노릇도 아니 되지 않는가? 기껏 쌓아올린 모범생 이란 타이틀을 깰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세라는 잠시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손뼉을 타악치면서 턱을 괴었다. '져라 져라 져라 져라 져라 져라. 하고 죽어라 저주를 내리는 거 밖에..' 그리고 이내 저주스러운 눈빛과 빨간펜을 들고 혼자 음침하게 중얼 거리는 세라. 세라 딴에는 저주를 내리기라도 하는 것인가 보다. 더듬 더듬 스탠드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주워서 빨간펜으로 스걱스걱 잘도 저주를 내리는 세라. 전교1등 이며 전국 모의고사 1등인 세라의 정신상태가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흠칫 -투욱 "야!! 천호수 뭐 하는거야!!!!" "아아 미안." 열심히 달리던 천호수가 어깨를 떨더니 그대로 공을 힘 없이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호수의 공을 재빨리 받으면서 소리치는 유빈. 호수는 저도 모르게 공을 놓쳐 버린지라 놀란건지 어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 거렸다. '후후후후 나의 저주가 통한 모양이군.' 뭔가 통했다는게 느껴지자 더욱 더 음침한 미소로 빨간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세라. 모두가 신났다고 응원할 때 세라는 신나라 하며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패스 패스!!" -타악 "어.. 어라?" 패스를 외쳐대는 한 남자아이. 이미 호수를 둘러싼 남자들만 4명이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유빈에게 패스를 하려는데 누군가가 팔을 스윽 내민다.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이상한 쪽으로 공을 던져버린 호수. '후후후후.' 심각할 정도로 소름끼치게 웃던 세라. 빨간펜으로 천호수의 이름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패스를 잘 못 한 농구공이 정확히 세라의 얼굴을 향하고 있던것은. -슈욱 -탁 꽤나 민첩한 동작으로 농구공을 한 손으로 턱 하니 받아낸 세라. "엥??" 자신도 그 뭔가를 받아내 놓고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뭔가가 자신의 얼굴 쪽으로 위협적으로 날아오기에 반사적으로 한 손으로 잡아 버린 것 뿐이었다. 아빠가 조폭이어서 그런건지 어릴 때 부터 생명에 위협이 갈만한 비수들이 자주 날라왔었다. 그 때를 대비해서 항상 연습해 온 것이 이렇게 활용 될 줄이야. "우와 전교 1등이다." "저 공을 어떻게 한 손으로 받았대?? 공부하고 있었으면서." 농구를 하던 남자들이 세라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어떻게 저 공을 받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보통 여자들이라면 분명 그 공에 맞았음이 분명했다. 더구나 세라는 공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공부만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뭐가 날라오는지 알고 있을리가 없었다. "우와 세라 진짜 운동신경 좋은가 본데?" "근데 공이나 돌려주지 뭐 하고 있는거래?" "그러게, 굳은 사람처럼?" 여자들 역시 세라가 공을 잡자 놀라운 표정으로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공을 들고는 있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거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세라는 남자들이나 여자들의 시선이 어떻던 간에 공을빤히 바라보다가 곧 자신에게 공을 던진 간 큰 인간이 누굴까 하고 운동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휴 왜 하필 또 쟤냐?" "씨발.." 유빈이 한숨을 푸욱 쉬면서 호수의 어깨를 툭 쳤다. 안 그래도 짜증나던 참이었다. 자신과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전교1등이라 불리는 여자에게 손찌검을 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농구공으로 맞추려 들었다니. 교장이나 선생들이 알면 노발대발 할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 때의 일을 까발리지 않은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반 아이들에게 그 때의 일은 입 조심을 시켜서 대충 소문은 막아 놨다지만. 세라가 조용히 있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다. '대체 범생이 주제에 -_-^ 저 공은 어떻게 잡았대? 운동신경이 좋은건가 우연인가??' 세라의 손에 가볍게 들린 농구공을 보면서 혼자 중얼 거리는 호수. 호수 역시도 조금은 놀라웠다. 세게 던진건 아니다만 저 공을 가볍게 잡다니. 그것도 공부만 하던 여자에가. "야 거기 앉아있던 니가 잘못이다!" "뭐?" "안 맞았으면 됬지 뭘 바라는거야?" 뭔가 할 말이 없던 호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세라에게 지껄였다.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어 버린 세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렇게 공을 던졌으면 적어도 사과라도 하는것이 예의 아니던가? '하.. 미치겠군. 그러니까 이 공은 저 녀석이 나한테 던진 거였나? 빌어먹을 자식 가지가지 하네.' 농구공을 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세라. 그리고 그 차갑던 눈은 정확히 호수의 머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왠지 널 노려보는거 같지 않냐?" "글쎄.. 안경을 써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유빈이 호수에게 다가가 작게 소근 거렸다.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만 으쓱 거리는 호수. 세라가 앉은 자리는 스탠드이고 햇빛이 조금 빛추는 상황이라 노려본다는게 잘 보일이가 없다. '그리고 지가 노려보면 어쩔건데? 날 팰수라도 있대?' 단순히 세라가 범생이라고 생각한 호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세라에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공부벌레!!! 그 공 좀 던져..." -퍼억 그 때였댜. 막 공을 던져달라고 소리쳤을 때 쯤 세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농구공을 호수의 머리에 정확히 던진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빠악 소리와 함께 그대로 누워버린 호수의 모습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 하는 아이들. '나이스 샷!' 그런 경악스런 와중에도 정확히 공을 맞고 대짜로 누워버린 호수를 보며 속으로 나이스를 외쳐대는 세라. 아마 지금 이 운동장에서 즐거워 하는 사람은 세라 한 사람뿐일 것이다. "으으.." "괜찮냐? 호수야??" "호수야 괜찮아??"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움켜쥐는 호수를 보며 남자건 여자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호수를 부축했다. 지금 이 황당한 일은 둘 째치고 상당히 아파하는 호수가 먼저였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황당한 표정으로 호수를 부축해 주는 유빈. '엄청난 속도야. 전교1등이 힘이 어지간히 센게 아닌가 보군. 이 거리에서 저 여자한테 공이 날라간것도 힘든데. 저기서 부터 공을 직빵으로 보내다니. 정말 그냥 보낸걸까? 아니면 일부러 맞춘걸까?'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세라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척이나 잘 됬다는 표정으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봤냐? 무슨 패스를 저렇게 험악하게 하냐?" "헐 그 무거운 농구공을 어떻게 저렇게 빨리 던지냐? 나도 못 하겠다." "무서운 괴력이다 전교1등." "사람은 겉모습이 다가 아니더라더니."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버리는 남자들. 세라의 모습에는 솔직히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다. 살짝 공을 던질꺼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척이나 무서운 모습으로 호수에게 던지다니. 그것도 정말 무서운 속도로. 솔직히 그건 사람이 던진 공의 속도가 아니었다. 호수의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바람소리까지 들었던거 같다. 휭 하고. 당연히 그 다음으로는 퍽 소리가 들려왔고. 그저 공부만 하던 세라의 모습을 보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습은 참 새로웠다. 그 얇은 팔로 책장을 살포시 넘기면서 말도 거의 안 하는 세라를 생각하며 남자들은 오금을 저려 야만 했다. 그리고 '괴력으로 뭉친 전교 1등을 조심하자.' 라는 말을 끝도없이 되새이며. 역시 사람이란 겉모습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흑 아프겠다. 우리 호수. 아까 맞을 때 소리 진짜 크던데." "쟤 일부러 맞춘거 아냐??" "설머~ 이렇게 명중으로 맞출리가 있냐?" "맞아 그리고 우리 호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다고." 스탠드에서 응원을 하던 여자들 역시 그리 원만한 표정을 아니었다. 아파하는 호수를 보며 몇몇은 훌쩍이기까지 했다. 여자들은 세라를 그저 모범생에다가 운동이라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 무거운 농구공을 세 게 날려서 호수를 맞추었으니 더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응원을 하고있던 같은 반의 여자들은 더더욱 놀랐다. 왜 하필 호수의 머리를 맞첬을까 하는 생각에 '고의' 라는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설마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여자들의 스타인 호수를 싫어할 이유따윈 없다면서 말이다. '악 감정은 무척이나 많이 있다. 이것들아. 후후 그보다 무척이나 통쾌하군.' 여자들의 대화를 들은 세라는 아무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무척이나 통쾌한 일이었다. 저 공에 직빵으로 맞다니. 분명 무척이나 아플 것이다. 더구나나 살짝도 아닌 세게 던졌으니. '그보다 고의라는걸 아무도 모르다니 어지간히 바보같군.'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내 차는 세라. 바보같기는 하다만 대체 누가 알까. 전교에서 다 아는 모범생이 일부러 농구공으로 남자아이의 머리를 맞췄다는 것을. 거기다가 대부분은 호수와 세라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모르는 사람에게 농구공으로 머리를 맞추겠는가? "호수 왜 일어서질 못 하는거야?" "그보다 진짜 아프겠다." '후후 아파야지 당연히 그보다 저 공을 보니 한 방 더 먹이고 싶군.' 여자들이건 남자들이건 호수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그러는 것이 당연히 농구공에 직빵으로 맞고 일어서질 못 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못 하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세라. 저 농구공이 다시금 자신에게 날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졸라 아파. 머리 까지 울리는데 이거 혹 생긴거 아니야?" "괜찮냐?" 잠시 뒤 머리를 슥슥 문지르면서 일어서는 호수. 옆에서 유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진짜 아프겠다 라고 중얼 거리면서. "야 너 죽을래 왜 이렇게 세게 던져!!!!!" "아아 미안. 공.부.벌.레가 운동을 못 하다보니 빗나갔네?" 머리를 문지르던 호수가 고개를 들어 세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경을 치켜 올리더니 약올리듯 호수에게 말을 이었다. '쿡- 저 통쾌해 하면서 비아냥 거리는 말투를 보니 일부러 호수 머리쪽으로 던진거군.' 대화를 듣던 유빈이 피식 웃으면서 호수의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그리고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면서 "풉- 호수가 니가 한 방 먹은거 같다." "제기랄. 넌 왜 웃고 난리야!!!" 웃고있는 유빈이 얄미운지 인상을 구겨 버리는 호수. 세라는 이제 됐다는 듯이 스탠드에 떨어져 있는 샤프와 참고서등을 차곡차곡 주워 들었다. "야 공부벌레 너 고의로 그랬지!!! 야 어딜토껴?" 등을 둘려 화단쪽으로 걸어가는 세라를 보면서 호수가 크게 발끈하며 소리쳤다. 징징 농구공 으로 맞은 머리가 아픈지 잠시 머리를 손으로 잡고 '윽..'하며 신음을 흘리는 호수. "쿡쿡." "불난 집에 부채질 하냐? 열라 아파 죽겠는데 야 너 거기안서!?" 이런 모습이 즐거운지 성유빈은 다시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인상을 쓰면서 유빈에게 소리치는 호수. 친구라는게 어떻게 다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즐거워 하고 있을 걸까? 하지만 그것 두 번째 지금은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세라를 멈추게 해야만 했다. "됐어 됐어. 빨리 경기나 진행해야지." "아 씨발 야 범생이-!! 너 다음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 유빈이 잠시 웃음을 멈추고 호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살며시 달랬다. 입술을 꽉 깨물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문지르면서 세라에게 선전포고를 하듯이 소리치는 호수. 하지만 세라에겐 개 짖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꺄아아아아아!! 호수 화이팅!!!" "꺅 호수 이겨라 호수야 사랑해!!!!!" 잠시 뒤, 경기가 시작 된 것인지 여자들의 함성 소리가 뒤 이어 들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기반을 응원하지 못 하고 호수와 유빈의 반을 응원하는 아이들. 뒤뜰에서 공부를 하던 세라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흥 저 녀석이 대체 뭐가 좋다고 저 난리지? 머리도 텅 빈 돌머리인데." 라고 중얼 거리며 이젠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듯 귀까지 손으로 막으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힘도 힘이지만 여전히 공부벌레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 듯 했다. "으으 빌어먹을 기집애. 힘도 열라세네." 그리고 아직까지도 머리가 징징 울리는 호수는 자신을 맞춘 세라를 씹으며 농구 경기에 전념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8 -사각 사각 늘 그렇듯이 세라네 반은 공부시간 만큼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현재 세라의 반은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연필 굴러가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뭐라 떠들라 하면 아이들의 눈초리 때문에 떠들수도 없는 상황. 그냥 쉬는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오오 세라 정말 천재가 아닌가 싶구나. 어떻게 이 문제를 단 한번에 풀 수가 있지?" "......" "넌 역시 우리학교의 자랑이야." 어려운 문제를 보고 단 몇 분 만에 쉽게 푸는 세라를 보며 감격을 금치 못 하는 선생님. 세라는 하도 이런 칭찬을 많이 들어서 인지 귀찮다는 표정만이 역력했다. 하지만 저렇게 편애를 받는 세라를 보며 아이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딩동댕동' 종소리가 치자 선생님은 세라의 결 좋은 머리카락을 몇번 쓰다듬더니 이내 교실을 나가 버렸다. '기분나빠.. 씨댕 부정타겠네.' 선생의 손길을 심각하게 거부하며 머리카락을 슥슥 가다듬는 세라. 이럴때는 형우가 떠오른다. 그 부드러운 손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줄 때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삑삑 [세라야 ^^ 오늘은 내가 한턱 쏜다 지금 나올래?]-바보♡ 삑삑 소리와 함께 세라의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세라가 핸드폰을 꺼내자 눈이 동그랗게 변해버린 아이들. 저것들이 미쳤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니 아이들은 저마다 모여 소근대기 시작했다. "야 범생이도 저런 핸드폰 가지고 다녀?" "그러게 신기하네. 핸드폰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의 소근거림을 듣고 심각하게 미간이 좁혀지는 세라. '내가 원시인 이냐?' 라고 생각을 한 뒤에 문자를 톡톡 쳐서 재빠르게 보냈다. [-_- 병신아 내가 양아치냐?] 라고. 문자를 보낸지 채 3분도 안되서 삑소리와 함께 답장이 왔다. [그래 넌 학.교.에.서 만큼은 범생이였지?] 왠지 모르게 포인트까지 주면서 보내온 형우의 답장. 괜스레 비꼬는 형우의 말투에 세라는 손가락에 힘을 꾹꾹 주면서 문자를 보냈다. [비꼬지마. 그리고 오늘은 좀 더 재미있는게 생각났어.] -삑 "이 자식은 공부는 안 하고 맨날 문자만 보냈나?" 보내자 마자 바로오는 답장에 신기해 하며 중얼 거리는 세라. 이내 안경을 손으로 슥 하고 올리더니 답장에 눈을 돌렸다. [흠..그래? ^^ 그럼 끝나고 밥 먹자!] 은근히 끈질긴 면을 가지고 있는 형우. 세라는 할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푸욱 내쉬며 [그래 옷 갈아입고 니네 학교로 갈게.] 라고 보냈다. 세라네 학교가 인문계열이긴 하지만 세라가 아프다고 잠시 구라라는 것을 친다면 충분히 까먹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사랑해♡] "바보.." 사랑해란 문자를 보며 바보라고 낮게 중얼거린 세라. 심장이 괜스레 두근두근 거리자 기분이 나쁜지 다시금 샤프를 들어 올렸다.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근데 왜 이렇게 문제들이 죄다 쉬운거야?' 그리고 문제를 한번 쭉 훑어 보더니 잠시 입맛을 다셨다. 역시 좀 더 어려운 문제가 필요했나 보다. "괴물이다 괴물." "맞아 어떻게 하루 내일 공부만 하냐?" "질린다 질려. 어떻게 공부만 하고 살아갈 수가 있는거지?" 아이들은 그런 세라의 모습에 여전히 적응 안 된다는듯이 소근거렸다. 하지만 세라는 늘 그렇듯이 무관심한 표정으로 문제집과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또 다시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급식을 받으려고 줄을 선 세라의 두 눈에는 파란머리인 천호수가 눈에 띠었다. 그의 주변에는 역시나 껄렁한 아이들이 쫘악 배열되어 있었다. "나 한테 찍힌 인간 치고 멀짱하게 살아 숨 쉬는놈 못 봤다." 세라는 아무도 모르게 씨익 웃고는 잠시 발걸음을 옮겼다. 천호수는 학교에서 그리고 인문계열 에서도 상당히 논다고 칭하는 남자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의 패거리들을 꺼리끼는 아이들도 많은터. 보다시피 급식실에선 천호수를 비롯하여 성유빈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면서 밥을 먹는 아이들이 많았다. 물론 여자 일진들이라 불리는 날라리 들은 멋있다며 수도없이 눈을 마주치려 했고 말이다. 성유빈과 천호수의 뒤에 있는 남자들은 대략 10댓명 정도로 보였다. 거의 20명이 되어 간달까? 하지만 다 그렇고 그런 아이들은 분명했다. "씨바 절루 안 꺼지냐?" 성유빈과 천호수의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한 남자아이가 자신보다 조그만한 체구의 아이를 밀치며 말을 이었다. 그 아이는 찍소리도 못 하고 뒤로 조르르르 달려가 섰다. 약육강식의 세계. 그것은 사회에서가 아닌 학교라는 틀 안에서도 존재했다. 약한자는 강한자 한테 먹힌다는 방식. '숫자만 믿고 뻐기는 건가? 어제 산 하이힐로 찍어줬음 좋겠군.' 그런 남자를 보며 세라는 날카로운 하이힐을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은 세라의 일상이었지만 구경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것은 아닌거 같았다. 아이들은 늘 그렇듯이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슬슬슬 자리를 터주었다. 그러자 정말 익숙하다는 듯이 새치기를 하며 줄을 서는 남자들. 기가 차는 세라였다. '젠장! 나는 저렇게 비켜주지 않으면서 저 퍼런대갈 한테는 비켜준단 말이야?' 어째서 호수에게만 길을 터주냐 하는 불만스러운 생각 때문이었다. 늘 사람들이 많았기에 밥 먹기가 여간 곤란했었기 때문이다. "아오! 거 참 우리 학교는 과일이 드럽게 안 나와!" "내 말이. 난 파인애플 좋아하는데." 어느새 껄렁껄렁하게 급식을 받아오는 아이들. 다들 자리를 잡고 앉으려고 했다. "아줌마 좀 만 더 줘요!! 째째하게.. 악! 왜 야채를 주고 그래요?" 그 사이 호수는 급식 아주머니와 다투느라 제일 늦게 급식을 받아오는 중이었다. "제길 제길. 역시 우리학교 급식은 너무 부실하단 말이야. 풀떼기만 먹고 어떻게 살아." 고기보다 야채가 많아서 연신 학교급식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호수. 그 뒤를 이어 성유빈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유인 즉 성유빈은 채식주의자 였기 때문이다.; 급식을 받아오는 모습조차도 멋있는지 여자들은 홍간 눈으로 그 둘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이라 하면 이 학교에서 만큼은 상당히 꽃미남에 속하면서도 싸움까지 잘 하니 인기가 많은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좋은 자리 잡아.." -휘익 "으아아아앗..!" 그 때였다. 좋은 자리를 잡아 놨다면서 좋아라 걸어오는 호수에게 세라가 다리를 건 것은. 촐랑촐랑 걸어오던 호수는 당연히 그 발을 보지 못 하고 균형을 잃어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물론 급식판은 다 엎질러 지고 말이다. 하지만 =_= 세라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닌 듯 싶었다. 그 음식물이 죄다 옷에 튀었으니. "으... 씨발 누구야!!!!!!!!" 부들부들 떨던 호수가 땅에 떨어진 음식들은 보며 비장하게 외쳤다. 허나 그 주인공인 세라는 투덜 거리며 자신의 옷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호수는 자신에게 발을 건 작자가 세라라고 확정을 지은건지 다짜고짜 세라의 멱살을 쥐었다. 세라는 바로 손을 탁 하고 쳐낼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두 눈에 빛추어 지는 사람으로 인해 말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이 범생이년이 아까전에도 졸라 기어오르더니 죽으려고 환장했나? 내가 말했지? 다음에 걸리면 뼈도 못추린다고." "그랬지. 그런데?" "그런데?? 이 년 말하는 싸가지 봐라! 감히 내 급식을 이로코롬 만들어 놓고 무사하길 바라는거야?" 점점 험악해지는 인상에 유빈은 안절부절 못하며 호수의 팔을 잡아 끌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무슨일이 났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세라와 호수를 발견하고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범생이와 학교의 문제아인 천호수라니. "내 옷엔 더러운 음식물이 튀었어." "이거 봐라? 감히 농부들이 힘껏 키운 쌀들이 엎어졌는데 반성의 기미는 안 보이고 뭐? 그래 너 오늘 제대로 걸렸다. 내가 여자는 대체로 봐주지만 니 싸가지를 고쳐줘야 겠다." "미안하지만 싸가지는 너잖아." 세라의 말에 인내심이 뚝 하고 끊어져 버린 호수. 주먹을 들어올리려는 것은 유빈이 턱 하고 힘들게 막아냈다. 휘유유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학생들. 그러다가 이내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열을 내고 있는 호수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와 성유빈 놔봐!!!! 이 범생이 말 하는거 들었냐? 졸라 싸가지야!! 내가 아주 범생이 처럼 말투를 싸악 고쳐주겠어!!!!!!!" "너의 그 말투는 내가 고쳐줘야 되겠는걸?" "뭐 어떤 걸죽한 목소리가 감히 나의 말에 토를 다는거야!?" 뒤에어 들려오는 걸죽한 목소리에 호수는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동시에 보이는 번쩍이는 머리. 그리고 생긋 웃고 있는 교장선생님과 학주. "서..선생님." "걸죽한 목소리?" '헉 난 죽었다...' 호수는 동시에 얼굴이 화악 굳어져 버렸다. 왠지 모르게 범생이가 비웃고 있는듯 했더랬다. 왜 떨지않고 당당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사실상 세라가 떨 이유는 없었지만 호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하하 반짝샘 보라돌이 샘." "호수학생 우리학교의 자랑이자 우리학교를 빛내주는 세라양을 어떻게 해주겠다구요?" "그..그게." 보라돌이 즉 학주선생님의 말에 호수는 점점 표정이 굳어야만 했다. 하필 걸려도 이런 사람들일까. 교장이라 하면 세라라고 하면 몸을 비틀정도로 좋아했다. 학교의 자랑이자 양아치로 소문난 이 학교를 빛내주니까. (양아치라 하면 역시나 호수와 유빈이 제일 유명하다.) 괜히 다른 선생님도 세라를 좋아하는건 아닌 듯했다. '후후 미안하지만 파란머리야? 이번에도 내 승리다.' 당황해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속으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세라의 멱살은 교장 선생님과 학주가 나타난 즉시 풀어져 있었다. 세라는 아까전부터 급식실을 서성이는 교장선생님과 학주를 발견했었었다. 그래서 그리도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교장이라 하면 세라를 지극히도 아끼던 선생중에 하나가 아니던가? 물론 학주역시 만만치 않지만 서도 말이다. "케엑 켁.. 하아 안녕하세요." 세라를 나오지도 않는 기침을 억지로 토해내며 무표정한 얼굴로 교장선생님과 학주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황급히 달려와 세라에게 안부를 묻는 선생님들. 호수는 점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그제서야 후회가 막심했던 것이다. 주위를 살피고 협박을 하든지 했어야 하는건데. 호수는 학주의 눈빛을 보고 다시 한번 움찔 거렸다. 금새 불똥이 자신에게 튈 것은 뻔했으니까 말이다. 세라의 연기에 뻥진건 유빈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호수한테 악 감정이 있는게 분명해. 의외로 무서운 여자인걸?' 유빈은 체육 시간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돌려 힘들게 밥을 먹었다. 호수의 친구들 역시 호수를 애써 모르는 척 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괜히 교장한테 찍히면 머리만 아파지기 때문이다. 그러게 왜 하필 전교1등을 건들였을까. '흥 지까짓게 노려봐서 어쩔거야?' 세라는 호수의 눈초리를 흘깃 보더니 어림없다는 듯이 콧 방귀를 꼈다. "괜찮나요? 세라양 혹시 목이 다치기라도 한건가요?" "콜록 콜록 아니예요. 그저 목이 많이 조여서.." "이런 이런.." '제길 제길.. 잘못 걸렸다. 빌어먹을.. 저 범생이 지금 교장 앞에서 연기하는거지? 내가 일부러 멱살도 살살 잡았는데 저거 완전 여우아냐?' 켁켁 거리며 연신 기침을 해대는 세라를 보며 호수를 기가 막혔다. 소심한 범생이로만 봤었는데 실제로 대해보니 저렇게 여우였을 줄이야. "천호수 교무실에서 보자." '제길 낭패다.!' 학주의 말에 호수는 뒤로 한 걸음 불러나면서 인상을 썼다. 잘 못 건들였다는 사실이 지금에서야 뼈져리게 느껴졌다. 저번 사건 이후로 분명 범생이인 세라는 선생한테 고자질도 못 하는 그런 소심한 아이로 각인이 되어있었는데. 하지만 한 마디로 계산 착오. 즉 실수였다. 아까 체육시간의 행동을 되짚어 보며 다시 생각했어야 했는데. 주변의 아이들은 웅성웅성 거리며 호수를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아무리 겁 없는 일진들이라지만 집안에 빽이 없는 이상 세라를 왠만하면 건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인 즉 역시나 세라가 학교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랄까? 잘못해서 폭력이라도 썼다간 정학이나 퇴학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세라양 공부해야지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해요." "네." 세라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교장선생님과 학주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유유히 급식소를 벗어났다. 물론 빙긋 웃으며 호수에게 얄미운 웃음을 보여주고 말이다. '후후 내가 말했지? 나 건들이고 무사한 놈 못 봤다고. 파란 머리 끝이 아니야. 각오 단단히 해두는게 좋을거야.' "이이익.. 이 범생이 너 지금 비웃은 거지? 너 진짜루 가만두지 않을거야 오늘의 복수는 언젠가 꼭 해주고 말테다!!!" "이 놈이 어디서 소리는 소리야?" "아악 아파요 귀 잡아 댕기지 마요!" 얄미운 세라의 웃음을 참지 못 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를 질러버린 호수. 하지만 곧 학주 선생님에 의해 귀를 잡히고 만다. '제길 제길 억울해! 그 얄미운 범생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거야.' 호수는 무척이나 억울한 그리고 복수를 다짐하는 표정으로 세라가 지나간 곳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렇게 오늘은 세라가 아닌 호수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그에비해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짓고 있는 유빈. 아까전에 말리느라 힘이 들긴 했지만 어째서 호수와 저 생각지도 못한 범생이 세라가 부딫치는게 이렇게 즐거운지 모르겠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9 '후후후후훗- 기분이 너무 좋은걸?' 무표정한 얼굴에 샤프펜을 돌리며 점심시간의 기억을 회상하는 세라. 어찌 이리도 통쾌한 기분이 드는지. -딩동댕동 5교시가 끝나자 세라는 주섬주섬 책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형우와의 약속도 있고 해서 야.자(야간 자율학습)을 빠질 생각이었다. "저기 세라야.. 아직 수업 안 끝났는데?" 세라가 가방을 싸고 곧 교실을 나서려 할 때 눈치없고 단순한 부반장이 세라를 불러 세웠다. 아이들은 다들 '징하다 징해'란 눈빛으로 부반장을 올려다 보았다. 당연한 것이 그렇게나 세라에게 무안을 당해놓고서도 말 걸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일까? "내가 바본줄 알아? 그런것도 모르게??" "저..저기 그럼 어디가??" "신경꺼." 일체 억양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부반장에게 내뱉은 세라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교실을 빠져나간다. "쯔쯔 그러게 왜 또 말은 걸고 그러냐?" "그..그치만 ㅜㅜ 같은 반 학생이 야자를 빼먹는걸 볼 순 없잖아." "너다운 생각이다. 하지만 저 범생이가 야자 빼먹는거 겠어? 어디가 아프든지 하겠지." 울먹울먹 거리는 표정으로 교실에 주저앉은 부반장. 세라가 나간뒤에 부반장의 친구로 보인은 몇몇 아이들이 부반장을 위로하며 혀를 끌끌찼다. 하지만 보다시피 세라는 형우와의 데이트로 인해 일명 땡.땡.이를 까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누가 믿어주리?? "흐윽 ㅜㅜ지가 공부만 잘 하면 다냐? 왕 밥맛이야!!" "쯧.. 저러면서도 또 생각없이 말 걸지." 부반장이 울먹 거리다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한심스럽게 중얼 거리는 그녀의 친구. 부반장이란 명칭에 안 어울리게 정말 왕 단순하고, 어리벙벙하다. 그래서 늘 세라에게 무안을 당하면서도 꿋꿋히 말을 거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 * 다시 화제를 돌려서 여긴 교무실. "^^ 그래 세라 집에서 푹 쉬다가 내일 봐요." "네." 이미 선생님에게 아프다는 핑계로 허락을 맡고, 창백한 표정으로 교무실을 나서는 세라. 하지만 곧 피식 하고 냉소적인 비웃음을 지으며 곧장 집으로 향했다. '아무튼간 내 말이라면 다들 껌뻑 죽는다니까?' 부반장도 그렇고 교장도 그렇고 학주도 그렇고, 공부 잘 한다는 사실에 저리도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니 당연지사 비웃음이 나올 수 밖에. -왈왈 이리저리 생각을 하며 걷는 도중 세라의 눈 앞에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띠었다. "똥.개 -_-^ 방해된다." 불쌍한 강아지를 구제해주지는 않을 망정 똥개라 부르며 발로 뻥 하고 차 버리는 세라. 그 주위에 있던 아줌마들이건 아가씨들이건 눈동자가 휘둥그래 졌다. 저렇게 모범적이게 생긴 학생들이 더 무섭다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는 말이었다. -깨깽깨깽! "더럽게 개털 묻었잖아." 불쌍하게 시리 깨깽거리는 개를 보며, 불결하다는 생각에 신발을 툭툭 터는 세라. 다시한번 눈에 띠어 버리는 개를 살벌하게 노려보더니 이내 빠른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타악 가방을 쇼파위에 올려놓고, 교복을 벗어 캐쥬얼한 사복으로 갈아입는 세라.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길다란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풀고 곧 반 묶음으로 묶은 세라는 거울을 보며 중얼 거렸다. 언제나 봐도 재수없는 안경. 어릴적 부터 생각해왔던 것인데, 안경을 쓰는 범생이란 범생이는 다 족치고 싶었던 기분이었다. 고로, 지금의 자신의 모습 역시 역겨울 뿐이었다. "하루빨리 이 안경과 빠이빠이 할 날이 왔으면 좋겠네." 세라는 안경을 벗어 탁자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 거울에 시선을 돌렸다. 안경을 벗자 보이는 자신의 원래 모습. 아무런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동자. "쿡- 신기하네." 안경하나 벗는다고 미인이라고 칭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픽 하고 웃었다. 어떻게 머리 모양 그리고, 안경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는걸까? 학교에서 못생긴 편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쁜 편에 속한 건 아니었다. (->보단, 역시 모범생이다 보니 아니 솔직히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남학생들이 많이 피한다.) 세라는 다시한번 자신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 차가운 눈 때문에라도 안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눈으로 학교를 다닌다면 조금 쯤은 눈에 띌 법 하니까. 안경 하나로 눈이 가려진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지만 이런 자신이 모범생으로 보인다는 건 더 신기한 일이었다. 솔직히 터 놓고 말하자면 안경을 쓰는 진짜 이유는 역시 범생이 처럼 보이기 위해서랄까?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도 범생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책과 안경이다. 고로 학교에서도 안경을 쓰며, 늘 책을 끼고 사는 것이다. "아 핸드폰이 어디있더라?" 거울에서 눈을 떼 가방에서 핸드폰을 뒤적뒤적 거리던 세라는 뭔가가 툭 떨어지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러브레..] 채 다 읽기도 전에 쫙쫙 볼필요 없다는 듯이 찢어 버리는 세라. "아 씨바- 어떤 새끼가 쓰레기 따위를 집어넣고 난리야?" 그리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러브레터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다시 가방에서 핸드폰을 뒤적 거렸다. "여기있다." 마침 핸드폰을 찾은 세라는 걸려있던 핸드백을 걸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그러다가 잠시 멈칫- "하이힐 신고 갈까??" 신발장에 쌓여있는 무서운 하이힐을 보더니 잠시 고민에 휩싸인 세라. 하지만 역시나 자신이 좋아하는 하이힐을 신었다. "상고는 여기서 얼마 되지 않으니까 지금 문자 보내면 되겠네." -띡띡 밖으로 나와 자신의 학교와 상고와의 걸리를 계산한 세라는 이내 핸드폰을 꺼내 형우에게 문자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지금 곧 너희학교 앞으로 간다. -_- 담은 넘든지 튀든지 알아서 겨 나와.] 마지막 문자전달을 누른 세라는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상고로 향하기 시작했다. *상고 4: 40분 이 맘때 쯤이면 상고도 끝날 시간인지 참 많은 학생들이 떼를 지어 나오고 있었다. 세라는 조금 있으면 곧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교문에 비스듬히 서서 언제나오나 하며 학생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득 교문을 지날 때 마다 자신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져 미간을 좁혔다. "어머, 쟨 뭐야?? 모델 같다." "우와 진짜 잘 빠졌다- 애인 만나러 온거아냐??" "어느 학교앤가?? 나 저렇게 이쁘장한 얘는 듣도 보지도 못했는데??" 쑥덕쑥덕 '이쁜 여자 처음보나?' 세라는 칭찬어린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차가운 눈동자로 사람들을 훑었다. "이야 저런 애인 있으면 소원하나 없겠네." "한번 가서 말 걸어볼까?"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 역시 세라에게 말을 걸기위해 장난스런 말도 해가며 교문을 지나치고 있었다. "어라?? 쟤네들 또 왜 저래??" "시비걸러 가는가 보지. 쟤네들 이쁜얘들은 죽어도 못 봐주잖아." "어느학교 앤지 모르겠지만 안됬네." 갑자기 불쌍한 사람 쳐다보듯이 지나가는 학생들. 세라는 수시로 쳐다보는 눈빛에 슬슬 기분이 나빠지던 찰 나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턱 하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머? 넌 뭐니?? 못 보던 얜데?? 어느학교야??" 들려오는 코맹맹이 소리에 세라는 상대할 가치도 못 느꼈는지 말 대답 조차 하지 않았다. "응?? 너 어느학교 냐고, 남자친구 만나러 왔어?" "낄낄낄 얼굴 좀 반반하니 그럴거 같네." "킥킥 입이 붙었나??" 여자들의 비아냥 거리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쳐다보는 거 조차 하지 않았다. "짝짝- 야 지금 말 씹는거냐? 너 어느 학교 애냐고-" 이어지는 세라의 침묵에 풍선껌을 불량스럽게 짝짝 씹어대며 인상을 찡그리는 여자 한명. 그 여자 주위에는 초 미니 스커트 처럼 교복을 쫙 줄인 여자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었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학생들 이었나 보다. 이 여자 무리들 이라 하면 상고의 여자 문제아 들이며, 자신보다 예쁘장한 여자는 곧 죽어도 못 보는 그런 성격을 지는 아이들이 똘똘 모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문에서 특히나 아름다운 외모로(?) 눈에 띠는 세라를 가만히 놔둘리 있나. "낄낄 졸라 반반하게 생겼네." "이렇게 이쁜 년 처음보는데? 아 골때려 난 이런 이쁜 얘들만 보면 괴롭히고 싶더라." 껄렁껄렁 불량하게 마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세라를 둘러싸는 여자 패거리들. "킥 맞아 아주 얼굴을 뭉개 버리고 싶어." '그전에 니가 먼저 뭉개질 거다.' 일일히 대답했다가는 원치않게 여자들이랑 싸움을 하게 되니 그런 재미없는건 하지 말자는 생각에 아무말 없는 세라. 솔직히 여자랑 싸우는 쪽 보단 남자쪽을 더 갈망하는 세라다. 여자는 뭐랄까 체력으로 부터도 남자랑 차이가 나고 힘 부터 틀리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좀 더 강한 남자들과 싸우는 것을 좋아했던 세라다. '여자는 시시해. 그것도 저런 쓰레기랑은 상종하기 조차 싫다.' 거들떠 보지도 말자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여전히 형우가 나오기 만을 기다리는 세라. "와 씨발 이래도 씹네?" "야 고개 좀 돌려봐!" '보나마나 뻔하지-' 무시무시한 여자들의 욕설이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여전히 무시하며 교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얜 왜 이렇게 안 나오는거야? ' 세라는 몇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형우를 생각하자 이마에 핏대가 하나 섰다. "이 년 쫀거아냐??" "이게 쫀거냐?? 졸라 우리 무시하는거지." 여러차례 세라가 무시하고 있자 열이 열 대로 오른 여자는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세라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씨발아 너 어느학굔데 이렇게 깝사는 거냐?" "......" '무시하자 무시.' 자신에게 들려오는 욕설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세라. 파마머리 여자는 세라의 긴다란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댕겨 낄낄 웃더니 이내 살짝 놓아 주었다. 순간적으로 주먹이 날아 갈 뻔함 것을 절제한 세라는 마음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C-8' 이라고.. "썅- 이 개같은 년을 보게! 그래 니가 이래도 입 안 여나 보자!" -타악 다시한번 세라의 무응답에 한 여자가 손을 들어 올려 세라의 뺨을 내려쳤다. 아니 내려쳤다기 보단 내려치려 했다. 하지만 곧 세라의 빠른 동작에 팔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잡혀 버렸다. '아아 이런 결국엔 나의 성질을 참지 못 하였구만.' -우득 "꺄아아아악!!!" 일말의 여유도 없이 바로 그 손을 꺽어 버리는 세라. 곧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여자의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교문 앞에서 울려 퍼졌다. '정말 나의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커다란 아량을 베풀어 곱게 보내주려고 해도 가지를 않네.' 세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들었던 팔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한번 더 나의 따스한 마음을 베푸마.' "꺼져." '그래 꺼져 버려라.' 세라는 간단하게 그 손을 홱 하고 내팽겨 치더니 차가운 저음으로 중얼 거렸다. 움칠 하고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서는 여자들. "여우야 괜찮아??" "으읏 씨댕 졸라게 아파 뼈..뼈 부러진거 같애." 팔이 아픈지 울먹울먹 거리며 쓰러진 파마머리 여자 곁으로 다가서 걱정스럽게 묻는 그녀의 친구들. (불량 교복들-) '꼴깝 떤다-' 세라가 그 모습에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저.저게 비웃었어?" "좇도 안 되는데 어느 학교라고 지금 시비거는 거야?" '하 시비는 누가 걸었는데?' 여자의 말에 세라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씨바 니가 놀다 온 모양인데, 그래봤자 넌 하나라고." '얼씨구?? -_- 하.. 정말 안 싸우고 곱게 보내주러고 하는데 왜 저렇게 말을 안 들으실까? 그렇게 터지고 싶은건가?' 여자의 말에 세라는 잠시 생각에 곰곰히 잠겼다. 이제 곧 따스한 마음을 접어두자고, 이 만큼 기회를 줬으면 할 만큼 다 했다 이거였다. 고로, 이젠 봐주지 않고 싸우겠다..가 아닌 졸라 패 주겠다는 생각이 깃들었다. "얼굴 좀 반반하다고 깝싸는가 본데, 어디 한번 죽어봐라." "씨발 그냥 여기서 밟아 버리자." 전혀 미안함 따위도 찾아볼수 없는 세라의 모습에(<- 미안함 보다 왜 더 때리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화가 극도로 닳아 오른 여자 패거리들은 단체로 세라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건 자업자득이다. 날 원망하지는 마~ 난 분명 너희들을 보내주려 했다고.' 세라가 차가운 눈동자로 싸늘하게 그들을 훑어보며 막 주먹을 내뻗으려 할 때.. "멈춰." 라는 형우의 차디찬 음성이 들려왔다. 멈칫한 것은 세라뿐 만이 아니라 단체로 달려들려고 했던 여자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스윽 하고 가볍게 고래륻 돌린 세라의 두 눈에 형우와 그리고 상고 일진들이 떼를 지어 오는 것이 보였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어머 형우야~" 여우라 불렸던 파마 머리가 애교있는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언제 세라를 노려봤었는지 찍 찢어진 눈을 접으며 형우의 품에 폭 안겼다. "형우야아~ ㅜㅜ 저 얼굴만 x같이 생긴게, 내 팔을 이렇게 부러뜨려 놨어." '-_-저게 지금 누구한테 앵기는 거야?' 여우같은 파마머리를 보며 작게 인상을 찌푸리는 세라. 하지만 곧 형우에게 시선을 돌린채 낮게 말을 했다. "너.." "야 이형우." "엥??..으응?" "내가 여기서 몇분을 기다렸는지 아냐?" 차가운 표정으로 세라를 공격하려던 불량교복을 바라보던 형우는 갑자기 낯익은 세라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이..이런 화났나?' 아까의 그 차가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세라를 번갈아 보는 형우. 그러다가 이내 자신에게 안겨있는 -_- 요상한 물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뭐야?" 세라와의 대화와는 확연히 다른 차가운 저음. "응?? 혀..형우야 왜 그래? ㅜㅜ" 처음으로 형우에게 안겨서 인지 참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건만 형우는 마치 더러운 것을 안았는거 마냥 홱 하고 밀쳐냈다. 대체 언제 이렇게 안겼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세라에게 관심이 쏠려 있는 상태였다. 예전처럼 형우에 의해 거칠게 밀려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파마머리. 왠지 가만히 있다 했다. "쯔쯔 그럼 그렇지." "왠일로 가만히 안아 줬다 했어. 아예 존재조차 몰랐던거 같은데?" "불쌍한 년." 파마머리의 친구들은 그럼 그렇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우라 하면 이 상고의 차가움의 원조 아니던가. 얼굴 잘생겼지 싸움 잘 하지. 여러모로 인기도 많지만 문제라면 역시 여자를 멀리하는 차가운 성격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여학생들은 많았는데, 그 중의 대표적인 예가 이 파마머리다. 파마머리는 심각하게 형우를 좋아하는데, 형우는 늘 그녀를 차갑게 아니 거의 무시하다 싶었다. 아마 이번에 스킨쉽 하는 것도 처음이라 생각된다. 말이 스킨쉽 이지 형우가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을 때 겁도없이 안겨든 것이 아니던가? "젠장, 더럽게 시리." 형우는 마치 벌레를 만진 것 처럼 옷을 툭툭 털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파마머리를 쏘아보고 시작했다. "형우아 ㅜㅜ 그치만~~ 저 학교도 모르는 여자가 이 학교의 퀸카인 날 이렇게 만들어 놨단 말이야. 꼴에 남자친구라도 만들어 놓았나봐." '꼴에???' 파마머리의 말에 세라의 미간이 잠시 좁혀졌다. 꼴에라는 말은 자신이 형우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그런데 라니 ㅜㅜ 나 구해줄려고 멈추라고 한거 아니었어?" 울먹 거리며 세라를 가르키는 파마머리. 그리고 억울하다는 듯이 형우에게 하소연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별로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무관심하게 대답하는 형우. 그러면서도 시선은 세라를 향한다. 이런 형우를 보며 세라는 내심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남자친구 하나는 똑부러 지게 둔 거 같았다. "꼴깝떠네." "응??" "내가 뭣 하러 너흴 구해줘??" 하지만 서도, 파마머리의 말은 전혀 말도 안 되는 거짓이었기에 기가막힌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응?? ㅜㅜ 그..그거야 우린 같은 학교 학생이고.." "정신나간 소리 집어쳐라." "혀.형우야." 차갑고 무심한 형우의 말에 결국 눈물 한 방울이 질끔 맺히는 파마머리. '쿡- 내가 상대 안 해도 되겠군.' 별말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가 하면 울먹울먹 거리는 여자들을 보며 세라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누가 내 이름 부르래? 그리고 내가 멈추란건 세라에게 공격하려던 저 년들이었어." 파마머리가 울던 말던 상관도 않던 형우가 손가락으로 불량교복들을 쭈욱 바라보며 낮게 말을 이었다. '그럼 그렇지. 설마 나보고 멈추라고 한거였겠어?' 그 말에 세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을 하고 곧 무표정한 얼굴로 형우에게 향했다. "이형우." "어어?? 세라야- 아니 내가 늦으려는게 아니라~ ^ㅇ^;;" 세라의 나지막한 음성에 당황한 형우가 빙긋 웃으면서 얼버 부렸다. "허억!!!!" 형우의 웃음과 함께 적잖게 터져나오는 비명들. "헉!!!!! 방금 웃었어??" "저 차가운 이형우가???" "우리가 잘 못 본거 아니지???" 그 모습에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자 불량교복들. 물론 형우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야 매일같이 봐왔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물론 아직도 적응 안 되는 부드러운 말투와 미소이긴 하지만 서도. "와아 뻑간다. 뻑가." "쟤 뭐야- 형우랑 아는 사이였어?" 어쨌던간에 생소한 형우의 부드러운 미소와 말투에 여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꽃미소 같은 형우의 미소는 둘 때 쳐놓고 어떻게 저 여자와 형우가 아는 사이란 말인가? 부럽다는 듯이 세라를 번갈아 보는 교복일당.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세라가 입을 뗐다. "세라야 있잖아..." "그건 나중에 묻기로 하고.. 너희학교 년들 왜 저리 싸가지가 없는거냐?" 여전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라에게 빙긋 웃는 형우. 자기 딴에는 무척이나 일찍나온다고 나온것인데, 세라가 먼저 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내심 자신을 기다리는 세라를 보니 이리도 기쁠수가 없었다. 이런 형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라가 교복여자들에게 시선을 던지며 툴툴 거렸다. "뭐??" "저 썅년 말 하는거 봐라." "저년이 뭔데, 형우가 저러는거야?" "짜증나 형우야 그냥 밟아 버려. 얼굴만 이쁘면 다야? 졸라 재수.." 그와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거센 기세로 세라에게 달려는 교복 군단들. 얼굴 좀 반반하고, 형우와 절친한 사이로 보였지만 자존심 이라면 한 자존심 하는 자신들을 깍아 내리는 것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시끄러." 그 순간 형우의 차가운 저음에 속닥 거리던 소리들이 멈추었다. 얼마나 소름끼치던지 여자들은 말을 하면서 몸 까지 얼어 버린 듯 헸었다. "니들 한번만 더 세라 건들여 봐라. 그땐 여자라도 봐주지 않겠어." '뭐 그전에 너희는 세라에게 -_- 회 뜨일테지만..' 형우가 말 하면서 머리속에서 생각했다. 사실 멈추라고 한 것은 세라를 향한 불량교복을 멈추게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우선은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교문 앞은 아마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을 것이다. -오싹 "혀.형우아 어떻게 이..이럴수가 있어?" "내가 뭘?" "우린 같은 일진이고 같은 학교에다가.." 형우의 말에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여학생들이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 보통은 악을 쓰며 깡다구를 부려보는 아이들 이지만, 형우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고, 무엇보다 저렇게 차가운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형우에게 어찌 개기리? "픽- 야.." "으응?" 우습다는 듯이 파마머리를 부르는 형우. 그런 형우의 말에 파마머리는 얼굴을 붉히며 형우를 쳐다본다. "얘는 내 여자친구거든??" "뭐어어어어어-엇!!!!!!!" 그리고 곧 청천벽력 같은 말에 입이 쩍 벌어진다. 여자친구 여자친구.. 여자친구라 하면 여자를 돌 보듯 하는 형우의 걸 프렌드? 아니 새끼 손가락이라 이건가? 놀라운 표정으로 세라를 번갈아 보던 교복들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정도면 사귀어 볼 만하구나..'라고. 여자들에게 까지 예뻐 보일 정도로 세라는 아름답고 고고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일진이었냐? 니들이 멋대로 부르는 거잖아." 세라의 외모를 쳐다보는 것도 잠시 형우의 억양없는 어조에 다시한번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한 두번도 아니지만, 늘 형우와 대화 할 때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난 너희를 지켜야 할 의무따윈 없어.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은 단 한 사람 세라 뿐이야." "......" 형우의 말에 그야말로 침묵이 흘렀다. "꺄아- 형우 진짜 멋있어." "여자친구 없는 줄 알았는데, 저렇게 이쁜 앨 두고 있었던 거야?" "꺅-♡ 부러워." 그 침묵을 깬 것은 극성맞은 여학생들. 불량교복 여자들과, 형우 패거리들이 한 대 모여있는데,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법. 그리하여 둥글게 둥글게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형우가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려고 하다니. "꺄- 쟤 얼굴봐라 보호할 만도 하네." "부럽당~ 나도 형우 좋아했는데." 부럽다는 듯이 세라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여학생들. 남자들은 지켜보면서도 형우 패거리와 눈을 안 마주치기 위해서 힐끗힐끗 쳐다 보기만 했다. "좋은말로 할 때, 세라한테 관심꺼라. 내가 웬만해서 싸움 안 하는거 알지?? 만약 세라 한번만 더 건들이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라." "-오싹" 남자한테도 되도록이면 싸움을 안 거는 형우인데, 겨우 여자 문제로 싸움을 하겠다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절대 세라를 건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불량교복 패거리 들이었다. 아무리 이 상고에서 난다 긴다 하는 여학생에, 빽들이 많다 하지만 상고 서열 1위 이형우를 이길 자신을 없었기에. 이형우라 하면, 차갑지만 다른 다혈질 놈들과 확연히 다른 이성파가 아니던가? 되도록이면 대화로, 그리고 되도록이면 머리를 치밀하게 써서 싸우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성격이라 해도 쉽게 건드는 사람은 없었다. 상고 이형우의 싸움 실력은 차마 입에 담아 낼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뭐 사실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지만 말이다. (싸움 하는 걸 본 사람은 극히 소수고, 싸움실력은 거의 미화되어 퍼진 것이었다.) 천호수&한진호&이형우. 이 세명은 고등학교의 대표적인 싸움꾼들로(문제아) 사실 누가 더 싸움을 잘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것 외엔 별로 알려진 것도 없다. 이들과 쌍벽을 이룬다는 것 이야말로 형우란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천호수그리고 한진호 이 들 역시 형우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유명한 인간들이 이었던가. 뛰어난 외모와 뛰어난 싸움실력. 학생들 중 천호수 한진호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고, 싸워 본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벌벌벌 떠는 정도라 했다. 거기다가 따르는 무리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숫자 역시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유명한 세 사람도 쌍벽을 이루긴 했지만 서열 이란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서로 마찰도 없었거니와 (저번에 형우와 진호의 마찰은 있었지만.) 아마 얼굴조차 제대로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런곳엔 관심조차 없어하는 이들이니. 뭐 사실 싸웠어도 자잘한 일진들이 싸웠기에 누가 더 강하고 센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서로들 싸움을 너무 잘 하다 보니 인문계는 천호수를 그리고 상고는 이형우를 공고는 한진호가 더 싸움을 잘 한다는 둥 자기들 끼리 판단하는 것이 다 였다. 어찌됬건간에.. 요로코롬 무서운 형우의 차가운 눈초리에 움찔 거리며 입을 곱게 다무는 교복군단. 분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상고 이형우에게 괜히 잘 못걸렸다가는 작살나는 수가 있으니. "세라야~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ㅇ^ 어떻게 일찍왔네?" "미친새끼 늦게 나온것도 모자라서 저런 년들한테 욕까지 얻어먹게 해?"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웃음으로 세라에게 묻는 형우. 이런 형우를 보며 세라는 약간 화가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소근)좋겠다- 씨바 정말 복 터진 년이네." "여전히 적응 안 된다." 형우의 웃음을 보며 얼굴을 붉힌 채 부러워 하는 여자들. 그럴것도 한 것이 형우의 웃음은 정말 보기힘든 천사의 미소 아니던가. 하지만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는 서슴없이 웃으며 말투는 졸라게 사근 사근 하기까지. 이러니 부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어엉? 욕했어?? 저 썅것들이??" "그래. 내 넓고 넓은 마음씨로 봐주려고 했는데 자꾸 기어오르는 거야." "족쳐 버리지?" "근데 니가 갑자기 껴들었잖아!!!" -퍽 욕 이라는 소리에 세라에게 '족쳐 버리지.' 라고 말하는 형우. 하지만 세라는 '장난치나?' 라는 표정을 지으며 형우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어머머머." "쟤 진짜 깡세다. 어떻게 형우 머리를 칠 생각을.." 돌발상황에 주변의 아이들이 입을 떡 벌리며 경악했다. "악! 진짜 힘도 좋아." "당연한걸." 아픈 듯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씨익 웃는 형우.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들과는 달리 형우는 늘 일상생활에서 있던 일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의 말에 세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려 보였다. "그보다 너흰 왜 그렇게 쳐다보냐?" "아..아닙니다!!!!!" 세라가 힐끗 상고 일진들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동시에 소리치는 상고일진들. 대략 세라의 본 모습을 아는 인간들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 그리고 동시에 형우의 싸움실력과 본 성격을 아는 희귀한 인간들 중 몇몇이다. "내가 못할말 이라도 했나?" "아닙니다!!!!!!" 세라의 말에 하얗게 질려 고개를 푹 숙이는 일진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넓고 넓은 마음씨???? 마음씨가 그리 넓어서 죽어가는 사람을 웃으면서 밟냐?? 그것도 무척이나 즐거워 하면서???'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세라의 말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어머, 쟤네들 까지 왜 저래??" "쟤 진짜 빽 좋은가 보다." 의외의 행동을 하며 쫄아버리는 상고일진들을(대략 형우와 같이 몰려다니는 아이들.) 보며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혹은 대단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주시했다. "흐음- 특별히 여자라 봐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개기더군?" "응?? 넌 원래 아무나 다 안 봐주잖아." "그렇긴 한데, 여자는 남자보다 약해서 재미없어." 구경꾼들은 잠시 제쳐두고, 다시금 이어지는 세라와 형우의 대화. 대화를 듣던 일진들과 형우가 동시에 머리속에서 외쳤다. '이 잔인한!!!!!!!!!!!' "헉.! 하지만 아까는.." "아아 너무 깝쳐서 뼈나 좀 부러 뜨리려고 했지." 형우가 경악 어린 표정으로 중얼 거리자 세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머리카락을 살짝 매만졌다. '악마!!!!!!!!!!!!!!' 하지만, 그건 세라뿐이고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죽을상인 표정으로 머리속에서 악마란 단어를 외칠 뿐이었다. 늘 보는 일이고,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전히 적응 안 되는 형우의 모습과, 그런 형우를 가지고 놀 듯 악마같은 세라. 형우의 친구들인 즉 상고일진들은 늘 그렇지만, 세라와 친해지고 싶어도 친해질 수 없는거 같다.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건 둘 째 치고, 천성 여왕님 체질이니 형우를 제외하면 아마 세라와 어울릴 수 있는 남자도 없을 것이다. "쳇- 별게 다 기분 더럽게 하네. 내가 다음부터 니네 학교 오나봐라." "풋 그럼 내가 갈까?" "미쳤냐!!!" 세라의 툴툴 거리는 모습이 귀여운지 형우는 세라의 머리카락을 꼬면서 작게 웃었다. 그에 경악하는 세라. "왜? ^ㅇ^ 우리학교는 싫다면서." "빙신 너 같이 인기많은 인간 오면 골치아프다." 그런 세라를 보며 형우는 방글방글 웃으며 어깨동무를 했다. 세라는 그 팔을 살짝 치우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살짝 짚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살아야 하는데, 소문난 상고 이형우와 어울린다는 것을 안다면 소문도 자자 할 것이고, 조용히 살겠다는 신조가 콰쾅 무너지는 행위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요로코롬 거부할 수 밖에. 만약에 이게 장난이 아니라 진담이었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됬을지도. "풋- 하긴 내가 인기가 많긴 하지." "닥쳐라." "자자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형우의 웃음에 세라는 매끈한 눈썹을 치며 올리며 짧게 대답했다. 금새라도 불끈 쥐어진 세라의 주먹을 본 형우는 실실 웃으며 세라의 손을 꽉 잡았다. "니가 언제부터 밥을 좋아했다고." "너랑 먹으려고 예약까지 해놨단 말이야. 얼른 가자." "맛있는 거지?" "당빠지." 여전히 툴툴 거리는 세라를 보며 형우는 교문앞에서 드디어 발걸음을 뗐다. 세라의 물음에 형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없기만 해봐라." "후후 그럼 다른거 시켜주지 뭐." 고개를 홱 돌리는 세라가 귀여운 듯 그런 세라의 볼을 콕 찌르며 하얀 이가 드러낼 정도로 밝게 웃는 형우. 상당히 멋있는 형우의 웃음 아쉬운게 있다면 그 모습에 뻑간 건 세라가 아니라 그를 좋아하는 추종자들 이란 것이다. (세라야 늘 형우의 웃음에 파묻혀 왔으니 그리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맛 없으면 죽어-" "걱정마 ^ㅇ^ 니가 맛 없다고 하면 몇천번이라도 맛있게 해서 줄테니까." "말은 잘해." "뭐- 진심이다?" 세라와 형우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상고 학생들. 이형우라 하면 여자를 돌 같이 보던 남자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 이유가 저런 예쁜 여자친구가 있어서 라니. 아니 여자친구가 있다해도 어떻게 저리 표정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부럽다." 여자들은 모두 하나같에 시뻘겋게 벌개진 얼굴로 나지막히 내뱉었다. 파마 머리는 분한 듯 입술을 꽉 깨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엔 홍조가 띄고 있었다. 세라와 형우의 사이를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상고 이형우를 상대로 그런 순 없었고 더구나 세라 역시 만만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와 근데, 쟤도 진짜 이쁘다." "저러니까 형우의 여자친구가 됬겠지?" 당당하고 혹은 매력적인 세라의 얼굴을 떠 올리며 여자들을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은 전혀 상대할 수 없을 느낌이 들었달까? "씨발 입 안 닥칠래!?" "괜히 형우 여자친구 한테 당한거 화풀이야." "맞아 역시 형우 여자친구는 뭔가 좀 다르나봐. 쫄지도 않고 말이야." 하지만 파마머리는 분에 안 차는 건지 괜한 화풀이로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미, 쪽 당할거 다 당한 파마머리를 누가 무서워 하리? 다들 코 웃음을 치며 그녀를 한 껏 비웃을 뿐이었다. "근데, 쟨 어느학교야? 한번도 못 적 없는데??" "내 말이.. 저정도 외모면 분명 알만도 할 텐데. 그럼 연상인가?" "뭐 그런가 보지. 아무튼 졸라 이쁘다 아아 부러워~~" 여자들은 사복에 그리고 처음본 듯한 세라의 얼굴을 떠 올리며 저마다 조잘 조잘 거리며 흩어졌다. "이럴게 아니라 우..우리도 빨리 가자." "안가면 안 될까?" "미친놈! 빨리 와!!" 멍하니 있던 상고 일진들이 후다다닥 세라와 형우의 뒤를 따랐다. 더더욱 심란한 분위기를 남기고 가는 남자들 이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레스토랑 -달그락 달그락 어느새 레스토랑에 도착한 세라와 형우. 물론 형우의 친구들 역시 주변에 차악 앉아 있었다. 고등학생들 끼리 어찌 이 비싼 레스토랑을 찾았냐 싶겠지만 형우 같은 경우는 꽤나 알아주는 집안이었기에 가능했다. 어쨌든.. 열심히 칼질을 하느라 주변에는 조용한 침묵과 동시에 달그락 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맛있지?" 생긋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세라에게 묻는 형우. 그의 미소는 여전히 천사의 미소라 할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맛 없지는 않네." 하지만 세라로썬 거의 매일 보다 싶이 한 미소라 별로 극한 감정따윈 느끼지 못했다.(극한감정=정신나간 감정) 감정은 뒤로하고, 음식이 맛없지는 않았기에 세라는 뚱하니 대답하고 스테이크 하나를 더 집었다. "이제 나올 때쯤 됬는데.." 연신 먹어대는 세라를 바라보다가 형우가 작게 중얼 거렸다. "악!!!!" 그때 스테이크를 먹고있던 세라에게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 "왜.. 왜 그래 세라야?" "악 씨발- 돌 씹었어!! 뭐가 이렇게 딱딱해? 퉷퉷-" '아싸아~ 드디어 나왔군.' 세라가 뭔가를 턱 하고 뱉어내자 형우의 얼굴에선 싱글벙글 연신 웃음이 맴돌았다. "씨발- 이 배은망덕한 새끼." "으응??" "이 개새끼.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그런 형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세라는 급속도로 얼굴이 식으며 욕을 내뱉었다. 덕분에 욕을 왕창 얻어먹고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형우. '대체 왜 화를 내는 거지?' 형우는 다시한번 싸늘한 세라의 얼굴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살벌하다." "이래서 따라오기 싫었던 건데. ㅜㅜ 짱은 너무 무섭다고." "정말 형우도 참 많이 망가져." "안 망가지면 그게 인간이냐?" 그리고 그런 둘을 멀찍감치 떨어져 구경하고 있는 상고 아이들. 얼굴엔 두렵다는 기색이 역력한 이들이었다. 그럴것도 당연한 것이, 이들이라면 유일하게 형우와 세라의 본 모습들을 아는 인간들이 였기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면 아직도 세라와 형우의 모습엔 여전히 적응을 못해서 이리도 무서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데, 왜 화를 내는 거야?" -퍽퍽퍽 "그걸 몰라서 묻냐? 내가 돌멩이 씹었더니 좋아 죽으려고 했잖아." "아 그건.."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을 띠 형우가 얄미워 세라는 주먹으로 그를 몇번 치더니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황당한 눈빛으로 세라가 뱉은 뭔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으려 하자 세라가 잽싸게 그 말을 가로채며 불평을 털어 놓았다. "대체 여긴 음식을 어떻게 만들길래 돌멩이를 스테이크 속에 집어 넣는거야?" 궁시렁 궁시렁. 이렇게 궁시렁 거리는 모습조차도 귀엽게 느껴지는 형우다. 세라가 다른 이들 앞에서는 절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귀엽게 느껴졌다. (형우가 없을시엔 아무말도 없이 그냥 뒤집어 버리지.) "풉- 세라야." "왜 웃고 난리야. 내가 돌 씹은게 그렇게 좋냐? 개쉐-" "푸풉- 니가 씹은거 말야." "그래 돌멩이." 뚱한 얼굴로 다시 돌멩이라도 씹을까 조심스레 스테이크를 깨작 거리는 세라를 보니 형우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형우의 말에 세라는 조심스레 스테이크를 바라보다가 입에 쏙 넣었다. "그게 아니라 반지야." "그래 반...어어어어엉?" 하지만 곧 이어 형우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눈을 댕그랗게 뜬다. '반지??' 돌멩이라고 뱉어버린 딱딱한 물체에게 시선을 돌린 세라. 그리고 뭐가 그리 신기한 듯 반지를 이곳저것 바라보더니 이빨로 팍 깨물기 까지 한다. "마음에 들어?" "이거 팔면 얼마정도 될까? 나도 참 운도좋지. 거기다가 이거 진짜 금인거 같단 말이야?" -삐끗.. 이쯤이며 형우가 일부러 반지를 넣었다는 것을 알아 차릴때도 됬는데, 세라는 그저 진짜 금이라는 사실에 놀라워 하고 있었다. "야 이거 팔아서 하이힐 하나 사자. 니꺼도 굽 높은거 하나 사줄까?" '제발..;' 콰콰콰쾅!! 형우의 머리에 수없이 떨어지는 돌멩이들. 형우는 세라의 진심어린 말에 고개를 숙이며 좌절모드에 들어간다. 머리좋은 세라가 왜 이런것엔 이리도 둔한지. "저번에 산건 너무 굽이 낮았어. 몇 번 밟으니까 끝이 닳더라." '시발 ㅜㅜ 제발 세라야. 무드 좀 키워라~' 형우와 함께 샀었던 하이힐을 생각하며 입맛을 쩝쩝 다시는 세라. (이 말 할때, 상고 아이들의 표정은 마치 악마를 본 듯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어쨌거나 형우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 울먹 거렸다. "세라야.. 그 반지는 말이지." "그 반지 뭐?" "그거 내가 일부러 넣어둔 거야. 선물하려고." 할 수 없이 푹 죽은 목소리로 세라에게 설명하는 형우. 잠시의 침묵. "......[빠직]" "왜 왜 왜 그래?" "이런 썩을놈! 내 이빨이 그렇게 부숴지길 바랬냐? 진짜 배은망덕하네? 아오 이걸 확 씹어버려?" "어버버버.." 5초정도 지났을까? 세라가 눈썹을 꿈틀이며 형우의 넥타이를 세게 끌어 당겼다.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자신의 여자친구 이빨을 부러뜨릴 나쁜 남자로 몰아가고 있는 세라. 형우는 눈이 동그래져 아무말도 못 한채 어버버버 거리기 만을 반복했다. 그 순간 형우의 머리에 툭 하고 세라의 손이 얹어졌다. "피식- 농담이야 새캬. 설마 이 정도도 눈치 못 챘겠냐? "세라야." "이쁘다 이형우. 나의 이빨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헤..." 의외의 세라의 웃음과 말에 형우는 입이 벌어져 헤벌쭉 웃고 있었다. "병신 좋다고 실실 쪼개기는." "=_=..." 하지만 곧 그의 기분은 세라의 욕에 의해 빠지지직 부숴져 버리고 말았다. 잠시 돌처럼 굳어있는 형우를 슬쩍 본 세라는 반지를 휴지로 스스슥 닦아 버리고 손에 끼고 물었다. "그보다 요즘 [블랙] 돌아가는 상황은 어때? 난 맨날 스트레스 받을때만 돌아댕겨서 잘 모르겠어." "니가 그럼 그렇지 뭐. 뭐 나름대로 잘 하고 있어." "말만 잘 듣게 만들어놔. 반항하는 녀석들은 그자리에서 탈퇴시키고." "그래."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 여전히 억양없는 말투였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분명 말을 길게 하는 편이었다. "씁- 언제한번 또 신나게 매타작 해야 하는데." 스테이크를 오물조물 씹다가 내뱉은 세라의 말에 형우는 물론이고 상고 아이들까지 움찔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세라가 한번 나설때면, 당최 수습이 되질 않아서 참 곤란하기 때문이랄까? 여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온 세라와 형우 그리고 상고 아이들. 식후땡 이라도 하기 위해서인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접어 들었다. "후아~~" "쿨럭 쿨럭! 세..세라 너!!!!!" "씨익- 요즘엔 담배값이 금값이라고~ 왜 금연이라도 하셨낭?" "너어 다 알면서..!!" 담벼락에 기대 오랜만에 장난을 치며 표정을 풀고있는 세라와 형우. 세라는 형우에게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쿡 담배 맛 좋오타~ 니들은 왜 그렇게 구석에 처박혀 있냐?" "아..아닙니다!!!!" "잉? -_- 뭐가 아냐?" "헙..! 죄..죄송합니다!!!" 세라는 담배를 피우다 말고, 상고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려 장난끼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푹 숙이는 상고 일진들. 너무나도 겁을 먹으며 사과를 하는 상고일진들을 보며 세라는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대체 자신이 무슨짓을 했다고 저렇게들 겁을 먹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_- 세라와 형우가 장난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제발 목숨만은 빼앗아 가지 말아주세요!! ㅜㅜ" 세라가 길다란 갈색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조금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녀석은 이제 무릎까지 털썩 꿇어 버리며 비굴하게 매달리고 있었다. '이 자식들 내가 뭘 어쨌다고..' "어..어이." "살려주세요 세라 누님. 어흑흑 저흰 죽고싶지 않아요." 점점 황당한 광경에 말을 더듬으며 그들을 불러 보자 상고아이들은 더욱 더 겁에 질려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달고 있었다. "쟤들 왜 저래?" "니가 무서운가 보지." "에이 설마- 이렇게 착하고 배려깊고 선한 사람 봤어?" 세라가 의아하다는 듯 상고아이들을 가르키며 묻자 형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형우의 말에 세라는 말도안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가며 물었다. "[쩌억..]" 동작그만. 말 그대로 세라를 제외한 남자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세상 정말 말종이지만 저런 농담을 하다니. 천벌을 받을 지어다. "새끼들 너무 당연한 말을 해서 놀란거야?" 한번 더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세라의 진담어린 말. 더 이상 뭐라 말할 가치도 없었다. "세라야 오늘따라 왜 그래? 혹시 뭐 잘못먹었어?" "왜?" "왜 안 하던 농담은 하고 그래. 졸라 무서워 죽겠어." 세라에겐 비굴한 표정 부드러운 웃음 여러가지 표정을 다 지어봤지만 이토록 겁에질린 형우의 표정은 또 처음이었다. 뭔가 자신의 말에 다른 이들이 놀란것을 눈치 챈 세라가 형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니가 반지줘서 기분이 좋아 졌거든." "역시 넌 세상에서 제일 착한여자야." 세라의 말이 그리고 기분 좋은 듯 형우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절대 뱉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학교에서나 자신들에게 대하는 모습과 전혀다른 형우를 보며 상고아이들은 고개를 저어가며 생각했다. '팔불출..저 인간 장단하건데 커서 100% 팔불출이다.' 라고.. "그렇게 그 인간이 보고 싶냐?" "당연하지!! 나 상고 이형우 얼굴 한번도 못 봤담 말야!" "씨발 나보다 못생겼을게 뻔한데..젠장 그럼 살짝만 보고 오는거다?" "오케이!"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세라가 눈을 번뜩였다. 청각이 무척이나 예민한 세라는 귀를 쫑긋 세우며 그 목소리에 기울였다. 대략 여자 한명 남자 한명의 목소리. "누군가 가까이 오고있다." "어. 조금 숫자가 많은거 같은데?" 세라의 말에 형우역시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장난을 치던 세라와 형우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 지자 상고아이들 역시 긴장한 듯 주먹을 꽈악 쥐어 보였다. 뭐 사실 긴장한 이유야 여전히 세라 때문이지만. 이들한테 싸움이 뭐가 그리 두렵겠냐, 세라의 싸움구경이 두려운 것이지. "야 그냥 가자 잘못하다 패싸움 하면 어쩔려구." "이 기집애가 보고 싶다잖아. 아무튼 드럽게 꽃미남 밝혀." "아웅~ 몰래보면 되잖아 몰래~" "아오 미친놈들아 그냥 돌아가자. 선배들 한테 걸리면 뒤진단 말야." 몰래 본다고 해놓고 왜 저리도 목소리가 큰 건지. 아무튼 여럿의 목소리가 한데 어울어져 세라의 묘한 싸움신경을 건들였다. "어이- 쪼무래기들 숨지말고 나와." 세라는 무섭도록 시린 무표정에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점점 다가오는 그들에게 들릴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떤 간땡이 부운 놈들인지 면상이나 볼까?' 주먹을 쓸일이 생기자 세라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눈에 서리고 있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엥?? 나은아 설마 우리한테 그러는거 아니겠지?" "에헤헤 설마- 우리도 여기서 저 사람들 형태만 어렴풋이 보이는걸? 설마 우릴 봤겠어??" "그..그렇지?" 세라의 직설적인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어가며 더욱 얼굴을 숨기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뒤에 선 똘마니들. "뭘 그렇게 궁시렁 거리나? 쥐새끼들." [화들짝] 세라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한번 차갑게 말을 잇자 벽 뒤에 숨었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서로를 멍하니 바라본다. "우..우리한테 그러는거 맞는가 본데?" "아오 씨팔! 설마라며-!" "히잉 그냥 가까이서 이형우 얼굴 보면 안될까?" "미친년아, 우리가 이형우 이길 수 있을거 같냐?" 처음 얼굴을 보자고 의견을 제시한 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간덩이 부은 말을 지껄인다. 그 말에 놀라며 말도 안 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남자. 사실상 지금 역시 몰래 얼굴만 보고 갈려고 했는데 본의아니게 들켜 버리다니. 그것도 조금 낯익다 싶은 여자의 목소리에. "그치만, 만약 싸우면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저긴 여자 하나랑 이형우 그리고 상고 4명 이란 말야. 우린 15명이나 되잖아."<- 이렇게나 많으니 들키지. "얼라? 정말 그정도 밖에 안 되네? 거기다가 저건 여자잖아? 흐음 뭔가 우리한테 유리한걸?" "야 아무리 그래도 상고 이형우는.." 왜 여자가 저기 사이에 끼어인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거나 인원수를 세어보니 분명 자신들 쪽이 더 우세했다. 여자의 꽤나 논리적인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고 그 옆 친구로 보이는 한 남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시끄러 조금 깊게 생각해봐. 저 녀석 밟고나면, 우리 명성은 드 높아 지는거고 선배들한테 인정도 받을거란 말이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게 어때? 이형우가 괜히 상고서열 1위겠어?" "피식- 새끼 겁도많아. 그럼 넌 빠지든가." "......" 이젠 오기로라도 그리고, 선배들에게 인정받는다며 피식 웃으며 앞으로나서는 남자. 그런 남자를 보며 14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고 이형우라는게 걸리긴 하지만, 어찌보면 이길거 같기도 했다. "한번 부딫혀 보는거지. 너흰 어떠냐?" "좋아. 까짓거 인원도 얼마 없는데 한번 해보자. 설마 쪽팔리게 우리한테 지고서 뎀비겠어?" "헤헤헷 빨리 얼굴 보러가자~" 우선 이기고 보자란 생각에 가득찬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는 오직 형우의 얼굴을 보고픈 일념으로 재빠르게 발걸음을 띄웠다. '후후 이제 나오는거냐?' 꽤나 많은 숫자임이 지레 짐작되자 세라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퍼지고 있었다. "나은아? 내가 더 잘생겼을 거라니까?" "그거야 보면 알지. 너도 꽤 반반한 얼굴이긴 하지만 이형우 소문이 얼마나 자자한데? 한번 보면 뻑간다는 꽃미남으로." "아오 그래 어디 보자 봐!! 나 보다 못생겼기만 해봐라." 걱정스러워 하며 긴장하는 친구와 달리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걸어나가고 있었다. 남자는 형우가 자신보다 못생겼음을 확신하고 있었고, 여자는 황홀한 눈빛으로 가상속의 형우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뭔가 좀 불길한데?' 그들의 어이없고도 경계심 없는 태도를 보며 친구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리고 지금 이 짓이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검토에 들어갔다. "...-○-..." 잠시 후 형우의 외모를 보며 입을 쩍 벌리며 굳어져 있는 남자들. 특히나 자신이 형우보다 잘생겼을 거라 확신하던 남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은 이미 싸그리 없어진지 오래였다.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가. 싸움을 잘하면 좀 우락부락하게라도 생기던지. 어찌하여 죄다 꽃이나 조각처럼 생겨 이렇게 남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가. -투욱 "못생겼을거라며." "-○-" "열라 황홀하잖아. 저게 사람 얼굴이야? 조각이야?" "제기랄." 여자가 얼굴에 붉은빛을 띠며 남자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할말없이 그저 '제기랄' 을 내뱉곤, 신발로 죄 없는 땅만 후비는 남자. "세상에.." "저게 사람이냐?" "불공평해." '상고 이형우는 처음보지만 졸라 잘생겼잖아. 저게 정녕 남자의 얼굴이란 말인가? 호수선배나 유빈선배랑 삐까치네. 와아 남자가 봐도 열라 잘생긴.. 이 아니라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남자는 물론이고, 그 외에 14명역시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며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불공평한 세상. "와우 형우야 15명이나 된다!!" "제발 자중하자." "이럴순 없지~ 얼마나 오랜만에 걸려들어온 싸움인데." "하아-" 하나 하나 몰려있는 학생들을 세어보며 세라가 형우의 팔을 붙들었다. 분명 무척이나 놀랄법도 하지만, 저들은 그저 형우의 외모가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쇼크 사태에 머물었다. 어쨌거나 형우는 세라가 잡은 팔을 잡고 그만하자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세라가 어디 형우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던가? 그저 싸움 하기에 딱 좋은 상황을 보며 너무나도 좋아하고 있었다. 한숨을 푸욱 쉬며 결국은 어쩔 도리 없다는 듯 세라를 바라보는 형우. 마지막으로 저들이 제~발 죽지 않기만을 기도했야 겠다. "헉..!"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들. 그리고 다시 한번 놀라게 하는 일이 있었으니 형우의 옆에 버젓히 서 있는 저 여자란 것이다. '조..졸라 이쁘잖아? 저 여잔 또 뭐야?? 저 정도 외모라면 충분히 소문이 돌법도 한데, 한번도 못 들어봤는데? 거기다가 여자를 돌같이 보는 상고 이형우랑 같이 있어??" "조올라 이쁘다. 무슨 신같애." "저 얼굴 처음보는데. 고등학생이 아니라 대딩인가?" "주..죽인다." 형우와 쌍으로 어울리는 여자. 마치 선남선녀를 보는 것 같이 보는것만으로도 눈이 멀것같은 그런 여자였다. 여자를 돌같이 보는 형우의 옆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한데, 저렇게 다정하게 대화까지 나누다니. 아니 그것보다 이렇게 입을 쩌억 벌리며 대놓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세라의 저 찬란한 외모 때문일 것이다. "어라? 근데 저 교복 너무 낯익다." "그렇지? 내가 봐도 좀 낯익는다." 그들을 찬찬히 훑어보더 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형우 역시 조금은 낯익은 교복에 머리를 긁적 거렸다. 왜 낯익었겠는가. '어디서 봤지? 저 현란한 체크무늬...허어어어억!!' 세라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곧 머리속에 떠오르는 교복에 경악을 한다. 물론 표정으로는 절대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당황했긴 했는지 묘하게 손이 떨리고 있었다. "왜 그래?" "[소근] 씨발 형우야 저거 우리학교 교복이다." "뭐? 그..그럼 " 그런 세라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걱정스럽게 묻는 형우. 세라는 형우를 살짝 잡아당여 조그맣게 중얼 거렸다. '우리학교'란 말에 형우는 조금 황당해 하며 15명의+1명의 여자까지 훑어보며 조금 난감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저들이 인문계 학교라고 해도, 천호수 성유빈이 있는 그 악명높은 학교가 아니던가. 거기다가 그 자존심 센 학교와 패싸움이라도 하면 여간 귀찮아 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와아 졸라 잘 어울린다." "나 저런 여자 처음봐. 우리학교에서 저 정도는 없을걸?" "그런데 어째서 상고 이형우랑 같이 있는거지?"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씨바 아무튼 잘생긴 놈들은 운도 좋아. 어찌 저런 귀한 미인을." "깔인가? 아무튼 졸라 죽인다. 침 줄줄 흐르게 생겼네." 자신들을 보며 뭐라 속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남자들은 죄다 얼굴이 붉어져 속닥속닥 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엔 경계심 어리게 쳐다보았던 한 놈도 끼어 있었다. 그 만큼 세라의 외모가 남자들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분명 아름답기는 하나 어딘가 한편으로 두려움을 주는 여자였다. 살기에 또는 차가움을 내뿜는 무표정이 예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것도 있지만 지금은 신기하다는 표현이 가장 앞서나갔다. 이형우의 여차친구라니. 소문으로도 듣도보도 못한 소리였다. 뭐 아직 확실치는 않으나.. 저들의 대화나 행동으로 봐서는 충분히 여자친구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 학교라면 더 잘됬어." "뭐?" "어차피 조금 손봐줄 때도 됬잖아?" 남들이 볼때는 얼굴을 붉힐만큼 얼굴을 가까이 댄채, 작게 속삭이는 둘. 세라의 붉은 입술이 오물조물 거리자 남자들의 얼굴은 더욱 빨갛게 익어갔다. 형우는 저런 인간들이 무척이나 거슬리긴 했지만 지금 세라의 말이 더욱 심란하게 했다. "하지만.." "알아 알아, 상고랑 싸움 붙으면 곤란할테니 내가 나서줄게." "너.. 그래 후- 마음대로 해." 어차피 이젠 말릴 수 없다는 걸 알자 형우는 어쩔 수 없이 승락하고 말았다. 천호수 성유빈 이라면 분명 감당치 못할 싸움꾼들이란건 알지만 아직 세라의 적수는 되지 못할걸 알기 때문에 별 말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껏 말린것은 혹시 모를 그런 불안감 때문에. 아무리 세라가 천재적인 두뇌에(거의 노력파지만;) 싸움실력을 갖추고는 있다지만 만약이란게 있지 않은가. 그것을 위해 늘 이름이 잘 알려진 학교와는 안 싸우게 하고 싶었던 것인데. "역시 깔인가 본데?" "여자를 돌 같이 보는 이형우가??" "저 정도 외모니까 어쩔수 없었나 보지." "뭐 그럴만도 하겠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젠 세라와 형우가 연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남학생들. 세라는 그런 남학생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다가섰다. "이봐들." -화들짝 세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부르자 그들 모두가 흠칫 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역시 표정부터 예사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욱 더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웠다. "너흰 상고 이형우랑 짱뜨러 온거 같은데. 왜 자꾸 내 얼굴 하고 형우 얼굴만 보는거지?" '헉! 우리 생각을 간파당했다.' 세라가 형우를 살며시 끌어당기며 말하자 다들 놀란 얼굴로 세라를 경계했다. 어떻게 자신들이 싸움을 걸러 온 것을 찔렀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리 없잖아.;;) "어쨌거나 이렇게 친히 나와주셨는데 그건 좀 곤란하겠어." 한심한 그들을 바라보던 세라가 형우를 멀찌감치 뒤로 밀으며 말했다. 무척이나 장난기 어린 얼굴. 그만큼으니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건들고 싶었달까? 역시나 보는것 처럼 무시무시한 여자다.; "무슨 소리야?" "어이 상고." 이해못할 세라의 말에 15명의 아이들이 의아한듯 물음을 띄우자 세라는 그 물음에 답할 생각은 하지않고, 눈으로 흘깃 상고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네네네!?" 여전히 소스라 치게 놀라며 하얀 얼굴을 하고 있는 상고들. '뭐지? 왜 저 여자 한 마디에 상고일진들이 저렇게 쪼는 거지? 거기다가 이형우는 저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 지켜보고.' 그 모습을 보며 그들은 다시한번 경악을 했다. 아무리 저 여자가 형우의 여자친구라고 해도 상고 하면 무척이나 싸가지 없고 양아치들 많고 자존심 세기로 똑부러진 아이들이 아니던가. 설마하니 이형우 여자친구라는 것만으로 저렇게 쫄고 있을리는 없고, 뭔가 있기는 있구나 라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게 뭔지는 전혀 짐작가지 않았다. 솔직히 누가 저 청순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싸움광이라 보겠는가. 딱 보면 피만 봐도 소리지를 타입의 여자상인데 (사실은 피만보면 즐거워 하는 여자이긴 하지만;) "저 여잔 끌어내. 난 여자 패는 재미 없으니까." "네!!!" "꺄아아 니들 어딜 잡는거야~ 꺅 상고 이형우 얼굴 한번 만 더 보자~ 응??" "시끄러 이 기집애야. 얘들아 빨리 끌어내." "다..당연하지. 빨리 팔 잡고 다리잡아." 세라의 다소 명령적인 말투에, 상고 아이들은 이 참에 싸움따인 보지 않아서 좋다란 얼굴을 하며 여자 한명을 멀리멀리 끌고 나가 버렸다. 이들에겐 너무나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대체 뭐하자는 플레이.." -뻑 "후후 밟자는 플레이야." 잠시 뻥져 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입을 열자 세라는 바로 주먹을 날리며 매끄러운 입꼬리를 올리며 주먹을 쓰다듬었다. '아아 그래 바로 이 감촉이야.' 퍽 소리와 함께 잔잔히 울려퍼지는 진동에 세라는 너무나도 감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형우의 싸움 실력을 구경하고팠는데 이 새끼들이 우리학교 놈들이다 싶으니 내가 나서야 겠군. 형우랑 싸운거 알려지만 상고 VS 인문계가 되지 않겠어? 난 적어도 형우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고. 뭐 사실 그런 싸움은 조금 후에 해도 안 늦어. 지금은 학교 수석자리 지키기도 벅차니까.' 그리고 동시에 인문계에 천호수와 성유빈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며 씁싸르하게 입맛을 다셨다. "헉! 저..저 여자 방금 주먹 날린거 맞아?" "아아 여자의 환상이 깨져 버렸어." 청순하기 이를때 없는 세라가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에서 주먹질이라니. "크읏 이 여자가 정말...우린 이형우랑 싸우려고 온거라고." 안맞아본 인간들은 모르겠지만, 맞아서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인간은 상당히 다리를 떨며 세라에게 낮게 말했다. 세라가 주먹을 날렸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랐지만, 그 위력이 여느 남자를 뛰어 넘었기에 더욱 더 놀랐다는 것이다. 저게 과연 여자의 주먹일까? "흐응~ 미안하지만, 형우는 내 남자친구라서 싸움에 관여해선 안되거등." "뭐--어어어어엇??" "사실이야!!!!!!? 진~~~짜야????" 멀쩡히 포케페이스를 유지하는 형우의 턱을 들어 올리며 살벌하게 말을 잇는 세라. 아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여자의 입에서 들려오니 놀란 얼굴일 수 밖에 없는 그들. 어느 튀는 놈이 개그를 펼치자 주위의 시선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나..남자친구? 이..이형우의?" 그나마 정상적이었던 놈이 더듬 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뭐 놀라는건 둘째치고, 우선 너희는 내 운동기구가 좀 되어 주어야 겠어." 세라는 손을 풀며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흥 니깟 여자도 못 이길.." 아까 세라의 주먹에 맞지 않았던 요놈은 겁을 상실하며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뭐 보다시피. 빠악★ * "못 이길...-○-..꼬륵" "흠 다시 한번 말해주실까? 허접한 쓰레기들아?" 잠시의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느는 꼬륵 소리와 엄청나게 몰려오는 충격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너무 시시하다는 듯 목운동을 하며 다시한번 주먹을 날리는 세라. '세라야. 다 좋지만 말이다 요즘들어 너무 많이 아이들을 쥐어 패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그런 세라를 보며 형우는 조금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혹여나 모범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들킨다거나 그럼 분명히 큰일날턴데. "으으 씨발 강하다." "저거 여자맞냐? 크으 나 뼈 마디마디가 쑤셔." "젠장 여자 한명한테. 졸라 쪽시려." "대체 저 여자 정체가 뭐지? 싸움도 저정도에 얼굴도 저정도면 충분히 알려질 만 할텐데." 몸 하나 까닥일 수 없으면서 경악한 얼굴로 쑥덕쑥덕 거리는 몇명의 아이들. (몇명은 여자의 환상이 깨짐과 동시에 기절했다.) 지금이라도 맞은 부위를 감싸며 튀고도 싶지만 너무나 참혹하게 당해서리.; 어쨌거나 이형우 패거리도 아니고 처음보는 여자 혼자서 자신들을 다 밟았다고 하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비실비실한 여자가. 이래뵈도 꽤나 날린다고 생각도 했는데 말이다. "이상해 충분히 이상해." "하지만, 대딩이라면 그럴법도 하잖아?" 그리고 고딩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은 버려 버리고, 결국 세라가 대딩이라는 결론을 지어 버렸다. 여전히 생각하는 것이지만 만약 고딩이라면 귀에 들려오는 소문이라도 있는 법이기 때문에. '젠장 이형우 깔 정말 장난이 아니잖아? 만약 저 여자랑 상고까지 패싸움을 벌인다면 선배들도 힘들겠어.' 가장 정상적인 아이가 몸을 꿈틀이며 생각했다. 분명 저 여자정도의 싸움꾼이 낀다면 패싸움에서 이기긴 힘들거라고. 빠르기나 민첩성도 상당했지만 무척이나 단련된 주먹. 한 두번 싸움을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보였었다. (=한 두번 인간들을 패본 솜씨가 아닌 듯 보였다로 고쳐야 한다.;) "어쨌거나 이형우 하고 싸울려다가 저 여자한테 깨진걸 선배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린 이제 죽었다." 자신들의 선배들을 떠올리며 울상모드로 들어가는 아이들. 차라리 이럴거면 시비라고 붙이질 말걸 그랬나 보다. 아니 처음부터 형우와 싸운다는 것은 생각지도 말았어야 했다. 뭐 사실상 형우 한테라기보단 여자한테 밟힌것이지만. "세라야 그만 밟아. 불쌍하지도 않냐?" "글쎄? 난 담배빵 이나 칼빵까지 하고 싶은걸?" 쓰러진 남자들을 밟고있는 세라를 보며 형우가 손을 내저었다. 그런 형우를 보며 세라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칼을 동시에 꺼내며 중얼 거렸다. 아직 분이 안 풀렸달까? 아무렇지도 않은 세라에 비해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기절한 척을 해버렸다. 그리고 새삼 느끼는 사실이지만 어느때 보면 여자가 더 무서운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켁.. 그만하자 여기서 더 하면 곤란하잖아. 패싸움이라도 하면 어떻하라고. 난 싸움하는거 별론데." "알았어 걱정마."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형우가 다시한번 말리자 세라는 안타깝게 그들을 바라보며 칼과 담배를 주머니에 쏙 넣었다. '무어.. 만약에 좀 큰일나겠다 싶으면 [블랙] 소집하지 뭐- 저 녀석들쯤은 껌이라고. 우후후후' 혼자 키득키득 거리며 주먹에 뭍은 피를 닦는 세라. '흐음- 그냥 구경만 하긴 했는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역시 세라를 말려야 했었어야 했나?' 그리고 뭔가 잘못됬다는 느낌에 후회를 하는 형우. '꼬륵 꼬륵- 젠장, 저 여자 정체가 뭐지? 이형우의 깔이란건 둘째치고 존나 강하단 말이야. 완전 싸움꾼 이야. 크으 그보다 내 생명인 허리가..' 세라에게 졸라게 얻어맞고 허리를 감싸는 그들. '으우 제발.. ㅜㅜ 형우야~ 우리 좀 살려달라고. 저런 무서운 마녀랑 같이 있는거 자체가 고역이라고.' 마지막으로 세라에게 붙잡혀와 울상을 짓는 상고들 이었다. 형우는 이번 사건이 별 의미없이 그냥 지나가 버렸음 하는 바램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다음날 여전히 학교에 들어와선 범생이로써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세라. 주변에서 시끄럽게 굴던 뭐하던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사각사각 열심히 필기를 하던 중 어느새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나?" 세라는 의미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흠칫 놀라며 교실을 빠져 나와 매점에 들렀다. "슈크림빵 하나 초코우유 하나 주세요." 예전부터 형우와 즐겨먹던 빵과 우유를 집으며 세라가 말을 이었다. 혼자 점심을 먹을때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형우의 얼굴. 그 역시 같은 학교에 왔으면 좋을련만 공부하기엔 조금 방해가 되는 인물이다.(??);; 늘 놀고만 있을 테니. 어쨌건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던 세라는 한적한 옥상을 떠올리며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나 옥상이 한적하긴 하지만 그곳은... -끼익 -퍽퍽퍽 "씨발 말이 되냐고!!!!" 그래 그래. 학교에서 좀 놀다하는 아이들의 집합소가 아니었던가. '이런 실수했군.' 옥상에 일진들이 많이 모인다는 사실을 기억한 세라가 머리를 짚으며 문 뒤로 슬며시 섰다. 밥도 밥이지만 지금 상황은 침 넘어가게 만큼 살벌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누가 니들 멋대로 행동하랬어? 그리고 왜 15명 중 4명 밖에 없는거고!!" 파란머리 천호수. 그는 무엇이 그리 화가 났는지 자신의 앞에 꿇어있는 남자들을 한대씩 걷어차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언제나 그렇듯이 성유빈이 웃으며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유빈의 눈매가 차가워 보이는 이유는 나름대로 꽤 화난 얼굴이 아닐까 싶다. "으으.. 선배 그치만 이형우한텐 손 대지 않았.." -퍼억! "닥쳐. 내가 뭐라고 했었지?" "상고 이형우 공고 한진호는 건들지 말라고요. 크으.." 피를 흘리며 겨우 몸을 일으키는 놈을 다시 발로 퍽 하고 차버리는 호수.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밑에 꿇어앉아 있는 후배에게 말을 잇는다. "그래 한진호 이형우 그녀석들은 나하고 싸워야 할 놈들이야. 너희들 같은 조무래기들은 덤벼봤자 이렇게 당하고 온다고." "그건 그렇고, 이형우가 싸움을 했다고? 우리한테 싸우자 이건가?" 호수가 얼어버릴 것 같은 눈으로 노려보며 말하자 옆에있던 유빈이 심각하게 중얼 거렸다. 이형우라 하면 거의 싸움을 안 하는 남자중에 하나다. 그런 그가 싸움을 했다면 이건 싸움의 경고가 아니던가? "으읏..그게 아니라, 저희가 당한거 이형우의 깔한테 당한거라구요." "-_-..." 조금 심각하게 생각하는 호수와 유빈에게 힘들게 말을 잇는 후배 하나. 그의 말에 두 명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눈을 껌뻑 거린다. 뭔가 잘못들은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유빈아 뭐라냐? 내가 귀가 안 좋아서 여자한테 당했다는 소리로 들렸다." "여자한테 당했단다." 호수가 믿기지 못하는 눈으로 유빈에게 시선을 돌려 묻자 유빈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하하하. 11명은 전치 3주에, 나머지 4명 역시 온전치 못하게 만들어 놨는데. 이게 여자의 작품이라고?" "크윽 예." 후배의 말을 조합해서 다시한번 재확인차 묻는 유빈. 그런 유빈의 물음에 후배는 힘들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황당 그 자체였다. 15명의 남자들이 여자한테 깨지다니. "하하하하 그..그럼 그 여자는 발악을 하나 뒤졌겠네?" 유빈이 머리를 짚으며 웃었다. 조금 심하다 싶은 발언에 뒤에서 보고만 있던 세라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저..저기 그게." "왜? 정말 죽어버린거야?" "그 여잔 상처하나 입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조금 더 충격적인 말을 하는 후배들. 순간 호수와 유빈이 휘청 거렸다. 하지만 곧 다시 포커페이스로 돌아와 그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다는 듯 말을 이었다. "하하하 여자들의 숫자가 많았나 보구나? 대략 30명?" "그래서 진거구나. 이해한다 이해해~ 거기다가 걔네들 몸도 우락부락 했겠지?" 전혀 믿으려 하지 않는 두 명의 모습을 보며 후배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역시 어제 이형우를 뒤쫓는게 아니었다. "선배. 제 상처를 보십시요. 이건 겨우 여자가 아닙니다. 진짜 싸움꾼 이였다니까요?" "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야." "비실비실한 여자 혼자서 이렇게 만들었다면요?" 다시한번 확인사살 하는 후배의 말에 두 명은 비틀 거리며 벽을 짚었다. "...*□*.." 그리고 그대로 표정이 굳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황당함과 당혹함 그리고 절망감. "하하하 우리 후배놈들 농담이 많이 늘었네. 니들끼리 치고박고 싸운거 가지고 이러는거지?" 꽤나 충격적인 말에 호수는 할 말을 잃어 버렸고, 유빈은 제발 '장난 이지?' 란 눈빛을 가득 담으며 후배에게 물었다. 역시나 말하지 말걸 그랬나 보다. 다쳣어도 입을 꾹 다물걸. 하지만 형우의 여자친구의 싸움 실력이 그 정도라면 분명 알리기는 해야 한다. "선배 잘 들으세요." 무조건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가득차자 후배는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스윽 닦으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어제 저희들은 이형우의 여차친구를 보았습니다. 무척이나 청순하고 매력적인 여자였죠. 선배들이 보아도 한눈에 뻑갈 겁니다. 저 역시 그런 외모를 지닌 여자는 이 주변에서 한 명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후배의 말에 뒤에있던 세라는 자랑스럽게 브이자를 해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배의 말. "이형우의 여자친구가 과히 거짓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였죠. 아 어쨌거나 어떤 어리석은 놈에 의해 우린 이형우에게 싸움을 걸러 당당히 그의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싸움은 그의 여자친구가 하더군요. 그냥 미인계를 쓰나 보다 싶었는데.. 바로 그 여자는 우리에게 주먹을 날렸죠." 후배의 말에 세라는 조금씩 고개를 끄덕 이며 피식 웃었다. 지금 저 녀석의 말에 주제가 자신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랄까? "그런데? 설마.." "네 맞습니다. 그 여자 머리카락 하나도 건들이지 못하고 모두 완패했습니다. 몇몇은 뼈 마디까지 부러졌을껄요?" 유빈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설마라 하자 후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떳떳하게 말을 이었다. "이 자식들!!! 내가 너희를 그리 키웠단 말이냐?" -퍽퍽 "여자한테 당하고서 그걸 자랑스럽게 말해??" 심각하게 얼굴이 굳은 유빈과 호수는 눈썹을 꿈틀 거리며 그대로 그를 발이며 주먹이며 찜질을 해주었다. 어디 여자 한명한테 당해놓고 이리도 자랑스럽게 말하는건가 말이다. 너무나도 황당한 일에 그들은 화 밖에 나지 않았다. "으윽. 하..하지만 분명 주의해야 할 여자입니다. 싸움실력도 엄청나고, 거기다가 이형우의 여자친구 인데 분명 처음 보는 여자였단 말입니다. 만약 상고라면 미리 알아두시는게." "시발- 그거야 누나일수도 있고 아는 여자일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지역 사람이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여자가 남자들의 패싸움에 낀다는건 당치도 않은 말이야." 뭔가가 불길함에 호수에게 연속해서 말해보지만 그는 불쌍하게도 기가 찬 표정이 역력한 호수에게 맞을 수 밖에 없었다.; 호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얼굴이 씨벌개질 정도로 흥분한 채 말을 이었다. 솔직히 쪽팔린 일이 아닌가. 1:1 맞짱도 아니고 남자들이 더 우세한 그 웃긴 상황에서 졌다는 것이. 생전처음 듣는 말이다. 여자한테 그것도 대다수의 남자가 진다는 것은. 뭐 조금 깨름칙 한것은 이형우의 깔이라는 것인데. 소문조차 돌지 않았고, 더불어 그 정도의 싸움실력과 외모라면 조금쯤 알고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결론은 조놈의 자식들이 구라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아아악!!! 선배애!!" "아아 혈압 대체 넌 뭘 잘했다고 그리 나불거려?" 나머지들도 밟아주자 그들은 하나같이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이 더욱더 마음에 안 들어 주먹을 날리는 유빈. 왠만해선 그저 싱글벙글 웃는 유빈인데 황당하긴 무척이나 황당한 모양이다. "근데, 이형우가 여자친구가 있었어? 여자라면 돌 취급 하는 데 대게 신기하다." "내가 그딴거 일일히 신경쓸 위인이냐? 문제는 그 여자가 강하단 거잖아. 솔직히 15:1 에서 이긴거면 무척 세단건데. 상고면 곤란하지 않겠냐?" "에이~ 그래도 여잔데. 거기다가 저것들 거짓말일게 뻔한데?" 호수 역시 조금 석연치 않게 생각하며 유빈에게 말하지만 유빈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겠지? 그냥 신경끄자. 분명 저것들은 이형우한테 깨지고 안 맞으려고 발악을 하는걸꺼야. 아무튼 학교 망신이나 시키는 너희들은 더 맞아야 해.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해?" 그런 유빈을 보며 호수역시 이런 쪽팔린 일은 넘겨 버리자 라고 생각하며 후배들을 더욱 더 단련시키고 있었다.(?) 어차피 그 여자 얼굴을 자신이 보았나 아니면 학교를 알겠나. 얼굴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자라면 별로 상관할 필요는 없다고 넘겨짚으며 이번일은 마무리 지어가고 있었다. 딱히 이형우가 손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싸움걸 이유는 충분하지 않았다. 만약 그 이유 때문에 싸움을 건다해도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이형우도 아닌 그의 여자친구에게 맞고서 싸움을 걸다니. 그냥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단정지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후배들은 그것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어디 그런말이 그들에게 그것이 진실로 들릴리 있겠는가? "크으 우리의 불찰이야. 쪽팔린다. 쪽팔려 우리학교 수준이 그 정도였냐? 여자한테 밟힌다는 말을 할 만큼? 젠장 한심하다 한심해." 호수가 손을 탁탁 털며 머리를 짚었다. 앞으로 더욱 더 후배관리에 들어가던지 해야겠다. 여자한테 진다는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내뱉다니. -바스락 그 순간 은근히 크게 들려오는 바스락 소리에 옥상에 있던 6명이 고개를 돌렸다. -쪼로로로록 '빙신들- 나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건 훗날 크게 후회할 거다.' 하지만 그 시선이 어떻든 간에 세라는 당당히 옥상에 모습을 들어내며 태연스레 우유를 빨고 있었다. "넌..!!"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호수가 제일 먼저 아는척을 했다. 여전히 두 갈래로 딴 머리에 검은색 뿔테안경. 여전히 범생이의 모습을 갖춘 세라. 이런 곳에 들어와 놓고 당당한 세라를 보고 호수는 기가막힌 표정을 지었다. "니가 뭔데 여길 들낙거려?" 무시. 세라는 그대로 호수의 말을 무시한 채 옥상 한 구석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아 빵의 비닐봉지를 뜯어냈다. 은근히 깡이 쎈 세라의 모습을 보며 놀랜 2학년들. 유빈은 여전히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세라와 호수를 번갈아 보았다. "야 지금 내 말 씹는거냐?" -쪼로로로록 화가난 호수가 무안하게 시리 세라는 우유 먹는 소리로 대답을 해 주었다. 울그락 불그락. 지금껏 단 한번도 이렇게 마주친적 없는 세라였건만 요즘들어는 무척이나 자주 만나는거 같다. "너..!" -타악 "교장선생님 한테 한번 더 고자질 해야 조용히 하겠니?" 호수가 막 세라의 어깨를 돌리려 하자 세라는 보지도 않은 채로 호수의 손을 세게 뿌리치고 낮게 말했다. [움찔]; 교장 하면 급식실이 떠오르며 그 많은 벌칙들을 받은 나날들이 떠올랐다. 순간 손가락을 움찔한 호수는 분하다는 듯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정말 재수없는 계집애야. 겨우 선생들 믿고 이러는 거라면 언젠가 큰코다친다." -쪼르르르륵 "칫- 가자!" 관심없다는 듯 우유를 마시는 세라를 보며 호수는 눈썹을 꿈틀 거렸다. 이내 자신의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곧 옥상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하나 둘 호수를 따라 나가는 학생들. 유독 유빈만 멍하니 쫓아 가다가 '오늘은 너무 쉽게 끝났네.' 라고 중얼 거렸다. "선생을 믿는다고? 피식- 천만에 난 나 자신을 믿어." 안경 너머로 세라의 눈이 번뜩 거렸다. 조금 전 호수의 말을 떠올리며 세라는 낮은 비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너야말로 우리학교 일진들만 믿었다간 큰코다친다?" 오늘따라 더욱 더 차가운 바람이 세라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갔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7교시 끝난 직후 -콰앙!!!! 교실문이 거세게 열리고, 아이들은 누가 왔나 하고 교실문으로 시선을 던졌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꽤나 학교에서 날린다 하는 여학생들이 모여 들었으니 여자들이건 남자들이건 수근수근 거렸다. "아작- 여기 은세라가 누구야?" 사탕을 아작 깨물며, 교실 안으로 들어서 아이들에게 묻는 한 여학생. 이미 치마는 무릎위였고, 마이는 너무 심각하게 줄여서 있지 와이셔츠가 다 들어났다. 머리는 노란색으로 쫘악 물들였고, 귀에는 치렁치렁한 귀걸이. 쳅스틱을 발라 붉은 입술 옆에는 검은점이 꾹 박혀 있었다. 입문계라고 꼭 문제아가 없는건 아니었다. -사각사각 "씨발 은세라!!!" 여학생의 거친 음성에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돌리며 저들끼리 수근댔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세라는 여전히 책에만 몰두할 뿐이었다. "젠장 뭐 이런 씨발이 다 있냐? 야 은세라가 누구야?" "저..저기 저애." "아 그래?? 저 안경이란 말이지??" "으..응." 머리를 한쪽으로 틀어묶은 여학생이 반 아이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얼떨결에 세라를 가르키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애. 불량여자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세라의 책상앞으로 다가섰다. -쾅!! 소리와 함께 세라의 책상으로 두 손으로 친 여학생. 눈꼬리를 접으며 세라에게 말을 잇는다. "야 니가 은세라냐? 요즘 우리 호수한테 꼬리친다는 기집애가?" 여자의 물음에 세라는 묵묵히 필기만 했다. "어허~ 씹겠다??" 그런 태도가 거슬렸는지 여자는 씨익 웃으며 세라에게 달려가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손짓을 했다. "니가 전교1등이라고 뻐기나 본데~ 우린 그따위거 신경 안 쓰거든?" "......" "이런 싸가지를 봤나!!" 세라가 무시한 채 여전히 필기에만 집중하자 여자는 눈썹을 꿈틀 거리며 손으로 세라의 책을 재빨리 낚아 챘다. 그제서야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다가온걸 알았는지 고개를 슬쩍 들어 여자와 마주하는 세라. "호오~ 니까짓 면상이 이랬단 말이지? 정말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 "책 내놔." "닥쳐라 미친년." -파악!! -쫘악 쫘악..! 세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자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책을 갈갈이 찢어 버렸다. 종이 조각이 여자에 의해 세라의 얼굴 앞에 흩부려 졌다. 부들부들 분노를 참는 세라를 보며 여자는 재미있다는 듯 손으로 자신의 턱을 메만졌다. "니가 그렇게 호수한테 꼬리를 친대메? 전교 1등이라면서." "비켜줄래? 공부해야 하거든?" 세라는 손이 올라가려는걸 참고, 다시 연필을 손에 쥐었다. 학교에서 만큼은 사고치지 말자란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쿠쿡- 이거 범생이 티 내긴.." -탁 "골빈것들끼리 몰려다는거 보기 안 좋다. 이럴 시간에 책이라도 한장 더 보지 그래?" 여자는 노골적으로 비웃으며 세라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기분 나쁜듯 그 손을 세차게 쳐내며 책상에서 책 하나를 꺼내는 세라. 아까 찢긴 책은 그다지 상관도 없는 듯 했다. "뭐?" "학생이면 학생답게 하라고. 그깟 남자 때문에 이렇게 찾아 왔다니 정말 할일 더럽게 없구나?" "이거 말로해선 안되겠네?" 황당하다는 여자를 보며 세라는 더욱이 똑부러지게 할말을 다 했다. 점점 가관이다 싶어서 입술이 씰룩 거리는 여자. 그리고 간덩이 부은 세라의 행동을 보며 같은반 아이들은 웅성거렸다. 보통 범생이라던지 학생들은 여럿이 몰려드는 이런 상황에 대부분 쫄기 쉽상 아니던가. "너 좋게 말할테 천호수 한테 관심꺼라." "끄고 싶은데 끌수 없어서 어쩌지?" "야 그냥 말로 하려고 했는데 더 이상 안 되겠다." -퍽 마지막으로 입술을 꽉 깨물며 경고하는 여자. 세라는 자존심 때문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이 말의 뜻이라 하면 '복수할 상대한테 관심을 끄는게 말이 되니?' 였다. 하지만 이런 뜻을 알리 없는 빠순이는 그대로 세라에게 주먹을 날려 버렸다. "얘들아 그냥 밟아.!" 여자의 말고 함께 교실에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이 세라의 등을 밟고 배를 걷어차고, 머리끄댕이를 잡아댕기고 그야말로 집단폭행을 행사했다. 세라의 책상과 걸상이 뒤로 밀려나 넘어지고, 책은 와르르르 쏟아졌다. "꺄아아아아악!!" "안 닥쳐!!!!!? 씨발 니들 선생한테 꼰대기만 해봐 가만 안 둘거다." 주변에 여학생들이 놀란 듯 비명을 지르자 세라를 집중적으로 때리던 한 여자가 소리쳤다. 그제서야 반의 비명이 조금 수그러 지는 듯 했다. '아아 젠장, 어디서 이런 화장빨에 학생 같지도 않은 것들이 개떼처럼 몰려와서 난리야- 그것도 내가 천호수 한테 달라붙었단 이유로? 이거 참 골때리는 기집애들이네. 달라붙긴 씨발 맨날 염장이나 지르고 놀았는데.' 되도록 이면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세라는 낮게 몸을 숙였다. 차라리 1:1이면 막기라도 할텐데 이 여학생의 무리들은 대략 15명은 넘짓해 보였다. 이러니 죽기살기로 맞을 수 밖에. '젠장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준다? 천호수??' 등에 느껴지는 짜릿한 고통에 세라는 입술을 꽉 깨물며 천호수를 머리속에 새겼다. 그리고.. '이 씨발것들은 오늘이나 내일리에 당장 죽여주겠어. 물론 천호수 넌 내가 갚을게 많은 상대로써 천천히 죽여주고.' 마지막으로 복수상대를 대상으로 이를 갈며 차가운 눈빛을 지어냈다. 훗날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고.. -탁탁 "재수없는 년- 어디 꼰댈려면 꼰대! 가만 안 둘테니까." "퉷- 역시 범생이라 존나 약골이야." 세라를 한껏 비웃으며 교실을 하나 하나 빠져나가는 여자들. 그제서야 세라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교복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저 세라야.. 괘..괜찮아?" 부반장이 제일 먼저 다가가 세라에게 물었다. 하지만 세라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정돈을 하며 책상을 일으켰다. 그리고 필통과 그 외에 쓰러진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다음 가방을 싸들었다. 이꼴로 이 야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그다지 아프단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흉하지 않은가. 가방을 들었다가 비틀하고 주저앉은 세라. 다리에 심하게 멍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랜시간을 맞아서 그런것도 있지만. "저기.." "괜한 친절은 사양해. 말리지도 못한 주제에." 부반장이 세라를 일으켜 주며 걱정해 주는데, 세라는 그런 친절따윈 필요없다는 듯 차갑게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정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 그야말로 원망이 가득찬 목소리였다. 물론 그건, 부반장이 듣는 한해서지만. 할말이 없어진 부반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난 병원에 갔다고 전해." 방금 그렇게 맞은 사람치고는 무척이나 쌩쌩하게 말하고 교실을 나가버리는 세라. 세라가 나가 버리자 다시 반은 웅성웅성 거렸다. "어머머머 쟤 대체 언제부터 호수한테 관심이 있었데?" "그러게, 쟤네들이 몰려올 정도면 꽤 심했나 본데?" "그 얼굴에 호수가 관심이나 가지겠니? 그보다 잰 저렇게 말을 싸가지 없게 한데? 기껏 부반장이 괜찮냐고 물었는데." "내 말이- 지가 그렇게 구니까 친구가 없지. 공부만 잘 하면 다야? 성격이 좋아야지." 세라가 부반장에게 했던 말을 되새이며 세라의 흉을 보는 여학생들. 저마다 모여서 세라의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더불어 세라가 호수한테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또한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솔직히 세라에게 관심사는 그저 공부가 다였지 않은가. "근데 쟤 방금까지 다구리 맞던애 맞아?" "환자치곤 쌩쌩하긴 했지. 하지만 아프니까 병원간다는 거 아냐?" "그렇겠지? 정말 끝까지 자존심 세우고 있어. 한대도 못 때린 주제에-" "야 범생이니까 그렇지 키득키득." 세라의 맞던 모습이 그리도 재미있던지 한껏 비웃으며 떠드는 여자들. 반에 세라가 있었다면 독설을 들을새라 입도 벙긋 못했던 아이들이 었으면서 말이다. 거기다가 만약 자신들이 세라의 입장이었다면 빌기 밖에 더 했는가? 세라는 맞긴 했지만, 그다지 추해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볼 생각은 못 하고 떠드는 여자들과 다른사람이 있다면 부반장 이었다.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 모습 그대로 의기소침하게 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괜찮아 부반장- 그런애는 당해도 싸~" "맞아 거기다가 지 주제에 호수가 가당키나 하니?" 자신의 친구들이 뭐라고 세라를 비웃던지 간에 부반장을 입술을 꾹 깨물고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아무리 세라가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어도, 선생님한테 알렸어야 했는데. 뒤 늦게서야 세라의 상처입은 모습을 보고 미안한 감정이 드는 반장이다. * -터벅 터벅 다친팔을 움켜 잡으며 비틀비틀 집으로 걸어가는 세라. "와하하하하! 붕어빵에 내가 초콜릿 집어 넣었지롱~" "이 개세!!!!!! 거기 안서냐!?" 힘겹게 걸어가는 세라의 뒤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우선은 두 명의 남자가 뛰어오기는 하는데.. 그 뒤로 같은 교복을 입은 10댓명 정도가 더 보이기 시작했다. 고로 두 명은 장난치며 뛰어오는 것. 10댓명은 그저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걸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잡히면 죽을 줄 알아!!!" "아하하하하 곰팅이야 나 잡아봐라 용치~" 우악스럽게 따라오는 남자를 제치고 빠른 속도로 세라의 옆까지 다가온 귀여운 남자. -툭 "읏..!" "미안해요~ 미안.." "젠장 눈을 어디다가 팔고 다니는 거야?" "어라?? 얼라리??" 앞만보고 달리던 공고 교복을 입은 한 남자가 세라의 어깨를 세게 쳤다. 다친 상처를 건들이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는 세라. 신경이 예민해진 세라는 바로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공고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라의 눈과 딱 마주친 공고남자는 꽤나 의외라는 듯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크게 뜨며 부담스럽게 세라의 눈을 바라본다. "뭘봐?" "와-아~" "?" 자신을 의도적으로 너무 빤히 바라보자 기분이 나빠진 세라는 꺼리낌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안경 너머로의 세라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공고남자는 곧 생글생글 웃음을 띠우며 인상을 찌푸리는 세라에게 외쳤다. "이쁜누님 오랜만이야!!!!"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이쁜누님?' 세라는 진호(공고아이)의 눈을 마주치며 꽤나 낯익은 호칭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것보다도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가 튀어 나왔다. "미친놈." "응?" 말 그대로 미친 것이었다. 세상에 누가 지금 세라의 모습을 보고 감히 예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머리를 헝크러지고, 얼굴엔 할퀸자국 입술엔 피딱지. 더불어 교복엔 신발자국과 먼지자국. 말 그대로 헐크같아 보이는데, 자신이 보아도 분명 그리 이쁜 몰골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너 나 알아?" "응!! 이쁜누님을 왜 몰라~" "하-" "나 기억안나는 거야? 힝 너무하다." 글썽거리는 진호의 눈을 본 세라의 뇌리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얼마전 바로 자신에게 청상공고 2학년 8반 25번 이라 외쳤던 그 맑은눈의 아이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지금 이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거란 말인가. 세라는 놀란 표정을 접고 오리발 내밀기에 들어갔다. "저기 난 오늘 너 처음보거든? 안 그래도 내가 다쳐서 집에 가봐야 하는데 비켜주겠어?" "힝- 이쁜누님 저번에 싸움 잘 하더니 왜 맞았어. 그리고 이 범생이 몰골은 또 뭐야~~" '켁! 어..어디서 닭살스럽게 앙탈이야?' 티없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 진호를 보며 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나도 닭살스런 행위였다. "비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들킬 위험이 있기에 세라는 진호를 밀쳤다. 위험하다 하고 적색경보가 머리속에서 울렸기 때문이니라. 자칫했다가 진호가 자신을 이형우의 여친이라고 떠들기라도 하면 큰 화를 입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당치도 않은 말이긴 하지만, 소문이란게 원래 무서운게 아니던가. 부풀려서 퍼지면 얼마든지 퍼질 수 있는게 소문이다. "헷-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냉정하시네~" "비키라고." 진호가 싱글거리자, 세라는 급히 이 자리를 뜨기 위해 진호를 밀쳤다. 말 그대로 비키지 않자 짜증이 이빠이 솟아 올랐다. '대체 저건 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이리 깝싸는 걸까?' (세라야 언어순환 하자..;;;;) "헤엑 헥- 한진호 이 새키 잡..." -터억 "곰팅이는 동물원으로 가버려~ 난 이쁜누님과 데이트를 즐겨야 해." "개새- 이젠 눈도 훼까닥 했군." "곰팅이 싫어 싫어!" 뒤에서 따라오던 덩치큰 공고남자가 한진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바로 엎어치기에 들어간 진호. 쿠당탕 소리와 함께 남자가 넘어지면서 중얼 거렸다. 그랬다. 그가 보기에도 세라는 전혀 예쁘장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째던간에, 꽤나 날렵한 진호의 솜씨를 보고 세라는 슬쩍 입꼬리를 말려 올렸다. '얼- 꽤 하는데?' 그리고선 형우와 한판 붙이면 꽤나 재미있을거란 생각을 하며 그들의 한심스런 대화를 들었다. "으익 한진.." -퍽 "말 끊지마! 이 둥실둥실 곰팅이!" "크윽.. 개쉐 나 상처받았다." '놀고있다.' 한대 맞고 다시 뻗은 곰에 말에 세라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럼에도 내심 한진호가 괜히 공고일짱 이라 불리는지 알만도 했다. 저 방긋방긋 웃으며 멋진 주먹과, 재빠른 스피드. 만약 진호가 온힘을 다 한다면 형우와 붙어도 사실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아아 천호수는 빼버리기로 하자. 아무렴 세라가 주위에 관심이 없다해도, 남자친구의 적들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천호수란 이름을 들었을 때도 낯설지 않았던지도. 뭐 공고 한진호도 얼마 전에 얼굴을 처음 본것이었긴 하지만. "이야 한진호 니가 인문계 여자도 알아?" "킥킥 곰팅아 자빠져서 뭐하냐?" "니들 우리 이쁜누님 한테, 작업걸려 그러지?" "뭐?" 뒤에서 느긋하게 쫓아오던 공고들이 세라와 진호를 쭉 둘러싸서 키득키득 웃었다. 공고인 진호가 인문계 교복을 입은 세라와 있다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고에서 주먹쓴다는 아이들이 인문계 모범생을 어떻게 알겠는가? 아니 그보다 저 여자를 예쁘다고 하자 공고 아이들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너 미쳤냐? 아니 그것보다 친한 사이야?" "히히 응!" "여자친구?" "내가 좋아하는 누님!" 진호의 황당한 말에 세라의 얼굴이 굳어지고 공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쩍 입을 벌렸다. 맛이갔다. 지금의 진호는 분명 맛이간게 분명하다. "너..너 대체 이 여자가 어디가 이쁜거냐?" "떽! 이 눈깔동태들아! 니들도 그 때 이쁘다고 했잖아 이 누님은 말이지 이형.." -턱 한 남자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 이유를 묻자 진호는 꽤나 낭만적인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이형..] 그래 이형우란 이름이 나오려 하자 세라는 급히 그의 입을 터억 하고 막아 버렸다. "으으으으읍..! 읍읍!!" "자자 우린 할말이 있지? 닥치고 가주실까?" "으으으읍!!!" "숨막혀도 좀 참아?" 세라는 이판사판으로 우선 그의 입을 봉하고자 그의 입을 꽉 막은채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어라? 야 인문계!! 진호를 왜 납치해!!" 벙쪄있던 공고의 한 남자가 외쳤다. 사실 이런 경우가 워낙 많아야지 말이다. 공고나 상고 여자들이 가끔씩 만만한 진호를 데리고 사라지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인간들이 많아져서는 안되겠다 싶은지 세라가 진호의 귀를 비틀며 소근거렸다. "자자 저 녀석들 처리해 줄수 있지?" "응응! 얘들아~~ 이 형아가 보고싶어도 참아! 우린 데이트 하러 간다!!" 세라가 손을 떼자 진호는 방긋방긋 웃으며(사실 숨을 많이 허덕였다.) 친구들에게 외쳤다. 친구들은 저마다 황당하단 얼굴로 중얼 거렸다. "저 여자가 이쁘다고 하면 저 녀석 눈이 참 많이 낮아진거지?" "낮아진 정도가 아니라 미친거지." "대체 저 범생이 같은 여자가 어디가 좋은거야? 사실 친하다는 것도 믿음이 안가." "나 역시. 내가 한진호랑 늘 부터다녀도 저 여잔 처음 보거든. 인문계에 아는 여자 있다는 것도 지금 처음안걸?" 멀어져 가는 진호와 세라를 보며 아이들이 저마다 혀를 끌끌 찼다. 거기다가 세라의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듣는이야기 였고, 인문계에 아는 여자가 있다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만큼 신기했지만 뭔가 의심쩍기도 했다. "근데, 한진호가 이쁘다고 한건 저번에 그 이형우 여친이 다가 아니었나?" "아아- 그 이형우 여친? 하긴 그 여자 이쁘긴 예뻤지." 진호가 서서히 시선에서 떠나자 곧 바로 화제는 이형우의 여자친구로 돌아갔다. 사실 진호가 예쁘다고 한 여자는 이형우 여자친구가 처음이 아니던가. "헉 이형우가 여자친구가 있었어?" 몇명의 남자가 놀란듯이 눈을 크게 떴다. 이형우라 하면 여자를 돌같이 보던 그 냉혈남아가 아니던가. "아 넌 모르는 구나? 저번에 말이지.." 곧 여자들 못지 않은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졌다. - -;;;; * * * 어느 골목가 "후우- 야!!" "응?" "난 니가 말하는 그 이쁜 누님인가 하는애 아니거든? 그러니까 허튼소리 하지 말고 여기서 빠이하자?" 세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손을 흔들었다. 끝까지 오리발 작정을 할 생각이었다. 사실 증거도 없지않나? 단호한 세라의 표정에 진호는 잠깐 고민을 하는 듯 했지만 곧 이어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 거짓말! 이형우 여친이라는거 속일려고 하는거야?" "뭐?" "왠지 누님같은 여자가 눈에 안 띄었다 했더라~~♡" 황당 황당. 그리고 당황당황. 어떻게 저리도 확실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세라의 학교에도 자신이 아는 [블랙] 집단들이 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지만..;) 처음 이 모범생 변장을 했을때도 형우만이 유일하게 알아보지 않았던가? 헌데, 겨우 두번만난 남자가 자신을 알아 보다니. 이런 어이없음이 다 있나. "하- 진짜 황당하다. 오늘 처음본 사람한테 이거 실례야. 그럼 우리 다신 보지말자?" -스윽 "잠깐..!" 여튼 세라는 우선 이 상황을 피하면 다신 볼 일도 없다 생각했기에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뭔가가 휙 하고 지나가더니 눈 앞이 허전했다. "히히 역시 누님 맞네~~" 진호가 자신의 앞에 서서 안경을 보여주자 세라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오 주여--' 은세라 모범생 변장 한지 어언 3년생활. 첫 실체를 두번째 보는 미친남아에게 들키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우와와 역시 누님은 예쁘다니까~~" 세라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진호는 베시시 웃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좌절한듯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세라. 한참을 멍하니 있는 세라가 걱정스러워 웠던지 그제서야 진호가 조심스럽게 세라에게 묻는다. "누님 어디아파?" "끝났어. 끝났어. 내 꿈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어. (중얼중얼)" 진호의 물음에 여전히 넋나간 듯이 음침하게 중얼 거리는 세라. 얼굴을 들킴으로써 자신의 꿈이 박살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역시나 저런 놈들에게 얼굴을 빛춘건 크나큰 잘못이었다. 그저 모른척 넘어갔어야 했음이거늘. 왜 그렇게 형우가 말렸는지 드디어 이해가 가기 시작한 세라다. 저렇듯 호수 마저 세라의 얼굴을 안다면 어쩌겠는가? 일개 꼬붕같은 일진들도 아니고, 싸움하면 싸움 그리고 얼굴이면 얼굴. 유명하다 하는 저놈들이 입만 잘못 벙긋 거리면... 끝난다. 말 그대로 디앤드다. 그리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님 정말 어디아파?" -콰악 "씨발놈 죽였어야 했어. 그 때 작살을 냈어야 했어. 이 자비로운 마음때문에 널 살려뒀음이 무척이나 후회스러워 지는군." "아야야- 누..누님 아파." ' 저 녀석을 죽여야 한다. ' 창백한 얼굴로 연신 무섭게 중얼 거리는 세라를 보며 꽤 심각하게 묻는 진호. 그 순간 세라는 강한 본능으로 날렵하게 진호의 손을 잡아 꺽으며 싸늘하게 진호를 내려다 보았다. [흠칫]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등골이 오싹하다는 느낌을 받는 진호. 장난 스러운 듯한 표정은 이미 없어지고, 정말 아픈지 눈썹을 찡그렸다. 공고 일짱이란 칭호와 다르게 항상 웃음이 많았던 진호. 그와 동시에, 남에게 쫄아본 일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하필 그것이 여자라니. 쪽팔린 일이었지만, 당해보지 않은 인간을 모를 것이다. 세라의 표정은 정말이지 광끼가 다분했으니. "목격자를 처단해야해. 널 죽여야 내가 살 수 있어. (중얼중얼)" "헉! 누..누님 진..진정해 진정하자고 우리 말로.." -퍼억 "하하하하하 내 얼굴을 처음 목격한 넌 분명 자랑스럽겠지만 곧 세상을 하직해야 해서 얼마나 불행하니? 하하하하." 꽤나 심각한 세라를 보며, 진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빼내려 했다. 그 순간 진호의 배에, 세라의 강력한 주먹이 내리 꽂혔다. 윽 이라고 신음을 흘리며 배를 움켜잡는 진호. 아니 배를 움켜 잡으려 했다. 하지만 세라가 한 손을 꺽고 있었기에 그건 불가능 했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세라가 흥분하는 걸로 봐선 크나큰 잘못을 저지른게 틀림없을 것이다. "누..누님 이것 좀 놓고." "내 꿈이.. 내 꿈이 너 따위로 인해 산산조각 났어. 그냥 모른채 떠나가면 좋았을거늘. 왜 그리 멍청한 짓을 한건지."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진호를 보며, 세라는 싸늘한 조소를 걸쳤다. 조폭인 아빠의 피를 대량으로 물려 받았던 걸까? 손을 빼내려 했지만, 여자의 몸으로 어디서 그리 큰 힘이 나는지 손을 뺄 수도 없었다. "누..누님." "드디어 내가 첫 살생을 저지르게 되는구나. 그 첫타자가 너같이 예쁜 아이라 참 아쉽지만 말이야. 물론 너한텐 영광이겠지만 말이야." "저..저기 노..농담이 지나치지 않아?" 너무나도 진지한 세라의 눈빛에 진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웃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애써 웃었다. 그러고 보니 참 이형우군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저런 성격을 지닌 여자친구를 오랜시간 동안 사귀고 있다니. 그리고 그런 그와 대조되게 정말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는 세라. "아아 형우야 아빠 모두들 축하해줘. 상고의 적 공고 한진호가 내 손에 죽임을 당할테니 말이야. 사랑스런 우리 형우야 내 너를 위해 기꺼이 살생을 저지르마!" -콰악!!! "헉!!! 누..누님 지..진짜로 날 죽일셈이었던거야?" 기도함과 동시에 어디서 났을지 모를 커터칼을 진호의 얼굴옆에 꽂은 세라. 진호가 얼굴을 살짝 피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후후 내 사전에 거짓은 없다." 미쳤다. 은세라 그녀는 미쳤어도 단단히 미친게 분명했다.; 얼굴한번 빛췄다고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이건 내 장담하건데, 이 여자 분명 미친것이 확실하다. "누..누님 호..혹시 모..모범생 일에 내가 해를 끼칠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래 그거때문에 널 꼭 죽여야해!!!!" -파앗 "이..입!" 세라가 살벌한 눈으로 커터칼을 다시 쥐어 들자, 진호는 떨리는 입으로 소리쳤다. 대략 세라가 화내는 일이 무엇인지 감을 잡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입 다물어 줄게!!!" -푸욱 바로 진호의 목 옆에 커터칼이 박혀 버렸다. -푸쉬쉬쉬. (연기 나는 소리?) 저 칼이 목에 박혔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 순간 하얗게 얼굴이 굳어 버리는 진호. 역시나 세라는 자신의 본 모습이 들켰다는 것에대해 무척이나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중생활을 하는 것임을 틀림 없었다. 그러니 저렇게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보자 화가 날 수 밖에. 이중생활에 본 모습을 들킨다는 것은 크나 큰 오점이 아니던가. 그보다 진호는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여자는 또 난생처음 봤다.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고 할 줄이야. "그말.." "으응?" "정말이지?" 세라는 처음보다 살기를 접으며 진호에게 물었다. 차가운 저음이 흘러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움찔 거리는 진호는 귀엽게 고개를 끄덕 거렸다. "응응! 비밀 비밀로 할게!!" "믿는다." "응응!!" "만약에 입 잘못 놀리면.." -푹 팅팅.. 진호는 다행이라는 듯 귀엽게 눈을 접으며 웃었다. 아직 신뢰가 안 가는 세라는 다시금 커터칼을 높게 휘두르며 벽에 꽂은뒤 부숴 버렸다. 커터칼이 산산조각으로 부숴지며 진호의 발에 툭 하고 떨어졌다.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있는 진호에게 싸늘하게 말을 잇는 세라. "너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아라." "으..응!!" 이것이 진정한 협박이었다. -_- * * * * 그리 그리해서, 한숨을 돌렸다는 듯 푸욱 고개를 떨구는 세라. 힘들게 벽을 지탱하면서 진호에게 손을 내민다. "내 이름은 은세라." "어엉?" "안 잡아?" -턱 "응!!" 세라가 내민손에 손에 어리둥절하던 진호는 그것이 곧 악수라는 생각에 그 손을 거침없이 잡았다. 그래도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갑자기 자기소개 라니. "병신." "윽.." "내 이름도 말했으니 이제 니 이름도 말해야지." "아..! 내 이름은 한진호야 ^ㅇ^ 헤헤 전에 말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청상공고 2학년 25번 이라네!! 반가와요 이쁜누님!" 세라의 욕설에 당황하던 진호는 다시금 자기 소개를 하며 생글 웃었다. 정말 말 그래도 예쁜 웃음이었다. 보통 여자들이 보았다면 바로 뒤집어 지는 미소랄까? '은세라 은세라. 세라..세라.' 생글생글 웃으며 세라의 이름을 머리속에서 외우는 진호. 가슴이 떨려온다는 생각에 웃음을 멈출줄 몰랐다. "계약성립." 계약 성립이라니. 뭔 계약 말이더냐. "계약성립?" "넌 입을 다물어 줬으니, 내게 바라는거 없어?" "응?" "니가 해준게 있으면 나도 해주는게 있어야 할거 아냐." "아아!" 세라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자, 그제서야 머리회전에 끝난 진호는 머리를 탁치며 웃었다. "친구하자 친구!!" "뭐?" "이형우가 지금은 남자친구니까 우선 친구부터 시작해야 하거든!" "뭔 소리래더냐. 이 공고아이야." 친구라는 말에 왠 어이없는 소리냐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안경을 다시 똑바로 쓰는 세라. "내 이름은 진호!! 진호라 불러줘 누님!!" "내 이름은 은세라. 은세라..라고 부르지마. 그냥 누님이라 불러라 새캬." "응응!!!" 세라가 이름을 알려주다가 곧 흠칫 거리며 다시 누님이라 부를것을 말했다. 형우가 아닌이상 왠지 다른 남자한테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이상할거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근데 우리 같은 나이인데 왜 누님이라 부르냐?" "헤헤 그야 내가 첫눈에 반했으니까 누님!!" "미친놈." 세라가 시선을 돌리며 중얼 거렸다. 역시나 처음 봤을때 이상하다 싶었지만 정말로 미친놈이었을 줄이야. 하지만 진호는 세라와 달리 정말 뭐든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헤헤 그럼 우리 친구된 거야?" "어." 진호의 말에 약간 고민하다 싶었던 세라였지만,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곧 대답을 했다. 상고 즉 형우와 언젠가는 붙을 놈이긴 하지만, 본래 잘생긴 놈은 옆에 두고 안 좋을 일은 없을거 아닌가? 더불어 막강한 공고일짱을 친구로 두었으니 그거 역시 이용하기 좋을 것이고. 보다 인문계인 자신의 학교 천호수를 눌러주기 딱 좋은 조건이 아니던가? 상고+공고VS인문계 <= 대략 이런 공식. (원래 세라의 근본이 사악 그 자체다.;;) 뭐 뭣보다 마음에 들었다. 저 진호의 거짓없이 맑은 눈 말이다. 이형우의 슬픈모습에 반해서 사귀었다면, 진호는 맑은 눈동자에 반해서 친구가 된 것이라고나 할까? 뭐 처음봤을때 부터 진호의 눈이 마음에 들었던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는게 좋을 듯 싶다. 사실 세라가 힘만 좀 쓴다면 진호 없애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게 아닌가. 적어도 아버지가 조폭인데. "아싸아~♡ 근데 누님!!" "왜?" "나 멍들었어 호~ 해줘~~~~" "아직 칼날은 많은데 말이야? ^^ 사지에 꽂아줄까?" 하하 저런 진호와 친구라는거 역시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것일까? "아하하하하하. 누님 싸랑해~~♡" 세라가 위협적이게 말해도, 진호는 뭐가 그리 좋은지 다시 방긋방긋 웃으며 세라에게 앵겼다. "저리 떨어지지? 한진호??" "에잉- 누님은 앙탈쟁이." "아직 칼은 많다니까 그러네." "에이 부끄러...켁! 아..알았어 떠..떨어지면 될거 아냐~" 세라가 정말로 칼을 들이밀며 진호에게 보이자, 진호는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떨어져 나갔다. "근데 넌 두번째 봐놓고 어떻게 알았냐? 모습도 확연히 달랐을텐데." "눈." "?" "누님은 눈이 참 아름답거든~ 헤헤 그래서 단눈에 알아 봤지요!" 순간 심장이 두근 거렸다면 그건 진호의 맑은 웃음 때문이었을까? 저렇게 맑은 웃음은 처음 봐서 일까? "씨바 내 눈이 이쁘긴 어디가 이쁘다고." "헤헤 누님은 눈이 제일 이쁜걸~?" 자기가 물어놓고도 쑥스러운듯 시선을 피하는 세라. 그러고 보니 형우에게도 얼핏 그런말을 들은거 같기도 했다. 눈이 참 매력적이라고. 그래도 그 눈때문에 단 눈에 알아보다니. 저거(진호?) 의외로 눈치가 무척이나 좋은 아이였나 보다. 좋은말로 눈썰미가 좋다고나 할까? "개쉐 달라붙기는- 괜히 이상한 놈하고 친구 먹은건 아닌가 모르겠네." "에이 나 이상한 놈 아니다~" "저리가라?" "누님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진호를 떼내으며 인상을 쓰는 세라. 이렇게 표정이 많이 망가지기는 천호수 이외에 또 처음이다. 천호수는 그지 같은 인상으로 화를 돋구게 했다면 이 녀석은 끔찍한 표정으로 귀찮게 하는데 뭐 있는거 같음이 분명했다. (뭐든지 비관적이게 보는 세라였다.) "아오 귀찮아 귀찮아 너 진짜 내 모습만 안 봤다면 바로 바다에 던져 버리는 건데." "미워잉~ 난 상어밥 되기 싫어." "한국에 상어가 어디있냐 미친놈아." "63빌딩에는 있다~♡" 앙증맞은 표정으로 세라에게 씨익 웃는 진호. 이걸 때릴수도 없고 라며 생각하고 주먹을 바들바들 떠는 세라. (사실 지금이라도 무척이나 때리고 싶어서 참는 중이다.) 차마 자신의 모습을 비밀로 해주는 이 아일 때릴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비록 협박아닌 협박으로 위협을 해서 막은 것이지만. "바다에 던진대니까." "그럼 물고기밥 되는건가?" "아아 머리." 자신의 선택에 정말이지 처음으로 크나큰 후회를 하는 세라다. 역시나 그냥 없애 버릴걸. 어쨌든간에, 오늘은 세라의 정체가 처음으로 벗겨진 날임과 동시에 공고일짱인 귀염둥이 한진호와 친구를 먹은 날이었다. 하하 -_- 과연 진호가 친구로 만족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아차차 잠시 잊어 버릴뻔 했네." "응? 누님 이거 먹어봐~ 먹을거 남기는 아이는 나쁜 누님!" "시끄러워." 억지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려는 진호를 떼내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드는 세라. 드디어 중요한 목적이 생각이 난 듯 싶었다. 핸드폰의 1을 꾹 누르자, 잠시의 신호음과 함께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허스키 보단 냉랭한 음성에 가깝다고나 할까? [안녕하십니까, 1기 행동대장 이민호 입니다.] "그래." [어쩐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아직 소집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혹시 말씀 하셨던 싸움이..] "아냐 그건 아직이고, 손 좀 봐줬으면 하는 인간들이 있어서." [네??] 낮은 저음으로 전화를 받던 민호는 세라의 말에 놀란 듯 목소리를 높혔다. 블랙의 짱인 세라가 친히 손을 봐주었음 하는 인간이 있다니. "별건 아니고, 니네 학교 2학년 여자들 있지?" [2학년 이요?] "그래. 여럿 몰려 다니는 애들 있잖냐. 단체로 교복 팍 줄이고." [아 네. 어떤 년들인지 알겠습니다. 시일은..] "오늘중으로 끝내. 아주 처절하게 부셔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몇일 뒤 뵙도록 하겠습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세라는 부들부들 거리며 핸드폰을 툭 하고 닫아 버렸다. 분명, 민호에게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손 봐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들켜버린 이상, 언제 또 들킬지 모르는 일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누님 무섭게 시리 왜 그래? 누구 손 봐줄 애 있어? ㅇ_ㅇ 내가 처리해 줄까?" "귀여운 새키, 넌 아직 쓸만한 때가 아니다." "응?" "그런게 있어. 근데 왜 내 핸드폰은 만지작 거리는 거냐?" 세라는 진호가 귀여운 듯 진호의 머리카락을 두어번 쓰다듬다 문득 진호의 손에 들린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동작을 멈췄다. "히히 친구된 기념으로 내 폰 넘버도 입력 시켜놨지요~" "필요 없는데." "에이 누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444번을 꾹 눌러 주세요." "지랄." "헤헤 누님은 입이 거칠어도 참 매력적이야." 세라는 만사가 귀찮은 듯 안경을 두어번 올리고, 핸드폰을 빼앗아 주머니에 쏙 넣어 버렸다. 그런데도 진호는 뭐가 좋다고 저리 헤실헤실 거리다니. 처음부터 웃음이 많다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더 한거같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쪼륵 "그래서 들켰다고?" "그래." 아늑한 거실. 세라와 형우는 서로 마주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음료수를 쪼륵 빨았다. 학교를 마친 뒤, 그저 간단한 요기를 하러 세라의 집에 들렀던 형우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형우는 짐짓 심각한 얼굴로 세라를 한번 흘깃 쳐다본뒤 다시 입을 열었다. "없애지 그랬어?" 세라의 영향인지, -_-; 정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세라에게 묻는 형우. 그런 형우의 물음에 놀라기는 커녕 태연스레 입을 여는 세라. "하지만 왠지 너를 위해서라도 쓸모 있을거 같더라고. 그리고 이 어린 나이에 내가 살생을 하기 바래??" "어째 살생을 않 해본거 처럼 말한다?" "형우야 내가 그 녀석 입을 어떻게 막은지 알아?" "그야 칼로 위협했겠지. 후르륵." '......' 마치 진담인냥 얘기하는 형우를 보며 세라는 혹시나 해서 진호에게 했던거와 마찬가지로 위협을 하려 했건만 형우는 세라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저렇게 태연스레 대답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세라야, 후륵- 설마 지금 한진호에게 위협했던걸 나한테 할 생각은 아니었겠지?" 뜨끔 형우의 말에 세라는 눈썹을 꿈틀 거렸다. 그에 비해 형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살짝 감으며 음료수를 들이켰다. '저..저거 쪽집게 아냐?' 형우의 모습을 흘깃 쳐다본 세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음료수를 쪽 빨았다. 이것이 바로 시간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 놀라워할 필요는 없어. 니 성격이야 내가 제일 잘 알잖아. 그것보다 한진호 그 녀석이 입을 다물겠데?" "응. 대신." "대신?" "친구 하자고 제의하더라." "뭐?" 친구라는 말에 형우는 눈을 번쩍 뜨며 세라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런 황당한 말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라만 해도, 분명 증거를 없애는게 더 좋은 방법이었을텐데 구지 협박으로 입을 막아둔건만 해도 이상했다. (점점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가고 있는 형우군.;) "걱정마~ 설마하니, 너랑 붙어야할 인간하고 친분을 쌓겠어? 단지 이용할 구석이 있어서 그래. 우선 공고가 상고쪽으로 기울어 지는게 훨씬 유리하잖아? 거기다가 그 녀석은 공고일짱으로 공고에는 크나큰 영향력을 미칠테지. 그러니 싸울때나 불리할때 이용해 먹기 쉬울거야. 도움도 될거고." "그래서 그걸 이용하겠다?" "응. 나 졸라 착하지 않냐?" '응 너 졸라 비열해..=_=' 차마 저 순진한 세라의 얼굴에 비열하단 말을 할 수 없어 속으로만 꾹꾹 삭히는 형우. 사실 상처받는 세라보단, 그녀의 주먹이 더 무서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어쨌던간에, 그러한 이유로 진호를 둔다면야 상관 없겠지만 일말의 감정이라도 보여서 그랬다면.. "근데, 정말 그게 이유야?" "피식- 우리 형우 질투하는 구나?" "질투가 아니라, 그 자식 너한테 관심있는거 처럼 보였.." -쵹 "쿡쿡 걱정마 형우야, 단지 그 녀석 눈이 마음에 들었어. 그 뿐이야." 흔들리며 조금 불안해 하는 형우를 보며 세라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고 불안해 하지 말라며 형우에게 짧게 입맞춤을 해주는 세라. 그 순간 형우의 얼굴이 화끈 닳아 올랐다. 새하얀 얼굴에 볼만 붉으스름한 것을 보니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세라는 단지 그 이유만이다. 다른 이유도 아닌 그 맑은 눈이 좋아서 였다. 뭐 어떻게 보면, 세라에게 있어 진호는 상당히 불쌍하게 취급 받는 남자였다. "정말? 그뿐이야?" "당연하지, 나한테 남자는 너 뿐이라고." "그럼.. 다행이고." "귀여운 녀석." 세라의 단호한 대답에 형우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쇼파에 몸을 기댔다. 그런 형우를 보며 세라는 낮게 웃으며 형우와 시선을 맞췄다. "근데, 세라야." "응?" "너 얼굴이 왜 그래? 누가한테 맞기라도 한거야?" -찔끔 형우의 말에 세라는 얼굴이 굳어 버렸다. 역시나 형우는 금새 알아챌거라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빨리 알아챘다.; "하하하 그..그냥 넘어졌어." "거짓말 하지마, 여자애들이 건들인거 같은데? 어떤 년이야??" 세라가 당황해 하며, 넘기려 하자 형우는 살벌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척이나 싸늘한 눈초리에 세라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역시 넌 눈치가 빠르구나." "누구야." "우리학교 깡패 여편네들." "너희학교 여자들이 왜? 넌 모범생으로 지내서 딱히 원할 살 만한 일도 없잖아." 세라의 말에, 형우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여전히 표정은 살벌하다 옷해 얼어 버릴 정도였지만. "그게.. 뭐 천호수랑 트러블이 있었는데." "천호수?? 혹시 너 저번에 그 녀석 한테 다가서려 했던게.." "이유는 묻지마. 다 안 좋은 일이 있었어. 아무튼 그거 때문에 그 깡패여시년들이 대량으로 몰려와서 다구리를 하지 뭐야? 꼬리친다 어쩐다 해서 말이야. 원래 좀 잘난인간들 한텐 빠순이들이 많잖아. 너의 빠순이들 처럼 말이야." "하.." 천호수와 세라가 대면을 했다는것도 놀라웠지만, 그깟 여자들한테 맞은 이유가 천호수 때문이었다니. 거기다가 저번 일을 곰곰히 되집어 본다면 분명 안 좋은 일이 있었긴 했나보다. 그보다.. 왠지 형우가 모르는 일이 있어다고 하니 괜스레 질투심이 났다. 형우는 세라에게 만큼은 뭐든지 감정적이게 되는 남자니까. "씨발- 지금이라도 가서 다.." "기다려. 이미 그 건은 1기 행동대장 한테 넘겼어." "1기라면." "그래 문제는 없을거야." 1기 행동대장이란 말에 형우의 얼굴이 스륵 풀려지고 세라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나 못지 않게 잔인한 녀석이니까.' 그 역시 잔인하다고 따지면 블랙의 모든 이들이 인정한 세라 다음으로 잔인한 녀석이니까. * * * "어이 2학년 기집애들. 잠깐 나 좀 볼까?" 어둑한 골목길. 옹기종기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자들을 보며 담벼락에 비딱히 기대 말하는 한 남자. 그가 바로 블랙의 [이민호] 였다. 세라와 같은 학교임은 물론, 상당히 잔인성 넘치는 남자다. 학교에선 그저 비열하고 잔인하고, 치사하다고 소문난 그는 18세로 고등학교 2학년 즉 세라와 같은 나이였다. 뭐 반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서도. 어쨌던 간에 이민호는 절대 건들여서는 안되는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였다. 특히나 여자나 남자나 그리고 선생들까지 모두 두려워 하는 대상이랄까? 그만큼 양아치 끼가 다분했다. 그리고 [블랙]의 1기 행동대장 으로써 이형우 외에 세라와 가장 접촉을 많이 하는 인간이다. 세라가 직접 통화를 주고받는 것만 해도 알 수 있지 않는 사실인가? 세라와 가까운 만큼 실력또한 대단하다. 블랙 내에서는 세라 다음으로 잔인하다 싶은 유명한 남자다. "꺄- 이민호가 왜 우릴 보자지?" "몰라~" 이민호는 자신의 학교에서 2학년의 천호수 보다는 못 하지만, 천호수 다음으로 싸움을 잘 하는 남자다. (유빈이는??? 글쎄.. 실력을 모른다.) 하지만 워낙에 집단에 속박되어 있는 것이 싫어서 그저 그 학교에서 양아치라 불리는 남자중에 하나다. 여튼 꽤 미남자이며 학교의 유명한 남자인 그가 그녀들을 부르자, 그녀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앞다투어 그에게 다가섰다. 사실 이민호가 여자들에게 말을 거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다. 그랬기에 신기하고 마냥 좋아서 따라나서는 여자들. 곧 피를 보게 될터인데 말이다. 그리고.. -퍽!! -퍼억 차마 입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만큼 잔인한 폭행이 이어졌다.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때리냐고? 그건... 양아치니까. 그 역시 양아치라 냉대받고 블랙에 들어간 남자였으니까. 뭐 사실 블랙에서 이 정도 비열함은 축에도 못 낀다. 15:1로 맞짱은 뜬다던지 남자 몇이서 여자를 겁탈한다던지. 담배를 대놓고 핀다던지 등등 상당히 많은 짓거리 중 하나였으니까. "크윽.. 우..우리한테 왜 이.." -빠득.. 몇분 뒤. 피를 토하며 간신히 이민호를 바라보며 묻는 한 여자. 민호는 그런 여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손을 발로 지익 밟아 버렸다.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소리가 또 다시 울리고.. "난 명령대로 움직일 뿐이다." "쿨럭- 제..제발 살려줘." 아무렇지도 않게 씨익 웃었다. -찰칵.. 민호는 싸한 무표정으로 라이터를 켰다. 울며불며 살려달라 붙잡는 여자들이 그저 귀찮기만 할 뿐이다. 자신의 짱(은세라)처럼 적어도 여자다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것들은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미..민호야 우리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응?" 정말 잔인했다. 이렇게 울며불며 살려달라 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밟는 민호. 민호는 시끄러운지 그녀의 입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피가 툭 하고 튀자 인상을 찡그리는 그. "니가 잘못한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아냐?" '그건 내게 이런 명령을 내린 우리 짱한테 물어봐야지.'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서는 민호. 사실 그는 명령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던가. 그러니 이유따윈 알리가 없다. 알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저 세라가 족치라면, 족치는 거 뿐이다. "뭐..뭐? 그럼 도대체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야." "명령이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려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화르르르륵 곧 불이 여자의 머리에 화륵 하고 붙었다. 사실 민호가 세라에게 복종하다 싶이 하는 것은 단순히 규율때문이 아닌 자의다. 그깟 규율따위 안 지켜도 그만 지켜도 그만 아닌가? 물론 후환이 두렵긴 해서 지키고 있는 편이지만;; 어쨌던 자신이 세라에게 복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싸움실력에 반해 그리고 그녀의 성격에 반해서 이렇듯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무런 의미없는 여자들을 죽사발을 만들어 놓을만큼 충성심 깊은 놈이었다. 학교에서는 자시 멋대로 행동하는 양아치긴 하지만서도 세라의 앞에만 서면 말 잘듣는 개로 바뀌어 버린다. 그렇게 돌변하는 자신이 가끔 이해가 안 갈때도 있지만 뭐..그 습성은 본능적이라고나 할까. "꺄아아아아악!!"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늩 통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대략 피 바다가 된 주변을 살핀 남자는 나름대로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여자들은 쓰러지기 직전 꼭 지옥을 체험한 듯한 오싹함을 느꼈다. 과연 저게 사람일까. 사람이 저리 잔인할까. 천호수는 그저 다혈질 파라 하면 그는 차분하면서도 냉정해서 더 무서운 법이었다. 대략 주먹을 잘 쓰지는 않는 민호인데. 대체 무슨일로 그녀들을 밟았단 말인가? 그것도 이리 처참하게 명령대로 라고는 했지만 그녀들이 이해를 할 턱이 있던가? 저런 양아치 같은 놈에게 명령을 내릴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냥 재수없어서 걸린거라고 판단해 버리는 여자들 이었다. "명령완료." 그는 짧게 중얼 거리며 길다란 다리로 휘적휘적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완벽한 명령수행 이었다. . . . "그 년들은 처리된다 하자. 그래도 뭔가 조취를 취해야 되지 않겠어? 그 학교에 천호수 좋아하는 극성팬들이 한둘이 아닐거 아냐. 이런 일도 다시 안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모른척 해야지." 아아 여자들아 민호에게 명령을 내릴 사람이 그 누가 있다고 했던가? 바로 여기 있지 않은가. 매혹적인 자태로 형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라 말이다. 민호가 정말 절대 복종하다 싶이 따르는 상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세라다. 말 그대로 세라의 말이 곧 법이다. 본디 여자를 아무것도 아닌 듯 취급하는 민호였건만(봤다 싶이 여자건 남자건 무차별으로 팬다.) 세라에게 완패하고 나서는 완전 그녀의 '개'로 전락해 버렸다. 뭐 그건 민호 자신이 자처해서 한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니가 그런 년들 한테 맞고 다니는건." "걱정마 다음부턴 안 맞고 올테니까 그럼 됐지?" "그..그래." 세라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음료수를 쪼륵 딸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자 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맞고 온 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한단 말인가. "아무리 내가 모범생 이라도 이런 치욕스러운 생활은 싫거든." "잘 생각했어. 혹시나 이번에 천호수가 건들이면 말하고." "응." 건성 건성. 형우의 걱정스런 말에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수를 꿀꺽 마시는 세라. 은근히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는가 보다. "성유빈은 안 건들이지?" "성유빈?? 걘 누구더라?" "천호수 똘마니." "아아-! 그 능글맞은 웃음??" "능글??" "맨날 나랑 천호수랑 투닥 거리는거 보면서 졸라 웃고 있거든." 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늘 호수의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며 웃던 유빈을 생각해 냈다. 그리 못생긴 외모는 아니었지만, 뭐랄까 바람끼가 풍긴달까? 뭐 여러모로 세라의 취향은 아니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씨바 너한테 눈독들인거 아냐?" "걱정마 내 생각엔, 그냥 장난기 담긴 눈빛이니까." "그럼 다행이고." 형우가 심각하게 묻자, 세라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말에 다행이라는 듯 진지한 눈빛을 접는 형우. 은근이 질투가 많은가 보다. "그보다.." "?" "싸움이나 하루빨리 앞당겼음 좋겠다." 마치 달콤한 사탕이라도 먹는 듯 꿈에 젖은듯 눈을 감고 중얼 거리는 세라. 싸움이라 하면.. 상고와 공고 그리고 인문계의 서열을 타투는 싸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왠 싸움? 넌 늘 하는게 싸움인데, 기다릴 만한 싸움이 있나?" "왜 있잖아. 피식- 상고전설 이형우와 공고일짱 한진호 그리고 입문계 쓰.레.기 퍼런머리 천호수의 대결." "하하 퍼..퍼런머리?" "뭐 비유야 어쨌던 원래 그 싸움에는 내가 뒤처리만 하려고 했는데 그 누군가가 내 신경을 너무 박박 긁어 놨거든. 어떻게든 죽여 놔야지. 이번에 맞은것도 갚을겸." 퍼런 머리라는 특이한 호칭에 형우가 조금 의아하다는 듯 웃자, 세라는 이빨을 빠드득 갈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도 호수에게 맺힌 한이 많은가 보다. "픽- 세라 공부는 안 하시고?" "가끔 내 스트레스를 풀 그런 날이 있어야지." "쿡쿡 그래 알았어. 너 시험 끝나는데로 시작할게." "후훗." 공부란 말에 세라는 머리가 지끈 거림을 느끼며 형우를 흘겨 보았다. 하지만 곧 형우의 시원스런 대답에 서로를 바라보며 즐겁게 웃었다. 물론 세라야 싸움에 젖은 사악한 웃음이었지만. "그보다 니가 그렇게 벼루고 있는게 천호수라.. 세라야 혹시나 해서 말인데 열 뻗친다고 벌써부터 건들이면 안된다 알지?" "당연하지!! 아주 처절하게 밟아 줄 거거든-" 형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충고 하듯이 말하자 세라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래 천호수에게 갚을 빚이 얼마던가? 아주 똑똑히 받아내야지. 이젠 진호에게 한것 처럼 실수는 해선 안된다. 즉 얼굴을 들어내서는 안된다. "그래 다음부터 절대 이런 모습으로 많이 돌아다니지 말고. 한진호 처럼 눈썰미 좋은얘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런 앤 드물거야." "그렇게 방심했다가 이번에 걸린거 아냐?" "쳇-" 형우의 질책어린 말에 세라는 삐친듯이 입을 쭉 내밀었다. 그 모습조차도 형우에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콩깍지란 말은 이럴때 쓰이는 말이던가? "그리고 앞으론 다른 남자랑은 일체 접촉금지다? 모범생 일때라도?" "풋- 질투쟁이." "아무리 놀려도 기분 나쁜건 나쁜거야. 지금이라도 당장 짱뜨고 싶은거 참는거니까." "쿡쿡 걱정마. 내 남자는 너 하나라고 했잖아." 귀여운 질투쟁인 형우를 꽈악 안으며 얼굴을 부비부비 거리는 세라. 부드러운 살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켰다. 그런 세라의 허리를 안으며 알게 모르게 생각하는 형우. '그래도 가끔은 불안할걸. 이렇게 나한테만 향하는 니 마음이 다른 이에게 돌아가 버릴까봐. 그러면 넌 그때처럼 단호하게 뒤돌아 서겠지? 난 그게 두려운 거야. 어쩔땐 장점이 되는 너의 깔끔한 성격이 어쩔땐 너무 잔인해서 단점이 되어 버리거든. 난 그냥 이대로 우리의 관계가 지속됬으면 좋겠다. 난 지금이 가장 행복하거든.' 조금 불안하다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여자이거늘. "그보다 세라야 이리와 상처 치료해야지." "여기 얼굴에 상처-" "아씨 이 개년들- 백옥같은 얼굴 다 뭉개놨네. 입원한 그 년들 팔이라도 다시 부러뜨려야 속이 풀리겠어." "쯧- 걱정마라. 열받는 일이긴 하지만 서도 이민호 라면 부러 뜨리는 것은 물론, 라이터로 지지고도 남았을 놈이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데.. 퇴원한 뒤에 묻어 버릴까?" 형우가 곧바로 세라의 책상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얼굴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백옥같은 (우엑..) 세라의 얼굴에 꽤나 흠집이 난 것을 보고 화를 주체하지 못 하는 형우. 지금이라도 당장 패버리고 싶다만, 벌써 부터 시비를 거는건 조금 무모한 짓이 아니던가? 뭐 그래서 세라는 같은 학교인 이민호를 시킨것이지만. "어쩔때 보면 니가 나 보다 더 잔인한거 같다?" "제발 차라리 욕을 해라." "이 자식이!!" 세라가 장난기 있게 말하자, 형우는 곧 죽을거 같은 얼굴로 중얼 거렸다. 서로의 장난이 오가자, 세라 혼자 쓰는 이 집도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어?? 너 소독약 붓는다?" "씨바 협박이냐?" "쿡...어 협박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세라를 피하기 위해, 하얀 거품이 일어나는 소독약을 들어 올리는 형우. 그런 형우의 모습에 세라는 조금 거리를 떨어져 앉은 뒤 물었다. 그렇게 장난기 어린 대화들이 오갈즈음 형우는 피식 웃으며 '그래 딱 이 관계만 유지되었으면 좋겠어.' 빌고 또 빌었다. 여전히 세라와의 이 행복이 깨지지 않기를‥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날이 밝았다. 늘 그렇듯이 갈색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은 세라는 마지막으로 뿔테 안경을 쓴 뒤, 집앞으로 나왔다. "와우- 오늘따라 날씨가 참 좋네?" "이 날씨가?" "어라??" 세라가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웃자, 어느새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형우가 물었다. 갑작스런 형우의 등장에 눈을 껌뻑이는 세라. 날씨를 감상하던 터에, 형우의 등장에 놀랐다고나 할까? 이런 세라와 다르게, 형우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바이크를 가르키며 말했다. "자 학교까지 데려다 줄게." "튀고 싶어 안달난줄 아냐?" "학교 근처에 세워주면 되잖아. 그건 괜찮지?" 부드러운 형우의 미소에, 세라는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형우는 세라 앞으로 다가와 은은하게 미소 짓더니 그녀를 뒤에 태웠다. 물론 자신의 상고마이로 다리를 가려주는 것을 잊지 않고. -부아아아아앙 거친 소리와 함께 바이크의 시동이 걸리고, 세라는 형우를 꽈악 안았다. 그의 특유한 레몬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형우 역시 그녀의 매혹적인 장미냄새에 정신이 아찔해 짐을 느꼈다. 향수를 쓰는 것도 아닌데, 늘 세라의 몸에서는 장미향기가 묻어 나온다. 어찌됬건 두 사람은 오랜만에 아침에 같이 등교를 하며 서로의 심장을 느꼈다. -끼익 "공부 열심히해." "너도. 땡땡이 치지 말고-" 한참을 달리다, 인적이 드문 학교의 후문에서 세라를 내려주는 형우. 형우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세라의 이마에 쵹 소리를 내며 입을 갖다대었다. 보드라운 입술을 감촉을 느끼며 세라는 형우의 볼에 작게 뽀뽀를 했다. 젠장맞게 정말로 닭스럽구려... "쿠쿡- 이런 곳에서 엄한짓을 하면 쓰나~?" -흠칫 세라와 형우는 작게 사랑을 나누다가(???) 뒤 이어 들리는 서늘한 목소리에 어깨를 움찔 거렸다. '젠장, 좆됬다.;' 세라와 형우와 형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형우는 그가 볼까 누가 뭐라고 할것 없이 헬멧을 머리에 꾹 눌러썼다. "얼씨구? 상고아냐?? 와아- 범생이 처럼 보이는데 상고랑 사겨?? 의외인데?" 약간 그을린 듯한 피부에, 쌍커플이 없어서 더욱 매서워 보이는 두 눈. 그리고 위로 빼족하게 세운 선인장 같은 초록색 머리. 여튼 뾰족한 머리의 그는 분홍빛 입술을 포물선을 그리며 피식 웃었다. 의외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척 봐도 모범생으로 보이고 저 남자는 조금 놀다 싶은 상고학생으로 보이는데. 신기한 그와는 달리 정작 하얗게 질려있는 둘. 하지만 아직 형우의 얼굴은 모르는 상태라고 생각하며 다행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했다가 여기서 정체가 까발려 지면 어쩌겠는가. 특히나 형우의 얼굴은 학교 다니는 고등학생들라면 거의 알고들 있지 않은가? 형우의 얼굴을 들키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아니 그것보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꼴에 부끄러운 건가?" 키득키득 웃으며 세라를 흘깃 쳐다보는 그. 갑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향하자 세라는 급히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아침부터 좋은 구경했네. 쿠쿡 범생이-" 지금 비웃음을 걸치며 후문을 넘는 이가, 이민호란 작자인것이 더 놀란 것이었다. 저 남자라 하면, 잔인하다 잔인하다 그렇게 입에 달고 다니던 남자임과 동시에 이 학교 학생. 더구나 세라에 대해 형우만큼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아니던가? 어쩌면 진호만큼이나 위험 인물일지도.. 사실 진호가 눈치챘는데, 민호라고 눈치 못 챌 이유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후문으로 하여금 그가 사라지자 세라와 형우는 각자 굳어있던 입술을 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지 않은가, 아무런 시비 없이 그냥 웃으며 들어가 버렸는데. "후우 난 이만 가볼게. 여기 오래 있으면 큰일나겠다. 그리고 저 녀석은 조심해라. 눈썰미 장난 아니니까." "걱정마- 부딫힐 이유도 없고, 기억도 못 할거야." 형우가 이 학교를 벗어나며 걱정스레 말하자, 세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정문으로 향했다. 솔직히 조금 걱정은 된다만 지금껏 안 부딫히고 잘 지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까만 해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래 애써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니. 거기다 학교에서도 존재감 없이 살았기에, 저런 양아치 같은 아이들은 세라의 이름이나 가끔씩 들었으면 들었겠지 얼굴은 모를 것이다. 더구나 반도 다르고, 서로 피차 신경도 쓰지 않으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상관은 없을거란 안이한 생각을 하며 학교로 들어선 세라였다. * * * '짜증나...' -수근수근 세라는 공부를 하다말고, 들리는 잡담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제의 그 일이 꽤나 큰 화제를 불러 오는 듯 싶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글쎄, 어제 은세라 다구리 하던 우리학년 일진들 있잖아." "아! 나도 들었어. 누군가 한테 된통 얻어맞고, 전치 먹었다며?" "정말? 누군지 몰라도 걔네들 팰 정도면 정말 무섭다-" 뭐 어제의 일만이 아니라, 그 여자들이 당한 이야기가 화제인 듯 싶었다. 알게 모르게 음침하게 웃는 세라. 내심 아까의 민호가 착해 보이는 순간 이었다. 아끼는 녀석이니 만큼 정말 처리 하난 기가 막히게 하는 모양이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세라는 화장실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뚜벅뚜벅 여전히 세라에게 시선이 오가는 것은 엄연한 사실. 전교1등이란 무시무시한 꼬릿말이 달려 있기도 했지만, 어제의 그 다구리 사건은 이미 퍼질대로 퍼진 소문이기 때문이었다. "야 꼭 옥상말고 화장실로 가야겠냐?" "이 층이 담배 피기엔 가장 적절한 공간이란 말이다." "씨바 화장실 꾸릉내 베는데.." 흠칫.. 맞은 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두 명의 목소리에 세라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세라의 맞은편에서 짜증을 내던 두 남자역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어라? 전교1등 안녕~" 유빈이 먼저 세라에게 인사에 건냈다. 그토록 여자들을 미치게 하는 미소임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본척 만척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천호수가 가만히 있을 남자였던가? -쿠당탕탕 세라가 도도하게 지나가려 하자 발을 슥 하고 내밀어 걸어 버렸다. 설마하니 발을 걸줄이야.; 의외의 상황에 세라는 인상을 쓰며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푸하하하하!!!! 일부러 그런건 아니니까 사과는 필요없지? 파하하하핫." '......' 사과는 커녕 무척이나 통쾌히 웃으며 지나치는 호수. 세라는 주먹을 꽈악 쥐며, 옆에 걸어오는 한 남자의 물병을 빼앗았다. "어?" '앗' 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세라에게 물통을 뺏긴 남자는 어벙벙 하게 있었고, 세라는 그 물병을 그대로 호수에게 던져 버렸다. 촤악... 의도적으로 던져서 인지 물이 촤악 쏟아진 뒤로, 그 빈 물병은 호수의 머리에 맞고 툭 떨어졌다. 분명 남들이 보았을 적은 우연일지 몰라도, 분명 세라의 실력이었다. 원래 던지는거 하나 만큼은 일품이니까. 뚝뚝.. "하..야 범생이 너 지금 뭐한거냐?" 물방울이 파란머리를 축축하게 만들고, 곧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꽤 색기가 풍기는 호수의 모습에 비명을 질러대는 여자아이들. 하지만, 호수는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 살벌하게 세라에게 다가섰다. 이쯤이면 세라도 겁을 먹고 사과를 할거라고 생각이 들었나 보다. "피식..나 역시 일부러 그런건 아니니까 사과는 필요없지?" 쫄았다고 생각한 세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당당히 비웃으며 호수를 지나쳐 가버리는 세라.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 굳어버린 호수였다. "쿡 호수 또 당했네." "시끄러. 아오 정말 저 기집앤!! 사고회로가 어떻게 된거 아냐?? 왜 자꾸 개긴데?? 저러다가 진짜 쥐어 터지지!!!" "쿠쿡.." 그러나 멍한것도 잠시, 금새 정신을 차리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런 호수의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생긋 웃는 유빈. 요즘들어 호수와 세라의 싸움 구경에 맛 들린거 같다. "야." "어?" 화를 내고 있던 호수가 물기 묻은 머리를 털어내며 유빈을 불렀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빈. "내가 안 무섭게 생겼냐?" "글쎄 생긴건 졸라 여리여리한 꽃미남인데, 소문이 소문이니 만큼 다들 무서워 하지않냐? 난 제외하고." "그래 그런데... 대체 저 범생이는 왜 저리 당당한 걸까? 보통 저정도 범생이들은 심장이 떨려서 제대로 말도 못 하던데." 호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자신에게 개기는 세라의 사고회로가. 자신이 겪은바로는 보통 여자들은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성격이나 돌고도는 소문 때문에, 두려워 하기 마련인데, 저 여자는 한 대 맞고도 저리 당당하니. 정말 이해가 안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선생들이 아낀다 해도, 보통은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더 무서운 법 아니던가? "쿠쿡 니 말대로 사고회로가 조금 특이한 모양이지." 유빈은 어리둥절해 하는 호수의 모습에 쿡 하고 웃으며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세라의 성격이 어쨌던간에, 그 둘의 싸움은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 느껴지기 때문이다. *교실 "니가 은세라냐? 잠시 우리 좀 보자." 이건 또 무슨 개징조란 말인가.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어제 민호가 손을 봐주었단 여자들이 아닌 대여섯명의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니. '아아 제발 날 좀 편하게 내버려둬.' 세라는 있는 인상 없는 인상 다 지으며, 그녀들을 따라 나섰다. 그녀들이 앞장선 곳은 옥상. '아아 중학교땐 나의 아지트 였던 옥상이 저주받은 공간으로 느껴지는 구나.' 세라는 암담한 현실에 한숨을 푸욱 내쉬며 입을 뗐다. "여기까지 불러낸 이유가 뭐야? 이런곳에서 보자고 한거 보니 중요한 이야기 일텐데." "그건.." 알면서도 물은 세라. 한 여자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세라가 먼저 선수를 쳤다. "설마 천호수 한테 꼬리치지 말래느니, 어제 일진여자들 다 입원했으니 그걸로 빌미로 날 다구리 치겠다 이런 허접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뜨끔 뜨끔 뜨끔 뜨끔 뜨끔 뜨끔 정확히 여섯명의 아이들이 세라의 차가운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놀랐기 보단 뜨끔했겠지. 허접한 이야기를 늘어 놓으려 했으니. "흠흠 그..그게 아니라!!!!!" "뭐." "니가 니네반 부반장 한테 뭐라고 했다면서!?" "맞아 평소엔 그 부반장을 업신 여기고, 무시한다면서??" '이건 또 무슨 지랄같은 소리냐.' 세라는 뜬금없는 그녀들의 말에 눈썹을 꿈틀 거렸다. 이젠 할 이야기가 별 시덥잖은 이야기로 시비를 걸다니 말이다. "우리가 걔 친구거등???" "그런데?" "니가 우리 친구를 무시했으니, 우릴 무시한거나 다름 없다고!" "결론은?" "음음 호수한테 찝쩍 거린 죄까지 덮인 넌 좀 맞아줘야 겠어!!!!!!" '결국 허접한 이야기를 빌미로 날 패려는 거구만. 아아 젠장, 상처도 안 아물었는데.' 세라는 여자들의 조소어린 비웃음에 시큰 거리는 상처를 손으로 감싸쥐었다. 형우 한테 안 맞는다고 약속했는데. 설마하니, 또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날 줄이야 누가 알아겠는가? 깝치면, 그 여자일진들이나 좀 깝칠 줄 알았는데. 거기다가, 분명 전교1등으로 선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라를 건들이려고 하다니. 정말 간도 졸라 부었나 보다. 아니면 그런건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지. "후후 다신 호수한테 찝적 거리지 못하게 얼굴을 뭉개주지." '병신들, 다구리 하려면 얼굴은 피하고 안 보이는 곳만 패야지.' 한심한 말에 세라는 정말 저 여자들은 멍청이라 생각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찌됬던 약속은 약속이고, 더 이상 아름다운 얼굴에 흠집을 낼 순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뭣보다.. "이야아아아!!!" '천호수 때문이라면 두번 다신 안 맞는다.' 절.대 그 싸가지 파란 머리 때문엔 얼굴에 상처를 안 입힐거라 생각하는 세라였다. 무엇보다 가장 절실히 드는 생각은 억울하다도 아니고 그저 자존심이 상할 뿐이라는 것이다. 뭐 그리고 사실 저 여자들이 세라에게 볼일은 천호수가 근본이지 않은가. 다만 너무나도 정곡을 찌르는 세라의 질문에, 부반장을 들먹인 거지만. -휙 휙 세라는 싸움보다는.. "아무리 범생이라도 무시하면 곤란하지." 피하면서 이들이 지치기만을 바라는 것 밖엔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약 20분 후. "후아 후아.. 괴물이다 괴물년." "하아 하아 씨빠아- 저거 범생이 탈을 쓴 동물이야. 세상에 인간이 이렇게나 버틸 수 있단 말이야?" "하악 학.." 그녀들은 세라에게 손도 대보지 못 한채 널브러져 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입은 살았나 보다. 세라는 문득 왜 저 주둥이들을 칼로 스삭 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드는지 ... "그럼 이 범생이는 공부하러 가야겠어. 너무 시간은 지체했거든." 세라는 자신을 괴물보듯 하는 여자들을 무시하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천호수 덕에 맞지 않음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아무렇지도 않게 교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무척이나 밝은 표정으로 허나... "나갓!!!!!!!" 그 표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일그러져 버렸다. 그렇다 세라는 옥상에서 실갱이를 벌이느라 수업시간에 제때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해서 교실에서 쫓겨난 세라. 보통 선생이라면 봐줬겠지만 저 선생은 노처녀 선생으로 여자라면 다 경계하는 그런 무시무시한 선생이다. '제엔장...' 맞지 않음이 그리 다행인건 아니었다. 대신 분명, 출석부에는 이리 적혀 있겠지. [사고지각].. 이건 여자들에게 얻어맞는것 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아아아악 짜증..!!!!!!!!" -덜컥 "뭐니!?"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버린 세라. 그 소리에 선생이 놀란 모습으로 교실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려는 세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 "나..나..나비야아..." 나비.. 짜증나에서 언제 언어순환이 되어 나비로 변한것인지. 확실히 미친 발언이었다. 한진호 보다 훨씬더 심각하게. '......' 침묵. 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걸까. 세라는 무척이나 좌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을 바라 보았다. "=_=...세라야." "네?" "이 선생님이 말야 정말이지 심각하게 권유해 주고 싶은데 말이지." "무..슨." 선생이 꽤나 얼굴을 굳힌 채 세라의 어깨에 손을 올려다 보았다. 의아한 말에 눈만 댕그렇게 굴리는 세라. 그런 세라를 꽈악 껴안으며 "우리 동네에 정신병원이 하나 있거든? 내가 거기 추천해 줄테니 한번 가보는게.." "켁..." 선생은 요로코롬 말해 버렸다. 정신병원이란 말에, 세라는 지금껏 가꾸어 왔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져 버렸다. 모범생이란 소리를 듣던 세라가 정신병원이란 말을 들을정도면 확실히 이상한 행동이긴 했나보다. 한진호 한테나 들어먹힐 말을 들을 줄이야. "교실에서 내쫓았더니 니가 아주 미쳤구나? 흑.. 그래 그래 너같은 모범생이 쫓겨난건 처음이니 얼마나 상처 받았겠어? 세라야 들어와라 들어와!" 선생이 애처로운 듯 세라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세라는 넋나간 듯 음침하게 중얼 거리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중얼중얼 중얼중얼) 내..내가 그 한진호랑 똑같은 취급을. 이 모..모범생인 내가 정신병원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쳤단 말인가." 확실히 행동이 이상하긴 했다. 그 비명은 물론이고 지금만 해도 자페아 처럼 혼자 뭔가를 중얼 거리지 않은가? 학생들은 그런 세라의 생소한 모습에 두려움을 떨며, 혹은 세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 놀란 모습으로 수다를 떨었다. 물론 지금의 세라의 귀엔 아무것도 들어올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쉬는시간.* 드디어 마음 잡아먹고 공부하기 시작하는 세라. 책상서랍에 무의식 적으로 손을 넣는데 따끔 하고 손가락이 따가웠다. "어..라?" 슬그머니 손을 빼보니 피가 뚝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책상밑에는 면도칼이니 뭐니 날카로운 물건이며, 동물의 시체까지 놓여져 있었다. 어느새 세라는 왕따가 되버린걸까. 여튼 왕따가 됬다는건 그리 큰 충격은 아닌데, 피를 봤다는게 더 충격적인지 두 주먹이 마구마구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 학교를 엎어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고 말이다. "후우." 하지만 겨우 2년만의 태클인 천호수 따위로 인해 꿈을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학교에서 만큼은 적당히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 라고 생각한 세라는 책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그냥 이제부터 라도 천호수를 철저히 무시하자 라고 마음잡고 책을 들여다 보는 순간. '......' -너덜너덜 그래 마치 걸레 쪼가리 처럼 너덜해진 책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분노 게이지 100%!!!!!!!!! 이젠 눈에 뵈이는것도 없고, 생각이란것도 이미 이성에 지배된지 오래였다. '천호수 무시!??? 씨발 개 밥에 밥말아 먹는 소리 하는짓이다.' 화가 극도로 치밀어 버린 세라는 책을 내던져 버렸다. "야 은세라!!" 그래도 참자 참자 하며 참을 인을 새겨넣고 자리에 앉으려는 세라. 그 순간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세라의 심기를 건들였다. "너 천호수 한...!!" -콰앙!!!! 빠직. 천호수란 이름이 나오자 세라의 이마에 퍼런 심줄이 튀어 나와 버렸다. 그와 동시에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쳐 버렸다. -푸쉬쉬쉬.. 처음보는 세라의 위압적인 모습에 아이들은 그저 눈만 댕그렇게 뜨고 세라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세라는 교실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마치 성난 코뿔소 처럼. [3-8반] 이젠 다신 속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문을 활짝 연 세라. "어머? 니가 여긴 무슨 일이니?" "천호수 어디있어." 그 반의 반장이 콧소리를 내며, 세라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세라는 정나미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천호수 만을 찾기 바빴다. 그리고 또 다시 세라를 휘청거리게 하는 한 마디. "여긴 8반인데, 왜 15반 천호수를 찾니?" -삐끗.. '제기랄.' 설마하니 다시 팻말을 바꾸어 놨을 줄이야. -쿵쾅쿵쾅 커다란 보폭으로 거침없이 달려온 세라는 팻말을 올려다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젠장이다. 다음부터는 15반의 위치를 외워두든지 해야지. -드르르르륵!!!!!!! 호수의 반, 즉 15반의 문이 활짝 열렸다. [웅성웅성] 세라의 등장으로 인해 반 아이들이 웅성 거렸다. 어제의 소문도 소문이고, 전교 1등이 그동안 볼 수 없던 모습으로 거침없이 들어 왔기 때문이다. "천호수..천호수 개새 어디있어. 천호수 천호수를 내게 받치란 말이다. [중얼중얼] 죽여 버릴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으후후후후." 바로 어제, 형우와 한 말은 기억도 안 나는지 음침하게 중얼중얼 거리며 교실을 슥 둘러보는 세라. [흠칫] 그런 세라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은 왠지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어라? 뻠쌩!!! 니가 왠일이냐?" -와락 마침 앞문으로 들어오던 유빈이 입가에 활짝 미소를 피며 세라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 놈이다 싶었는지 세라는 유빈의 멱살을 쥐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만 댕그러니 뜨고 있는 유빈. "말.해." "뭐..뭘?" "말.하.라.고." "저..저기 범생아 아무것도 죄지은게 없어;;;; 호..혹시 내가 범생이라고 해서 열받은거야?" 너무나도 살벌한 세라의 말투에 유빈은 웃음을 멈추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만큼 목소리도 떨렸고, 또한 몸도 떨리고 있었다. "천호수 어디있어!!!!!!!!!" 그 순간 우렁찬 세라의 목소리가 유빈의 귀를 쩌렁쩌렁하게 만들어 버렸다.; *옥상. "여..여기 있어." 홍야 홍야. 처음으로 듣는 세라의 큰 목소리에 아찔함을 느끼며 옥상으로 올라온 유빈. 세라의 말에 얼떨결에 호수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었다. "후우- 뭐냐, 성유빈 그 옆에 떨거지는." 호수는 별안간 유빈과 함께 들어온 세라를 보며, 담배 연기를 훅 내뿜었다. 쾌쾌한 냄새이긴 하지만, 담배를 좋아하는 세라는 그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졌다. 아니 아니.. 지금 담배 냄새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퍼런머리 너 잘 걸렸다." "켁!! 너..너 뭐야!?" "머리만 퍼래 가지고, 뇌에는 돌만 가득가득 한게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이미 생각이란 것을 이성이 잡아 먹어 버렸기에 세라는 본 성격대로 호수의 넥타이를 잡아 당기며 위협적이에 말했다. 다짜고짜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세라를 보며 호수는 놀란 듯 숨을 허덕였다. (-_-넥타이를 잡아 당겼으니.) "케엑 켁! 대체 무슨 소리야!?" 너무나도 센 힘에, 호수는 급히 세라를 밀쳐냈다. 조금 세게 밀친 바람에 조금 놀란 듯 싶었으나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는 세라를 보며 다시 정색을 했다. "이 퍼런대갈.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초를 겪는지 아냐?" "하 미치겠군. 니가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젠 다른 방법으로 작업을 거나 본데..." 세라가 손가락으로 호수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자, 호수는 기가막힌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봐도, 세라가 자신에게 한 행동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여자가 미쳤다고 자신같이 완벽한 남자에게 개기겠냔 말이다. (그건 큰 오산이다.) "미친놈." "뭐?" 세라 역시 정색을 한 채 호수에게 말을 이었다. 뜻밖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호수 그리고 그런 둘을 여전히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빈. "너 때문에, 오늘은 공부도 못 하고 거기다가 어제는 얼굴에 상처까지 났어." "그게 왜 나때문이냐?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니 성격에 문제가 있으니 그런거 아니겠어? 지금만 해도 열라 싸가지 잖아?" "야.."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에 호수는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베어나오는 증오감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저 여자는 다른 여자와 달리 관심을 끌으려는게 아니라 분명 자신을 싫어한다는게 너무나도 티나는 목소리였다. 그보다 어찌하여 범생이가 표정을 바꾸고 자신에게 이러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씨발 대체 공부도 못 하고 미래엔 양아치가 될 법한 놈이 대체 뭐가 좋다는 거지?" "말이 좀 심하다." "하? 심해??? 난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병신아 그쯤 하고 꺼져라. 너랑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다." 세라의 다다다다 쏘는 말에 기분이 상한 듯 호수는 전 처럼 차가운 무표정으로 세라에게 말을 이었다. 이런 표정의 남자는 처음이지만, 세라는 굴하지 않고 호수의 머리를 빠악 하고 쳤다. "꺼지라고 하니 꺼져 주겠는데 이 한방은 나의 복수다." "이 씨발년이 자꾸 기어오르..." -턱 잠시 멍해져 있던 호수는 꽤나 열이 받았는지 또 다시 세라에게 손을 날렸다. 하지만 그 손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턱 하고 잡아버린 세라. 그녀의 손짓에 유빈은 물론이고, 호수역시 놀란듯 보였다. "한 대는 맞아줬지만 두 대는 안 맞아." 하지만 세라는 그런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시해 버리고 꽤 위압적이에 말한 뒤 옥상을 나가 버렸다. '으으.. 젠장 끓는다 끓어. 천호수.. 이 퍼런놈아 넌 시험 끝나고 두고보자 아윽!!!!' 세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조금 남은 기간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성을 잃을 만큼 흥분해 있었기에, 모범생 가면이라는 것을 조금 깨 버린것에 입술을 꽉 무는 세라. 자신의 신조에 금이 가 버린것에 애써 생기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앞으로 모범생 이미지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옥상 "마..막았냐?" "마..막았다." 호수가 멍하니 중얼 거리자, 유빈역시 멍하게 대답했다. 아까전엔 그저 맞는구나 싶었는데 턱 하고 가볍게 호수를 잡아 버리다니. 오늘따라 범생이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성격 변환.) 설마하니 이렇게나 변해버렸을 줄이야. 그것도 그렇지만, 호수의 주먹을 가볍게 막은건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이었다. 보통 남자도 잡지 못 하고 그냥 뻗어 버리는 철의 주먹인데. 그 주먹을 여자가 단번에 잡아 채다니. "막았어..막았단 말이지." 뭐 이 둘이 가장 놀란이유는 마지막에 비웃음을 날린 세라의 모습. 뭐랄까? 금방이라도 그 둘을 죽일듯한 상당히 위압적인 모습이랄까? "내 실력이 녹슬었나?" "그..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그럼.." "응, 범생이가 이상한거야." 호수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멍하게 묻자, 유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세라가 지나간 옥상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까 자신을 데려올때 부터 세라가 이상하단걸 눈치 깠어야 했는데. "그..그건 그렇고, 아까 범생이가 뭐라고 그런거냐?" 아까전 자신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화 때문에 흘려 들었지만 분명 세라는 꽤 화가 난 표정으로 [너 때문에, 오늘은 공부도 못 하고 거기다가 어제는 얼굴에 상처까지 났어.] 이렇게 말했었다. 자신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니. "아아! 그리고 보니, 그 범생이 어제 2학년 일진들 한테 졸라 맞았잖냐." "성격이 그러니 맞지." "아냐, 걔 대게 조용하게 소문 나 있어. 가끔씩 말 한마디 할 때 마다 너무 직설적이라서 그렇지." "근데 걔네들 한테 맞은걸 왜 나한테 따지냐?" 유빈의 횡설수설한 말에, 호수는 관심 없다는 듯 다시 담배를 물었다. "왜긴! 너랑 이렇게 싸우는게 얘들 눈에는 다정하게 보였나 보지." "뭐야 그럼.." "그래, 그 빠순이들이 범생이 보고 너한테 찝적 거리지 말라고 팬거 아냐." '그래서 화가 난 거군.' 자세히 보진 못 했지만, 언 뜻 보였던 세라의 상처를 생각해 내며 담배 연기를 내뱉는 호수.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부만 하는 범생이가 싸움따윈 할 턱도 없는데, 자신 때문에 그 여자들에게 곧이 곧대로 맞아 줬으니 말이다. 울지 않으면서 얘기한 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건가. "그리고 아까 전에도 그 일 때문에, 여자들 한테 불려 나갔다던데." "넌 참 아는것도 많다." "후후 내가 원래 그런거 쪽으로는 유능하잖아." '바보, 칭찬이 아닌데.' 칭찬도 아닌 말에, 우쭐 하는 유빈을 보며 호수는 담배를 발로 지졌다. "그보다 그렇게 됬단 말이지." 호수는 그다지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편치 않은 마음으로.) 넥타이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씩 웃으며 "아무튼 인기 많아서 탈이야." 라고 벼락맞을 말을 내뱉었다. 산뜻한 바람이 주위에 머물며 그의 파란 머리를 살랑 흔들어 주었다. 멈칫.. "꽤 좋은향기네." 그러다가 이내 후각을 자극시키는 향기를 맡으며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개기는 여자. 범생이 (아직 이름을 모른다.-_-) 조금전의 색다른 모습을 떠올리며 키득 거렸다. 그래 어쩌면 정말 재미있는건 지금 부터일지도 모르겠다. * * * "후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세라는 어디서 사왔는지 모를 공책에 필기를 하며 옆에 붙어있는 부반장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짜증이 물씬 피어 오르는데, 부반장은 왜 자꾸 갈구는지. 형우와의 약속도 깨고, 천호수는 열이 받을 정도로 신경을 건드리고 거기다가 아까 전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어 버리기 까지 했고 말이다. "미안해서. 정말 미안해." "뭐가." "내가 어제 통솔력이 없어서 애들을 말리지 못 했잖아. 같은반 친구가 맞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신경안써." 세라는 귀찮게 달려드는(?) 부반장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묵묵히 말을 이었다. 솔직히 어제 부반장에게 했던말은 단지 열이 받아서, 그 기집애들을 패지 못 했던게 꼭지를 돌게했고, 안타깝게도 그 화풀이 대상이 부반장 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부반장은 그 말에 꽤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세라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반장이 잠을 못자던 죄책감을 느끼던 자신이랑 무슨 상관인가? 원래 이런 타인은 그냥 신경끄는게 최우선 이다. "세라야 넌 참 착하구나." "뭐?" 뜬금없는 부반장의 말에 세라가 그제서야 시선을 돌렸다. 착하다니‥;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해. 어제 한 말이 미안해서 지금 괜찮은 척 하려는 거면 괜찮아. 흐윽. 세라야 미안해 어제 많이 아팠지? 얼굴도 하얀데 붉으스름한 상처가 나다니. 흑 어차피 너한테 말 걸어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텐데 내가 안 도와줘서 삐진 거였지? 지금도 괜히 화가 나서 그러는 거구." "하..." 울먹울먹 거리며 세라를 붙드는 황당한 그녀의 발언을 듣고 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주 내가 왕따라고 광고라도 하지 그러냐?' "아무리 니가 왕따가 됬다해도!!! 이제부턴 내가 널 지켜줄게." '지랄을 해라 지랄을.' 부반장의 말에 세라는 무시한 채 필기를 시작했다. 저런 미친아이와는 상종을 말자는 뜻이었다. "세라야!!!!!!" "아씨! 귀찮게 하지 좀 마." "아무리 니가 내게 미안해 해도, 난 널 용서해 줄 수 있어. 역시 넌 마음이 여린 아이였어. 내게 그렇게 말한게 그리도 미안했니? 걱정마 우린 쌤쌤이야!" 하아.. 한숨만 나올 뿐이다. 부반장은 이미 정상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혼자 말하고 혼자 생각하고 전처럼 차갑게 말해도 듣지도 않고.. 그냥 무시해 버리자 라고 생각한 세라는 부반장에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의미로 내가 너의 첫 친구가 되어줄게!!!!!!" '필요 없어!!!! 이 미친 가스나야!!!!!' 일일히 대꾸해 줬다간, 성질이 들어날거 같고 그렇다고 차갑게 대하려니 지금처럼 혼자 짓껄일게 뻔할 뻔자다. 그리고 친구라니 또 무슨 개떡같은 말인가. 얼토당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짓껄이는 부반장의 모습에 욕을 꾹꾹 눌러참고 마음속으로만 중얼 거리는 세라. 다행스럽게도 세라는 아까의 그 음침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지만 왠지 뭔가를 참고 있는 듯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거렸다. 세라의 인내심이 바닦을 다다렀을 법한 오늘 이지만 다행스럽게 학교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듯 싶었다. 아직은 '꿈' 이란걸 버릴 수 없어서 참고 또 참았는 지도.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하교 중. "세라야~ 오늘은 나랑 같이 가는거다? 내가 널 지켜줄게! 움하하하하하." '미친아이.' "아..!" 하교를 하면서도 달라붙어 있는 부반장을 보며 세라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몰랐는데 이 여자 무척이나 끈질기다. '제발..' "세라야 너 시내에 나가보지도 않았지? 하긴 넌 범생이니까." '날 귀찮게 하지마.' 세라는 머리카락을 쥐어잡으며 화를 삭혔다. 짜증스럽게 달라붙는 부반장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저 입을 바늘로 봉해 버리고 싶다만. 꾹꾹 참는 중이다. 대체 아까의 그 시간부터 혼자 떠드는 부반장. 무시해도 무시해도 혼자 말을 거는데, 이젠 그 모습이 무척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꼭 자페아를 연상시키게 한달까? 보라. "아하하 세라야 고맙다고? 아하하 나도 알아. 어떻게 아냐고? 난 이제부터 니 얼굴만 봐도 다 알거든." 이렇게 혼자 말하고 혼자 웃으며 답하는 모습을. '제길, 그럼 내 얼굴에 제발 좀 꺼져라 하는 건 안 보이냐?' 세라는 귀찮다는 듯 옆에 달라 붙어있는 부반장을 떨쳐 버리고 빠른 걸음으로 교문을 향했다. 처음의 부반장은 소심하고 귀찮게 구는 그저 같은반 여자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이나 귀찮고, 또 상대하기 싫은 여자로 전락해 버렸다. 부반장은 정말이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세라야 같이가!!!!!" 학교따위엔 미련도 없는데 어디서 저런 돌아버린 돌이 굴러 들어왔는지. 재수없다. 재수없다. 재수없다. ..열라 재수다!!!!! -요것이 세라의 마음이었다. 정말 오늘처럼 재수 없을 수도 없을 것이다. 천호수 때문에 곤란한 일은 다 겪고, 덕분에 이성도 잃고 패기 까지 할 뻔 했다. 자신의 신조를 어길뻔 하기도 했고, 보다시피 이런 자페증 아이역시 딸려와 버렸다. '아아 신은 내 편이 아닌가봐.' 세라는 울상을 지으며 자신을 뒤쫓을 부반장이 두려워 달렸다. 정말 요새들어 이상하게 자신을 흥분시키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참 탈이다. 앞으로 1년 이상을 학교에 머물러야 졸업인데 말이다. "세라야 같이가!!" 소름끼치는 부반장의 소리가 들려오자 세라는 더욱 더 빨리 교문을 벗어나려 애썼다. 아무리 모든걸 차갑게 돌아본다는 세라지만 유독 약한게 있다면 저런 끈질긴 인간들이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연신 달라붙으니 무슨 수가 있는가. 확 조각조각 토막을 내어 죽여 버리면 몰라도.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살인은 저질를 순 없는 일 아닌가. 분명 어제만 해도 만만한 인간이 이젠 피해야할 대상으로 찍혀 버리다니. 무시하려고 했는데, 정말 부반장은 도를 지나친 행동이었다. '빌어먹을, 언제 내 신세가 이렇게 되어 버렸냐.' 세라는 신세 한탄을 하며 앞도 안 보고 걸어가다 어느 누군가와 부딫쳐 버렸다. -쿵 "으.." 부딫친 이마가 아픈지 인상을 쓰며 이마를 문지르는 세라. "여어 이제 나오냐?" 누군지 얼굴을 올려보려다가, 이어지는 낯익은 목소리에 얼굴을 굳혀 버렸다. 천호수.. 이 인간은 또 왜 말을 건단 말인가. 제발이지 이젠 더 이상 엮이지 않았으면 좋을련만. 뭐 그래도 다행인건 같은 반이 아니어서 무척이나 다행이다. 그래서! 같은 반이 아니어서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혹 복수라도 하러 온걸까? "그렇게 얼굴 굳히지마,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거니까." "필요없어." 호수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세라는 얼굴을 또 다시 굳혔다. 주변의 시선 때문이었다. 유명하고 또 유명한 만큼 여자아이들이 호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하고 걸어가려 하는데.. -탁 "잠깐이면 돼. 타라." 호수가 손목을 잡고 자신의 앞에 있는 오토바이를 가르켰다. 지금이라도 무시하고 가려고 하는데 뒤에는 끔찍하고도 끔찍한 부반장이. 그리고 주위에는 무척이나 많은 시선이. 하지만 여기서 천호수의 바이크를 탄다면 더욱 더 안 좋은 소문들이 삽시간에 퍼질것이 자명했다. "그렇게 나와 할 얘기가 있다면..(소근소근) 거기로 가 있어." "귀찮게 꼭 거기까지 가야하냐?" "너도 내가 왜 맞은지는 알고 만나자고 한거겠지? 그럼 지금 이 시선을 보고서 말해." 더 이상 시선을 받아봤자 좋을것 없다고 생각한 세라는 증오스러운 천호수에게 작게 말한 뒤 앞으로 걸어나갔다. 바이크를 끌고 오면서 입을 빼쭉이는 호수. 그런 호수를 보며 세라는 무심한 목소리로 호수에게 말을 이었다. "윽.. 알았다." "그럼 거기서 보지." 어떻게 알았는진 몰라도 대화의 핵심은 그곳에 있었기에 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라를 지나쳐 갔다. 이게 가장 옳은 방법이었다. 여기서 싫다고 한다면 천호수는 끈질기게 타라고 했을 것이고 그건 분명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행위였다. 물론 바이크에 탔다고 하면 연애설로 퍼질 위험도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학교 생활이 더 평탄치 못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장소를 정해놓고 따로 가서 만나는 것. 세라는 어차피 할 얘기는 없지만 들어보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세라야-아 우리 시내 나가야지!!!!!!" "제길, 정말 끈질기군." 가까이 들리는 부반장의 목소리에 세라는 기겁을 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내심 이런 부반장이 이상했지만, 싫은 상대에겐 관심조차 갖지 않은 세라이니 당연히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찌됬건 만나기로 했으니 우선 그 장소에 가보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는 세라. 그러다가 멈칫.. '내가 그 새끼를 왜 만나지? 그냥 가 버리면 날 기다리다가 그냥 가겠지? 풋, 푸하하하!' 문득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약속을 깨버리기로 했다. 솔직히 아깐 했던말은 그 곤란한 상황을 빠져 나가기 위한 수법이 아니던가? 괜히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세라는 가다말고 등을 돌렸다. -터벅터벅 -처억 "크큭, 범생이? 거긴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방향과 반대인데 말이야?" 하지만 얼마 못가 자신의 어깨를 잡은 천호수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제엔장..' "왜 거기로 가시려고 했던걸까? 응??" "그건.." '발이 멋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지. 크큭.' "설마하니 발이 멋대로 움직였다느니 그런 황당한 얘길 하려는건 아니겠지?" -뜨끔 생각했던 말이 호수의 입을 통해 나오자 세라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냥 그 자리에서나 기다릴 것이지 왜 앞서 나와서... "할 얘기가 뭐야?" 세라는 괜히 찔리자 말을 돌려 버렸다. 여전히 감정이 담기지 않은 그런 목소리였다. "니 은근히 싸늘하네." 처음듣는건 아니지만, 보통의 여자들과 다른 서늘함이 묻어있는 목소리를 듣고 새삼스레 호수가 중얼 거렸다. "남한테 관심끄고, 할 얘기가 뭐..." -턱 "쿠쿡 그건 가면서 하지 뭐." "너..너!" 세라가 냉담하게 말하자, 호수는 씨익 웃으며 세라를 들어 올려 바이크에 태웠다. 세라가 당황하며 손가락질을 하자 호수는 싱글벙글 웃으며 "꽉 안 잡으며 떨어진다~?" 라고 말하고 시동을 걸었다. "내려줘." 부아아아아앙. 도로를 달리며 세라가 나지막히 말했다. 그다지 놀란 듯 보이지는 않는다. "내려줘라?" "뭐라고? 내가 잘생겼다고???" 세라의 말에, 호수는 괜히 못들은척 딴청을 피우며 속도를 올렸다. 그 때... "으아아아악!!!!! 야 범생이!!!!!" "멈춰라? 안 그러면 우리 둘다 저세상 가는거야." 세라가 호수의 허리를 꽉 잡으며 옆으로 비틀었다. 그러자 놀란 호수가 비명을 지르며 세라를 불렀지만, 세라는 아랑곳 하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도로로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호수와 함께. -끼이이이익 결국 죽지 않기 위해, 도로 한 곳에 바이크를 세워두는 호수. 이내 바이크에서 내려 거친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너 미쳤냐!!!!!!!" 꽤나 놀랐는지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는 호수. 그의 모습에 세라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 바이크에서 폴짝뛰어 내려와 말을 이었다. "미친건 아니고.. 니가 멋대로 바이크에 실어서 그랬잖아." "하.. 그렇다고 같이 죽으려고 드냐!!!!!!" "안 그럼 넌 안 멈췄을걸?" 호수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세라에게 외치자, 세라는 안경을 손가락으로 두어번 치며 중얼 거렸다. 맞는 말이다. 세라가 저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분명 호수는 그대로 직행했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자신의 목숨도 중요하긴 하다만, 호수역시 자신의 목숨이 소중하다면 안 멈추지는 않을게 아닌가. "후우..하아 씨바 바이크 타면서 천천히 기분 풀라고 한건데." "기분은 내가 왜 풀어?" "니..니가 나 때문에 화났잖아!!!!" 얼굴이 새빨개진 호수를 보며 세라가 의아하게 물었다. 그러자 말을 버벅 거리며 손가락으로 세라를 가르켰다. 화났다? 세라는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 거리다가 이내 자신이 옥상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짝 박수를 쳤다. "그래 내가 너 때문에 화가 났어. 그런데?" "그..그게 있잖아." "?" "아씨 조올라 미안한다고!" 귀까지 새빨개져서 사과하는 천호수의 모습에 세라는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은근히 귀엽기는 했다만.. 역시나 팍팍 꽂혀있던 악감정이 사르르르 흩어져 버릴수는 없는거 아닌가? "그래 알았어." "......" "알았다고." "......" "아씨 알아먹었으니까 이 옷 좀 놓으라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호수에게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마이를 홱 빼내는 세라. 아무리 똑똑한 세라라지만, 갑작스런 행동에는 당황하기 마련이었다. 대체 말이다. 뭐 하자는 짓일까?? "야 있잖냐." "뭐." "이대로 가기엔 뭔가 좀 뒤숭숭한거 같지 않냐?" "대체 뭔 말이야." "그..그러니까 나 때문에 맞은게 뭣같기도 하고 또 여기서 헤어지면 할게 없잖아." "그러니까 결론은?" 우물쭈물 거리는 호수를 보며 세라가 직설적이게 물었다. 워낙에 답답한걸 싫어하는 성격 탓일지도 모르겠다. "좀 놀다가자." "싫어." 호수의 말에 세라는 과감히 거절해 버렸다. 그에 눈이 휘둥그래지는 호수. "뭐? 씨파 내가 데이트 신청해주면 다른 여자들은 좋아서 난린데 넌 뭐가 그러냐?" "내가 보통 여자랑 똑같냐? 난 그럴시간에 영어 한자라도 더 외우겠어." "쪼잔한년 좀 놀면 어디가 덧나냐? 전교 1등이라고 째는거냐?" 역시나 범생이였다. 다른 여자들이었다면 충분히 매달리고도 더 놀아달라고 했을텐데. 뭐가 어쨌건 착하디 착한 호수는 세라에게 미안해 기분전환이나 시켜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거절당한 이상 그냥 자신의 친구들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오기라는 괜한 감정이 호수를 붙들었다. "어차피 피차, 보고싶지 않은 사이인데 대체 같이 놀자는 그 어거지 심보는 뭐야?" "어거지라니! 난 그냥.." "그냥?" "씨바 그냥 모범생이랑도 놀아보고 싶었다!" 괜한 이유를 대며 머리를 박박 긁는 호수. 세라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순 없다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신을 다른 머리빈 여자처럼 취급하는게 기분이 나빴고 모범생이라는 칭호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 정말로 가냐?" "어." "매정하네." 씹었다. 보통 여자들이라면 귀엽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 들었을만한 모습이었지만 세라는 징그러울 뿐이었다. "야 너 이렇게 가면 후회한다?" 호수가 뭐라고 하던간에 세라는 무시하고 걸었다. "좋오아 학교에서 아주 연인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어야지." 멈칫.. 이런 살벌한 농담을 즐기다니. 천호수란 인간도 참 비열하다. 하필이면 세라가 가장 싫어하면서 두려워 하는 말을 하다니. 만약 호수가 작정을 하고 세라와 붙어 다닌다면 분명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는 하늘을 찌를것이 분명했다. '미친새...' 세라는 나지막히 중얼 거리며 몸을 돌렸다. "뭘 원하냐?" "후후 너!" 씨익 하고 매끄럽게 올라가는 호수의 입꼬리를 보며 세라는 죽을상을 지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잘못 걸렸다. 젠장 넨장 덴당.' 세라는 속으로 여러가지 욕을 중얼 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세라역시 오늘은 무척이나 심심했기에 망설임 없이 호수를 따라 나서긴 했지만, 옆에 천호수가 있다는 점은 매우 화나게 하고 있었다. 조금 이치가 안 맞는 말이지만 그냥 세라의 심정이 이렇다는 것만 알아두기 바란다. 거기다 재미없게, 이런곳엔 왜 데려왔냔 말이다. "그렇게 재미없는 표정짓지 마라. 곧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거니까." 세라의 표정을 보며, 호수가 피식 쪼개며(?) 중얼 거렸다. 이 텅텅빈 공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재미있긴 개뿔 설마하니 싸움구경은 아닐테고. 세라의 머리속엔 공터하면 늘 패싸움이 떠오르곤 하니까. "야 그보다 너 이름이 뭐냐?" "아직 내 이름도 몰랐냐?" "당연하지 전교 1등인건만 알고, 이름은 몰랐는데?" "은세라다." "난 천호수." "알아." 너무나도 당연한듯이 말하는 호수를 보며 세라가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사실 파란머리 천호수에겐 이름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만 전교1등이란 호칭은 그다지 유쾌하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아?" "어." "스토커 였군." "즐이다." "모범생도 그런말 써?" 세라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자, 호수는 새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유명한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세라가 기억을 할 줄이야. 그것도 그렇고, 세라의 말에 더더욱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즐이라니. 그저 차가운 말에, 욕이라곤 담을줄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범생은 인간 아니냐?" "야 그보다, 너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뭔지 아냐?" "불구경, 싸움구경." "오올 알건 다 아네?" 세라가 인상을 찡그리자, 호수는 급히 말을 돌렸다. 그 질문의 주된 목적은 세라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것이라고 보면 된다. [불구경/싸움구경] 그 역시 세라는 모를 줄 알았건만 너무나도 당연스레 말하자 호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씩 웃었다. 부드러운 미소의 형우와는 다르게 상쾌한 미소랄까? 그러다 문득 세라는 호수의 의도를 간파하고 설마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설마..."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 "싸움구경?" "빙고!" 역시란 생각을 하며 윙크를 찡긋 하는 호수. 그렇다. 호수가 기분전환 겸 좋은것을 보여줄 거란건 바로 싸움구경이다. 불구경 싸움구경 그건 돈 주고도 보지 못할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닌가? "......" "아, 너한테는 싸움구경이 별로 재미없으려나? 기분 전환겸 볼려고 했는데 역시 아닌가 보다 그럼 그냥 다른데 갈까?" "....싸." "?" 말이 없는 세라를 보며 호수는 역시나 범생이는 이런 싸움구경따윈 안 좋아한다 결론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라리 공부를 하자면 몰라도 싸움 구경이라니. 보통 평범한 여자들 이나 범생이들은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끼고 두려워 할 것이 뻔했다. 그리하여 범생이인 세라 역시 그런쪽으로 해석해 버렸다. 하지만 세라는 그런 호수의 옷자락을 붙잡고 작게 중얼 거렸다. 호수가 묘한 표정으로 세라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싸!!!!!!!" "에엥?" "천호수 진짜야? 지댕?? 진짜 싸움구경이냐?" "그..그렇대두." 너무나도 활짝 웃는 세라를 보며, 호수가 당황한 눈초리로 엉거주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주 예상외의 반응이었다. 세라는 아주 좋아 죽겠다는 듯 호수의 멱살을 쥐고는 활짝 웃었다. 두근..두근. 갑자기 심장이 쿵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박자수를 맞추어 갔다. 그리 싫지만은 않은 그런느낌 이었다. "예에!!!! 공터에 왔길래 뭐하나 했더니 역시나 싸움 구경이었어. 이게 얼마만에 구경이냐 졸라 잘 싸우는 놈들만 나오겠지? 크클 이왕이면 20:1로 꽤 스릴감 넘는 싸움 구경도 좋고 패싸움도 좋아. 야야 패싸움이지? 그렇지???" "...맞긴하다만 너 정말 모범생인지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너무나도 좋아하며 웃는 세라의 말에, 호수는 벙진 표정을 지으며 중얼 거렸다. 싸움 구경을 사랑하는 범생이라... 정말 희귀종임이 분명했다. 역시나 한번쯤 세라의 사고회로를 조사해 보고 싶은 호수다. 그보다 이렇게나 좋아할 줄이야. 정말이지 범생이가 맞는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모범생은 싸움 구경도 못 하냐?" "그런건 아닌데, 싸움구경에 신 들린 사람 처럼 존나 좋아하길래." "하하하하하 어쨌건 좋아 좋아!" 세라가 입술을 빼죽 내밀며 말하자, 호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아직도 어벙벙한 호수다. 범생이가 싸움구경을 그리도 좋아했나? 자신에게 저렇게 입가에 웃음이 활짝 필 정도로. 보통이라면 재수없다고 연신 궁시렁 거렸을 세라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에 웃음 걸며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싸움 구경이 그렇게 좋을까. 하기사 싸움이라면 많이 해봤지만, 싸움 구경은 거의 드물다 싶이 보아왔던 세라였으니. "너도 웃기는 하구나." "그럼 내가 안 웃었냐?" "존나 얄밉게 밖에 안 웃었잖아. 한 쪽 입꼬리만 싸하게 올려서.." "하하하 그랬던가? 아씨 그보다 언제 시작하는거냐?" 호수가 묘한 눈빛으로 세라를 보며 말하자, 세라는 더욱 화사하게 웃으며 공터를 훑었다. 두근 두근. 거의 처음보다 한 세라의 미소에 호수는 정신이 아찔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라가 뭐라는지 들리지도 않는지 멍하게 응시만 했다. 그리 못생기지도 그리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인데 왜 이렇게 매력적이라도 느껴지는 걸까? 그냥... 학교에서 못 보던 미소를 봐서 신기해서 그런건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정리해 버렸다. "야 언제 오냐니까?" "마침 저기오네." 세라의 말과 동시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오고 있었다. 각자 각목이니 뭐니 쓸만한 무기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초록색 교복 VS 회색 교복 이었다. 그 중에 유난히 튀는 남자가 있다면 회색 교복을 입고 중간에서 자조적이게 웃고있는 사람 이었다. 얼굴이 튀는 타입이랄까? "자자 거기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이리와." "왜 꼭 이리로 와야 하는거냐?" "그래야 잘 보이고, 또 구경하는데 안 들키잖냐." "하긴.." 세라는 호수의 말대로 풀잎들 속에 몸을 감추며 눈을 빼곰히 내밀었다. 설마하니 대놓고 구경하는건 조금 무리지 않을까 싶어서 몸을 숨긴 것이었다. "아싸! 드디어 대 혈전이 시작되는 거군!" 세라가 신난듯 5살의 어린 꼬마처럼 흥분을 하자 호수는 저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으며 공터를 바라보았다. 싸움을 좋아하는 범생이인건 상당히 의외지만, 기분이 풀어진다면 그걸도 된게 아닌가? 어쨌거나 자신 때문에 세라가 다친건 무척이나 미안한 일이었으니. "시작해 볼까?" 초록색의 상당히 촌스런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차갑게 냉소지으며 말하자 누가 뭐라고 할것 없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 들었다. "악~ 두근두근 거려!" "-_-..." 세라가 미칠듯이 웃으며 공터쪽을 바라보자 호수는 여전히 범생이의 사고회로를 조사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토록 싸움구경에 안달한 인간은 또 처음이다 싶이 했으니 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22 퍼억 빠악 빠직 피 비린내가 흥건히 퍼지고, 피에 절어 쓰러지는 학생들이 태반일 수록 세라의 입가에는 더욱 더 밝은 미소가 걸렸다. 약간 씁쓸해 하는 마음도 마지못해 있었지만. "호오 야 저쪽 꽤 한다?" "바보냐? 상안상고잖아. 상고 서열에선 2위정도 할걸?거기 짱이니 그럴만도 하지." "그래? 상고 서열2위라.." 세라가 흥미있는 눈빛으로 회색의 교복을 보며 묻자, 호수는 조금 당황해 마지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그냥 같이 맞장구 쳐주자 라고 결단을 지은 모양이다. 정말이지 신기할 정도로 범생이가 이토록 공부를 제외하고 관심을 갖다니. 아니 그것보다 솔직히 관심을 가질만도 했다. 상안상고라면 꽤나 한 싸움 한다는 대가리가 있으니. 물론 싸움실력도 무시 못 할정도지만, 이형우에 의해 가려진것 뿐이었다. 그에 반면, 세라는 상고라는 말에 미소를 지어냈다. 서열 2위라니 무척이나 싸움을 잘 할게 아니란 말인가? "저기 저 놈이 대가리란다." 빠악 뻐억 잔인하게 웃으며 발로차는 회색교복을 바라보며 호수가 말했다. 무척이나 단정한 머리에, 교복. (넥타이 역시 아주 단정하게 메어 있었다.) 상고의 대가리로 보이진 않는 용모를 가진 남자였다. 여자들 꽤나 울릴 정도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 분명 웃으면서 사람을 치고 있는데, 그 싸움 패턴까지도 세라의 눈에는 익숙해 보였다. 분명 처음보는것 같은데 묘하게 낯익은 느낌이 드는건 무엇일까? "대게 범생이 처럼 보인다." "너도 범생이 처럼 보이는데, 행실은 전혀 안 그런거 알지?" "흠." 그렇게나 호수에게 범생이 처럼 보이지 않았던가? 다음부터라도 더욱 범생이 흉내를 내자 라고 다짐한 세라는 다시 공터에 눈길을 옮겼다. 거의 절정에 다다렀다. 뻐억 빠악 퍼억 지금 승리는 거의 회색교복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바로 말하자면 회색 교복이 이겼다. 다만, 상안상고 대가리 라는 놈이 끝까지 패고 있는거지. 그 부드러운 외모로 사람을 짓이기다니. 뭐 세라에겐 더없이 좋은 구경이긴 했지만 말이다. "쿨럭 쿨럭." "미안하지만 ^ㅇ^ 그만 죽어주세요." 고삘치고는 꽤 싸운다고 생각했을 무렵, 세라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 저 살벌한 존대에... 드디어 저 인간이 누군가가 생각나 버린 것이다. 저 위압적인 존대에 살벌한 미소. 그리고 절대~ 일진처럼 보이지 않는 단정한 옷차림. 그가 알고있는 블랙의 주요멤범 주차인이 분명했다. 싸움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도 저렇게 반말보다도 더 위압적인 존대를 쓰는 인간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일 위험한 목록중에 No.1 자신의 학교 이민호라 하면 no.2는 상안상고의 주차인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토록 세라가 안심하는 이유는 상고랑은 그리 자주 맞주치지도 않을 것이고, 만약 거리에서 마주친다 해도 세라의 모습은 그리 호감하는 형이 아니였기에 걱정따윈 하지도 않는 것이다. -빠악!!!!!!!!!!!!!! 공터에 울릴 정도로 막강한 타격음을 내고 싱글 웃는 주차인. 그리고 초록교복의 남자가 기절할 정도로 밟는다. 아니 기절할때 까지 밟았다. 보는 사람조차 오싹할 정도의 웃음을 흘리면서. "역시..내 꼬붕이야." "뭐?" "아냐 저 녀석 싸우는 패턴이 마음에 든다고." 세라의 중얼 거림에 호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 거린말에 세라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세라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잔인하게 초록교복을 밟고있는 성안상고 대가리가 보였다. 저..저렇게 악독하게 밟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저렇게 무자비로 패는게 마음에 들어?" "응 당연하잖아? 저렇게 안 패주면 다시 덤벼들껄? 일찍이 밟아 두는게 좋아." "흠 그건 그렇기도 하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꺼림칙 하게 생각했던 호수지만, 세라의 말에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자아 오늘은 이걸로 끝낼게요." 차인은 활짝 웃으며 손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그토록 피를 묻히고도 태연스레 웃는 그를 보며 상안상고 아이들은 움찔 거렸다. 자신의 친구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무서운 놈인건 변함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은 저 웃음이 참 자상하다고 부드럽다고 느낄지 몰라도 아는 사람은 그저 두려울 뿐이다. 미소를 잃지 않아 아름답다? 어찌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아 더욱 두려운 존재인게 바로 차인이다. 뭐 물론 차인도 두려워 하는 상대가 있다만... "쳇." 그것이 세라라는건 잠시 묻어 두도록 하자. "에이 조금 더 패지." "은근히 잔인하다 니?" 세라가 안타깝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호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세라를 쿡 찔렀다. 세라가 자신에게 아까처럼 적개심을 보이지 않는것을 보아 기분이 많이 풀렸음을 짐작케 했다. "돌아가기 전에..."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의 패거리와 자리를 뜨려던 차인은 곧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하지만 언뜻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그쪽 두분 ^-^ 이만 나오시지 않겠어요? 처음부터 무척이나 제 심기를 건드렸는데." -움찔 움찔! 풀잎 사이로 은근슬쩍 숨겼던 몸들이 옴찔 움찔 거렸다. 설마하니 걸릴줄이야. 처음부터 라고 말하는 주차인은 보니, 세라와 호수가 와있을때 부터 잔작에 눈치 까고 있었나 보다. 주차인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동그란 눈으로 주차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혹시나 너무 웃어서 미친건 아닐까 하고. "제기랄 저럴거면 처음부터 찌르든지 다 끝나고 부르는 저 고약한 심보는 뭐냐?" "내 말이.. 아오 천호수 여기 있으면 안 걸릴거라면서?" "씨바 난 그딴 말 지껄인적 없다." 세라와 호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 거렸다. 이왕 처음부터 모른척 한 김에 마지막까지 모른척 해 주면 어디 덧나냔 말이다. "구경시켜주려면 제대로 해주던지 마지막에 걸릴건 또 뭐냐?" "걱정마라 내가 마지막 까지 무사히 보내주마." "글쎄에.. 저 녀석이 보내줄까?" 세라가 궁시렁 거리자, 호수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그런 호수가 못 미더운지 불안한 표정을 짓는 세라. 무서워서 보단 자신의 얼굴이 혹시나 들킬가 염려되는 것이다. 몇 일전만 해도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한진호 라는 녀석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 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한진호도 알아봤는데, 다른 이들이라도 못 알아볼건 또 뭐란 말인가? 눈썰미도 눈치도 무척이나 좋은 녀석들인데. "당연하지 인문계 천호수를 뭘로 보고?" "퍼런 대갈로 본다." "이건 아주 예뻐해 줄래야 줄 수가 없어." 호수가 손가락으로 세라를 꾹꾹 누르며 말하자 "이쁨받고 싶은 생각 없거든?" "아오!" 세라는 그 손가락을 세게 쳐내고 시니컬하게 중얼 거린다. 투닥투닥 또 다시 풀잎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진다. 갑자기 풀잎들이 움직이자, 그제서야 공터에 있는 그들은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경계가득한 눈길로 풀잎을 노려보았다. "제가 그쪽까지 가야 하나요? ^-^" 시간이 조금 지연되는 듯 싶자, 차인이 조금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 순간 화악 하고 풀잎속에서 등장하는 두 명. "넌 범생이의 탈을 쓴 양아치야 양아치!" "싸움구경 좋아하면 다 양아치냐?" "아 진짜 성격이 이 지랄이니 다구리나 맞지." "말 다 했냐?" 왁자지껄. 갑자기 그 자리에서 일어선건 차인 때문이 아닌 감정이 폭발해서 벌떡 일어난 건지도. 세라는 평소의 페이스를 조절해 가며 호수에게 감정도 감기지 않은 그런 목소리로 말했다. "......" 순간적으로 그 둘에게 시선이 와르르르르 쏠렸다. 낯익은 인문계 교복에 그리고 여자. 아니 여자는 평범한 얼굴이니 무시하자 허나 파란 머리 남자의 외모는 정말이지 작살나는 외모였다. 저 정도 외모라면 이들도 한 번쯤은 볼만도 했을 것이다. 굴리고 또 굴리고 눈도 굴리고 머리도 굴리고. "저 남자 꽤 낯익지 않냐?" "어 나도 어디서 본거 같아." "인문계 교복입고 저리 잘나게 생긴놈 누가 있더라? 거기다가 파란 머리 파란 머리 파란 머리..." 쏠려있던 남자들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지며 무척이나 놀란듯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허-억!!!!!!!!!!" 그 소리가 무척이나 컸던지 투닥 거리던 호수와 세라도 다툼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 보았다. "천호수다!!!!!!!!" 웅성웅성 쓰러져 있던 초록 교복은 물론이고, 회색교복들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천호수 라면..^ㅇ^" 여전히 샤방하게 웃는 얼굴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듯 보이는 주차인. 다른 이들과 달리 전혀 당황한 기새조차 없어 보였다. 상안상고 대가리라 그런것인가? "으우..쓰발 윽 왠 천호수가‥" 피를 흘리며 더듬더듬 말을 잇는 초록교복 대가리를 보니 뭐 그런거 같지만은 않다. 성안상고 주차인이 조금 특이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옆엔 깔인가?" "천호수야 옆에 기지배들 많이 달고 다니잖아." 모두들 천호수를 아는듯 보이자, 세라가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호수에게 멀찌감치 떨어졌다. ;; 자신의 학교 학생들이 아니라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마음놓고 있을만한 일은 아니었다. 자칫 소문에 소문이 퍼진다면‥큰일이다. '아..아냐 그래도 내가 누군지도 모를거고 상관은 없을거야.' 너무 앞서나가는 자신의 생각을 하며 애써 태연스레 호수에게 시선을 던지는 세라. "니가 알아서 할꺼지?" "씨바 알았어. 내가 다 정리할게." 세라의 말에, 호수는 머리를 거칠게 긁적 거리며 뚜벅뚜벅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냥 지나가던 길에 본거니까 신경꺼라?" 은근히 위압감 실린 호수의 말에 상고이들은 움찔 거리며 고개를 파다다닥 끄덕 거렸다. 호수와 싸워보지 않은 인간들은 모를 것이다. 주차인 못지않게 그가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를.. '호오~' 꽤나 의외의 반응에 세라가 손가락으로 턱을 메만졌다. "자 그럼 우린.." 별로 싸우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상고이들의 반응을 보며, 호수는 피식 웃고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멈.춰" 약간은 싸늘하다 싶은 차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23 '제에길 저 녀석은 왜 또 시비야!?' 그냥 좋게 넘어가면 좋을것이지 왜 시비조인지. 세라는 인상을 찡그리며 차인을 노려 보았다. "뭐냐? 할 말 있냐?"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나 보신데. 전 ^-^ 당신이 천호수인지 그건 중요치 않구 말이죠." -탁 호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돌아보자, 차인은 샤방샤방한 웃음을 날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주먹이긴 했지만, 호수는 그 주먹을 가볍게 막았다. 분명 지금껏 상대해온 그 누구보다도 센 주먹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질 만한 상대는 아닌거 같았다. "뭐냐 이건." "뭐긴요 ^ㅇ^ 싸움구경을 했으면, 그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셔야지요." 호수가 그 주먹을 꽉 잡으며 살벌하게 묻자, 차인은 그 주먹을 가볍게 빼내며 다시 싱글 웃었다. "싸우자는 얘기냐?" "뭐 그렇죠. ^ㅇ^ 안 그래도 인문계 천호수랑 붙어보고 싶었는데." "이형우도 못 이기는 니가 덤빈다고?" 호수가 '이럴 생각은 아닌데' 라고 생각하며 묻자, 차인은 생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싸움은 별로 원치 않았기에 이형우까지 들이대며 묻는 호수. 이형우와 비슷하게 소문이 도는 호순데 설마 덤비기야 할까. "못 이기는게 아니라 아예 못 덤비는거죠 ^ㅇ^." -탁 못 이기는게 아니라 못 덤빈다? 조금 이해불가능한 말이었지만, 호수는 잽싸게 날아오는 주먹 때문에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막긴 했지만 이번 주먹은 꽤 셌다. 차인이 진지하게 싸우면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렇게 악의없는 표정으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주먹을 날리다니. '아씨 나도 모르겠다.' 그냥 세라와 두번째 장소로 옮기려던 호수는 입술을 깨물며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 역시 만만찮은 상대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탓 "후후 ^ㅇ^ 재미 있겠는걸요?" 가볍게 호수의 주먹을 막으며 또 다시 싱긋 웃어 보이는 차인 '저거 분명히 힘든 놈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릴거라 생각하고 싸움 자세를 잡는 호수. 주변의 인간들은 '차인이가 미쳤느니.' '깨지는건 아닐까.' 불안한 눈동자로 둘을 바라보며 쉴새없이 조잘조잘 거렸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초조한 듯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세라였다. '어차피 신경도 안 쓰는데 그냥 여기서 튈까?'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세라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퍽퍽 싸우고 있는 그들의 옆을 지나 지나..(싸우고 있는 그들의 자리를 지나쳐야지만 공터를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으라아아앗!" 지나..가진 못 하고 호수의 주먹을 피하려던 차인이 세라를 보지 못 하고 부딫혀 버린것이다. 덕분에 쿠당탕 소리와 함께 넘어져 버린 둘. "하하 ^ㅇ^ 그러고 보니 여자분도 있었...." "제엔장!" 잠시 인상을 쓴 차인이지만, 곧 화사하게 웃으며 세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낯익은 목소리에 한번 움찔 거리고 안경이 조금 벗겨져서 인지 그 얼굴을 보고 움찔. 마지막으로 자신이 제일 두려워 하는 눈빛에 한번 더 움찔. 그 순간 바로 무서운 여자인 세라의 얼굴이 차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이럴줄 알았다 이럴줄 알았어. 역시나 날 알아보는 사람은 두 세명 쯤 될줄 알았다고.' 차인이 낯익은 듯한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을 안 세라는 좌절한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안경을 재빨리 제대로 착용하고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차인을 연신 바라보았다. 설마 설마 설마 알아볼까? 진호는 어떻게 알아봤는지 몰라도, 차인이나 민호 같은 경우는 무척이나 세라에게 관심이 많던 이들이었으니. 알아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안경을 써도 긴가민가 한데, 안경이 반 이나 벗겨진 모습을 보았으니. 문득 지금 차인의 표정을 보니 자신을 알아본듯 싶었다. 웃음만 짓던 그가 처음으로 당황하고 있었으니. 더불어 억지웃음까지. '제길 왜 하필 날 덥쳐가지고(?)' 세라는 최대한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호수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성안 상고는 물론 초록색 교복을 입은 이들도 무슨일인가 세라와 차인을 번갈아 보았다. (세라가 넘어졌기 때문에, 그녀의 안경이 반쯤 벗겨진 얼굴은 차인만이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서..설마 아..아니죠?" "그 설마가 맞는데." 그냥 속시원히 밝혀 버리자. 그러면 여기서 천호수와 싸우지도 않고 알아서 처리하겠지. 라고 생각한 세라는 차인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그렇다고 단 번에 알아채냐? 내 안경이 너무나도 허무해져 버리잖아.' 세라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안경이 너무나도 허무해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민호 역시 알아볼 가능성 95%다. 뭐 학교에서는 한달에 한번 마주칠까 말까이니 상관은 없지만. 그리고 계속 바라볼 일도 없으니 더욱이 안심할 수 있었다. 한 2분정도 지났을까? 복잡하던 그의 머리속에서 자신의 앞에있는 여자가 블랙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깨닫자 늘 웃음을 거두지 않았던 그의 표정이 팍 굳어 버렸다. 몇년간 그와 친구로 지내던 이들도 놀라운 듯 바라보았다. 여전히 호수는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고. '그..그럼.' 얼굴이 새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버린 차인. 세라인게 확인되자 심장까지 미칠듯이 울렁거렸다. (후환이 두려워서 그런거다.) 그리하여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떠올려 본다. "^ㅇ^..." "-_-.." "^ㅇ^;;;;;;;" 힘들게..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억지로 웃는 차인.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차인의 친구들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차인과 세라를 보았다. 딱히 별말은 하지 않았는데, 차인이 왜 저리 두려운 표정과 더불어 저리도 쉽게 표정이 변한단 말인가. 그 누구와 붙어도(싸움) 웃음을 잃지 않던 무서운 녀석이었는데. "우와아아아아앗!!!!!!!!!!!" 곧 이어 차인의 경악에 가득찬 비명이 공터에 울려 퍼졌다. [깜짝 깜짝] 덕분에 소스라치게 놀란 성안상고 아이들. 호수는 "미친거 아니야?"라고 중얼 거리며 성안을 바라보았다. 더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어보고 싸우자 라는 심산이었다. "다 다 다 다 당 당신은!!!!!" "쉬잇! 인사는 생략." "어..어 어 어 어..어째서 다..당신이 그런 모습으로.." 차인이 놀란 표정으로 무릎을 꿇으려 하자, 세라는 작게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놀라운지 눈은 크게 말은 더듬고 횡설수설 늘어놓는 차인. 세라는 한숨을 푸욱 내 쉬며, 차인만 들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입 닥치고." "......" "대충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끄덕. 오싹할 정도의 차가운 저음에, 차인은 움찔 거리더니 고개를 끄덕 거렸다. 바보는 아니었으니 거기다 눈치도 빠른 편이니 대충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착한 주차장이지." 세라가 피식 웃으며 차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 공터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고요했다. 쏴아아아아아.. 금지된 별명.; 주차인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중에 하나인 [주차장]을 인문계의 평범한 여자가 말했다. 천호수랑 같이 있어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닐거라 생각을 했거만. (외모는 평범하고.) 설마하니 저 금지된 별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다니. 자신들도 두려워 못 부르는 그..별명을. 그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차인의 얼굴을 살폈다. 이쯤되면 욕이나 반말이 튀어 나올법도 한데. "...-_-...짱." 그는 평소와 다르게 표정만 굳어 졌을 뿐 [짱]이란 단어를 내뱉으며 평범한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순간 그들은 그녀가 차인을 노려보는 듯 보였다. 그리고 움찔 거리는 차인까지.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 하기사 그렇다고 해서 무서워할 차인이도 아니지만.' 하지만 그저 쳐다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차인을 보았다. 이제 손 이나 욕이라도 날려야 정상인데.. "짜..짱 멋있다구요 ^-^;;" 평소와 정말로 다르게.. 식은땀 까지 흘리며, 웃음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게 꼭 억지로 웃는 것 처럼 표정을 짓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소근) 이 일은 나중에 설명해 줄게." "네 네. ^ㅇ^;" 마지막으로 세라가 뭐라고 작게 중얼 거리자, 차인은 황급히 대답을 하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여전히 억지웃음을 지은채. "뭐냐 지금.." "가세요." "뭐?" "그냥 가세요~ ^ㅇ^" 호수가 황당하다는 듯 묻자, 차인은 활짝 웃으며 호수에게 가라고 말했다. '가라니? 이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변한 차인의 태도에 호수가 다시금 물었다. "갑자기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지금은 그냥 가요. 대가는 나중에 받을게요.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만나게 될 텐데. 아! 그 때는 이형우랑 만나려나?" 이형우란 이름이 왜 거론되는지도 모르겠고, 또 싸움을 걸려던 차인이 왜 태도를 바꾸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 호수다. 솔직히 이대로 간다면 별 싸움없이 갈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찜찜한건 찜찜한거다. 설마하니 조금 전 세라와의 대화 때문에 그런거 같지는 않고. 세라를 대하는 차인의 태도가 조금 수상쩍긴 하다만 설마하니 저 모범생과 관련이 있겠는가? "싸움걸던 놈이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한거냐?" "그럴만한 사정이 생겼거든요 ^ㅇ^ 존말로 할때 가세요~" 호수가 찜찜한 표정으로 서 있자, 차인은 본래 페이스로 돌아가 빙긋 웃었다. "가자." "야 잠깐..!" "빨리 가자고." "아..알았다고." 뭐라고 더 말하려던 찰나, 세라는 이 때다 싶어 호수를 잡아 끌었다. 세라가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호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서 빙긋 웃는 차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씨바 니 나중에 붙으면 가만 안 냅둔다." "^ㅇ^ 기대 할게요. 그럼 여..여자분도 안녕히 가세요;;" 호수의 나지막한 저음에, 차인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세라를 힐끗 쳐다보며 인사까지 하고. 물론 그 때도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 맺혀 있었다. 멍.. 세라와 호수가 가고, 성안상고들은 멍하니 자신의 친구 차인을 바라보았다. "차인아! 저 여자애 알아??" "저 여자애가 뭐길래 처음으로 표정을 바꾸냐??" "거기다가 주차장이라고 놀리기까지 했는데.." 퍽# "내 사랑스런 친구야 ^-^ 주차장이라 부르지 마." 상고 이들은 하나 둘씩 그리도 궁금한게 많은지 차인에게 다가가 하나 하나 놀라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날라간 한 남자. 바로 차인이 가장 싫어하는 주차장 이란 별명을 입에 담고 만 것이다. 싱긋 웃으며 주먹을 내미는 차인을 보며 남자는 눈물을 글썽 거리며 꺼이꺼이 울음을 제꼈다. "아이고! 내가 친구를 헛 둔거야. 인문계 여자얘는 그냥 보내주고 흑흑 내가 그 평범한 여자보다도 못 하다 이거지?" "아냐." "응?" 평범한 이란 단어가 나오자, 차인은 표정을 조금 굳힌채 고개를 저었다. 그에 다시한번 의아한 눈빛을 담아내는 상안상고 이들. (*초록색 교복들은 이미 호수가 나타났을 적 부터 자리를 뜬 지 오래였다.) "평범한 인문계 여자따위가 아냐." '다만 어째서 범생이 처럼 안경을 쓰고, 얌전히 있는지도 왜 그 잘나간다는 인문계 천호수와 붙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거지.' 단호한 차인의 말에, 더더욱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는 상안상고. "그럼 대체 저 여잔 뭔데?" "천호수랑 있었으니 조금 노는앤가? 하지만 얼굴은 그렇게 안 보이던데. 교복도 단정하고." 전혀 이해가 안 가는것 하나가 외모였다. 그저 평범한 외모. 그렇다고 날라리 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상당히 범생틱 하게 보였다. 다시한번 질문이 쏟아지자 생각에 잠겨있는 차인은 활짝 웃으며 "잊어버려." "뭐?" "^-^ 니들 오늘 저 둘 만난거 입이라도 벙긋해봐 다 죽여버릴거야~" 살벌하게 협박을 시도했다. 그 웃음에 상안상고 아이들이 모조리 고개를 끄덕 끄덕 거리고 차인은 흡족한 듯 세라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세라가 무엇때문에 안경을 끼고, 본 모습을 안 들어내는지 몰라도 우선은 이들의 입을 채우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세라역시 그걸 바랄테니.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 * * * "야 너 그 자식이랑 아는 사이였어?" "아까보니 널 아는거 같던데, 거기다가 널 보고 왜 그리 놀랬던 거냐?" "아씨 그 자식 왜 갑자기 싸움을 멈춘거지? 너 때문인가? 아니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날 보고도 싸움을 걸던 녀석인데 니 얼굴 봤다고 멈출리가 없잖아." "야야 말좀 해봐!" 재잘 재잘. 천호수가 이렇게 말이 많던 놈이었던가? 호수의 새로운 면모에 세라는 조금 놀랐지만, 아무튼 궁금한게 무척이나 많은 모양이다. 그보다.. "니가.." "응?" "말 할 시간을 줘야지. 혼자만 재잘재잘 거리는데 내가 뭔 수로 말을 하냐?" 세라의 말에, 민망한건지 호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돌려 버렸다. "아아..아무튼! 상안상고 대가리랑 아는 사이냐?" "몰라 오늘 처음봤어. 아까 처음 그 녀석 봤을때도 그 녀석이 대가리인지도 니가 설명해 줬잖아." "아아 그랬지." 그러고 보니 처음 싸움이 벌어질때도 세라는 상안상고 대가리를 모르는 듯 싶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크나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 거렸다. 하지만 아직도 하나 남는 의문. "근데 왜 그렇게 돌변한거지?" "니가 무서운가 보지." "아아.. 그럴만도 하겠네. 크큭." 정곡을 찌르는 말에, 세라가 조금 움찔 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이왕이면 천호수가 공감할 그런 말로. '단순한 녀석.' 좋다고 웃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저 녀석은 무척이나 단순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보려 핸드폰을 열었는데 아침에 전원을 키지 않았었나 보다. 꾸욱 전원이란 버튼을 누르자 곧 새벽 6시 부터 시작된 문자부터‥ [은세라 좋은아침♡]-바보♡ [세라야 일어났어?]-바보♡ [세라야 1교시가 끝났네? 넌 아직도 공부하려나?]-바보♡ [세라야 이제 2교시 시작이다. 하암 난 지금 옥상이다.]-바보♡ [세라야 나 공부해야 하나?]-바보♡ . . . . . [세라야 밥은 먹었지? 또 빵 먹으면 안된다?]-바보♡ [드디어 학교가 끝났다. 세라야 보고싶다.]-바보♡ [음 세라네 학교는 야자 하니까 한 11쯤에 가면 되겠지?]-바보♡ 오후 5시까지 온 문자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대략 48통에 다다른 엄청난 문자의 양이었다. '문자 좀 작작 보내라니까.' 세라는 문자를 하나 둘 훑어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사귄지 벌써 몇 년인데, 아직도 이렇게 문자를 왕창 보내온다. 좋은 아침이란 문자부터 시작해서. 아마 지금껏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좋은아침] 이란 문자는 변함이 없는 거 같았다. "아씨 오늘 단축수업 했는데‥" 세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듯 문자를 한 통 보냈다. [오늘 일찍 끝났으니 8시에 와.] 문자를 날린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답문이 도착했다. [응응^ㅇ^♡♡ 근데, 세라야 오늘 처음으로 문자 보냈네?]-바보♡ 지금쯤 겨우 문자 한 통 받고 좋아할 형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세라는 피식 웃었다. 문자가 오지 않으면 한번쯤 빨리 보내란 말이나 재촉하는 말이 있을법도 한데, 지금껏 형우는 단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다. 그 외에도 전화를 걸 수도있는데, 형우는 전화를 거는 쪽 보단 세라에게 받는 편을 더욱 좋아했다. "이야 남자친구냐? 존나 문자 좀 봐라. 세라야 세라야.. 아주 니 이름 안 들어간게 없네." "응." "오오 범생이 너도 남자친구가 있었어?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녀석도 꽤나 범생이겠지?" 옆에서 이리저리 구경만 하고 있던 호수가, 세라에게 온 문자를 보며 놀란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범생이라 공부말고 남자친구는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였다. 하지만 곧 그 남자도 범생이라 생각하고 세라를 향해 다시금 물었다. "그..그래." "이야 신기하다 아니 신기한건 둘째치고 사귄지 얼마 안 됬나 보다? 이렇게 문자를 많이 보내는거 보네?" "원래 얜 이렇게 보내." 세라가 조금 말을 더듬는가 싶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호수가 놀라운듯 질문을 던졌다. 보통 애인이라면 이렇게 많이 문자를 보내지는 않을것이니 말이다. 사귄지 얼마 안 됬다면 몰라도. 호수의 질문에 세라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핸드폰을 열었다. [시간에 맞춰서 갈게.]-바보♡ 형우에 의해 금새 도착해 있는 답문. "사귄지 얼마나 됬는데?" "글쎄 한 3년정도 됬으려나? 모르겠다 가물가물 하다." 호수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세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쏙 넣었다. "헉! 그렇게 오래됬어?" "어." "이야 지대 신기한데? 걔는 우리학교 애냐?" "아냐." "얼 능력좋은데? 범생이 근데 남자친구 한테 바보가 뭐냐 바보가 키득키득." 3년이란 말에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곧 키득 거리며 세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솔직히 예상외이긴 했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도 의외지만, 3년 이상을 사귀었다는 것도 무척이나 놀라운 사실이었다. 뭐 고등학교때에 교제하는 상대가 없음이 더 이상하지만 세라는 조금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던가? 공부에만 묻혀사는 범생이. 얼굴은 그다지 못생기진 않았지만 남자친구는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다. (평범해 보이는 페이스다.) 하지만 다른 학교이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세라의 학교에서 세라는 거의 범생이로 통한다.) 다시한번 물었다. "근데.. 많이 좋아하냐?" "응 열라 좋아해." "그렇군."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 그 말에 세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세라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표정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에 호수는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세라가 좋은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키킥 범생이 주제에~ 그렇게 오래 사귀기나 하고 정말 능력도 좋아." 하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세라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마구 휘저었다. "머리카락 엉킨다." "다시 묶어라?" 세라가 짜증스럽게 중얼 거리자, 호수는 기분 좋은듯 키득 거렸다. 세라가 은근히 귀엽게 보였달까? '헉 내가 미친거 아냐? 이 모습이 어디가 귀엽다고? 아주 얄미워 죽겠구만.' 그러다 문득 화들짝 놀라 세라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는 호수. 머리카락을 만졌던 손에서 향기로운 샴프 냄새가 베어 나오는 듯 했다. "그럼 난 이만 갈게." 머리카락을 정돈한 세라가 손을 흔들었다. 탁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수는 세라의 손목을 세게 잡고 놔주지 않았다. "뭐냐? 이거 놓지?" "흠흠 아.아니 난." "나 가야해." "놀자." 귀찮다는 듯 호수의 손을 떼며 등을 돌리자, 호수의 끈질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의 애절함이 섞여 있었다고 느꼈다면 그건 착각이었나. "싫어." "야 니 남자친구는 8시에 온다면서, 그러니까 7시까지만 놀다가라." "싫은데?" 단호하게 거절하는 세라를 보며 호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모범생과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진 몰라도 워낙에 단순하다 보니 생각은 뒤로 하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실행하는 호수다. "내가 그 재미있는 싸움 구경도 시켜줬는데 이러기냐?" '하..? 이 쥐 똥같은 새끼 봐라? 내가 누구 때문에 주차장 그 새끼한테 정체가 뽀록났는데!? 그건 너 때문이잖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려 했다. "왜 그렇게 노려보냐?" '안 노려보게 생겼네? 병아??? 니가 내 기분 풀어 준답시고 그 공터로 데려간것이 잘못이잖아. 아씨! 아무튼 천호수 너 때문에 되는일이 하나도 없다. 괜히 주차장 놈한테 까지 비밀을 알려 줘야 하잖아.' 노려보는건 눈치 챘는지 세라를 향해 묻는 호수를 보며 다시한번 살인충동을 억제해야 했다. "야 조금만 놀자." '놀아? 이런 또라이를 봤나. 내가 지금 너랑 놀게 생겼냐? 한진호에 이어 주차장까지 두 명씩이나 늘었잖아 두명이나!!' 호두 까먹는 소리에 세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을 잠재우느라 피가 새어 나올정도로 주먹을 꽈악 쥐었다. "나 공부해야 해." "오늘만 놀면 안되냐?" "어." 하지만 주먹을 날릴 수 없는 모습이기에 꾹꾹 눌러참고 딱 잘라 거절하는 세라. 이제 지칠만도 한데, 호수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뭔가를 생각한듯 입을 뗀다. '너랑 놀다 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어쩌라고?' "좋아 이럴려고는 안했는데..." "뭐." "내일부터 전교에 소문을 내줘야지." 아까와 마찬가지인 협박. 하지만 이번에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세라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 "웃기지도 않는 협박 집워치워." "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전교에 널 좋아한다고 쫘악 퍼트려 줘야지. 킥킥 아주 여자들이 난리를 피우겠지?" '저 개새..' 하지만.. 역시나 저런 말은 꽤나 위협적이게 느껴지나 보다. 가려던 걸음을 멈춘것을 보니. 그런 세라의 모습에 이때다 싶어 "아아 성유빈도 꽤 인기 좋으니 그 녀석한테도 부탁해 볼까?" '머리도 나쁜게 왜 이런일에는 잘 돌아가는건데?' 생글생글 웃는 호수의 머리를 보며 세라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짚었다. 저 바보가 이런일에는 잔 머리를 잘 굴리다니. 아니 분명 협박에 능통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냥 갈래?" '빌어먹을..' 씨익 웃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 최대한 빨리 파란 머리를 퍼런 물에 익사시켜 없애려니 하고. * * * "잘가라?" "다신 보지말자." 해가 질 무렵 손을 씩 웃으면서 세라에게 인사를 나누는 호수. 하지만 세라는 호수를 보는 듯 마는 듯 관심없는 표정으로 도도하게 등을 돌렸다...? -탁 하지만 너무 폼을 재면서 가려고 했던 탓일까? 파인 홈을 보지 못 하고 걸려 버렸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는 순간 호수가 재빨리 한손으로 그녀으 허리를 낚아챘다. "칠칠맞긴." 세라를 끌어당겨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키는 호수. 혀를 끌끌 차며 한심스럽다는 표정이 세라의 눈을 본 이후 싹 굳어진다. 클로즈업 되어 보이는 세라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동안 안경 너머로 그녀의 눈동자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이 놀라울 뿐이었다. 숨막히도록 세라의 눈동자는 참 아름다웠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칠듯이 뛰어대자, 호수는 놀란 듯 세라에게 손을 뗐다. "간다." 멍하니 자신만을 바라보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손을 흔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기서 넘어지려는 것도 쪽팔린 일이었지만, 호수가 자신을 보고 넋나간 사람 행동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었다. "......" 세라가 눈앞에서 멀어지는 줄도 모르고 초점없는 멍한 눈으로 세라의 눈동자를 떠올리는 호수. 머릿속에 연신 그녀의 눈동자가 떠오르자 심장이 미칠듯이 뛰어댔다. "범생이...은근히 눈이 예쁘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분명 이쁘지도 않는 외몬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 거리지?' 두근 거리는 심장에 손을 갖다대며, 묘한 눈빛으로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바라보는 호수. 왠지 모르게 범생이에 대한 감정이 조금 바뀐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탁탁 지금 시각 정확히 7시. 세라는 집 앞에 도착하자 거친숨을 고르며 가슴을 쓸었다. 그러다 문득 집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 진다. "이형.." 주머니에 두 손을 꼽고, 이어폰을 꼽은 채 눈을 감고있는 형우를 보며 세라는 말을 멈추었다. 역시나 뽀대나는 모습의 형우. 하지만 지금은 8시가 되기 이른 7시인데.. 세라는 담벼락에 몸을 숨긴채 형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세라가 몇년 전 건내준 열쇠가 있음이 분명한데, 들어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 안 들어가고 저러고 서 있는거지?' 약 30분이 지나도 들어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형우를 보며 세라는 피식 웃었다. 언제나 약속 만큼은 칼 같이 지키는 형우를 새삼 떠올렸던 것이다. '이대로 있으면 8시에 딱 맞춰 들어오겠지?' 날씨가 제법 쌀쌀함을 느낀 세라가 아직도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우에게 다가갔다. "형우야 언제왔어? 열쇠도 있는데 미리 들어가 있지 그랬어?" "^ㅇ^ 방금왔어." "귀가 새빨간데?" "걸어 왔거든. 그보다 빨리 들어가자." 세라는 알면서 능청스레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형우는 씩 웃으며 세라의 어깨에 손을 두른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보다 너야말로 서 있으면 다리 아플텐데 빨리 나오지 그랬어?" "알고 있었냐?" "당연하지. 난 눈을 감아도 니가 주변에 있으면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이지." 조금 의외라는 듯 형우를 바라보는 세라. 설마하니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줄이야. 눈을 동그랗게 뜬 세라가 귀여운지 형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문을 열었다. 천호수가 머리를 만지작 거릴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무척이나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랄까? 아마 몇년간 형우에 의해 많이 익숙해졌나 보다. 쏴아아아아‥ 뚝뚝‥ 꾹 하고 수도꼭지를 틀어막은 세라는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샤워를 해서인지 거울에 빛추어진 세라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 예뻐 보였다. 얼굴은 뽀얗고,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입술은 새초롬해 보이는게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의 외모였다. 문을 열고 나가니 형우가 씩 웃으며 "아아 덥치고 싶어지는데?" 하고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얼굴이 붉게 닳아 오른걸 보아선 그다지 태평할 만하지는 않음이 분명했다. 세라에게 뿜어져 나오는 것은 색기 그 자치니까. "진심이냐?" 세라가 피식 웃으며 다가오자 형우는 뭔가 잘 못 말했다는 느낌이 파박 들었다. "왜에? 덥치고 싶다면서?? 후후.." 세라가 촉촉히 젖은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형우의 몸과 밀착 시켰다. 당황;; 당황;; 이런 일이 한두번은 아니다만 이럴때 마다 얼굴이 붉게 닳아 오르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향기로운 냄새가 물신 풍기자 형우는 정신이 아찔하기 까지했다. 이래뵈도 남자인데 꼭 이렇게 자극을 줘야 한단 말인가. "자..자..장난이지." 형우가 능청스럽던 얼굴을 굳히며 세라를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자 여기서 키스 한 판 때릴까?" "아무리 내가 참을성 많은 인간이라도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나도 이래뵈도 늑대거든." "걱정마 우리집에 너 죽일 도끼랑 칼 많아~" "웁!!!!" 세라는 색기를 아주 팔팔팔 풍기면서 형우와 입을 맞추었다. 이게 얼마만의 키스냔 말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휘젓는 세라. 조금 발버둥 치던 형우도 그에 맞춰 현란한 테크닉을 선보였다. 물론 무척이나 이성을 놓지 않으려 긴장하며. (세라의 집에는 정말로 도끼와 칼이 준비되어 있었다.) "으...." 형우가 참으려 참으려 해도 세라의 모습을 보니 또 이성이 몸을 먼저 지배한다. 번뜩.. 허나 눈 앞에 보이는 은빛의 물건에 곧 그대로 굳어진다. "후후 허튼짓 하면 알지?" 언제 손을 뻗어 도끼를 쥐었을까?;;;;;; 세라는 무시무시한 미소를 선보이며 형우를 밀어냈다. "오늘은 좀 짧네?" 형우가 내심 아쉬운 듯 투덜 거리며 말을 이었다. 조금 전 까지는 분명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그지만 오랜만의 키스라 아깝기는 했나보다. "그렇지? 하지만 좀 위험할거 같아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한다. 그보다 이리 좀 앉아봐 그대로 있으면 감기걸리겠다." "오~냐." 세라는 쪼르르르 달려가 형우의 앞에 앉았다. 형우가 드라이기 코드를 꼽고. 위이이이이이이잉 하고 따뜻한 바람이 세라의 긴 갈색 머리카락을 말려가고 있었다. "머릿결 좋다." "응 난 니가 머리 말려주는게 좋아." 결 좋은 머리카락이 손 가락 사이로 샤륵 흩어지자 형우가 웃으며 말했다. 형우의 손이 좋은지 눈을 살짝 감은채 흥얼 거리듯 말하는 세라. 아주 연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앞머리가 많이 길었다." "응응.." 세라의 눈을 찌르려는 듯한 앞머리를 보며 형우가 나지막히 중얼 거렸다. 머리카락이 다 마르자, 세라는 온 몸이 나른해짐을 느끼고 형우에게 살짝 기댔다. "좀 잘라줄까?" "응응.." 졸음이 몰려오자 형우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응이라고 대답하는 세라. 하지만 분명 제정신을 차리며 100% 후회 할 거다. "기다려봐 가위 좀 가져오고." 세라를 쇼파에 기대게 한 후 어디선가 가위를 가져오는 형우. 찰칵 찰칵 가위가 맞부딫치는 소리가 들리자 세라가 화들짝 놀라며 큰 눈으로 형우를 바라보았다. '귀엽다.' 그 순간에도 세라가 귀여워 몸이 바르르 떨리는 형우. 하지만 곧 세라에게 다가가 꽃미소를 뿌리며 말한다. 보통 여자들은 피를 뿌릴 정도의 미소를 세라는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만으로 넘기고 아연질색을 했다. "세라야 앞머리 잘라줄게 이리와바." "시..싫어! 이 놈아 내 앞머리 망칠일 있냐?" 형우가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며 거절하는 세라.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때는 아마도.. "세라야 눈썹이 많이 짙네." "응." "내가 조금 다듬어 줄게." "다듬을 줄은 알아?" "응 나 대게 잘 다듬어." 그대로 믿어 버렸다.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형우의 표정에 넘어간 것이 문제였다. 잠시 뒤 거울을 본 세라는 기절초풍까지 이르렀다. "아아아아악!!!!! 내..내..내 눈썹 어디다 팔아 먹었어!!!!!" "그..그게." "이..이형우!!!!!" "아..아니 난 조금만 자르려고 했는데.." "너..너.." "^ㅇ^ 하..하지만 지금도 섹시해~" 방긋방긋 식은땀을 흘리며 충격을 받아 열받아 하는 세라를 위로하는 형우. "정말 섹시해?" "그..그게.." "정말 섹시하냐고." "=_-..." 세라가 그나마 활짝 웃으며 형우에게 물었다. 잠시 표정을 굳히고 세라의 눈썹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형우. "진담 아니지?" "-_-...." 이럴땐 거짓말을 못하는 자신이 정말 저주스럽기만 한 형우다. "야 괜찮아 정말 솔직히 말해봐." "세라야." "그래." "현실을 인정해야 해." "뭐?" "난 니 남편이니까 내 말 듣고 나 죽이면 안돼?" 진지한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던 형우가 입을 뗐다. 세라를 위해 솔직히 말해주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물론 뒤탈도 조금쯤은 감안했어야 했지만, 세라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그딴 생각은 접어두었다. 세라는 내심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형우를 바라보았다. "각설이야." "뭐?" "니 모습은 각설이야." 거짓하나 없이 진지해 보이는 형우의 말에 충격에 휩싸인 세라. 세상에 세상에 각설이라니. 난생 처음 각설이란 말을 들은 세라는 눈에 초점을 잃고 잠시 멍해져 있었다. 신선한 충격+쇼크 만빵이었다. 다시한번 냉철한 판단을 위해 세라의 눈썹을 지그시 바라보는 형우. "푸풉.." 자신이 잘랐기는 했지만 섹시보다는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웠다. 참으려 했건만 세라가 화내는 모습이 두려워 참으려 했건만. 결국 참지 못 하고 웃음이 튀어 나와 버렸다. "파하하하하 은세라 진짜 걸작이다!! 니가 크크크큭 눈썹 없는 병이라도 걸렸냐? 푸하하하하 섹시?? 내가 말을 존나 잘못한거 같다. 섹시보다는 푸하하하 정말 각설이 같다. 아하하하하핫." "이형우.." "푸하하하하 내가 잘랐기는 했지만 너무 했다. 프하하하하 이렇게 웃기게 생긴 여잔 또 처음이야. 푸하하하하하." 배를 잡고 뒹굴며 너무나도 솔직히 말하는 모습에 세라는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부글 부글.. 이렇게 자른게 누군데 이렇게 비웃고 있단 말인가? 아주 죽고싶어 발악을 하는 모양이었다. "푸하하하하 세라야 너 진짜 웃겨. 캬하하하하 개그우먼이라도 되는건 어때? 각설이의 장기자랑! 아이고 배야 크크크큭 나..나 좀 살려줘~!" "......" "한 쪽은 아예 눈썹이 반 밖에 안 남았어. ㅠ0ㅠ 푸하하하하하." 일부러 그런걸까? 정말 고의적으로 웃고있는 형우. 세라는 드디어 일을 낼 것인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래 아예 죽여줄게." "뭐?" "씨익..살려달라면서? 아예 못 웃게 만들어 주지." 살벌한 세라의 미소에 그제서야 후회를 하게 된 형우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갈 구석은 없었다. "여긴 민주주의 국가다. 폭력쓰지 말구 말로 하자. 말로." "닥쳐라." "너..너 폭력죄로 경찰에 넘겨버릴테다!!?" 살기위해 법으로 위협을 가해보려 했지만 세라는 그다지 쫄지 않은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야말로 날 인간무기로 만들것에 대해 엄중히 처벌 받아야 할 것이야." "푸하하하 맞는 말이야! 내가 인간무기를 만들었지 푸하하하하 폭탄보다 더 위험한 각설이 무기!!" "그으래?" 세라가 씨익 웃자 주변이 얼음이 되는 느낌이었다. 무척이나 살벌한 느낌에 형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세라야 용서해 주면 안될까? 내가 잠시 미쳐 실언을 한 모양이야. 니 얼굴이 무기라니 말도안돼지." 처량하게 빌어도 보지만 세라는 더더욱 열받았는지.. 주먹을 날렸다. 빠악★ "죽어라 이 새끼야!!!!!!" "아아악!!! 은세라 각설이가 아니라 조..좀비냐 이번엔!?" "씨바 내 눈썹 어쩔거야!!!!!!!!" 거울을 보고 잘려나간 눈썹을 떠올리며 울먹이는 세라. 자신이 봐도 정말 각설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차마 내색할 수도 없었기에, 자신을 이렇게 만든 형우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었다. 퍽퍽퍽퍽퍽!! "아악 남편을 죽일 셈이냐!?" "그래 날 각설이로 만드는 남편 따윈 내 쪽에서 사양이다!!!! 아주 여기에 니 무덤을 만들어 주마!!!!!!" "우아아아악 세라야 내가 잘못했어!! 잘못 말했어 너.. 넌 정말 섹시 그 자체야!!!" 처절한 형우의 비명소리가 세라의 집 안 곳곳을 울렸다. 가끔 살려고 저리 발버둥을 치기도 했다. (섹시하다고 구라치는 일 정도?) "이 새끼가 장난 하냐!!!!!!!!" "...으앗! 살려줘!!" 간신히 세라에게 도망쳐 나온 형우. 숨을 고르며 세라를 노려보았다. "니가 솔직히 말하라며!" 형우의 외침에 세라는 눈썹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렸다. 절망... 차라리 다 잘라놓으면 덜 하지. 한 곳만 그리고 반만 잘라 놓는 이 모습은 더 추할게 아닌가. 그러다 문득 솔직한 형우의 답변을 떠올리며 세라가 말을 이었다. "이형우 죽을래? 내 눈썹을 이렇게 망쳐놓은걸 보고도 감히 각설이???" 살벌하게 풍겨나오는 세라의 분위기에 형우는 입술을 앙 다물고 다시 노려보았다. 할말이 없는 것이었다. 각설이는 맞다만 자신이 저렇게 만들어 놓지 않았던가? "으..으씨." 상당히 많이 때렸다 싶어 봐주려는 세라에게 형우는 아쉬운듯 또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 요로코롬 외쳤다. "각설이는 폭력쟁이야!!!!!!" "뭐.뭐라고?" "각설이는 성질도 존나 개 같다고!!!!" 잠시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세라는 곧 도망가는 형우를 붙잡았다. "이.이 개자식아!!!!!!!!!" "아아악 가..각설아 미안해 미안하다고-오!!!!!!!!" 퍽퍽퍽퍽퍽퍽! . . . 아주 매를 버는 형우 군이었다. 그 뒤로 형우군은 세라와는 전혀 만날 수 없었다. 세라역시 그 후 2주일 가량 밖에 일체 나갈 수 없었다. 아니 눈썹이 다 자랄때 까지는 나갈 수 없었다. 형우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세라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뭐 그 후엔 형우의 엄청난 희생으로 다시 상태가 원상복귀 되었지만 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잠시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세라는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형우에게 말을 이었다. "자르기만 해봐라? 니도 다 잘라 버릴거야." "헉 그런 무서운 발언을." 한다면 하는 세라의 협박에 형우는 움찔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곧 샤방하게 웃으며.. (아주 미소가 끝장났다.) "걱정하지마 이번엔 날 믿어. 우리 이모가 헤어디자이넌데 내가 나중에 너 머리잘라 주려고 배웠단 말이야. 집에는 자격증까지 있다니까?" "......" 자격증이란 말에 세라의 귀가 솔깃해 졌다. 자격증을 딸 정도면 믿어도 될 만한 실력이 아닌가? "내가 널 위해 몇달간이나 배운줄 알아? 이렇게 머리 잘라주려고?" "정말이냐?" 조금 감동먹은 눈빛으로 형우를 바라보자 형우는 곧 화사하게 웃음 흩뿌리며 세라의 앞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날 한번만 믿어줘." "...알았어 잘라봐." "^ㅇ^ 사랑해 세라야~" 진지한 말과 눈을 멀게 하는 꽃미소에 넘어간 세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우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라의 앞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왠지 이쪽으로 조금 기울어 진듯 해." 거울을 보지 못 하는 세라는 조금씩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몇십분째란 말이던가? 한쪽만 팍 자르다 싶고, 또 한쪽만 팍 자르고. 점점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너 정말 믿어도 돼는거냐?" 세라가 무척이나 불안한듯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그러자 형우는 걱정말라는 듯 가위를 차각 거리며 "응 한번만 믿어보래두~" 라고 앙증맞게 말한뒤 앞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잠시후 바들 바들 바들 바들 '씨발...' 세라가 쥔 거울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지레 겁먹은 형우가 움찔 거렸다. 하지만 곧 입을 떼며 아주 자랑스럽게.. "자..잘 자르지 않았냐? 대게 귀여워 보이는데;;;;" 외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짓말을 못 하는 자신을 저주하며 입술을 씰룩 거리는 형우. "널 한번만 믿어?" '씨팔.. 널 믿는게 아니었다. 그 한번이란 기회라도 널 믿는게 아니었어.' 거울을 팽개치고 눈을 부릅뜨는 세라. 은은한 살기가 형우를 위협해 왔다. 대체 이 앞머리는 어떻게 해야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신이 만든 예술의 작품. 라고.. 말하면 세라가 낫을 들고 달려 들겠지. "......" 무서운 침묵이 흐르자 형우는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차라리 화를 내면 덜 무섭기라도 하지. "세..세라야." "맹구다." "으응??" "맹구야..맹구야..맹구란 말이야." 음침하게 세상 다 산 처럼 중얼 거리는(마치 치매걸린 노인들을 보는 듯 싶었다&자페아 증상도 다분해 보이고.) 세라. 그런 세라가 두려운지 형우는 어쩔 줄 몰라했다. 여기서 건드리면 터질 시한 폭탄처럼. "......" 또 다시 이어지는 긴 침묵. "씨파." 드이어 세라의 욕설이 나지막히 튀어 나왔다. 이제부터 시작될 말에 형우는 입술을 꽉 깨물고 귀를 막았다. "씨파아!!!!! 이 새끼야 나랑 원수졌냐!? 니가 내 남친이야 남친!? 어떻게 된 놈이 각설이도 모잘라 이젠 맹구로 만드냐!!!!" 움찔! 형우가 생각했던 단어가 세라에 의해 나오자 형우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너 니네 이모가 헤어 디자이너 라는것도 개뻥이고 자격증도 개구라지!?" 세라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형우가 움찔 거렸다. 그렇다. 그의 이모는 헤어디자이너가 아닌 패션디자이너다. 자격증?? 그딴건 그냥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했다. 단지 세라의 눈을 가리는 얄미운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싶었을 뿐 악의는 없었..... 아니 솔직히 악의도 쪼금 아닌 많이 포함되어 이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씨파 왜 자꾸 날 개그맨으로 만들고 지랄이야 지랄이!!!!!!!!" 전에 눈썹 사건 이후로, 꽤 충격을 받았던 세라였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자신이 보기도 느꼈던 맹구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물론 가슴속에서는 짠한 눈물이 쫘륵 흐르고 있었지만.;; "아악 짜증나 짜증나 이형우!!!!!!!" "네..네?" "솔직히 말해봐. 니가 봐도 나 졸라 맹구같아 보이지?" 흥분한 세라가 우스꽝 스런 모습으로 형우의 멱살을 쥐었다. 쿨럭 소리와 함께 어색한 미소를 띠우며 입을 여는 형우. "아..아냐 이..이뻐." "지랄마 새끼야! 니가 잘라놓고도 또 맹구 생각하고 있지!? 씨파 니 뒤질래!?" "나..난 아무말도 안 했어;;;;;" "솔직히 말해봐. 내가 맹구같아 보이지?" 세라가 침착하게 표정을 푼채, 쫄아있는 형우에게 다시금 물었다. 설마하니 저번처럼 그 일을 반복할까. "아..아니." "그럼?" "소..솔직히?" "어." 그나마 편안해 보이는 세라의 표정을 보며 형우는 숨을 들이켰다. "또 나 죽이면 안된다?" "씨팔 말해봐 뭐 같아 보여?" "진짜로 맹구같아 보이진 않아." "그럼?" 형우가 표정을 바꾸며 고개를 젓자 세라는 얼굴을 가까이 밀착 시키며 진심으로 물었다. "영구." "......" "영구같애;;;" 자신이 말해놓고도, 왠지 후환이 두려운 형우는 말 끝을 조금 흐렸다. "형우야? ^ㅇ^" "으..응?" "형우야??" 조용히 침묵만 유지하고 있던 세라가 방긋 웃으며 형우를 부르기를 반복했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웃음이지만, 무척이나 오싹한 웃음이었다. "으아아악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세라야 진짜 농담이야 농담 내가 잘라서 그런지 너무 예뻐." "장난하냐?" 위엄한 경보가 온몸에서 바르르르 울리자, 형우는 연신 웃어가며 세라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하지만 그 말은 세라의 비위를 맞추기는 커녕 더욱더 뒤틀리게 하는 말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죽여 버릴거야. 니..." "헉!" 뚜둑뚜둑.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주변에서 낫을 들고 다가오는 세라. 흡사 살인마와 비슷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왠지 장난같지 않아 보이는 세라의 모습에 형우는 뒷걸음질을 시도했다. 왠지 눈썹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적 보다 더욱이 무서운 모습이었다. "내 오늘 널 못죽이면 은세라가 아니다!!!!!!!!" "으아아악 여..영구가 미쳤다!!!" "죽어라 새끼야!!!!!!! 내 앞머리 물어내!!!!!!!" 세라의 슬픔과 원망가득한 절규와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형우의 목소리가 한대 어울어져 그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 "푸..풉 푸하하하하하하." "깔깔깔깔 진짜 걸작이다. 꺄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 진짜 웃기다. 완전 맹구다 맹구." "쿠쿡 맹구보단 영구같지 않냐? 푸하하하 앞머리가 저게 뭐냐?" 세라가 교실에 들어오자 마자 이런 반응이 튀어 나왔다. 처음부터 기대했던 반응이지만, 실제로 들으니 이마에 혈관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예전이었다면 몇일간 빠지기라도 하지. 내신이 중요한 지라 학교도 못 빠지고 결국은 그 꼴로 학교를 나오고 만 것이다. 미용실에서 조금 다듬긴 했지만, 그래도 웃긴 모습이었다. 으득 으득 이빨을 갈며 세라가 자리에 앉자 다시한번.. "푸하하하하하핫."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세라의 모습은 웃겼다. 아주 많이. "왜그러냐 너희들!? 이런것도 개성이야 개성!!!" '넌 또 왜 나내냐. 부반장아. 씨팔 그리고 하나도 위로 안 되는거 알지?' 어느새 부반장이 앞서 나와 세라를 감싸며 반 아이들에게 외쳤다. 그런 생소한 부반장의 모습에 아이들은 웃음을 멈추고 눈만 멀뚱멀뚱 떴고, 세라는 눈에 살기를 가득 뿜어내며, 부반장을 노려 보았다. "진짜 얼마나 이뻐!!!!!!!" '나도 내 모습 다 알거든?? 이빨 까지마."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놀리는 건지 세라의 모습을 얼핏 본 부반장이 외쳤다. "봐봐 아주 개성이 넘치.....푸..풉 푸하하하하하 세라야 니 앞머리 누가 잘랐냐?" '-_-^ 저 년을 기필코 천호수와 함께 처단할거야.' 이래서 부반장을 좋아할래야 할 수가 없는것이다. 실컷 편 들어 놓고 세라의 얼굴을 본 뒤에 저렇게 웃는 건 무슨 이유에서란 말인가? 세라는 배를 잡고 죽겠다는 듯 웃는 부반장을 보며 이를 갈았다. "푸하하하하 진짜 웃기다. 크큭 미안해 웃을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개성적이라서 크크큭." '놀리냐? 씨댕아?' 꼭 놀리는 듯한 기분이 든 세라가 부반장을 밀치며 속으로 중얼 거렸다. 차마 입밖으로 욕을 내뱉을 수는 없었기에. "프하하하하하 내가 잘라도 그것보단 잘 자르겠다.일자도 아니고 그게 뭐냐?" '죽여 버릴거다. 저 계집애. 언젠간 사지를 잘르고 태우고 찢고..' 세라의 앞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부반장. 점점 열이 차오르는 세라는 부반장을 죽일 계획까지 차근차근 세우고 있었다. 덤으로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형우도 생각하며. "아하하하 완전 코미디야 코미디!!!" 아예 대놓고 이젠 웃는 부반장을 힐끔 보며 세라는 핸드폰을 꾹 눌렀다. 블랙(양아치 써클)의 힘을 빌려서라도 저 여자를 죽이고 말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크..크..크하하하하하핫." "푸풉." 지금은 체육시간. 어찌됬나 왜 이리 세라의 인생은 개떡같나. 정말이지 앞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올때 까지만은 천호수와 만나고 싶지 않았건만. 어째서 합동 체육이 된 것이란 말인가. 인생의 쓴맛에 찹찹함을 느낀 세라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범생이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머리카락이 왜 톱처럼 됐냐? 푸푸풉-" "크큭 지대 웃긴다. 나 여자 앞머리가 저런거 처음 봤어." 천호수가 세라의 앞머리를 힐끗 바라보며 웃어 제끼자, 유빈역시 소프트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손가락으로 슬쩍 닦아냈다. 저리 웃길수가 있나. 유빈 생전에 여자들을 참 많이 보고 사귀어 왔지만 저리도 웃긴 머리는 처음 보았다. 만약 저 머리가 세라와 사귄지 3년에 다다른 남자친구가 잘랐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푸하하하하하 진짜 웃겨. 아 배아파~~" "쿠쿡 근데 호수야 어제라니? 둘이 어제 만났어?" 시선집중. 안 그래도 세라와 호수 그리고 유빈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는데 허를 찌르는 말에 세라를 노려보는 강도와 더불어 시선이 모였다. '아무튼 저 녀석 왜 저리 입이 방정맞은거야?' 세라가 말이 참 많은 유빈을 쏘아보며 노려 보았다. (-_-+) 갑자기 한기가 들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칠거린 유빈. 주위를 삭삭 돌아보니 자신들에게 시선이 집중되었음을 느끼고 호수에게 속닥 거린다. "호수야 이렇게 있다가 범생이 더 괴롭힘 당하는거 아냐?" "뭐 어떠냐? 크큭 저 성격 더럽고 날 무시하는 여자는 한번 쯤 당해도 된다니까? 클클클." 조금은 눈치빠른 유빈이 눈치를 줘봤지만, 호수는 오히려 재미있겠다는 듯 웃으며 세라에게 다가섰다. "너 너 너 어제...!" 점점 다가오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뭔가 잘 못 되었음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렸다. "쿠쿡 내가 뭐라고 했나? 난 너 안 괴롭힌다고 한 적 없다? 어디 이참에 한참 괴롭힘이나 당해봐라. 바.가.지.머.리." 띠잉.. 괴롭힘 이라는 세글자 보다 세라에게 더 충격을 안겨주는 말이 있었으니 그 대단한 말이 바.가.지.머.리 였다. 세라는 뒤로 넘어갈라 거리는 뒷목을 부여잡고 끙끙 거렸다. 각설이에 맹구에 영구에 이젠 바가지 머리까지. 세라 인생에 드디어 종이 칠려나 보다. "천호수 니가 감히 날 가지고 장난을 쳤다 이거지?" 마침 호수의 반과 함께 짝피구라는 종목이 실시되자, 세라는 이때다 싶어 음침하게 씩 웃었다. 아주 작정을 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신은 세라의 편이 아니었나 보다. "어머 천호수랑 은세라랑 됬어." "그보다 쟤네 둘 요즘에 사귄다던데 정말일까?" "학교내에 스캔들 자자하잖아. 아까 들었어? 어제도 만났대잖아." "어머 학교의 최고 문제아랑 범생이라.. 좀 언밸런스 하지 않냐?" 쑥덕쑥덕. 웅성웅성. 세라와 호수가 많이 접촉을 하는 것을 보아온 아이들이 이번 짝피구에서 세라와 호수가 파트너가 되자 누가 뭐라 할것없이 소문에 소문이 물고 퍼지기 시작했다.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인상을 찌푸리는 세라와,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호수. 호수의 초강력 웃음을 보자 소문을 더더욱 퍼져나가고 있었다. 최고 범생이 은세라♡ 최고 문제아 천호수의 스캔으로. '아아 오늘따라 진짜 엿이다.' 푸른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 세라가 한탄을 하며 금 안으로 들어섰다. 왜 이쯤되면 피구에 관한 이야기가 세라의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바로 몇 년전 형우에게 들은 아주 죽일 이야기였다. "야." "왜." "너 얼마전에 우리학교에서 사람죽은거 아냐?" 입이 근질근질 거리던 것을 못 참고 호수를 부른 세라. 처음으로 세라가 부르자 호수는 조금의 기쁨을 감추고 시선을 던졌다.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세라. "사람이 죽어?" "그래 체육시간에 죽었다던데 왠지 아냐?" "내가 어떻게 아냐? 아 씨바 사람죽었다니까 존나 소름끼치네. 근데 어떻게 죽었데?" 정말이지 음침한 목소리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합쳐지자 오싹한 호수. 온 몸에 닭살이 돋음을 감지하고 얼굴을 부르르 떠는데 곧 이어 세라의 목소리에 얼굴이 그대로 굳어 버린다. "피구하다 금 밟아서." 까악..까악. 검은색의 옷을 입은 까마귀가 주위를 날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모범생이라지만 이런 썰렁한 개그 따위나 하고 있다니. '......좀 심했나?' 세라가 생각하기에도 좀 심한 농담인듯 싶어 무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년전 아마 형우에게 이 이야기를 듣는순간 살인충동이 들어 억제하기 힘들었던 추억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학교에 사람이 죽었다 하여 기뻐하였건만, 피구하다 금 밟아서라니. 그 때 밀려드는 허무함과 살인충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이었다. "하.하.하.하.하 아~주 재미있다. 피구하다 금 밟아서..하하하하." '......역시 심했나 보군.' 오래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호수가 느꼈다고 생각하니 세라는 손가락으로 턱을 만지작 거렸다. 잠시 이런 수다와 장난스러운 눈길이 교차할 무렵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쐐액 하고 들려왔다. 휘익 "우와와왓!" '이 퍼런대가리가!!!!!!!' 공이 세라를 향해 빠르게 날려오자(여자들이 일방적으로 세라를 맞추기 위해 세게 던졌다. 물론 남자들은 호수 때문에 일부러 피해서 던져야만 했다.) 호수는 세라를 방패삼아 비겁하게 뒤로 숨었다. 원래 짝피구라 하면 남자가 여자를 지켜야 하는 그런 놀이인데 말이다. 세라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공을 피하며 호수를 노려보았다. "하하하하 니가 들려준 이야기에 보답을 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으..씨." '발..' 호수에게 퍼부울 욕을 삼킨 세라가 다시한번 자신에게 날라오는 공을 피했다. 여자들이 자신들에게 공을 던지는 이유가 호수와 조금씩 등장하는 유빈때문이란건 알겠지만, 생각외로 적개심이 너무나도 뚜렸했다. 호수가 학교에서 인기는 물론 실세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물론 전혀 믿기지는 않지만. "너 정말 이러기냐?" "내가 뭐~얼?" 능청스럽게 웃는 호수를 보자, 세라는 피가 역류하는 기분 까지 들었다. 쓰아아아아... 기분나쁜 오로라가 세라의 주위를 감돌고. 타악 마침 날라오는 공은 두 손으로 타악 하고 잡아 버린다. "킥킥킥킥." 세라의 낮은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치는지 호수가 잠시 움칠 거렸다. 그 때다 싶어 세라는 잡은 공을 뒤로 넘겨 버렸다. -뻐억★ "컥!!!" 호수의 얼굴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공이 충돌하였다. 그 모습에 놀란 아이들. 룰을 깬 것은 아니다만 같은편, 그리고 어떻게 같은 파트너에게 공격을. 특히나 저렇게 가까이 있을때 세게 던졌으니 얼마나 아플까. "호수야 괜찮아!?" "은세라 너 일부러 그랬지!?" "꺄아아아아 우리 이쁜 호수 얼굴에 공 자국이 남았어! 누구 후시딘!!!" 웅성웅성 시끌시끌. 여자들은 저마다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세라를 노려보며 혹은 호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머? 난 앞으로 패스하려고 했는데 이런, 손.이.미.끌.어.졌.네." "크...범생이." 세라가 씩 웃으며 다시 공을 주워들자 호수가 세라를 힘껏 노려 보았다. 반대편에서 세라의 반의 여자와 장난을 치던 유빈은 그런 둘의 모습에 다시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봤을때, 세라는 분명 고의적이었다. 그 만큼 힘도 많이 실렸고 솔직히 호수가 얄밉게 굴긴 했으니 그렇게 할 만도 했다. 차마 범생이란 타이틀 때문에 욕을 날리지는 않고, 저런 공으로나마 화를 삭히는 듯 보였다. "거짓말 치지마! 어떻게 뒤로 그렇게 세게 던지니?" "하.하.하.하. 말 잘하네~? 하지만 설마하니 나와 스.캔.들 까지 절.친.한 천호수 군에게 일부러 공을 던지겠니? 더구나 우리학교에서 가장 실세를 잡고 있는 천.호.수 에게?" 못 믿겠다는 듯 따지고 드는 여학생에게 꾹꾹.. 감정을 실어 포인트 까지 주며 딱딱하게 묻는 세라. 여자들은 다들 공감이 간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하니 저런 꽃미남에게 악의를 품은채 공을 던졌을까? 거기다 둘은 꽤 친해 보이던데. (원래 눈으로 보이는게 다 진실은 아니라고..;;) "그렇긴 하겠네." "뭐 실수였나 보지." "다음부터 조심해라." 마치 호수의 여자친구인 마냥 세라에게 경고 비슷한 협박을 하며 원위치 하는 여학생들. '크크크크큭 드디어 한건했다.' 그런 여학생들을 보며 세라는 남모르게 브이자를 내보이고 있었다. 뻑★ 그 순간 세라의 머리에 커다란 압박이 몰려왔고, 별 두세개가 눈 앞에 도는 듯 했다. 뒤를 돌아보니. "아아 밑으로 내리 꽂으려고 했는데, 니가 키가 너무~ 작아서 대.신 맞.았.네?" "키득키득" "킥킥." 천호수가 얄밉게 웃고 있었다. 조금전의 복수였을까? 별 말도안되는 이유로 세라의 머리에 공을 홱 하고 던진 것이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세라를 비웃고 있는 남자들과 여자들. '아아 니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세라를 이를 악 물고 공이 자신에게 또 날라오자 이젠 노골적으로 호수에게 던져 버렸다. "하하하하 니가 키.가. 멀.대.같.이 커.서." 뻑★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좋아해 하는 그 때 또 다시 공이 세라의 등을 강타했다. 욱씬. '으으..씨바..' 꽤나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호수를 노려본 세라는 톡톡 하고 굴러가는 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강타! 뻐-억 "큭.." 턱을 맞은 호수가 괴로운듯 신음을 흘리자, 황당해 하던 여자들이 쪼르르르르 그의 주변을 감쌌다. '헉 이러다가 나중에 또 몰려오는거 아냐?' 조금의 이성을 되찾은 세라가 후환이 두려운지 눈을 크게 떴다. 그 때였다.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세라에게 한 여자가 공을 집어 던진건. 배구부 였기 때문에 그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 세기였다. 잡을수도 있었지만, 그냥 피하려고 잠시 가만히 우뚝 서 있는 세라. -타악 "하 씨바.. 존나 세게 던지네." "꺄아아아아아!" 그 때, 호수가 여자들의 사이에서 빠져 나오더니 세라의 앞에서 공을 처억 하고 잡았다. 순간 울려 퍼지는 여자들의 비명소리. '왜..왜이래?' 갑자기 자신의 앞을 막아선 호수 때문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세라. 이번엔 무슨 꿍꿍이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별안간 호수가 세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 내가 널 지키는 게임이잖냐." 두근. 꽤나 맑아 보이는 호수의 미소를 본 세라는 한 쪽 가슴이 지나치게 뛰고 있었다. 조금전 호수의 모습이 꽤나 멋있었다고나 할까? "호수야 많이 다쳤어? 미안해." "씨바 힘 존나 세다?" "윽..." "배구부 너 두고봐~! 감히 호수한테!!" 호수를 비롯하여 모든 여자들의 적개심이 배구부 여자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이 듣기에도 분명 무척인 커다란 굉음이 들려 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푸하하하하!" 호수의 꽤 오랜 친구로 있던 유빈은 그 광경을 보고 멍하니 있다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많은 여자들이 접근해 와도, 받아주기는 하지만 늘 무관심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게임이라도 저렇게 온 몸을 던져(?) 세라를 지키다니. "크하하하하 호..호수야 너 제정신이냐? 푸풉." 유빈으로써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저런 범생이가 마음에 들기라도 한 것일까? 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늘 고양이와 쥐처럼 서로를 노려보며 재미있게 싸우더니. 미운정이라도 붙었나 보다. "기분나쁘다." "응. 아까부터 너무 비웃더라." "던지자." "그러자." 노골적으로 웃고있던 유빈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어느새 일심동체가 되어 공을 같이 쥐는 두 사람. 그리고 힘을 실어 그대로 유빈에게 홱 하고 날린다. 뻐억!!!!!!! 굉장한 타격음이 들리고, 유빈은 그대로 웃음과 함께 굳어 버렸다. "으..억! 처..천호수 니가 어떻게 나한테 꼬록꼬록.." 굳어 버린게 아니라 쓰러졌다는데 오히려 정답일 것이다. "꺄아아아아 유빈아!!!!"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리고 그 뒤에선 호수와 세라의 사악한 미소가 남모르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28 "훌쩍 훌쩍, 진짜 너무 한다고. 어떻게 둘이서 내게 흑흑 천호수 니가 그러고도 친구냐!?" 지금은 양호실. 유빈은 이마에 대빵만한 반창고를 붙이고 사내답지 않게 훌쩍 거리며 호수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비웃으래?" "흑 큭..흑..크큭 우..웃겼잖아." "미친놈 울려면 울고, 웃으려면 웃어라." 울면서 웃는 희안한 몰골의 유빈을 보며 호수가 혀를 끌끌 찼다. "그보다 묻고 싶은게 있는데 너 범생이 좋아하냐?" 화악- 유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수의 얼굴에 붉은 꽃이 화르르르륵 피어 올랐다. 그에 유빈의 얼굴은 딱딱히 굳어 버렸다. "끝났다." "뭐가 씨..씨발아." 당황스러운지 말까지 더듬는 호수. 그에 유빈이 말하기를. "이세상에 종말이 찾아오고 있는거야." 라고 진지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슨 소리냐?" "니..니가 범생이를 좋아해???? 세상에 정말이지 니 취향이 그런 범생이 쪽이었을줄이야. 어떻게 몇년을 나와 친구로 지내면서 그런것도 안 알려준거냐?" "씨..씨바 내 취향은 요조숙녀거든!? 그런 무늬만 범생이가 아니란 말이다!" 유빈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자, 호수는 완강히 거부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강한부정은 강한긍정이라고... 저런 모습은 유빈의 의심을 더 사게 하는 행동이었다. 보통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호수는 당황스러워 하기는 커녕 태연스레 맞받아 쳐야 정상일 터인데 말이다. "아아 신이시여 이 불쌍한 어린양의 눈을 구제해 주소소." "너 죽을래? 무슨 의미냐?" "아아 너의 눈이 그렇게 낮을줄 난 차마 생각도 못했어. 왠지 니 눈에는 이쁜 쭉쭉빵빵 누님들이 안 들어온다 했어. 그 이유가 범생이 정도가 눈에 찰 만큼 눈이 낮아서 그런거 아냐?" 호수의 손을 덥석 잡은채 기도를 하는 유빈. 호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유빈은 정말이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여자들에게 한눈을 팔지 않아 꽤나 소중한 친구였던 호수가 범생이를 좋아하는 듯 보이자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호수가 마음만 먹으며 범생이 보다 멋진 외모와 몸매를 가진 여자를 유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바 안 좋아해. 안 좋아하거든?" "거짓말~ 그럼 아까 범생이를 지켜준건 뭐라고 말할건데?" 호수가 정색을 하며 말하자, 유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호수를 꾹 찔렀다. "게임이잖냐." "니가 게임이라고 해서, 아니면 사겼던 여자들을 지켜준적이나 있냐?" "......" 잠시 긴 공백을 가지고 있던 호수가 말하자, 유빈은 말도 안된다는 듯 중학교때는 물론, 지금까지의 호수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 맞는 말이기에 호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헉 정말 좋아하는거야?" "말 시키지마 씨발아." 놀란 표정으로 경악하며 묻자, 호수는 괜히 욕을 읊조리며 궁시렁 거렸다. 이럴때면 정말 장난끼 많은 유빈이 싫어지던 참이다. (하지만 유빈의 표정은 정말이지 진지했다.) "오오 주여!!!!! 제발 어린양을 구제해 주소서!" 눈을 감으며 있지도 않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외치는 유빈. 호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유빈을 바라보았다. "아악 성유빈 너 진짜 개소리 할래!?" "대체 그 평범한 외모가 어디가 좋은거야?" "씨댕 씨댕 걔가 어때서 그런거야!? 걔 얼굴은 얼마나 하얗고 입술도 새초롬 하고 특히나 눈은 얼마나 예쁜지 아냐?" 평범한 외모. 라고 유빈이 말하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 호수는 괜히 발끈하며 유빈에게 소리쳤다. "진짜 눈 낮구나." "야!!" "거기다가 콩깍지 까지 씌였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 거리는 유빈. 이런 호수의 모습이 처음이기도 하고, 무척이나 무서운 반응이였기에 더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었다. 콩깍지에 눈까지 낮다니. 어떻게 고쳐줄수도 없고.. "성유빈!!!!!" "너라면 충분히 이쁜 누님들이나 이쁜 여자들 꼬실수 있는데...." "죽인다!?" 버럭 호수가 주먹을 내밀어도 유빈은 듣는 척 마는척 할말을 다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니가 파멸의 길로 걸어가겠다는데 누가 말리냐. 다만 난 너의 절친한 친구로써 다시 한번 생각해 줬음 하는 바다." -퍼억 결국 참지 못한 호수가 주먹을 홱 하고 날리고. "자꾸 장난할래?" "크윽 이젠 폭력까지. 흐흑 내가 인생 헛 살았지. 저딴 놈도 친구라고 뒀다니." 그에 상처받은 유빈이 다시금 눈물을 그렁거리며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 훌쩍 거려라." "흑흑 눈도 낮고, 취향도 특이하고.." "그만 훌쩍 거려." "어떻게 완전 범생이를 좋아할 수가 있는거야. 정말 지구촌이 사라질라 그러는가봐." 협박적인 호수의 낮은 어조에도 유빈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울먹 거렸다. 장난 10% 진담 90%가 섞인 말이었다. "안 닥칠래!!!!!!!!!!!!!!!" "..헙!" 참다 못한 호수가 다시한번 소리를 지르자, 유빈이 놀랐는지 눈이 커다래졌다. "씨발 이쁘다고!! 걔 눈도 졸라 이쁘고 마..마음? 아무튼, 다 이쁘다고!!!" "흐흑 내 친구가 벌써 파멸의 길로 한발자국 들어섰구나." 자꾸 세라를 낮게 보는 유빈이 얄미워서인지, 참다못한 호수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차마 마음이 예쁘다고는 말로 표현 못 하고 이쁘다 라고만 치부해 버린 호수. 점점 무서운 호수의 모습에, 유빈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을이었다. (진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유빈이다.) "하아 내가 말을 말자." "그래 그래 내 절친한 친구야. 너도 니가 파멸이 길로 자처하고 있다는걸 아는구나." "제기랄 그만하자?" 호수가 가까이 오는 유빈의 이마를 손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눈다면 세라를 두둔하는 말을 꺼낼 것이고, 대화 자체도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주여!! 저 어린양을 어서 빨리 구원해 주소서!!! 이왕이면 눈도 높혀주고, 같지도 않은 취향도 바꾸어 주시고 저 폭력적인 성격과 다혈질도 부드럽게 바꾸어 주소서!!!" "아주 꼴갑을 떨어라." 은근히 긁어대는 유빈의 말에 혹시나 그 동안 참고 살았던 말은 아닐까 생각하며 이빨을 으득 가는 호수. "어찌하여 신께서는 이리도 불 공정하신 겁니까? 얼굴만 잘나면 뭐합니까? 성격과 여자보는 눈이 최한데." "욕이냐?" "아아 하지만 신께서는 저 만큼은 공정하게 만들어 주셨군요. 얼굴 짱 성격짱 몸매짱에 집안짱 까지. 아아 모든 남자들이 시기하겠습니다." 기도를 하는 듯 두 손을 모아 중얼 거리는 유빈. 정말이지 유빈은 참을성 많은 호수를 자극하는 말만 하는 데 뭐 있는 것 같다. -퍽 "미친놈 차라리 기절을 해라. 기절을." "으윽!" 결국 한 대 더 맞은 유빈. 신음을 흘리다가 할 말은 해야 하겠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벌떡 "그래 장난은 집어치우고 아니.. 솔직히 진담이었지만 아무튼! 정말로 좋아하냐?" "몰라." "글쎄 내 생각엔 정말로 파멸의 길로.." 뻑★ 진지한 표정의 유빈에게 호수는 한대 더.. 주먹을 먹였다. "또 맞고싶냐?" "하하하하 그럴리가. 아무튼 꼭 이루어 지길 바란다 친구." 유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호수. '아무튼 취향한번 더럽게 특이하다니까. 범생이가 재미있긴 하지만, 솔직히 여자로써는 꽝인데 말이야.. 뭐 나야 둘이서 싸우는거 구경하면 더할나위 없이 즐겁겠지만. 크큭.' 꾹 다문 유빈의 입술에서 픽 하는 웃음이 비집고 흘러 나왔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아아 정말이지 푸른 하늘을 보고 있자니 힘이 쭈욱 빠지는 고나.' 새파랗게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보며 세라가 축 처진 얼굴로 책상에 냅다 엎드렸다. 수군수군. 웅성웅성. 아까의 피구 시합때문 이었을까? 아이들의 웅성 거림은 더더욱 농도가 짙어졌다. 그리고... "은세라!!!!" 3교시 이후에.. 한번. "은세라가 누구야 씨파!?" 4교시 이후에 3학년들에 의해 한 번. "은세라 선배가 누구예요!?" 나갔다 온지 얼마나 됬다고 이젠 후배들까지... 호수가 새삼 인기가 많았던지 몸으로 실감한 세라였다. 자질한 상처가 곳곳에 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이 몰려오는 여자들. 시기와 질투심에 가득찬 여자들은 무척이나 무서운 존재들 이었다. 이럴때면 정말 싸움이라도 한번 해주고 싶은 참이다. 5교시 이후.. "은세라 나와!!!!!!!" 그리하여 이번엔 옥상으로 불려나가게 되었다. '난 정말 파란 하늘이 싫어.' 우중충한 하늘을 떠올리며 세라가 귀찮다는 듯 옥상으로 올라갔다. 요새들어 천호수랑 많이 얽히더니 이런 귀찮은 일 까지 너무 많이 생긴 것 같다. 어서 조취를 취하기라도 해야 학교 생활이 평탄할 것 같았다. -퍼억 다자고짜 발길질을 하는 여자들. "떨어져 씨발아! 얼굴로 졸라 평범한게!!" "에이 니가 공부만 잘 하면 다냐!? 어디서 호수한테 꼬리를 쳐!?" 명찰색깔을 보아하니 3학년 인듯 싶었다. 몇일동안 느끼는 거지만, 대체 왜 저 대사들은 늘 똑같은지. 이젠 좀 색다른 대사를 들어 보고 싶어지는 세라였다. 슬쩍슬쩍 피해주기도 하고 무표정으로 잠시 노려보기도 하고. 몰려온 여자들이 숨이 찰때까지 세라는 쉽게 그들을 피해 다녔다. "저 공부해야 하는데 이만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선.배.님.들?" "헤엑 헤엑.. 저 괴물." "공부만 하더니 체력만 짱 늘었나봐. 하악 학.." 세라는 정중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옥상문을 턱턱 내려가기 시작했다. 뒤로 들리는 거친숨소리와 여자들의 욕설은 무시하고 말이다. "여어 어디가냐!?" 복도를 거닐무렵, 마침 나타난 호수가 밝게 웃으며(이 부분에서 여자들의 과혈사태가 벌어졌다.) 세라에게 다가섰다. 호수의 미소를 보던 여자들은 장난끼 가득하긴 했다만, 늘 차가운 무표정을 지니고 있던 호수를 떠올리며 꽤나 의아해 했다. "정말 사귀는가 보다." "그러게, 저렇게 꽃미소 풀풀 풍기는거 봐. 아아 나 넘어간다. 넘어가."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전교에 거의 퍼지다 싶이 한 소문들을 합리적으로 따져보며 결론을 지었다. 호수와 세라가 사귀기 때문이라고. 학교에서 그다지 친밀하게 지냈던 적도 없는데 어째서 이런 터무니 없고 황당한 소문이 퍼진것일까? 이래서 소문이 무섭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젠장 내 인생의 태클..' 세라는 호수를 힐끗 보더니 그냥 무시한채 지나쳐 버렸다. 욱씬. "어?? 야 범생이!!!!" 세라의 뒷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욱씬 거리자, 의아한 표정으로 세라만 뚫어지게 주시하는 호수. "흐흐 단단히 미운털 박힌거 같은데?" "......" "아마 너랑 말도 하기 싫은것 처럼 보이는데? 저렇게 무시하는거 보니?" 옆에서 유빈의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와도 호수는 아릿한 감정에 세라의 뒷 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러지 말고 먹을거나 사가서 반에 가봐. 지금은 꽤 화난거 같으니까 내일이나 가보지?" "그럴까?" "근데 그냥 너도 무시해 버리면 되지 않냐?" "그냥...못하겠어." '그 범생이랑 다투는 것도 요샌 재미있고, 옆에 없으니까 더 이상해서... 무시를 못 하겠어. 정말 내 타입도 아닌데..' 뭔가 뒤섞여 버린듯한 복잡한 감정에 호수는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튼 별종이야." '그러게 말이야. 어제 이후로 특히나 더 이상해 지는거 같단 말이야.' 세라를 보자 갑자기 뛰는 가슴때문에 머리를 긁적이는 호수. 겉으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정말로 세라가 좋아져 버렸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 다음날. 어김없이 형우는 미안하단 사과의 말이 담긴 문자 메세지를 보내왔고 그 날의 앞머리 사건은 꽤 충격적이었는지 여태껏 문자하나 안 보낸 세라였다. 그리고 3교시 쉬는 시간. 세라의 주위에 몰려있던 여자들이 입을 떼며 무언가의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너희들 소문 들었냐?" "무슨 소문??" 머리를 양갈래로 딴 여자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궁금해 하는 표정을 띄우는 친구들. "상고 이형우 말이야. 상고 서열1위! 다들 알지?" "당연히 알지! 그 멋진 남자를 어떻게 모르냐? 우리학교 호수랑 공고 한진호랑 빠당한 싸움꾼 아냐." "응응!! 그 이형우가 말이야. 글쎄 여자친구가 있댄다!!" '헉스! 낭패..다.' 이형우란 이름이 귀에 들리자 세라의 표정이 급속도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소문이 날 듯도 했지만, 너무 이른건 아니던가. 상고의 일이 인문계 학교까지 알려질 정도라니. 이 또한 형우가 유명하기 때문이란건 알지만. 이건 도를 지나친 일이었다. "정말?? 걔 여자는 돌 취급 한다면서? 아무리 이쁜 애라도 거들떠도 안 보고." "저번에 우리학교에서 꽤나 잘 나가는 여자애가 형우한테 고백했다가 졸라 처참하게 무시 당했대잖냐." "그런애가 여자친구가 있대?" 웅성웅성. 이형우란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옹기종기 떨어져 있던 여자들도 수다에 한 몫 끼어들었다. 상고 이형우. 남자에 관심 있는 여자들이라면 그 누가 모르랴? 실제로 싸움은 그다지 안 한다지만, 한번 주먹을 뻗으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남자들이 허다하다 했다. 상고의 전설이자, 여자들에겐 로망의 대상. 여자들이라면 눈앞에서 쓰러져도 모른척 하는게 바로 이형우였다.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고백을 했지만, 싫다고 대답한번 들은적 있는 여자가 없다 하더라. (다 무시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 한번 나누면 심봤다는 여자들. 그런 남자가 여자친구?? 솔직히 소문을 들은 여자들이라면 꽤 놀라운 발언이었다. 천호수가 조금 날카롭게 생긴 외모라면, 한진호는 귀엽고 애교있는 얼굴. 그리고 바로 형우가 그 둘을 적절히 섞어 놓은 부드러움과 차가움이 베어있는 외모인 것이다. 꽤나 유명했기 때문에 상고에서 소문은 빠르게 퍼져 입문계인 세라의 학교까지 소문이 자자한 것이었다. "그래 그 여자도 졸라 이쁘다며? 저번에 상고에 찾아왔다던데 장난 아니래." "나도 그 이야긴 상고애 한테 들었어. 막 이형우가 웃고 그랬다며??" "아우 그 여자 무척이나 내숭떨고 꼬리를 치는데 장난 아니라고 그러더라." "어라? 내가 듣기론 형우가 반했다던데?" "야 걔 중학생이라고 그러지 않았냐?" "대학생이라던데?" 소문이라 그런지, 조금의 거짓은 섞여 대화가 나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이었다. 그 누구도 그 여자가 세라라고는 생각치 못 하니. "아무튼 나도 이형우 웃음한번 봤으면 좋겠다." "그러게 나도 시내에 나가서 상고애들 보면 형우의 무표정 밖에 못 봐서." "흑흑 우리가 구해온 사진들도 다 무표정이야." '스토커들..' 한 여자가 형우의 사진을 쫘르르륵 펼쳐 보이자 세라가 속으로 중얼 거렸다. 그리고 그 보다 더 한 여자가 있으니 바로 부반장이었다. "흑흑 죽여 버릴거야. 감히 어떤 기집애가 우리의 형우씨를.. 낚은거야." '내가 낚았다. 씨발아... 여기 있는데 한번 죽여보지?' 훌쩍 거리며, 핸드폰 비디오를 한참이나 보고 이를 바드득 가는 부반장. 부반장의 핸드폰에는 형우가 상고 이들과 가끔 말을 하는 장면이나 학교에서 밥을 먹던지, 바이크를 장면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빌어먹을.. 저거 재수없네. 다 망가트려 버리고 싶어.' 자신의 남자친구의 모습이 다른 여자의 손에 들려있다 생각하니 세라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못내 체육시간 전 자신의 써클에게 전화를 걸지 않은게 무척이나 후회가 되는 세라였다. "아아 부럽다. 부러워~ 이형우의 여자친구는." '뭐 내 정체도 한진호만 입 다물어 주면 상관은 없을...' 주차인은 이미 머리속에서 지워버린지 오래였고, 방실이인 한진호를 생각하며 펜을 쥐는 세라. 그 때였다. "여기 은세라가 누구야!?" 또 다른 3학년에 의해 세라는 옥상으로 불려나가고 말았다. 정말 뻔한 패턴. 이젠 질리기 까지 하는 세라였다. 이쯤이면 부반장이 가끔씩 말려주긴 했다만, 오늘따라 이형우 이야기에만 몰두해서 세라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그렇게 친구 친구 거리더니. "안 나와!?" '제기랄!!' 3학년 선배의 소리가 교실에 쩌렁쩌렁 하게 울리자 세라는 짜증난다는 듯 샤프를 필통에 팍 집어넣고 교실을 빠져 나갔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0 퍽# 둔탁한 소리가 옥상내를 가득히 울렸다. 세라는 그냥 힘이 쭉 빠져서 맞아줬다. 여자들의 발길질이라 그다지 아픔을 느끼지는 못했다만 하는대로 냅둬 버렸다. 선생한테나 부모한테 고자질을 하지 않는 세라니 더욱더 괴롭힐 수 밖에.. "이거 진짜 독하네.." "씨바 얼굴에 상처라도 긋게 잡아봐." -탁탁탁 다섯명에 가까이 되는 여자들이 세라의 손목과 발을 잡아 버렸다. 빠져 나오려고 했다만 같은 여자로써 5명의 힘은 무리였다. 몸이라도 편하다면 주먹과 다리를 이용했을 터인데. 정말이지 이 순간만큼은 천호수가 무지하게 증오스러웠다. -덜컹 그 때였다. 옥상문이 덜컥 열리고.. "아..." 칼을 든 여자들의 손도 부르르르 떨려왔다. 세라가 인상을 쓰며 뒤를 돌아보니 그 곳엔 놀란 표정의 천호수가 서 있었다. 파란빛의 푸른머리카락의 살랑이며 여자들에게 다가오는 호수. 놀란 표정이 곧 싸늘하게 바뀌어 버림 이었다. "뭐하는 짓이냐?" 3학년 에게도 존대따위는 하지도 않고 서늘하게 묻는 호수. 여자들은 몸을 부르르르 떨어댔다. "그..그게 우린.." "이..이게 너랑 사귄다고 구라를 쳐서!!" "구라?" "으..응!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트리잖아." 여자들이 의기양양해 하며 호수에게 말을 이었다. 비릿한 조소가 호수의 입가에 멤돌고... "누가 구라래?" "어?" "이 녀석이랑 나랑 사귀는거 맞아." 쩌억..... 놀란건 3학년 여자들뿐만 아니라 세라도 였다. 이 놈이 혹 미친건 아닐까. 동그란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지금껏 보아왔던 표정중 가장 싸늘한 표정이었다. "하..하..마..말도안돼." "그..그래 니가 뭐가 부족하다고.." -퍽 "미친년들아 나 빡돌기 전에 다 꺼져라." 주춤주춤.. 호수의 간담 서리는 말에, 여자들이 움찔 거렸고, 곧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옥상을 빠르게 달려 나갔다. "후우.." 세라를 힐긋 보다 담배 한가치를 꺼내들어 입에 무는 호수. 뿌연 연기를 보자 다시금 담배충동이 드는 세라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맞았냐?" "신경꺼." "나 때문인거냐?" "잘 아네." 조금 괴롭단 듯이 표정이 일그러지는 호수를 보며 세라는 알 수 없는 듯 어리둥절해 했지만, 곧 싸늘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고맙단 얘긴 안 할게. 너 때문이니까." 이것저것 안 좋은 결과를 생각한 세라는 골치아픈듯 인상을 쓰곤 호수를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 했다. 탁. "가지마." 조금은 슬픈듯한 호수의 목소리가 세라의 머리속을 어지럽혔다. 두근두근. '미친놈 폼 재기는..' 원래 멋있는 남자들의 모습을 보면 가끔씩 두근거렸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놔." "씨발..가지마." 세라가 가려하자, 호수는 조금 애절하다 싶은 목소리로 세라를 불렀다. '얘가 미쳤나? 왜 이래?? 설마..낮술했나?' 술냄새가 나질 않는걸로 보아 술에 취한것 같진 않았는데 오늘따라 묘하게 이상한 호수였다. "니가 이럴수록 나만 힘들어 지는거 모르는거냐?" "그럼 .. 너 안 힘들게만 하면 되는거야? 어쩔까? 내가 어쩌면 좋냐?" "무시해 버려. 나하고 상종하지마." 차가운 눈빛으로 호수를 노려본 세라는 손목을 살며시 빼냈다. 하지만 호수가 담배를 던져놓고, 세라를 폭 하고 안아 버리는 바람에 또 다시 옥상밖으로 빠져 나가는건 무리였다. "너 진짜..." "미안한데..이렇게 만들어 버린게 나라서 진짜 미안한데." "대체.." 고개를 푹 숙이며 연신 사과의 말을 중얼 거리는 호수. 전혀 호수 답지 않은 모습이기에 세라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시는 못 하겠다." "뭐하자는 플레이냐?"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넌 그저 성격 나쁜 범생이인데, 겉만 범생이인데. 어째서 그저 평범한 니가 내 눈에 밟히는건지,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지 왜..왜..이렇게 다치는거 보니까 존나 살인충동 드는지 모르겠어." '나도 너만 보면 살인충동이 든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진지한 말인데, 그 말중에 자신의 욕이 섞여있자 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고백분위기도 아니고, 대체 뭐하자는 건지. "니가 정말 얄미운데 이렇게 맞고 있는거 보니 열받아. 그래서 참을 수 없어." "그래서 어쩌라고?" "나도 몰라." "무책임 하구나?" 모른다는 말에, 세라가 서늘하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무책임해. 하지만 무시는 못할거 같아." "하하.." 할말이 없었다. 정말이지 천호수란 존재가 싫어지던 참이다. 이사를 해서 전학을 가든지 해야지. "대신 지켜줄게." "뭐?" "그냥 방관만 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뜻밖의 말에 다시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켜준다니... "하..하하." "너 다치지 않게 내가 지켜줄게. 그게 소문을 진실로 만들어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꽤나 머리 회전이 빠른 세라로써는 호수의 말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장난을 치며 서로 잡아 먹을듯 했는데, 사귀자는 뜻으로 돌려 말하다니. "미친..놈." 황당한 표정으로 낮게 중얼 거린 세라는 급히 옥상을 빠져 나갔다. 처음보는 천호수의 슬픈 표정을 애써 지우려 하며‥ * "그래... 나 미친놈인가봐. 그래서 니 뒷모습을 보니 이렇게 가슴이 쨘한가 보다." 세라가 떠나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말문을 트는 호수였다. 좋아하지도, 싫지도 않고 여전히 뒤죽박죽한 감정. 공부 잘한다 싶어, 자신을 무시할땐 열받고 또 상당히 솔직할땐 귀엽고(-_-....콩깍지가.) 지금처럼 뒷 모습을 보일때면 가슴아프고..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고‥ "젠장 대체 뭐냐고." 전혀 갈피를 못 잡은 호수가 머리카락을 쥐며 욕을 내뱉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그의 머리카락과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게 보였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1 '왜 반에 남자들 밖에 없지?' 교실로 들어온 세라가 의아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 보다 자리에 털썩 앉았다. '뭐 상관없겠지.' 워낙에 타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세라라 그냥 무시하고 책을 꺼내 들었다. '부르르르르르..' [미안해 지대 미안해♡]-바보 진동 소리와 함께 대략 77번째의 문자. 몇일 째 세라가 만나주지 않자 사과 문자가 더욱 더 많아진 형우. 세라는 아직도 거울만 보면, 살인 충동이 들어 도저히 용서를 해줄래야 해줄 수 없었다. 영구와 맹구라니.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_-.. 순간 못 볼걸 봐서인지 옴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 이유인 즉. 와르르르르 하고 몰려드는 여학생들 때문에. 아니 그 뿐이면 말을 안 한다. 창가로 들리는 소리가 세라에게 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악! 공고 한진호다!!!" "어머머머 대박이다 대박! 열라 잘생겼어." "저 윤기나는 머리칼 좀 봐! 뻑간다 뻑가." 한‥진‥호. 석자의 이름을 듣는순간 세라의 등에서 자그만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설마 자신이 아는 그 공고 한진호는 아니겠지? 하며 애써 다짐을 해보았다. "꺄아 진짜 이형우 천호수랑 비교할 수 없는 막강멤버다." "인문계 성유빈, 이민호 상고 주차인도 멋있지만 그래도 각 학교 짱들이 제일 멋있지." "근데, 공고가 인문계엔 왠일이지? 혼자인걸 봐선 싸움걸러 온건 아닌가 본데?" 웅성웅성. 안들릴 만도 한데, 왜 이리 귀에 꽂히는지. 세라는 자신의 학교 건물이 교문과 가깝다는 사실에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 정말 한진호다. 공고 한진호. "누구 만나러 왔나?" "설마 여자친구?" "꺄아 말도안돼." 애절한 듯 울리는 여학생들의 절규. 하지만 진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밀려있는 여학생들 사이로 속속히 들어간다. "아악 저 웃음 진짜 뻑가." "내 말이. 한진호는 이형우랑 천호수랑 달리 존나 귀엽잖아." "저렇게 귀여운 남자가 싸움도 그렇게 잘 한다면서?" "아아 멋져." 교문앞에서 싱글벙글 웃고있는 진호의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는 여학생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바글바글한 여자들을 보며 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하니 날 만나러 온 건 아니겠지?' 그 말이 정답이겠지만, 괜히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도리는 세라. 공고 진호가 만날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혼자 온걸 보니 싸움하러 온것 같지는 않고, 누굴 만나러 왔다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되자 더욱더 확실해 지는 답에 세라가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부르르르르. 다시한번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세라는 조심스레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덜그럭 그리고 한 문자를 보고 핸드폰을 그대로 놓쳐 버린다. [세라누님♡ 나 혼자서 누님 학교앞에 서 있어! 얼른 나와.]- 사랑스런 진호. 우.우엑. 사랑스런 진호란 말에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으나 더욱더 충격적인 건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그 한 소절. '절망적이다.' 쾡한 눈으로 칠판을 바라보던 세라는 그냥 무시하기로 마음먹어 버렸다. 사랑스런 진호를 미친남아라 바꾸어 놓고 확인을 누른 순간. -부르르르르. 조금 흠집이 난 핸드폰이 다시금 울렸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연 세라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안 나오면 은세라 이름 다 불어버릴거야~♡]-미친남아. '......' 요즘들어 자신에게 협박을 가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인지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꾸깃꾸깃 종이를 손으로 구겨버린 세라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후문으로 나와라.] 아무도 없는 정말 바람한점 없는 후문을..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하고 세라는 진호에게 후문으로 오라 문자를 보냈다. '으으 담배물고 싶어져라.' 세라는 집에 두고 온 담배를 생각하며 입맛을 쩝쩝 다셨다. "세라누님~ 여기야 여기!" 어느새 달려온건지 땀을 훔치며 밝게 웃음짓는 진호. 너무나도 밝은 웃음이지만 깊은 눈동자 내에 너무나도 슬픈기색이 역력했다. '......'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진호를 향해 불만스럽게 이야기 하는 세라. "왜 불렀냐? 나 공부해야 하는데." "누님 놀자." "뭐시?" "아앙 놀자 놀아줘~ 나 누님 볼려고 맨날 밤마다 눈알 뒤집히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귀엽게 애교떠는 진호를 보며 세라는 속이 뒤집힘을 느꼈다. 귀여운 외모에 저런 애교를 부리니 귀여울 법도 하지만, 세라는 그다지 귀여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다만 이 학교까지 찾아온 이 끈질긴 아이가 짜증날 뿐이지. "헉헉..우씨 누님네 학교 여자들 너무 끈질겼어." "그러냐?" "응응, 걔네들 떼놓고 오느라 힘들었어." 꿍얼 꿍얼. 울상 까지 지으며 세라를 붙잡고 늘어지는 진호. "그냥 가지?" "흑흑 난 그동안 누님이 없으니까 꼭 야인시대에 존경스러운 쌍칼형님이 없는 듯 하였어." "미친놈." "헤헤 그만큼 누님은 내게 소중한 존재란 말이야~ 놀아줄거지?" "안 놀아주면?" "정문에서 세라누님 이름 불러야지." 푸욱.. '졸업이여 빨리 오거라.' 세라는 졸업을 중얼중얼 거리며 교문을 가볍게 넘었다. "와아 누님 운동신경 대단하네." "내가 좀.." "헤헤 김두한형님 같아~" "닥쳐." 의기양양하던 세라의 표정이 금새 똥 씹은듯 굳어졌다. 좋은말 놔두고 김두한이 뭔가. 이래뵈도 세라도 여자인데. "헤헤, 누님 우리 놀러가자 놀러♡" "그만 촐싹거려!" 진호가 세라의 팔짱을 끼자, 세라는 귀찮은 듯 그 손을 떨구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세라에게 땡땡이란 없지만, 이번경우는 어쩔 수 없음이었다. "흐응~ 공고 한진호랑 인문계 범생이의 데이트라..쿠쿡." 움찔. 세라의 움직임이 비아냥 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그대로 멈칫해 버렸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서 뻗뻗히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후문에 사람이 있을 줄이야. "후후 천호수랑 뜨끈한 스캔들로 모자라 이젠 공고 한진호까지 후리는거야?" "ㅇ_ㅇ 말 조심해~ 우리 누님이 얼마나 무서운데." "쿠쿡 아아 무섭기야 무섭지. 어라?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엔 상고 놈이랑도 데이트 중이였지?" '이민호.. 이 새끼 나랑 원수졌냐!?' 진호까지 알아보며 비아냥 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니 세라는 절로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방심한 자신의 죄도 있다만, 어째 형우와 왔을때도 그렇고 천호수와의 말도 안되는 소문까지 기억해 내며 이리 자신의 평탄한 길을 망치려 들까. '무서운놈..역시 눈썰미 열라게 좋네.' 저번에 형우와 왔을적 가린다고 가렸던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는 민호를 보며 세라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절대로 얼굴을 가까이 마주대면 위험하리라. "누군진 모르겠지만, ^ㅇ^ 이 누님한테 혼나면 뼈 부러진다? 누님 누님." "왜..왜." "저번처럼 칼로 슥삭 해줘봐 ㅇ.ㅇ" 옆에서 연신 민호와 떠들던 진호가 빙긋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말을 이었다. '미친놈 좀 닥쳐라!!!!' 불난집에 불을 끼얹는것도 아니고 뭐하는 플레인지. 세라는 마음속으로 미친놈 이라는 단어를 꾹꾹 삼키고 얼굴을 더욱 더 가렸다. "푸훗 범생이가 이젠 칼도 써? 이야 무서운데?" 칼이라는 말에, 민호는 비웃음을 입가에 걸치며 초록색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비웃음이란 설마하니 범생이가 칼을 다룰까 하는 말도 안되는 말에 의해서 였다. "빨리 가자.. 좀!" "에에 알았어 알았어요~♡" 세락 재촉하자 진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민호에게 말을 이었다. "거기.. 선인장머리 ^ㅇ^ 조심해! 함부로 입놀리면... 공고 한진호 한테 뒈질줄 알아." 분명.. 여전히 귀엽고 깜찍한 웃음이었는데 은근히 살기가 베어 세라 마저도 움칠할 정도였다. 아무리 귀엽고 푼수같아도, 공고 일짱이란 단어가 괜히 붙는건 아닌가 싶었다. "쿡쿡 재미있겠는데? 인문계 제일의 범생이와 공고 그리고 상고 인문계 문제아들이라.." 그 둘의 모습에 민호가 재미있다는 듯 나지막히 중얼 거리고.. "빌어먹을...정말 좆이다." 그 소리를 들은 세라가 앞으로 평탄지 못한 미래에 입술을 깨물며 중얼 거렸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2 -퍽퍽 "바람처럼 스쳐가는~♬" 흥얼흥얼. 흥얼흥얼. 야인시대가 끝난지 얼마나 지났건만, 오락실에 들어선 진호는 야인시대 노래를 부르며 펀치게임을 하고있었다. 빰빠라 빰빰빰~♬ 멜로디와 함께 꽤나 높은 점수가 기계에 떠올랐다. "어라? 내 점수랑 똑같은 얘가 둘 이나 더 있네?" 정말 우연인지.. 정말 있을수 없는 우연이었다. 진호와 똑같은 점수의 두명이 더 있다는 건 말이다. "그만 미친짓 하고, 게임이나 해라. 야인시대 끝난지가 얼마나 오래됬는데 아직도 그 노래를 부르고 난리냐?" 세라가 불만스럽게 말을 토해내자, 진호는 공고 교복을 입은채 방긋방긋 웃었다. "난 야인시대 제일 좋아요~♡" "미친..." 진호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세라가 입을 삐죽 거렸다. 그런 그 둘을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오락실 가득히 있는 여학생과 남학생들이었다. 모범생의 모습으로 돌아 다녀봤자 좋지 않다고 결론을 지은 세라는 안경을 벗고 머리를 푸른 미소녀의 모습이었고, 공고 한진호의 외모는 말 안 해도 끝장났기 때문에 이리도 시선이 모이는 것이었다. "우와 진짜 끝발난다." "근데 다 고딩인가봐?" "와 씨발 여자친구 먹고싶어." "존나 난 남자친구 먹고 싶다." 이 대화는 미소녀와 미소년이 굶주린 20대들의 대화였고.. "와 씨바 공고 한진호다." "옆에 존나 잘 빠진 여잔 누구냐?" "인문계 교복인데? 씨박 누구 저 여자얘 아는인간." "애인인가? 둘다 존나 꽃이다 꽃." 여긴 땡땡이를 치고, 오락실에서 눌러 앉아있는 10대들의 대화였다. 진호 같은 경우는 무척이나 많이 알려져 있어, 공고 교복만으로도 이름이 턱턱 나왔다지만, 세라 같은 경우는 튀기는 했지만 거의 처음보다 싶이 한 미소녀형이 었기 때문이었다. "누님 우리 게임하자." "게임?" "응!" 세라가 조금 생소한 단어에 어리둥절해 하자, 진호는 씩 웃으며 세라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오오오오오~~" 자리에 앉자 마자 몸을 부르르르 떨어대는 진호. "그분이 오셨어. 그분이~~" "그분?" "응 테트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 거린 진호는 백원짜리 두개를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누님 나한테 이기기는 힘들거야. 내가 테트신 불렀거든." "근데 나 이거 별로 안 해봤는데‥" "걱정마 내가 좀 봐주면서 할게." '-_-^으득.' 진호의 말에, 충동적으로 씹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 스스로 식인종이 되지 않기 위해 절제하는 세라. 이윽고 거의 반년만에 처음이다 싶은 조이스틱을 잡고 게임에 열중한다. 탁탁탁 2분 뒤. "악!! 짝대기!!!!" "그러게, 처음부터 잘 쌓았어야지. 니 테트신 들어간거 맞냐?" "아 조따 짜댕 테트신 들어왔나봐." '새끼 괜히 지고 있으니까..' 괜히 신경질을 내며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 진호. 정말 오락실을 많이 와본 인간이 맞는건지, 초짜인 세라보다 더 못쌓고 있었다. "병신‥ 이건 여기다 두는거지." "어??" "내가 좀 해줄게." 세라가 진호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향긋한 냄새가 진호의 코를 찔렀다. 두근두근‥ 괜스레 세라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얼굴까지 급속도로 빨개져 버렸다. "그런데 누님.." "왜." "누님꺼 뒤졌다." "뭐!!!!!!!!!!!!" 진지하게 세라를 부르더니, 안타까운 표정으로 중얼 거리는 진호. 덕분에 세라는 진호의 게임에서 떨어져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말세로다.' 세라는 울먹울먹 거리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GAME OVER] 라고 뜬 화면. 한 마디로 절망적이었다. 괜히 진호를 돕다가 자신의 게임은 다 망쳐버린 셈이었다. "제기랄.." "헤헤 내가 이겼다." "이건 무효야!!!!!!!!" 세라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오락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려 버렸다. "누님 누님 그렇게 울부짖으니까 ㅇ_ㅇ 대게 웃기다." "닥쳐." "근데 있지. 앞머리는 왜 그렇게 됬어?" '......' 또 다시 세라를 아찔하게 만드는 앞머리 얘기. 사실 아까 10대나 20대들의 대화속에도 앞머리에 관한 이야기가 적지 않게 있었으나, 세라가 기분나빠 삭제해 버린 것이었다. "묻지마." "헤헤 그래도 예쁘니까." "이게 이쁘냐?" "헤헤 누님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잖아. ^ㅇ^ 누님은 눈동자가 이쁘다니까?" 활짝 웃는 진호의 미소를 보며 세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처음에는 놀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잠시 마주친 진호의 눈동자에 굳어진 것 뿐이었다. 아주 맑은 눈동자 속에 슬픔이 가득차 있었으니까. 지금의 웃음은 그저 만들어낸 가식적인 미소 같았으니까. "너도 눈이 참 예쁜데." "응?" "그런데..." "누님 우리 노래 부르자!!" 세라가 막 뒤를 이을려고 하는 순간, 진호가 세라를 이끌며 노래방 칸 으로 쏙 들어갔다. '왜 슬픔이 가득 차 있는거지?' 뒤에 말을 잇지 못한채, 세라는 진호를 따라 들어섰다. "자 내가 선곡 합니당!!!" 틱틱..번호를 몇개 누르자 슬픈연가의 반주곡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대 없이도 하루가 괜찮을까요 이렇게 생각만 해도 아픈데 사랑이 오던 날도 처음 입 맞춘 그날도 없던 일처럼 지워야만 해요 이제야 사랑을 알 것만 같은데 그대 아니면 못 살것 같은데 사랑은 아니였다고 다신 볼일 없다고 헤어지잔 말만 되돌아와요 너무 보고 싶은데 정말 보고 싶은데 그대 맘이 편하면 보내줄 수 밖에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야만 해요 이젠 정말로 끝인가 봐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사랑하니까 사랑했으니까 웃으며 참아야겠죠 눈물도 보내야죠 내일이면 그댄 없을테니까 너무 보고 싶은데 정말 보고 싶은데 그대 맘이 편하면 보내줄 수 밖에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야만 해요 이젠 정말로 끝인가 봐요 내 사랑." 까만 두 눈동자가 젖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고, 목소리도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왜 진호가 저리 슬퍼하는지 알길이 없었지만,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뒤 노래 선곡을 했다. "내 작은 방에 비치는 밤 새 내린 하얀눈에 두 손 모아 눈을 비비고 조금은 일찍 일어나 살며시 흐린 창문에 기분좋은 웃음 짓고 난 제일 먼저 생각나는 네 이름 그려 보는데 내 입가에 맴돌던 괜한 투정 마저 줄여보고 내 사랑에 너만을 아껴야 했는데 널 사랑하나 봐 이렇게 흰눈이 내리면 내 맘이 추워져 따뜻한 네 맘을 더 찾게 되나 봐 오- 널 기다려보며 언제나 흰눈이 내려와 내 못난 마음에 너 오지못하게 날 숨겨두나 봐 꼭 내 곁에만 있어서 나 하나만 사랑해서 그대 사랑을 나도 몰래 가끔은 잊게 됐지만 내 집앞에 그대가 하루라도 없는 날이오면 난 불안한 마음에 자꾸만 화내고 난 바보였나 봐 언제나 조금씩 늦나 봐 널 힘들게 하고 미안한 마음에 또 후회만하고 난 바보였나 봐 사랑을 말해야 아나 봐 내 마음안에도 또 다른 겨울이 찾아오나 봐." 세라의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작은 정적이 흘렀다. "깬다." 그리고 그 상황을 종료 시키는 하얀 얼굴의 진호. 세라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 거리며 진호를 노려 보았다. "누님 노래 못 부르는 구나." '잘 부른다.' 한 참.. 세라가 노래에 대해 자각을 하지 못 할 무렵. 중학교 시절 형우의 앞에서 노래를 불렀을때 형우는 이렇게 말했었다. '세라야 너 노래 대게 잘 부른다.' 그리고 세라 자신이 노래를 못 부른다는 걸 자각한건, 고등학교 때. 블랙의 양아치 패거리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전에는 형우에게만 노래를 불렀기에‥ 아무도 자신에게 노래를 못 부른다 말하지 않았다. '잘 부른다. 너무 잘 불러. 그러니까 나한테만 들려줘야해?' 그렇게 못 부르는 노래를 형우는 자신에게만 들려달라 말하며 늘 웃었다. 고등학교 올라가 그 때서야 세라는 깨달았다. 형우가 자신을 위해 노래를 잘 부른다 말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못 부른다 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못 부르게 한 걸. 그리고 그 후에도 형우는 여전히 세라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귀를 막지도 않고, 그렇지도 얼굴색도 변하지 않는 그 표정으로 늘 웃어 주었다. -피식.. 괜스레 형우가 생각나자 세라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형우야 괜찮으니까 오늘 저녁에 놀러와.] 틱틱. 문자를 보내자 마자, 답문이 즉시 날라왔다. [화 풀린거야? 역시 세라는 마음이 넓어!]-바보. '바보다..진짜 바보.' 형우의 표정이 눈에 선하자 세라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진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만 나가자." "응. 근데 누님은 노래 못 부르는데 왜 내 심장은 이렇게 미치는 걸까?" "내가 어떻게 아냐?" "그러게.. 나도 모르는걸 누님이 어떻게 알까." 진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세라와 함께 오락실을 빠져 나갔다. 시간이 남는다 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세라와 진호. "누님 이거 먹어봐!" "이게 뭐야? 붕어빵?" "응응 대게 맛있어. > < 먹어 먹어!" 세라는 붕어빵을 멀뚱멀뚱 보다가 입에 쏙 집어 넣었다. 오물오물.. -퉤엣 "아 씨바 팥 들어있잖아!!" "응?" "아오씨! 난 팥 들어간건 안 먹는단 말이야." 팥을 특히나 싫어하는 세라는 붕어빵을 잘 사먹지 않았다. "붕어빵에 팥이 안 들어가면 어떻게 먹어?" "어라? 형우가 사다준 붕어빵엔 팥 없고, 슈크림만 있었는걸?" "푸웁!!" 붕어빵에.. 슈크림이라니. 완전 붕어빵의 모습을 한 슈크림 빵이 아니던가. 진호가 먹던 붕어빵을 내뱉으며 세라를 바라보았다. 존경스럽다는 그 표정. 어떻게 슈크림이 든 붕어빵을 먹을 수 있었을까? 그것도 지금까지 붕어빵엔 슈크림이 들어가는게 정상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고 말이다. (->이 여자 어떻게 살아왔는지 참 궁금하다.) "왜 그러냐? 더럽게." "근데 누님." "왜?" "누님은 붕어빵 먹을 때 마다, 이형우가 사다 줬어?" "엉, 내가 사다먹은 적은 단 한번도 없을걸? 아씨 내 생전에 팥 들어간 붕어빵은 또 처음 먹어보네."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세라의 말에, 진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내심 형우의 사랑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붕어빵에 슈크림을 대신 넣을 생각을 하다니. 외모와 다르게 참 웃긴녀석 인 듯 싶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3 "거기다가 붕어빵이 이렇게 뜨거운 거였냐? 형우가 가져다 준건 맨날 식어 있었는데." "쿠쿡 누님 이만 가자." 천진난만한 세라의 모습에, 진호가 웃으며 그녀를 끌어 당겼다. 시내를 거닐 때 마다, 쏠리는 시선들. 그리고 그 때.. 세라에게 그다지 반가운 존재가 아닌 사람이 눈에 띄어 버렸다. 그가 진호를 발견한 듯 손을 흔들며 패거리와 다가왔다. "여어! 한진호!!!" 최종민. 블랙에서 세라가 가장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녀석. 눈초리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였다. 겉으로만 충성심 강하게 보이지 속으로는 그녀를 씹고도 남을 남자다. 분명 배신치는 일이 허다할터인데, 이렇게 받아 두는 이유는 그냥 재미있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재미있을거 같아 형우의 반대를 무릅쓰고 놔두는 것이다. "어? 종민아!!" 아는사이? 한진호와 최종민이 아는 사이라 생각되자, 세라의 미간이 좁혀졌다. 최종민이 자신의 패거리와 함께 세라에게 다가왔다. "여어 여자친구랑 데이트 중이냐?" "헤헤 아냐 아냐." "에이 아니긴 맞는거 같구만 어디 얼굴 좀..헉!!!!! 짜..짱!?" 진호와 인사를 나누다 문득 세라에게 시선을 던진 종민. 그리고 바로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아니 굳어진 것 조차 세라의 눈에는 가식으로 보였다. '여전히 재수군.' 인상을 쓰며 최종민을 바라보는 세라. "아..안녕하세요. 여..여긴 무슨 일로." "무슨 일이 있어야만 시내에 나오냐?" "아..아뇨." 고개를 수그린채,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가는 최종민. 세라는 피식 하고 비웃음을 걸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라 둘이 아는 사이야? 그리고 왠 짱?" 최종민이 세라에게 굽신굽신 거리자 진호를 비롯하여 최종민 공고 패거리들이 눈을 크게 뜨며 웅성 거렸다. 진호 다음 주먹이라 하며 최종민인데, 그가 여자 하나에게 이리도 굽신 거리며 쪽도 못 쓰다니. 교복을 보아선 같은 학교 학생이 분명했다. 세라는 그에게 꿇으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까닥 거렸다. 이왕이면 가지고 놀때는 확실히 가지고 노는 타입이라 이런 사람들 많은 시내에서 까지 놀려 먹으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배신할 놈에겐 친절을 베풀어 봤자 좋을건 없기에. "저 짜..짱." "^^ 왜? 시내엔 사람이 너무 많나? 최.종.민." "아..아닙니다." 꽤나 수치심이 드는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무릎을 탁 하고 꿇어버린 최종민. 그 모습에 진호는 물론이거니와 공고 남자들 까지도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와 졸라 이쁜데 성격은 장난 아니다." "진호랑 사귀는건가? 이야 졸라 잘 빠졌다." "대게 잘 어울린다. 완전 선남선녀 아냐." "근데 앞 머리는 왜 저래?" -_-^ 세라의 외모를 힐끗 바라본 아이들이 동시에 놀라운듯 말을 이었다. 분명 얼굴은 이 주변에서 본 그 누구보다도 잘 빠졌으나 성격이 장난이 아닌 듯 싶었다. 공고의 최종민을 가지고 놀다 싶이 하는 말투였으니. 하지만 그에 세라는 피식 피식 웃으며 '성질 많이 나겠는걸?' 이라고 생각하며 종민에게 시선을 맞췄다. "쿠쿡 최종민." "네..네." 겁에질린 듯한 종민의 머리를 꾸욱 누르며 피식 웃는 세라. 싸늘한 그녀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종민은 금새 시선을 피해 버린다. "니가 무슨 일을 꾸미는진 몰라도 ^^ 잘 못 걸리면 그날로 뒈질줄 알아라." 시내에서 이런 일을 당해서 일까, 아니면 진호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줘서 일까. 최종민의 몸은 복수심에 부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곧 세라의 싸늘한 음성에 움찔 거리고 말았다. "그..그보다 짱 교복이." "다. 닥쳐라." 세라의 교복에 눈길이 가자, 세라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저 눈치 제로인 남자가 자신을 알아 챌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진호를 끌어 당겼다. "그만 가자." "응? 으..응." 세라가 휙 하고 고개를 돌리자 진호는 얼떨결에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세라의 뒤를 촐랑촐랑 따라갔다. "아..안녕히 가세..세요." 뒤에 겁에 질린 종민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세라는 그 또한 거짓 목소리임을 알아채고 바로 무시해 버렸다. * -탁탁 무릎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세라의 뒷 모습을 무섭게 노려보는 최종민. 아까의 겁에 질린 모습은 얼굴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말 그대로 거의 연기인 셈이었다. 사실 눈동자를 마주하지 못한건 사실이지만. "미친년.. 존나 깝싸대네." 세라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낮게 욕을 읆조린 종민은 이를 갈았다. 여자인 주제에 자신을 저리 가지고 노는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든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자신보다 강한 남자들이 지키고 있는 한 어쩔 수 없었다. 더구나 세라가 보통 여자란 말이던가? 한번 찍히면 그 날로 반병신 되는 남자들이 수두룩 한데. "제길 두고봐라. 곧 내가 다 뭉개트릴거다." 세라의 남자친구 이형우를 떠올리며 종민은 낮게 중얼 거렸다. 세라를 절대적으로 높이는 이형우 부터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 연신 종민의 머리속에 파고 들었다. "쿡쿡 뭐 어차피 다 잘 진행되어 가고 있으니 문제는 없겠군." 핸드폰을 툭툭 건드리며 비열한 웃음을 입가에 가득 담는 종민. 그런 종민의 모습에 굳어있던 공고 아이들이 입을 열었다. "종민아 저 여자가 누구길래 그렇게 무서워 하냐?" "무서워 하는것 보단 증오 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데?" "대체 저 여잔 누구야? 누구길래 진호랑 같이 있는거냐?" 꽤나 궁금하다는 듯 질문이 쉴새없이 나오는 공고 아이들. "왜 꼼짝 못 한거야? 한대 후려 갈기지. 아 너무 예뻐서 그건 좀 그러려나?" "진짜 진호 여자친구냐?" "인문계 교복인듯 한데, 처음 보는얘 같은데? 진짜 죽인다." 세라의 얼굴을 떠올린 남자들이 얼굴을 붉힌채 싸늘한 종민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종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말을 이었다. "있어. 곧 처참하게 추락할 짱." ........................... 확신에 가득찬 낮은 목소리가 그에게 흘러 나왔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던 작전. 그 작전을 실행하는 중이었기에 더 없이 확신을 다투는 종민이었다. 특히나 그에게는 믿을만한 남자가 있기에.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4 "누님 누님!" "왜." "누님이 종민이를 어떻게 알아?" "그냥." 세라의 뒤를 졸졸졸 따라가던 진호가 궁금하다는 듯 두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세라는 귀찮은 듯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다지 자신에 대해 자세히 말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다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누님이 처음 봤을 때 부터, 대단한 사람인건 알았지만 ㅇ.ㅇ 우리 종민이 까지 가지고 놀다니." "우리?" "응응 종민이 내 비에프! 근데 어쩔때 보면 너무 비열해서 악당같어~" 비에프라... 세라의 입가에 씁슬한 미소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불릴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 었을까? 단 한명 있었다고 해도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하기만 한 친구인거 같다. 세라를 향해 진심으로 친구로 대해준 것은 그가 처음일텐데. "그런 악당같은 놈하고 친해봤자 좋을거 없어." "에?" "친구로써 해주는 충고다." 약간 어리둥절하면서도 묘한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는 진호. "응응 진호는 착한 어린이. 나쁜 악당하고는 안 놀래." 정말 비에프가 맞는건지, 진호는 새하얀 이를 들어내 보이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근데 근데 진짜 진짜 어떻게 아는거야? 응응? 궁금해 궁금해~ 거기다가 짱이라니? 누님이 종민이 짱이야??" "시끄러." "에에 혹시 누님이 범생이 짓 하는거랑, 형우 패거리들이랑 관련된 일이야?" 뜨끔.. 거의 맞는 말이기에 세라는 소리없이 움찔 거렸다. 하지만 더 알려줘봤자 좋을건 없다 생각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있지 그 자존심 세고, 악랄한 종민이가 누님한테 꼼짝 못 하는거 보니. 누님이 오야붕 이구나?" "뭐래. 너 진짜 야인시대 광 아냐?" "헤헤헤." 바보같이 실실 쪼개는 진호를 보며 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최종민 과의 관계가 그리도 궁금할까. "그냥 재미있는 장난감." "응?" "내게 있어 최종민은 장난감이야. 후후 아주우 즐겁게 해줄 장난감." 순간 세라의 섬뜩한 미소에 진호의 얼굴이 굳어 버린듯 했다. 그래 세라에게 있어서 최종민은 블랙의 장난감이나 다름 없었다. "불량 장난감의 최후를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랄까?" "응? 무슨 소리야?" "불량장난감의 최후는..지 혼자 이리저리 박다 망가질테니 지켜보면 재미있을거 같아서 말이야." '자기 스스로 죽여달라 원하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서 난 불량장난감의 최후를 지켜볼거야. 그런 장난감은 어떻게 망가지는지 꽤 궁금하거든.' 진호가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대자, 세라는 서늘한 무표정으로 생각했다. '어디 시작해 봐. 불량 장난감 최.종.민.' 종민이 처음부터 무슨 계획을 짜는건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자신과 형우를 먼저 떼는 걸 택하겠지. 형우가 세라에게 달라 붙어 있는한 그리 쉽게는 덤빌 수 없으니. 불량장난감. 블랙의 양아치들이 그저 심심해서 가지고 놀 장난감들이라 생각한다면 종민은 고장난 장난감. 그래서 세라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움직이는 장난감. 최후는 곧 벽에 부딫쳐 콰장창 하고 망가져 버릴테지만. 그건 자신이 초래한 일이 아니던가? 앞으로 쭉 지켜보며 세라는 마지막에 그를 망가뜨릴 것이다. 여튼 세라는 앞으로의 일이 재미있겠다며 씨익 웃었다. 그런데 그 때… "쿡쿡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데이트라 존나 배알 꼴리는데?" 사복을 입은 불량한 스타일의 남자들이 세라와 진호의 앞을 가로 막았다. '쿡.. 이게 최종민 니가 짠 계획중에 처음이냐?' 대략 종민의 사주로 밟으러 왔다는걸 대략 짐작한 세라가 씩 웃었다. 처음이 싸움이라 조금 단순한 레퍼토리이긴 하다만 세라역시 예전부터 생각해 싸움에 관해서는 절대 질 생각은 없었다. 대략 10대명의 아이들이 세라와 진호를 둘러쌓았다. "우리한테 원망은 말라고 고딩들." "쿡쿡 우리앞에서 연애질 떤게 잘못이라고 생각해." "얼굴이 예쁘장하니 따 먹으면 존니 좋겠는데?" "쿠쿡 남자 새끼도 존나 반반하게 생겨 먹었는걸? 계집애라 해도 믿겠네." 비웃음. 세라와 진호를 보고 그들은 비웃고 있었다. "예상외로 이쁘긴 하다만.. 그래도 솔로들 아프게 연애질이냐." "쿡쿡 남자라도 잡아볼까? 존나 희여멀겋네." 예상외로.. 그 말은 처음부터 세라에 대해 들었다는 것일테고 사실 연애질 때문에 몇십명이 두 사람을 팰 이유는 없기 않은가? 척 봐도 최종민 짓이렸다. "에잉 아저씨들 너무해요~ 우린 겨우 둘 이란 말이예요." "뭐냐 이..이 새끼는. 니가 여자냐? 어디서 징그럽게 앙탈이야?" 귀여운 얼굴로,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자 깡패 여럿이 움칠 거리며 닭살을 털어냈다. 아무리 진호가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외모를 소지하고 있다만 남자라는 사실을 안 이상 어찌 얼굴을 붉히겠는가? 당연히 닭살이 돋아야 정상이지. "치사해 치사해! 나쁜 악당들. 힘 없는 여자와 힘 없는 남자를 상대로 다구리를 하려고 하다니." "말 많네. 야 보통은 내 여잔 내가 지킨다 이러고 싸우지 않냐? 남자 주제에 말도 더럽게 많네." "씨이.. 코에 대빵만한 점만 있는 점돌이 주제에." 진호의 말에 땡 하고 큰 충격을 받은 남자. 이윽고 손으로 코에 나 있는 점을 가리더니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씨바 이거 복점이거든!? 닌 복점이라도 있냐!!!!!!!" "넹~ 난 엉덩이에 있어요♡" "미..미친." 당황한 복점아저씨.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를 보더니 뒤에 있던 남자들이 한숨을 내쉬며. "미친것아 이럴게 아니잖아. 한심하게.." "씹, 내 복점이 뭐가 한심하단 거야!!!!!" "니 복점이 한심하단게 아니라..." "씨바 넌 복점이 털 나있는 옆구리에 있는 주제에!!!!!" "-_-..썅 그 얘기는 왜 하고 지랄이야?" '정말 수준 낮은 놈들로도 골랐네.' 세라는 쯔쯔 거리며 먼저 공격을 퍼부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주변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이 있나 살폈다. 문득 각목이 하나 떡 하니 보이고, 재빨리 각목을 잡아 한 놈에게 다가섰다. "^^ 안녕?" "응 안녕." '수준..졸라 낮아.' 세라는 깜짝 놀래켜줄 심산으로 빙긋 웃으며 한 남자에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정말 지능이 낮은건지 얼굴을 붉히며 손을 흔들었다. "미친놈 남대문 열렸다." 세라가 너무나도 낮은 그의 지능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 거렸다. 붉어진 얼굴로 바지를 살펴보던 그가. "씹 안 열렸.." 뻑 남대문이 안 열려 있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세라의 발이 그의 얼굴에 먼저 날라갔다. "헉.." "이런 씨바 년이!" "젠장 곱상한 남자 새끼랑 그만 떠들고 밟아!!!!!!" -퍽퍽퍽!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그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달려들자 세라는 손에 꽉 쥔 각목으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휙휙 뻐억 "큭.. 이게 연약한 남자의 주먹이냐?" "> 0< 넹 나는 연약해요!" 그리고 반대편에선 말싸움을 하던 진호가 조금씩 실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재빠른 동작. 섬세하다 싶이 간결하고 빠른 동작에 세라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씨발 그럼 저 여잔 연약한 거냐?" 다른 한 놈이 열받은 듯 진호의 주먹에 맞고 소리쳤다. 그 모습에 진호가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이내 웃으며. "헤헤 아니 ^ㅇ^ 누님은 여자가 아니라 괴물이야." 퍼억 "큭.." 장난을 치다 싶이 싸우던 세라였기에 저 목소리는 당연히 들렸다. 이마에 혈관이 툭 하고 튀어 나올것 같았지만 꾹꾹 참고 주먹을 휘날리는 세라. 정말 거짓하나 없이 순수하게 말하는 진호를 보니 더더욱 열이 올랐다. '개쉐 싸움 끝나고 보자.' 세라가 이를 갈며 진호를 노려보며 각목을 휘둘렀다. "급소!!" "으억!!! 미..미친 같은 남자끼리 꼬르르르륵." ">_< 윈윈윈!!!(Win)" 남자가 맞는지... 어떻게 같은 남자로써 저렇게 잔인한 짓을 서슴치 않고 하는 것일까? 저리 장난스레 웃으면서. 약간은 미친 싸움 같긴 했지만 세라는 상대를 곯려가며 싸우는것도 꽤 재미있을거라 생각했다. "아저씨 머리 얼마주고 했어?" "이거? 씨바 3만원." "내 머리가 것보다 더 낫겠다. 온 세상 사람들의 눈을 가시로 찔러버릴 그 머리는 사라져라!!" "커억!!" 말도 안 돼는 개그스러운 말로 남자의 머리를 휘갈기는 진호. 긴 다리가 쭉쭉 뻗어 나가는게 상당히 멋있는 포즈였다. 아직 제대로 실력발휘도 안 하고 있는 듯 한데 아직까지의 싸움 실력만 해도 일품이었다. "야 니 코가 졸라 주먹이다?" "뭐 이런 씨발 니 앞머리는!!!!!" 빠직... 진호처럼 놀려 먹으려다 되려 당한 세라. 곧 얼굴이 싸늘하게 변하고 무지막지한 펀치가 날라간다. "개쉐... 아주 코를 주먹이 아니라 납짝이를 만들어 주지." 꽤 원한이 실렸는지 세라는 무척이나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부터 장난스럽게 싸우는건 자신의 모습이 완벽할 적에 써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얍얍 감히 세라누님의 다크호스건을 건들이다니! 아무리 누님의 머리가 맹구라 하여도!!" -퍼억 "커윽.." "영구로 보여도!!!!!!!!!!" -퍽 '죽고 싶은거냐 한진호?' 저리 쿡쿡 세라를 찔러대는 말에 주먹을 꽈악 쥐었다. 자칫하면 자신의 편 까지 패 버릴수 있음이었다. "그래도 누님은 세상에서 젤 예쁘단 말이야!!!!" 하지만 곧 예쁘단 말에 풀어져서는 다시 진호의 싸움패턴을 마음에 들어하며 꼭 써먹으리라 생각했다. "예에 너희들의 복점을 다 쳐버리쟈!!!" "컥.."-옆구리 맞은 인간. "으억.."-코를 정확히 맞은 인간. ">_<내 엉덩이는 안돼!" 뭐.. 아무리 장난스럽게 싸워도 한진호 만큼은 못 하겠지만. 세라와 싸우던 남자가 겨우 둘에 밀려 억울한지 아니면 여자가 이리도 쎄단 사실에 놀랐는지 감히 미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씨..바 년. 얼굴만 이쁘면 뭐해 들은대로 성격도 괴팍하고.. 앞 머리도 괴짜.." 빠악!!!!!!!!!!!!!!! 정말 골목길을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몇 안 남은 남자들의 눈이 동그래 지고 진호조차 놀랐는지 세라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미친 발언은 물론, 목숨을 넘나드는 발언을 한 건 사실이었다. 어디서 민감한 머리부분을 얘기한 건지. "하하하 각목이 미끄러 졌네." 자신에게 괴물을 보듯하는 시선이 몰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스레 웃 으며 다시 주먹을 날리는 세라. (저런 시선은 참 많이 받아왔기에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진호역시 만만치 않은 세라의 싸움 실력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뭔가가 생각났는지 싸움은 할 생각도 안 하고 피하기만 했다. "뭐하냐?" "누님 싸우는거 구경할라고." 말싸움 하느라 세라의 솜씨를 제대로 보지 못한 진호가 장난 스레 웃으며 한 놈을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패고 자리를 잡았다. "미친 씨발놈. 닌 싸움 끝나면 두 배로 맞을지 알아." 세라가 낮게 욕을 중얼 거리더니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싸움에 몰입했다. 조금 오싹하긴 했다만 흥미로운 눈빛으로 세라를 주시하는 진호.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급소만 정확히 찔러 일어서지 못 하게 만드는 세라. 한 대도 맞지 않고 날렵히 피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갈색 머리카락이 마치 연꽃처럼 휘날리자 진호의 가슴이 미칠듯이 뛰기 시작했다. 저토록 싸움에 열광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미칠것만 같았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아름다운 세라의 모습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너라도 뒤져라!!!!!!!" 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라의 모습에 넋나간 진호가 피할 수 없음은 당연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파악 맞을줄 알고 눈만 감고 있는데, 진호에겐 아무런 아픔도 전해지지 않았다. "병신 그러게 누가 구경만 하고 있으래?" 저 멀리서 세라가 급히 뛰어 온 건지 긴 다리로 각목을 부순채 진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두근두근 두근 두근 또 다시 심장은 미친듯 뛰기 시작했다. 세라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숨을 쉴 수 없었다. 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세라의 모습이 이처럼 매력적일 수 없었다. 비록 앞 머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짜지만. "왜..왜 구해줬어? 나 구경만 하는 나쁜 얜데.." "빙시 친구잖냐." "응?" "원래 친구는 이렇게 몸을 던져 구해주는거 아니냐?" 순수하게 물어오는 세라의 말에 진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빙시 친구잖냐.' 그냥 던진 세라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진호는 가슴이 뛰었다. '친구란 말이 이렇게 기쁠때도 있구나.' 진호는 씩 웃었다. "응응 그게 친구야." 세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세라의 뒤에 서서 몇 안 남은 놈들을.. "쌍칼형님의 이름으로 너흴 용서하지 않겠다!!!" 또 다시 우스꽝 스럽게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끝까지 쌍칼..; 정확히 6분뒤. 상황은 종료 되었다. 정말 많은 남자의 숫자에도 불구하고 세라와 진호의 얼굴엔 상처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만큼 그들은 굉장한 싸움꾼이 분명했다. "큭..괴물들. 인간도 아냐." -퍽 "닥치고 ^^ 그 녀석한테 전해. 다음엔 더 재미있게 해달라고." 세라가 정신이 남은 그의 입술을 짓밟으며 작게 소근 거렸다. 진호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누님 가자!" "그래." 진호가 방긋방긋 웃으며 손짓을 하자 세라는 각목을 휙 하고 던지고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쿠쿡 다음번이 기대되는걸?' 세라는 다시한번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 한채 진호의 뒤를 따랐다. "근데 누님 싸움 지대 잘 한다." "너도 마찬가지였어. 뭐 확실히 들어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만." "누님도 다 안 들어낸건 마찬가지잖아?" '흠.. 녀석 꽤 눈치있네?' 은근히 자신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에 세라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둘 다 그리 체력을 소비해 놓고, 거친 숨 한번 안 토해내는데 어찌 보통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괴물이지. 터벅터벅 터벅터벅 세라의 집으로 향하는 길. "누님 누님~ 내 머리스타일 어때? 오늘 누님 만나려고 막 세웠는데. 아까 3만원 짜리 보다 더 이쁘지?" 지금까지 걸어오며 싸움이야기에 최종민 이야기에 모범생 그리고 이형우 이야기 까지 별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던 진호가 세라에게 물었다. 젤로 머리를 세워서 였는지 조금은 멋있는 머리였다만 피가 튀겨서 괴기 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그 붉은 색이 마음에 들었는지 세라는 흡족한 모습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응 멋있네." "헤헤헤 누님한테 그 말 들으니 좋다." 말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여자들 한테 듣는 말 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관심있는 여자한테 듣는 말은 확실히 색다르긴 했다. 그렇게 아무말 없이 다시 골목길을 걸었고 진호는 심심한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나라 오나라 오나라~" 장금이에서 많이 흘러나왔던 멜로디를 진호가 흥얼 거리자 길을 가던 세라가 멈칫하며 물었다. "이번엔 장금이냐? 아는 노래도 참 많다? 드라마 물로." "헤헤 내가 원래 드라마 광이거든. 하버드도 좋아하고 쾌걸도 좋아하고 아무튼 드라마는 다 좋아~♡ 특히 바늘을 콱콱 꽂는 우리 장금이 누나." "쌍칼이 좋다매." "헤헤 둘다 좋아!" 정말이지 진호는 심각한 드라마 광인 듯 하였다. 몰랐던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워 하며 '호오' 라고 내뱉은 세라. 세라 역시 드라마는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올인이 한참 유행할 적 형우와 도박한번 벌였다가 돈 다 날린 이후로 부터일 것이다. (조금 이치가 안 맞는??) 뭐 이치가 안 맞긴 하지만, 도박 후유증으로 색다른 도전을 위해 드라마를 즐겨 보았으니 말이다. 대장금 이라는 프로도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가끔 자신이 몸을 갈라(해부?) 보고 싶은 충동도 들었고 말이다. (->니가 허준이냐?) "야야 그럼 우리 가면서 알고 있는 드라마나 대면서 가자." 가면서 할 얘기도 없기에, 세라가 진호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진호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나 먼저 한다? 토지." "무인시대." "대장금!" "왕꽃선녀님." "활빈도." "여인천하." "장희빈." "해신." "명성황후." -점점 사극물로;; . . . . . . 꽤 많은 장르의 드라마가 이어져 나가고. "헥..헤엑 끈질긴놈. 발리에서 생긴일!" "미안하다..." 세라가 싸울때는 내지 않았던 거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세라를 직시하던 진호가 슬픈 미소를 띄우며.. "사랑한다." 꼭 고백이라도 하는 듯 달콤한 미성으로 세라에게 말했다. 하지만 진호의 눈동자가 아파 보여서 일까? 아니면 목소리가 떨린것 같아서 였을까? 두근두근 두근두근. 세라의 마음또한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굉장히 슬픈 모습. 무척이나 아픈 듯한 진호의 모습. 밝게 웃던 진호의 모습이 아닌듯 해서 혼란할 수 밖에 없었다. "......" "누님 이제 더 할거 없지? ^ㅇ^??" "응." "그럼 내가 이긴거!" "응 잘가." 더 이상 생각나는 드라마도 없고, 저 슬픈 눈동자가 싫어 고개를 돌려 집 앞에서 손을 흔드는 세라. "응응!" "그리고..." 고개를 끄덕 거리며 억지로 웃는 듯한 진호의 미소에 세라가 낮게 말을 이었다. "응?" "다음에 만날 땐 눈속 가득히 차있는 눈물은 지워라. 볼때마다 존나 다 빼버리고 싶으니까." 진호의 애썼던 웃음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 "뭐가 그렇게 슬픈건진 모르겠지만‥ 가득히 묻어 두는건 안 좋은거야." 진호의 가슴이 지끈 거렸다. 자신을 아프게 하는 생각이 마구 떠올라서 였다. "세라..은세라." "그렇게 웃음으로 슬픔을 묻어둘 필요 없어. 그게 더 한 없이 슬퍼보이거든." 진호가 억지로 웃으며 힘겹게 세라의 이름을 부르자 세라는 안타까운듯 하지만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안슬픈데..나 하나도 안 슬퍼. ^ㅇ^" "그래 너 하나도 안 슬퍼. 근데.. 넌 맑은눈동자가 더 좋아. 슬픔따위가 가득한 눈동자는 안 어울려. 친구로써..조언하는거야." 진호가 눈에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을 모른척 하며 눈을 초승달 처럼 접으며 웃자, 세라는 고개를 돌려 낮게 말했다. 친구 참 생소한 단어지만 진호에게 있어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말. 맑은 눈동자 뒤에 있던 슬픔을 빼내라는 말. "잘 들어가." -타앙... 뭘까? 방금 전 문소리와 함께 진호의 마음도 무척이나 공허한 듯 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그리고 세라의 뒷모습에 미칠듯이 뛰는 가슴. 아까와 마찬가지로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눈동자 하나로 슬픔을 어떻게 알 수 있는걸까? 들키지 않으려 그토록 밝게 웃음을 지었건만, 그 웃음이 더 슬퍼 보이다니. 처음으로 자신이 감추고 있던 슬픔을 세라가 이야기 하자 진호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싫지도 않은 그런 기분. 처음부터 세라가 평범한 여자는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이토록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처음이었다. 세라의 말에 슬픔을 토해내고 싶었는지 그의 눈은 한 없이 슬퍼져만 갔다. 눈물이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슬픔따위가 가득한 눈동자는 안 어울려.' 세라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는 진호의 입가엔 미소가 피어 올랐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릿한 미소. "하하..나 진짜 누님한테 사랑에 빠졌나봐." 미칠듯이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진호는 멍하게 중얼 거렸다. ...'정말 사랑에 빠졌나봐.' 그의 눈물이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슬픔에 젖은 눈물인지 아님 행복에 겨운 눈물인지 모를 그런 액체가.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6 "세라야 이제오는거야?"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잔잔히 머물며 세라를 향해 말하는 형우.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은것을 보아선 진호와 함께 있는 것을 본 모양이다. "야.. 인상이나 풀고, 들어가서 말하자." "응." 세라가 형우의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 찌르며 입을 투덜 거렸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선 둘. 세라가 쇼파에 앉아 손을 내밀자, 형우는 재빨리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컵에 따라 세라에게 건내준다. "꿀꺽 꿀꺽,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그러니까 내가 안경을 벗고 한진호를 만난 이유는 말이지." "오해는 안해. 난 널 믿으니까." "느끼한 소리 하기는.. 그건 당연한 거고, 그래도 찝찝하긴 할거잖아." 세라의 말에 일리가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옆에 앉아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보라색의 형우 머리카락이 흩어지자, 세라는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마구 만지며 생각했다. 아무리 염색을 했다지만 참 결 좋은 머리카락 이라고. "아 그보다 내가 할 말은 뭐냔 말이지. 그 녀석이 학교로 찾아왔어." "학교로?" "어 그래놓고는 내가 안 나오면 교문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고 하지 뭐야? 그래서 그냥 나갔지." 세라가 기분 나쁜 듯 안경을 탁자위에 탁 놓고 음료수를 들자 형우가 싸늘한 말로 이야기 했다. "그 새끼, 감히 너 약점잡고 가지고 노는거야?" "응." "씨발 그 놈 내가 밟고 올게!" 형우가 흥분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세라가 그의 옷깃을 잡아 당기며 "괜찮아. 그 놈 대게 슬픈일 있는거 같았거든. 단지 내 약점가지고 그러는게, 아니라 기분 전환겸 놀러온거라 생각하거든." "슬픔? 맨날 방실방실 웃는게?" "원래 사람이란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수 없잖아." 세라의 묘한 표정에 형우가 흥분을 가라 앉히며 세라가 마셨던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아무리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 방실방실 웃는 놈이 슬프다니. "그럼 이 피는 뭐야?" "설마 내 피겠냐?" "하긴.." "-_- 왠지 좋지 않은 대사다?" 세라의 교복에 가득히 묻은 피를 보며, 형우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곧 타인의 피라는 걸 알고, 아무렇지도 않게 리모컨을 쥐고 [전원]을 꾸욱 눌렀다. "그보다 내가 아까 한진호랑 시내를 다니면서 그 녀석을 봤거든?" "그 녀석?" "내가 졸 싫어하는 불량 장난감 있잖냐." "아아 최종민?" 불량 장난감이란 말에, 형우가 알겠다는 듯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근데 그 녀석은 왜?" "내 생각엔 조금씩 발동이 걸렸나 보더라고." "에.. 혹시 니가 싸움질을 한 것도." "당연하지. 아무리 내가 안경을 벗었다지만, 인문계 교복한테 누가 남자 열댓명 한테 밟으라고 시키겠냐? 보통 남자들이라면 비겁하게 여자는 건드리지도 않지. 하지만 10명이나 보냈다는건 내 싸움실력을 왠만큼 파악 했기 때문에 그 정도를 보낸거 아닐까? 세라의 말에,형우는 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냥 놔두게?계속 설칠텐데. 전에 말했듯 그 녀석은 배신 할 가능성이 100%로거든." "후후 당연히 그냥 안 놔두지. 우선은 그 녀석의 장단에 맞춰주는거야. 가지고 놀때는 확실히 가지고 놀아야 되지 않겠어?" "아.." 세라가 짐짓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형우의 얼굴을 쓰다듬자 형우는 금새 새빨개진 얼굴로 세라를 올려다 보았다. "그보다 니가 할 일이 있는데..." "뭔데?" "블랙에서 최종민 하고 어울리는 몇몇 무리들한테 그 장단에 잘 맞춰주고 있으라고 전해. 뭐 그 녀석들도 우리가 붙여 놓은거니 상관은 없겠지만." 세라의 말에 형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세라는 머리 하나 만큼은 참 잘돌아 가는듯 싶었다. 먼 훗날 적어도 배 곪을 있을 없을거란 생각에 만족한 듯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아 그리고 좀 심각한 일이 발생했어." "뭐..뭐가?" 심각한 일이라는 말에 형우의 표정이 딱 굳어 버렸다. 요즘들어 왜 이리 예상치 못한 사고가 많아 지는건지. 또 다시 그리 좋지 못한 느낌에 핏기가 싸악 가시는 듯 싶었다. "그게 있지. 상고 주차인 알지?" "상고 주차인이라면.. -_-... 그 존대 살벌하게 하는 그 놈 말하는 거야?" "응 존대 하는데도 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는 그 놈." 주차인이라는 이름이 세라의 입에서 거론되자, 형우는 그다지 좋지 못한 표정으로 세라에게 말을 이었다. 주차인. 상고 서열 2위의 학교 대가리 면서, 더불어 블랙의 핵심적인 남자로써 특히나 모범생인 모습에 존대를 많이 하는 놈으로 유명하다. 늘 싱글벙글 웃으며 존대를 하는데, 반말 하는것 못지 않게 기분 나쁜어투다. "재수 재수 재수. 그 왕재수가 왜?" "내 이중생활을 알아 버렸어." '......' 세라가 고개를 푹 숙이며 절망적으로 중얼 거리자, 형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고. "하하하하하핫. 노..농담이지? 내가 니 앞머리 잘랐다고 놀리는거지?" "앞머리 얘기하지 마라?" "노..농담이라 얘기해."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이냐?" 팔짱을 낀채 심각한 표정을 짓는 세라를 보고, 형우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어쩌다가!?" "어쩌긴‥‥ 그냥 싸움 구경하다가 안경이 살짝 벗겨졌는데 그 모습을 눈치빠른 그 녀석이 딱 본거야. 한 마디로 싹 걸렸지." "그..그래서 어쩌기로 했어?" "어쩌긴 입 딱 다물겠지." "휴우.." 손가락으로 입술을 딱 가리며 말하자, 형우는 그나마 다행인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눈치빠른 놈이 세라의 이중생활을 다 불어 버리면 어찌하나 꽤 걱정했는데 말이다. 근데 왜 하필 주차인 이었을까. "없애 버릴까?" 세라의 방에 걸려있는 도끼를 힐끗 쳐다보며 형우가 진지하게 말을했다. "괜찮아. 그 녀석도 나한테 꽤나 오지게 맞은 녀석중에 하나니 알아서 입 다물겠지." "그래?" 조금 아쉽단 듯이 도끼에서 눈을 떼며 말을 끄는 형우. 역시나 세라의 영향을 참 많이 받은 듯 싶다. "근데 주차인은 그렇다 해도 최종민 그 녀석은 내 교복을 봐버렸어. 그나마 안경을 벗어서 다행이었지." "헉!!!!!" '진짜 지대 사고 많이 친다. 은세라.' 세라의 이어지는말에 형우는 정말이지 참혹할 수 밖에 없었다. 한진호에 주차인에 이어 이젠 최종민 까지. (그나마 다행인건 안경을 벗어을적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래도 니가 그학교 학생이라는 건만 알지. 전교1등인건 모르겠지?" "당연하지." "그럼 다행이네." 입문계에서 생활할적 세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형우가 묻자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그날이네." "응." "주차인한테 설명은 내일 하기로 하지." "그래 내일 모여서 할 얘기 제대로 하고, 협박도(?) 제대로 해야지." 내일이라 하면 블랙의 집단들이 한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모이는 날이었다. 고로 주차인은 물론 이민호 최종민까지 모이는 날이었다. 그럼에, 세라의 생각으로는 잠깐의 설명과 덧붙여 입을 콱 막아 버리려는 속셈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녀석에 대해 조사 좀 해줄래?" "그 녀석?" "그래 아무래도 낌새가 좀 이상해서 말이야. 꽤 정보통에 능숙한 얘들 몇 시켜서 자세히 알아봐줘.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놈들하고 어울리는지." "뭐 안그래도 그럴려고 했어. 솔직히 접근동기가 좀 수상했거든." "그래 거기에 대해서도 잘 알아봐줘." 잠시 그 어떤 녀석을 떠올리며 진지하게 말을 잇는 세라와 형우. 형우는 종이에 [기간; 일주일. 내용; 접근동기] 이라고 작게 끄적이고 주머니에 쏙 넣었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그 였기에 마침 잘 됬다 싶었던 것이다. 그다지 신용도 안 갔고 말이다. "아 근데 형우야." "왜?" "나 생전에 팥들어 있는 붕어빵 처음 먹어봤어." '......' 기뻐하는 표정일까 슬퍼하는 표정일까. 좀 애매한 표정으로 세라를 지그시 바라보는 형우. 세라가 길거리 음식을 입에 접하기 시작한건 정확히 형우와 사귀기 시작할 무렵. 평소 팥을 싫어하는 세라를 위해 슈크림을 대신 넣어 줬더니만. 보통 팥들어 있는 붕어빵을 먹는데 대반인데, 그걸 신기해 마지 않고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세라 너는 어떤게 좋은데?" "나야 당연히 니가 주는게 좋지. 붕어빵은 니가 계속 사다줘. 슈크림 들은걸로." "쿡쿡 그래." 싱긋 웃으며 형우의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자, 형우는 기분 좋은듯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양이처럼 부비댔다. "세라야 앞으로 널 믿겠지만, 행동은 조심해야해. 널 위해서니까." "알아 알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말 안해도 조심할거니까." "그런데 말이야." 조금 심각한 얼굴의 형우. 부드러운 표정이 세라의 팔을 바라본뒤 싹 굳어져 버린 것이다. "너 누구한테 맞았어?" "어?" "여기 팔 좀 봐. 꽤 많이 맞은거 같은데? 어라? 목에도 멍 들었잖아?" 점점 싸해져 가는 형우의 표정에 세라는 조금 당황한듯 보였다. 하지만 형우는 무척이나 열받은 듯 세라의 손목을 잡고 한 손으론 주먹을 꽈악 쥐었다. 요새들어 세라의 얼굴이나 몸에 자잘한 상처가 난 듯 싶은데 볼 때마다 열이 차오르는 것 어쩔 수 없었다. "말해 누구야?" 형우가 걱정스러운 듯 반은 열받은 듯 묻자 세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직접 처리를 하느냐. 아니면 형우에게 맡기느냐. 그래 복수. 복수를 위해 형우에게 말해야 한다. 귀찮기도 하고, 괜히 남자친구란 명칭이 있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우리학교 얘들이야." "니네학교 얘들? 걔네들이 왜?" "내 미모를 시기하는 거지." '......' 꼭 말도 안돼는 상황만 닥쳐오면 형우는 말이 없어지는 듯 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진실로? 참으로?" "구라였어. 사실 천호수랑 내가 친하게 지내니까 걔네들이 질투를 하는 모양이야." "뭐?" "내가 일일히 상대하긴 귀찮으니까 니가 알아서 처리해 줄수 있지?" "어."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썩이는 가운데, 세라의 말이 이어지자 형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리.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감히 세라에게 흠집을 낸 여자들은 당연히 자신이 처리해 줘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미칠듯 밟아 버리고 싶다만, 화를 삭혀야만 했다. 아주 처절히 밟아 줘야 하니까.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큭큭 꽤 열받았네? 나도 니가 패는거 구경이나 할까?" "그러던지. 볼만 할거야." 꾹꾹.. 차오르는 살인충동을 억제하며 형우는 살의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감히 세라를 건들여? 여자라도 가만두진 않을거야.' 세라의 상처를 보면 볼수록 지켜주지 못함에 미안하기도 하지만 우선 같은 학교도 아니기에 자신이 해 줄수 있는 방법은 그냥 밟는 것 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세라역시 이젠 이민호 보단 형우에게 맡겨도 상관없을거라 생각하며 펜을 까닥 거렸다. 차라리 저렇게 작정한 형우를 보니 더더욱 말을 잘 했다고 느껴졌다. 이왕이면 복수는 자신의 손을 쓰지 않고도 처절하게 끝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름 반 번호 학년 다 알려줄테니 잘 처리해줘." "쿡쿡 걱정마. 너 못지 않게 잘~처리해 줄게." 오싸악한 웃음을 지으며 키득 거리는 형우. 그는 아주 처절한 방법으로 인문계 여자들을 처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7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보글보글 보글보글. 달그락 달그락. 주방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세라는 아침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도둑인가 하는 생각에 도끼까지 짊어 메고, 거실로 나갔는데. 그런 세라를 무안하게 만드는 형우의 목소리. "세라야 좋은 아침♡ 그..근데 그 도끼는 뭐야? 설마 남편인(?) 날 죽일셈이야?" "=_=...안뇽 좋은아침." 형우가 앞치마를 건채, 하얗게 질려 있자 세라는 도끼를 홱 하고 던지더니 손을 살짝 흔들었다. 형우가 아침부터 세라의 집안에 있다 해서 그리 놀랄건 없었다. 가끔 세라의 집 에서 잘적도 있고. (그렇다고 불순한 일은 없었다.) 형우의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가끔 이렇게 세라의 아침을 차려주기도 한다. 다만.. 생각지도 못해 놀랐던 거지. "형우야 물 한잔만." "응." 세라가 쇼파에 걸터앉아 말하자, 형우가 틱 하고 주방으로 싸사사삭 달려가더니 곧 물컵 한잔을 가져다 주었다. -꿀꺽 꿀꺽‥ 물 한모금을 넘길때 마다, 세라에게 시선이 가는데, 그 때 마다 붉어진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남들보다 화려한 외모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 뜨려놓고, 단추 하나 까지 풀어놓자 꽤나 섹기가 풀풀 풍겼다. 형우는 얼굴을 손으로 식히며, 베란다 문을 활짝 열었다.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고, 커텐이 흔들리자 형우의 모습도 코피 쏠리게 멋있었다. 보라색 머리칼은 살랑살랑 흔들리지, 하얀 얼굴은 햇빛덕에 더 하애보이지 더구나 입술은 또 얼마나 붉게 보이던가. 보통 남자들은 앞치마를 입으면 꽤나 깨겠지만, 형우가 입으니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만 쳐다보고 밥 먹어." 형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세라는 얼굴이 확 붉어져 버렸다. 두근두근 쿵덕쿵덕 두근두근 쿵덕쿵덕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세라는 형우에게 다가섰다. "왜?" "밥 같이 안 먹어?" "응? 같이 먹자." 덥치고 싶은 강한 본능을 억제하고, 형우의 손만을 끌러당겨 주방으로 이끄는 세라. 조금 엉거주춤하며 형우가 자리에 앉고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후후 우리 둘이 이렇게 먹으니까 막 부부같지 않냐?" "푸웃-!!!!!!!" 세라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형우는 입안에 들었던 음식물을 그대로 토해내 버린다. 얼굴이 새빨갛게 닳아 올라 안절부절 못하자 세라는 귀엽다는 듯 픽 웃고는 형우의 입술을 메만졌다. "아침부터 먹으면 곤란하겠지?" 너무나도 직접적인 세라의 말에, 형우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 보통 남자가 리드해야 하는데, 연애 경험이 많은 세라에게 이리 리드당하니 늘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좋은건 정녕 변태라 이건가? ㅡㅡ.... "바..밥이나 먹자." "칫.." 형우가 다시 밥을 먹기시작하자 세라는 귀엽게 볼을 부풀리며 국을 한 모금 떠먹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나고, 세라는 교복을 갈아입고 안경을 꼈다. "형우야 나 머리 좀 묶어줘." "오케이." 세라가 가방을 챙기는 동안, 형우는 세라의 머리를 두 갈래로 갈라 묶어주기 시작했다. 세라의 긴 머리카락에서 샴프냄새가 풍기자 기분이 좋아졌다. 세라의 머리로 묶는건 많이 해봐서, 익숙하게 묶고는 씩 웃었다. "자 가자." "응." 세라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일어서자 형우 또한 일어섰다. *학교 후문. 두리번 두리번 저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바이크에서 내리는 두명. "오늘도 열심히 하고, 안경 조.심." "너도 공부 열심히 해라. 난 대학도 못가는 남편은 싫다." "알았어..쿡." "그 년들 알아서 처리하고?" "당연하지." 형우가 조심하라는 듯 경고를 주자, 세라는 고개를 끄덕 거렸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처리할 여자들을 강력히 처리하라 말하고 형우와 대답을 마쳤다. "그럼.. 오늘 저녁 9시 보자." "너무 이쁘게 준비하지는 말고." 쪽. 예전부터 정해진 날짜 그리고 장소를 기약하며 세라는 형우에게 말을 이었다. 가볍게 서로에게 베이비 키스를 나눈 둘은 곧 자신의 학교를 향해 나아갔다. "야 들었냐? 공고 한진호 어제 우리학교에 온 이유가 여자친구 때문이란다." "여자친구?" "어 내 남자친구가 공곤데,어제 시내에서 봤다더라." "헉 우리학교래?" "어 졸라 이쁘댄다. 이 근방에서 걔 처럼 이쁜 얜 처음 봤데." 웅성웅성. 또 다시 이어지는 여자들의 수다. 세라는 짜증난다는 듯 샤프를 이빨로 콱콱 물고 있었다. 어제 최종민과 같이 있던 공고 아이들 중 하나가 자신의 반 여학생의 남자친구라니. 낭패 낭패다. 하지만 그 누가 그 아름다운 여인을 자신이라 생각할까. "그런얘가 우리학교래?" "어. 우리학교 교복이더래. 막 공고 한진호 다음 주먹인 최종민이 막 굽신거리더래." "정말? 최종민이?? 왜??" "그야 나도 모르지. 아무튼 빽이 장난 아닐거라 그러던데?" '당연하지.' 굽신 거린다는말에 그나마 기분이 좋아진 세라. "하긴 한진호 여자친구이니." "존나 한진호랑 잘 어울린덴다. 막 성격은 귀여워도 여자한테 관심 없는 한진호 여자친구라서 그런지 장난 아니래잖아." "헉 정말 진호 여자친구인 거야?" "죽여 버릴거야. ㅜ0ㅜ 감히 나의 사랑 진호씨를!!!!!!!!" 이를 바득바득 갈며 울부짖는 부반장. 저번에는 형우를 가지고 그렇게 울더니 이번에는 한진호까지. '정말 싫다아..' 세라가 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다시금 반 아이들의 수다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씨 상고 이형우도 여자친구 있다고 하고, 한진호 까지 있다니. 우린 이제 주차인이나 이민호 성유빈 천호수 밖에 사랑할 남자들이 없네." "걔가 그렇게 예쁜 여자는 본 적이 없다더라." "상고 이형우 여친만 하겠냐?" "훌쩍쿵.." "너무 슬프다. 이 지역 최강 꽃미남 둘이.. 여자친구가 있다니." "너무해 난 진호 ONLY 란 말이야~ 우허어엉 진호야아." 동일 인물인 세라를 가지고 훌쩍이는 반 아이들을 보니 비웃음 밖에 흘러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울고 울고 울부짖는 여자들을 무시하고 수업은 다행히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그건 4교시 까지였다. (4교시 이후, 점심시간.) 정말이지 세라의 나날은 늘 먹구름만 탁하게 끼나보다. 아니 올해가 제일 재수없는 년도인가? 탁탁탁탁-★ 열심히 발걸음 하는세라. 그것이 4교시가 끝났으니 그런것도 있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 라도 빨리 뛰어가는 중인 것이다. 오늘은 세라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나온다. 그 이름하여 탕수육. 세라가 좋아하는 음식메뉴 중 하나가 중국음식인 탕수육 이었다. "악!" 너무 급히 달려가서 일까? 세라는 어느 남자와 어깨를 부딫쳐 버렸다. "아 씨바 너 눈까리를..." 흥분해서 막 욕설이 튀어나오려 하자 세라는 스스로 입을 턱 하고 막아 버렸다. [덜컹덜컹] 과연 들었을까? 정말 밥에 미치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는데, 딱 그꼴인 셈이었다. 자기 관리 철저한(??) 세라가 실수를 하고 말다니. 두근두근 불길한 마음으로 고개를 올렸던 세라는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오마이갓.' 정말 세라의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썅.. 누군가 했더니 니냐?" 욕을 읆조리며 어깨를 툭툭 치는 그 남자. 눈치도 빠르고 성격도 더럽고 세라의 심복이다 싶은 남자. 그 이름하여 이민호더라.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38 -_-... 슥슥. 더 이상 들키면 안된다. 더 이상 들키면 안된다. 더 이상 들키면 안된다. 더 이상 들키면 안된다. 더 이상 들키면 안된다. 더 이상 들키면 안된다. .... '들키면 죽는다. 더 이상 들키면 졸업은 무리야.' 무리야 무리야 무리야 무리야.. 정말 공포스런 생각에 세라는 울상을 지으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잘 웃지 않는 그녀지만 주차인 처럼 억지 웃음 지었다. "야." 민호가 인상을 쓰며 세라를 무섭게 불렀다. 세라가 처음으로 불안감은 물론이거니와 공포감 까지 느끼는 순간이었다. 같은 학교에 자신의 정체를 아는인간이 있으면 참 곤란할게 아닌가. '안돼 안돼 제발 모른척 해라.' '안돼 안돼 제발 모른척 해라.' '안돼 안돼 제발 모른척 해라.' 세라는 더 이상 민호와 마주친다는게 두려워져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민호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르니 이대로 도망가기로 마음 먹으며. '이제 내 정체를 알만한 녀석과는 마주치기 싫단 말이야. 어흐윽.' 오늘따라 형우의 목소리가 떠오르며 세라는 무작정 튀려고 뒤를 돌았다. 포옥 '끼야어어어어억!!!!!'- 속으로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세라. "어라? 범생!!!!!" 무척이나 세라가 반가운듯 호수는 밝게 웃으며 세라를 포옥 안았다. '제엔장 ㅜㅜ..'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은 남자가 천호수란 걸 본 세라는 두 눈에 힘이 풀려 버렸다. 이렇듯 안고 있으니 도망도 못 가고. 정말 잘 하는 짓이다. 세라는 암울한 현실에 호수에게 안기듯 기대어 있었다. '한진호 주차인 이민호 까지. 망했어 망했어. 조졌어 조졌어.' 울상을 지으며 자페아 처럼 중얼 거리는 세라. "야 니 말인데." 민호가 수시로 변하는 세라의 표정에 뭐라 말을 이으려 하자 세라는 호수의 품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란 말이야.' 호수는 자신이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그다지 불안감이 생성되지 않아 편안히 안겨 버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움츠러 드는 세라를 보며 화를 내려했던 민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야 만에 하나 못알아 볼 수도 있잖아? 지금껏 한진호와 이형우 외엔 알아보지 못했어.'(주차인 같은 경우는 안경이 살며시 벗겨져 얼굴을 보았다.) 세라는 그나마 남은 희망을 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니들 여자 한 명을 상대로 뭐 하고 있는거냐?" 얼굴이 새파래진 세라를 보며, 호수가 민호에게 싸늘히 물었다. "이 기집애가..." 막 민호가 세라를 노려보며 뭐라 말하려고 하자. (아마 욕을 했잖아. 였을까 싶었다.) 민호의 말을 끝으며, 세라가 호수에게 울먹이며(-_-...)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여기서 편안히 학교 생활을 즐기려면 천호수를 이용하여 민호를 퇴치하는 일이렸다. "쟤들이 어깨 한번 부딫쳤다고 밟아야 마음이 풀리겠데. 우리가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그냥 모른척 튀진 않겠지?" '후후후 후후후후, 꽤 정이 들었는데 무시하진 않겠지?' 세라가 그 큰 눈망울을 그렁그렁 거리자 호수는 가슴 한 켠이 무척이나 욱씬거렸다. 왠지 모르게 화나는 느낌에 세라를 뒤로 숨기며. "아무리 양아치 했다지만, 어떻게 여자를 다구리 하려 그러냐?" 황당 황당 그다지 위협적인 말을 거론한적 없는 그들은 황당한 눈빛으로 호수와 세라를 번갈아 보았다. 특히 은세라. 전교 1등으로 범생이라 소문난 여자면서, 이렇듯 간사하자 뻥질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욕이라도 무척 퍼부었으면 말을 안 한다. 그다지 대화도 나누지 않았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거려서 구라를 치니 정말 황당할 수 밖에. "야 니가 뭔데, 그렇게 화를 내냐?" 그보다 더 황당하게 만드는 것은 이 학교 일진짱인 천호수가 세라의 편에 서서 민호와 그 무리를 향해 주먹을 들었다는 일. 민호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호수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나? 모르냐?" "뭘?" "얘 남자친군거." 쏴아아아아... 남자친구란 말에 세라의 표정은 물론이고 민호의 친구들 그리고, 이민호 구경꾼들 까지 다 굳어져 버렸다. 분명 그들도 전교에 퍼지는 [범생이♡양아치]소문을 모를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설마하니 그것이 사실 일 줄이야. 물론 세라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기에 그들은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니들, 내가 아무리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라지만 미안하다고 했잖아." 저 영악한 여우. -_-...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저리 거짓말을 치는 것일까? 자신들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을리도 없고. "흑 날 밟는다고? 정말 너무한다." 하지도 않은 짓을 부풀리며 자그맣게 중얼 거리는세라. 민호 패거리들은 경악 그 자체였다. "너 왜 자꾸 하지도 않은 일을 부풀리냐? 니가 어깨 부딫치고 욕 해서 짜증낸거 뿐인데." 안 그래도 공고 한진호 그리고 상고 남자 마지막으로 천호수 까지. 범생이 주제에 논다하는 대가리급들을 꼬시자 마음에 들지 않는 민호였거늘 이렇게 거짓말 까지 쳐대자 더더욱 인상이 찌그러 졌다. '마음에 안 드네.' 본디 범생이란 치를 떠는 민호라 더더욱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며 말했다. (그게 블랙의 짱이라면 다르겠다만..) "내가 닐 패기라도 하면 덜 억울하지. 어디서 구라냐? 니 진짜 맞고싶냐?" 민호에게서 싸늘한 말이 흘러나오자 그의 패거리는 물론 구경꾼까지 움츠러 들었다. 여자도 아무렇지도 않게 패는 민호니, 세라라고 못 팰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 새끼 봐라? 존나 나대가지고 한번쯤 뜰려 했는데 안 되겠네?" 약간 움찔 거리는 세라를 보고, 호수가 세라를 뒤로 감추어 버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뭐냐 이 상황은..' 생각외로 너무나도 변한 호수의 태도에 세라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여차하면 싸움까지 할 태세였다. "하? 열라 황당하네. 좆까라 씨발놈아." "진짜 죽고 싶구나?" "니가 일짱이라고 뻐기는 모양인데 씨발 어디 한번 그 싸움실력 제대로 보여줘 봐라."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확실히 주먹한방 날리려는 분위기 였다. 하지만 세라는 오히려 잘 된듯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만세를 불렀다. 호수나 민호나 자신에게는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좋아할만도 했다. 약간 문제가 있다면야.. "이민호랑 천호수랑 붙었데!!" "정말?? 그 둘이 왜??? 평소 친하지도 않았잖아." "몰라 듣기론 저기 전교1등 때문에 그렇다던데?" "둘이 사귄다면서?" "헉 정말!!!!!!!!!??" 웅성웅성. 구경꾼들 주제에 이상한 소문을 흘린다는 것이다. 앞으로 학교 생활 정말 막막하겠다. "민호도 쟤 때문에 싸우는 거래." "별로 이쁘지도 않은데 뭐가 좋다고 저러는 거야?" "내 말이!! 쟤 보다 훨씬 예쁜애들 사귈 수 있는 얘들이 왜 저런데?" 으직... 그다지 좋지 않은 발언에 세라의 힘줄이 빠직 하고 튀어 나왔다. "아무리 호수라도 민호는 잘 건들이지 않았잖아." "안 건들인게 아니라, 싸울일이 없었잖아." "우와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글쎄다...' 세라는 속으로 고민에 휩싸였다. 정말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고. "찐은 아니지만 민호도 한 싸움 하지 않어? 저번에 백사공고도 혼자 밟았대잖아." "맞아 싸움 존나 잘한다던데?" "야 하물며 인문계 최고 주먹 천호수만 하겠냐?" "그건 모르는 일이지." "근데 은세라는 왜 호수 뒤에 서 있냐?" "씨바 씨바 씨바 ㅜ0ㅜ 저거 죽여 말어!?" 갑자기 시선이 세라에게 쏠리자 세라는 눈을 질끔 감고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 누가 싸운던간은 상관은 없지만 평탄한 학교 생활에 지장은 없었으면 하고. -탁탁 "호수야!!!!! 내가 메론빵 사왔..." "성유빈 저리가." "어버버버 호..호수야 뭐한다냐?" "놔봐." "니..니들이 왜 싸우는지는 몰라도 여긴 학교다. 어여 어여 떨어져라." 저 멀리서 메론빵을 들고 촐랑촐랑 뛰어오던 유빈이 서로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호수와 민호를 보고 놀란듯 호수를 뒤로 잡아 끌었다. 호수가 질 위인이 아닌건 안다지만, 양아치라 불리는 이민호의 싸움실력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기에 싸움을 중단시키려 한 것이다. "씨발 넌 좀 꺼져. 난 내 성질 건드린 천호수랑 붙어야 하니까." "호오? 아주 겁을 상실했군. 이 참에 병원신세나 져봐라 씨바." 서로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둘이 드디어 주먹을 들고 서로에게 내뻗었다. 유빈이 말리기 전에 아주 빠른 속도로 주먹이 날라가고.. -빠악 "크윽.." "윽.." 서로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우 씨 싸우지 말라니까!?" 유빈이 당황해 하며 둘 사이를 가로 막자 다시금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이야 우리학교 꽃미남들 다 모였네." "방금 소리 들었냐? 이야 귀가 앵앵 거린다." "저 주먹들에 맞으면 진짜 아프겠다." "인간들이 아냐. 괴물이지 괴물." 주먹이 날라가는 속도는 물론, 그 굉장한 타격음에 아이들이 새삼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며 중얼 거렸다. "이야 쟤네 싸움 진짜 볼만하겠다." "개쉐야 입다물어라. 감히 우리 이쁜 꽃미남들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겠는데." 남자들이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며 말하자, 여자들이 곧 사시같은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꽃미남 둘이 싸우는 것도 그다지 환영할 일이 아니것만, 상처까지 생기니 더더욱 화가 나는 것이었다. 온실속의 꽃처럼 보는 재미로 살고있는 여자들이건만, 그 꽃에 흠집이 생기니 어찌 화가 안 나리? 더구나 그 이유가 세라라는 여자이니 더더욱 이를 갈 수 밖에. "썅 니들이 쨉이 될거 같애?" "이 새끼들 말하는거 봐라? 깡패같이 몰려서 다니는 주제에 싸움 실력은 있겠냐?" "지들은 삥이나 뜯고 다니는 양아치 주제에." "이 새끼들이!!!!! 진짜 뒤지고 싶어 빽 쓰느거냐!?"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밥을 먹고 있었던 호수의 패거리들이 나타나 민호의 패거리들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기세로. "아주 큰 싸움 일어나겠네." "그러게 근데 선생님은 어디 갔다냐?" 남자아이들이 혀를 끌끌 차며, 선생을 찾았다. 하지만 선생은 이미 교무실로 내려가 잠적한지 오래였다. 이 학교에서 천호수와 이민호의 실세는 선생들 조차 잡지못할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웅 유빈이 진짜 귀여워. 저 당황하는 모습 좀 봐." "거기다가 착하기도 하지." "민호는! 저 아름다운 얼굴이 망가지고 있잖아. 흑흑흑." "우리 호수는!! 에씨 괜히 은세라 때문에 저게 뭐야?" "내 말이!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 주제에 멋진 남자들은 존나 잘 꼬셔." "유빈이 한테도 꼬리 흔드는거 아냐?" 세 명의 모습에 감탄한 듯한 여학생들의 웅성 거림은 또 다시 세라에게 화살을 돌려 버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괜히 가만히 있다 욕을 얻어먹자 심하게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주변을 벗어나고 싶다만 인간들이 하도 많이 몰려 들어서 도망갈 길도 없었다. "아오 씨 쟤 몸 파는거 아냐?" "그렇기도 하겠다. 얼굴이 안되니까 몸이라도 팔아야지." "하지만 아무렴 저게 뭐냐? 나 같으면 더 이쁜얘들 좋아하겠다." 세라는 지금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이를 꽉 물었다. 겨우 호수가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더럽게 몰고가는 저 여자들의 입을 다 뭉개 버리고 싶었다. 사실 이 싸움도 무척이나 말이 안 되는 듯 싶었다. 차라리 그냥 부풀리지 말걸 이라는 후회도 해 보았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수 없지 않은가? '에헤라 디야 열심히 싸워봐라.' 그래서 세라가 내린 결론은 하나. 누가 이기던 간에, 싸움구경은 제대로 하자 였다. 이왕 호수의 싸움실력도 제대로 파악할겸 겸사겸사 말이다. -_-... 정말이지 자신 때문에 싸움을 벌여 놓고도 이리 태평하다니. 양심이라곤 콧구멍의 콧털 만큼도 없는 듯 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씨파 좀 떨어지라니까~" 끙끙 거리며 호수와 민호를 간신히 떼어놓는 유빈. 흐르는 땀을 슥 닦으며 호수에게 물었다. "대체 저 녀석이랑 왜 짱뜰려고 하는건데!? 니 싸움은 잘 하지도 않잖냐." 자신이 보아온 호수는 그다지 싸움에 미친 아이가 아니었기에, 꽤나 잘 싸운다고 소문난 이민호와 짱뜨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었다. 그건 둘 째치고, 유빈역시 자신의 친구가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말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지켜주기로 했거든." "응?" "범생이가 맞는거 이제 안볼려고." 호수의 말에 뒤에서 흥얼 거리며 구경을 하려던 세라가 흠칫 했다. 아무리 세라가 야비한것과 비열함을 사랑하는 여자라 하여도 사람의 진심을 가지고 놀 만큼 나쁜 여자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넌 걱정마라." 호수가 뒤를 돌아 세라의 어깨를 툭 쳤다. 순간 마주친 호수의 진실한 눈동자에 세라가 난감한듯 중얼 거렸다. '제기랄.. 천호수 진심인거냐?' 자신을 진심으로 상대해 주는 사람은 정말 곤란했다. 도와주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해도 이렇게 지켜 주려 하는데. "아씨 그렇다는건 이민호가 전교1등을 건드리려고 해서 니가 나섰다는건데 설마하니 아무리 양아치라 해도 여자까지 패겠냐?" "쟤 여자도 패." 유빈이 말도 안 된다는 듯 하하 웃으며 말하자, 민호의 친구 한 명이 불쑥 끼어들어 말을 이었다. "-_-..."(민호를 그다지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 여자들.) 왠지 파렴치한 남자가 되어버린 그런 분위기.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잘못 찝쩍 거리면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조금전 까지는 호수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던 반 그리고 민호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던 눈들이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렸다. "그만들 싸워~ 야 범생이 니가 좀 말려봐!" "내가 뭘." 힘으로 말리기는 역부족인 듯 싶자, 유빈은 세라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하지만 세라는 영 곤란한 듯 호수의 뒤에 숨어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후후 내가 계속 지켜줄테니까 이젠 무시하지 말자?" 호수가 세라의 머리위에 큰 손을 얹어 놓으며 씩 웃었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그런 호수의 모습에 세라가 안되겠는지 뭔가를 다짐한채 눈을 부릅떴다. '에라 이판사판이다.' "하 미치겠네. 그런 여우같은 바람둥이 한테 속아서." "바람둥이?" "쿡 공고 상고 이젠 천호수라.." 민호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어리둥절해 했지만, 세라의 두 동공은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근데 저 범생이. 묘하게 분위기가 낯익네 목소리도 얼마 안 들었는데 꽤 낯익고.' 민호는 세라를 힐끗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목소리를 많이 듣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가끔씩 들리는 말이나 분위기는 분명 낯익은 모습이었다. (세라를 가까이서 본 적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이 착각이겠지.' 하지만 곧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착각이라 치닫고 다시 싸울 태세를 갖추며 호수에게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덤벼라. 천호수 싸움실력 존나게 궁금했거든." 무척이나 싸움을 즐기는 민호로써는 이유가 어쟀든 간에 반가운 일이었다. 막 다리를 홱 들러올려 걷어 차려는 순간 민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칫.! 민호의 다리가 공중에서 멈췄다. "......" 그리고 복도에 있는 아이들에 의해 잠시 정적이 흘렀다. 휑 하고 조용한 복도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벨소리. [띠리리리리리리!!!] 시끄러운 벨 소리가 계속 울리자 호수가 팀탁치 않은 목소리로 민호에게 말했다. "받아라." "젠장, 판 깨게.." 호수의 말에 들어 올렸던 발을 내려두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는 민호. 그리고 액정에 뜬 [블랙의주인]이란 문구에 입가에 걸려있던 비웃음이 급속도로 굳어진다. "아..안녕하십니까." 민호가 굽신 거리며 인사를 하자, 아이들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싸움을 말리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던 유빈도, 멍하니 전화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호수도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민호가 굽신거릴 상대라.. [......] 민호는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무슨 일 때문에 자신에게 전화를 건진 몰라도 대화 한번 할때마다 긴장이 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 때 자신에게 공포라는 걸 보여준 유일한 사람 이니까. "아아 여보세요~?" [아아 여보세요~?] 한 여자의 목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민호의 핸드폰에서도 그런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세라가 입가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호수의 뒤에서 나왔다. 순간 깜짝 놀란 민호. '설마...' 핸드폰을 쥐고있는 세라를 보고, 민호는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쟨 왜 핸드폰을 받고 난리야?" "내 말이.. 쟤 핸드폰 아까부터 쥐고 있던데?" "뭐야 증말.. 민호가 전화받는데 왜 큰 소리로 나대?"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절대 민호와 세라가 통화를 하는지 모르고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그야 당연히 둘 다 핸드폰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세라는 민호가 핸드폰을 받기 전부터 전화를 받는듯 보였고, 설마 둘이 통화를 하는 것일까. 민호와 친하다 하는 패거리 역시 민호의 핸드폰에 전화를 건 사람이 세라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복도에서 세라와 부딫칠 적에도 분명 모르는 사람이냥 굴었고, 그다지 반기지 않았던 여자가 아닌가? 게다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민호가 굽신거리는 사람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블랙의 짱 밖에 더 있겠는가? 안경을 낀 모범생의 여자인 세라가 블랙의 짱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한 것이다. 민호의 핸드폰 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건 당연지사 들리지 않으니 더 생각치 못할 수 밖에. "우연이겠지." 복도에 있는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세라와 민호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넌 왜 전화냐?" "응? 아까부터 왔던거야. 아 그보다 나 전화 좀 받아도 되겠지?" "응." 호수가 궁금한듯 묻자 세라는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쥐고 말을 이었다. "아아 있지. 이제 확인했으면 그만 들어가라. 그리고 입 벙긋하면 알지?" 말을 마친 세라가 피식하고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툭 하고 닫아 주머니에 넣었고 민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세라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조금 위압적이다 싶어던 세라의 말에 호수가 '범생이도 저런 목소리를 내나?' 라고 새삼 신기하게 여겼다. 잠시 구경하던 아이들의 눈이 부들부들 떨고있는 민호에게 쏠렸다. 부들부들.. 민호의 손이 부르르르 떨려왔고 아이들의 눈이 많던간에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에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툭 하고 민호의 핸드폰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민호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하하." 망연자실 한채 웃음을 흘리고 있는 민호. 자신의 핸드폰에서 모범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기지 않아 액정을 바라보아도 [블랙의주인]이라고 쓰여져 있는 여자의 번호. 믿고싶지 않은 현실에 두려워 지고 있는데 곧 음성이 끊기자, 모범생인 세라의 핸드폰이 툭 하고 끊겨 버렸다. 믿고싶지 않지만, 확실했다. 왠지 분위기가 목소리가 낯익다 했는데.. 설마 하니 저 모범생이 양아치의 집단이라 불리는 블랙의 짱 이었을 줄이야. 민호는 오늘이 그 날임을 생각해 내고, 자신이 세라에게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하얗다 못해 새파래졌다. 자신이 그런 미친 발언을 하다니. 잠시 잠수를 타든지 아니면 아예 잠적을 해버리든지 해야지. 뒷일이 무서워진 나머지 몸이 바르르르 떨려왔다. "하하하. 짱 죄..죄송합니다." 민호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누구한테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사과의 말을 남기고 뒤를 돌아섰다. 전화 한 통화로 인해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돌아서는 민호를 보며 아이들은 웅성웅성 거렸다. "야 이민호 갑자기 왜 저래?" "내가 아냐? 에씨 싸움도 안 하고 저게 뭐냐? 시시하게." "갑자기 얼굴은 새하얗게 질리고, 왜 저리 부르르 떠는거야?" "재미없다 가자 가." 남자들이 잠시 웅성 거리다 의아한 모습으로 등을 돌려 각자 반으로 흩어졌다. 학교에서 주먹 좀 쓴다하는 남자들이 싸움이 붙었다 하여 구경하러 왔는데 겨우 한 방씩만 때리고 일방적으로 민호가 등을 돌리다니. 설마하니 호수에게 겁 먹은건 아닐테고. "안타깝긴 해도, 둘 다 안 다쳤으니 다행이네." "에잉 그래도 누가 이기나 보고 싶었는데. 아쉽넹." "들어가자 들어가." "근데 이민호 진짜 이상하지 않았냐? 누구한테 온 전화길래 그럴까?" 웅성웅성. 여자들은 저마다 민호와 호수의 얼굴에 흠집이 많이 안 난걸 깨닫고 반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해서 남은건 호수와 유빈. 그리고 끝났다는 듯 울상을 짓는 세라. "야 걔는 갔는데 왜 그러냐?" "아씨 대신에 또 한명이..!" "또 한명?" "몰라 그런게 있어!" '흐윽 내가 누구 좋으라고 그 미친짓을 한 거야? 결국엔 내가 정체를 밝힌 꼴이 되어 버린거잖아. 끅끄윽..' 세라는 울먹이며 호수를 지나쳐 터벅터벅 걸었다. 호수를 위해 민호에게 자처해서 알린 꼴이 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후회 막급이다. 대체 뭐가 이쁘다고 자신이 나섰을까. "야 은세라!!!!!" 뒤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호수의 목소리. (제정신이 아니라 목소리 마저 엥엥 울리고 있었다.) '미운새끼 ㅜㅜ 우리 그냥 아는척 하지 말자. 내가 너 만나고 되는일이 없어.' 세라가 앞으로 나아가자 호수는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앞으로도 내가 너 지켜줄게!!!!!!!!!!!!" 그 때 꽝 소리와 함께 세라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벽에 이마를 부딫치자 갑자기 얼굴이 새빨갛게 닳아 오르고, 곧 당황했는지 자신의 반이 아닌 다른반에 쏙 들어가 버린다. "어라? 저기 전교1등반 아니지 않냐?" "쟤 이름은 은세라다." "아아 그래. 은세라 반 아니지 않냐?" "그러게, -_-...왜 들어갔지?" 세라가 이상한 반에 들어가자 멍하니 있던 유빈은 물론이고, 호수역시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40 "아야야야 살살해라 좀." 지금은 양호실. 양호선생님이 없자, 유빈이 대신 입가에 연고를 바르고 대일밴드를 붙이는 중이었다. 정말 이민호의 주먹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이렇게 피가 터지다니. "쯔쯔.. 붙어서 좋을거 없는거 알면서 왜 그랬냐?" "씨파 내가 더 세거든?" "알고 있는데, 그 녀석은 빽이 장난 아니잖냐." "그래도 은세라가 맞고 있을거 같은데 어쩌냐?" 호수의 말에 유빈은 '미쳤군 여자한테 미쳤어도 단단히 미쳤어.' 겉 잡을수 없는 사태에 혀를 끌끌 차며 중얼 거렸다. "그렇게 은세라가 좋냐?" "몰라 씹쎄야." "그치만 걔는 널 별로 안 좋아하는거 같던데?" "너도 그렇게 보이냐?" 유빈은 호수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봐도 세라의 얼굴로 봐선 호수를 이성으로 생각치 않는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빈의 말에, 호수가 걱정스러운듯 반문했다. "엉." "젠장 니가 친구냐?" "사실대로 말해도 그러냐?" 어깨를 으쓱 거리며 고개를 끄덕 거리는 유빈. 호수는 조금 충격 받은 얼굴로 친구를 잘 못 사귀었다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친구란 녀석이 저리도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그럼 어쩌지? 무턱대고 나서나?" "그냥 니 스타일 대로 해. 그럼 알아서 끌리겠지." "푸하하하 당연하지 내가 좀 멋있냐?"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가슴을 턱턱 치는 호수. 그러나 내심 속은 타들어 가는듯 싸해져 왔다.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자신을 싫어하는 기색이었나? "쯔쯔.. 불쌍한 놈. 그렇게 눈이 낮아서야." "뒤진다." 유빈이 불쌍하다는 듯 혀를 끌끌차자, 호수가 벌떡 일어나 인상을 썼다. "근데 이민호는 왜 그렇게 갑자기 겁에 질려서 도망간거지?" "나도 그게 궁금하다. 전화 한 통이 그렇게 무서웠나?"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네." 민호의 모습을 떠올리던 유빈이 의아하다는 듯 말하자 호수또한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렇게 싸우고 싶어 안달하던 기색이었는데 한순간에 사람이 바뀌어 버리다니. "뭐냐 내가 못 이길거 같은 그런 말투는." "니가 못 이길거라는 것 보단. 그 녀석 싸움실력 장난 아니거든." "니가 봤냐?" "어. 저번에 한번 봤는데 진짜 인정사정 없더라고." "내가 이겨." 유빈이 아주 오래전 민호의 싸우던 모습을 떠올리며 치를 떨자 호수는 불쾌한 듯 가슴을 턱턱 치며 말을 이었다. "쿡쿡 그래 니 싸움실력도 장난 아니지." "으 씨발 기분도 졸라 꿀꿀한데, 우리 얘들 끌고 나이트나 가자." "사실 은세라 때문에 술 꼴리는 거지?" "아가리 얌전히 닥치고 있어라 친구." "쿡쿡 앞으로 열심히 해봐라." 나이트란 말에 유빈이 씩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에 눈썹을 꿈틀 거리자 유빈은 호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근데 걔 남자친구가 있더라고." "남자친구 꼴에?" "말 조심해라. 걔가 뭘 어때서 그러냐? 솔직히 범생이라 그렇지 평범한 외모상 이잖냐." "하긴‥ 너무 모범생이라 인식이 되서." 유빈이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손을 이리저리 저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은세라가 남자친구라니. "그 범생이 남자친구가 누군데?" "다른 학교란다." "헤에 능력좋네." "씨발 넌 즐겁냐?" "뭐가 걱정이야?" 불안한 사람처럼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호수를 보며 유빈이 눈을 반달모양으로 접으며 말을 이었다. "골기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 ^ㅇ^ 너 같이 멋진 놈이 좋다고 덤벼드는데, 안 빠지고 베겨? 분명 고백하면 사귀던 남자친구 뻥 하고 차버릴껄?" * * * * 그러나 유빈의 말처럼, 세라의 남자친구는 평범한 얼굴은 물론 단순한 싸움꾼도 아니었다. 호수처럼 잘 알려져 있는, 꿀릴거 하나 없는 남자였다. *○○나이트* 부아아아아아아아앙- 화려한 모양의 간판들이 속속히 거리를 빛추고 있을무렵, 굉란한 음의 바이크들이 차례차례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끼익.. 바이크가 동시에 멈추고, 우두머리 처럼 가장 앞에 있던 바이크에서 한 여자가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갈색의 긴 생머리를 소유하고 있던 여성이 도도하게 내려보자 나이트를 주위로 쫘악 배열되어 있던 조폭들이(-_-헉) 구십도로 허리를 숙이며 그녀에게 우렁차게 인사했다. 나이트에 들어서려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그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아아 아저씨들 안녕 오랜만이지?" "예 아가씨. 자주 들러 주십시요." "그러고 싶은데, 우리 집회가 한달에 한 번이거든." 조폭중 가장 덩치가 우람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갈색 머리.. 즉 세라에게 말을 걸었다. 인사하는 겸 저조한 음성으로 대답한뒤 나이트로 들어서는 세라. 그 옆에는 형우. 그 뒤로는 사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빼곡히 따라 들어섰다. "이야 옷까지 차려입으니까 진짜 오랜만에 보는거 같다." "이쁘냐?" "세라 넌 원래 예뻤어." "그래. 내 앞머리만 빼고." 움찔! 형우의 어깨가 심하게 움찔 거렸다. 세라의 성격은 대게 털털해서 보통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데 앞머리 사건은 무척이나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세라의 미모는 더욱더 찬란해 보였다. 새하얗고 뽀얀 얼굴에 커다란 두 눈. 그리고 갈색빛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와 오똑한 콧날. 특히나 볼륨있는 몸매와, 조금은 양아치 같은 차림은 더더욱 매력적이게 보였다. 그녀의 모습에 사뭇 남자들의 시선이 몰렸다. 형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그녀의 옆에 털썩 앉았다. "자 오랜만인데, 술이나 진탕 먹자고." "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두 커플을 멍하니 보고있던 그들이 형우의 음성에 잔을 들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조폭들은 세라에게 굽신 거리고 더구나 이렇게 휘황찬란하게 대접을 받는것도 조금은 익숙치 않았다. 어쩔때는 너무 차가워 말 걸기도 힘든 형우가 세라만 보면 부드럽게 웃어주는 것도, 잔인한 세라가 형우와 장난을 치며 웃는것도 너무나도 익숙치 않은 그들이었다. "근데, 주차인하고 이민호가 늦네?" "그러게. 주차인은 원래 늦던 녀석이라지만 이민호는 칼 같이 약속을 지키던 놈인데." "쿨럭.." 세라가 이유없이 술을 내뱉자 형우가 그녀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사레 들렸어?" "아냐. 그냥 좀.." 오늘의 사건 때문이었을까? 세라는 쿨럭 거리며 다시 술을 털어 넣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4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양아치 차림의 그들이 긴장한 눈초리로 세라를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물론 나이트의 사람들은 꽤 많은 패거리들에 놀라 쳐다보고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기있는 40명 정도는 다 남자로만 구성되어 있다. 꽤 잘 싸우는 놈들을 제외하곤 세라의 얼굴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여튼 남자들은 간혹가다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몇몇은 하얗게 질리기도 하고. 가지 각색이었다. 수도없이 봐온 얼굴일텐데 그렇게나 얼굴을 붉혀야만 할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ㅇ^." 세라가 속눈썹을 살짝 깔며 형우에게 기대는 순간. 그다지 듣고싶지 않은 존대가 귀에 들려왔다. "주차장 오랜만이다? 쿡쿡" "예?? 네 네." 유난히 세라에게만 약한 주차인은 자신의 별명을 불러도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모범생 처럼 단정한 차림의 차인. 누가봐도 양아치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뭇 얼굴을 붉힐 매력적이다 싶은 그녀의 미소에 움칠 거리며 겁에 질려하는 차인. 주차인에 대해 좀 안다싶은 아이들은 여전히 놀라워 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야 난 안보이냐?" "하하 형우도 안녕 ^^" "그래 지각쟁이." "하하하." 힐끗힐끗 형우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차인은 세라의 눈치를 봤다. 자리에 앉아 몇일전 보았던 세라의 모습과 비교하며 차인의 입이 열렸다. "저 근데 짱.." "미치겠네. 너나 이민호나 왜 맨날 그렇게 부르는거냐? 유치하게." "그치만 캡틴이나 포커스나 블랙같은건 정감이 안 가잖아요." "마음대로 근데 그 질문이라면 나중에 해라." "네 ^ㅇ^." 세라의 차가운 음성에 주차인이 고개를 끄덕 거리며 대답했다. 이토록 숨막히게 자신을 만드는 존재는 참 드물었다. 자존심 하면 꽤나 강한 편인데, 어찌된게 세라 앞에서는 이렇게 한 없이 무너지는 건지. 여튼 차인은 세라의 차가운 눈초리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자 그보다 다음주에 아마 형우 그리고 한진호 천호수의 싸움이 있을거다. 알고있듯이 그 때는 집회라는 이름하에 모이는게 아니야. 몇몇은 내가 지시한대로만 잘 따라주고, 나머지는 그 때 모이도록 하는거야. **공원에 오전 12시에 정확히 집합하는 거다. 알겠지?" "예!!!!!!" 세라가 힐끗 몇몇 무리들에게 눈치를 주며 말하자 곧 이어 우렁차게 대답했다. 다음주라 하면 그렇게도 고대하던 상고VS공고VS입문계 의 대가리들리 서열을 정하는 날짜가 아니던가. 세라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날 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 중 피식 하고 웃는 종민을 보며 세라는 '그 때가 기다려 질거다 최종민.' 잘 됬다 싶어 손톱을 메만지며 차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주차장아." "제 이름은 ^ㅇ^ 주차인인데요." "개기냐?" "아닙니다.;" 처음으로 용기를 가지고, 이름을 떳떳히 밝히는 차인. 허나 곧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만다. 난다긴다 하거늘 저 강력한 세라를 그 누가 이길까. "그래 그래 넌 주차인이 아니라 주차장이야. 암.. 누가 지어준 별명인데." "하하하하하. 진짜 감사하네요." "당연히 그래야지 아 그리고.." 차인은 억지로 빙긋 웃으며 세라를 향해 말을 이었다. 차인이 싫어하는 별명이라지만, 놀리는 재미가 쏠쏠한 세라는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차인의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었다. 염색을 한번도 하지 않은 머릿결이라 상당히 부들부들 했다. (부들?) "그거 말인데." "느..늦어서 죄송합니다.!" 막 세라가 [모범생]모습의 관한 지실에 대해 입을 떼는 순간, 떨리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세라의 고개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홱 돌아가고.. "아..안녕하세요 짱." "호오 이게 누구야? 이민호잖아?" 초록머리를 바짝 세운 민호를 보고 낮게 웃음지었다. 자신의 모습을 알고있는 두 명이 다 모였으니 잘 됬다는 웃음이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세라의 시선이 묘한 가운데, 다른 테이블에선 예상치 못한 인간들이 있었으니‥ "아싸 부어라 마셔라." "성유빈 너 미쳤냐?" "푸하하하하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뿐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미친놈 소주 한잔에 넉다운 이냐?" 그 이름하여 입문계 주먹들 성유빈과 천호수 였다. 술 한잔에 넉다운된, 유빈과 그런 그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호수. 그리고 여자를 꼬시기 위해 무대위로 올라간 그들의 패거리. 또한 그 옆에 옆에 테이블에선.. "야 그 때 그 공포스런 여자는 만났냐?" "ㅇ.ㅇ 응응 만났어!" "그럼 걔는 다 잊은거냐?" "응? 헤헤헤헤 몰라." 순진하게 생긴 남자가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묻자 진호는 고개를 끄더더덕 거렸다. 진호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보며 걱정스레 묻는 순진남아. 남자의 질문에 진호는 달 모양의 목걸이를 슬프게 바라보더니 이내 씩 웃고는 술잔을 들이켰다. 그들은 공고패들 이었다. "헤헤헤 달이 이쁠까? 그 아이가 이쁠까? 아니면..그 누님이 이쁠까?" "진호야.." "있지. 눈에서 눈물은 안 나오는데 내 가슴이 막 울어." "야.." "오늘밤은 달이 뜰까?" 젖은 눈동자로 하염없이 술을 들이키는 진호. 진호의 친구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왁자지껄. "우와 오늘 끝장난다. 오늘 무슨 날이냐?" "몰라 남자들 장난 아니다. 저기 저기 저기 세 테이블에 있는 남자들 미모 끝장난다. 완전 연예인 저리가라야." "저기 저 여자 좀 봐. 졸라 뻑가게 생겼네." "여자 옆에있는 남자들은 어떻고? 이야 장난 아니다." "오늘 나이트 물 존나 좋다." "저쪽가서 얼굴 좀 보자. 완전 조각이야 조각." 세개의 테이블에 빛이나는 남자들을 보며 나이트에 있던 여성들은 눈빛을 반짝였다. 무척이나 동안으로 보이는 그들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연예인을 보듯이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들. "저기 저 여자 합쳐있는 테이블. 존나 한달에 한번있는 패거리 들인데 볼때 마다 얼굴들이 장난이 아니야." "나도 쟤들 저번달에 봤어." 나이트 안이 시끄럽게 술렁 거리자 세 테이블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내뱉었다. "근데 오늘따라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라고 짜증스럽게... 다시 세라의 패거리 블랙쪽으로 넘어가서. "이민호." "윽..네." "^^ 오늘 내게 했던말 기억하냐?" "죄.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숙이며 무릎을 탁 하고 꿇어 버리는 민호. 우선 살고보자 였다. 하지만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긋방긋 웃으며 형우에게 윙크를 날렸다. "왜 그러는건데? 말로 하면 안되냐?" "날 알아 버렸어." "언제 오늘!!!!!!!!!?" "응." 형우가 놀란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묻자 세라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거렸다. '오늘의 추억은 참으로 안 좋은 일이었지.'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려 하자 형우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내가 조심하라고 일렀잖아." "그래서 처리할려고." "아...아무리 그래도 살인은 좀.." "오늘 -_-..나보고 바람둥이 랬단 말이야." "죽여." 조금은 형우에게 기대를 했건만 망설임 없이 죽이라는 말을 하자 민호의 표정이 싸악 굳어 버렸다. 진작 세라에 관해서는 뭐든걸 다 버리는 남자라곤 생각했지만 몇년씩이나 알고있던 자신을 이렇게 내버리다니. 친구 헛 사귄 모양이었다. 거기다.. "^ㅇ^민호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저 방글방글 웃으며 사람을 뒤집히게 만드는 주차인까지. 절망적이었다. -빠악!!!!!!!!!! "크윽.." 갑작스럽게 날라들어온 세라의 발길질에 민호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다시 무릎을 꿇은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초록 머리에 땀이 맺혀 툭 하고 떨어졌다. "후후 칼로 배를 째줄까? 아니면 귀를 잘라줄까? 손가락을 아예 불로 지져버릴까?" 너무나도 여자같지 않은 잔인한 발언에 민호는 물론이고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대량의 남자들도 놀란 듯 몸을 달싹였다.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었다. 꽤나 세라를 잘 따르던 민호는 저리 패는걸 보니. "우리가 전에 싸울때 했던 말들 기억해?" "네." "그래 기억한다면 됬어. 그럼 잘 들어." "......" "다신 나한테 곤란한 짓들 따윈 하지마. 한번만 더 그런식으로 나오면.." 민호의 턱을 세게 움켜쥐며 세라가 냉소지었다. "죽여 버릴테니까." 살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에 민호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세라라면 말 뿐만이 아니라 충분히 실행시킬 여자임이 분명했으니. "일어나 ^-^ 니가 발설만 안한다면 괜찮으니까." 왠지 차인에게도 포함되는 말인지라 괜한 차인까지 씩 웃어야만 했다. 민호가 바지를 툭툭 치며 자리에 앉고. "민호는 안 말해도 언제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네." "그래 그래. 난 역시 말 잘듣는 얘들이 좋아." "저 그런데.." "아 그 얘기 해주려고 했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듯 싶다." 민호가 뭔가 묻고 싶은듯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묻자, 세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꽤 많은 인원의 그들에게. "술이나 마시고 있어." 라고 말하고 비어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나 최종민에게 이런 일이 귀에 들어가서는 안될터이니 비밀스럽게 얘기하려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 음 내가 그 모습인 이유는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야." "네?" "흠흠 알다시피 내가 그 학교에서 꽤나 손꼽히는 수재 거든. 그래서 모범생의 모습도 해야하고, 학교에서 만큼은 싸움에서 손을 떼야 하거든." "그런데 어째서 그런 모습으로.." "이 모습이라면 꽤 귀찮아 지거든. 더구나 이 짓만 벌써 3년이 다 되어가고 이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되니까." 세라의 조금은 길다 싶은 설명에 두 명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민호 너랑은 안경낀 그 모습으로 자주 만나게 될거야. 우선은 같은 학교니까." "네." "그러니까 앞으로도 조심해줘. 주차장 너도 시내에서 가끔이라도 마주치면 모른척 하라고?" "네 ^ㅇ^;" "그래 그리고 형우는 원래 알고 있었던 얘니 신경쓰지 마." 세라가 형우의 손을 꽉 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알아서들 입을 다물어 줄 테니 상관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그 순간. -쨍그랑 -챙그랑 "이 개새끼들아!!!!!!" 꽤나 커다란 욕설과 함께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그들의 심기를 건들였다. "뭐지?" "글쎄요 싸움이라도 난게 아닐까요? 여기선 그런게 허다하니." "가보자." 세라가 갈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소리가 나는 근원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멈칫. 쩌억.. 세라는 물론이고 형우 그리고 민호와 차인도 놀라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아 씨파 공고 새끼들 아주 싹 걸렸어." "니들은 또 왠 양아치 새끼들이야!?" "씨팍! 지금 니들이 양아치라 했냐? 입문계 새끼들이 공부는 안 하고 무슨 나이트야?" "개새들 말 다 했냐?" 상고 패거리들(형우의 친구들)을 제외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껄렁껄렁한 자세로 금새라도 주먹을 날릴듯한 이 분위기. 세라는 어째서 여기에 공고와 다른 학교 무리들이 섞여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진호와 유빈 그리고 호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얼굴을 알리 없는 세라는 그저 다른 학교 인간들이라 생각하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할까라고 고민 중이었다. "이 씹쎄들 누군진 몰라도 다 죽어봐라!" "우리가 할 말이다!" 와장창창창-★ -뻐억 퍽 빠악 결국 다혈질인 세 무리는 서로 엉키고 섞여서 싸움질에 돌입했다. 역시 양아치 패거리들이라 그런지 치사하고 비열한 술수는 당연지사 쓰고 있었다. 최종민은 뒤로 빠져서 구경중인 듯 했고 대략 30여명의 아이들과 공고 아이들 입문계 아이들이 서로 엉켜 싸우고 있었다. 우당탕탕 "꺄아아아악 싸움이다 싸움!" 세라의 학교 아이들과 달리 여자들은 굉장한 비명을 지르며 저마다 도망다니기 바빴다. 이런 흔치 않은 싸움을 마다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여자들임이 분명했다. "형우야 불." "담배는 안 좋은건데‥" "불." "응." -틱.. 이왕 하는 싸움. 구경이나 하자라고 생각한 세라는 담배를(레종 이었다.) 입에 물었다. 안 좋은걸 알면서도 인상을 찌푸리며 형우는 불을 붙였다. '차라리 내가 펴서 몸 상하는게 났지. 젠장‥' 뿌연 연기가 흩어지자, 세라는 기분 좋은듯 담배향을 음미하고 형우는 그다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세라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아아 젠장 어디서 싸움질이야." "ㅇ.ㅇ 어느 학교 일까~?" 투둑.. 그 순간. 두 패거리의 대가리로 보이는 미남자 둘이 저벅저벅 일어나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둘이 나오자 공고 패거리와 입문계 패거리들이 사사삭 흩어졌다. "어라 넌 파란머리?" "=_= 이건 또 뭐야." 진호가 먼저 새초롬한 입을 열고 귀엽게 소리치고, 곧 호수가 황당하다는 듯 진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치익.. 담배를 피던 세라의 동작이 일시에 멈추어 졌다. '천호수..그리고 한진호.' 놀란 표정으로 호수와 진호를 번갈아 보는 세라. "헉 공고 한진호다!!" "씨바 천호수다!!" 다른 패들도 호수와 진호를 알아본건지 각자 주춤하며 물러섰다. 그와 반대로 호수와 진호는 대수롭지 않게 머리를 긁적이며 서로를 번갈아 보기만을 반복했다. 이렇게 마주친건 처음이다 싶어 얼굴을 자세히 봐둘겸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존나 잘 생겼네.'-호수 '이형우나 천호수나 다들 왜 이렇게 잘 생겼지?'-진호 소문 이상으로 무척이나 꽃미남인 둘의 외모였다. 여기에 이형우 까지 합세한다면‥ 그야말로 꽃 밭이 아닐까. "우얼.. 왠 공고놈들이 히헉!!! 하 하 한진호!?" 술에 취해 비틀 거리던 유빈이 진호의 얼굴을 보고 놀란건지 기겁을 하며 뒤로 기우뚱 거렸다. 술이 다 깨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한진호라니 더구나 진호 패거리가 아닌 저 많은 숫자들은 또 뭐란 말인가. "뭐야 성유빈까지 있잖아." 공고의 몇명이 성유빈을 알아보고 중얼 거렸다. 그에 반해 유빈은 놀란 얼굴로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는데, 어떤 기억이 스팟 하고 뇌리를 훑고 지나갔다. "너..너희들 혹시 블랙이냐?" 한달 전 우연으로 친구들과 나이트에 들린 유빈은 저들을 본적이 있었다. 그 때 몇몇에게 이렇게 들었었다. [블랙] 최대 학생들이 모인 폭력써클. 대부분이 양아치 기질이 다분한 고딩들이 모인 꽤 조직적인 써클이라고. 아직 써클의 실질적인 리더는 보지 못했지만,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는것이 좋다고 들은 바 있었다. "쿡쿡." 블랙이라는 말에, 많은 아이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자신들을 알고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물론 소문이야 자자하지만 얼굴들을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블랙!?" 최다 폭력써클로 알려진 블랙을 난다하는 이들이 왜 모르겠는가? 놀란 얼굴로 번갈아 보기만을 여러번. "씹 블랙이건 뭐건간에 술 다 깼네." "ㅇ.ㅇ 후웅.. 술 맛 다 떨어졌엄." 놀란 그들과 달리 불만스럽게 볼멘 소리로 궁시렁 거리는 둘. 블랙을 알고는 있지만, 싸움엔 꽤 자신있는 그들이기에 그다지 두려움이란건 느껴지지 않는 듯 했다. "하 저 놈들봐라? 한진호랑 천호수..듣던대로 깡쎄네?" "아무리 봐도 우리가 숫젓으로 우세할 텐데." "쿡쿡 거기다 블랙의 최고리더 까지 있는데 아주 깨질려고 빽을 쓰네." 사복을 입은 그들이 호수와 진호를 보며 키득 거리자, 호수는 꽤나 스팀 받았는지 눈썹을 꿈틀 거리며 위협적이에 말했다. "죽고싶냐?" "존나 재미있는 소리네. 그래 죽고싶다." 빡★ "그럼 죽어라 또라이 새끼야." 호수의 선빵으로 인해(술에 취해 정신이 오락가락 함) 다시금 싸움이 시작되었다. "ㅇ_ㅇ 우리도 싸움하자." 진호가 눈을 댕그랗게 뜨며, 싸움판에 끼어들자 공고 아이들도 주춤거리더니 이내 같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쨍그랑 퍽 퍼억 유리병 깨지는 소리와 둔탁한 소리들이 들리고, 놀라서 굳어있던 세라는 곧 인상을 펴고, 나지막하게 그러나 충분히 들릴만한 저음으로 말을 이었다. "그만둬." 멈칫멈칫. 딱 한마디에 즐겁게 싸움에 임하던 그들이 동시에 멈추어 버렸다. 블랙의 아이들이 싸움을 멈추자, 공고나 입문계 아이들도 덩달하 멈추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뚜벅..뚜벅. "후우~ 정말 가지가지 하네." 뿌연 회색빛이 연기가 흩어지고, 도도한 자태의 세라가 그들에게 다가섰다. 어느 남자건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지고, 얼굴은 붉게 달아 올랐다. 이렇게 가슴을 설렐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누님~♡" 세라를 보자마자 반기는 것은 진호였다. 진호는 귀엽게 웃으며 세라에게 안겨 들었다. "떨어져!!" 동시에 진호를 훽 하고 떨쳐버린 세라와 형우. 그와 동시에 나이트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왠 이형우? 세상에‥ 다 모였네." "한진호가 이형우 옆에있는 여자랑 아는 사이야?" "그보다 저 여자 옆에.. 이형우는 물론이고 주차인하고 이민호까지 있어." 쩌어억.. 세라의 옆에 버티고 있는 형우와 그리고 민호와 차인을 보며 아이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유빈아 왜 저 여자 옆에 이형우랑 주차인 그리고 이민호 까지 있는거냐?" "잘 빠졌다." "미친.." 호수역시 혼란스러운 얼굴로 유빈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유빈은 이미 홍야홍야 거리며 세라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는 그에게도 처음이었으니까. "니들은 나가라." "네!!!!!!!" 세라의 짧고 간단한 명령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들이 무리를 지어 나이트를 빠져 나간다. 남은건 멍하니 세라를 바라보고 있는 공고 무리들과 입문계 아이들. "그리 놀라워 할거 없어. 아까 그 얘들은 상고 얘들이니까 그렇지 형우야?" 싱긋.. 세라의 미소에 형우가 고개를 끄덕 거렸다. "뭐야 말로만 듣던 이형우 여자 친구였던거야?" "그러고 보니 진호야 저번에 이형우 옆에 있던 그 무서운 여자 아냐? 니가 늘 말하던 그 여자." "아! 나도 기억난다." 공고 아이들이 아주 먼 옛날(??) 세라와 형우가 같이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고로 곧 블랙이란 집단에 대해서는 잊고, 상고 패거리들이라 치닫아 버렸다. 주차인 역시 상고이니 말이다. "한진호랑 이형우 여자친구가 아는 사이야?" "공고 얘들도 아는거 같은데?" "그런데, 이민호는 왜 저기에 껴있는거지?" 그들을 처음 본 입문계 패들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후후 민호도 형우 친구거든. 상고는 입문계 친구 없지 말란 법 있니?" -끄더더더덕. 세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물며 말하자, 형우는 물론 차인과 민호도 고개를 끄덕 거렸다. 무척이나 어색한 행동이었지만, 그런대로 다들 믿어 버리는 듯 싶었다. "누님! 오늘따라 더 예뻐보이네." "그래." 세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마주하자 진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가슴 한 구석이 심하게 아릿해 오는 느낌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야." 형우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세라에게 호수가 말을 던졌다. 후우 하고 연기를 내뱉으며 도도한 눈으로 호수를 내려다 보는 세라. 세라의 모습은 이형우의 여친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자신이 만나왔던 여자들 보다도. 화장기 하나 없는 청순한 얼굴이지만 무척이나 도도해 보이는 모습. 분명 처음보는 얼굴이었는데, 저 눈빛만은 무척이나 낯익었다. "너 어디서 나 본적 없냐?" 쿵.. 호수의 예리한 눈초리에 세라의 심장은 저 멀리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설마하니 알아 보겠는가? 성유빈도 못알아 보는듯 싶은데. "글쎄? ^-^ 시내에서 보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가? 하긴 이형우 여친이니 가끔 봤을수도 있겠네." 세라가 싱긋 웃으며 담배를 발로 짓밟자 호수는 예사치 않은 이형우의 얼굴을 훑어보며 중얼 거렸다. 그런데, 대체 이형우는 왜 처음보다 싶이 하는 자신을 저리 적대적으로 노려보는 것일까? "결국엔 다 만나게 될 사이인데 미리 얼굴들 익혀 두는것도 괜찮네." 세라가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한 그들을 향해 말하고 곧 손을 매혹적이게 흔들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다음에 또 보자고." 세라가 싱긋 웃으며 등을 돌리고, 그 뒤를 주차인과 이민호가 따라 나섰다. 그다지 좋은 의미의 미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직도 멍하니 세라의 뒷 모습만 쳐다보는 유빈. 씁쓸하고, 또한 슬픈 눈으로 하염없이 세라의 뒷모습만 쫓는 진호. 그리고 나름대로 호수역시 이상한 감정에 혼란스러워 졌다. 얼굴은 물론 목소리의 높낮이 더불어 너무나도 인형같은 여자인데 꼭 모범생 은세라를 보는 듯 하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부아아아아앙!!!! 은빛의 색깔이 화려한 바이크 몇십대들이 도로위를 세차게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몇 대의 경찰차가 따라붙고‥ "여기서 해산이다!!" 세라는 긴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뒤에 따라오는 무리들에게 외쳤다. 동시에 사사삭 흩어져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바이크들. 부아아아아앙 세라역시 기분 좋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속도를 더 높여본다. 한 밤의 질주였다. * * * 끼익 은빛의 바이크 두 대가 거친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세라야 니가 말했던 여자들 말인데.. 미리 다 치워버렸어." "아.. 그래?" 형우의 말에 아쉬운듯한 표정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자신을 괴롭히던 여자들의 최후를 맛보고 싶었는데 참 아쉬웠다. "그럼 피곤할텐데 가서 푹 자." "응." 형우는 세라의 머리카락을 흩트러 놓더니, 곧 부드러움 웃음을 지은채 손을 흔들었다. "들어갈게." 세라가 짧막한 인사와 함께 집으로 들어서자 형우는 여전히 웃는 모습으로 그녀의 뒷 모습만 바라보았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형우에게 있어 뒷 모습만 보아도 이렇게 가슴을 뛰게 하는 여자는 아마 세라뿐일 것이다. 형우의 심장을 뛰게하는 단 하나의 존재. 앞으로도 그럴거지만 형우에게 있어 여자는 단 한 명뿐 일것이다. 다음날. 다음날은 세라가 가장 좋아하는 일요일 이었다. 형우는 오후 8시쯤에 오기로 되어 있었고, 세라는 오랜만에 시내를 돌아 다니고 있었다. "소세지를 살까 메론을 살까~" 과일을 반찬으로 생각하며 밥을 먹는 입맛이 조금 독특한 세라. 이번에 역시 여러가지 과일과 반찬을 고르는 중이었다. 윤기나는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 거리자, 주변의 남자들은 세라에게 시선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딸기랑 밥이랑 비벼 먹으면 맛있으려나?" "바나나가 더 좋은데." "아 그렇군! ...이 아니라 =_= 왠 놈이냐!?" 자신의 어깨위에 묵직한 느낌과 높은 톤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세라는 과일을 고르다 말고 뒤를 홱 돌았다. "하이 누님." 뒤에선 밝게 웃음짓고 있는 진호가 보였다. 그의 웃음을 본 순간 세라는 잠시 멍해졌다. 요 놈이 왜 여기에 버젓히 자리를 잡고 있는 거란 말인가. 더불어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두고. "야 너.." "헤헤 누님 바나나랑 밥 비벼 먹는게 더 맛있어. 키위도 좋고~" 세라가 진호의 얼굴을 떼며 인상을 찌푸리자 어느새 진호는 과일을 이것저것 골라주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샤방한 웃음이 여자들 꽤나 피쏠리게 하는 듯 싶었다. 보라색 스카프를 목에 둘렀는데도 그의 외모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 여튼 여튼 진호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세라가 입을 떼며 말을 이었다. "덴당 정말이냐?" "응! 파인애플도 좋고, 자두도 좋앙♥" "씨파 같이 고르자." 세라의 최대 약점 중에 하나, 과일에 무척이나 약하다.;;;;; 세라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 메론. (형우가 삼주일에 한번씩은 꼭 한박스씩 사가지고 온다.) 그 외에도 과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과일을 잘 알고 있는것 같은 진호를 옆에 끼어두고 과일을 골랐다. 토마토에 감 그리고 귤 등등등. 한달 먹을 양만큼 충분히 담은 세라는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학생이 카드라니..;) 주소를 끄적 끄적 적고는 마트에서 빠져 나왔다. "누님 같이가~" "놔라." "헉 너무해. 이제 가라고?" "어." 볼이 다 봤겠다 이젠 귀찮기만 한 진호를 홱 하고 떨쳐 버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걷기 시작하는 세라. 어쩌다 자신의 모습을 들켜서 친구라고 정하기는 했다만 다른 이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는 세라이기에 차갑고 무뚝뚝하게 대답해야 했다. "히잉 예쁜 누님아~ 놀아주셈♡" "꺼져." "누님은 입도 거칠어라." "니 귀여운 눈망울을 뽑아 버리기 전에 얌전히 닥쳐라?" 귀엽게 촐랑이던 진호가 이어지는 세라의 독설가까운 말에 겁먹은듯 울먹 거렸다. 남들이 보기엔 껴안고 덥칠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건만 세라는 되려 짜증난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누님~" "따라오지마." "누님~" "이게 진짜 맞을래?" -타악 참다못한 세라가 주먹을 날리려 들자 진호는 그 주먹을 손으로 턱 잡고는 세라의 품에 폴짝 파고 든다. "누님 내 심장이 막 고기처럼 펄떡펄떡 뛴다?" "안 떨어지냐?" "난 누님이 참 좋아~" -팍!!!!! 슬픈빛이 감도는 진호의 눈빛을 본 순간 세라는 거칠게 진호를 밀어냈다. 장보다가 이 무슨 괴변인지. 어째서 진호가 자신에게 이리 달라붙는지는 몰라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뭐랄까 자신역시 심장이 뛰었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갑자기 자신의 품에 안겨든 진호때문이라 생각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머리카락을 긴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렸다. "따.라.오.지.마." 무표정하며 세라의 단호한 말에 진호는 고개를 끄덕 거렸다. 저벅저벅. 쪼르르르르 '......' 저벅저벅 쪼르르르르 저벅저벅 쪼르르... "지금 그것도 스토커 짓이라고 하고 있는거냐?" "에? ㅇ_ㅇ 나 스토커 안 하는데." "그럼 지금 뭐 하는거냐?" "스토킹 하는데~" '미친 씨바랄..' 세라는 입에서 거친 욕이 나오려는걸 꾹 참고 진호를 노려 보았다. 저 아이의 정신상태는 확실히 글러 먹은거 같다. "니 다 보이거든?" "헤헤 완벽했는데 아쉽네." '미친놈.. 그렇게 큰 소리로 그리고 그렇게 가깝에 쫓아오는데 눈치 못 챌 사람이 어디있냐? 그리고.. 완벽하긴 뭐가 완벽해!!!!!!' 진지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진호를 보니 기가 막혀왔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도를 넘어서 바보같다고 해야할까? "너 바보지?" "아니 >_< 진호 학교에서 38등해!!! 전교에선 460등 이란 말이야!!!" =_=...'바보맞네.' 미치도록 깜찍한 진호의 표정에 세라는 혀를 끌끌 차며 열쇠로 문을 열었다. 팅.. "방금 뭐가 지나갔냐." 그 옛날. 모 회사의 깜찍이 CF를 보는 것 같이 문을 연 순간 아주 빠른 물체가 세라를 지나쳐 들어갔다. 뻥진 표정으로 그 물체를 보아하니. "^ㅇ^ 우와 누님 집 댑따 크다!" 방실이 한진호 였다. "존말로 할때 나가라?" "누님 오늘만 놀아주라 응?" "나가라?" "오늘 진호 무지 슬픈날 이란 말이야." 진호의 옷깃을 잡아 끌며 밖으로 내보내려 하자 진호는 무척이나 슬픈 눈동자로 세라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보는 이 조차 왈칵 하고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슬픈 눈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괜시리 마음이 흔들리는 세라. "......" "딱 12시가 되기까지만 놀게해주라." '젠장 난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 너무나도 간절하게 부탁하는 진호의 말에 세라는 잠시 고민에 빠져 들었다. "너 남잔거 아냐? 난 여자고." "집에 아무도 없어?" "어." "헤헤 덥쳐야지." '......불쌍하긴 개뿔.' 잠시라도 진호를 불쌍하게 여긴 세라가 후회를 하며 주먹을 홱 하고 날렸다. -퍽 "나가." "알았어 알았어. 안 그럴테니까 >_< 놀게해줘~♡" "휴우.." 한숨을 푸욱 내쉬며 뒤를 돌아보는 세라. "에이 착하고 아름다운 누님 한번만 선처해줘~" "젠장 따라들어와." "감사~" 여간 짜증스러운 일이 아니었다만, 거절할 수도 없고 해서 진호를 안으로 들였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형우도 오고 하니 그다지 문제가 될거라 생각치 않았나 보다. 이상한 짓 할만큼 나쁜놈으로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순수한 그 눈빛을 속일 순 없으니까. 세라를 따라 졸졸졸 쫓아온 진호는 구경 하기에 바빴다. 집 안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무척이나 넓었기 때문이다. "누님 방 구경해도 돼?" "마음대로 대신 물건들만 건드리지 마." "응응!" 세라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곳 저곳을 자기 집 처럼 넘나드는 진호. 그렇게나 넓은 집이 신기했을까? 넓은 집 보단 세라가 사는 집이라 더 신기한 것 뿐일거다. TV시청을 하고 있던 도중.. 현관문이 열리고, 자연스레 형우가 들어섰다. 아직 진호가 들어온건 모르는 듯 싶었다. 낯선 남자의 신발이 버젓히 놓여있는데 그의 눈에는 오직 세라만이 보이는 모양이다. "세라야~" 부드럽게 눈을 접으며 세라에게 폭 안기는 형우. 세라는 귀찮은 듯 형우를 밀쳐 버리고 TV에 여전히 시선을 둔채 말을 이었다. "형우야 가서 내 방에서 과자 좀 가져다 주라." "과자? 뭘로 가져다 줄까?" "알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거." "알았어 칙촉." 밀쳐지는 건 그다지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는 일이기에 (참 많이 당해본 불쌍한 남정네였다.) 빙그레 웃으며 세라의 방으로 들어섰다. 세라의 부탁이면 뭐든지 다 즐겁다 이거다. 흥얼 흥얼 거리며 불꺼진 어두운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형우. "칙촉이 어디있더라?" 박스에서 과자를 뒤적뒤적 거리다가 곧.. "으흐흐흐흐 안녕하신가 이형우군." 귀신같이 소름끼치는 목소리와, 허연 얼굴에 놀라 얼굴이 굳어 버리고 만다. '......' 말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이었다. 반명, 진호는 세라의 방에서 (세라의 방엔 형광등이 다 닳아 켜지지 않았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이용하여 구경을 하던 도중 누군가가 들어옴에 어둠속에 몸을 숨겨 버렸다. 세라의 방에 들어온 이가 형우임을 눈치채고(문이 열리던 순간 형우의 얼굴을 보았다.) 자그만한 장난을 칠까 해서, 형우의 앞에서 후레시로 얼굴을 빛추며 귀신의 모습을 행세한 것이다. "헤헤 형우군 굳어 버린거야?" 진호가 활짝 웃으며 묻자 형우는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귀..귀 귀 귀 귀신이다!!!!!!!!!!!!!!!!!!" 라고 어울리지 않게 비명을 지르며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얼라리? 형우군 왜 저러지?" 갑자기 비명을 지른 형우가 이해가 되지 않는듯 진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기도 한 것이 형우의 이미지는 늘 상 차가웠는데 설마하니 자신의 어설픈 귀신 흉내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리고 탁탁탁탁탁 타다다다다닥 풀썩.. 겁에 질린 형우는 곧장 세라에게 달려가 폭 하고 안겼다. "억 씨바 뭐야." 갑자기 커다란 형우가 달려들자 세라의 몸이 기우뚱 거렸다. 놀란 듯 욕을 읆조리자 형우가 얼굴을 들어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 "니.니 니네 지..집에 초..초..총각 귀.귀 귀신이있어." 눈물까지 글썽이는 형우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하지만 세라가 보통 인간의 눈을 가지고 있던가? 그저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다큰 남정네가 귀신이 무서워 벌벌 떨고 있다니. 게다가 총각귀신? 참 웃기는 소리다. 하지만 형우가 놀란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는지 토닥토닥 거리며. "그래 어떻게 생겼던?" "어.얼굴이 무척 하얗고 눈이 커다랬어. 그러고 보니 귀신이 보라색 스카프를 둘렀던거 같기도 하던데." 더듬더듬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 형우. 보라색 스카프란 말에 세라가 짐짓 진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거기다가 내 이름도 알고 있더라고 진짜 귀신이었나봐." 그렇다는 얘긴.. 형우가 들어선 방이 진호가 들어선 방이고, 형우는 진호의 얼굴에 놀라 뛰쳐 나왔다? "하하하하하." 웃음이 흘러 나왔다. 유독 형우가 귀신에 약한다는 건 알았다지만, 진호의 얼굴을 보고 총각 귀신이라니. "왜 우..웃어? 귀신이 좋아? 좋냐고!" "좋아 죽겠다 크크큭." "은세라 너 졸라 밉다!!!" 지나치게 얼굴이 빨갛게 닳아 오른채 삐져있는 형우를 보노라니 정말 귀엽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이토록 형우를 당황케 만드는건 세라라는 존재와 귀신밖에 없는 듯 했다. "진짜? 진짜로 내가 미워?" "젠장.." "그렇구나." "내가 너 미워할 수 없다는거 알면서 꼭 집요하게 물어야 겠냐?" 세라가 얼굴을 가까이 대며 묻자, 형우는 입술을 꽉 깨물며 졌다는 듯 말을 이었다. 세라가 귀신이 좋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밉다는 얘기를 꺼낸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쿠쿡 근데 형우 니 뒤에 그 총각귀신 있다." "뭐? 자..장난 치지마." "뒤에 있어. 그지?" 잠시 장난끼 서렸던 세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불길함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만 애써 괜찮은 척 하며 표정을 가다듬는 형우. "응♡ 형우군 나 여기있어." "......" 하지만 뒤 이어 또 다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쫘악 오르고 움직임이 멈추어 버렸다. 그 목소리다 '총각귀신.' 그 총각귀신의 손이 형우의 어깨에 머물자 형우는 굳어버린 얼굴로 홱 하고 뒤돌았다. 스윽.. "으아아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형우의 비명소리.; 놀라기도 무척 놀랐나 보다. ">_파마머리가 참 특이했던..) 여튼 주위에서 친구들이 말리던 말던, 파마머리는 무대뽀로 세라의 어깨를 낚아챘다. 휙 뻐억-!! 하지만 본능적으로 변태퇴치 호신술을 쓴 세라에 의해 바닦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으윽.." "얼라리? 변태가 아니었네?" 세라는 어떤 간큰 변태가 낮부터 활개를 치나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파마머리 여자라는 것에 의외라는 듯 말꼬리를 높혔다. '칫.. 느낌은 분명 변태였는데.' 세라는 왠지 아쉽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다시 가던길로 향했다. "야!!!!!!" 패대기 쳐놓고도 모른척 가버리는 세라가 얄미워 파마머리가 힘차게 소리쳤다. '어디서 개가짖나?' 하지만 세라는 귀를 후비적후비적 파며 갈길만 걸었다. "야!! 니가 이형우 여친이라고 뵈는게 없나본데!!!!" "놔." 벌떡 일어나 세라의 어깨를 다시 한번 잡은 파마머리. 하지만 이어지는 세라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움칠 거리고 만다. "너..너! 진짜 맞아볼래?" "놓으라고 했어." "으..씨!" 뻣속까지 얼어붙어 버릴 정도로 차가운 무표정에 파마머리는 입술을 꾹 깨물며 손을 스륵 내려 놓았다. "변태느낌 주제에.." 불쾌하다는 듯 어깨를 두어번 툭툭 털고,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세라.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며 파마머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게 왜 따라가니?" "내 말이.. 이형우 여자친구인데 보통일리 없잖아." "차라리 건드리지 말지 그랬어." 그 뒤로 그녀의 친구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찼다. 차라리 가만히나 있으면 쪽이라도 안 당하지. 왜 나서서.. "젠장 나 절대로 가만 안둘거야." 마치 복수를 다짐하는 듯 무서운 눈초리로 세라의 뒷 모습만 노려보는 파마머리. 자신은 있는 듯 없는 듯 무시하는 저 여자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번에 팔을 그대로 꺽어 학교 앞에서 쪽팔리게 한 짓도 말이다. 특히나 가장 큰 이유라 하면, 이형우의 여자친구라는 점. 하나더 추가하자면 자신을 변태취급 했다는 것 이다. '니가 가만 안 두면 어쩔려구.. 이형우라도 뺏게?' 복수로 눈이 활활 타오르는 파마머리 친구들은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외모를 보나, 성격으로 보나 이미 세라에게 꿀리는 듯 보였기 때문에. 더구나 무슨수로 세라에게만 일편단심인것 같은 형우를 넘볼까. 보통 여자들한텐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남자인데. 이러나 저러나 절대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파마머리 친구들은 세라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해서만 떠올리고 있었다. (친구맞나?) * * * "으 짜증나.." 세라는 연신 투덜투덜 거리며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오랜만에 꽤 짭짤한 싸움 거리는 없나 하고 말이다.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던 참에.. 발견한 미친노마 하나. "히끅!!!" 순간 저 멀리 있던 진호가 자신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라는 놀란 눈동자로 슬금슬금 등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사사사삭.. 마치 주방에서 볼 법한 바퀴벌레의 흉내를 내며..(그만큼 재빨랐다 이거다.) "와아! 먹을거 천지다." 진호의 미친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왔다. 하지만 먹을것엔 그다지 관심없는 세라는 무시하고 걷기 시작했다. "천호수다!!" 천호수.. 순간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왠지 부딫치고 싶지 않다는 사실에 무시하고 걸었다. (세라는 그렇게 단세포가 아니다.) "어라!? 여자끼고 있는 이형우다!!!!!!!" 순간.. 순간.. 세라는 이성을 잃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형우 이 자식이 어디서 바람을..!' "누님 안녕♡" 세라가 이를 으득가며 뒤를 돌았을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형우가 아닌 진호였다. '걸려 들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방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역시 세라에게 약한것이 있다면 이형우와 관련되어 있는 일 인거 같다. "누님 오랜만♡" "우리 얼마전에도 봤어." "반가워♡" "차라리 말을 말자." 세라는 축 처진 모습으로 걷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터벅터벅.. 그리고 그 뒤를 졸졸졸 쫓아오는 진호. 시내에서 만난것만 해도 벌써 2,3번째 되는거 같다. "왜 자꾸 따라오는 거냐." "누님.." "왜." 세라의 목소리는 여전이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호는 뭐가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며 세라의 옷자락을 끌며 말했다. "우리집에 들렸다 가라." "내가 왜." "^ㅇ^ 선물주려구." 흔들.. 세라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런.. 세라가 약한 또 한가지..(약한것도 참 많다.;;) (두둥!!) 뇌.물이렸다.;;; "서..선물? 무슨?" '돈이냐? 아님 보석?' 세라의 눈이 하트 모양이 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진호에게 물었다. "있어 ^ㅇ^ 달 보다 더 예쁜거.." '보석이다!!!!!' 진호의 순수한 모습에 세라는 보석이라 단정짓고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어..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 가자!" "응♡" 세라가 기대에 찬 듯 외치자, 진호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 "이거야 ^ㅇ^." '.......' "누님?" '......' 휘청.. 꽤나 커다란 집에 들어와서 건내준다는게 고작 도화지 두장 이었다. 세라는 한껏 기대한 보석의 꿈이 사라지자 빈혈이라도 걸린 듯 휘청 거렸다. "괘..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싱글싱글 웃던 얼굴이 당황스럽게 변하더니 곧 세라에게 걱정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하아..' 남 모르게 한숨을 내 쉬는 세라. 차마 저 여린 눈동자를 가진 녀석에게 보석이 아니라 실망해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세라는 머리를 짚으며 가까운 쇼파에 앉아 도화지를 받아 들었다. "이게 뭐야?" "어디 아픈거야?" "이게 뭐냐고." "약 사다줄까?" 겨우 휘청 거리거 하나에.. 이 난리인지. 형우보다는 덜 하다만, 이 녀석도 꽤나 호들갑 스러운거 같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는.. "야.." "봐봐 열 나나." 세라가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자, 진호는 손을 뻗어 세라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 [쿵덕 쿵덕..] [쿵덕 쿵덕..] 차가운 손이 이마에 놓여지자 세라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안 아프니까.. 이거 뭐냐고." "정말 안 아파?" "어. 잠시 중심을 못 잡아서 그랬어." "아.. ^ㅇ^ 다행이다." 아프지 않다는 말에, 진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베시시 웃어 보였다. '멍청한 놈.' 세라가 낮게 중얼 거리며 쿵덕 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켰다. "그보다 이거 뭐야?" "펴봐." 세라가 다시한번 묻자 진호는 종이를 펴보라며 싱긋 웃었다. 스륵.. 도화지가 파르륵 소리를 내며 펴졌다. 툭.. 그리고 펴진지 얼마되지 않아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너 언제.. 내 사진 붙였냐?" "응? 사진?" "아.. 컴퓨터로 확대해서 뽑은 모양이구나." 도화지를 보던 세라가 놀랍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진호가 넘겨준건 그림보다는 사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헤에 누님 바보구나? 이거 내가 그린거야." '=_=...'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진호가 싸움과 얼굴 빼고도 장난 아니게 잘난 게 있었으니.. 바로 그림 그리는 솜씨였던 것이다. 세라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도화지는 마치 세라의 사진을 보는 듯.. 거울을 보는 듯 아주 똑같았다. "어라? 이건 무표정이네?" 세라가 받은 그림은 총 두장. 한 장은 무표정인 그림. 바로 모범생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었다. "^ㅇ^ 이건 누님의 진짜 모습을 가리는 거 니까." 진호가 안경을 가르키며 말했다. 공감되는 사실이었다. 학교에서의 세라의 모습은 안경으로 가리고 있음이 분명했으니까. "근데 이건.." "헤헤 달 보다 이쁘지?" 세라가 또 하나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뭐라 물으려 하자, 진호는 이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갈색 머리카락의 세라. 이가 들어날 정도로 환히 웃고있는 모습이었다. ...[달보다 이쁘지?] 진호가 달보다 이쁘다는건 보석이 아니라 세라의 웃음이었나 보다. 세라의 웃음이 달보다 예뻤나 보다. "근데 내가 이렇게 웃는건 드물텐데 어떻게 그렸냐? 거기다가 난 모델이 되어 준적도 없는데." 세라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진호와 있을 적에 분명 모델이 되어 준 적도 없고, 더구나 이렇게 밝게 웃은적도 없기 때문이다. "헤헤 형우랑 누님이랑 대화할 때 사진 찍었지~" '스.토.커.' 차마 방실방실 웃는 진호에게 스토커라 대놓고 말해 줄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세번째 손가락만 살짝 올려주고 말았다. "여튼 고맙다." 도화지를 둘둘 말은 세라가 진호를 향해 말했다. 보석보다 비싸진 않겠지만,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건 물론, 진호가 말한대로 꽤 예쁜 웃음이니 간직하고도 싶었다. 형우가 옆에 같이 그려져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뭘~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테니까 집 구경하고 있어." '돈 되는거 있으면 좀 쌔릴까?' 돈도 많은 주제에.. 진호가 화장실로 간 틈에 세라는 어떤 방으로 이끌리듯 들어갔다. 끼익.. 문 소리가 나고.. "와우.." 세라는 방 안의 광경에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온통 여자의 사진.. 그리고 여자의 그림. 웃는 모습만 가득한 모습. 마치 보름달을 연상시킬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터벅터벅.. 세라는 사진 구경을 접어두고, 벽에 끄적여 있는 낙서를 바라보았다. '보고싶다..' '오늘은 보름달이 떴다. 니가 무지 생각나는날.' '내 꿈에라도 나오지..무정한 여자.' '바보야.. 니가 그렇게 부탁하면 나 거절못하잖아.' '나 나쁜남자야..' . . . . '누님아 미안. 보름아 미안.' 꽤 깊게 파인 글자들 이었다. 이 여자는 아마 진호가 꽤나 좋아했던 여자임이 분명했다. 조금 걸리다 싶은 문장은 [누님아 미안.] 하지만 곧 그 문장이 이해가 가자 얼굴이 싸하도록 굳어져 버렸다. "어라 누님 어디있어!?" 곧 이어 진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라는 화들짝 놀라 그 방을 나와 버렸다. 벽 아래쪽게 작게.. 박힌 글자는 보지 못 한 채. [사랑하게 되서 미안..]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48 "누님 어디있었어?" "응? 저..저기 저 방." "다 봤어?" "응." 세라의 대답에 진호의 얼굴이 무서우리 만큼 무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저기 그 여자 니 여자친구였나봐." "......응." "지금은?" "없어." '죽었나?' 진호의 대답에 세라는 하늘로 가버렸다 단정지어 버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진호의 대답에 미간이 좁혀져 버렸다. "내 옆에 없고.. 내 친구옆에 있어." "......" "나쁜 보름달." "나 가야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내뱉긴..' 세라는 진호의 말에 도화지를 주어들고 신발을 주섬주섬 신었다. "나쁜 누님.." "야.." "보름달 한테 줄 내 마음 다 빼앗아 가 버렸어." 머엉.. 화악..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하는 진호의 목소리에 세라는 얼굴이 붉게 닳아 올라 버렸다. 이것도 고백의 일종인가.. "자..잘있어라!" 세라는 재빨리 진호의 집을 나서 버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진호의 눈동자는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 진심이 담긴 그러한 눈빛이었다. '제길.. 나 중학생 때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남자가 꼬여?' 천호수에 이어서 한진호 까지.. 세라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공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학새때야 일부러 꼬이게 했다지만, 지금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초절정 꽃미남이 알아서 꼬여들다니. "후우 저녁인가." 세라가 혼란스러운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시간이 꽤 지났었는지 이미 밖은 어두컴컴 했다. "여어 이쁜 누님~" 분명 대사는 진호와 똑같았건만, 느낌은 이리 지저분하고 느끼할까? 세라는 그다지 좋지 않는 남자의 말투에 느끼한 버터를 떠올렸다. "누님 혼자면 우리랑 놀래?" 대 여섯명의 남자들이 세라의 얼굴을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예쁜 미모의 여자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운수대박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세라의 외모를 봤을 때의 생각이었다. 사실상 운수대박보다는 ... 불운대박에 가까웠다. "와 가까이서 보니 더 대박이다." "나야말로.." 세라의 얼굴을 가까이들여다 본 남자가 황홀하다는 듯 말했다. 세라는 얼굴을 살짝 들며 낮게 중얼 거렸다. "응?" "대박이다." 퍼억!!!!!!!! 그리고 그대로 남자의 턱을 주먹으로 세게 올려쳐 버렸다. "후후후후 고마워 때마침 나타나줘서." 세라는 소름끼치도록 스산한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혼란하던 참에 이게 왠 떡인가 했다. 처음부터 공부에 관한 스트레스로 주먹을 다툴만한 존재가 필요한 것이었고 마침 이렇게 나타나 주니 고맙기 까지 했다. "으윽.. 저 저..기집애가." "뭐야 너 여자한테 한 방 맞고.." 세라에게 맞은 남자가 턱을 움켜쥐며 신음을 흘라자, 그의 친구들이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끌끌차며 세라에게 다가갔다. "저런 연약한 녀석은 재미없지?" "응." "쿡쿡 그럼 나랑.." "너도..연약하면 곤란하지~"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미는 남자를 보며 세라는 즐겁게 흥얼 거리며 남자의 손을 꺽어 버렸다. 우두둑.. "으아아아악!!" 뼈가 사정없이 꺽여 버리자, 남자의 비명 소리가 공터에 가득했다. "이 정도로 비명지르면 곤란하지~" 세라는 오싹할정도로 낮게 웃으며 남자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걷어차 버렸다. 쿵.. 하고 남자가 맥 없이 쓰러지자. "씨바 성격 지랄맞은걸로 물었네." "말로는 못 잡겠는데?" "야 잡아." '오케이 오케이. 어서 오라구 친구들♡' 세명의 남자가 동시에 달려들려고 하자 세라는 손가락을 까닥 거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휙휙.. 남자들의 주먹과 발길질을 가볍게 피하고 제압하기 시작하는 세라. 마치 싸움을 즐기기 라도 하는 듯 피를 튀기며 웃고 있었다. "으으.." "허..허억 보통 여자가 아닌가 본데?" 거친숨을 몰아쉬며 상처 투성이인 남자들에 비해 세라는 비교적 숨도 고르고 있었고 지쳐 보이지도 않았다. 그제서야 조금 위험한 인물을 건드렸다 생각하는 남자들을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쪽팔리기는 하나 세라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후 도망가시려고? 그렇게 못 하지." 조금의 아량도 없는 듯 세라는 안 그래도 피투성이인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퍼억 그리고 한 남자의 허리를 뒤돌려 차기로 멋지게 날려 버렸다. "쿨럭.." "어이 이왕이면 피를 더 토하라고." 콰악.. 쓰러져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발로 짓밟으며 세라는 잔인하게 말했다. "으으.." "걱정마 이 이쁜누님이 너랑도 놀아줄게." 부들부들 떨고있는 남자에게 다가간 세라는 무표정으로 밟기 시작했다. 피가 꽤 많이 터졌을 때쯔음에야 발길질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는 세라. "후욱.. 이왕이면 담배빵으로 흔적도 남겨주고 싶다만.." "쿨럭.." "에라 오늘은 봐준다."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남자에게 인심쓴다는 듯 말하고는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대단하네.." "후우.." "여자가.." 낯익은 목소리가 세라의 귀를 파고 들었다. 하지만 짐짓 태연한척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무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보았다. '천호수가 왜 여기있는거야.' 세라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다름아닌 천호수 였다. 성유빈이 없는걸로 봐서는 혼자인 듯 싶었다. '정말 대단하네..' 호수는 공터를 바라보며 놀란 눈초리로 세라를 바라보았다. 장장 남자 5섯명이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었다. 꽤 잔인하게 밟은건지 얼굴은 피로 가려진 채 잘 보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싸움을 지켜보았던 호수는 오싹할 정도의 세라의 실력에 놀랐다. 이형우의 여자친구라 그런지 싸움 실력이 보통은 아닌 듯 했다. 빠른 스피드와 민첩한 몸놀림. 보통 남자들은 물론이고 조금은 날린다 하는 남자들보다는 더 셀것 같은 실력이었다. 호수는 남자들을 그렇게 만들어놓은 세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이쁘긴 하네.' 피가 덕지덕지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게 보였다. 모범생인 [은세라] 보다는 덜 심장을 뛰게 했다만 시각적으로 봤을 땐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뭘봐?" 허나 그 아름다움을 깨게 만드는 무감정의 목소리. 높 낮이도 없는 무의미건조한 목소리는 세라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파지직 깨게했다. "너 정말 닮았다." "날 언제 봤다고.." 호수의 말에 세라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어두고 고개를 돌려 호수를 바라보았다. "이번으로 두번째.." "그런데 누구랑 닮았다고?" "겉모습하고..행동은 틀리지만 니 눈이랑 너 같은 말투를 가진 여자애." '......!' 흠칫. 세라의 어깨가 잠시 들썩 거렸다. '설마..' 세라는 떠오르려는 불길한 생각을 접고 물었다. "그게 누군데?" "있어..내가 좋아하는 범생이." '니도 눈썰미가 그리 나쁜건 아니네.' 세라는 미간을 좁히며 담뱃재를 툭툭 털어냈다. 이 모습으로 마주친건 정확히 두 번. 겨우 두번으로 비슷하다고 대략 짐작을 하다니. 천호수도 경계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단 말인가? "어쨌던.. 너 그 녀석하고 너무 닮았어." "그래? 쿡 누군진 모르겠지만 열라 이쁘겠네." "졸라 이뻐." 머엉.. 호수의 진심어린 말에 세라는 잠시 뻥진 듯 했다. 이쁘다니.. 안경을 끼고 이쁘단 말을 들은건 참 소수의 숫자였는데. "쿨럭.. 그럼 나중에 보자고." "나중?" 세라는 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수는 세라의 '나중' 이라는 말에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 말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뜻인가? "이형우랑 싸울적에 말이야." "......" "꼭 만나게 될거야." "뭐.. 이렇게 만난건 의외였지만‥ 여튼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세라의 소름끼칠 정도로 싸늘한 눈빛에 호수는 흠칫 놀라며 대충 인사를 나눴다. 겨우 두번째인데 무척이나 낯익은 이 느낌. 아무리 봐도 모범생 은세라 같은 기분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동일인물이라는 생각까진 다가갈 수 없었다. 보통 여자들에게도 쥐어 뜯기는 모범생인데, 설마하니 남자 서넛도 가뿐히 해치우는 저런 여자와 동일인물일까? 호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접으며 힐끗 세라를 돌아 보았다. 뿌연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달빛아래 서 있는 세라의 모습은 새삼 가슴까지 두근 거릴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 머문 미소는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조소. "쳇.." 하지만 곧 형우의 여친으로 얼마 뒤 만난 생각을 하니 그다지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타다다다닥 그 날 저녁. 세라가 책상에서 책을 읽고있는 반면, 형우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열라 마우스를 두들기고 있었다. "......" -타닥타닥 시끄러운 나머지 세라가 뒤를 돌아 노려보는데도 불구하고 형우는 여전히 컴퓨터에 빠져 있었다. 보통이라면 세라가 쳐다보는 것만 봐도 부드럽게 웃으며 컴퓨터를 멈춰야 정상일텐데. 여튼 세라는 연신 형우를 노려보다 이내 빨개진 눈을 비비며 물었다. "뭐해?" "아 미안.. 시끄러웠어?" 세라의 물음에 형우는 여전히 마우스를 달칵 거리며 말을 이었다. "고스돕 하는거야?" 펜을 이리저리 돌리던 세라의 물음에 형우는 다시한번 마우스를 만지작 거리며 "카트해." 라고 대답했다. '유치한 새끼..;' 고등학생이 무슨 게임이냐 하고 한심한 눈으로 책으로 눈을 돌려 버리는 세라. 형우의 이미지가 점점 망가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원래 남자들이란 컴퓨터 게임은 자주 하지 않은가? 그건 고등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튼 여전히 달칵달칵 소리에 예민해진 세라가 자리에서 박차며 "야!!!!!!!!" "너도 할래? ^ㅇ^ 이거 재미있는데.."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이어지는 형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표정을 굳히며 그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시발..공부해야 하는데." 공부는 해야 하지만, 게임에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던 세라는 책을 덮어두고 형우의 옆에 꼭 붙었다. "잘 봐 이건 말이지. 이렇게 이걸 누르고 이걸 누르면.." 피융 피융.. 대략 형우가 클릭한 아이템들이 날아가는 것을 본 세라는 그제서야 게임의 방법을 터득했는지 고개를 끄덕 거리며 처음으로 게임이란 것을 접해 보았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공부를 잘 하는 것 만큼 게임도 열나 잘 하고 있는 세라였다. (부럽기도 무척이나 부러웠지만 순간 뭔가 하나 날아갈 뻔 했다.) 여튼 그렇게 순조롭기만 한 게임에 누군가가 태클을 걸어 왔다. "아씨 또 낚아챘어!!!" 세라가 먹을만한 아이템들은 전부 다 먹어치우는 못된 놈이 등장해 버린 것이다. "와 이런 십새끼!!!" 네번씩이나 세라의 아이템을 가로채자 옆에있던 형우가 욕을 내뱉으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세라만 하겠는가. '이런 빌어먹을 새끼. 찢어 먹어도 시원찮지 않은 놈.' 세라는 당장이라도 도끼를 내려 칠 생각으로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타닥타닥.. '조또 씨발 고수다..' 하지만 그 놈은 참고로 아이디가 [초이쨩] 이었다. 여튼 [초이쨩]이란 놈은? 세라보다 더 앞질러 아이템을 가로챘다. '이런 씹새끼..' 세라는 주먹으로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그러자 움찔한 형우가 "하하하하 세..세라야 이제 시험인데 공부해야지?" 그만 게임에서 벗어나게끔 하려고 유도했지만 세라는 이미 화가 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다시한번 더 게임이 시작되었고 이번 판 역시 아이템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대체 무슨 저의로 같은편의 아이템을 저리 낼름 먹어 버리는 것일까. "이런 왕싸.." 세라는 손가락을 질겅질걸 물다가 이내 씨익 웃었다. 처음부터 승패나 레벨 올리기에는 관심도 없던 세라였다. "세..세라야?" 형우가 세라의 오싹한 웃음을 보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발사!!!!!!!!" 컨트롤 키를 누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세라. 그렇다. 그랬다. [초이쨩]; 야 이 미친새끼야!!! 같은편 한테 아이템을 쏘면 어떻하냐!? 사실상 세라의 복수전을 이러하였다. 세라는 대화창에서 뭐라 그러던지간에 아이템만 열나게 날렸다. "아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이런 세라를 바라보던 형우는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주위에 혹시나 약은 없을까 두리번 거렸다. [초이쨩]; 와 씨발 존니 유치해. [짱먹어라]; 즐ㅗ [초이쨩]; 니 일부러 그런거지? [짱먹어라]; 빙고♥ 대략 한 판의 게임이 끝난뒤 세라는 본격적으로 사람 속을 박박 긁는 작업을 시작했다. [초이쨩]; 이런 !!! [짱먹어라]; 또라이. 틱.. 그리고 꺼버렸다. (존나 약은짓.) 세라는 만족한듯 기지개를 쭈욱 피며 "이제 공부해야지~♬" 자리에 앉았다. 이런 황당한 세라를 보며 형우는 한참이나 멍하게 있었더랜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49 *시험첫 날. 드디어 세라가 고대하던 시험이 시작되었다. 스삭 스삭.. 그다지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 나갔다. 그 동안 형우와 열심히 공부한 것이 보람 있는 듯 했다. (형우는 늘 잤지만.;) "이거 마셔." 1교시가 끝나자 호수가 세라의 반에 다가와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고맙." 슥슥 대충 인사를 하고 호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형우와는 조금 다른 느낌 이었다. "아.." 세라의 행동에 호수는 얼굴을 붉히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세라와 눈이 마주치자 호수의 가슴은 미칠듯 뛰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 요즘들어 세라에게 반응하는 심장이 더 한거 같았다. "시험은 잘 봤냐?" 세라가 펜을 딸깍 거리며 물었다. "그냥 그렇지 뭐.." "몇번으로 찍었어?" "그냥 막.." "그냥 한 번호로 통일해. 그게 가장 점수는 높을거다. 괜히 개성있다 하고 여러가지로 찍지말고. 일관성 있게 해." 호수의 대답에, 세라는 안경을 손가락으로 치켜 올리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그게 더 낳냐?" "어. 이왕이면 3번으로..그게 제일 많이 나오거든." "오오 좋은 정보♡" 세라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살짝 제끼고 보니.. 그 이름하여 성유빈의 목소리더라. 이어폰을 끼고 방긋방긋 웃고 있으니 여자들은 아주 자지러 질려고 한다. 더불어 호수까지 세라의 주변에 머물러 있으니 여자들의 눈 요기감으로 더 없이 좋을 수 밖에. "너도 찍었냐?" "빙고 빙고!" 세라의 혹시나 하는 물음에, 유빈은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차라리 깜찍한 표정은 진호한테나 잘 어울릴 법하다. 여튼 세라는 둘의 한심함에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니들 이 학교 대체 어떻게 들어온거야. 비리썼지?" 세라의 진지한 톤에 둘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야야 저번에 말했듯이.."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냐?" "뻠쌩. 우리도 공부 잘 해~" "전교에서 몇등이냐." 유빈이 나름대로 씨익 웃으며 대답하기를.. "^ㅇ^ 380명 중에 340등!!" "난..347등." "뒤에 깔린것들은 니네 친구들이지?" 끄더더더더덕 세라의 말이 정답이었는지 둘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 거렸다. "니네 이 학교 왜 지원했냐?" "놀려고." '또라이들..' 학교를 놀러오다니 정말 할 짓도 없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공고나 상고계열로 가지..쯔쯔; "근데 ㅇ.ㅇ 우리보다 꼴통들 대게 많아." "우리 입학식 때 존나 황당했잖아." "왜?" 세라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펜을 놔두고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연 입학식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러니까 우린 여기 까지 올라면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와야해." "응."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 아직 이 곳이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들은 다른 놈들을 믿고 버스에 올라탔지." "흐음.. 소집일날 와봤을텐데?" "소집일날 한번 온거 가지고 어떻게 기억하냐? 여튼! 그 날 우리학교로 입학할 학생들이 대략 30명 가량이 타고 있었어." 유빈의 말에 세라는 한심하단 표정 그리고 궁금하단 표정 반으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다들 어디서 내려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 하는거야." "30명이나 되는데?" "그러니까 꼴통들이지!" 어쩐지.. 참 공감되는 말이었다. 30명가량이나 타고 있었음에도 정류장을 모르다니.. "그래서?" "그래서는 결국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지." '확실히.. 꼴통 몇 껴있구나.' 세라는 의외라는 듯 생각했다. 세라야 학교와 집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아 걸어 다닌다 쳐도 30명 가량이나 되는 것들이 정류장을 몰라 한 정거장이나 더 갔다니. (이건 실화.-_-;;) "천호수 너도 한 정거장 더 갔냐?" "......" "갔구나." "씨파 그래도 내가 한정거장 지나친거 같다 라고 말해서 내린거야."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높이는 호수를 세라는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대략 뻘쭘한 분위기에 마침 종이 치고.. "그럼 시험 잘봐라." "한 번호로 찍는거 잊지말고." "엉!" 호수는 세라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며 교실을 나갔다. 호수가 나가자 세라는 책상위에 쌓아둔 문제집을 마지막으로 정검하며 문제공식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잠시후 선생님이 들어오고 늘 그렇듯이 OMR카드와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 끄적끄적 사각사각.. 이번역시 쉽게 풀고 검토하고 있는 중. 검토가 다 끝나자 세라는 남은 공백에 연필로 끄적끄적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이형우♡은세라.] [천호수→♡은세라.] [한진호?→♡은세라.] [그리고..최종민.] 세라만의 독특한 줄여쓰기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선생님은 답안지를 걷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 OMR카드를 다 확인한 선생님은 곧 교실을나갔고 곧 이어 종이 울렸다. * * * 이틀후. "우와 시험 끝났다." 타닥타닥 시험이 끝나고 지금은 옥상위. 유빈은 그 동안의 시험이 악몽이었는지 시험지를 죄다 불태우고 있었다. 불에 활활 타올라 검은재가 되어 사라지는 시험지. "천호수.." "어?? 왜왜?" "너도 저렇게 될거야." "응?" 마찬가지로 시험지를 쫙쫙 찢어 옥상에서 날리던 호수는 세라의 말에 적잖게 당황하며 물었다. "나에대한 마음도 저 종이처럼 재가 되어 버릴거라고.." "그게 아니라 불 처럼 활활 타오르겠지." 조금은 차갑다고 생각되는 말투에 호수는 싱긋 웃으며 불을 가르켰다. "바보냐.. 지금 미리 충고하는 거야." "그런 충고라면 사양할게. 내 마음은 내꺼거든." "니 마음대로 해라." '다치는 것도 니 마음이니까.. 나도 몰라.'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언젠가 들킬지 모른다. 해서 내일의 일에 대해 호수가 언젠가는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세라. 하지만 세라의 충고에도 호수는 시험지만 찢어 버리고 있었다. "은세라!!" "왜." 시험지를 태우다 말고, 유빈이 세라를 힘차게 불렀다. 그다지 반갑게 느껴지지 않은 세라는 뚱하게 대답을 마치고 유빈에게 시선을 돌렸다. -틱.. 아주 빠른 속도로 뭔가가 세라의 머리위로 슥 하고 지나가고 곧 머리끝이 따끔 거렸다. "너 뭐야.." "으흐 이거 하나만 있으면 시험 잘 보겠지?" "너.." "왜? 너도 해볼래? 내 머리카락 줄까?" "바보지." 머리카락을 뽑고 헤벌쭉 하는 유빈을 보며 세라가 말했다. 어쩜 바보라고 말하기도 싫어질 정도로 푼수같은 짓을 할까. "내가 왜 바보냐!? 나 전교꼴등 아니래두?" "으으.. 원래 머리카락은 시험볼때 뽑아서 샤프펜에 넣어두고 보는거야." "흐끅..! 그..그런거야?" '......' 할 말을 잃을정도로 유빈은 바보같은 말만 하고 있었다. "정말 모른거야?" "아니." "뭐냐 니.." "단지.." "단지?" "니 머리카락 가지고 저주할려구." '......'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유빈을 보니 참 칼로 찍 하고 눌러 줬으면 하는 충동이 들었다. "장난하냐?" "쳇 넌 너무 공부를 잘한다고." "공부 열심히 해." "공부 잘 하는 것들은 다 없어져야 해~~" 빠악!!!!! 풀썩.. 방금 뭐가 지나갔냐? 라고 말 할 정도로 유빈은 빠르게 바닦에 헤딩을 해버렸다. 슬라이딩 하는 것도 아니고.. 참 넘어지는 폼도 개그수준에 가까웠다. "미친짓은 혼자 다 하고 있어." "내 말이.." "저 놈이 장난을 좀 좋아하는 놈이라서 그래. 이해해라." "니 친구다." "나도 안 믿겨진다." '너랑 친구인게 너무 잘 어울릴 정도인데..' 세라는 속으로 ↑요런 말을 삼키며 옥상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바로 상고 그리고 공고 인문계열들이 피 터지게 싸움질을 하는 날짜라 아니던가. 새삼 놀라기도 잠시, 내일 벌어질 싸움을 상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맺힐 정도다. "너도 웃는구나." "난 사람 아니냐?" "근데 웃는게.. 흡사 에어리언하고 비슷해." 처음 놀라서 물은 사람이 바로 호수고, 마지막 대사는 유빈이 외쳤다. 그에 세라는 매서운 눈초리로 그들을 쏘아보며 물었다. "니들이 에어리언(aliens)이 뭔지 알아?" '......' 할 말 없음. "스크림 아니냐?" "난 악마라고 알고있는데.." 이건 중학교 수준보다 더 한거 같다. 세라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새파란 하늘에 시선을 두었다. "빙신아 스크림 이라니까!" "어떻게 스크림이 영어로 에어리언이냐? 악마라니까!!!" "악마는 데빌이잖어 데빌(devil)!!" "씨파 그럼 넌 천사가 뭔지 아냐?" "그..그런 넌 뭔지 알아!?" "병아 엔젤(angel)이잖아!!" "쓰벌.." "쯔쯔 쪽밥새끼." 정말 끼리끼리 논다고.. 그다지 높은 수준의 영어 단어를 가지고 투닥투닥 싸우고 있는 둘.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세라는 절대 저러고 살지 말자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아니 감으려고 했다. "은세라!!" 허나 바로 눈 앞에 들이미는 두 남자의 멋진 얼굴 때문에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정말 남자 같지 않은 매끈한 피부를 보니 절로 침이 꿀떡 넘어가게 생겨 버렸다. "왜..왜?" 세라가 묻자 둘은 누구나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외쳤다. "에어리언은 코끼리지!?" ............................. 유빈아..호수야. (elephant)엘레펀트라고 혹시 안 들어 보았니? * 황당한 그 둘은 서로가 싸우다 지쳐 헉헉 거리고 있었다. 세라는 힐끔 약간 맛이간 핸드폰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갈게." "헉헉..그래 잘 가라." "그리고.." "?" "내일 꼭 잘 싸우길 바란다." 어차피 질거지만, 잘 해봐라 라는 생각으로 말을 이었다. 이왕이면 꼭 잘 싸웠으면 하는 바램이니까. 세라이 말에 둘은 동그래진 눈으로 외쳤다. "은세라!!!" "왜." "니가 내일 우리 싸운다는거 어떻게 알아?" '...그거야 내 남자친구가 상고 이형우니깍 그렇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차마 뱉을 수 없어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들었어." "그래?" "미리..미안하다고 할게." 대충 공감할 만한 얘기를 내뱉은 세라는 공허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차마 전하지 못 하는 하는 사과.. 아마 내일있을 싸움에 조금은 커다란 상처를 줄거 같으니 미리 하는 사과였다. "엥??" "미안." 타앙. 의아하다는 듯이 세라를 바라보는 두 남자들을 뒤로 하고 세라는 옥상을 빠져 나왔다.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세라는 약간은 서글픈 눈으로 둘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아마 내일 너희들을 꽤나 짓밟을 테니까.. 내 스트레스 그리고 우리 형우를 위해서 니네들 자존심을 다 밟아버릴 거니까.' ======================================================================== 아무리 그동안 호수를 향해 이를 갈았더라 해도, 지금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지 않던가. '뭐 그래도.. 재미있는 구경이 있을지라 안 갈수는 없고.' 세라는 최종민을 떠올리며 싸움의 현장에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리는 두명. 한진호. 그리고 천호수. (성유빈은 제외시키자.) "형우야 시간되면 찾아갈게 그 동안 열심히 싸워줘." "그래." 세라가 잔디를 보며 낮게 말하자, 형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말을 이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사귄지 몇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건 심장의 박동소리. 형우를 힐끗 바라본 세라는 확실히 결단을 내려 버렸다. '나한텐.. 형우 하나면 족해. 다른 것들의 마음따윈..마음따윈...' 최종민의 발버둥의 마지막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 *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공원. P.M 11 ; 00 오후 늦은 시각. 이 시간으로 잡은 이유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이유와 공원 주변이 조용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드디어 오늘이 그리 고대하던 천호수와 이형우 그리고 한진호간의 서열이 가려지는 날. 스산한 바람이 공원에 잠시 머물었다. 가로등 밑에선 꽤 많나 많은 학생들이 집결되어 있었다. 상고 교복을 입은 무리들 그리고 입문계 교복을 입은 무리들. 마지막으로 공고 교복을 입은 많은 무리들. 손에는 각자 흉악스럽다 할 만큼 커다랗고 공포스러운(?) 각목이 쥐어져 있었다. "ㅇ.ㅇ 오랜만이야~ 귀신무서워 하는 형우군." "엥??" 살벌한 분위기를 깬 것은 공고 무리중 가장 우두머리인 진호였다. 공고 무리중에 하나가 진호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헤 ㅇ.ㅇ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여기 귀신 나올법 하다 그치 형우군." "잡다한 수다는 집어치우고 바로 들어가지?" "내가 그 말을 하고 싶었다고. 존나 눈만 동그랗게 뜨면 귀여운지 알아. (중얼중얼)" 귀여운 외모와 귀여운 말투로 살벌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진호. 그리고 그 분위기를 다시금 차갑게 만들어 버리는 형우. 마지막으로.. 귀엽게 생긴 진호군을 무척이나 달갑지 않게 맞이하는 호수군까지. 세 명의 미남자들이 모이자, 늦은 밤이라도 아주 빛이 반짝반짝 나기 시작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실제로 반짝거리진 않았다.) "규칙은..알지?" "쓰러질 때 까지 싸운다." 장난은 이쯤 접어두자고 생각한 세 명은 차가운 얼굴로 서로를 견제하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스르륵.. 손가락을 까닥하자 세 편의 무리로 정확히 나눠졌다. "ㅇ.ㅇ 자 그럼 파이팅!!!" "시작해." 장난스레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리는 진호. 형우는 그런 진호를 슬쩍 밀어내며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와 함께 엄청난 함성소리와 함께 세 무리의 학생들이 서로 엉키고 엉켰다. "ㅇ.ㅇ 음음 그 동안 나는 문자나 보내볼까~" 진호는 뒷 구석에서 흥얼흥얼 거리며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고 호수는 풍선껌을 불며 싸움 구경에 여념 없었다. 그러다 가끔.. "성유빈 좀 잘 좀 싸워라!!! 존나 느려터졌어." 라며 친구인 유빈에게 핍박을 주기도 하고 말이다. "......" 형우는 싸움엔 관심도 없다는 듯 시계를 힐끔 바라보기만 했다. 대략 1시간내에서 2시간 내에 싸움이 착착 진행되어 갔다. 팔이 부러져 이를 악 물고 있는 남자들 몇 과.. 피를 토해내며 바닦에서 끙끙 거리는 몇명. -퍼억!!!!! -빠악!!!!! "하악..학.." 그리고 조금 상황이 낳은 몇명은 거친숨을 내 몰아 쉬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만!" 보다못한 호수가 싸늘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거 무승부지?" 호수의 물음에 형우와 진호가 고개를 끄덕 거렸다. 둘 다 싸움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결국 일진들의 싸움은 무승부였다. 인문계의 숫자가 꽤 적은것과 상고에서 주차인과 공고에서 종민이 빠진것을 감안하면 동등한 싸움이었다. 슥.. 먼저 나온것은 진호와 형우였다. 호수가 왜 안 나오냐고 묻는다면 약 20분 전부터는 인문계 일진들 사이에 껴서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대략 체력이 급속도로 줄어 들었기에 우선 형우와 진호가 먼저 싸움의 판을 가르는 것이었다. "ㅇ.ㅇaa 형우군하곤 별루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덤벼." "ㅇ.ㅇ 누님이 슬퍼할텐데." "덤벼." "......" "그럼 내가 선빵이다." 장난이 통하지 않는 형우를 보며 진호는 눈말 데굴데굴 굴렸다.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먼저 주먹을 날리는 형우. 타악.. 형우의 재빠른 주먹을 진호는 가볍게 막아 버렸다. "헤헤 나 형우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닥치라고 했지." 빠악!!!!!!!!!! 진호의 말에, 형우는 주먹을 빼어내 길다란 발로 진호의 복부를 세게 걷어차 버렸다. "큭.. ㅇ.ㅇ 아퍼." "제대로 싸워." "흠.. 그럼 ^ㅇ^ 미안해요~" 퍼벅!!!!!! 형우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퉷.." 피를 내뱉고 주먹을 꽈악 쥔 형우.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진호의 복부에 주먹이 파고 들었다. "쿨럭.." 잠시 숨을 들이킨 진호는 그제서야 웃음을 지우며 말을 이었다. "이거 장난으로 했다간 내가 죽겠는걸?" "그게 니 본 모습인가 보군." 싸늘하다 못해 소름돋을 정도의 표정을 지은 진호는 사정없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우는 재빠르게 피하며 옆차기를 시도했다. 퍽!!! 꽤나 둔탁한 소리들이 오가고 피튀기는 싸움은 여전히 진행 되었다. "헉..허억." 꽤 숨이 차오른 듯 거친숨을 내뱉으며 숨을 고르게 쉬는 진호. 그 때를 놓치지 않고 형우의 팔끔치가 그의 명치를 찔렀다. "큭..쿨럭.." 진호가 피를 토하며 자리에 쓰러졌다. 하얀 얼굴이 피로 얼룩졌고, 머리카락 마저 피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에 반해 형우의 얼굴은 양호했다. 입술 부근이 터진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다친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힘을 뺐구나." "ㅇ.ㅇ 바보 그럴리 없잖아. 니가 얼마나 괴물인데.." "니가 나랑 싸움실력이 비슷하단거 알아. 이유가 뭐냐." 헉헉 거리며 공원에 누워있는 진호를 보며 형우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물었다. "싫어할거 잖아." "뭐?" "누님이 형우 모습 보면 나 싫어할거잖아." 눈물이 차오를것 같은 진호의 모습을 보며 형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꽤 지친거 같으니 시간을 조금 두고 하지." "그래." 그런 상황에서 불쑥 끼어든 호수. 무슨 대화를 나누는진 몰라도 자신을 제외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자잘한 상처를 입은 호수와 형우.(진호가 거의 힘을 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상태는 비슷비슷 했다.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뒤.. 양호한 모습으로 싸움에 임 하는 호수와 형우. 뜻하지 않게 진호가 포기하는 바람에, 입문계와 상고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난 선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마음대로." "난 너처럼 얼굴 밥맛인 녀석이 제일 재수없더라구." 매서운 호수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형우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오싹..] 꽤 빠른 주먹에 형우가 짐짓 놀라며 호수의 배를 걷어찼다. "나 역시 너 같은 싸가지는 별로야." "빙신.. 싸가지가 낳지. 너 처럼 차가운 녀석은 더 별로다." 빠악!!! 복부에 커다란 진통이..(!!!)가 아니고. 복부에 호수의 길다란 다리가 그대로 먹혀 들어갔다. 커다랗게 전해오는 아픔에 배를 움켜쥐며 주먹을 휘두르는 형우. 퍼억!! 퍽!!! 이번 싸움엔 형우가 꽤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호수역시 이런 상대는 간만이라 놀라워 하며 전력을 다 했다. 호수의 발이 얼굴 근처로 다가왔을 때 형우가 팔로 막아 방어하고. '퍽!!!' 형우의 한방에 호수가 잠시 비틀 거렸다. 그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형우. 배를 무릎으로 찍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호수의 기묘한 묘책에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렸다. 박치기..박치기..박치기..박치기.. 호수는 실로 대단한 돌머리 였다. "크읏.." 형우는 어질한 머리를 바로 잡았다. 하지만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빡!!!!!! 퍼억 그리고 이어지는 호수의 발길질에 고스란히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큭.." 형우에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만 포기해." 호수가 잠시 발을 거두며 말했다. 그 역시 서늘할 정도로 무표정이었다. "후우.. 그건 니가 할 말일거다." 형우는 손목에 차여져 있는 깨진 시계를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듯 한 형우의 말에 호수가 발을 올려 들었고 형우는 살짝 몸을 틀어 발길질을 피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오 다시 시작?" "......" 호수가 피식 하고 웃으며 거의 날다 싶이 발차기를 선보였다. 살짝 발을 피하고 안으로 파고든 형우. 하지만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호수는 그의 팔을 간단히 잡아 제압했다. "후우.. 너 대게 잘 싸우는구나." 휙.. 호수의 감탄어린 말에 형우는 미간을 좁히며 팔을 빼냈다. 이제 좀 지치는지 둘 다 숨이 거칠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야." 호수가 막 빠르게 공격을 가하려 할 때 쯤.. 거의 고요하다 싶은 공원에 커다란 바이크 굉음소리와 밝은 라이트가 빛추어 지기 시작했다. "으으..뭐..뭐야." 피에 절어있는 남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유빈과 진호 그리고 형우 호수역시 시선을 돌려 바이크에 돌렸다. 몇 십대의 바이크가 마치 포위하듯 쫘악 공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아 미안해~ ^ㅇ^ 좀 늦었지?" 바이크 가운데 있던 한 여자가 헬멧를 벗자 윤기나는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 하고 내려앉았다. 그 무리들의 짱인 은세라가 등장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1 몸에 쫘악 달라붙은 패션을 입어서 인지 세라의 몸매가 적나라 하게 들어났다. 오토바이 무리들 중 유난히 튀는 여자이기에 모두들 놀란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더구나 저 많아 보이는 숫자가 과연 상고 무리인지 공고 무리인지 인문계열 쪽인지 전혀 구분이 안 가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헤에.. 누님 결국 왔네." 진호는 거의 자포자기에 가까운 눈으로 세라를 힐끗 바라보더니 그냥 벌러덩 누워 버렸다. 그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10분 늦었어." "그 정돈 봐주라고~ 니 뻗기 전에 도착했으면 다행이지." 형우와 세라가 다정하게 대화하자 다들 적개심 가득한 눈초리를 거두지 못 하고 있었다. 곧 상고 패거리라는 뜻이니까. 상고라 확신하는 이유는.. "^ㅇ^사실 짱의 오토바이가 정신이 나가서 그랬답니다." 방긋방긋 웃으며 사람 염장 찔러대는 주차인 때문이었다. 다만 의문이라면 검은색의 새카만 옷을 입고 상고무리들 사이에 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종민.."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 공고의 최종민과.. "에씨 피 범벅이네. 나도 싸우고 싶은데.." 입문계의 이민호까지 플러스로 껴있다는 점이다. 좀 전까지는 상고라 단정지었지만 지금은 상고인지 공고인지 입문계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넌.." 세라의 얼굴을 알고있는 몇몇이 놀란 듯 바라보았다. 그 중엔 진호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성유빈 그리고 천호수와 그의 친구들도 대부분 끼여 있었다. "아아 우린 안면이 조금 있지?" "니가 어떻게.." "후후 난 이형우 여자친구잖아. 더구나 내가 저번에 다시 보자고 했지?" 호수의 물음에 세라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절뚝 거리는 형우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 무리들을 봐선 단순히 구경만 온건 아닌거 같은데." 호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빙고♬ 니들 완전히 족치려고 왔어." 세라는 빙긋 웃으며 손짓을 했다. 라이트 불이 한데 모아지고, 꽤 많은 숫자들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자자 어리벙벙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덧붙여줄게." 초특급 미녀인 세라의 모습에 다들 넋이 나가 있는데 기분좋은 미성이 들여 왔다. "난 상고 이형우의 여자친구. 그리고 이 친구들은 내가 만든 써클에 속한 인간들. 그리고 난 그런 써클의 사람들을 이끌어서 너흴 지게 만들거야." "하.." "흐음 역시 내 예상대로 인문계가 남았군." 세라의 당당하고 당찬 눈빛에 다들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아무리 여자친구라지만 서열을 다투는 싸움에 끼려 하다니. 그것도 대량의 인원들을 끼여들게 해서.. 하지만 세라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꽤 많은 숫자들이 인문계열의 남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몇시간 전의 싸움 때문에 몸을 간신히 가눌 정도였는데 기습같은 공격에 쪽도 못 쓰고 그대로 밟히고 말았다. 퍼억 퍽!!!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들 놀라 바라볼 뿐이었다. "뭐 하는 짓이냐." 부들부들. 호수의 눈 빛이 싸늘히 식어갔다. "뭐하긴? 내 남자친구 ^ㅇ^ 이기게 할려고 하지." "치사한거 아냐?" "치사? 하하하하 너 참 웃기는 구나? 이기기만 하면 되는거 아냐? 방법은 아무렴 어때?" 세라의 말에 호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보통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나올 줄이야. 훨씬 많은 숫자를 끌여들여 밟는다라... "흠.. 한진호 너의 싸움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게 조금 아쉽네." "헤에.." "뭐 여튼 ^ㅇ^ 저번에 니가 재미있는 싸움방법 알려줬으니까 이번엔 내 싸움방식을 알려줄게." 세라는 누워서 베시시 웃고있는 진호를 힐끗 쳐다본 뒤 앞으로 척척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일인지 블랙의 남자들은 싸우면서도 세밀하게 세라는 피해가면서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자 너." 세라가 지목한건 인문계의 어느 한 놈. "퉷.. 씨발 이젠 계집애까지 설쳐대네." "형우야 나보고 계집애란다." "저게!!!!" 남자의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 세라는 피식 웃으며 형우에게 이르듯 말을 이었다. 아무리 인문계소속 이라곤 하지만, 상고 이형우처럼 굉장한 싸움꾼에게 찍혀 봤자 좋을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손 안써도 니가 다 쓸거면서 뭘 일일히 고자질을 해." "하긴.." 하지만 정작 이형우는 무덤덤하게 내뱉으며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 그럼 니가 날 이기면 인문계가 이긴걸로 해줄게. 형우야 그래도 되지?" "니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세라가 찡긋 윙크를 하며 묻자 형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미 형우에게도 치사하다거나 비열하다는 개념따윈 없는 모양이다. 그저 세라가 옳다고 하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 뿐이지. "들었지? 니가 날 이기면 치사하게 안 나올게." "정말이..냐?" "응 다들 듣고있는데 내가 구라치겠니?" 세라가 빙긋 웃자,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싸움자세를 잡았다. 여자를 상대로 이런다는 건 정말 남자가 할 짓은 아니다만, 인문계가 이길 수 있다는데 이 정도도 감수 못하겠는가? "자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때리는거다?" "좋아. 그 정도는.." 세라의 제안에 남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 거렸다. 형우는 저 멀리서 남자가 불쌍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시선을 한진호에게 돌렸다. 흥미로운 눈으로 세라를 바라보는 진호. "하나.." "......" "둘.." 세라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가득 머금으며 숫자를 세어 나가기 시작했다. 퍽!!!!!!! "크억!!!!!" 그래고 채 셋을 세기전 남자에게 주먹을 날려 버렸다. 어벙벙.. 진호는 동그란 눈으로 어이없는 싸움을 지켜보았다. "쿨럭.. 씨발 셋에 치자며!!!" 갑작스러운 충격에 남자가 숨을 들이키며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조금 긴장을 하고 있었건만 둘에 주먹을 날리다니. 세라는 남자의 말에 피식 웃으며 "빙신..그걸 믿냐?" -퍼억 발로 그의 얼굴을 걷어차 버렸다. "큭.. 야비한년." "후후 이왕이면 비열하다고 해줄래? 그리고 원래 인생살이가 다 그런거지 뭐." 그리고는 알다시피 세라의 일방적인 승리. 누군가 그녀를 비겁하다 욕한다면 세라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난 셋에 친다고 한 적 없어. 그리고 누가 하라고 진짜 하냐?' 잔인한 여자;;; "누님이 말한 싸움방식이란 조금 야비한 방법." "쯔쯔 틀렸어. 남의 헛점을 노려라야." '언어 순환하긴..=_=.' 세라가 손가락을 흔들며 말하자 진호는 어이없는 듯 픽 하고 웃어 버렸다. 대충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싸움은 끝을 맺은 듯 했다. "니가 우리의 싸움에 왜 끼여드는거냐." 호수의 얼음장 같이 차가운 한 마디가 공원을 울렸다. 싸한 바람이 불어오고 세라는 중앙에서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잖아. 이형우 여자친구라고." "이건 남자들의 싸움이야." "그래서?" "뭐 아무렴 좋아. 밟은건 밑에 놈들이니까..정작 중요한건 이형우랑 나지." 세라의 성격상 말로는 밀어붙이기 힘들다고 생각한 호수는 형우만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다른 이들의 싸움은 애초부터 관심밖이 었다. 서열이 정해지는건 형우와의 싸움으로 인해 가려지는 것이니까. "그래?" "난 아직 이형우랑 승부를 내지 못했어." "형우야 너랑 붙고 싶다는데 처리해줄래?" 호수가 이를 갈며 낮게 말하자, 세라는 의외로 싱글벙글 웃으며 형우에게 말을 이었다. 형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친 몸으로 호수에게 다가갔다. 약간의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여자친구를 끌어들이다니." "여자친구임과 동시에 우리 써클의 짱이지." "쿡 그래 니들이 말하는 그 써클이 뭐길래." "블랙이라고 못 들어봤나." 싸움 하기도 전에 형우의 말에 의해 잠시 주변은 술렁 거렸다. 블랙.. "그럼 주차인이나 이민호도..?" "그렇지." 이어 주차인이나 이민호의 이름까지 거론되자 더욱 더 웅성웅성 거렸다. 역시 그때 나이트에서 본 무리들은 블랙임이 분명했던 모양이다. 이미 다 밟혀서 털푸덕 누워 있는 주제에 참 할 말도 많은가 보다 . "브..블랙?" "그 양아치무리들?" 꽤나 유명한 써클의 이름이 거론되자 다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번 싸움은 졌다고 확신했다. 블랙의 인간들이 얼마나 비열하고, 치사하던가. 아마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써클인데. "저 여자가 블랙의 짱? 그 양아치 무리들??" 호수가 짐짓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넌 어차피 지게 되어 있어." "하 그래서 그렇게 싸움을 남자이상으로 잘 했던건가?" "이정도 시간을 벌었으면 됬겠군." 호수가 싸움을 하기도 전에, 형우는 이쯤됬다 싶어 뒤로 물러섰다. "너 무슨..!" 갑자기 뒤로 물러서는 형우를 보며 호수가 당황스러운 듯 물었다. "그만 물러서서 패배를 인정하는게 좋을거야." "하? 정말 블랙의 짱이니 이형우 여자친구니 해서 뵈는게 없나보구나." 세라의 명령조 적인 말에, 호수는 기가 막혀왔다. 한 때 무척이나 예쁘장한 여자라고 보기는 했다만 그건 겉모습일 뿐 실제로 내면은 그다지 예쁘다고 보긴 힘들었다. 지금 처럼 말이다. "그래서 못 꿇겠다?" "내가 미쳤냐?" "난 말이야.. 너 같이 자존심 센 녀석들을 꺽는방법을 잘 알아." 어둑어둑한 밤 아래 세라의 무리들에게 잡혀있는건 유빈이었다. 호수는 놀란 눈으로 유빈을 번갈아 보았다. "니 친구는 아마 주차인과 이민호한테 잡혀있으니 쉽게 빠져나오진 못 할거야." 주차인과 이민호라 하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싸움꾼들. 더구나 유빈은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가 아닌가. 저들에게서 빠져 나오긴 불가능 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성유빈을 잡은거야?" "내가 말했지? 너 같은 녀석 꿇릴 방법을 잘 알고있다고." 세라는 터벅터벅 다가가 유빈의 턱을 치켜 올리며 스산하게 웃었다. 정말이지 여자란 존재가 이렇게 소름끼치게 느껴지긴 또 처음이다. "너 같이 의리를 중시하는 놈이 과연.. ^ㅇ^ 니 친구를 버릴 수 있을까?" 세라의 주머니에서 잭나이프가 카랑 소리를 내며 잡혔다. 번뜩.. 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칼날은 무척이나 매끄러운 듯 보였다. "으윽.." 칼이 목근처에 대이자, 유빈은 서늘한 느낌에 신음을 흘렸다. 붉은 피가 살짝 베어나오고 있었다. "난 형우처럼 착하지 못 해." "너.." "크큭 괜히 이 양아치같은 써클의 짱이 된게 아니라 이거야. 쓰레기 같은 놈들도 간단히 제압하는데 하물며 너 같이 의리를 중시하는 의리파들을 못 잡겠어?" 세라는 손목에 힘들 주며 칼을 유빈의 목에 갖다대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유빈의 얼굴을 보자 호수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아 나한텐 안 다가오는게 좋을거야. ^ㅇ^ 확 그어 버릴거거던." 세라의 말엔 진심이 베어 나왔다. 순간 호수는 흠칫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세라에게 물었다. "씨팔.. 그거 놔." "흐응~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이 녀석은 죽을거야. 까짓것 이 녀석 정도 죽이는건 일도 아니니까. (집안이 조폭인걸 잊지말자.)" 머뭇머뭇.. 역시 자존심 강한 호수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진심어린 어조라지만 설마하니 사람을 죽일까. "내가 사람을 못 죽인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이건 어떨까?" 퍼억!! 세라의 주먹이 유빈의 배를 파고 들었다. "커윽.." 유빈의 신음소리가 들리자 호수는 움찔 거렸다. "헤에 아직 졌다는 말이 안 달라 붙는구나?" 빡! 세라의 손이 매섭게 스쳐지나가자 유빈의 볼이 붉게 물들어 졌다. "제..젠장..그..그만둬." 유빈이 피를 내뱉으며 고개 숙인채 말했다. 그런 모습에 호수는 결국 입술을 꾹 깨물며 말했다. "내가 졌으니까 그 녀석 풀어줘." 호수의 체념한 듯한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숙이며 좌절한 듯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본래 세라가 끼어든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이미 이렇게 판가름이 난걸 어떻게 되물릴까. "내가 아니라 이형우한테지?" "...그래." 이 싸움의 주인공은 형우였기에 세라가 이겼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졌다." 인문계 아이들이나 공고 아이들은 이미 승부에 그다지 집착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에 반에 세라는 모든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역시 저렇게 순수한 남자들의 더 이기기 쉬운 법이었다. 썩어 문드러 질 대로 문드러진 놈들은 약점 잡을 것도 없으니. 약점을 잡는다 해도 자신의 목숨이 위협적이 아니라면 언제든 배신을 때리니 말이다. "주차장 이민호 그 녀석 놔줘라." 세라의 명령어린 어조에 민호와 차인은 힘을 풀어 하얗게 질린 유빈을 내버려 두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비틀비틀 호수에게 걸어갔다. "저 여자..보통내기 아냐." "알아." "큭 주먹이..무슨 쇠같아." 유빈이 힘겹게 호수에게 기대며 말했다. 지금껏 느끼기에 그 누구보다 주먹이 강했다. 더구나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악하기도 비열하기도 비열했다. 더구나 얍삽하다고 해야할까 머리가 좋다고 해야할까. 처음부터 이럴작정으로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느낌이다. 겉보기 처럼 연약해 보이는 그런 미인은 아닌가 보다. 겉과 속은 다르다더니 이럴 때 적합한 말인듯 했다. 호수는 싸우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분해서인지 피가 새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래도 살인은 안 했구나." "왜 자꾸 내가 했으면 하는걸로 들리는 걸까?" "그럴리가.." 세라가 노려보며 말하자 형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살벌하던 분위기가 러브모드로 뒤바뀌자 모두 황당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럼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남았을텐데.' 세라는 형우의 옆에서 상처를 두런두런 바라보며 생각했다. "훗..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상고 이형우가 이겼다고 생각하는건가?" 서열다툼이 대충 정리가 됬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외치 못 하게 세라와 같은쪽에 서 있던 최종민이 비열한 웃음을 가득 담으며 그의 패거리들 몇과 앞으로 나왔다. 갑자기 이해못할 상황에 쓰러진 학생들은 그저 눈만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다. 싸움이 다 끝났나 싶더니, 블랙의 한 무리들이 따로 나와 싸울기세를 갖추다니. '빙고빙고빙고!' 그리고 그런 종민을 보며 기쁜 듯 옅은 웃음을 띄우는 세라. 마치 본래부터 종민이 끼어드는건 작전에 있었다는 듯이 세라는 형우에게 빙긋빙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만들어 보였다. 이것이 드디어 세라가 생각했던 마지막 하이라이트 인듯 싶었다. 더구나 이제 최종민이란 불량장난감을 처절히 부숴줄 때이기도 하고.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2 '호오 최종민~' 세라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서늘하게 종민의 무리들을 훑었다. 대략 블랙의 3/1정도가 종민의 무리들이었다. 그동안 꽤 많이 자신의 편으로 빼돌렸나 보다. 드디어 시작했군이라고 생각하며 주머니에 꽂은 손을 만지작 거리는 세라. 뜻하지 않은 상황에 호수나 유빈 그리고 진호는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나려는 건가?' "상고가 이긴게 아니라면?" 세라가 표정을 굳히며 종민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우리 공고가 이기는 거지." 원래부터 이럴 생각이었는 듯 종민을 씨익 웃으며 공고 아이들을 몇몇 일으켰다. (이 인간들은 그저 쉬고만 있었다.;) "흐응~ 난 지금 니가 하는 행동이 참 궁금한데." "쿡… 내가 설마 주차인이나 이민호처럼 여자 한명한테 빌빌대는 남자로 보였나?" 턱을 메만지며 유혹하듯 종민에게 다가서는 세라. 종민은 뒤로 주춤 물러나면서도 얼굴엔 빈정거리는 듯한 미소를 가득 짓고 말을 이었다. 순간 주차인과 이민호의 싱글거리던 웃음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하! 그래서..." 처음부터 종민의 계획에 대해선 어느정도 눈치를 챈 세라이기에 재미있다는 듯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ㅇ^ 내 밑이 아니라 내 위로 치고 올라오시겠다?" "정답이지." 세라의 말에 종민은 고개를 끄덕 거렸다. 입가에 걸린 비열한 웃음이 무섭도록 잘 어울렸다. 종민은 처음부터 세라를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여자가 자신의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것도, 형우를 남자친구로 하고 앞세우는 것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해서 오늘같이 블랙의 패거리들이 모두 모이는 날. 뒷통수를 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상고가 아닌 공고를 끌어 올리고." "역시 머리가 좋네." 세라의 표정엔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의 웃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종민은 그녀의 웃음을 보며 묘하게 소름이 끼친다고 느꼇다. "그래? 근데 공고는 대가리는 니가 아니라 한진호로 알고있는데‥" "그렇게 말한다면 넌 이형우 여자친구일 뿐이잖아?" "그럼 넌 한진호의 뭔데?" 종민이 형우를 힐끗 쳐다보며 말하자, 세라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한진호의 친구라고는 알고있지만, 진호의 대답이 궁금했던 것이다. "친구다.." "아냐." 자신만만한 종민의 대답을 막은건 다름아닌 진호였다. 세라는 비웃음을 지으며 '역시' 라고 생각했다. "나 ^ㅇ^너랑 친구 안해."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난 진호는 여느때처럼 베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어느정도 살기가 베어 나왔다. "뭐?" "누님이랑 약속했어. 너랑 친구 안 하기로." 종민의 황당한 얼굴에 진호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종민과 진호는 같은 공고이기 전에 절친한(?)친구에 가까웠다. 그런 진호가 세라 때문에 친구를 하지 않겠다니. 무슨 사정이 이겠지만 세라는 아무말 하지 않고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호수 같은 경우는 아직도 어리벙벙하다. "야 한진호.. 씨발 니가 이렇게 나오면 안되지." "그럼 내가 이겨야 한다는 소리야?" "당연한거 아냐? 넌 보름이가 아무렇지도 않냐?" 이를 악 물며 불안한 목소리로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가 자신의 친구가 된 이유의 하나가 바로 보름이라는 여자 때문이다. 그 여자를 빌미로 지금까지도 잘 이용해 먹고 있었는데.. 지금와서 말을 바꾸다니. 종민에게 있어선 자신에게 있어 도움이 되는 남자를 잃은거나 다름 없었다. "보름이?" "보름이 때문에 라도 니가 이러면 안되지. 우린 약속한게 있잖아?" "......" 보름이라는 말에, 진호의 두 동공이 옅게 흔들리자 종민은 이때다 싶어 더욱 밀어 부쳤다. 보름이라고 하면, 진호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여자가 아닌가. "나 보름이 버릴 수 없어." "쿠쿡 그럼 니 본실력을 다 들어내 보라고." '그럼 그렇지. 니 따위가 보름이를 버릴 수 있나.' 진호의 단호한 말에, 종민은 흉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절대 진호는 보름이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치만 누님을 버린다는건 생각도 할 수 없어." "뭐라고?" "지금은 누님이 나한테 더 소중해." 다시한번 종민의 생각을 깨 버리는 진호의 말. 잘못되도 뭔가가 잘못됬다. 진호가 이렇게 작전을 무시해 버릴 줄이야. "한..진호." "그래서 난 널 더이상 도울 수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진호의 이름을 부르자, 진호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에게 있어 보름이 보단 세라가 더욱 소중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야!!!!!! 니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 김보름 버릴거야 버린다고!!" "마음대로.. 보름이 한테 줘야할거 나 누님한테 줘버리고 말았거든." 종민은 마지막으로 소리치듯 진호에게 크게 외쳤다. 하지만 무심한 눈길로 종민을 한번 바라본 진호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역시 한진호.. 넌 그 녀석 패거리였구나." "누님..미안." "니가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나한테 접근한거겠지." 싸늘한 눈이지만, 그다지 증오가 옅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미안한 일은 미안한일. 어찌됬건 진호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큭.. 그렇게 됬단 말이지? 한진호가 꼬시지는 못하고 빠져 들었다? 이왕이렇게 된거 한진호 널 은세라한테 철저히 버림받게 해주지.' 진호가 세라에게 진심으로 미안한듯 고개를 숙이는 모습까지 보자 종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렇게 된 이상 세라는 둘 째치고, 진호역시 망가 뜨리자 였다. "맞아 한진호는 내 말에 따라 너한테 접근한거야. 널 꼬셔서 처참하게 만들라고." "......" "나도 처음부터 될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이형우도 꽤 멋진 놈이니까." 이어지는 종민의 말에, 진호는 고개를 더 깊숙이 떨구었다. 맞는 말이었다. 보름이의 부탁으로 인해 세라에게 접근아닌 접근을 했었다. 모범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일은 전혀 몰랐던 일이었지만 적어도 블랙의 짱이란것은 알고 있었다. 여리여리한 모습의 여자지만, 성격은 끝내준다는 말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을 했지만, 자신이 빠져들줄은 생각도 못했다. 남자친구가 이형우라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던 일이다. 그럼에도 한번 세라에게 작업을 걸어 보았다. 처음엔 단지 보름이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 뿐이었다. "잘 아네." "흐음 그치만 의외이긴 하지. 한진호랑 친구도 먹었다던데 안 흔들리냐?" 세라는 형우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모며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 종민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한 대 후려치고 싶다만 아직 종민을 망가뜨릴 시간은 아니었다. "잘 알면서도 내가 한진호 때문에 형우를 버리리라 생각한거야?" "......" "내 친구는 그 녀석 하나로 족해. 그리고 들었다면 알텐데? 한진호랑은 친구이긴 하지만, 비밀을 지켜주는 대신에 친구가 된거라고." "비밀?" 일편단심인양 말하는 세라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던 종민은 이어지는 비밀이라는 말에 관심이 있는 듯 눈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안 말했구나?" "응.. 내 친구 되기로 했잖아." 의외라는 듯 진호를 바라보자 진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낮게 말했다. "근데 니가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접근했단건 좀 의외네." "미안해 미안..정말 미안해.." "아니 처음부터 알고있었어." 고개를 숙인채 여러번 미안하단 말을 반복하던 진호에게 세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응?" "처음부터 니가 수상해서 뒷조사를 좀 했거든." 진호가 놀란듯 고개를 들어 세라와 시선을 마주했다. 뒷조사를 했다는 세라의 말에 더욱 더 놀란 듯했다. "뒷조사?" "그래 니가 나한테 접근한 동기나.. 니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이야 내가 원래 사람을 잘 못 믿는 편이거든. 그런데.." 세라가 진호에 대해 뒷조사를 한건 꽤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공고에서 진호와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에게서도 진호에 대해 정보를 흘려 듣기도 했고 말이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호가 수상했던 세라는 종민과 가깝다는 사실을 안 후로 둘이 어떻게 만나 친구가 된 사실까지 다 알아냈다. 치밀하고도 여간해선 주위사람에 대해 믿음을 주지 않는게 세라였다. "넌 그다지 나쁜놈이 아닌거 같아서 그냥 놔두기로 했어. 지금도 최종민한테 안 갔잖아." "누님.." "역시 넌 내 친구야." 세라의 이어지는 말에 진호는 감격한듯 그 맑은 눈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배신이니 뭐니 해서 한대라도 칠거라 예상했는데 의외의 말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좋아..정말 누님이 좋아.' 진호는 두근 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쓸은 뒤 얼굴에 뭍은 피를 소매로 닦아냈다. "뭐야 씨팔 다 알고있었던 거야." "난 바보가 아니거든." "제길..이럼 내 생각이 빗나가는데.." 드디어 세라의 표정이 사라지자, 종민은 불안한듯 손가락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싸우든지 해야지." "쿠쿡쿡 얼마든지." 종민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몇십명을 보며 말하자 세라의 눈은 재미있는 사냥감을 발견한듯 번뜩였다. "대체 쟤네 뭐하는거냐?" "몰라 우리도 저쪽가서 구경하자." 호수가 황당하다는 듯 세라와 종민을 번갈아 보며 말하자 유빈은 멍하게 호수를 끌며 진호의 옆에 털퍼덕 주저 앉았다. (진호의 옆에 형우가 즐겁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3명은 구경을 하고 있고 이게 과연 서열싸움인지 의심이 가는 바이다. "민호군 오랜만에 짱의 싸움을 볼 수 있을거 같네요." "싸움이냐? 일방적으로 밟는거겠지." "^ㅇ^하긴요.. 하하 이런 구경이 또 재미있긴 하죠." "미친.. 웃으면서 그런 얘기하지 마라. 졸라 살벌하다." 그리고 바이크에 털썩 앉아서 담배 하나를 꼬나물고 구경에 임하는 두명. 민호는 여전히 적응안되는 차인의 미소와 존대에 인상을 찌푸렸다. "씨파 가서 밟자!!!!" 종민의 외침에 그의 패거리가 잠시 주춤 거렸다. 겁이 난걸까? "씨팔.. 니들 뭐하냐!?" 종민이 답답하다는 듯 욕설을 내뱉으며 뒤에 있는 무리에게 외치자 그들은 "니 혼자 싸워." "뭐?" "우리가 지시를 받아 행동하는건 여기까지다." 하나같이 관심없는 눈빛으로 종민을 훑어 보다가 이내 세라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 뒤에 섰다. "블랙은 양아치 이기 전에.. 나한테 절대복종인걸 잊은건 아니겠지?" "대..대체 너 뭔짓을 한거야?" "난 바보가 아니라고. 니가 블랙의 몇명을 빼돌릴거라곤 이미 짐작했어." 세라는 이제 시작인듯 옷을 탁탁 털며 종민에게 다가서서 주먹을 내밀었다. 종민이 진호를 이용하는 것과 더불어 블랙의 몇명을 빼돌리는 것을 계획했다면 세라는 일부러 그들에게 종민의 편에 붙으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진호에겐 진심으로 대해 종민을 저버리게 했고. (무서운 여자였다.;) "하하 씹..그래서?" "그래서긴~ 내가 일부러 너한테 돌아서라고 했지." "제길 처음부터 나 혼자 쑈한 꼴이군." "잘 아네. 아무리 저 녀석들이 양아치라곤 하지만 날 배신할 정도로 썩은 놈들은 아니거든." 절망스러운 빛이 역력한 종민을 보며 세라는 그대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뻐억!!!!!!!!!! "와우 이번건 엄청센데?" "그러게." "니 여친 장난 아니다." "누님이 좀 세.." 세라의 주먹에 유빈과 형우 그리고 호수와 진호가 굉장하다는 듯 박수를 살짝 보냈다. "멍청한 새끼.. 넌 날 절대로 못이겨. 원래 이런 써클의 큰 싸움은 머리가 좀 필요한 법이거든." 세라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그의 정강이를 그대로 걷어찼다. "큿.." -뻐억!!!!!!!!! "마침 스트레스도 풀겸.. 너도 망가뜨릴겸 겸사겸사 아주 잘걸렸다." 복부며 얼굴이며 옆구리며.. 잘근잘근 종민을 밟아나가는 세라. 보는 사람이 오싹할 만큼 차가운 모습으로.. 냉기 철철 흐르는 모습으로 밟고 있었다. 조금의 반항도 못 한 채 바닦에 누워 숨만 헐떡이는 종민. "역시 이럴줄 알았다니까." "같은 써클이긴 하지만 ^ㅇ^ 정말 존경스럽네요." "미친 주차장아 그만 웃어라." "^ㅇ^ 민호군 죽고 싶지 않으면 싸움구경이나 하세요." 차인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주차장]이라는 별명이 민호에게 들리자 주먹을 내밀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민호니까 위협적이게만 한 거지 다른 놈들이었으면 반은 죽었다.;;) 소름끼치는 차인의 미소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민호. 저 웃음에 대적할 만한 사람은 여전히 세라나 형우 밖에 없는 듯 했다. "은세라.. 이대로 끝날거라곤 생각하지 말아라..큭." 힘들게 이어지는 종민의 말에 호수와 그리고 몇명의 남자들이 화들짝 놀랐다. 이름.. 이름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있는 호수와 유빈 때문에 형우는 물론, 블랙에게까지 자신의 이름을 발설치 말라는 명령하에 아무도 이름을 담지 않았건만 결국은 종민이 이름을 부르고 만 것이다. (진호는 늘 '누님' 이라 부르니 제외다.) "은세라?" 호수가 벌떡일어나더니 동그라진 눈으로 종민의 얼굴에 발을 얹힌 세라를 바라보았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3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꾸우우우욱 세라는 발에 온 힘을 실어 종민의 입을 뭉갰다. 피를 토해도 상관없다는 듯 세게 비벼 버렸다. '이 자식을 죽여서 묻어 버리든지 해야지..' 혹시나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호수를 힐끗 바라본 세라는 더더욱 힘을 가했다. "저게 미쳤나 보다." "그러게요 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고 싶어 안달일까요." 민호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빙 돌리며 혀를 끌끌차자, 옆에있던 차인역시 한심하게 종민을 바라보았다. 주먹이 되질 않는다면, 머리라도 좋아야지. "으읏.." 세라가 힘을 더 가하자 종민은 고통스러운듯 신음을 흘리더니 곧 정신을 잃어 버렸다. 종민이 약하다기 보단 세라가 무지막지하게 팼다고 알아두자. "설마.." "저게 모범생 은세라?" "에이..동명이인 이겠지." 떨리는 눈동자로 세라를 주시하다 호수가 혼자 중얼 거리는 말들이었다. 세상에 이름이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되지 않는가. 설마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만 어느 면에서도 모범생인 은세라와 일치 되진 않았다. 미치도록 유혹적인 눈동자와 갈색 머리카락만 제외하면 말이다. "호수야 너 설마 범생이 은세라를 생각한건 아니지?" 유빈의 말에 움칠한건 그 옆에 있던 형우였다. "설마 저렇게 성격도 마녀같은 여자가?" 호수는 아까의 치욕이 못내 열받았는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말했다. 유빈역시 공감되는 듯 고개를 끄덕 거리며. "하긴 얼굴도 다른데.." 모범생 은세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경낀 모습에 양갈래의 범생이 모습이 어찌 저런 미인이 될 수 있을까. "오늘의 싸움은 이걸로 끝이다." 이틈에 자리를 벗어나자 생각한 세라는 바이크에 살짝 올라타고 담배를 꼬나물며 빙 둘러싸고 있던 주차인과 이민호를 비롯하여 블랙의 많은 인원들이 바이크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일은 쉽게 끝나 버렸다. "그럼 상고가 이긴걸로 치지." 형우가 영 찜찜한지 달갑지 않게 말을 이었고 (사실 세라가 다 이기게 한거나 다름없으니..) 호수와 유빈만이 인상을 찡그렸다. "마음대로‥ 어차피 그런거엔 관심도 없었고 누님한테 미안해서라도 질려고 했거든." 진호가 형우를 부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공원을 빠져 나갔다. 다친 다리를 쩔뚝이며 혼자 걷는 뒷 모습이 은근히 슬프게 보였다. "오늘은 니 여자친구의 비열함 때문에 어이없게 패배를 인정했다만.. 너와의 싸움에선 진게 아니야." "안 덤비는게 좋을거야. 우리 세라 보다시피 무척 무섭거든." "하…" "가끔 싸움엔 힘이 아니라 뛰어난 머리가 이길 수 있는 법이야." 형우의 말에 힘이 빠진건 [우리 세라] 란 단어 때문이었다. 분명 다른 이의 얼굴은 한 세라인데.. 다른 남자에 의해 이름이 불려진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쪼여들어 가는지 모르겠다. "헐.. 이형우가 웃었어?" 형우가 세라에게 버젓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던 유빈이 황당하다는 듯 중얼 거렸다. 조금 전 세라라는 이름을 꺼낼 때 입가에 부드럽게 핀 미소가 유빈을 황당하게 해던 이유였다. 아무리 여자친구라지만 그 얼음장 같던 얼굴을 살살 녹이다니. (유빈은 아예 모범생 은세라를 형우의 여자친구일리 없다고 단정지어 버렸다.)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다시 만나자고." 세라는 호수와 유빈에게 살짝 손을 흔들며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부아아아아아앙!!!!! 그 뒤로 몇십대의 바이크들이 따라 공원을 빠져 나갔다. 이제 남은건 입문계패의 아이들이었다. 공고는 진호가 공원을 빠져 나간뒤 다들 알아서 몸을 일으켰고 상고역시 형우가 떠나자 뒤를 따랐다. "윽.. 선배." 엉금엉금.. 멍하니 있는 호수에게 어느 후배 하나가 힘들게 기어왔다. "왜.." "저 여자가 저번에 제가 말했던 그 여자입니다." "저 여자라니.." "왜 저번에 제 친구들하고 한 여자한테 존나게 맞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순간 팟 하고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옥상위의 대화. 후배역시 조금 전 세라의 얼굴이 기억났나 보다. 사실 이형우의 여자친구라길래 언뜻 생각이 났긴 했지만 설마하니 블랙의 짱인 여자일까.. 물론 그 때도 무지막지하고 잔인하긴 했다만. 여튼 15명이나 한 여자에게 당한 뒤 핍박을 새겨들었던걸 기억해 내며 말을 이었다. 그 땐 유빈이나 호수조차 믿지 않았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호수야 그 때 말하나 보다. 11명은 전치 3주에, 나머지 4명 역시 온전치 못하게 돌아왔던일." "하.. 그게 진짜 여자한테 당한거였어?" 유빈역시 그 때일이 생각이 났는지 박수를 치며 여자한테 당하고 돌아왔던 그 일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호수는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때는 자신의 후배들이 이형우에게 당하고 왔다 생각하고 코웃음 쳤다만 정말 여자한테 당했다니. "하하하 뭐 그 여자라면 당할만도 하네." "으윽.. 그게 웃으실 일 입니까? 어이없이 졌는데.." "그렇긴 하네." 후배의 말에 호수역시 동감했다. 겨우 여자의 협박에 의해 백기를 든 것은 무척이나 어이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정말로 유빈을 죽일듯 했던 세라의 기백에 놀라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때도 이형우 여친이라고 말했었지?" "네. 겉모습은 이 주위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청순하고 매력적이라고 했죠. 물론 싸움실력도 대단하다고 말했구요." 후배의 말이 끝나자 유빈은 그 때의 일은 무심코 흘려 들었던 것이 무척이나 후회 스러웠다. 설마하니 그 오래전부터 형우에게 여친이 있었고, 그가 블랙에 속한 멤버였을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더구나 여자한테 당했다는 말은 그 때 당시엔 더욱 믿을 수 없었다. 들은 바로는 15:1에서 밟혔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세라가 혼자) '시발.. 정말 그 말이 사실이었네.' 세라의 싸움실력을 종민을 무지막지하게 패는 모습으로 보아온 유빈이 따끔거리는 목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했다. 자신에게 칼을 들이미는 순간부터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분명 진심으로 목을 긋고 있었으니까. '씨발 그거 정말 여자 맞아!?' 세라를 외모로만 판단했던 유빈이 머리를 쿵쿵 박으며 자책했다. "뭐.. 니들이 말했던거 처럼 청순하고 매력적이긴 한데 왜!!!!!! 이제서야 그 사실을 말하는 거야!!!" "으윽...저희가 설마하니 그 여자가 블랙의 짱인 줄 알았습니까?" 호수가 세라의 청순하면서도 잔인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소리치자 후배들은 부들부들 떨며 얼굴을 손으로 감추어 버렸다. (미친짓 하는 유빈군은 묻어두도록 하자.) "그..그리고 그 때 이형우 여친이라도 분명히 말씀 드렸는데.." 호수의 후배가 더듬더듬 떨리는 목소리로 사뭇 억울하다는 듯 중얼 거리자 호수는 발로 홱 하고 그를 걷어차 버렸다. '제길.. 이 녀석 말대로 그 때 철저히 조사를 하는 거였는데.. 설마 여자가 패싸움에 낄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 그 때 들었을 때만 해도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싸움에 끼어드는건 물론이고 15:1에서 이긴다는게 가당키나 하던가? '으윽 하지만 사실이잖아.' 하지만 세라의 싸움을 본 호수 역시 공감하며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냥 보통 여자가 끼어들었으면 차라리 말을 안 한다. 양아치들의 써클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력한 멤버들이 영입된 블랙의 짱이라고 하질 않아 이형우를 남친으로 둔 여자이질 않는가. 얼굴만 청순하고 모델 뺨 치는 모습이면 뭐하는가 보통 남자는 이길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여자였는데. (직접 남자들이 뻗는 모습을 목격한 남자.) "아윽 짜증나-아!!!!!!!!" 그 때 여자한명 한테 졌다고 말하던 남자들을 비웃던 자신들이 결국엔 마찬가지로 여자한테 졌다고 생각하자 저절로 비명이 세어 나왔다. "결국엔.. 미쳤군." 여자한테 졌다는 사실에 머리가 돌아버릴거라고 이미 짐작했던 후배들은 비명을 질러대는 두 남정네들을 무시한채 힘든 몸을 일으켜 공원을 슬금슬금 빠져 나갔다. 세라의 말 대로 자기학교 일진들만 믿었다가 큰코 다친 꼴이 된 것이었다. 물론 후배들의 말을 듣지 않은것도 후회 할만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근데 말이야.." "응?" "왜 그렇게 낯익었지?" "에?" '분명히.. 그렇게 자존심 깍이게 한 여자가 증오스러웠는데 그 느낌이 너무 묘하게 낯익어서 열을 낼 수가 없었어. 그 눈동자가 너무 묘해서...' 잠시 미친짓을 멈춘 호수가 어리둥절해 하는 유빈을 제쳐놓고 복잡한 듯 형우의 여자친구 세라를 떠올렸다. 목소리도 모범생인 세라보다 싸늘하고 표정도 앙칼지고.. 겉모습도 눈부시도록 청순한 모습이었는데.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지만 너무나도 엇비슷한 느낌에... 미워할 수도 없었으니 혼란스러웠다. 특히나 마치 모범생인 세라를 보듯 하는 그 눈동자 때문에.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4 잊혀지지 않았다. 천호수의 눈이... 조금은 원망스럽다는 듯.. 경멸스러운 눈빛이 세라의 머리속에 잊혀지지 않았다. 종민을 밟는 동안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 유빈이나 형우처럼 구경을 하거나 그런 눈동자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이 역력해 보일정도로 느껴지는 눈동자 였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건. 어느순간 마치 사랑하는 여자를 보는것처럼 애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불편한 남자. 한진호. 처음부터 그랬지만 세라에게 미안해서 고개조차 들지 못 하고 있었다. 마지막 뒷 모습조차 슬프게 보였던 남자. 늘 웃고있던 남자였지만 어제 만큼은 더 없이 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분명 형우가 이겼는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가슴이 울컥 하자 세라는 미간을 좁히며 짜증스레 문을 닫았다. "에라 모르겠다. 복잡한건 나한테 안 어울려." 세라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가다듬고 안경을 썼다. 그리고 학교로 출발... * 역시나 빈 자리는 꽤 많았다. 호수의 반에선 호수와 유빈의 자리가 비어 이어 있었고, 그 외에도 좀 논다하는 남자들은 모조리 자리에 없었다. "하암.. 어젠 피곤하지 않으셨어요?" '피곤 한건 너겠지.' 쉬는시간 민호가 하품을 하며 세라에게 물어왔다. 어젯 밤 폭주를 돌다 다른학교 무리들과 패싸움이 붙은 블랙. 아니 정확히는 그냥 길가던 무리들을 붙잡고 일방적으로 건 싸움이었다. 그 싸움에선.. 늘 그렇듯이 민호가 잔인하게 사람을 밟았고, 주차인 역시 싱긋 웃으며 살벌한 존대와 함께 주먹을 날렸었다. 정작 싸움을 좋아하는 세라는 그날 따라 심란한지 형우에게 기대 구경만 했었다. "응.. 이제 그런 재미난 싸움은 끝났으니까 공부에만 전념해야지." "흠…이런거 그만 벗어도 되지 않나요?" "어째서? 원래 모습이면 귀찮아 지는데?" "설마 천호수와 한진호까지 제친 이형우의 여자친구를 누가 건들겠어요?" 번뜩.. 진호의 말에 세라는 눈이 반짝 빛났다. 듣고보니 공감가는 이야기 였다.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좀 찝찝한데.." 조금 찝찝하다 싶은건, 호수 때문이었다. 지금 안경을 벗고 본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혼란스러워 할건 천호수.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줬는데, 그의 자존심을 짓밟은게 자신이란걸 안다면 배신감을 느끼는건 뻔한 일이었다. 더불어‥ 모범생이라 믿었던 세라가 이형우의 여자친구에 블랙의 짱과 동일인물이라고 안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진 안 봐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휴우.." 세라가 책상에 파인 글을 만지작 거리며 한숨을 내쉬자 민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반을 나가 버린다. [은세라 죽어도 사랑할게.]-호수 언제 파 놓은진 몰라도 꾀 선명하게 남겨진 글자였다. "어머머 쟤 대체 어디가 좋다고 이민호 까지 저러니?" "내 말이.." "호수 여자친구이니 차마 건들수도 없고.." "얄미워 죽겠다." 민호와 자주있던 모습을 본 여자들이 수군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얼마전 까지는 호수가 있었기에 눈도 마주칠 수 없었는데 호수가 잠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에 저렇듯 수근 거리는 것이었다. 폭력을 휘두를 수 없는 이유는 민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들었니? 어제 싸움 말이야." "우리학교가 졌다며.." "세상에 정말이야? 천호수가 졌어?" "내가 들은바로는 상고 이형우가 이겼다는데? 그래서 상고얘들 열라 기가 세졌잖아." 여자 한명이 어제의 싸움을 꺼내들자 또 다시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수가 떠는거 하나 만큼은 기가막히게 잘 하는 인간들 같다. "어머머머머.. 그럼 상고 이형우가 이 지역에선 한 몫 잡은거네." "난 형우가 해낼 줄 알았어." "에씨 그게 좋아할 일이냐? 우리 호수가 깨졌다는데." 형우를 좋아하는 무리와 호수를 좋아하는 무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몇명은 환영하는 분위기 였고, 몇명은 자신의 학교가 졌다는 사실에 침울해 하고 있었다. "진호는?" "진호도 졌다는데?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얘들말로는 누가 이기고 진지 밖에 안 말해주더라고." 진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몇명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내심 몇은 공고 진호가 이기기를 바랬는데 말이다. "어머머 어떻하니. 그럼 상고얘들은 건들이지도 못하겠다." "뭐 그렇겠지." "어제 이형우 여자친구도 나왔다는데 사실일까?" "어머머 정말? 진짜 소문대로 이쁠까?" 움찔.. 이형우 여친이라는 말에 궁금해 하는 아이들의 수다 소리에 세라가 움찔 거렸다. 정말 저런 소문은 어떻게 나는지 심히 궁금한 바이다. "어제 블랙 얘들도 총 동원됬다던데.." "블랙? 그게 뭔데?" "그것도 모르니? 왜 양아치 패들있잖아. 존나 여기 일진들도 걔네들은 건드리지도 못해." 블랙이란 말에 다시 한번 흠칫.. 한 여자의 설명에 다들 '와아 그런게 있었니?'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다지 놀지 못 하고 평범한 고고생들이 그런것을 잘 알고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에이 그런얘들이 왜 학교 패싸움에 나오냐?" "에에-? 내가 어제 공원에서 봤대두?" "어떻든??"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는데 오토바이 몇십대가 쫘악 늘어서 있더라." "어머머 어제 싸움 진짜 볼만했겠다." 얼굴을 붉히면서 까지 흥분하는 여자들을 보니 세라는 한숨만 흘러 나왔다. '소문이란거 참 무섭다 무서워.' "세라야 넌 저런 얘기 관심없어?" 멍해있는 세라를 툭툭 치며 부반장이 말을 걸어왔다. "응." "그렇구나.. 난 호수가 져서 무척이나 슬픈데." 전엔 진호가 좋다고 했다가 형우가 좋다고 했다가 이번엔 호순가? 세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부반장에게 말을 걸었다. "그보다 부반장.." "응?" 여전히 시선을 창밖에 둔채... "너 이름이 뭐였지?" "에이 그것도 모르는 거야? 내 이름은.." 세라의 물음에 부반장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유한이야 ^ㅇ^ 서유한." 순간 세라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눈빛으로 부반장 즉 서유한을 바라보았다. '설마..설마.' 세라의 동공이 옅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나 알고있지?" "응? 무슨 소리야? ㅇ.ㅇ 나 고등학교에서 너 처음봤어. 음.. 중학교때 너랑 이름 비슷한 얘가 있긴 했지만.. 너랑은 딴판이야." 세라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묻자, 부반장은 일체 거짓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서유한.. 서유한.. 중학교적 세라의 친구라고 했으면 친구였다. 하지만 이렇게 성격은 물론 외형이 많이 바뀐 모습으로 만나다니. '하..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도 몰랐다니..' 공부외에는 그다지 사람에게 관심이 없던 세라는 헛웃음을 지으며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디아파?" "...가." "응?" "너 따위 얼굴도 안 볼거야." 세라는 차갑다면 차갑다고 할 정도로 톡 쏘아 붙이고 애써 잠을 청했다. 정말 꼴보기 싫은 류의 사람을 이런식으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너무 판이하게 달라져서 이번에 이름을 묻지 않았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세라는 간만에 기억하기 싫었던 옛날의 모습이 떠오르자 입술을 꽉 물어 버렸다. * * * * 얼마 후. -웅성웅성 "이번에도 은세라가 전교1등이라면서?" "역시 대단하다‥ 정말 걘 공부에 미쳤나봐." "올백이 뭐냐 올백이.." 학교 게시판을 둘러싼 아이들이 세라를 무슨 괴물이라도 보듯 웅성웅성 거리고 있었다. 전과목 올백.. 이게 어디 사람이 맞을 수 있는 점수란 말인가? "어머 저기 온다 쟤." "호수랑 사귄다메? 얼굴은 그럭저럭 하다만.. 그렇게 이쁘진 않은데 공부로 꼬신건가?" "공부로라면 젠장.. 1%가능성도 없는건가. 흑" 참고서들을 끼고 걸어가는 세라를 보며 꽤나 많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구경하듯 세라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교1등.. 언제나 1등이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라가 부럽기도 하지만 어느 한편으론 참 괴물딱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공부를 악착같이 하면.. '이런건 늘 들어도 싫단 말이지.' 꽤 오래전부터 세라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기는 하지만, 들을때 마다 기분이 나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세라는 일정한 보폭으로 복도를 걸었다. -파악 "윽.. 씨 제대로 좀 걸어!" 타다다닥 뛰어오던 남자가 세라의 어깨를 부딫치고 인상을 썼다. 순간 푸른 머리카락이 세라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호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 거리는 듯 했다. '씨파!!! 바빠죽겠는데 넌 좌측통행 몰라!? 니 눈은 삐꾸냐??' 좌측통행은 지가 해야 하는 주제에.. 누구보고 좌측통행을 하라 마라 하는건지. 세라는 문득 호수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 내며 피식 하고 웃어 보였다. 여자에게도 손을 대는 파렴치한 주제에.. 세라만 보면 잡아 먹을 듯 노려보던게 엊그제 같은데. "후아.." 벌써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에 새삼 시간이란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내심 좋아해야 하는게 사실인데 왜 이렇게 씁쓸하게 느껴지는 걸까. #과거편1 "세라야 기억나?" "뭐가 말이야?" 과일을 오물 거리던 형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세라에게 물었다. "우리가 처음만난 날 말이야." "피식 어떻게 잊냐? 내 생에 최대의 치욕이었는데‥" 형우의 말에, 즐거움 반 증오 반반이 섞인 감정이 섞인 눈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세라. 그다지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하지만 형우와 엮이게 된 아주 행운같은 시간. 아직도 그 때가 기억에 또렷히 남는다. 여전히 그 때가 좋은지 증오 스러운지는 알 수 없으나 행운같은 시간이라는 것만은 변함 없다. 과정이 어쨌던간에, 자신만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게 된 계기였으니. ===================================================== "꺼져 걸레년아."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년." 내가 남자에게 그런 치욕을 당한것도 또한 차인것도 처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죽도로 원하는 남자친구가 된 것도 정말이지 신기하고 또 우연적인 만남이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추억 하지만, 기억에 또렷히 남는건 아마도 증오 보다는 행복한 감정이 그리고 그와의 추억이 짙어서 그런건 아닐까? BY 은 세 라. ====================================================== 형우와 만난건 중3때였다. 싸움도 공부도 관심도 없고, 오로지 남자들에게만 한 참 관심이 있던 그 나이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약 3년전으로 돌아가 본다. 나이트 간판이 가득한 뒷 골목. 으슥하고 살인이라도 저질러도 모를 만큼 어둠이 자욱한 골목이었다. 골목에는 지금의 매력적인 세라보다는 조금 앳되 보이는 상큼발랄한 외모를 지닌 세라와 귀엽게 생긴 소년이 서 있었다. 귀엽다기 보단 순수하게 생긴 남자랄까? "깨지자." 높은 목소리가 내 목을 타고 흘러 나왔다. 비웃음과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내 얼굴에 떠올랐다. "우리 쿨 하게 깨지자." "뭐?" "못 알아 먹었어? 너랑 나 깨지는 거야. 끝 디 엔드~♡" 윙크까지 날리며 빵 하고 총모양을 손가락으로 만들었다. 뻥찐듯한 표정의 남자아이. 이름은 나도 모른다. 원래 남자의 이름을 안 외우는게 나의 철칙이기도 하니까. "하‥세라야 농담이지?" "어머 내가 농담하는 것도 봤어?" "내가 뭘 자..잘못한거야? 다 고칠게 응? 마음에 들게 다 고칠게." "그냥 너란 존재가 질려 버렸어. 구차하게 이러지 말고 깔쌈하게 안녕해~ 오케이?" 빙그레 웃으며 그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늘상 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끝을 낼때면 나도 모르게 통쾌하다. 희열을 느낀다고나 할까? 난 정말이지 천성적으로 플레이 기질을 타고 났나봐. "하하하하 날 진심으로 사랑한게 아니었어?" 씁쓸하게 공허하게 웃는 녀석. 상처받은 기색이 가득한 녀석의 눈동자였다. 하지만 별 감흥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비웃음만 새어나올 뿐이었다. 난 그런 녀석을 한심스레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앵두같은 나의 입술이 열리고 높은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병신 몰랐어? 너 가지고 논거야." "은세라‥" "쿠쿡 내 소문을 못 들었나 보구나? ^ㅇ^ 나 은세라야 은명중 은세라. 나 플레이걸로 남자 후리는거 졸라 유명한데~" 공허한 녀석의 눈동자를 뒤로하고 난 우아하게 뒷 골목을 빠져 나왔다. 우후후후. 알다시피 내 이름은 은세라고, 은명중 3학년 5반에 재학중이다. 더불어 남자 후리기로 존나게 유명한 플레이걸로 통하고. 오늘도 한 명의 남자를 뻥하고 차버렸다. 대체 다들 내가 플레이걸이란걸 알면서도 이렇게 걸려든다. 모르는 순진한 촌뜨기도 있지만. 어쨌든 오늘도 한건했다. 푸하하하하하! "그렇게나 좋냐?" "당연하지. 어디 건수나 또 챙기러 가볼까?" "아무튼 악녀주제에 남자도 빡쎄게 꼬이지." "푸후후훗 이번엔 아주 대단한거 물어야지. 그럼 난 간다~" 꽤나 쿵짝이 맞아서 남자 꼬시는데 꽤나 도움되는 한벼루. 이상한 녀석이지만,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놈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유일하게 나한테 반하지 않은 남자라고나 할까? 뭐 내 타입도 아니니 작업도 안 걸었지만. 여튼 난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길거리를 걸었다. 머리카락을 살랑 거리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대원중학교 교복을 입은 패거리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존나 잘 나가는 학교에 비해서 지나치게 못 생긴 것들. 쯔쯔쯔‥ -타악 혀를 끌끌차고 걷다가 누군가와 부딫쳤다. "아얏!" "아‥미안해요." "씨팔아 너 눈까리를 어디다 두고.." 욕을 하다말고 고개를 든 나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젠장 ㅇ◇ㅇ..... 열라 잘 생겼다. 내가 잘 생겼다 생각하던 한벼루보다 훨 잘생겼다. 하얀 얼굴에 촉촉한 눈. 그리고 새카만 검은머리카락까지‥ 조..존나 잘 생겼어. "저기 괜찮아요?" 나를 일으켜 주면서 존대로 묻는 잘생긴 남아. 목소리도 살살 녹아 내리고 거기다가 예의 바르기까지. 딱 내 타입이다~♡ 얼짱에다가 예의도 바르고 음 날라리 처럼 보이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이런 외모가 흔한가? "안 괜찮아." "네?" "대신 다음에 만나면 ^ㅇ^ 아는체 하기?" 씽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쉽기는 하다만‥ 교복은 대원중학교라는거 알았으니까 나중에 작업 걸지 뭐. 흑흑흑. "황당하네‥" 남자의 황당한 얼굴과 뻥진 모습이 내 시야에 잡혔지만 난 도도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싸-♬ 은세라의 100번째 남자는 너다. *다음날 버스 정류장에서 늘 그렇듯이 서유한을 기다리고 있는 나. 아침 댓바람 부터, 참 많은 놈들이 껄떡 땠지만, 화사하게 웃으며 무시해 버렸다. 그런데도 좋다고 낄낄낄 대며 얼굴 붉히는 놈들. 참 한심하다. "은세라!!!!!!" "빨리 좀 못다니냐?" "하하하 미안미안 어? 버스왔다." 드디어 서유한이 나타나고, 내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유한이는 고개를 돌리며 버스를 향해 뛰었다. 썩을.. 내가 몇분을 기다렸건만 버스 왔다는 말로 무마시키려 하냐? "에잇! 이 나쁜년~ 어제도 그렇고 맨날 늦어?" 버스에 올라탄뒤 유한이의 헤드락을 걸며 말했다. 헤드락이 꽤나 괴로운지 유한이는 켁켁 거리며 말을 이었다. "켁켁 대..대신 내가 오늘 좋은 건수하나 알려줄게." "좋은건수?" "여기에 지금 존나 잘 생긴얘 있단 말이야." 스륵.. 유한이의 말에 난 손을 사락 풀었다. 씨익 잘생긴 얘라. 설마 어제 그 얘만 하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디있는데?" "저기 저 뒤에 대원중학교 교복중에 가운에 있는 얘." 유한이의 손가락을 따라 내 시선도 쫓아갔다. 헉..! "저..저 놈은." "어라? 너 아는얘야? 그럴리가 없는데‥" "아..아니 그게 아니라 어제 시내에서 스쳐 지나갔길래 마주친 얘야." "아‥그럼 그렇지." 나의 놀란 얼굴에 유한이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곧 시내에서 한번 본 아이라고 말하자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며 대원중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너 쟤 알아?" "알기 보다는 소문이 좀 거창해서 안 그래도 너 이번거 끝내면 알려주려고 했어." "자세히 좀 말해봐." 반짝 거리며 재촉하다 싶이 묻는 내 말에, 유한이는 붉어진(잘생긴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음.. 이름은 이형우." 이형우.. 으으.. 이름도 괜찮네. "나이는 우리랑 갑이고 얼마전에 대원중에 전학왔는데 얼굴 때문인지는 몰라도 존나 잘 나간데." 그럼 그렇지. 전학을 왔으니까 저런 페이스를 보지 못했던 거지. "아직 여자친구는 없는걸로 보이고, 전학온지 하루만에 학교에서 꽤나 실세 잡고 있다던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 "성격은?" "글쎄? 좀 무뚝뚝하지만, 예의가 바르다고 하던데?" 역시.. ㅜㅜ 예의 바른 놈. 내 취향이야.. 거기다가 날라리는 아니지만, 꿀리지는 않아? 좋아 좋아 합격이야. 당장 오늘부터 작업 들어간다. "유한아." "응?" "끝나고, 대원중학교 간다." "에에? 벌써부터??" "엉." 놀란 유한이의 얼굴을 뒤로하며 한껏 휘파람을 불었다. 드디어 내가 내릴 정류장. 더불어 대원중학교 얘들도 내리는 곳이다. (학교가 꽤나 가깝다.) 끼이이이익 갑작스레 급정거 하는 버스. 뒤로 넘어지려는 순간.. -탁 "조심하셔야죠." 누군가가 날 잡아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 고개를 돌리며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는데.. "나 아는체 했죠?" 이형우다.. 내가 찜한 놈. "그럼.." 녀석은 내게 손을 살짝 흔들며 버스에서 내렸다. 머엉.. "세라야 문 닫힐려 그러잖아 빨리 내려!!!" "어어?? 어어." 유한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아아 뻑간다 뻑가. 이형우.. 너 정말 마음에 들었어. 꼭 갖고말거야. 2 ========================================================= "이건 내 자존심이다." ========================================================= 학교가 끝난 후 나와 유한이는 대원 중학교 앞에 서 있었다. "어 저기 나온다 나와!" 유한이의 말에 난 얼굴에 웃음을 활짝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문득, 이형우란 남자의 옆에 붙어있는 친구들을 보며 몸을 숨겼다. "어 왜 그래? 쟤 꼬신데며." "이형우 옆에 있는 저 새끼 말이야. 대원중학교에서 존나 잘 나가는 새낀데.." 좀 오래전 녀석을 가지고 논 적이 있는 나는 의아하게 중얼 거렸다. 저런 녀석들과 어울리는걸 보면 보통이 아니라는 건데.. "어 간다 가!!!" "젠장 따라가자." 유한이의 말에, 턱을 메만지며 생각하고 있던 나는 급히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마치 스토커 처럼..=_=... 타닥타닥.. 몰래 몰래 뒤쫓아 갔더니 도착한 곳은 넓디 넓은 공터였다. 공터에서 뭐 하려고... "컥..! 쟤 다..담배도 피네?" 이형우가 자연스레 담배를 꼬나물자 난 놀란듯 말했다. 정말 모범생이 아니었던가? 피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은것이.. 쩝. 중학생이 담배라니 세상 정말 많이 변했다. "세라야 저기 좀 봐." "왜." 유한이가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놀랍다는 듯 말하자 난 고개를 돌려 그 무언가를 보았다. 헉.. 여기서 무슨 패싸움이라도 하려나 보다.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중딩들이 우루루 몰려 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요샌 중학생들도 패싸움을 하는구나. 새삼 놀랍구려.. "니가 대원중 대가리 이형우냐?" "그런가봐." "안 그래도 니네 학교 존나게 밟고 싶었는데 잘 됬다." "응 밟아봐." 양쪽에 두 명이 서로를 견제하며.. 아니 양쪽이라기 보단 이형우의 반대편에 있는 남자만 울그락 불그락 거리며 곧 "이런 씨팔!!!!!" 요로코롬 돼지 멱 따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흐응.. "으으...세라야 저 피좀봐." 평범한 유한이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우리집이 본디 조폭인지라 그다지 무섭거나 그런건 느끼지 않았다. 다만 좀 시시하다고 느낄뿐. 실제로 조폭들의 싸움은 이런 패싸움과는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야 장난이지. -퍼억 퍽!! 한 참 둔탁한 소리가 오가더니.. "와아 이형우네 학교가 이겼네." "그러게." 이형우를 제외하곤 다들 널부러져 있었다. 역시나 난 이형우가 이길 줄 알았다니까? 키득키득.(언제?) 여튼 싸움까지 잘 하다니.. 진짜 끝내주는데? "세라야 어디가??" "어디가긴 작업걸러 간다. 푸풋.." 유한이의 말에 난 살짝 웃음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버스안에서 나한테 호의적인걸 보면 조금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잖아. "야 이형우!!!!!" "?" 이형우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 나가자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몇몇은 얼굴을 붉히고 몇몇은 나를 아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흥 얼굴도 존니 못생긴 것들이. "와~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얼굴도 잘생기고 싸움도 잘 하고 성격도 좋고!!!" "그래서 본론이.." 내가 왜 이곳에 와 있는지는 묻지도 않고, 무표정하게 본론을 물어왔다. 허헛 참 성미 급한 녀석이네. "나 니가 마음에 들었어!!!" "......" "우리 사귀자!!" 그럴줄 알았다는 듯 날 흘겨보는 몇몇의 남자들. 그리고 멀리서 지켜보는 유한이. 이형우는 여전히 무표정이라 전혀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우리..친하지도 않는데.." "응 지금부터 친해지면 되잖아!" "우리 어제 만났는데.." "첫눈에 반했어!!" "난 그쪽 별룬데.." 손을 잡으며 반짝이며 말하자 녀석은 나의 손을 살짝 떼며 말을 이었다. = _=..방금 뭐라고? "응?" "난 그 쪽 별루라구요.." =0=.... 뻥진 나. 세상에 내가 싫다는 남자는 처음 봤다. 다들 내 얼굴에 혹 해가지고 사귀자고 하면 좋다고 하던데.. 물론 안 그런 놈들도 있지만, 나의 매력을 깨닫고 날 좋아했었는데. 이건 내 계산착오다. "나한테 흥미 없었어?" "네, 그냥 아는척만 하자면서요." = _=.....제길 어쩐다. 완전 쪽이잖아.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네." 이젠 마음에 안 든단다. 충격 쇼크 만땅이다. "왜?? 난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되고, 성격도 좋은데." "....잖아." "응?"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을 잇는 이형우. 조금 전의 말은 잘 못 들었다. 뭐라고 했지? "넌 걸레잖아." ...... 자존심이 확 그어져 버렸다. 갑자기 반말을 깐 것도 그렇고, 나한테 걸레라는 것도 그렇고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걸레?? 하.. 얘 좀 봐라? 누가 나보고 걸레래?" "존말로 할때 가. 나 여자한테 나쁜말 하기 싫어." "야!!!!!! 내가 너한테 혹 갔다고 지금 무시하는거야?" 기분 졸라 나쁘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었다. 대 놓고 걸레라고 무시하는 남자는.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좀 색다른 기분. "아냐 그냥 가. 나 여자한테 관심없어." "참나.." "가." 웃기지마. 나 자존심 상해서라도 너 절대로 포기 못 하겠어. "기억해 둬!! 나 절대로 너 포기 못해!!! 이렇게 된 이상 널 꼭 갖고 말겠어." 선전포고를 하듯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외쳤다. 피식하고 조롱하듯이 비웃는 이형우. 부들부들.. 너..두고봐라. 진짜 꼭 갖고 말거다. "내 이름은 은세라야!!! 빠른 시일내에 또 찾아갈거니까 각오해!!!" 소리를 빽 지르며, 숨어있던 유한이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씨익 씩.. 감히 내 투지에 불을 지르다니.. 역시 대단한놈. 그래 뭐 이렇게 될 수도 있지. 걸레라는건 좀 충격적이었지만, 저런 말 할수 있다는게 어디야? 후후후 더 마음에 드는데? * "야 어쩌려고 그러냐? 쟤 진짜 독해." "맞아 오죽하면 별명이 플레이걸 은독사겠냐?" "쟤 한테 걸린 남자치고 안 넘어가는 얘 못 봤다." 쓰러져 있던 남자들이 옷을 탁탁 털며 형우에게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본인인 형우는 여전히 무표정을 지은채 담배만 뻑뻑 펴대고 있었다. "난 걸레는 싫어. 사랑없이 남자를 사귀겠다는 여자도 싫고.. 얼굴믿고 뻐기는 여자도 싫어." 이형우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 거렸다. 보통 남자들이라면 얼굴 이쁜 여자를 좋아하는건 당연할텐데 말이다. "쟨..얼굴부터 성격까지 다 싫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야." 형우의 대답은 정말 진심이 가득담겨 있었다. 말 그대로 세라같은 여자는 자신의 취향이 아닐 뿐더러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 이었으니까. "이상한놈." 친구들은 이런 형우를 보더니 낮게 중얼 거렸다. 얼굴도 잘 생기고 전학온지 일주일도 안되 짱으로 등극하고.. 거기다가 거의 모든 남자들이 사귀고 싶어하는 여자인 은세라를 거절하다니. 정말이지 이상한 남자였다. *일주일 뒤.* "어이 이형우 ^ㅇ^ 방가 방가." 일주일 뒤 난 시내에서 친구들과 걷다 이형우와 마주쳤다. 녀석은 손만 까닥 거릴 뿐 날 무시한채 지나가버렸다. 빠직... 인상을 쓰며 그의 옷깃을 잡아 끌었다. "야 튕기는것도 그만해라. 재미없다." "나 탱탱볼 아니라서 안 팅기는데." "재미없다." 미친놈, 저것도 개그라고 하다니. 아아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왜일까. "야 나랑 아는체는 꼬박 하면서 맨날 무시하는건 무슨 심보냐?" "아는척은 하기로 했잖아. 난 약속은 꼭 지키거든." "어이.." "그럼 이것 좀 놔봐." 나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고, 자신의 패거리들과 걸어가는 이형우. 그 옆에 여자 한 명이 내 눈에 포착 되었다. "이형우!!! 그 옆엔 여자도 아니냐!? 니 여자한테 관심없대며!!" "얜 걸레가 아니거든." 녀석은 그렇게 말 한뒤 앞서 걸어나갔다. 여자라.. "흐응.." 악녀다운 비열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그 여자를 노려 보았다. 벌써부터 여자가 꼬이면 곤란하지. 넌 내가 갖을거거든. 여자가 있으면 나한테 불리하지 않겠어? "야!" "뭐야?" "너 조심해라..쿡쿡." 그 여자를 향해 소름끼치게 말했다. 나의 낮은 웃음에 그여자는 움찔 거리며 이형우옆에 찰싹 달라 붙었다. 으으.. 너.. 누군진 모르겠다만 얼굴 기억해 뒀으니까 각오해라. 내 말을 무시하고 거기다가 이형우 옆에까지 서 있어? 젠장, 너 절대로 가만 안 둘거야. 틱 "벼루냐?" 핸드폰 단축키를 누르고 벼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세라. 몇일 뒤에 니네 패거리 몇만 빌려줘. 쌈 졸라 잘 하는 놈들로."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닫았다. 한벼루는 이럴 때 써먹는거야. 이 녀석 주변엔 싸움 잘 하는 얘들이 꽤 있거든. "세라야 쟤 좀 위험해 보이는데 포기하는게 어떨까?" 꽤 오랜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나를 보며 유한이가 말을 이었다. 아니.. 그다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말했잖아? 내 투지를 불싸질렀다고. "이건 내 자존심이다." 유한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빨리가서 쉬고 몇일 뒤에 그 여자얘를 손봐줘야지. 쿠쿠쿡.. ======================================================== "바보짓 보니까 재미있었겠네?" "응. 재미있었어.." "하하하 씨발 존나 어이없네." "근데 내가 더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어." "뭐?" "다 알면서도 널 좋아해 버렸으니까..널 사랑해 버렸으니까." "너.." "것봐, 내가 더 바보같지?" ======================================================== -뻑!!! "꺄악!!!!" 지금은 학교 뒤. 이형우의 학교 뒤다. 인적이 드문 그 곳으로 이형우에게 꼬리를 치는 여자를 불러, 패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은 아니다. 저번에 부탁했던 벼루의 친구들을 빌려 패는 중이다. 난 되도록이면 여자한테는 주먹을 안 날리거든. "떨어져." 보통 소설의 악녀들이 하는 대사를 내가 하고 있었다. 뭐. . . 악녀라.. 좋은 말이지. 똑같은 사랑에 악녀가 어디있고 선한 사람이 어디있어? 다 생각하기 마련이지. 자신한테 좋게 보이면 선한거고 나쁘게 보이면 악한거고. 애초에 그런 구분 따윈 없다고. 누가 뭐라던 난 내가 원하는것만 쟁취하면 되거든. 내게 옳고 그르다는 선입견 따윈 없으니까.. -빠악!! "꺅 비..비겁하게 남자들을 동원해!!!?" "비겁? 후후 말 한번 잘 했다." 난 여자의 턱을 들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 "바로 어제 나한테 니가 한 짓을 잊은거니?" "무..무슨." "후후후 어제 니가 보낸 중딩들 말야." 그렇다 이 여자 역시 나한테 똑같은 짓을 했었다. 물론 난 내 몸을 지킬정도는 싸울 수 있기에 그냥 헤치워 버렸지만. 똑같은 짓을 해놓고 누구보고 비겁하다고 하는거지? "어디 비겁한거 제대로 보여줄까?" 낮은 나의 목소리에 겁에질렸는지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피가 줄줄줄 흐르는 모습이 마치 괴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그런데 .. 저 여자 왜 웃고있는거지? 기분 조지게.. "야 너 밟아! 웃지도 못하게..!" "밟아? 쟤 물건도 아닌데 왜 밟아?" "씨발 어떤 놈이 장난...이형우." 주변에 있던 남자들에게 명령하듯 앙칼지게 외쳤다. 그러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누가 장난질을 하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 이형우가 무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젠장. 정말 조지게 생겼네. 왜 저여자가 웃고있나 했더니 이형우를 본 모양이구만. "사람을 밟다니 넌 역시 나쁜애." "아니 이건.." "넌 역시 정말 싫어~" 내가 당황해 하며 뭐라 말을 하려 하자 녀석은 내 말을 가로채 버렸다. "내 말좀 들어봐. 그러니까 이건 말이야.." "안 들어도 알겠어. 어차피 이럴생각이었잖아 내 주변의 여자한테 손대는거." 맞는 말이기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변명해봤자 구차해 지는거겠고... "아 씨발!! 그러게 진작 나랑 사겼으며 이런일 없잖아 왜 튕기긴 튕기냐고!" "꺼지셈." "너 진짜..." 해서 그냥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세번째 손가락을 날리며 날 비참하게 만드는 이형우. "꺼져 걸레년아." "하..이형우."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년." 녀석의 눈을 바라본 나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날 정말 싫어하는 눈이었다. 단순히 튕기는게 아니라 관심조차 없는 눈. 오히려 날 증오하는 눈. 내가 정말 싫은가 보다. -짜악 후끈.. 이형우는 갑작스럽게 내 얼굴을 후려치더니 차갑게 말했다. 때렸어? 지금 날 때린거야? 이 은세라를?? 누구도 손지검 한번 못 했던 내 얼굴에 손을 올린거야? "이건 내 여자 괴롭힌 거." 쓰러져 있는 여자를 안으며 내 여자 라고 말하는 이형우. 그 여자나 이형우나 보란듯이 날 조롱하고 있었다. "하..." "인간말종아 앞으로도 아는척은 해줄게~ 나 약속은 잘 지키거든." 마지막으로 이형우는 피식 웃으며 날 지나쳐 학교로 들어가 버렸다. 저 웃음 존나 거슬린다. 가슴이 아프긴 보다.. 자존심이 무너져 버렸다. 이렇게 무너질 순 없어.. 씨팔.. 지금까진 단순히 장난이었다. 장난.. 너무나 멋있는 스타일을 내 소유로 만들고 싶었던 장난. 하지만 이젠 아니다. 지금의 내 마음은 증오로 또 복수로 가득차 버렸다. 내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아야지. "가서 패고올까?" "냅둬." 싸늘한 나의 말에 몇명의 남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내버려둬.. 이젠 내가 망가뜨릴꺼야. 감히 내 자존심을 건드려? 좋아 이형우 한번 해보자. 소유하는건 물론이고 다른 누구도 사랑할수 없게 망가뜨릴거야. 몸도 마음도.. 다 망가뜨릴거야.. 이 은세라를 건든거..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뼈져리게... * * * * 한 동안은 이형우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녀석의 눈빛을 보아온 지금처럼 달라 붙는걸로는 힘들다는걸 알았다. 우선은 아무런 이유로라도 녀석을 내 남자친구로 만드는거. 협박으로든지 여러가지로‥ 내 것으로 만드는 거다. 처음방법은 협박이었다. 그 여자를 납치해(?) 목에 칼을 대며 녀석에게 말을 했다. "이 여자 살리고 싶지 않아?" "별로..죽여도 상관없어." "에?" "어린나이에 깜빵을 가야하다니.." 어이없는 실패였다. 녀석은 지 여자를 정말 사랑하진 않나보다. 명목으로만 여자친구였나 보다. 츱.. 불쌍한 기지배. "자자 봤지? 이형우는 널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존말할때 떨어져?" 칼로 목을 살며시 긋자, 여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 끄덕 거렸다. 그리해서 원치않게 이형우는 손에 못 넣었지만 여자는 떨어뜨릴 수 있었다. 아직 끝난게 아니야. 난 이형우 널 최대한 망가뜨릴거니까‥ 에씨.. 근데 뭘 어떻게 하지? *그 날 저녁.* 오래간만에 식구들과 회식을 즐겼다. 아빠와 그 외에 조폭들은 2차를 향해 갔고, 나는 몇몇의 깍두기 오빠 들을 주위에 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 때.. 뻐억 뻑!! "이 씹새끼 죽어라!! 아주 깝 떨더니 잘 됬어." "밟아 다신 못 일어서게!!!" 골목길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다지 정의를 선호하는 인간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내가 도와준다고 뭐 사례를 받는것도 아닐테고.. "이형우 이 씹쎄 또 일어섰어." "괴물아냐?" 이형우??? "아저씨들! 잠깐 따라와요." "네 아가씨!" 이형우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들어서자 이형우가 대략 10명 가까이 되는 남자들에게 짓밟히고 있었다. 교복을 보니 저번에 이형우한테 밟힌 그 학교 같다. 오호? 이거 뜻밖의 수확인걸? 이형우가 맞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것도 즐겁지만 더 맞으면 흠집이 나겠지? "아저씨들 쟤네 좀 처리해 줘요! 저기 맞고있는 남자애가 제꺼거든요." "예 아가씨!!"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폭 아저씨들은 그 중딩들을 말로써 잘 타일러 보냈다. (협박에 가까웠음;;) 쳇 아쉽군. 더 고통을 느껴도 좋은데.. "너..." 이형우가 내 얼굴을 보더니 놀란듯 말을 이었다. 후후후후.. 그래 나 은세라야. "조폭이었냐?" = _=....... 조폭이라니. "아저씨 쟤가 좀 비몽사몽한거 같은데 집으로 데려가 줘요." "예!!!" "아 씨바..이거.." 녀석은 하도 맞아서 힘이 딸린건지 별 저항없이 순순히 끌려갔다. 이거 생각지도 못 하게 일이 잘 돌아가네? *집* 녀석은 몸을 깨끗히 씻고 내가 건네준 옷을 입었다. 푸.. "푸하하하하하!!!! 존니 귀엽다 곰돌이 열라 잘 어울려." "..귀엽냐?" "쿠쿠쿡 푸하하하하하합 너무 진지하게 말하진 마." 녀석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기 위해 일부러 곰돌이 옷을 건내줬지만 이거 너무 귀여웠다 . 무표정에 곰돌이 옷이라니. 푸..푸하하하하하 난 역시 사람 망가뜨리는데 도 텄나봐. "내가 귀여워?" "엉 무지..쿠쿡."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난 고개를 끄덕 거리며 침대위를 뒹굴었다. 크큭.. 웃고있는 나에게로 터벅터벅 다가오는 이형우. "이래도?" 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댄다. 아..씨발 침 뱉고싶네. 요즘들어 너한테 안 좋은 감정들이 새록새록 피어 오르고 있었는데 얼굴을 가까이 대면 어쩌냐? 칼로도 긋고싶어지잖냐. 난 웃음을 멈추고 녀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있지 니가 날 구해줬으니까 싫어도 보답하나 해줄래." "그래? 그럼.." 씩 웃으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던 내 입을 녀석이 막아 버렸다. "웁!!!!" 갑자기 키스 공세를 퍼붓는 녀석. 첫키스는 아니라지만 이렇게 당하니까 기분 존나 구리다. "우..우웁!! " 나 숨막혀 뒤지게 하고 싶냐. 씨파.. -콰악 난 손으로녀석의 상처를 꾹 쥐었다. 그러자 움찔 거리며 나한테 떨어져 나가는 이형우. "하아..하 갑자기 무슨 짓이야." "걸레가 원하는거 이런거 아니었어?" ...... 또 걸레란다. 존나 기분 엿같게 만드는데 뭐 있네. "미친 내가 언제?" "입술이 움직이길래.." 하하하하하.. 이형우야 마음껏 날 무시해둬라. 나중엔 그렇게 못 할테니. 나한테 빠져들게 하고 지대로 망가뜨리거니까. 그리고 말야.. 사람이 말을 할려고 하면 입술이 움직이는건 당연하잖아!! "너 뭔가 착각하고 있네? " "뭐가." "내가 너 구해준게 이거 밖에 안 되는거야?" "그럼 자줘?" =_=.....띵. 이게 정녕 중학생의 말에서 튀어나올 말이란 말인가. 망했네. 우리 한국 드디어 쓰레기 됬어. "아니 그걸론 부족해." "뭘 바라는데?" 녀석도 내심 내가 구해준것에 대해서는 은혜를(?) 갚을 생각인지 나한테 진지하게 물었다. "사귀자." 녀석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내게 물었다. "맨날 잘려구? 그건 곤란한데..." "미친놈 스킨쉽 따위 하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사귀기만 하자고. 매일 만나는거 그걸로 충분해." "아 정말?" 녀석은 다행스럽다는 듯 곰돌이 그림을 만지작 거렸다. 새끼.. 코믹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다니. "엉 앞으로 100일 그 뒤엔 나 안 만나도 되." "응 의외로 쉽네." "그렇지?" 녀석을 고개를 끄덕 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쉽지.. 그냥 만나기만 하는거니까. 하지만 난 100일 안에 널 빠져들게 할거거든. 후후후.. 그 뒤엔 넌 후회하겠지. 왜 나의 제의를 받아 들렸나 하고 말이지. "자 이리와봐." "덥치는건 안되." 내가 손을 까닥 거리자 녀석은 무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덥치기는.. 이 놈 은근히 색마잖아? 그리고 난 니가 싫다고. 아주 싫어~ 그런데 덥칠거 같아? 오히려 죽이면 몰라두 넌 죽일만큼 싫어졌거든. "그런짓 안해 그냥 치료나 해줄려고." "아 치료.." 나의 말에 이형우는 내 옆에 앉았다. 난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구급통을 들어 녀석의 팔부터 얼굴그리고 배까지 하체부위를 제외하곤 다 꼼꼼히 치료를 해 주었다. "많이 해본 솜씨다." "어 주위에 다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너 조폭두목이구나." "아냐." "조폭두목 무섭다." "아니라고!" 꾸욱.. 녀석의 진지한 얼굴에 난 상처를 고의적으로 눌러 버렸다. "아파 두목님아." "=_=..뒤진다 우리 아빠가 조폭이지 난 평범한 학생이라고." "아 조폭후계자야?" "말을 말자." 그렇게 한 참의 침묵이 흘렀다. 녀석의 치료를 말끔하게 끝낸 난 침대에 털썩 누워 버렸다. "그럼 이제부터 니가 내 여자친구야?" "어." "싫은데.." "싫어도 해 넌 약속은 꼭 지킨다며?" "머리좋네." "당연하지." 저 녀석 웃으면 어떨려나.. 이쁠까..못생겼을까. 난 녀석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넋나간 사람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형우 또한 내 눈을 바라보며 아무말이 없었고.. "근데 저건 누구야?" 녀석은 나의 눈을 피해 액자를 가르켰다. 갈색 머리카락이 유난히 예쁜 우리엄마와 내가 눈을 맞고있는 사진이었다. "우리 엄마." "아..이쁘다." "응 예뻐.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내가 6살적 병으로 세상을 뜬 엄마. 날 슬프게 사진을 바라보며 말 끝을 흐려 버렸다. "왜 울려고 그래?" 녀석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긴.. "보고싶어서.." 응.. 엄마가 보고싶거든. 눈 처럼 새하얗던 우리엄마가 보고 싶어서. "우움.. 너 슬픈거 안 어울린다. 차라리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바꿔." 내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쭈욱 올리던 녀석이 말을 이었다. 이 놈이.. "야!! 진지모드 잡고 있는데 꼭 망쳐야 겠냐?" "응 넌 걸레모드가 가장 어울려~" "니 여자친구한테 걸레가 뭐냐!?" "에 그러네.. 그럼 뭘로 바꾸지. 으으음.." "은세라야." "은세라?" "내 이름은 은세라니까 그냥 세라라고 불러. 이상한 별명 부르지 말고." 나의 말에 녀석은 뚱한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을 꼼찌락 거렸다. "뭐야 마음에 안 들어?" "응 그냥 플레이걸 은독사는 안 될까?" "안돼!!!!" 씨댕.. 저런 말은 또 어디서 쳐 들어서. 그 학교 입 싼 놈들을 다 죽이든지 해야지. *그날 밤.* 녀석과 나는 어쩌다 보니 한 방에 같이 잠 들게 되었다. 물론 침대는 두 개라서 상관은 없었다. 늦음밤 녀석의 숨 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 들었다. 아직까지도 녀석에게 두근 거린다는 감정보다는 어써 빨리 녀석의 눈물과 나에게 애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어쩌다가 감정이 이렇게 변했을까.. 뭐 거기에 대해서 묻는다면 그냥 내 칼같은 자존심을 건들였다고만 말해두지. 겨우 자존심이라고 하겠지만 난 자존심 아니면 시체라고 할 만큼 무서운 여자거든. "자나.." 갑자기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와 흠칫 했다. "왜 이렇게 나 잠이 안 오지?" 녀석의 중얼 거림에 난 눈을 꼭 감았다. "이상하다..이상해." 연신 이상하다는 말만 반복하던 녀석은 곧 조용해져 버렸다. 드디어 잠이 든 모양이다. 이형우.. 앞으로 100일간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줄게. =============================================================== "니 슬픈 눈빛에 반해 버렸나봐." =============================================================== 100일..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던거 같다. 무척이나 짧고 또 짧았다. "여어 형우야!" "오늘은 좀 늦었다?" "청소 토끼는데, 선생한테 싹 걸렸지 뭐야." "불량 학생." "남말하지 마라." 우리학교 앞에서 날 기다리는 형우. 나보고 불량학생이란다. 하하하하 싸움도 좆뺑 많이 하는 불량배는 지면서.. 오늘로써 우리가 사귄지 대략 90일 정도에 접어 들었다. 그 동안 변한게 있다면 녀석이 날 대하는 태도. 나 역시 변한게 있다면 녀석에게 증오는 조금 사그라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여전히 처절하게 차 버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우리 이제 10일 정도 남았네?" "응." "우리 내기 하나 더 할래?" "내기?" "응 10일안에 니가 나한테 완벽하게 넘어오면 기간을 좀 더 늘리는거야." "...글쎄." 나의 말에 이형우는 조금 고민하는 듯 싶었다. 피식… 니가 정말로 나한테 빠져야지 ^ㅇ^ 너한테 슬픔을 주지. "그럼 나한텐 무슨 이득이 있지? 난 너랑 사귀는거 싫은데." "흐음‥니가 원하는거 들어줄게. 어때?" "뭐든지?" "그래 니가 나한테 넘어오지 않을시에." "응 그래 하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 거리자 난 환히 웃었다. "아싸 내가 너 꼭 넘어오게 만들거야!!" 녀석의 손을 잡고 껑충껑충 뛰면서 웃었다. 이렇게 밝게 웃어 본 적도 거의 처음인거 같다. 나 니가 슬퍼하는거 꼭 보고 말거야. "어린애냐?" "응응! 어린얘야!! 좋아 죽겠어 ~" "......" 방방 뛰면서 한껏 미소를 뿌리고 난 녀석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럴때가 아니라 우리 빨리 데이트 하자!" 난 이형우의 손을 잡아 끌고 노래방을 갔다. 노래방‥ 음 늘상 남자들이랑 데이트를 할 때는 노래방을 참 많이 왔다. 한번도 내가 노래를 불렀던 적은 없는거 같은데.. "니가 노래 부르게?" "응!"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거 같다. 이왕 부르는 김에 확 빠져들게 해주지. 움하 움하 움하하하하. 얘들이 내 목소리는 참 예쁘다고 했으니까 노래실력도 좋을거야. 그렇게 자부하며 난 노래를 불렀다. "-♬♪" 나로써는 꽤나 열심히 불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형우의 표정은 무표정. '못 불렀나?' 심각하게 풀 죽은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자 듣기좋은 녀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잘 부른다." ...... 아... 진심으로 잘 불렀다는 느낌이 베어나올 정도로 녀석은 한 없이 진지했다. "세라야 너 노래 대게 잘 부른다." "하하하하 고맙." 멋쩍게 웃으며 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칭찬 들으니까 좀 쑥스러운데? 내가 진작에 노래 잘 불를줄은 알았다고. "잘 부른다. 너무 잘 불러. 그러니까 나한테만 들려줘야해?" 뭔가 의미가 있는 듯한 녀석의 말. 슬핏 웃는 녀석의 눈은 슬프게 젖어 있었다. 왜 저렇게 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거지? 어째서.. 왜 저렇게 슬퍼 보이는 거지. 마치 투명한 유리알 처럼.. "하하하 너..너도 불러봐." "응." 나의 말에 형우는 고개를 끄덕 거리며 마이크를 들었다. 막 노래 반주가 흘러 나오고.. "그만하자 여기서 끝내자 그만하자 더 아프기 전에 어떠한 변명도 너를 힘들게만 할 뿐야 이쯤에서 끝내자 니가 먼저 돌아서 그저 넌 날 미워 하면 돼 이기적인 남자라고 욕해 하지만 약속해 내 앞에서 보인 눈물 이젠 더 이상 흘리지 않겠다고 바보야 왜 울어 어느 하나 잘해 주지 못 한 내가 가는데 눈 감을 세상 그 곳에서 어쩌면 널 잊을지도 몰라 웃어 이 바보야 제발 모르겠니 함께 만든사람 꼭 여기까지야 지우지 못하고 갈 추억 바래져 가도록 기도 할께 미안하다 널 두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직 못 잊어서 하지만 가끔씩 스쳐가는 바람으로 잠시 만지고 이내 돌아 설태니 바보야 왜 울어 어느 하나 잘해 주지 못 한 내가 가는데 눈 감을 세상 그 곳에서 어쩌면 널 잊을지도 몰라 웃어 이 바보야 제발 모르겠니 함께 만든사람 꼭 여기까지야 지우지 못하고 갈 추억 바래져 가도록 기도 할께 다시는 전하지 못 할 마지막 그 한마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실은 나 두려워 널 못 잊을 나보다 사랑했던 만큼 아파 할 너기에 내가 준 아픔까지 모두 안아 줄 사람과 행복해줘 참 다행이야." 왜..사랑해 라고 하는 소절때 녀석의 목소리가 떨렸을까.. 왜 그 말을 들었을때 나는 고백을 받는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 거렸지? 녀석이 너무 멋있어서 그런가봐. 지금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젖은 눈으로 아름아운 미성을 내며 부르는 모습이 눈부시도록 멋있어서 그런가보다. "멋있다.." "고맙." "응 정말 멋있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녀석의 표정은 참 묘했다. 읽기 힘들 정도로. *일주일 뒤.* 녀석과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 동안 참 많은 데이트를 즐겼고, 나 또한 질리지는 않았던거 같다. 하지만 딱 100일째 난 녀석을 차 버릴 것이다. 얼마전 내기.. 뭐 녀석의 눈빛만 봐도 알겠다. 나한테 빠진거 그거 하나는 분명하니까 내기랄 것도 없이 내 승리지. "키키킥 그 바보년 졸라 좋아한다니까?" "푸하하하 우리가 지 진짜 친구인줄 알더라. 요즘 이형우한테 헬레레 해서.." "솔직히 우리가 걔 남자꼬이는거 보고 친구 먹은거지." 흐뭇해 하며 학교를 돌아 다니다가 문득 여자들의 수다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목소리가 꽤 낯익어서 말이다. "하하하하 근데 요즘 은세라 남자 잘 안 꼬이더라?" "이형우 걔한테만 매달리니까 그렇지." "쿠쿡 이형우한테 요즘 니가 작업걸지 않냐?" "맞아 은세라 걘 모를껄? 내가 미쳤다고 이형우 걔를 넘겨 주겠니? 차라리 내가 꼬시고 말지." "잘 되가고 있냐?" "걔 눈 존나 높아- 장난 아니드라. 좀 힘들겠어." 은세라.. 내 이름이 나왔고 이형우 이름도 나왔다. 그리고 언뜻 보이는 저거.. 내 친구들이다. 하하 씨발.. "야!!!!!!!" 나의 목소리에 네명은 놀란듯 움찔 거리며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당황한 년들의 얼굴들. 하 씨바.. 내가 너같은 년들을 친구로 뒀다니. 후회 막급이네‥ "미친년들 뭐라고? 씨발.. 유한이 니가 배신을 때려?" "아..아니 난." "하.. 진짜 믿는도끼에 발등찍힌다고. 이형우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으면 니가 꼬시지 그랬냐?" "으..그..그게." 나의 독설어린 말투에 유한이는 쫄은 듯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곧 내가 혼자란 사실에 얼굴을 피며. "흥 어차피 니가 못 꼬시는거 내가 꼬신다는데 왜 그래? 형우는 니가 좋아서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이게 말이면 단줄 알아?" "어디 해봐라! 우린 넷이고 넌 하나.." 콱.. 그대로 달려나가 머리끄댕이를 잡아 당겼다. "꺄아아악 이거 못 놔? 얘들아 좀 도와줘!!" "은세라 그거 놔!!" "니들도 한 패거리지? 씨발 다 죽었어!!!" 내 성질은 개차반이다.. 거기다가 다혈질. 독하기까지 하지. 난 유한이만 집중적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댕겼다. 다 뽑힐 정도로 힘을 세게 주며. 가끔씩 발로 차주기고 하고 주먹도 휘둘렀다. 조폭인지라 .. 남자 몇명도 거뜬히 눕히는 나지만, 여자한테는 그다지 심한 폭력을 쓰고 싶지 않았다. 배신감에 슬퍼서.. 거기다가 친구였는데 심하게 팰 생각도 없었고. 근데.. "이거 놔아!!!" "좀 쎄게 잡아 댕겨봐!!!" 필사적으로 날 패려는 너희들을 보니까 눈물 날것 같다. 난 지금 너희들을 때리는것도 슬픈데.. 니들은 그렇지도 않은가봐. 오히려 잘 됬다는 듯 .. 날 죽어라 패고 있으니까. "에씨 무슨 기집애들이 이렇게 싸우고..어 은세라!!" 이런 우리의 싸움을 말린건 한벼루였다. 담배 한 가치를 물고 있던 녀석은 네 명을 위협적이게 노려보며.. "다 꺼져." 우리학교 실세라고 할 정도로 싸움꾼인 한벼루를 누가 두렵지 않아 하리. 나한테는 필사적으로 덤벼들던 4명은 나살려라 하며 도망쳐 버렸다. 난 머리카락을 가다듬으며 털썩 주저 앉았다. "왜 맞고 있었냐.. 니 싸움 잘하잖아." 날 잘 알고있던 한벼루가 나의 모습을 정돈해 주며 말했다. "병신 친구였잖아.. 내 마지막 배려야." 눈물이 떨어질랑 말랑 거렸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차오르려고 했다. 한 때 친구로 믿었으니까.. 남자 때문에 접근한거 왜 생각지도 못했을까. "은세라 이렇게 울려고 하면 어쩌냐.. 바보같이." "나 바보아닌데.." "진짜 친구는 나로 족해라. 쟤들은 가짜친구니까 슬퍼하지마." "응 그래." 난 한벼루에게 안긴채 슬픔을 속으로 삭혔다. 가짜 친구 때문에 가슴 아플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개한테 물린 셈 치자.. 내가 기르던 개가 주인인 날 왕 하고 물린 셈 치자. "바보 진짜 친구인 내가 가면 더 슬퍼지겠네.." "어?" "가짜친구한테도 슬퍼하는거 보면... 넌 참 여린거 같애. 겉모습하고 다르게 너무 여려.." 아닌데... 나 졸라 강해. 그래서 그 가짜친구도 개라고 했잖아.. 개한테 물린거라고 치잖아. "무슨 말 하려고 그래?" "나 전학간다 내일.." "벼루야.." 난 놀란 눈으로 벼루를 바라보았다. 전학이라니... "너 그런 말 없었잖아." "니가 이형우 작업거는데 너무 열심히 길래 감히 말도 못 붙였다." "가지말지.. 갑자기 이런게 어디있어." 난 녀석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씁쓸하게 웃으며 녀석을 말했다. "늦게 말해서 미안." "미안한거 알면..가지마." "아니 ^ㅇ^ 친구는 어디에 있어도 친구잖아." 바보.. 그런 말 많이 들어봤어. "그치만 옆에 없으면.. 금방 잊혀진다고." "나 잊을거야?" "아니.." "그럼 된거야. 꼭꼭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안녕' 하고 인사하면 되는거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슬픈 내 눈을 보며 녀석은 웃었다. 활짝.. "자 안녕 하는거야 안녕." "안녕.." "그래 헤어질때도 안녕. ^ㅇ^ 다시 만날때도 안녕. 지금은 헤어지면서 안녕 다음에 안녕은 다시 만날때 안녕." "응응." 눈물이 흘렀다. 이런 좋은 친구를 그저 내 목적을 위해 휘둘렀다는게 너무 미안해 졌다. 미안해.. 미안해.. 친구야. 내게 너무 좋은 친구. 내 진짜 친구. "읏차 이제 우는건 니 남친한테 울어. ^ㅇ^ 친구인 나는 니가 남자친구 일 땜에 힘들때만 어깨 빌려줄게. 지금은 남자친구 어깨 빌려서 울어. "응?" "절대 후회할 짓 하지 말고.. 앞으로도 ^ㅇ^ 잘 지내." 녀석은 내 머리를 툭툭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회 할 짓..? "그럼 난 그만 가야겠다 세라야 안녕." 손을 번쩍 흔들며 녀석은 그렇게 가버렸다. 연락처..물어야 하는데. 왜 난 이렇게 눈물만 나는지 모르겠다. "울지마.." 내 눈물을 슥 하고 닦아주는 한 남자의 손.. 글썽 거리는 눈으로 그남자의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 품에 안겨 엉엉 울어 버린다. 친구에 대한 배신.. 그리고 진짜 친구는 거의 이용해 먹다 싶이 하고.. 이렇게 막상 떠나니 후회가 물밀려 온다. 여러가지의 슬픈 감정들이 모여서 난 눈물을 흘려 버리고 만다. "형우야..형우야 어떻게 나 어떻해해.. 대게 슬퍼. 엄마 생각할 때 보다 더 슬퍼.." "울지마..세라는 울면 나쁜 어린이." "나 원래 나쁜 애잖아." 그러니까.. 나쁜 애니까.. 이형우도 복수심에 사귀고 .. "울지 않으면 착한 어린이.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준다." 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내 눈물을 하얀 손가락으로 훔쳐주는 형우. 녀석의 눈은 더 슬퍼 보였다. "난 더 슬픈얘기 할 건데 이렇게 울면 안되잖아.." "뭐?" "슬퍼하지마.. 어차피 할 얘기였으니까." 녀석의 말에 난 모르겠다는 듯 눈을 굴렸다. 무슨 .. "우리 끝내자. 이런 지저분한거.." "뭐??" 난 놀라서 눈물이 뚝 멈췄다. 뭐 놀라기는 했지만, 가슴 아프다거나 그런건 없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우리 학교에 찾아와서.." 그래 무슨 말이야. 갑자기 우리학교에 찾아오고 내 뒤에 나타나 눈물 닦아주고 한 다는 말이 헤어지자니. "나 이제 걸레랑 사귀기 싫어졌어." "거짓말..너 거짓말 하지마." 녀석의 눈동자는 아픔이 베어 나왔다. 저거 거짓말이야.. 그리고 이건 아니잖아. 차는건 내가 해야 한단 말이야. 이런건 내가 생각한게 아니었어. "어차피 너 나한테 복수하려고 사귄거잖아." 다..알고 있었어? "하..다 알고 사귄거였어?" "응 니 눈은 날 싫어했으니까." "바보짓 보니까 재미있었겠네?" "응. 재미있었어.." 눈물은 멈추고 더 어이없어 졌다. 눈물이 나오겠는가? 졸라 황당 이빠인데.. 나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보며 녀석은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다. "하하하 씨발 존나 어이없네." "근데 내가 더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어." "뭐가." "........으니까." "뭐라는 거야."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왜 작게 말하고 난리야. 아니 그 것보다도... 난 황당함에 어이없어 함에 뻥져있다지만 넌 왜 슬픈 눈동자로 바라보는거냐. "그래도 너 재미있었어." "너 정말로 날 안 좋아했어?" "응 너 안 좋아했어." "거짓말." "거짓말 아냐." 동공이 흔들리잖아. 니 표정 그런거 아니라고 쓰여져 있잖아. "갈게. 우린 끝이야 디엔드." 내 눈을 바라보던 녀석은 곧장 등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디엔드.. "다신 만날일 없을거야." 내가 늘 했던말. 내가 남자들한테 했던말. 그거 저 녀석이 나한테 하고 있다. 은세라 처음으로 남자한테 뻥 하고 차였다. 하하하하 허무해서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온다. 내가 복수한다고 뻥뻥 소리치던 대상이었는데 은세라 존나 개짝됬네... =========================================================== "그럼, 웃어봐." "울어봐.." ............ ... "우리 ..정식으로 사귀자." "응?" "너랑 나 사랑이..성립됬거든." =========================================================== 5편. 하루는 술에 왕창 쩔어서 집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접해 보는 술이었다. 키득키득 남자한테 차이고 친구한테 배신당하고.. 이제 남은건 없었다. 내게 남은건‥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아무리 이형우한테 차였다고 해도 좋아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지금도 슬프기 보단 담담하다. 아니 오히려 더 가지고 놀고 싶어졌다. 그런 충동이 들어 버렸다. 나 아직 포기하진 않았다. 잠시 보류야.. 끝까지 나 비참하게 만든 너 .. 처절하게 복수할거거든.. 다음날 .. 의외로 이형우가 없으니 조금 허전했다. 아직까진 그저 보류중이었다. 어떻게 해야지 녀석을 밟아줄수 있을까. 다시 몇일 뒤 시내에서 이형우를 만났다. "야 이형우!!" "......" 조금은 헬쓱해진 녀석의 모습. 내가 불러도 듣는척 만척. 예전엔 곧잘 인사도 잘 해줬던 녀석이 깨졌다고 그냥 무시해 버린다. "야!! 깨졌다고 인사도 안 하냐?" "저리가..더러워." "야!!!" 내 자존심 금 가는 소리가 안 들리더냐? "너 정말 보기싫어." 진짜 너무하네.. 나 열받게 하는데 뭐 있나봐. "내가 그렇게 싫어? 얼굴도 보기 싫은만큼?" "어." 욱씬‥ 잠시 욱씬 거렸다. 그 말을 끝으로 이형우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야 깨진거야? 역시 넌 대단하구나." "그러게 은독사 한테 걸린애 치고 꽤 멀쩡하네. 보통 페인인데." "쟤도 자존심 대게 많이 상했겠다." 그 녀석의 친구들따위의 소근거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꾸 녀석의 뒷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욱씬 거린다. 절대 가슴이 아파서 그런게 아니다 자꾸 날 비참하게 만드는 녀석이 미워서 일 뿐. 그래 그런거 뿐이다. * * * * * * 녀석과 헤어진디 4일 째. 가끔씩 누군가 날 따라붙는 기척이 느껴진다. 하지만 따라붙기만 할 뿐.. 내게 적의를 가지진 않을거 같다. 살기보단 애특한 느낌밖에 베어나오지 않았다. 누군진 몰라도.. 남자라는거 그거 하나는 알겠다. 학교에서도 어김없이 그 느낌은 이어졌다. 누굴까.. 스윽- 얼굴이 보고싶어 골목길로 숨어들어 재빨리 몸을 숨겼다. 골목길에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이..형우." 이형우 였다. 내 뒤를 따라 붙은건, 그래 이 느낌이었구나. -탓 담벼락에서 내려 뛰었다. 내가 나타나자 놀란듯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형우. "왜 날 미행했어?" 나의 물음에 녀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내 친구 만나기로 했어." "누구?" "신경꺼." 무표정으로 말하지만 녀석의 목소리는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씁쓸하군. 내심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래? 그럼 잘 만나." 난 녀석에게 냉담하게 말하고는 담벼락을 빠져 나갔다. 왜 그 때 난 보지 못 했을까? 날 잡을까 말까 고민하며 손을 내렸다 올렸다 반복하던 녀석의 그림자를.. 이형우... 점점 미워져만 가는 녀석이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넘어 오지도 않았고..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어 버렸다. "유한아 어떻게 됬어? 은세라랑 이형우랑 깨졌어?" 이번엔 화장실이다.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끝내고 나가려는데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이름과 이형우의 이름이 거론되어 나갈 수 없었다. "후후 이형우가 순순히 헤어져 주더라고." "에에 어떻게?" "어떻게긴~ 내가 좀 입담이 쎄잖냐~♡ 은세라 졸라 좋아하던 모양인데 그 날 학교 왔던날 내가 은세라 좋아하는 남자 또 생겼다고 하니까 믿더라고." 4명정도의 목소리. 그 4명은 전부 내가 알고 있던 여자들의 목소리. "설마.." "당연히 말로는 안 믿지♡ 내가 한벼루랑 은세라 껴안고 있는거 보여줬거든. 내가 맞은 상처도 한벼루한테 접근 했더니 은세라가 냈다고." "그걸 믿던?" 으득.. 유한이 너구나... 깔깔 거리던 여자들의 목소리에 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벼루 가더니 이년들이 아주 기고만장이야. "당연하지 그 기집애 이형우 한테도 똑같은 패턴을 시도했었거든." ...하하하하하하. 너 뭐든걸 다 알고있구나? 졸라 재수없는 기집애. 널 한순간이라도 가짜친구라고 치부했던 내가 병신이지. 넌 친구라는 말도 붙이고 싶지 않아. 넌 쓰레기다 쓰레기야. "하하하 그 때 이형우 충격 받은 모습을 봤어야 했어. 하는 말은 더 가관이더라? 은세라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포기하겠다고 어차피 지는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크큭." 부글부글.. 하아.. 이성이 끊어질랑 말랑.. 난 간신히 살인을 저지르려는 충동을 억제했다. "더 웃긴건 은세라는 착하니까 절대로 자기 못 버릴거라고.. 그러니까 지가 놓아주겠데. 푸하하하하하 지대 바보야 바보!" -콰앙!!!!!!!! 문을 발로 쾅 차버렸다. "썅년들..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내 눈은 이미 살기로 젖어 버린지 오래였다. 나의 광기어린 모습에 떠들던 그녀들의 표정이 확 굳어 버렸다. 이런 나의 모습은 처음일 뿐더러 놀라기도 했을테니까. "하하하하 씨..씨바 니가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껀데?" "그..그래 너 또 맞고싶냐?" 뻐억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가 한 명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찍어 버렸다. "아.윽.." 아픈지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감싼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내게 뭐가 보일까? 이번엔 화장실 문에 박아 버렸다. 콰앙!!!! 이번엔 꽤 셌는지 피가 뚝뚝 떨어진다. 내 손에 혈향(血香)이 풍기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으..으 씨바 또라이년.." 아아 정말이 내가 싸움을 잘 하진 못해도 내 몸을 지킬 정도는 된다고 했잖아. 이번엔 다른 여자애가 복수한다 싶고 내게 주먹을 뻗었다. 여자가 주먹이라니.. -으득.. 팔을 잡고 그대로 비틀어 버렸다. 뼈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그 여자는 쓰러져 버리고 남은건 둘. "유한아 넌 되도록이면 늦게 상대해 줄게." "미..미친." 덜덜덜 떨고있는 유한이를 제외하고 한 여자애의 명치를 발로 차 버렸다. 퍼억!! 빠악 코를 한대 내려 쳤더니 피가 줄줄줄 흘러 나온다. "아윽.. 사..살려줘." 이번엔 입을 짓밟았더니 하얀 이 몇개가 툭 하고 튀어나온다. 아아.. 피 냄새를 맡으니까 대게 즐겁다. 후후후후.. 너희들 때문에 내가 바라던 복수도 못 했단 말이지? 개또라이들.. "유한아 ^ㅇ^ 이제 너다." 이미 화장실 바닦으 피 바다. . 하지만 난 빙긋 웃으며 유한이에게 다가섰다. 넌 보너스로 ^ㅇ^ 뼈도 부러뜨리고 이왕이면 숨도 못 쉬게 해줄게. 너 때문에 내가 복수를 못했걸랑. * -달칵.. 피 냄새가 짙게 진동하는 화장실에서 나와 버렸다. 그리고 곧장 녀석의 학교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탁탁탁.. "하아..하." 학교 앞에 다다러 섰을 때.. 분명 교문에서 이형우 친구들은 나오는데 이형우는 보이지 않았다. "이형우는?" 내가 그의 친구들에게 물었다. "형우 오늘 안 왔어." "그래?" "형우..너 때문에 아파서 학교 못 왔어." "무슨 소리야?" 형우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말에 씁쓸해 하고 있는데 그게 나 때문이라는 형우 친구의 말에 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 때문이라니‥ 탁탁탁.. [형우 너 정말로 좋아하나봐... 그렇게 무표정이었던 애가 너만 만나고 나면 웃었거든. 바보같이 실실 쪼개기나 하고.. 처음엔 그러지 않았는데 니들 40일 정도 지나니까 형우가 매일 니 전화만 기다리더라. 맨날 너 만나려고 학교도 땡땡치고 창문으로 너 지켜보다가 교문에 서드라고. 그리고 니들 헤어지고 형우 많이 아팠어. 차라리 무표정일 때가 났지 지금은 늘 슬픈 표정이야. 너 보려고 학교 일찍 나가서 시내에서 죽치기고 하고 교문에서 너 바라보기도 하고 혼자 실실 웃고.. 니 웃는 모습이 참 좋다고.. 가슴 설레게 한다고 매일밤 마다 어떻게 하면 너 웃게 만들까 고민하던 녀석이었어. 헤어진 지금도 우리한테는 맨날 니 얘기만 한다고. 은세라 소문처럼 독하지도 않고 여리다고 ..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고 참 착한 여자라고. 그런 여자한테 상처준게 죽을만큼 아프대... 맨날 니 아프게 한거 미안하다고 술만 마셔 대잖아. 맨날 아픈 눈으로 울어... 그러면서도 맨날 이렇게 말해.. 눈이 참 예쁜여자라고. 눈이 참 매력적인 여자라고...] "바보..." 형우의 친구가 한 말을 떠올리며 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역시 넌 늘 내 곁에 있었구나. [니 생각만하면... 즐겁단다. 바보같이 널 너무 좋아하게 됬데...] 진작에 나한테 고백했으면 좋았잖아. 너 정말 바보같아. 정말 바보같아서 내가 더 병신된 기분이야. 쏴아아아아아... 비가 세차게 내리고 뛰다가 곧 걸었다. 혼자.. 터벅터벅 씨발.. 아쉽다. 내가 찰 수 있었는데... 나 정말 악만가봐. 지금도 니가 불쌍하다는 생각보다 널 차버리고 싶어. 널 비참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니가 날 좋아한다는거 아는데도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 나 참 나쁜 여잔가봐. 그치만 이게 진심인걸. 비가 맞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짜증난다 짜증나. 차가운 빗방울이 내 얼굴을 타고 주륵주륵 흘러 내린다. 부들부들.. 비를 많이 맞아서인지 몸도 떨리고 입술도 파랗게 질려 버렸다. "하아..젠장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거야?" 난 짜증스럽게 중얼 거리며 집쪽으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문득 더 이상 머리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자 이상해 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라?" 하얀색 우산이 활짝 펼쳐져 있었다. 내 머리위로.. 그리고 내 등뒤로는.. "비 맞지마. 감기걸려.." 이형우.. 형우가 서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촉촉히 젖은 모습으로.. 내게 우산을 씌여주면서. "너..니가 왜 여기있는거야." "난 늘 네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한 참의 침묵이 흘렀다. 이거 고백이야? "너..아프대며." "응 아파." "근데 왜 여기있는거야?" "니가 더 아파보여서." 우산을 살며시 내 손에 넘겨주고 가버리려는 형우. 하지만 내가 녀석의 손을 꽉 잡아 버렸다. "너.. 나 좋아한다며." "......싫어해." 나의 말에 형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병신.. 니가 봤던 남자는 내가 찍은게 아니란 말이야. 내 친구란 말이야.. 그 녀석 전학간다고 해서 안아준거 뿐이야. 난 너 하나만 바라봤어." "......" 쏴아아아아. 차가운 빗방울이 사정없이 낙하했다. "다 들었어. 너 나 좋아한다며. 내 주위에 있는거 그거 나 좋아해서 있는거잖아." 침묵.. 나의 말을 끝으로 긴 정적이 흘렀다. ".....응." 그리고 한참의 공백뒤에 응이라도 하며 고개를 돌리는 형우. 눈이 슬프게 젖어있었다. "좋아해..은세라 많이 좋아해." 그리고 이어지는 녀석의 감미로운 고백. 이와중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비웃음만이 터져 나올려 했다. 하지만 난 꾹 참았다. 난 아직 복수를 하지 못 했다. "나 너 때문에 피멍이 많이 들었어." 자존심에 피멍이 말이야.. "응..미안." "나 아직도 니가 내 남자친구 했으면 좋겠어." "그럼 그 남자는 아무것도 아냐?" "친구야." "그럼.. 나 너 잡아도 되는거야?" 녀석은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하하하하 그래 이게 내 각본이야. "......그냥?" "니가 원하는건 무릎이라고 꿇고 애걸하는건가?" 알고있네. 난 니가 애걸하는거 보고 싶거든. 쿠쿡.. -털썩.. "은세라야..잘해줄게." 고개를 푹 숙여서 녀석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날 정말 사랑해?" 우산은 던져놓고 녀석에게 다가섰다. "응.." 나의 웃음에 홀린듯이 녀석은 고개만 끄덕 거렸다. 하하하하하..기분 째진다. 내가 원했던거 이런거였어. "그럼, 웃어봐." ...웃었다. "울어봐.." 녀석의 슬픈 눈동자에서 결국은 눈물이 또르륵 흘러 내렸다. 기분이..좋다. 좋다. 좋다. 존나 좋다. 아니..좋지 않다. 이상하게 꺼림칙하다. 저 녀석 슬픈 눈동자가 내 가슴을 마구 요동치게 한다. 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저 깊은 눈동자 안에 베어있는 슬픔이 날 숨막히게 한다. 나 까지 눈물 날 정도로 슬프게 하는 눈동자다. 분명 저 녀석 아픈 눈동자 봤는데.. 조금은 망가져가는 녀석을 보며 즐거워야 하는데. 왜 이렇게 깨름칙한거지? "내가 이겼네." 하지만 내 속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긴 싫어서 억지로 피식 하고 결국 웃음이 터트렸다. 좀 전의 진지한 표정은 다 사라져 버렸다. 녀석의 표정은 놀라운것도 그것도 슬픈것도 아니었다. 무덤덤.. 이미 이럴줄 알았다는 듯 그냥 무표정이었다. "하하하하 처음부터 이럴려고 접근한거 알잖아. 너 무너뜨릴려고 접근하고 연극하고.. 근데 끝에서 이렇게 허무없이 무너지니? 저번에 니가 했던말 그게 정답인데.. 크큭." "......" "너한테 좋아한다는 고백 받았으니까 내가 이긴거야." 나의 조롱 가득한 표정에도 녀석은 그저 슬픈듯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넌 걸레가 싫다고 했잖아. 나 졸라 무시했잖아. 지금와서 이러는거 자존심 안 상해?" "응." 안 상해? 난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그대로 굳혀 버렸다. 이상한놈.. 전혀 치욕스럽다던가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하하하하 씨바 나 일부러 연극한거라고 알아?" "응 알아." "이형우 끝까지 나 황당하게 만드는데 뭐 있구나." "나도 황당해." "뭐가." "일부러 나 망가뜨릴려고 하는거 무척이나 애쓰는거 보니까." 뭐야..지금. 너 지금 그말.. "뭐냐.. 이번에도 맞장구 쳐준거야?" "니가 원했잖아." "하 젠장..나 또 바보짓한거야?" "내가 더 바보야." "뭐?" "다 알면서도 널 좋아해 버렸으니까..널 사랑해 버렸으니까." "너.." "것봐, 내가 더 바보같지?" 쏴아아아아아.. 다시한번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이미 비에 젖은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둘. 아무말도 없었다. 짜증나게 시리... "일부러 맞춰준 이유가..내가 원해서라고..?" "응." "어째서!!!!!! 대체 어째서!!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거지같은 연극을 알면서 따라줬다고!?" "난...니가 원하는거 해주고 싶었으니까. 바보같이 나쁜말로 너 가슴에 못 박히게 한거 갚고 싶었으니까. 무릎꿇으라고 하면 얼마든지 꿇을 수 있고.. 웃으라면 웃을수 있고 울라면 울수 있어.." 저거 바보아냐? ...나 지한테 복수하려고 사귄거 알면서. 자존심 다 굽히면서 내 말에 따라준에 내 가슴에 못 박히게 한거 때문이라고? "말도안돼!!! 그 깟 이유 때문일리가 없잖아." "맞아 그거 때문이 아니지. 세라 역시 똑똑하네." 빙그레 웃으면서 날 바라보는 이형우. 그럼 그렇지.. 개새 끝까지... "널 사랑해서 그랬어." "......" "널 너무 사랑해서 자존심도 뭐고 다 굽힐 수 있었어. 거지같은 연극이라도 네 옆에 있고 싶었거든." 녀석의 너무나도 맑은 눈동자에 난 숨이 턱턱 막혀왔다. 내가 이긴건데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 그리고 보통하고 달리 빨라져만 가는 내 심장. 특히나 젖은 녀석의 눈을 볼 때 마다.. 이상하게 내 심장은 빨라져만 갔다. "미친‥ 너 혼자 날 사랑한거지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응 알아." "빌어먹을..내 쪽에서 안녕이다!!!" 내가 이긴건데 진것같은 뭣같은 기분. 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며 녀석을 등지고 걸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 걸어가야 하는데 도무지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멈칫. 나도 모르게 가다말고 멈추어 버렸다. 제기랄.. 왠지 이러고 가면 크게 후회할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버렸다. 나 정말 못된 년이네. 방금전에 그렇게 차버려 놓고서... 터벅터벅 젠장스럽게 나 이형우한테 반해 버렸나 보다. 지금 차야 하는데.. 뻥 하고 내 자존심 회복상 녀석을 차 버려야 하는데‥ 바보같이 그 슬픈눈에 반해 버리다니. "......?" 이번엔 내가 우산을 씌워우자 녀석은 날 올려다 보며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우리 아직 내기 안 끝났잖아." "무슨.." "니가 날 좋아하게 되면 분명 사귀는거 연장하기로 했잖아." "아 저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형우의 얼굴. 하지만 기쁨도 서려있는 모습이었다. "나 대게 변덕스러워. 지금처럼 니가 좋아질 수도 있고 무척 싫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겠어?" "응 괜찮아." "그럼.." 뜻밖에도 녀석은 고개를 끄덕 거렸고 내 입술을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너무나도 즐거운 느낌. 행복한 느낌. 미칠듯이 두근 거리는 내 심장. "우리 ..정식으로 사귀자." "응?" "너랑 나 사랑이..성립됬거든." 난 빙긋 웃으며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아..벼루야 다시 만날 때 안녕이라고 했던가? 이형우랑은 금방 다시 만나 버렸네. 그러니까 안녕이다. "그렇다는건.." "몰라 갑자기 니가 좋아져 버렸어." 얼굴을 붉히며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의 슬픈눈에 반해 버렸나봐." 그리고 싱긋 웃으며 형우의 볼에 작게 키스했다. 후후..때 마침 비가 개고 햇빛이 살짝 드리웠다. 따스한 햇살이 구름을 빠져나와 환히 빛추었고 머리카락에선 물이 뚝뚝.. 주변에는 하얀 우산이 뒤집혀 있었고, 물 웅덩이가 햇빛에 비춰 반짝 거렸다. 그리고 웃고 있는 우리둘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중3때,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됬고, 정말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 부터 시작해서 사귀게 되었다. 과거 회상을 마친 나는 과자를 오물 거리며 형우를 바라보았다. 뜬금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이상한건지 형우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난 빙그레 웃으며 녀석이 바랬던 것을 묻기위해 형우에게 말했다. "형우야." "응?" "이게 니가 원하던 사랑이지?" 여러 남자한테 마음도 주지 않고, 사귀던 모습이 아니라 진실로 사랑해서 사귀는거.. 니가 말했던건 이거지? -과거편[完]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5 *3일 후. "야 좀 내놔봐라." 찌익 찍.. 불량스러워 눈살을 찌푸릴 만큼의 남자가 다가와 세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뭘?" 세라는 알고 있으면서도 새침하게 되물었다. "돈 말이야 돈!!" 이젠 학교에서 그것도 세라에게 삥을 뜯다니 참 간 큰 인간이다. 세라는 무감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늘 느끼지만 이렇게 여자한테 삥 뜯어내는 남자는 한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얼마?" "만원." 보통 학생에게 만원을 뜯는다는건 꽤나 많은 금액이지만,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만원짜리를 툭 던지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다지 큰 돈도 아니고, 자신에게 있어 중요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쿠쿡 머리가 좋은만큼 행동도 재빠른데?" 순간 세라의 손목을 잡은 남자. 세라는 전혀 당황스러워 하지않고 빙그르 등을 돌렸다. 처음부터 그냥 보내준다고는 생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뭘 원하는데?" "크큭.. 천호수가 그렇게 환장하는 여자의 입술을 맛보고 싶은데?" 남자는 비웃음을 걸치며 세라의 붉으스름한 입술을 만지작 거렸다. 잘 익은 딸기처럼 아주 새빨간게 여간 먹음직 스럽게 생긴게 아니었다. 그다지 예쁘장한 얼굴은 아니지만 조목조목 보면 참 군침돌게 생긴 형이었다. "천호수의 여자라..." 처음부터 호수를 팀탁치 않게 여겨왔고, 지금처럼 호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때가 바로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후우.. 요즘 내가 이 생활을 너무 질려하고 있어." "쿠쿡 그런데?" -뻐억 "나 건들지마." 비릿하게 웃는 남자의 급소를 내려친뒤 세라는 그 부근을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안 그래도 호수가 없다는걸 빌미로 덤벼드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던지. 요즘은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 상태였다. '정말.. 이거 계속해야 하는건가?' 세라의 머리는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모범생의 짓을 때려칠 때도 되었는데도, 아직 고민중인 상태였다. 호수의 반응이 내심 걱정됬다는 걸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이렇듯 때를 기다리던 세라의 생각을 바꾼건 바로 호수였다. "내가 아주 학교에 없었다고 은세라를 건드렸다 이거지?" 오늘이 바로 호수가 학교에 온 날 이었나 보다. 호수는 학교에 오자마자 몇명을 옥상으로 올려놓고 마구잡이로 패고 있었다. '......' 우유와 빵을 가지고 왔던 세라는 옥상뒤에 슬며시 서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퍼억 퍽!! 한참의 구타뒤에 세라는 슬며시 호수에게 다가섰다. 이미 피바다가 된지 오래인 옥상인데도, 늘 맡아왔던 피냄새라 그냥 무덤덤할 뿐이었다. "오랜만이네." "...방가." 세라의 인사에 호수가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상쾌하다 싶은 호수의 미소에 세라의 심장이 꿈틀 거렸다. 호수는 정말이지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주먹에 피가 뭍었어도 아직 얼굴에 자잘한 상처가 남아 있었어도 그의 잘생긴 외모는 변함이 없었다. "잘 지냈냐?" "그럭저럭." "나 안 보고 싶었냐?" "별로.." "나 상처 받았어." 몇일 동안 보지 않았음에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호수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가득 담으며 시멘트 바닦에 앉았다. 쭉쭉 뻗어있는 다리가 참 길어 보였다. "그 동안 뭐 했길래 학교에 안 나왔냐." "알면서 뭘 묻냐. 쌈질 때문에 그렇지." "졌나 보네.." "다 알면서.." 세라가 눈을 내리깔며 말자, 호수는 쓰게 웃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푸른 머리는 만지고 싶을 충동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난.." "......?" "그 동안 니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는데." 애정어린 시선에 세라가 움찔 거렸다. 차라리 독기오른 눈이라면 비웃음이라도 쳐 주겠다만 저런 시선을 조금 낯간지러워 부담스럽다. "싸울때도 그 여자를 볼 때도 계속 너만 생각나더라." "......" "너랑 눈빛이 묘하게 닮은 그 여자를 볼 때마다 니가 떠올라서 도무지 주먹을 들 수가 없었어." "......" "나한테 졌다라고 외치라고 하는데.. 바보같이도 그대로 말해버리고 말았어." '너로 보였으니까.. 그 여자가 너로 보였으니까.' 이어지는 호수의 말에 세라는 내심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스레 행동했다. "졌는데도 그다지 기분도 나쁘지 않았어." "바보냐.." "몰라 바본가봐. 그 여자가 너로 보이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내내 니 걱정만 들어서 잠도 못 이뤘으니까." 역시 그 때 보았던 호수의 눈빛은 이런 의미였나 보다. 대충 그 후에 호수의 행동이 지레 짐작되자 세라는 미안하단 감정이 앞서 들었다.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이렇게 날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데.' '병신같이.. 몇년전에만 나타났어도 당장 꿰어 찼을텐데.' 형우 외에도 미칠듯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호수를 보니 세라는 아쉬움이 문득 들었다. 그냥 차 버리기엔 무척이나 아까운 남자 였으니 말이다. "은세라.." "응?" 풀어져 있는 와이셔츠 안으로 호소의 뽀얀 살결이 보이고, 넥타이는 거칠게 흐트러져 있었다. "니 애인 뻥 차고 나한테 와라." 호수의 말에 세라의 가슴이 두근 거렸다. "와 잘해줄게. 진짜 잘해줄게." "난.." "내가 할 수 있는일이라면 뭐든지 다 해줄테니까.. 아니 할 수 없는 일이라도 니가 원하면 다 해줄 테니까. 나랑 사귀자." 호수의 진지한 눈빛에 세라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안돼 안돼. 내겐 형우가 있잖아. 미치도록 바보같은 놈이 날 죽어라 사랑해 주고 있잖아.' 세라는 맹목적인 형우를 떠올리며 호수를 향해 말했다. "넌 내가 싫잖아." "좋아." "아니 싫어할거야." "좋아한다고." 단호한 호수의 말에 세라는 갈팡질팡 거리던 고민을 해결해 버렸다. 이렇게 어물쩡 거리다간 호수만 상처 받을게 뻔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이 짓은 질려가고 있었던 참이었으니까. "내가 너 싫어." 숨을 크게 들이킨 세라는 무표정으로 호수가 아파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세라의 양갈래 머리가 바람에 의해 살짝 흔들렸다. 마음이 호수에게 흔들리듯.. "싫어?" "어." "......" "그러니까 포기해." 호수의 표정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싫다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 충격적이었을까? "미안해." "니가 뭐가.." "너 한테 못한거 다 미안하니까.. 다신 너한테 사귀자는 말 따위 안 할테니까 옆에 있는건 만도 안 되냐?" 애절한 눈빛에 세라의 마음이 잠시 동요 되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난 상고 이형우 처럼 싸움 잘 하는 남자가 좋아." "그럼 그 녀석 이겨줄게." 여전히 호수에게 상처가 될 말만 골라하고 있었다. "필요없어. 니가 이형우를 이겨도 넌 싫어. 난 남자친구도 있고." "지켜줄게.. 이용당해준다고." 대체 뭐가 좋다고 저렇게 세라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걸까. 세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넌 안돼." "은세라.." 세라의 단호한 말에 이번엔 호수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에게 조금은 마음이 기울어 졌다고 생각했는데 다 착각이었나 보다. "존나 사랑한다.." "......" "날 밀어내는 너인데도 이렇게 구차하게 잡을정도로 니가 좋아." 형우에게 늘 듣는말인데,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건 왜 일까. 사람에게 '좋다.'라는 말을 들을때 마다 기분이 좋은건 당연한건데 지금은 왜 이렇게 슬퍼오는걸까. 아마 그 상대가 호수여서 그런가 보다. "미안." "......" "나 존나 나쁜 년이니까 좋아하지 마." "나쁜 년이라도 좋으니까.." "더 이상 니가 날 좋아하진 못할거야." "무슨 말이야." '아마.. 내일이면 알겠지.' 호수가 불안한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물어오자 세라는 빵과 우유를 호수에게 안겨주며 싱긋 웃었다. "내가 너한테 있어서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웃음이다. 빵 하고 우유 맛있게 먹어." 세라의 뒷 모습에.. 호수는 멍하게 그녀의 뒷 모습만 쫓았다. 처음이다 싶은 진실된 미소에 멍하게.. "너 왜 그러냐.. 왜 다른 사람이 될 것처럼.. 이상한 표정짓고 날 돌아보지도 않고 가는거냐." 조금전 묘하게 느껴진 세라의 웃음에 호수는 불안한듯 옥상문을 바라보다 이내 세라가 남겨준 빵과 우유를 소중하게 안으며 중얼 거렸다 "이거.. 내 보물1호로 남겨둬야 하나?" 이미 세라에게 차인것 따윈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의례 남자친구가 있으니 차일거라곤 짐작했으니까. 이렇게 까지 못을 박을줄까진 상상도 못 했지만..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6 "형우야." "응." "난 니가 참 좋아." 형우에게 기대어 눈을 살며시 감고 있는 세라. 긴 속눈썹이 황홀할정도로 예쁘장하게 뻗어 있었다. 형우는 세라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다 갑작스러운 말에 놀란듯 손을 멈칫했지만 이내.. "나도 세라 네가 좋아." 감미로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라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지금처럼 심장이 뛰는걸 보면 절대 형우에게 향한 사랑이 식은건 아니었다. "내일은.. 비가올거 같네." 형우의 품에 고양이 처럼 폭 안겨버린 세라가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회청색의 하늘을 힐끗 보며 중얼 거렸다. 오늘따라 이상하기만 한 세라를 보며 형우는 여간 걱정스러운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요 몇일간은 병원에 입원을 했었기에 세라와 함께 하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만나도 걱정스럽기만 하다니. 형우의 검은 눈동자가 세라의 시선에 맞닿았다. 자신의 여자친구라고는 하지만 정말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래서 더 지켜주고 가진걸 모두 내주고 싶은 여자. "세라야.." "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게 다만.." "......" "아프지는 마라. 전처럼 잔인하게 굴어도 말리지 않을테니까 지금처럼 내가 모르는 이상한 눈 하지는 마." 형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복잡했던 마음이 샤륵 다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세라는 내일 있을 모습이 훤한지 조금은 불편하게 자리를 트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세라야.." 멍한듯.. 충격먹은듯한 형우의 목소리가 나직히 울렸다. "왜." 치마를 몇번 접어준 세라가 긴 갈색 머리를 빗으며 귀찮은 듯 대답했다. 안 그래도 준비할게 많은데 왜 아침부터 몇번을 부르는 건지. 한번도 아니고 이름만 부른것이 벌써 17번째다. 세라는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몸을 빙그르르 돌려 보았다. 몸에 딱 맞는 교복에 허리까지 길게 내려온 갈색 머리. 안경이 사라져서인지 음침한 분위기는 이미 청순+세련으로 바뀌어 버렸고 앞머리도 이젠 꽤 자라서 결점 하나 없는 꽃미녀의 모습이었다. "너..너.. 왜 이러고 가..가는거야?" 형우가 드디어 [세라야.] 라는 단어를 깨고, 말문을 텄다. 어리벙벙한 형우의 모습에 세라는 실소가 튀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손을 내밀었다. "가자 학교." "켁! 니가 어제 이후로 미쳤구나." "빙신.. 이젠 이러구 학교 다닐려고. 모범생 생활도 질렸고.." "그런 모습으로 가면 더 눈에 튈 텐데? 맨날 작업걸고 여자들은 널 가만두지 않을거야." 형우는 세라의 손을 멋쩍게 바라본뒤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톡톡..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라는 듯 세라는 가볍게 그의 매끈한 이마를 두어번 손가락으로 튕기더니 "니가 있잖아. 상고 이형우가 내 남자친구라는거 알리고 학교 다니면 되지." "아..정말?" 그 동안 세라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는 것을 내심 곳곳에 알리고 싶었던 형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형우만의 미소. "자 그럼 갈까?" "그럼 나 오늘 학교 끝나고 너 기다려도 되는거야?" 학교를 가는 도중 형우가 밝게 물어왔다. 고등학교가 갈리면서 부터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교문앞에서 세라를 기다려 주는 것이었다. 차마 눈에 띈다는 이유로 그것마저 만류하는 세라 때문에 내심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하고 싶은건 모조리 해보고 싶은 형우였다. "마음대로. 이제부턴 매일 기다려." "응♡ 아침에도 교문까지 너 데려다 줘도 되지?" "너 지각할텐데.." "점심시간엔 도시락 챙겨서 학교와도 되지?" "그렇긴 한데.. 귀찮을텐데." "어쩔때 만이 아니라 매일 시내 나가도 되지?" "시험 기간만 아니라면.." "하하하 나 기분 진짜 째진다." 별 의미없이 대답하는 데도 불구하고 형우는 온 천하를 갖은듯 기뻐했다. '내가 그 동안 형우한테 신경을 안 써줬나?' 너무 사소한 일에도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형우를 보자 그 동안 신경을 못 써줬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내가 니네 학교에 가도 되." "에?" "가끔씩은.. 내가 그렇게 해도 좋잖아." 붉으스름하게 물든 세라의 뺨이 잘 익은 복숭아 처럼 보였다. 형우는 깨물어 줄듯한 세라를 자신의 품으로 꽈악 안아 버렸다. "진짜.." "?" "진짜 좋아.. 정말 좋아해." 예기치 못한 형우의 말에 세라의 얼굴은 더더욱 붉게 물들어 가고.. 한 미모 하는 둘이 서로를 안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당연히 모였다. 거기다 지금은 세라의 학교 교문앞에 아니던가. "어머 저거 상고 교복이잖아." "꺄악 이형우다 이형우!" "이형우랑 같이 있는 얜 우리학교 교복이야." "어머머 이형우 여친이 우리학교였어?" "꺄아아아아." 시끌벅적 웅성웅성. 몇몇의 여자들의 소리에 곧 많은 인파들이 우루루루 몰려 들었다. 이형우라는 말에 많은 여자들이 모여 들었고, 그의 여자친구가 등장했다는 말에 남자들이 몰려 들었다. "요놈들!!!!!!! 어디서 연애질이여 연애질은!" 하지만 곧 학주의 커다란 고함소리로인해 파드득 흩어지기 시작했다. "세라야 그럼 들어가봐." 형우가 부드러운 어조로 세라에게 말하며 이마에 입술을 데었다 뗐다. 화끈.. 보는 이들의 얼굴이 더 붉게 닳아 올랐다. "어머머 쟤 누구야? 우리 학교에 저렇게 튀는 얘가 있었어?" "몰라 전학왔나보지." "형우 웃는거봐 지대 부럽다." 처음보는 듯한 세라의 외모에 남자들을 넋을 잃고 여자들은 부러움 질투반의 시선으로 저들끼리 시끌벅적하게 떠들어 댔다. 저렇게 눈에 띄는 외모는 자신들의 학교에서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이형우의 여자친구라니. 여자들은 형우의 부드러운 미소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듯 보였다. "와아 진짜 이쁘다. 완전 연예인 뺨친다." "존나 섹시하다."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도도한 자태로 들어서는 세라를 보며 남자들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학교에 이토록 눈이 돌아갈 여자는 보지도 못했으며, 걸을때 마다 풍기는 색기에 도통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투명한 피부에 먹고싶을 만큼 잘익은 입술. 거기에 완벽한 바디라인을 갖춘 몸매까지. 하지만 아무 표정도 담지 않아서인지 흡사 인형을 보는듯 하였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와아 쟤 누구냐? 진짜 이쁘다." "존나 청순가련하게 생겼다." "묘하게 섹시까지 한데?" 복도에서 부터 황홀한 표정으로 세라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는 아이들. 늘 들었던 말인지라 그다지 기분이 좋거나 하지는 않았다. 세라의 걸음은 2학년 자신의 반에 멈추었다. 주위를 한번 슥 훑어본뒤 교실문을 벌컥 여는 세라.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세라의 얼굴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여 들었다. "와~ 쟤 누구다냐?" "명찰보니까 우리학년 같은데? 전학생인가?" "근데 왜 선생이랑 같이 안 들어오지?" "얼굴좀 봐 완전 인형이야 인형." 할끗힐끗 세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웅성 거리는 반 아이들. 모범생일 때와는 판이한 반응에 세라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원래 자리에 앉았다. 책상에 엎드리듯 얼굴을 묻어 버리는 세라. "저기.." 옆에 앉아있던 짝궁이 얼굴을 붉히며 세라의 옷을 살짝 잡아 당겼다. 세라는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도도한 눈빛으로 짝궁을 내리깔듯 바라보았다. "왜.." "여긴 자리가 있는데..." 세라의 목소리에 짝궁은 황홀하는 듯 하면서도 꽤나 많이 들은 듯이 익숙하게 들려왔다. "내 자리잖아." "으응?" 세라가 귀찮은 듯 눈을 내리깔며 말하자 짝궁은 모르겠다는 눈빛을 지어냈다. 웅성웅성 대화하는 둘을 보며 남자들은 부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목소리도 간드러지는 듯 하고 자태조차 요염하니 정말 남자들이 꿈꾸던 그런 이상형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은세라야." 세라의 입술에서 나온 청천벽력같은 한 마디. 쿠구구구궁.. 그에 남자들은 물론이고, 귀를 귀울이던 여자 몇명까지 죽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푸하하하하하하!!!!!" 그리고 터져나오는 웃음소리들. 곧 그 웃음소리들은 교실에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전학생 진짜 농담 잘 한다." "키득 키득 내 말이 어떻게 모범생이 자기라고 할까?" "크큭 전학생이면서도 은세라는 어떻게 알고있데?" "은세라가 공부쪽으로 좀 유명하냐? 쟤도 수재인가 보지. 크크큭." "푸하하하하하 진짜 은세라 오면 아주 좋아하겠다." '이것들이..' 세라는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반 아이들의 말에 작게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 보니까 너 이형우랑 같이 오던데 무슨 사이야?" 교문에서 세라와 형우가 다정하게 있던 모습을 흘깃 보았던 한 아이가 물었다. 세라는 그 말에 귀찮은 듯 한 마디를 툭 하고 던졌다. "애인."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7 쏴아아아아아... 남극의 펭귄들이 뒤뚱뒤뚱 걸어 가는 것을 보는 것 처럼 조용한 정적이 교실을 휘감았다. '......' 애인이라는 단어에 아이들 모두가 뻥진듯 저리 당당히 말하는 세라를 바라보았다. 정신이 혼미해 지는 듯 싶었다. 차갑다고 소문난 이형우의 여자친구라니. 여자라곤 거들떠 보지 않는 이형우의 여자친구라니. 아이들의 한번 벌려진 입은 쉽사리 닫아지려 하고 있지 않았다. (졸라 충격적이었나 보다.) "뭐..뭐야 저..정말?" 제일 정신이 원만한 한 아이가 재확인을 하는 듯 되물었다. 자신이 질문을 하긴 했지만 차마 믿기지 않았다. "니들 교실에서 나 봤다는 얘기 많이 하지 않았어? 그럼 몇명은 내 얼굴 알 만도 하잖아. 그리고 이형우랑 같이 온거 보면 몰라?" '......' 다시금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세라의 말이 정말인지 몇 명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 끄덕 거렸고 몇명은 전학생이 자신들이 한 말들은 어떻게 아냐 이거였다. "후우 그리고 거의 반년 이상이나 같이 생활해 왔는데 안경하고 머리 좀 풀렀다고 못 알아보다니." 정말이지 반에 있는 머저리 들은 전부다 눈치가 제로인 듯 했다. 세라의 싸늘한 시선이 반 아이들에게 향했다. 흠칫..! 정말 매력적인 세라의 눈동자였지만, 싸늘할 정도로 오싹했기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세라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도도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내리 깔며 섹시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입술을 살짝 벌려 말을 이었다. (이 때 남자들의 모습 정말 가관도 아니었다.) "잘 기억해둬. 이 모습이 나 은세라야." '병신같은 놈들.. 아무리 내가 이미지변신을 했다고 하지만 저렇게 티날 정도로 뻥질거 까지는 없잖아?' 세라의 말에도 불구하고 다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만 깜빡깜빡 거렸다. 목소리 톤이야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누가 믿으랴. 범생이 분위기 팍 풍기는 은세라가 사실은 난다긴다 하는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니. 더불어 저 한눈에 뻑갈만한 미모를 봐라. 절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요즘은 정말 과학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그 말은 내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뜻이야?' 남자의 한 마디에 세라의 미간이 좁혀졌다. "말도안돼.. 이형우의 여자친구가 우리반이었다고?" '그래서 내가 맨날 비웃지 않았더냐.' 맞는 말이었다. 한진호와 관련된 일도 잘 모르고 있던 모양이었는데.. "저게 은세라? 아아 혈압.." '왠 쌩뚱맞게 혈압?' 정신을 가다듬은 아이들이 각자 몰려 세라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이형우의 여자친구라는 것과, 전교1등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다크호스 건인듯 했다. "하하하하 저 정도 되는 여자는 우리학교에 없지 않냐?" "다른데도 드물지.." "이형우 여친이 이쁘다고 했는데 진짜 이쁘긴 하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나름대로 자신들끼리 끼워 맞춘다고 끼워 맞추는 아이들. "이제 기억나는거 같다. 이형우 여자친구 얼굴 맞아." "지금은 충격으로 잠시 기억이 안 났을 뿐이야." 이제서야 시내에서 보았던 세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웅성 거리는 아이들. "근데 내가 저번에 시내에서 한진호 여자친구 봤다고 했잖아." "응." "걔가 쟨거 같애.." "뭐어!?" 또 다시 웅성웅성 웅성웅성. 진호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역시 놀라운지 세라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 때 막 최종민도 굽신 거리고 그랬다고 했잖아. 쟤 맞아." "헉!!!" "그러고 보니 그 때 그 여자 앞머리랑 은세라 앞머리랑 흡사했어." '-_-빌어먹을..' 앞머리 이야기가 나오자 세라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잊어먹을라 하면 왜 저런 이야기를 꺼내들어 열받게 하는지. 이젠 외모로는 대적할 수 없다 싶으니 따로 할 말도 없었다. 아니 갑자기 더욱 더 차갑게 돌변한 세라의 태도를 보아하니 욕을 할래야 할 수 없었다. "그럼 천호수는 대체 뭐야? 걔도 사귀는거 아니었어?" "에엥? 잠깐 그럼 이민호는 뭐지? 걔도 맨날 은세라랑 같이 다녔잖아." "세상에.. 쟤 아주 킹카들만 꼬셨나 보다." "으아아아아 부럽다 부러워." 이젠 대놓고 세라를 원숭이 처럼 보듯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젠 이형우 여자친구라니 더 이상 욕할 수도 없는 법. 차마 [바람둥이]란 단어나 [여우]란 직접적인 단어는 쓰지 못하고 부럽다고 돌려 말하는 여자들. "아차 그리고 하나 빼먹은게 있네." "?" "내가 성격이 좀 더럽거든? ^ ^ 그니까 여차하면 우리 형우한테 다 꼰댄다?" 움찔 움찔 움찔 스아아아악. 그 말을 끝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돌아가 눈만 빼곰빼곰 돌리기 시작했다. 세라의 발언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안 그래도 상고 이형우가 이겼다는 사실에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시내에서 조차 눈도 못 마주치고 있는데. 그런 무서운 형우에게 꼰댄다니.. 조용해진 아이들의 반응에 세라는 내심 흡족한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때.. 콰앙!!! 부반장이 책상을 뒤집는 바람에 다시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세라는 '뭐야'라는 언짢은 표정으로 부반장을 노려보았다. 안 그래도 부반장에 대한 이미지는 날로 깍이고 있는데 맞을 짓을 골라하는 것 같다. "니..니가 그..그 은세라라고!?" 부들부들 떨리는 부반장의 목소리. 아주 오래전 세라에게 잔인하게 터진 기억이 났는지 얼굴은 하얗다 못해 새파래져 있었다. 세라는 그런 부반장의 반응이 우스운지 픽 하고 비웃음을 지으며 책상에서 일어섰다. 색기가 풀풀 풍기는 세라의 모습에 남자들은 이미 눈이 맛이 간 뒤였다. (이 자식들 되먹지 못 하게 외모 하나 바뀌었다고 -_-...) 여자들은 이미 달라진 세라의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말도 못 하고 부반장을 미쳤냐는 듯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그 은세라야." "니..니가 어떻게.." "나도 니가 서유한인지 요 근래에 알았어. 워낙에 반에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손을 부들부들 떠는 유한에게 다가가 빙긋빙긋 웃는 세라. 차가운 조소가 소름돋는 것 처럼 서늘하게 느껴졌다. 세라가 말했듯이 반에서 이름을 알고 있는건 두 세명 안팎이었다. (말도 안되지만, 사실이다.) 그리하여 부반장 이름도 요 근래에 알지 않았던가. "하..정말 그 은세라가 지금껏 모범생이었단 말이야? 기가 막히는군..니 성격에 참 의외다." "......"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을 수 있었지?"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와 어이없어하는 표정. 세라는 그런 유한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서유한." "뭐..뭐." "이 이상 나한테 니 목소리가 들린다면.. 가차없이 죽일테다. 내 실력이나 이형우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겪은바 알고 있을테고.. 한진호나 주차인 그리고 이민호까지 다 동원할 수 있다는 거 잊지마." '뭐 블랙이나 우리아빠가 맡고있는 조폭계열들도 있지만 그것까지 알릴 필요는 없지.' 세라의 입에서 꽤 유명한 남자들의 이름이 술술 나오자 다들 놀란 기색이 뚜렸했다. 그에 반해 부반장 서유한은 이미 세라의 잔인함을 겪은 바 있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이내 감당이 되지 않는 듯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런 유한을 한치의 동정도 필요 없다는 듯 싸늘하게 바라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세라. 이내 나지막히 하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이형우랑 붙고싶다면 얼마든지 덤벼." * * * * * 그 후에도 세라의 소문은 끝없이 멀리멀리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수다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은 이미 다른 반 아이들에게 까지 알리고 또 알리는 중이었다. 그리하여 쉬는 시간인 지금.. 교실 밖은 이미 사람들이 넘치고 넘치는 중이었다. "쟤가 이형우 여자친구 래잖아." "전학생이 아니라 전교1등이라며?" "세상에 외모가 저렇게 달라진단 말이야?"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핸드폰을 만지는 세라를 보며 남학생들은 황홀한듯 여학생들은 경악스러운 눈초리를 감추지 못했다. 천호수가 관심있었다 하는 것도 은세라. 이형우의 여자친구도 은세라. 한진호의 여자친구라 알려졌던것도 은세라. 이민호가 굽신거리는 상대도 은세라. 정말이지 경악 그 자체였다. "그것도 들었어? 쟤가 한진호 여친이었다며?" "한진호가 아니라 호수 아니었어? 일단은 모범생이었대잖아." "근데 무슨수로 저렇게 예뻐지냐? 존나 못알아 볼 뻔 했어." 늘 지나치던 얼굴이면서도.. 늘 조회대 위에서 본 얼굴이면서도 판이하게 달라진 세라의 모습에 모두들 넋을 잃은 듯 했다. "이쁘긴 진짜 이쁘다. 이 근래에서 못 봤다 했던 이유가 저거 였나보다." "세상에 진짜 서프라이즈 하다." 모범생 은세라를 대할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 였다. 얼굴도 예쁘장 하겠다 이형우의 여자친구이겠다.. 아무리 간 부은 여자라도 차마 대놓고 욕을 할 순 없었다. [크큭 이거 편한데? 형우야 이왕이면 점심시간에 우리학교에 놀러오는건 어떠냐?] 세라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형우에게 문자를 날렸다. 정말이지 이런 방법으로 인해 이렇게 편해질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내심 흡족해 하며 세라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고 곧 형우에게 답문이 날라왔다. [세라야 점심시간에 꼭 갈게!♡]-바보. 문자가 도착하자 세라는 빙긋 웃었다 . "와아 웃음봐라 진짜 뻑간다." "넘보지 마라. 이형우 여친이래잖냐." "그래도 우리학교에도 인제 볼 만한 여자 생겼네. 졸라 잘생긴 놈들만 있고 예쁜얘들은 없어서 얼마나 서러웠냐?" "내 말이.. 쟤 눈 좀 봐라. 진짜 이쁘지 않냐? 막 반짝이는거 같애." 세라의 모습에 복도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들이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야 이민호 떴어!!!!" 민호외에 패거리들이 세라의 반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전보다 조금 많은 숫자였다. "짱!!!!!!" 민호가 서슴없이 [짱]이란 단어를 내뱉으며 세라에게 다가섰다. 얼마나 급히 달려온 건지 와이셔츠는 거칠게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은 붉으스름 했다. "안녕하십니까!!!" 소수의 숫자지만, 블랙에 속해있는 인원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세라에게 반듯이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생소한 모습에 더욱 더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우리학교 학생이었던 거야!?' 그들도 놀라기는 무척이나 놀란 모양이다. (소문이 참 빠르게 번진 모양이다.) 설마하니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줄이야. 아니 그것보다 전교1등이라 불리는 모범생의 탈을 쓰고 있었을 줄이야. 놀란 그들의 모습에 세라는 관심 없는 듯 "뭘 그리 놀래?" "대..대체 이 모습은.." "내 원래 모습으로 학교 다니겠다는데 뭐 문제있어? 거기다 이 방법은 니가 말해준거 잖아. 안 그래?" 일체 당황함도 없이 자연스레 말하는 세라를 보며 민호는 버벅 거렸다. 처음.. 아침시간부터 이형우가 나타났다는 소리가 들렸을땐 그저 세라를 데려다 주면서 얼굴을 들켰나 보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1교시가 끝난후. 모범생 은세라가 이형우 여자친구 였다니 뭐니 이형우 여자친구가 이 학교에 재학중이었다느니 열라 섹시한 여자가 2학년에 있다느니.. 그 섹시한 여자가 사실은 전교1등이니 해서.. 요로코롬 달려 온 것이다. 그 소문이 사실인가 진상 확인을 할겸. 하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말문이 턱턱 막혀왔다. 설마하니 정말로 이형우라는 남자를 믿고, 본 모습으로 학교에 등장하다니. "네 물론 그..그렇긴 하지만 갑작스러워서.." "뭐 그렇긴 하겠지. 이 모습으로 있으니 적응안되?" "아..아닙니다." "흐응~ 이민호 너도 가끔 당황하는거 보면 귀엽다니까?" 세라가 손가락으로 민호의 턱을 치켜세우자 민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삐질삐질.. 정말이지 민호에게 있어 세라는 불편한 상대이긴 하나보다. 세라는 이런 민호의 행동이 좋은지 피식 웃으며 찡긋하고 윙크를 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하고 닳아 오르는 주위의 남자들. 이런 현상이 중학교때를 이후 참 오래간만 인듯 하자 만족스러운 기분이 언뜻 들었다. 세라는 여전히 요염스러운 자태로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그 옆엔 민호가 고개를 숙인채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고.. '이제 올 때가 됬을법도 한데.' 세라는 민호를 옆에 앉히며 강아지처럼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우당탕탕탕 다시한번 커다란 소리들이 들리며 복도가 순식간에 쏴해졌다. 드르르륵!!!!! 얼마 안 가 거칠게 교실 앞문이 열리고.. "하악 학.." "으앗 천호수 좀 천천히 가자니까!! 내 심장 터지겠네.." 거친 숨을 몰아쉬는 파란 머리의 호수와 그 뒤를 따라온 까만 머리의 유빈까지. 이 학교를 잡고있는 실세들은 모조리 모인 듯 하였다. 물론 이 둘이 바로 세라가 기다리는 상대이기도 하고 말이다. '빙고♬' <-이 여자 참 빙고란 말을 좋아하는거 같다. (TV영향이지 뭐..) 두 사람의 얼굴이 빛추자 세라는 민호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던 손을 멈칫거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8 "하아..하 진짜 이 학교왔네." "내 말이 맞지? 내가 교문에서 봤다니까!?" 호수가 놀란빛이 역력한 눈동자로 세라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고, 유빈이 촐랑 거리며 귀엽게 외쳤다. "와아 씨바 근데 진짜 놀랬다. 쟤 이형우 여친 맞잖어." "정말 우리학교 전학온건가?" 놀란 표정으로 유빈이 헉헉 거리고 호수는 멍하게 세라를 향해 중얼 거렸다. "니가 묻고 싶은건 그게 아닐텐데." 원하지 않는 물음을 하는 둘을 보며 세라는 섬찟할 정도로 낮게 말했다. 그런 세라의 말에 호수는 짐짓 슬프게 그리고 상처받은 눈으로 세라에게 말을 이었다. 놀랄만도 한데.. 모범생인 완전 쌩양아치란 사실에 놀란만도 한데 그런 기색은 없는 듯 했다. 조금 침착한 모습이랄까? 세라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니가 정말 우리학교..모범생. 아니 내가 사랑한다 하던 은세라가 맞는거냐?" "^^내가 말했지? 포기하라고.. 넌 날 싫어하게 되있다고." "맞나보네..그런거네." 갑자기 이상야릇하게 변해가는 분위기에 다들 숨죽여 구경하기 바빴다. (선두주자로 -_- 성유빈을..;) "그런거지. 더 묻고 싶은 말은?" "왜 아무말도 안 했던거냐." 세라가 새침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접으며 묻자, 호수는 여전히 상처받은 눈으로 물어왔다. 차라리 증오스럽다거나 그런 표정이면 더 좋을련만. "아무말도? 풋- 이거 왜 이래? 나 이래뵈도 몇년전 부터 이래왔다고. 그러니까 너한테 내 본 모습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 참 잔인하구나.." "그래 이제 알았으면 좀 꺼져줘." '그래.. 니 남자친구가 이형우였구나..' 세라의 냉소적인 말에 호수는 그저 쓰게 웃었다. 더 이상 더 모진말을 하기엔 호수가 너무나도 아파보였기에.. 건드리면 톡 하고 깨질것 처럼 위태위태해 보여서.. 세라는 [꺼져]라는 말을 남기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그렇게 잔인한데.. 왜 밉지가 않는거냐." 순간 세라의 어깨가 움찔 거렸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가라. 내 원래 모습이 이런거 알면 접근하지 말란 말이야!!" "그러고 싶은데.. 잘 안되네." "안 놀라? 안 미워? 존나 니 자존심이고 뭐고 내가 다 가지고 놀았다고." "그러게..하나도 안 밉네." 호수의 씁쓸한 미소에 세라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바보아냐?' 처음의 다혈질인 성격의 호수와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에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더구나 분명 밉상 박힐만한 말도 했는데 도리어 저 기뻐죽겠다는 표정은 뭐란 말인가. "하 씨발..너 미쳤구나. 미쳤어.." "너한테 미친거야." "정신나간놈.. 나 남자친구도 있는거 알면 이제 신경꺼." 더 이상 길게 끌어봤자 소용없을거라 생각한 세라는 책상에 고개를 파묻어 버렸다. "그런말 들으니까 가슴이..막 아픈데." "......" "그런데도 니 포기를 못하겠어." 귀를 막음에도 들려오는 아련한 말에 미간을 좁혔다. "......" "사랑해..존나 사랑한다 은세라." 이어지는 슬프디 슬픈 한 마디에 세라는 고개도 들지 않은채 호수를 향해 차갑게 명령하듯 말했다. "나가." "......" "이민호 쟤 빨리 데리고 사라져." 민호가 주춤 거리며 호수에게 다가서자 호수는 민호를 차갑게 노려 보았다. 그리고 세라에게 한 마디.. "난 니가 무슨짓을 해도 미워할순 없나보다." 세라의 가슴을 후벼파버릴 한 마디를 남겨두고 교실을 나가 버렸다.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던 유빈이 다가왔다. "은세라..니 진짜 잔인한 여자다. 모범생이 양아치로 바뀌었다는건 둘째치고‥ 호수새끼는 자존심 없음 시첸데.. 저렇게 매달리는데 불쌍하지도 않냐? 그 동안 우리를 속이면서 비웃어 왔을텐데 그딴건 하나도 안 생각하고." "닥쳐." "천호수.. 누굴 저렇게 자존심 죽이는거 처음이다. 저렇게 매달리는것도 처음이고 저렇게 아픈눈 하는것도 처음이야." "닥치라고.." "천호수한테는 니가 다 처음이란 말이다." 세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꽉 쥐어 그대로 유빈에게 날려 버렸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유빈이 넘어지고, 민호와 그 외에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했다. "빌어먹을.."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수 없었다. 안 그래도 열이 차올라 죽겠는데 왜 자꾸 건드리는 건지. "니가 진짜 내 손에 죽고싶지?" 습관이 되어버린 차가운 한 마디에 모두가 흠칫 거렸다. 하지만 유빈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스윽 닦으며 (이럴때 보니 또 다른 사람 같다.) "천호수가 사랑하는 여자도 니가 처음이었다고.."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고..남자친구 있다고 하는데 찝적거린 새끼가 잘못아냐?" 장난어린 미소를 싹 지우며 무표정한 얼굴의 유빈의 말에 세라는 빈정대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도 저렇게 니 사랑하는 남자한테 상처주는거 아니다." "......" "적어도 진심으로 널 사랑하는 남자한테 할 도리는 아닌 듯 싶다." 힘이 들어갔던 주먹이 풀리면서 살기어린 눈빛도 자연스레 멍하게 돌아왔다. 뭔가가 비어 버린듯한 그런 눈동자. -투욱 "역시 넌 이모습이 이쁘긴 진짜 이쁘다.." 세라가 힘없이 자리에 앉아 버리자 유빈은 세라의 어깨에를 두어번 두들기더니 교실을 나가 버렸다. 역시 무늬만 친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용. 유빈과 호수의 등장으로 조용했던 복도가 시끄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러 얘기가 오가는데도, 세라는 초점잃은 눈빛으로 책상만 바라보았다. "저 짱.." "..가봐." "아 네." 세라의 힘 빠진 목소리에 민호와 그 외에 무리들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교실을 빠져 나갔다. 민호와 그 외에 무리들에 인해 다시금 조용해진 복도. 반 아이들이 들어와도 세라는 여전히 멍해있었다.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지? 어떻게 천호수를 대하라는 거야. 차라리 이게 낳잖아. 그럼 덜 아플거 아냐. 내가 다정하게 대해주면 상처받을건 천호순데..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호수의 쓴 웃음과 진호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눈동자에 세라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 [나 시내야. 미안한데 내일쯤에나 학교 놀러와야 겠다.] 형우에게 문자를 보낸 세라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공고로 향했다. 어째서 공고로 갔을까 한다면 주위에서 편하게 부를 인간이 한진호 밖에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차인이나 이민호 같은 경우는 자신을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여겨 패스.(pass) 물론 호수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역시 진호에게도 느끼고 있다만‥ 호수처럼 그다지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치지 않았기에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진호가 밝게 웃음을 지으며 세라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진호에게 연락넣은지 약 3분만이었다. 거의 몇일만에 봤다 싶은 진호의 귀여운 얼굴. 그 동안 조금 아팠는지 꽤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누님 반가워 반가워~" 허리를 수그려 세라에게 부비적 거리는 진호. 로션 냄새가 팍 풍겨오자 세라는 기분 좋은듯 진호를 꽈악 안아 주었다. "에에..누님?" 의외의 반응에 진호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세라는 말 없이 진호에게 기대었다. "누님 오늘 기분 꽝이구나?" "응." "헤에 이럴때 가는 곳이 따로있지." "어디 가려고." "있어 있어 빨랑 와봐♬" 세라의 힘 빠진 목소리에 진호는 방긋방긋 웃으며 그녀의 팔을 잡아 어디론가 끌었다. 그리해서 지금은 횡단보도를 건너는중. "야 졸라 왜 신호가 안 바뀌는거냐?" "글쎄에.." "한진호." "응?" 세라가 이름을 부르자 진호는 흠칫 거리며 다시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앙증맞은..) "가라." "어딜?" "횡당보도 건너라고 바보야. 니가 먼저 이 길을 건너면.. 차에 치일거 아니냐." "으응!?" "그러면 차들이 알아서 멈출거고 그 틈에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너무나도 진지해 보이는 말에, 진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자신을 밀려고 손을 꿈틀꿈틀 거리는걸 보니 더욱 더 무섭게 다가왔다. "노..농담이지?" "아니." "누님 내..내가 죽어버리면 지금 가고있는 그 곳에 갈 수 없잖어." "그럼 저 옆에 인간을 밀어 버릴까?" 너무나도 당연히 말을 잇는 세라의 모습에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 순간 어느 한 사람이 신호위반을 하면서 차가 멈추어 섰고 꽤나 많이 기다리던 사람들 역시 우루루루 몰려가기 시작했다. "쳇 아쉽군." "뭐..뭐가?" "저 인간 신호위반 했는데 죽질 않았어." 입술을 내밀며 투덜 거리는 모습이 어찌보면 귀엽기도 하다만 참 살인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오싹하기도 했다. * * * * "누님 마셔." 지금 여기는 한강 둔치. 진호는 어디선가 사가지고 온 음료수를 세라에게 내밀었다. "난 콜라밖에 안 먹는데‥" "헤에 콜라? 내가 누님 취향을 잘 몰라서 음료수를 몽땅 뽑아왔지." "그래? 땡스다.." '형우같은 경우엔 알아서 콜라 잘 뽑아올텐데..' 유난히 고급스러운 음료보다는 콜라만을 고집하는 세라. 진호가 여러가지 음료수를 들고오는 수고를 했어도 형우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처음 진호를 만나기 보단 형우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지만 천호수 일이라면 분명 기분이 팍 상할게 분명했다. 일단은 남자친구니까. 다른 남자 때문에 속상해 하는 모습 보여주기 싫었다. "그보다 누님 왜 오늘은 안경하고 머리도 풀고 온거야? 오면서 벗은거야?" "아니." "아니라면? ㅇ.ㅇ" "오늘부로 이 모습으로 학교 다니기로 했거든." 담담히 말하는 세라를 보며 진호는 씨익 웃었다. "헤에 난 역시 누님의 본 모습이 좋아~ 열라 섹시하거던." "좋냐?" "응응♡ 누님이 넘 좋아." "근데 어쩌냐.." "왜?" "이 모습에 졸라 아파하는 놈이 하나 생겼거든." 순간 호수의 얼굴이 생각남과 동시에 가슴이 욱씬 거렸다. 세라의 표정이 일그러 지자, 진호가 걱정스러운 듯 세라를 바라보았다. "남자야?" "응.." "그래서 지금 그렇게 아픈거야?" "응.." "그 남자는 뭐래. 누님 본 모습 보고 막 화내?" 진호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자신의 머리속에서는 천호수란 남자가 떠오르긴 하지만 쉽사리 단정지을 수도 없고 해서 이렇듯 남자의 이름은 묻지 않고 위로하려 하는 중인 것이다. 어떤일이라도 세라에게 아픔이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화를 냈으면 좋겠는데.. 차라리 날 미워했으면 좋겠는데 그 바보는 날 미워할 수도 없댄다." "멋진남자네." "바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가며 발밑에 있는 돌멩이를 들고 물에 퐁당하고 빠트려 버렸다. 수면위로 잔잔하게 물방울들이 생겼다. "읏차 누님아.. 그래서 누님이 바라는건 뭐야?" "글쎄.. 그 녀석이 상처 안 받는거?" "그럼 여기서 빌어봐." "뭐?"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라에게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뭘 빌라는 거야?' 빌라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자 의아한 눈빛을 지어냈다. "여긴 말이야. ^ㅇ^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면 가끔 오는 곳이거든?" "......" "강가에 서서 맨날 빌었어. 우리 보름이 나한테 와달라고 맨날 불렀어. 보름이 보고 싶으니까 .. 울면서도 막 불렀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진호는 싱긋 웃었다. 전 같으면 여전히 젖은 눈으로 말했겠다만, 이젠 그렇지도 않았다. "근데 ^ㅇ^ 내 소원은 안 이루어지고 내 옆에있던 친구 소원은 이루어 지더라." "뭐랬는데.." "진호가 다른 사람 사랑하게 해주세요." [두근..] 왜 난대없이 심장이 두근 거린걸까. 세라는 이상한 감정이 묘하게 와 닿았다. 귀여운 외모가 저렇게 달라 보일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니가 다른 사람을 사랑했냐?" "응 ^ㅇ^ 나 누님사랑하고 있잖아." [두근두근 두근두근] 진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정말 아기처럼 뽀얀 피부.. 한번 쯤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 만큼 매끄럽게 보였다. "흠흠.. 그건 둘째치고 뭘 외치라는 거야." "소원." "소원?" "누님 소원 빌라구..^ㅇ^ 내 옆에 있으면 소원이 다 이루어 지거든." '미친..'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럽게 참은 세라가 입술을 열었다. "구라깐다~" "구라아냐. 진짜라니까? 내 소원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원은 이루어 지니까 한번 해봐." "안 이루어 지면?" "안 이루어지면 까짓거 내가 이루어줄게 ^ㅇ^" 진지하다 싶은 진호의 모습에 세라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천호수건..한진호건.. 날 좋아해 주는 남자는 이형우 하나로 족하니까 니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정든 남자들이라 그랬을까? 소원은 두 명분의 이름하에 빌어 버렸다. "이루어..질까?" "응 반드시..행운의 남자가 옆에 있잖아." "또라이." "헤헤." 뭐가 좋다고 그리 헤프게 웃는지.. 진호는 히죽히죽 거리며 세라의 옆에 다시 앉았다.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가치를 꺼내들어 입에 물어 버리는 진호. 처음으로 담배피는 모습을 본 세라는 새삼 놀랐지만 이내.. "나도." 담배 냄새가 좋은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진호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담겨있던 초콜릿과 사탕. "이게 뭐냐." 세라가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오자 진호는 빙긋 웃었다. "누님 울고 싶을 때 마다 까먹으라고.. ^ㅇ^ 초콜릿하고 사탕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빙신 담배달라니까..." "누님 울고 싶은거 참으려고 달라는거 아냐?" "아냐." "그런거 아니라도 ^ㅇ^ 담배는 안돼~ 사탕하고 초콜릿만 먹어." 진호의 말에 세라는 투덜 거리면서도 초콜릿을 입안에 넣었다. 오물오물.. 달콤한 초콜릿 향이 입가에 퍼졌다. "씨바 이거 먹으면서 키스하면 졸 죽여주겠네." "헤에 나랑 할까?" "미친놈.." 진호가 가까이 다가오자 세라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그렇게.." "?" "그렇게만 웃어." 그런 세라를 보며 진호는 씁쓸하게.. 하지만 밝은 모습으로.. "나란 남자는 생각지 않아도 되니까.. 누님은 맨날 그렇게 웃어. 사랑해 달라고..좋아해 달라고는 안 바랄테니까 웃기만 해." 멍해졌다. 진호의 말에 세라는 오물거리던 입을 잠시 멈추고 진호의 눈을 마주쳤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ㅇ^ 난 누님의 행운의 남자." "바보냐.." "누님 내가 아까 또 다른 소원 뭐 빌었는지 알아?" "뭔데.." "누님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진호는 참 욕심이 없는 남자.. 똑같이 세라를 좋아하면서도 아프지 말라며.. 웃으라는 남자. 그저 세라가 행복하길 바라는 욕심없는 남자. 차라리 자신을 위해서 소원을 빌지.. "그건 꼭 이루어 졌음 좋겠다. 그지?" 진호는 보름때에 빌었던 소원은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조금전에 빈 소원만큼은 꼭 이루어 지길 바라면서 밝게 말했다. 그에 세라는 떨어뜨릴것 같은 눈물을 가득 채우고 더듬거리며 말을 했다. "너도..바보과구나." 이형우에 이어 천호수 그리고 한진호까지.. 정말 바보같은 남자들 투성이인거 같다. "으아 누님 우는거야? 호..혹시 내가 주머니에 먹을거 더 숨겨둔거 알아서 그래?" "진짜 바보다..니들 진짜 바보야.." "아..알았어 다 줄테니까 그만울어~~" 당황스러워 하며 세라에게 남은 초콜릿과 사탕을 꺼내주는 진호. 세라는 눈물만 뚝뚝 흘리며 진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너나 울지마 새꺄." 그리고는 울것같은 진호의 입안에 사탕을 쑥 넣어주며 슬프기 짝이 없게 말했다. 투두두두둑.. 그리고 오늘아침의 세라의 직감은 그대로 들어 맞았는지 비가 내렸다. 존나 가슴을 때리는 것 처럼 세차게... "누님아 ^ㅇ^ 가자 집까지 바래다 줄게." "니 비 다 맞잖아." "누님만 비 안 맞으면 상관없어." 진호는 그렇게 자기의 마이를 세라의 머리위에 툭 던져 놓고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59 "으..으 괴..괴물이다!!!" 다음날 아침. 세라가 퉁퉁 부어버린 눈으로 방에서 나오자 형우가 자지러 지듯 소리를 질렀다. "누구보고 괴물이라는 거야." "헉..모..목소리는 세란데.." "미친놈.." 놀란 얼굴로 헉헉 거리는 형우를 밀치고 씻기위해 화장실로 들어가는 세라. 세수를 하다 말고 거울을 올려다 본 세라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씨댕..이게 인간의 모습이냐?" 거울로 본 자신이 모습은 정말 경악스러울 만큼 퉁퉁 불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다 하고.. 약간의 여유시간을 갖고 쇼파에 누워있는 세라. 형우는 현재 세라의 눈덩이를 꽁꽁얼린 얼음으로 눌러주는 중이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뭘 했길래 눈이 퉁퉁 부었냐?" "빨간거 봤다.." "구라.." 형우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어오자 세라는 가볍게 [빨간것]을 봤다 대답했다. 그 대답이 영 믿기지 않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세라를 바라보는 형우. '운거 알았나?' 세라가 혹시 하는 표정으로 형우를 바라보는데 "너 빨간딱지는 중학교 이후부터 안 보잖아." -_- 쿠웅.. 곧 이어지는 망측한 대답에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어찌 여자친구를 저렇게 몰아갈까. 마치 '알거 다 알아 놓고 뭘 보려고 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면 어쩌자는 건가? "흠흠 빨리 학교나 가세." "너 당황했구나." "뭐..뭐가." "풋 아냐 아무것도 니가 빨간거 봤다고 하면 본거지." 형우가 세라의 허리를 손으로 두르고 세라는 형우에게 밀착되어 학교로 출발했다. 비가 끝친 뒤라 온 세상이 참 맑게 보이는거 같다. 반짝 반짝 나뭇잎 위에서 물방울이 톡 떨어지고, 형우와 세라는 차갑다고 난리 법석을 치우며 짜증을 한껏 부렸다. * * 여튼 여러 얘기로 이미 학교까지 도착한 두 사람. "잘가." "응 오늘은 점심시간에 꼭 놀러와라." 오늘역시 형우가 교문앞 까지 데려다 주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교문에서 모여 실갱이를 벌였다. '뭐냐 쟨..' 세라는 뚱한 표정으로 교실에 앉아있다가 자신을 노려보는 눈길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서유한은 자신을 죽일듯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 과거의 일 때문이지 아닐까 싶었다. '콱 조져버릴라..' 그 눈알을 충동적으로 밟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 세라는 애써 잔인한 생각을 떨쳐냈다.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사고를 치지 말자 였다. 나중에 꼭 밟는 한이 있더라도. [드르르르륵] 선생이 아직 오기 전인 자습시간. 세라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의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쓰레기] 핸드폰 에 뜨는 이름을 보고 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 슬립을 열었다. "뭐냐 니가.." [후후 잘 지냈나?] "또 맞고싶지? 그 때는 내가 졸라게 봐줬는데‥" [너무 시비조로 나올건 없잖아? 좋은 소식을 물어왔는데 말이지.] 빈정거림이 가득한 종민의 목소리에 세라를 핸드폰을 닫으려 손을 뻗었다. "너랑 통화하고 싶지 않다. 끊어라." [이형우의 일인데 말이야.] 하지만 곧 이형우란 이름이 핸드폰에서 흘러나오자 곧 멈칫했다. "......" [그래 조사해온거 따르면 너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죄를 뒤집어 쓰고 3년징역을 받았다지?] "닥쳐. 그딴게 형우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머리속에서 불길하게 드는 생각을 애써 떨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묻는 세라. [**건설 이○○군.] "뭐?" [뉴스엔 이대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지? 그런데 이○○군이 이형우라면?] "그게 무슨‥이형우는 ##그룹의 외 아들인데.." [이해 못하겠나? **건설이 몇년전 ##그룹으로 바뀐걸.. 아니 바뀐게 아니라 인수를 한 것이지. 그것도 언론에선 전혀 보도하지 못하게 비밀스럽게.] '......!' 세라는 들고있던 핸드폰을 놓쳐 버릴 뻔 했다. 세라가 복수 하려던 **건설. 아직 중학교때엔 그저 복수심만 불태웠는데 자라면서 머리가 좀 튀자, 자신의 아빠의 조직원들을 빌려서 라도 복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몇 개월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설. 설마하니 그 이름이 원래부터 존재하던 ##그룹을 인수하여 시작했다니.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거기다 그 외아들이 이형우란 사실은 명백했고, 그렇다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억울하게 몰아간에 이형우..란 말인데. "하.." [ 그리고 ##그룹의 외아들이 이형우란 사실을 모르는건 아니겠지? 그 사실은 니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뭐야 그 말은 지금.." [그래 너희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건 이형우란 사실이지. 아마 언론에 보도 못 하게 한 것도 이형우가 한 몫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쿡 생각해 보니 더 치졸한 놈이군.] 세라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절대 그럴리는 없다고.. 저 최종민이 이형우와 자신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죽고싶냐? 나랑 형우를 갈라 놓을 방법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 밖에 생각나지 않은거냐?" [쿠쿠쿡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니 자유지만. 이건 사실이야. 내가 미리 너에 대한 정보는 물론, 이형우에 관한 정보까지 다 모아놨거든. 마침 이런 사실이…] 그 순간 세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 버렸다. 정말이지 최종민 이라는 작자는 할일도 없는 듯 했다. 자신과 이형우를 조사하다니. 더구나 이런 최악의 말들을 늘어 놓다니. "닥쳐." [......] "만약 니가 말한게 사실이 아니라면 넌 묻어 버릴줄 알아." [...기대하지.] 종민이 오싹할 정도의 협박을 남겨 놓은채 핸드폰을 닫아 버렸다. 부들부들.. 분명 거짓임이 분명했지만 손이 왜 이렇게 떨려오는 걸까? 세라는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28번을 꾸욱 눌렀다. [아저씨 나야.] "아 아가씨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인사는 됬고.. 지금당장 ##그룹에 대한거 싹 알아와. 가족사항이라던지 그 그룹을 세우기 전엔 뭘 했는지.. 다!] "아 예.." 세라는 흥분된 목소리를 차츰 가라 앉히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꾸욱 쥐었다. 만약 사실이지 못할 경우엔 최종민을 밟는다고 치지만.. 사실일땐? 그 땐 형우를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아으..짜증나." 세라의 싸늘한 말 한마디에 교실은 정적이 흘렀다. "내가 짜..짜증나게 했냐?" "나..나 때문은 아니겠지?" 겁에 질린채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아이들. 서한유는 노려본다기 보다는 교묘하게 웃고 있었다. * * * -♬♬♪♪ 점심시간. 세라는 점심먹는걸 때려치우고 음악실에 들어와 마음껏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다른 때 보다 거칠게...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만 무척이나 거칠게 치고 있었다. '빌어먹을..아니야 그럴리 없어.' 세라는 입술을 깨물며 조금 전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화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룹 회장 이원 이건 극비리지만 몇년전 **건설의 회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가씨의 남자친구 이시자 외아이들인 이형우…] "아저씨.. 혹시 알아? 몇년전 우리아빠를 억울하게 깜빵에 쳐넣은게 **그룹의 이○○였다는거.." [그래서 아가씨께서는 이형우 군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혹시 모르잖아." [아가씨는 눈에 보이시는것만 믿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히 성급히 생각치 마세요. 제가 보기엔 형우군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 [형우군 만큼 아가씨를 사랑하는 분들도 없을텐데.. 설마하니 아가씨께 상처가 되는 짓을 했을라고요? 차라리 형우군이 보스를 대신해 잡혀 들어가는 짓을 택한다면 몰라도.] . . . . 거칠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세라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 내렸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서 일까 아니면 형우에 대한 생각 때문일까. 아저씨의 말도 일리가 있긴 있었다. 확실히 형우는 그럴인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빠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감정적으로 되어 버린 세라는 형우를 의심하고 있었다. 더 알아 봐야 한다는 생각과, 정보통에 능숙한 아빠의 조직원들이 그 쯤을 모를리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세라는 복잡한 마음에 눈물만 흘리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늘은 피아노 연주가 거치네.. 뭐 슬픈일 이라도 있냐?" 팅.. 하지만 곧 이어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말에 손가락을 멈칫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0 "천호수‥" 머리카락이 헝클어진채 지친 얼굴로 세라에게 다가서는 호수. 이내 세라의 옆에 앉아 피아노 건반위에 손을 올려 놓는다. -♬♪♩ 부드러운 피아노 곡이 흘러 나왔다. 뭐랄까 호수보단 형우같은 분위기가 흐르는 곡이랄까. 세라 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실력있는 연주였다. "너도 피아노 칠 줄 알았냐?" "조금.. 중학교 때까지 배웠거든." 세라가 조금 의외라는 듯 묻자 호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피아노 건반에서 손을 내렸다. "근데 연주곡이 왜 이렇게 슬퍼보이냐." "그거 내가 할 말이잖아." "뭐?" "내가 치는건 슬픈거 알면서 왜 니가 치는건 슬픈거 몰라?" 호수의 얼굴이 가까이 밀착되어 왔다. 전처럼 두근 거려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말도 할 수 없을 만큼 숨이 막혀왔다. "무슨 소리야.." "니가 치는 피아노는 잔잔하면서도 가슴 울렸는데 지금 치는건 존나 슬프잖아." "......" "내 감정이 슬픈듯 너도 슬픈거잖아." 세라의 눈에서 멈췄던 눈물이 톡 토옥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펑 하고 터져 버렸나 보다. 붉게물든 눈으로 눈물을 투둑 하고 떨어뜨리는 세라를 품에 와락 하고 안아 버리는 호수. 세라는 힘이 쭈욱 빠지는 듯 호수에게 기대어 있었다. "나 아빠가.." "응.." "보고싶어.." ..... 음악실에서는 묘한 광경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음악실 밖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울지마. 니가 울면 화난단 말이야.." 애초부터 세라를 슬프게 하는 이유따윈 듣지 못 할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의 앞에서 울고있는 걸 보니 어찌할 수 없었다. "니가 왜..화가 나는데." 메인 목소리로 나직히 묻자 호수는 세라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이럴 때.. 널 안아주는거 외엔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화가나." * * 그렇게 한참을 울던 세라는 호수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잘 울었냐?" "큼큼.." "다음부터 또 울릴 생기면..." "생기면?" 세라는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 품 빌려줄게." "......" "언제든지 니 주변에 있을테니까… ^-^ 필요하면 찾아." 생긋 하고 보는사람 마저 아프게 웃는 호수의 미소에 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실을 나가 버렸다. "죽더라도.. 니가 원하면 뭐든지 다 빌려줄테니까…" 안 그래도 그렇게 차갑게 굴었던 천호수 앞이라 상당히 민망해 죽겠구만.. 저렇게 가슴 울릴만큼 미안하게 만들다니. "아주 찐했어~" "닥치고." 음악실 밖에서 있던 유빈이 세라에게 찡긋 윙크를 하며 장난스레 말하고 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복도를 조금 걸었을 때… "세라야!! ^ㅇ^" 활기찬 모습의 형우가 보였다. 세라역시 아저씨의 말대로 형우가 절대 그럴리 없다 생각하고 피식웃으며 형우를 반겼다. 그 문제는 나중에 물어도 상관없다고 마음속으로 정리해 놓으면서. "옥상가자 옥상." 세라가 방긋웃으며 말하자 형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이라 대답하며 뒤를 따랐다. 길다란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가니 옥상문이 보였다. 문 손잡이를 잡자 곧 옥상문이 덜컥 열리고‥ "이게…" 형우는 옥상을 보며 약간 뻥진듯 세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라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준비해 두었던 자리에 앉아 뭔가를 휙 하고 던졌다. -탁 "에? 이게 뭐야?" "선물." "선물?" 형우는 자그만한 통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선물이라니. "응 그거 목걸이야. 내가 그동안 너한테 너무 못해준거 같아서." "......" "거기 안에 너랑 내 사진도 있다?" "하하.." 형우는 목걸이 안에 있는 세라와 둘의 사진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실성한듯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조차 쾌활하다기 보단 부드럽다고 느껴졌다. 세라가 얼마전 부터 형우에게 주기 위해 열심히 찾아 헤멘건데 기뻐하지 않으면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하지만 형우는 세라가 바랬던 대로 활짝 웃으며 너무나도 좋아하고 있었다. "어때 좋냐?" 세라가 만족스러운 듯 물어오자 형우는 세라에게 다가가 꽈악 안고 말했다. "응 좋아 무지좋아." "낄낄 원래 내가 선물을 잘 골라." "근데.." "왜 무슨 문제있어?" 형우가 세라에게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세라는 뭔가 목걸이에 이상이 있는가 해서 조심스레 물었다. '으씨 뭔가 이상하기만 해봐라.' "넌 내 옆에만 있어주도 되는데..내 옆에서만 웃어줘도 난 행복한데." "윽..닭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야. 너만 볼 수 있다면 어떤 선물을 받는것 보다 좋다고." 세라가 팔에 돋은 닭살을 툭툭 털자, 형우는 샤프하게 웃으며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그렇게나 목걸이가 마음에 들까? 세라는 그 동안 형우에게 너무 못해줬는가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래도 가끔씩은 선물해줄게." "넌 그냥 해줄생각은 말고, 받기만 해줘." "야 그건 좀 불공평 하지 않냐?" "받고 웃어주면 되잖아." "흠 그..그래." 세라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목걸이를 형우의 목에 걸어 주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목걸이의 단추를 툭 하고 누르니 세라와 형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그 모습에 만족한듯 세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가지고 온 음식들을 하나 하나 꺼내는 형우. "아무튼 고마워. ^ㅇ^ 잘 간직할게." "알았다.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여기 여기 내가 많이 싸왔어. 빨리 먹어." 형우가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어주자 세라는 피식 웃었다. 옥상위에 세라와 형우가 점심을 함께 먹는 모습 또한 참 아름다웠다. (전형적인 커플의 모습 이랄까?);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1 -탁 "잘 먹었다." 세라가 배를 문지르며 포식한 표정을 짓자, 형우는 싱긋 웃으며 도시락 뚜껑을 덮었다. 차곡차곡 도시락을 정리하고 세라는 핸드폰 시계를 힐끗 보더니 형우를 향해 말을 이었다. "이제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는데 가야지?" "아쉽다." "후후 대신…" 형우가 아쉬운듯 씁쓸히 웃자, 세라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곧 형우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버렸다. 조금전 먹었던 오렌지냄새가 서로의 입가에 그윽하게 멤돌았다. 한참의 키스가 이어지고.. "하아..넌 너무 키스를 좋아하는거 같애." 형우가 숨을 헐떡이며 당황스럽게 말하자 세라는 형우의 팔에 매달려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니 입술이 너무 좋은걸~" 순간 형우가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메만졌고 그의 모습이 귀여운지 세라가 발끔치를 들며 형우의 머리카락을 슥슥 만지작 거렸다. 보라색 머리카락에 윤기가 자르르르 흘렀다. 지금도 마음속에선 여러가지의 감정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었지만 지금의 시간을 깨뜨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서유한이라고 기억나?" "서유한? 그게 뭐야?" 세라가 번뜩하고 스쳐가는 생각에 형우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본래 세라의 이름 외엔 기억조차 하지 않으려는 형우인지라 서유한 이라는 이름은 아예 기억속에 존재하지도 않는듯 했다. "중3땐가.. 너랑 만날 때 내 친구라고 거짓으로 다가온 쓰레기 있잖아." "아아.. 그래 걔가 왜?" 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살벌하게 말하자 형우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동공에 세라를 담았다. "우리반이더라." "에에!?" "예전엔 꽤나 날리던걸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부반장으로 남아있더라고. 성격은 졸라 소심해진채." 꽤나 의외의 말을 들었는지 형우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의외긴 의외였지만, 관심의 대상이 되진 못했다. 말 그대로 다른 여자 이야기는 관심 밖이었다. "시간이 무섭긴 무섭나 보네‥" "근데 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말이야." "처리해 줄까?" "뭐 그랬으면 좋겠지만.." 형우가 지금이라도 당장 튀어갈듯 준비하자 세라가 머리를 긁적이며 피식하고 웃었다. "알았어. 자 그럼 나가자." 형우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세라를 향해 말하며 허리에 길다란 손을 둘렀다. 그렇게 옥상을 빠져 나오는 커플. "꺄아아아악 이형우다 이형우♡" "진짜 상고 이형우야! 은세라 남친이라더니 정말인가봐." "꺄아 얼굴 뽀얀거 봐! 전에 봤던거 보다 더 멋있는거 같애." "으윽..저 부드러운 미소좀 봐 뻑간다 뻑가!!" 형우가 복도에 등장하자 여자들은 그 주위에 몰려들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상고 이형우의 실물을 본다는 생각에 미쳐서 인지 눈이 반쯤 돌아간 상태에서 달려들려고 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너 인기많다?" "닥치라 그럴까?" 세라의 비꼬는 듯한 말에, 형우가 아우성치는 오빠부대(?)들을 보며 차가운 눈빛을 지었다. "아냐. 니가 시선만 안 주면 되는거지." "나한텐 너 밖에 없는거 알잖아." 하지만 곧 귀찮다는 듯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세라를 보며 아이스크림까지 녹아들 정도로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 미소에 다시한번 여자들의 미친 비명소리가 가득히 울리고.. "당연하지." 세라는 당연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교실로 들어섰다. "아 세라야 그리고 내일 시간되지?" "내일? 음.. 몇시에?" "9시정도." "음 조퇴하면 될거 같긴 한데…" 형우의 물음에 골똘히 뭔가를 생각한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우가 내일 무슨 일로 보자는지 전혀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시험도 끝났겠다 놀 땐 놀자 라는 생각으로 동의했다. "좋아 그럼 내일 9시에 상고 앞으로 와." 형우는 그렇게 세라를 향해 말하고는 이마에 짧게 입술을 대었다. "꺄아아아아악!!!" 선남선녀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어울리자 주변에서는 환호성이 그칠줄 몰랐다. "뭐..뭐야 어디서 전쟁나냐?" "그..글쎄요. 외계인이라도 온건..." "여자들 함성이 아주 복도를 울리는 구만.." 그 소리에 복도를 쟁쟁 하게 울리자 세 명의 선생님들이 올라오면서 흠칫놀라 버렸다. 여학생들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이런 개나리들‥" 여자들의 시선이 형우에게 쏠리자 세라는 미간을 좁히며 작게 중얼 거렸다. 여전히 최종민과의 대화는 머리에 떠올랐지만 억지로 잊어두려 했다. * 5교시가 끝난직후. 쉬는시간 민호는 물론이거니와 천호수와 성유빈까지 세라의 반으로 모였다. 세명의 꽃돌이가 한데 모이자 여자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마구 보냈다. "자자 우리 게임을 하는거야." 장난기 많은 유빈이 빙긋빙긋 웃으며 세라와 호수를 향해 말을 이었다. "뭔 게임.." 심드렁한 표정으로 낮게 말을 잇는 호수. 세라역시 졸린지 눈이 반쯔 감긴 표정으로 유빈을 살짝 흘겨 보았다. "심심하니까 토끼랑 거북이 게임하자." "토끼랑 거북이?" "우선 가위바위 보 해봐." 호수가 묻자, 유빈은 가운데에 턱 하니 앉아서는 둘에게 가위바위 보를 할 것을 건의했다. 화해를 한건지 안 한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의 사이였다. 사실 조금이나마 불편한 것도 있지만, 워낙에 단세포들이라 그다지 신경은 쓰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여튼 세라는 찌뿌등한듯 몸을 이리저리 피며.. "때리는거야?" "응." "좋아 하자." 씨익 웃었다. 때리는 거라 그런지 잠이 화악 달아나는 모양이었다. 세라가 너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멍하니 있던 호수가 '뭐냐 니..'라는 눈빛으로 세라를 바라보았다. "야 하자하자 안내면 맞기 가위바위 보!" 세라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말을 이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그리고 호수는 얼떨결에..보를 냈다. '......'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제기랄.." 세라의 낮은 욕지거리도 들려왔다. "그냥 하지 말자. 난 졸려 죽겠다. 하암.." "강아지야 안 할거냐?" "..욕이냐?" "난 욕따위 저질스러워서 안 써." 세라가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호수는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난 아무리 너라도 이런거 안 봐주는거 알지?" "야 성유빈." 호수가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세라는 싸늘한 표정으로 유빈을 불렀다. "으응?" 덕분에 쫄아서 어깨를 움찔하며 대답하는 유빈. 안 그런척 했지만, 블랙의 우두머리라는데 조금 두려운 생각도 없지않아 있었다. "흠흠 그러니까 진 니가 거북이를 하는거고 호수가 토끼를 하는거야." "그리고?" "우선 각자 손을 잡고 이제부터 내가 이야기를 지어낼 건데 자기를 부르는 이름이 나오면 상대편 손을 '짜악!'하고 치는거야. 언더스탠?" 유빈이 목을 가다듬으며 설명하자 민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번갈아 보았다. "되지도 않는 영어쓰지마." "큼큼 자 그럼 시작한다." 기분나쁜듯한 호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괜히 뜻도 모르고 사용한 자신이 무안한지 급히 손을 들어 올렸다. "옛날 옛날에 토끼랑‥" -짜악 "토끼 때렸냐?" -짜악 "엉~" "토끼 한 대 때렸나?" -짜악 '토끼' 라는 단어가 나오자 호수는 사정없이 세라의 손등을 내려쳤다. 덕분에 아릿한 느낌이 자르르르 손에 전해져 오는 세라. 자꾸 토끼만 부르는 유빈의 입을 찢고 싶다는 충동까지 강하게 들었다. 거기다가 이럴때만 아주 타이밍 맞게 잘 때리는 호수는 또 뭐란 말인가? 과연 자신을 좋아하는게 맞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신발(씨발)..일부러 그런거지?" "아..알았어 제대로 할게." 세라의 나지막한 욕설(?)에 유빈이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입술을 열었다. "옛날에 토끼랑.." 짜악!! 한대 맞긴 했지만 다음 이어질 말을 알고있는 세라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걸쳤다. "거머리랑.." 쿵... 그대로 머리를 책상에 박고 말았다. "장난하냐!!!!?" 세라가 거의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자 안 그대로 모인 시선이 더욱 더 모여 들었다. "아아 미안 다시할게." "후라보노 니조랄 신발 샛길(빠르게 하면 욕이된다.;)" 유빈이 미안한 표정으로 머쓱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에 흥분한 세라는 욕 조차도 제대로 입에 담을 수 없어 저런말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 욕은 어디서 배웠냐?" "욕 안 쓴대도.." 약간 특이한 욕설에 때리기만 했던 호수가 묻자 세라는 눈빛을 번뜩 빛내며 어서 시작하라는 듯 경고의 메세지가 가득한 모습으로 유빈을 쳐다보았다. 무언의 메시지를 확인한 유빈이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토끼랑.." 짜악!!! '커윽.. 이 새끼가 작정했나?' 손등에 전해져 오는 느낌에 세라가 이를 악물며 호수를 노려 보았다. "거북선이..."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다시한번 쿵.. "장난하냐?" 세라가 부들부들 떨는 주먹을 간신히 억누르고 유빈을 노려보며 물었다. "하하하 지금까지는 그냥 장난이었고 진짜 시작할게. 옛날옛날에 토끼랑 거북이가.." 짝- 짝- 나름대로 세게 때린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호수에게 시선을 맞추는 세라. "운동회에 참석을 했데. 그 운동회에는 토끼의 엄마와.." 짜악 '설마..' 한대 맞음에 세라의 머리속에 기분나쁜 예감이 팟 하고 들었다. "토끼의 아빠와.." 짜악 "토끼의 고모와 토끼의 이모와 토끼의 외삼촌과 토끼의 이모부 토끼의 할머니가 ……" 짝 짝 짝 손등이 새빨개질대로 새빨개진 세라는 이를 갈았다. 이건 분명 고의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거북이의 엄마와 거북이의 아빠 거북이의 이모 거북이의 이모부 거북이의 고모 거북이의 증조할머니 거북이의 큰아빠가 참석했데." 짝 짝 몇번의 마찰음이 교실을 울릴 정도로 세게 울렸다. '쩝..아프겠다.' 구경을 하고있던 민호가 호수의 퉁퉁 부은 손등을 보며 혀를 끌끌찼다. 세라의 힘은 차마 당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아으.. 존나 아프다." "우후후후 내 손등을 봐라 존나 시퍼렇다." 살벌한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세라와 호수. 세라의 손은 물론이고 호수의 손도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특히나 호수는 세라에 비해선 그다지 많이 맞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 그만할까?" "좋아. 대신.." "대신?" "넌 이민호랑 해." "에에에엣!?" 뜬금없는 세라의 말에, 구경하던 민호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고있던 유빈이 기우뚱 거렸다. 쌩뚱맞게 이민호와 하라니.. "이민호야 남자는 주먹이다." 놀란 그들을 제쳐두고 세라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민호. 은근히 말에 포인트를 주는 듯 하자 유빈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 그럼 가위.." '말은 저렇게 했지만 설마 그대로 주먹을 내겠어?" "바위.." '아냐 아무리 봐도 주먹 그대로 낼거 같은데…' "보!!!!!" '아냐 설마...에라 모르겠다.' 유빈은 이리저리 민호와 세라의 눈치를 보다 가위를 냈다. '......' 그리고 민호의 손을 바라보는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설마하니 정말로 주먹을 낼 줄이야. "하하하하하 그러게 내가 민호보고 주먹 내라고 했잖아." "은세라;;; 설마 내가 했던거 하려는거 아니겠지?" "당연히.." "[꿀꺽]" 유빈이 어슬프게 웃음을 지으며 세라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니가 했던거 할거지. ^ㅇ^" 세라의 웃음을 뒤로 하고, 유빈은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세라를 건드리는게 아니었다고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뭐 하는가 이미 게임은 시작되고 있는데. "민호야 세게 때려." "아..네;" 세라가 싸늘하게 말하자 민호는 움찔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호수가 손을 슥슥 쓰다듬으며 유빈에게 작게 중얼 거렸다. "그러게.. 내가 하지 말자고 했잖아. 성격 졸 더러운거 이제는 알아 놓고도 그러냐." 세라와 가장 밀접했던 호수의 경험담이자 충고였다. 그제서야 범생이의 모습으로도 호수와 만만치 않게 말다퉜던 모습과 양아치들만 모여있는 써클의 리더격이란것이 머리속에 스스슥 스쳐가는 유빈. '제기랄..' 하지만 이미 세라의 성질을 건들여 놓고 만 상태였다. 뭐.. 그 뒤에 세라의 화려한 입담으로(?) 인해 유빈의 매끄럽던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고 한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2 다음날 오후 8시 30분. 세라가 형우의 여자친구인걸 안 부터는 아무도 세라를 건들이지 못했다. 물론 달라진 모습에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있긴 했지만 남자들 또한 쉽사리 건들이지는 못 했다. 물론 간 커다란 성유빈이나 천호수는 제외였다. 여튼 시간이 이렇게 되자 세라는 핸드폰 시계를 힐끗 보며 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라야?] "응 20분 뒤에 출발할려구." [아..응 야!!! 거기 거기 좀 제대로 하라고. 아 씨발 니들 욕 나오게 할래? 오른쪽 오른쪽..!] "형..우야?" 전화에서 시끄러운 소음들이 들리자 세라가 형우의 이름을 조심스레 불렀다. '뭐가 저리 바쁘게 소리를 지르고 그런담..' 바쁜일 하고 있는데(?) 괜히 전화한건 아닌가 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세라야 미안해… 아 젠장.. 니들 진짜 죽을래? 그건 왼쪽에 달라고 했지.] "야..야;" [싯팔.. 세라야 조금 있다 보자.] 여간해선 욕을 쓰지 않는 형우가 이리저리 짜증을 내는 소리로 말하자 세라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 씨발.. 이거 먼저 끊은거야?" 평소 자존심이 세던 세라는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아이들을 시선만 멀찌감치 돌리고 있었다. * "어이 야자 안 하고 어디가냐?" 시간이 되자, 세라는 조퇴증을 끊고 후관을 나섰다. 마침 매점에서 유빈과 나오던 호수가 세라를 발견하고 물었다. "아주 이제 대놓고 빠지네~" 전에 그 심각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친구처럼 편안한 분위기다. "상고." "상고? 상고를 왜?" 세라는 그런 호수를 힐끗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그런 세라의 대답에 호수는 빵 껍찔을 지익 하고 까며 물었다. "왜긴 볼일이 있으니까 가지." "그러냐? 아차차 그리고 줄게 있는데‥" 퉁명한듯 대답하는 세라의 목소리에, 호수는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찰랑 하고 햇빛에 빛추는 핸드폰 고리. "핸드폰 고리?" "쿠쿡 그거 호수 녀석이 직접 새겨 넣은거야." 세라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의아하게 묻자, 쑥스러워 하는 호수의 옆에 있던 유빈이 장난스레 말을 건냈다. '-헤에?' 유빈의 말에 세라는 핸드폰 고리를 유심하게 이리저리 살폈다. 꽤나 정성을 들여 했는지, 곳곳에 열심히 한 흔적이 가득했다. 물론 약간 허접스럽긴 했지만‥‥ "근데 니가 직접한걸 왜 날 주는거야?" "그..그건." "꽤 열심히 한거 같은데‥" "조.." "?" 세라가 은근히 놀리는 투로 피식 웃자, 호수는 점점 얼굴이 새빨갛게 닳아 올랐다. "좋아하니까!" 그리고.. 바로 윗 대사를 우렁차게 외치고는 교실로 후다다닥 들어가 버렸다. "황당하네.." 호수의 뒷 모습을 보던 세라가 당황스러운지 나직히 중얼 거렸다.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사랑 앞에서는 참 많이 부끄러운가 보다. "좀 이해해라‥ 저 녀석 널 진짜 좋아하나보다." "......" "뭐 억지로 받아줄 필요는 없어. 단지 지금처럼 친구분위기라도 이어주라고." 으쓱 거리며 호수의 뒤를 쫓는 유빈. 세라는 힐끔 핸드폰 고리를 다시금 바라 보았다. 갈색 분위기가 풍기는 핸드폰 고리. [사랑해] 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 색이 유난히 튀어 보였다. 세라는 묘한 표정으로 핸드폰 고리를 만지작 거리다 이내 주머니에 넣었다. "병신.. 나 그만 좋아하래도." 이윽고 호수의 뒷모습을 새겨 넣으며, 상고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 녀석은 어디있는거야?" 꽤 어둠이 자욱히 깔린 그 시간. 만나기로 한 형우가 교문앞에 나와있지 않자 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교문앞을 서성 거렸다. 그 순간.. 펑 하고 운동장에서 폭죽이 터져 올라갔다. -퍼엉! -퍼벙! -파앙! 알록달록 여러가지의 색깔이 한데 어울려 어둑한 밤 하늘을 밝게 빛추어 졌다. 혹 축제나 하나 하고 운동장으로 들어선 세라는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대체 이게 ‥" 황당한 모습으로 운동장을 바라보자니, 상고 교복을 입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촛불을 든 채로 운동장에 동그랗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부드럽게 웃음짓고 있는 형우. 세라는 멍하게 형우를 바라보기만을 반복했다. "꺄아아아아악!!!" "어떻게 어떻게! 진짜 이형우 여친이야!" "우와 존나 죽인다." 그리고 잠시의 적막을 깨는 여자들의 비명소리. 남자들의 환호소리 역시 섞여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겸 운동장에 남아있었던 아이들이지만 막상 세라와 형우의 모습을 보고자 하니 입에서 자연스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 환한 불빛들이 반짝 거리는 가운데 세라는 한걸음 한걸음 형우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종이컵에 촛불을 들며 싱긋 웃고있던 형우는 세라를 보고 땅에 그것을 내려놓으며 가운데에 놓여있던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다. -♪♪ 곧 형우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 기분좋은 선율과 함께 형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운동장에 나직히 깔렸다. 그 연주에 여자들이나 남자들은 마치 혼이라도 나간듯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듯 보였다. "야 오늘이 무슨 날이기도 한거야…?" 세라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떼며 형우에게 물었다. 그 순간 형우의 손동작과 함께 운동장은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상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넓직히 퍼지기 시작했다. "..세라의 생일 축하 합니다." 그리고 고운 형우의 미성을 마지막으로 노래는 끝이 났다. '생일?' 생일축하 한다는 말에 세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아..'라고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다지 생각지도 않았던 오늘이 자신의 생일 이었던 것이다. 생일에 관심조차 없었던 지라 그냥 지나갈 뻔 했는데.. "너 진짜.." 세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형우에게 풀썩 안기듯 품으로 파고 들었다. 매년 생일마다 이렇게 감동스러운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형우. 이번만 해도 세라의 학교 학생은 아니었다만 전교생의 축하메시지를 듣지 않았던가. "세라야 생일 축하해." 자신의 품에 안겨들자 형우는 부드럽게 세라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말했다. "그리고..사랑해." 퍼벙 펑!!!!!!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오색찬란한 폭죽들이 터지고, 다시한번 상고 학생들의 비명이 운동장에 퍼졌다. -부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순간 교문으로 여러대의 오토바이들이 들어섰고, 모두들 한결같이 빨간 장미꽃들 들고선 [당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세라를 중심으로 둥글게 바이크를 몬 (블랙의 일원들) 남자들이 생긋 웃었고 세라는 가슴이 찡해짐과 함께 형우에게 얼굴을 파묻으며 손을 까닥 거렸다. 두 연인이 꼬옥 껴안은채 러브러브 모드를 지켜냈고, 많은 학생들이 그 주위를 축하하며 둘러싸고 있었다. ** 4시간 후 ** 오랜만에 데이트라는 데이트를 하게 된 세라와 형우. 나름대로 싸움을 제외하고, 저녁도 먹으며 오락실로 들르고 카페도 가고 호프집(-_-?)에서도 생일파티를 하였다. 그렇게 해서 모든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야 졸라 감동 먹은거 아냐?" "아직 줄게 남았는데…" "응?" 아직도 줄게 남았다는 말에 세라가 놀란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안 그래도 꽤 선물을 많이 받은지라 부담스러웠는데. 선물이 더 있다니. 형우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뒤적 거리더니 세라의 손에 척 하고 올려 놓았다. "시계?" 은은한 빛이 감도는 시계를 바라보며 세라는 형우를 올려다 보았다. "응." "이쁘네. 잘 쓸게." "내가 시계를 주는 의미가 뭔지 알아?" "글쎄?" 형우는 세라의 손목에 시계를 채워주며 "앞으로 남은시간도 함께 하자는 뜻이야.." 고백비슷무리한 무드있는 말을 건냈다. 퍼벙.. 가로등 아래에서 꽤 러브러브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을 무렵 세라의 핸드폰에 한 통화의 전화가 걸려 들어왔다. 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즐겁냐?] "뭐야.." [크큭.. 아주 잘 놀아나고 있구만. 가증스러운 모습으로 지 아빠를 교도서에 쳐 넣은 자식하고 말이야..] "끊는다." [쿠쿡..쿡. 머리가 좋은걸로 아는데 상당히 바보스러운걸? ] 폴더를 열자 마자, 들리는 꺼림칙한 목소리에 세라는 얼굴을 싸늘히 굳히며 [종료] 버튼을 누르려 했다. 하지만 뒤 이어 들리는 목소리에 손을 멈칫하고 말았다. [너도 안 다면 알겠지… 그 때 죄없이 희생 당했던 [신루] 그가 남겼던 단서를 기억하나? 목걸이 하나였지.] "잡소리 집어쳐." [쿠쿠쿡쿡- 뭐 믿거나 말거나 여튼간 니가 마음잡고 조사한다면 금방 밝혀질 것을..크큭 ] 뚝.. 그리고 전화는 끊겨 버렸다. "젠장할 새끼…" 세라는 복잡한 마음에 그리고 그다지 좋지 않은 기분에 핸드폰을 거칠게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왜 그래.. 누군데?" "있어.. 존나 죽여 버리고 싶은 새끼." 옆에 서 있던 형우가 조심스레 물어오자 세라는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들어 입에 물었다. 곧 붉은 빛의 불이 타올랐고 씁쓸한 맛이 입가에 멤돌았다. '단서라..단서..' 입술을 깨물며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들어 마쉬었다. 단서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나이에 살인현장을 볼 수 있는것도 아니고, 나이도 나이인지라 전혀 그 사건에는 관여할 수 없었었다. 세라는 다시 반복적으로 뿌연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형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우야." "응?" "난 니가 정말 좋아." "......." "좋은만큼.." 세라의 말에 형우는 그저 의아할 뿐이다. 누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는지는 몰라도 그다지 좋지 않은 인간임은 분명하다는것. 차라리 화를 내거나 살벌한 표정을 짓는다면 당연시될텐데 이렇게 고민하는 표정은 참으로 의외였다. 그래서 이런 태도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증오하게 되면 겉잡을 수 없을거야. 그 만큼 믿어 왔으니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제발..니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간절했다. 몇년전 다음으로 본 세라의 간절한 표정이었다. "은세라.." "생일선물은 고마워. 가장 기억에 남는 파티가 된거같아."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전화 한통으로 인해 변한 세라의 태도가 이상하기만 한 형우였다. 불안한 눈으로 세라를 보고자 하면 세라는 그의 시선을 피해 "아무것도 아냐. 단지 조금 무서울 뿐.." 한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가장 두려운건.. 형우가 정말 그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정말 증오할텐데.. 그 몇년간 아빠를 그리워 했던 시간이 안타까워서라도 미워할텐데.. 그렇게 된다면 형우를 보지는 못 할것이다. '젠장 그럴리 없다고..' 세라는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형우를 힐끗 보며 혼란스러워 했다. 형우가 절대 그런일을 할 남자는 아니지만 이미 감정적이 된지라 의심이 가고 있었다. 여러모로 최종민의 말은 미리 조사해본 결과와 마찬가지로 거의 100%로 일치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형우와 헤어진후 세라는 집으로 곧장 들어와 컴퓨터를 키고 그 날의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이곳저곳 사이트와 해킹을 해가며 꼼꼼히 자료를 훑어보는 세라. 약 40분후.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 세라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차륵.. 프린터에서 차례대로 나오던 A4용지들이 차례대로 흩날려 버렸다. "말도안돼.." 끼고있던 무테 안경너머로 세라의 동공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지 세라는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동안은 그저 공부에만 신경을 썼기때문에 그 날의 [사고]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한 가지의 단서가 놓여 있었다. 피가 묻은 반지 하나. 아주 오래전 세라와 형우가 함께 나누었던 커플링. 어느순간 형우의 손에서 커플링이 사라지자 세라는 이렇게 물었었다. '반지 어디갔어?' 그리고 형우의 대답은.. '**호프집에서 술 먹다가 잃어 버렸나 보다. ' 였다. 차츰 기억을 떠올려 보니 사건이 벌어질 시간무렵 분명 형우는 보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던 장소도 다름아닌 **호프집이었다. 아주 오래전 TV에 떴던 ##그룹 회장 이원, 그리고 다시 설립된 **건설의 회장 이원. 그리고 공통적인 아들 이형우. 여러가지의 근거를 보았을 때 형우가 범인이라고 가장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피식.." 세라는 비웃음을 지으며 안경을 책상에 내려 놓았다. 중학생이 사람을 죽이다라.. 거기다가 자신의 남자친구가 그랬으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등장밑이 어둡다고 하는 말은 이럴때를 두고 쓰는 말인가 보다. "하하하하...씨발." 세라의 표정엔 허무하단 감정과 씁쓸하고도 슬픈 감정이 교차했다. * * * * "왜 그렇게 무섭게 봐?" 다음날, 카페에서 세라와 만난 형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좋기는 했다만, 얼굴부터 싸늘한 것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형우야.." "응?" "나한테 있어서 너란 존재는 말이다.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녀석이야." "하하하하; 야 쑥스럽게 무슨.." 꾸욱..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형우를 보자 세라의 마음은 증오로 그리고 슬픔으로 일렁 거렸다. 자신이 사랑하던 아빠를 억울하게 교도서로 집어넣고도 모른척 하는 것도 모잘라서 자신의 옆에서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형우가 누구였던가. 힘들때나 외로울때다 즐거울 때다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든든한 존재가 아닌가. 이기적인 자신인데도 그토록 사랑해 마지 못한 남자였는데. 처음으로 심장이 미칠듯 뛸 수 있다는 것도.. 사람에게 반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 남자인데. 생각할 수록 슬픔이 몰려왔다. 지금껏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었고, 가장 많은 사랑을 준 남자였으니까. 그런 형우를 잃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욱씬 거렸다. 증오스러운 감정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슬픔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그런 널 버리게 되면 참 아프겠지?" "무슨 소리야?" "넌 참 좋은 녀석이야. 이기적인 내 주장에 한번도 굽히지 않고 따라주고 쫓아 와줬으니까." 세라의 말에 형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시리도록 차가운 세라의 표정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듯 했다. "그건 당연한거잖아." "그래..그런거였겠지. 그럼 하나만 묻자 형우야."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형우에게 세라는 초점을 잃은 멍한 눈으로 물었다. "몇년전 우리 아빠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이 너니?" "어?" 세라는 형우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다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때 그 시각인 10:00시 넌 어디에 있었지?" "잠깐만.. 갑자기 그건 왜 묻는거야?" "대답해봐." "아..글쎄 아마 **호프에 있었던 걸로…" 재촉하는 듯 하는 물음에 형우는 당황스러워 하며 아주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얼 거렸다. "우리가 처음으로 나누어낀 반지… 그거 지금 어디있는 줄 알아?" "그거라면 그때 찾아서 집에.." "거짓말." 이어지려는 말을 끊고 단호하게 말을 잇는 세라. "어?" "거짓말이야. 이형우." "세라야 너 갑자기 이런거 묻는 이유가 뭐야?" 무서울 정도로 낮은 세라의 목소리와 차가운 표정에 형우는 불길한 심정을 억누르며 물었다. "거짓말 쟁이.." "무슨말을 하는거야. 내가 좀 이해가 되게 말해달라고." 세라의 말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자고짜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내 질문을 하더니 이젠 거짓말쟁이라고 하다니. "그래도 나름대로 널 가장 많이 사랑했는데.." "......" "진짜.. 후회없이 사랑했다고 믿었는데." [두근두근] 조금씩 젖어가는 세라의 눈빛에 형우의 가슴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아파가는 눈동자에 점점 가슴은 죄어가지만, 또 뛰고있다. "왜.." "......" "왜 그런거야." 애절하다 싶은 세라의 목소리에 형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눈을 마주했다. "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깨지자." 그리고 정신을 확 들게 해주는 한 마디. [깨지자.] "뭐?" "더 이상 너랑 사귈수 없겠어." 형우는 귀를 후비적 거리며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깨지자니... 지금 내가 잘못들은거지?" "니 귀는 정확해 잘못들은거 아냐." "하..하 나 지금 황당해 그거 알아?"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세라는 분명 저토록 단호한 표정인데,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머리가 그리고 가슴이 저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싸웠다고 생각할 만큼 말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싫은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말했잖아. 난 졸라게 변덕스러운 여자라고." "그래서 내가 싫어졌다는 거야?" "어. 니가 싫어졌어." 쿵.. 가슴이 심장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싫어한다는 저 한 마디가 비수가 될 수 있다고 느낀건 처음이었다. "하하하 미치겠다. 세라야 장난 그만 쳐라. 대뜸 만나자고 하더니 이젠 헤어지자고 하냐." -챙강 형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세라에게 다가서려 하는데 투명한 유리가 사방으로 튀어 버린다. 파챵 하고 형우의 옆을 아슬하게 지나가는 유리파편. "최악이다 너란 남자.." "은세라..." "보다시피 나 장난 아니야. 진심으로 너랑 헤어지고 싶어." 세라는 진심이었다. 헤어지자는 말도.. 형우에게 비수가 될 말이라는 걸 아는데도.. 헤어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거 같았다. 아빠를 생각할때 마다 아릿해 지는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르지는 못했다. 지금 이라도 당장 형우를 밟고 싶었지만, 사랑했던 만큼 가슴이 아프게 죄어오기만 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한건데." "다.. 전부 다." 형우가 절망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 보며 묻자 세라는 나직히 중얼 거리며 생각했다. '너를 만난것 부터가 잘못이었던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사랑하지만 않았다면 아빠의 복수를 처절히 해 줄 수 있었을텐데. 세라 딴에는 형우에게 손을 대지 않는 전제하에 헤어지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만약 앞으로 계속 사귀게 된다면, 자신을 속인 형우를 가끔씩 떠올리며 증오를 참아내지 못할것이었으니까. "다 고칠게. 다 고친다고.. 고작 이런 이유로 헤어지자는거 아니잖아." "......" "더 잘할게. 다 미안하고 앞으론 너 화나게 하는거 없게 할테니까.." 애달픈 모습으로 형우는 세라에게 매달렸다. 보는 사람이 가슴 떨릴정도로 .. "나 버리지는 마." "......" "니가 내 전부였는데..그런데 헤어지자니." 여전히 세라에게 만큼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가슴이 찡해져 왔다. 그 어떤 남자보다 멋있고, 또 자신을 위해 희생하던 남자였다. 해달라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었고, 하고 싶다면 뭐든지 다 하게 해주었다. 싫다는 것은 자신도 싫어했고.. 좋아하는 것은 자신도 좋아했다. 형우는 그런 남자였다. 이세상에 둘도 없을 그런 남자. 형우를 떠올릴수록 바라볼수록 심장은 뻥 뚫린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너 정말 양심의 가책도 안 느껴?" "무슨.." 세라는 입술을 꾸욱 물며 차갑게 내뱉었다. 가슴은 찢어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기가 막혔다. 알고있으면서도 저렇게 무섭도록 모른척 하니 내심 형우가 미워졌다. 좋아하면서도 밉다라.. 사실 세라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후우 그냥 질렸어 니가 싫어졌어. 니가 증오스러워 졌고 용서하기 싫을만큼 싫어." "옆에 있는것도 싫어질 만큼?" 지금이라도 당장 안아 버리고 싶은 만큼의 간절한 표정인 형우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어.. 너 따위 없으면 더 좋을거 같아." "......" "너란 놈이 내 옆에 있었다는 것도 싫고 그런짓을 저질러 놓고도 웃고 있는거 보면 정말 소름이 돋아." 형우는 아무말 없이 세라의 눈만을 주시했다. 순간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동공이 옅게 흔들렸다. 하지만 세라는 흔들리는 마음까지도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헤어지자." .......... ................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4 잠시의 정적이 흘렀고, 세라는 올라오는 역한 감정에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딸랑 소리와 함께 세라가 문을 열고 나가고.. "...세라야." 형우는 초점을 잃은 멍한 눈동자로 세라의 뒷 모습을 쫓다가 떨어진 유리조각을 하나 들었다. 핏.. 손으로 유리조각을 꽉 쥐자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하..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현실에 웃음밖에 흘러 나오지 않았다. "씨발.." 피를 닦아낼 생각도 않고 테이블에 엎드려 버리는 형우. 세라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리조각 조차도 손에서 놓고싶지 않았다. "은세라..왜 그래..왜.." 머리로는 제깍 이해가 됬지만 가슴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게 형우는 세상을 다 잃은건 같은 그런 눈으로 애꿎은 탁자만 노려보았다. "제길.." 형우의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슬쩍 보고 있던 세라는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피가 맺힐 정도로.. "빙신같은게.. 유리조각은 왜 잡고 놓질 않는거야." 세라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칫했다. 헤어지자고 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감정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몇년간 사귀어 왔던 남잔데.. 옆에 없으니 벌써부터가 허전했다. \ 5일 후 "야.." "......" "은세라!!!!!!" 옥상 난간에 떨어질듯 말듯 위태하게 걸터앉은 세라를 보며 호수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유빈은 급식실에서 밥 먹는 중이다.) "응." "너 무슨일 있지?" 세라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자 호수가 물었다. "있긴 있지-" 세라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런 세라가 위태해 보이는지 호수가 재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받쳐주었다. "너 왜 그러는 거냐." "아직 날 좋아하냐?" "어??" "날 좋아해?" 세라의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눈에 호수는 숨을 들이 마쉬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내심 씁쓸함을 느끼던 세라는 호수의 얼굴을 손으로 가볍게 잡으며 입술을 포개었다. "......" 휘이잉 하고 바람이 불고... 잠시후 둘의 입술은 떨어졌다. "맛있네." 세라는 입술을 다시며 피식 웃었다. 몇년간에 처음으로 다른 남자와의 키스였다. 지금까지는 형우와 사귀면서는 아무하고도 키스를 하지 않았었다. 형우를 애인이라 생각하고 바람따위도 피우지 않았다. "근데..왜 느낌이 다르냐." 세라의 마지막 말에 뻥져있던 호수가 정신을 가다듬으며 몸을 추스렸고 그 순간 끽 소리와 함께 문 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그런거지." 형우의 낮은 목소리가 옥상위에 깔렸다. 그를 보며 세라는 호수의 목에 손을 두르며 "아니. 우리 둘 사겨서 그런건데?"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형우를 보고 호수에게 키스를 한 것은 의도적인것도 있지만, 붉은 입술을 보노라니 한번쯤 콱 박고 싶은 생각도 없지않아 있었다. "에에에에에?" 세라의 말에 당황한건 호수였다. ; 다자고짜 입술박치기를 하질 않나 이제는 사귄다니. 세라의 말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정작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호수에게 안겼다. 몇일전 그렇게 깨진 후 몇통의 문자와 전화가 걸려왔지만 그럴 때 마다 피하는 방법을 택하던지 아니면 차갑게 뿌리치기만을 반복했었다. "세라야..그렇게 내가 싫었어? 천호수랑 키스를 할 만큼.." "니가 싫은게 아니라 천호수가 좋아진거야." 확실히 천호수가 처음보다 좋아지긴 했다. 세라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호수. 그리고 점점 슬프게만 변해가는 형우의 표정. 남자가 이만큼 매달리면 받아줄 만도 한데.. 세라는 마음내키는 대로 받아 줄 수 없었다. 누가 뭐래도 형우는 자신의 아빠를 교도서로 그리고 사회의 악으로 몰고간 남자니까. "......" "그만해라. 졸 추해." "......" "나 같은 여자 말고도 사방팔방에 널려있는게 여자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나." 세라는 시선을 피하며 타이르듯 말했다. '제발 내 마음 좀 흔들리게 하지마라.' 가끔씩 떠오르는 아빠를 볼때마다 지금껏 형우와 사귀어 왔던것이 무척이나 미안했다. 더 이상 형우와 얼굴조차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딱 잘라 말한 세라. "그래도.. 은세라 넌 하나잖아." 하지만 곧 이어진 말에 언제나 그렇듯이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호수와 키스를 할 적에도 뛰고 있지 않던 심장이.. "난 이제 천호수가 좋아." "그래..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구차하게 매달리지 말아야지. 난 늘 그렇듯이 니가 싫어하는건 안 할거니까. 니가 행복할 수 있다면 다 포기할 수 있으니까." '내 사랑조차도...' 형우의 눈에서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수척해진 그의 모습에 세라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닦아내주고 싶었다. 아빠와의 혈연관계를 끊을까 라는 잔인한 생각도 들 만큼. 마음속에서 형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근데.." 세라는 더 이상 형우와 마주치기가 힘든지 호수의 팔을 이끌고 옥상문을 나섰다. "난 너 없으면 죽는다." 막 옥상문이 닫길쯔음 들리는 말에, 가슴이 미친듯이 쑤셔왔다. '미친..새끼. 죽긴 왜 죽어..' 세라는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호수와 복도로 나섰다. 아직도 형우의 뒷 모습이 눈에 선명한듯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야..너 대체 무슨 일이냐." 옥상에서 심각했던 형우와 세라의 대화를 떠올리던 호수는 세라를 향해 걱정스레 물었다. "호수야.." "어어어엉?" 처음으로 세라의 입으로 다정하다 싶은 이름이 흘러나오자 호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대게 심란해서 그런데.." ".....?" "술 한잔만 사주라." 세라는 힘 빠진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힘들게 말을 이었다. **술집.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어른스러운 정장을 입고 온 둘은 주민등록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술집에 들어섰다. 처음부터 술을 연거푸 마시던 세라는 조금씩 취기가 도는지 혀 꼬인 목소리로 호수에게 말을 이었다. "야 천호수.." "왜.." 세라가 싱긋 웃으며 귀엽게 이름을 부르자 호수는 픽 하고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나 이형우랑 헤어졌다." "에엑!!!!!!!!?" "존나 좋아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던 새낀데.. 그 놈이 우리 사랑하는 아빠 철장가게 만든 새끼란다." 세라가 고개를 숙이며 낮게 중얼 거리자 호수의 얼굴엔 놀라운 가득한 표정이 역력했다. 왠지 옥상에서 대화가 심상치 않더라니 헤어졌다니. 충격에 휩싸이던 호수가 이어지는 세라의 말에 벌어진 입을 꾹 다물었다. "씨발.. 존나 엿같은 상황 아니냐?" "......"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리고 그 동안 나 아픈거 보면서 속인 이형우가 미워서라도 다시 사귈 수 없었어. 내 마음은 존나 좋아한다고 아우성 치는데." 세라는 쓴 웃음을 지으며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이렇게 라도 많이 먹으면 형우에 대한 감정이 사라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움만 짙어지고 있었다. "너 취했나 보다." "큭… 힘들어 죽겠다. 맨날 찾아와서 매달리는데 차갑게 내치는 것도 한두번이지." 호수가 굳어진 표정으로 술잔을 치웠다. "......" "잠잘때 마다 그 새끼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내 생일때 마다 감동스럽게 하는 것도.. 난 미처 챙기지 못하는 기념일도 다 챙겨주는 것도.. 내가 싫다고 하면 싫어하고 좋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좋아하고.. 보라색 머리에 mp3꼽고 날 기다리던 모습도 장미가 가지고 싶다니까 색깔별로 100송이씩 사가지고 온 모습도 늘 나한테만 부드럽게 웃어주던 표정도.. 말투도 모두가 다 떠올라." 회상하듯 눈을 지그시 감고 테이블에 엎드려 버리는 세라. 갈색 머리카락이 차분이 가라 앉았다. "사랑했던거 만큼 증오도 큰데.. 추억이란게 참 무서운건 가봐. 자꾸 떠오르는거 보니.. 지금만 해도.. 이형우의 얼굴이 신기루 처럼 아른아른 거려. 맨날 내가 술 취할때까지 아무말 없이 기다려 줬다가 업고가고 그랬는데. 그리고 그 다음날 일어나면 이유는 묻지않고 언제나 똑같이 웃어주며 꿀물을 타주었는데. 픽-" 슬픈 눈으로 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 거리는 세라. "미워하는데.. 우리 아빠 그렇게 만든거 분명 미운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냐." "...내가." "응." "내가 이형우 대신에 니 마음속에 들어가면 안되겠냐?" 호수는 나름대로 진지한 표정으로 세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겁하다고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세라의 사랑만 .. 아니 세라의 옆에만 서 있는다고 해도 행복할 거라 생각하니까. "아플텐데.. 너 많이 아플텐데." 세라 역시 호수에게 가끔씩 느끼는 두근 거림에 약간 망설이는 듯 보였다. 분명 형우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지탱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괜찮아..내가 아프면 되니까." "또 널 이용해 먹을텐데.." "얼마든지.." 세라는 여전히 테이블에 얼굴을 비스듬히 댄채 호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술기운이 감도는지 더 이상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눈을 감아 버리는 세라. "미친.. 너도 이형우도 한진호도 다 미쳤어.." 그런 세라의 모습에 호수는 쓰게 웃으며 세라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래 이형우도 나도 한진호도 다 너한테 미쳤어."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신기한 여자인 세라를 생각하며..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5 -짹짹짹.. 아침부터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얼라리?' 세라는 처음보는 낯선 광경에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통 푸른빛으로 둘러쌓여져 있는 벽지. 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란 문을 열고 나갔다. 분명 어제 그렇게 호수와 술을 먹은후.. '제길-' 기억이 끊겨 버렸다. "이제 일어났냐?" 밖으로 나와보니 교복을 입고 음식을 차리던 호수가 뚱한 표정으로 세라를 향해 중얼 거렸다. "내가 왜 여기에…" "어제 술 먹고 뻗은거 기억 안 나냐?"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세라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묻자 호수는 물을 탁자에 턱 하니 올려 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 "빨리 씻고 나와서 밥 먹어라." 호수의 말에 세라는 화장실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씻고 거실로 나왔다. 식탁에는 정말이지 푸짐한 음식들이 가득했었다. "니가 만들었어?" "그럼 누가 만드냐?" "흠 의왼데?" 세라는 '흐응' 이란 콧소리를 내며, 밥과 반찬을 입에다 넣었다. 오물오물- 형우못지 않게 맛있는 솜씨였다. "나중에 마누라한테 사랑 많이 받을 솜씬걸?" "쿡..너한테?" "쿨럭- 엄한소리 하지마라." 턱을 괴고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호수가 부담스러운지 세라는 시선을 피하며 반찬만 오물오물 거렸다. 그렇게 어색한 아침식사가 끝나고, 세라와 호수는 교복을 입고 나란히 등교를 했다. "이야 이젠 대놓고 사귀나 보네~?" 교문앞에서 호수를 기다리던 유빈이 비꼬며 물었다. "빙신 지는 여자친구도 없는게." "아씨 니 성격도 천호수랑 만만치 않은거 아냐?" "그거 욕이다." 그 날 오후. 야자가 끝난 시각- 세라를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호수를 제쳐두고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 골목길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억 퍽!!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이었지만 묘하게 시선을 이끈다고나 할까? '뭐냐 저건..' 세라가 들여다 본 광경은 말 그대로 가관 이었다. 6:1로 한 남자가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었다. 한 참 발길질과 폭력을 휘두르던 6명은 차츰 시간이 지나자 지들끼리 욕을 내뱉으며 그 골목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쳇- 재미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반항한번 안 하던 남자가 재미없던지 세라는 입술을 쭈욱 내밀고 등을 돌렸다. "쿨럭.." 뒤에서 들리던 애절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 낯익지만 않았더라면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죽고싶다..." 피를 토한 모습으로 그렇게 한 참을 누워있던 형우를 바라보던 세라는 가슴을 움켜쥐며 벽에 스륵 기대 앉아 버렸다. '등신같이 왜 맞고만 있는거야.' ****** 그 후로 형우의 모습을 보지 않은지 약 일주일이 흘렀고, 호수와는 조금씩 연인관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전처럼 두근 거림은 없다는 것이었다. "누님 안녕."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한진호. "어." 세라는 짧게 대답을 하며 진호와 눈을 마주쳤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진호는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을 받으며 씁쓸히 웃었다. "누님 오늘 시간되?" "응." "잠깐 나 좀 보자." 진호의 말에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작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벤치에 앉은 진호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들며 세라에게 건냈다. "사탕?" "그거 먹어." "이걸 왜.." "누님 형우랑 헤어졌다면서…" 이어지는 진호의 말에 세라의 가슴은 욱씬 거렸다. 꽤 유명한 남자니 금방 소문이 돌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의외로 빨리 알아 버린것 같았다. "그딴 말 하려고 찾아왔냐?" "누님.." "뭐." "나도 누님 좋아하는거 알지?" '......' 싱긋 하고 귀엽게 웃는 진호의 모습에 세라를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슬퍼 보여서. "그런데도 난 뒤에서 바라보는걸로만 족했어." "......" "날 사랑해 달라고는 하지 않아. 하지만 누님이 행복해 지는 길을 택했으면 좋겠어." 진호가 허리를 숙이며 측은하게 말하자 세라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열었다. "니가 뭘 안다고.." "적어도.. 은세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있으니까.." 세라와 시선을 맞춘 진호는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들며 세라에게 건내 주었다. 바로 얼마전 들은 소문. 아니 소문이라기 보단 직접 확인했으니 사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형우 병원에 입원했데." "뭐?"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래." "하 장난치냐?" 교통사고란 말에, 세라의 머리는 하얀 백지 상태가 되어 버렸다. 교통사고라니… "못믿겠으면 **병원 607호에 찾아가봐." 진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라는 하얗게 질린 백짓장 같은 얼굴로 등을 돌려 버렸다. "끝까지 뒤는 안 돌아보네. 그래도 내심 바라고 있었는데.." ......... 슬핏 바람에 실려가는 진호의 자그만한 속삭임. "은세라 난 바보인가봐. 너의 뒷 모습까지도 사랑하는거 보니.." ..세라의 뒷 모습에 진호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처음부터 불순한 동기로 접근했지만, 결국은 뒤로 물러나게 되 버린 상황. 세상에 그 어떤 여자보다 사랑한 사람.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병원. "헉..허억. 헉." 세라는 거친숨을 내몰아 쉬며 607호 앞에 섰다. 가슴을 쓸어내던 세라는 문을 벌컥 열어 버렸다. -띠띠띠띠.. 시끄러운 기계음이 병실에 가득 울렸다. 간호사에게 들었던 대로, 정말 [혼수상태]인지 기계 하나로 생명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했다. 세라는 서글픈 눈으로 형우의 뺨을 손으로 쓸더니 조금 전 간호사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 잘생긴 학생?' '네.' '그 학생이라면 자살시도를 한건지 도로로 뛰어든걸로 아는데..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몸에 커다란 충격을 입었는지 도통 깨어나질 않아. 혼수상태라고 그러는데.. 글쎄 어찌될찌 모르겠네. 얼굴은 참 잘생겼는데.' "개또라이.." "......" "병신.." 아무말 없는 형우를 바라보던 세라는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그렇다고 진짜 죽을려고 하면 어쩌냐.. 씨발 잘못은 다 니가 했는데 왜 내가 더 미안한거지? 응?" 시트를 손으로 꾸욱 쥔 세라는 눈물을 펑펑 흘리다가 형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흡혈귀라 해도 이상치 않은만큼 새하얗기만 한 피부. 이젠 생기가 돌지 않는 입술. 그리고 자신을 부드럽게 바라보던 눈동자는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한 참을 형우를 바라보던 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형우야.. 잘 있어." 피식 하고 웃어 버렸다. 이렇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되자 더욱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 * "개십쌔들.." 퍼억!!!!! "안 꿇어!?" 형우가 입원했다는 것을 안 이후 세라는 거의 폐인이다 싶을 정도로 많이 망가져 있었다. [블랙]이란 써클에 관해서는 거의 터치를 하지도 않는 실태였는데 요즘들어 죄 없는 아이들을 무작위로 패고 있었다. "제길..제길 이래도 분이 안 풀려." "짱..이제 그만 하시는게 ^ㅇ^;" "입 닫아." 세라가 피 묻은 주먹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투털 거리자 옆에서 지켜보던 차인이 조심스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말조차 무안하게 만들어 버리는 세라의 살벌한 말. "네??" "그만 실실대. 입 찢어 버리고 싶으니까." "......" 소름끼칠정도로 저음에 차인은 움찔 거리며 손으로 입을 턱 하고 막아 버렸다. "그러게 왜 개기긴 개기냐." "^ㅇ^ 닥쳐주세요 이민호군." "미친.." 오토바이에 기대 구경을 하고있던 민호가 차인에게 불쌍하다는 듯 말을 건냈다. 그렇게 간단한 말들이 오갔다. "짱.." "왜." "주제 넘는 말인지는 몰라도.. 짱에게는 형우만한 남자는 없을거예요." "그래서.." 왠지 기분 나쁘게 들리는 민호의 말에 세라는 미간을 좁혔다. 안 그래도 형우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기분이 최하인데 민호까지 저리 태클을 걸다니. "그리고.. 형우만큼 짱을 사랑할 남자도 없을 거예요." 세라가 그런 민호를 노려보며 "거기 꿇어앉아." 명령하듯 차가운 눈으로 말을 이었다. 민호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모래 바닦에 꿇어 앉았다. 어차피 기분 안 좋은 세라를 건들였으니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퍼억 "커윽.." "씨발..뻗쳐." 발길질에 주먹질에 장난 아니다 싶을정도로 폭력을 난발하는 세라. 괜한 분풀이었다. 한 참을 주먹질을 하고 있을 무렵 세라에게 한 통화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라는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음 핸드폰을 쥐었다. "누구야?" [아가씨 접니다-] "아 그래 아저씨 왜?" [오늘이 형님이 출소하시는 날이십니다.] "어??" 예상치 못한 조폭아저씨의 말에, 세라는 두 눈을 휘둥그랗게 떴다. 오늘이 그날이라니.. 세라는 그토록 보고싶은 아빠를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벌써부터 가슴이 쿵덕 거렸다. "아..알았어. 금방갈게." 세라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일어나." 그리고 아직도 뻗쳐 자세인 민호에게 가볍게 말을 잇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홱 하고 던졌다. "괜히 화풀이 해서 미안하다. 그치만 건들인 니가 잘못이야." "아..저기." 민호는 세라가 건내준 것이 구급약이라는 것을 알자 입가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늘은 ^ㅇ^ 기분 좋은날이니까 봐주는 거야." 그에 세라는 기분좋은 웃음을 입가에 짓더니 곧 어느 한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뭐 ^ㅇ^ 좋을일 있으신 가봐요?" "그런가 보지.." 몇일 째 이형우 때문인지는 몰라도 표정이 살벌했던 세라가 웃자 차인과 민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스럽게 바라보았다. 방금전만 해도 그렇게 개패듯이 패더니 전화 한통으로 인해 분위기가 상큼발랄하게 바뀌어 버리다니. "근데 말이야 주차인?" "민호군 왜요?" 민호가 씨익 하고 웃으며 차인을 부르자 차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존댓말로 대답을 해주었다. "치사하게 같이 말하자고 해놓고 나만 이 대사 읊게 하냐!!!!!" "하하 ^ㅇ^ 민호군이 순진해서 그렇죠 뭐- 하라고 진짜 하나?" "아오!!!!!!!!!!!!! 이걸 죽여 말어!?" 역시나 존댓말이 더 얄밉게 들리는 남자 차인이었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6 -철컹. 낡디 낡은 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약간은 초췌한 모습의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하지만 외모만큼은 30대중반의 남자처럼 중후해 보였다. 과거에 한 미모 했을것 같은 모습이었다. -터벅터벅 "형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남자가 걸어나오자 검은 양복을 입은 조폭들이 차례로 허리를 굽히며 정중하게 예를 차렸다. 무슨 조폭의 형님에게 인사를 하듯 깍듯한 모습이었다. 3년전 자신들의 보스였던 남자. 충성심 하나로 3년간 배신한번 하지 않고 이렇게 그를 기다린 것이었다. "그래 다들 오래간만이구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조폭들을 바라보는 남자. 그러다 곧 자신의 앞에서 울먹울먹 거리는 세라를 바라보게 된다. "세라 ^-^ 그간 잘 지냈니?" 형우와 비슷하리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라를 향해 묻는 남자. 그런 남자의 목소리에 세라는 눈물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아빠!!!!!!!!" 결국 눈물을 흩뿌리며 남자에게.. 아니 자신의 아빠에게 와락 안겨 버리는 세라. 3년이란 시간이 꽤 길었는지 자신의 아빠의 이마에는 자그만한 주름들이 잡혀 있었다. "정말 몰라보게 많이 컸구나. 이젠 꽤 숙녀티도 나고…" "할 말은 그거 뿐이야?" 남자는 세라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싱긋 웃었다. 웃는 모습조차 형우를 떠올리게 하는 자신의 아빠. 하지만 반가움이 앞서서 인지 형우는 애써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뚱하게 물었다. "가슴도 많이 커졌..." -퍼억!! "쿨럭- 주먹도 매서워 졌는걸?" 기습적으로 가슴을 한대 맞자, 기침을 토해내며 쿨럭 거리는 남자. 하지만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조폭들에게 대하는 것과 달리 은근히 장난끼 많은 아빠의 모습이었다. "씨이.." "농담이고, ^ㅇ^ 우리 딸 보고싶었다!!!" 세라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자 남자는 움찔 거리다 이내 세라는 파악 안고 소리쳤다. "에씨 이거나 먹어!" 숨 막힐 정도로 죄어오자, 세라는 들고있던 두부를 입에다가 팍 하고 넣어 버렸다. "웁 켁켁-! 으에아으 느므 에으 켁(아빠한테 너무 하는거 아냐?)" "흥- 다신 쇠창살있는데 가지 말라는 의미였어." 입안에 두부가 가득차자 세라의 아빠는 채 발음도 안 되는 말로 어버버 거렸다. 그에 세라는 고개를 돌려 퉁명스레 중얼 거렸고… -파악! "딸~♡ (우물우물) 이거 맛있다." "징그러!" "딸~ 다음부턴 깜빵 안갈게 진짜루~" "......" "아씨 아빠 말 좀 믿어라." 머리를 긁적이며 세라를 꽈악 안은채로 중얼 거리는 세라의 아빠. 세라는 애꿎은 땅만 바라보며 "다신.." "응?" "다신 내 앞에서 사라지면 안돼...." '아주 오래전 그 날 처럼.. 갑자기 내 앞에서 사라지면 용서하지 않을거야.' 세라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세라가 그간 아파했던 모습들을 알수 있는 듯 "그래. ^ㅇ^ 우리 딸 놔두고 안 사라져." 그는 마치 세살배기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세라를 꽈악 껴안았다. 하나밖에 없는 핏줄 세라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새삼 가슴이 아파왔다. 세라의 말 처럼 다신 사라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 그 날 저녁. 회포라도 이루는 듯 여러지역의 조폭들이 나이트로 몰려와 축하주를 들었고. 세라네 아빠의 조직원들 역시 한데 모여 인사도 나누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하하하하 세라 정말 예뻐지지 않았냐?" "예뻐졌지. 아암- " 세라의 아빠가 너털하게 웃으며 묻자, 그 옆에 있던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칭찬에 익숙하던 세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세라야." "왜." "형우는 어디갔냐? ㅇ.ㅇ 오래간만에 이 아저씨가 출소했는데 얼굴도 안 비치네." 술잔을 기울이던 세라는 아빠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분명, 자신의 아빠도 형우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어?" "형우랑 너랑 맨날 붙어 다니더니. 오늘은 없네-" "뭐.. 3년간이나 계속 연인사이를 유지할 순 없는거잖아." 쓴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몇년전 본 형우와 아직도 사귀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참 순진해 보였다. 더불어 자신을 차가운 교도서로 몰고간 남자인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니. "헤어졌다는 거야? 걔 만큼 널 사랑해줄 남자도 드물텐데.." "남자는 많아." "그래도.. 그 녀석 널 평생이라도 사랑할것 처럼 보였는데." "한 순간이지." 그에 세라의 아빠는 3년전 어린 형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의외라는 듯 말을 이었다. 중학생이 사랑이 어느 정도냐고 그 누가 묻겠지만.. 그 때의 형우는 어른을 능가할 정도로 세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정도로..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목숨을 내 놓을 정도로 널 사랑하는 남자는 드물거야. 으유 - 3년전 그 일에 대해서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무슨… 말이야? 3년전 그 일이라니?" [3년전] 이라는 말에 세라가 흘깃 자신의 아빠를 쳐다보며 물었다. "말해줘도 되나?" "말해줘. 형우랑 관련되어 있다면.." 약간은 고민스러워 하는 아빠의 모습에 세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세라의 눈동자를 보며, 세라의 아빠는 그 날을 회상을 하는 듯 담배 한 가치를 물고 입을 열었다. "으음 그러니까 말이야.." -터벅터벅 쏴아아아아아아.... 소나기라도 내리는 듯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그 새끼 병신아냐.." 세라는 비에 젖은채로 형우가 누워있는 그 병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3년전 이 아빠가 교도서에 가게된건 말이다. 호프집에서 다른 파 놈들이랑 술을 먹고 있는데, 몰래 잠입한 반대 세력이 날 죽이려고 칼을 휘두르는 거야. 물론 피하기야 피했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피하고 녀석을 죽도로 밟아 버렸지. 잠시동안은 기절한 줄 알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는데 그 호프집에 이형우가 들어서더라.] '......' 역시나 세라가 생각했었던 것 처럼 형우는 그날 자신의 아빠가 있는 호프집에 있었다.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술을 마시면서 있는데.. 기절했을거라고 생각한 새끼가 날 향해 칼을 휘두르는 거야.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피하지도 못 하고 있는데 이형우가 대신 그 칼을 맞아 버린 거야.] '......!' [물론 팔만 약간 스치고 지나간 거였어- 그 다음 내가 녀석의 칼을 손으로 잡아 챈뒤 땅으로 내리 꽂았지. 그리고 녀석은 나를 죽이려는걸 실패한걸 아는지 떨어진 칼로 자기 자신을 칼로 찌르더라고.. 순식간이었지. 가끔 그렇게 자결하는 놈들이 있긴 했는데.. 문제는 녀석이 일부러 의도한건지 경찰이 들이 닥쳤지.] 인터넷으로 본 사건의 내용하고는 조금 많이 달라 있었다. [내가.. 딱 범인으로 몰리기 쉽상이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이형우 그 놈이 칼에 묻은 내 지문을 닦더니 자기 손으로 칼을 막 쥐더라고..황당해 가지고 그러면 넌 소년원 간다라고 물으니까 뭐래는줄 아냐?] ............ [지는 소년원 따위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세라가 아저씨 때문에 아픈 모습은 볼 수 없다고. 만약 조금 전 처럼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라도 세라가 아프지 않는다면 아저씨를 대신해서 죽을 수도 있다고.. 분명 아저씨가 다치면 세라는 슬퍼할테니까. 이러더라고. 내 참 중학생 녀석이 뭐 그리 너만을 생각하던지. 진짜 사랑은 어린 녀석도 할 수 있구나하고 느꼈다니까?] 조금전 자신의 아빠에게 들은 놀라운 말들을 되새기며 주먹을 꽉 쥐었다. 피가 맺힐 정도로.. [그래도 어떻게 어린 녀석을 교도서로 보내냐? 억지로 칼을 빼앗은 다음에 말했지. 널 부탁한다고.. 너 정도면 세라를 맡길수 있을거 같다고. 하지만 막무가내더라. 결국 나와 녀석의 지문이 겹쳐졌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 녀석 **건설의 아들내미더라? 쉽게 석방됬지. 아직 청소년이기도 하고 말이야.] 쏴아아아아아아.. 그렇다면 형우는 죄가 없었다. 도리어 자신이 다칠수도.. 자신의 인생을 망칠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지켜내려 한 것 뿐이었다. 바보같이 자신의 슬픈 모습이 보기 싫다고 칼침까지 대신 맞아 버리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개 똘추." 잘못한 것도 하나 없으면서 자신에게 매달린 형우가 생각나 가슴이 더욱 아파왔다. 그렇게 슬픈 눈으로 눈물까지 흘렸던 형우였는데… 사랑했으면서도.. 그럴리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믿지 못했었는데. 그렇게 믿지못한 세라 에게도 형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었다. "은세라 바보..병신. 넌 천벌받을꺼야." 세라는 자책이라도 하는 듯 손톱을 살속에 더욱 깊이 파고들게 하며 병실문을 열었다. "그럼 그 날 날 안고있었던 건 너였니? 아빠가 아니라?" 세라는 자신의 아빠가 나가 있을 때 누군가의 따스한 품을 느낀적 있었다. 그가 아마 형우였었나 보다. 자신이 잠잘때 까지 안고있어 주었다가 호프집으로 간 거였나 보다. "바보냐..너 진짜 바보냐." 뚝뚝.. 비를 맞고 와서인지 세라의 모습은 젖은 생쥐꼴이었다. 눈에서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가 후두두둑 떨어졌고.. "형우야.." 세라는 성큼성큼 다가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형우의 손을 만지작 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더욱 더 수척해져 있었다. 그래도 간병인은 매일 오는지 병신은 비교적 깨끗하고 병문안 오는 사람들도 많았는지 선물들도 많았다. "미안해.." "......"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형우에게 대답이 나올리 만무했다. "미안해.." "......"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시끄럽기만 한 기계음이 짜증나기까지 했지만, 가슴은 찢겨 나가는 듯 아파왔다. 자신을 늘 사랑해주기만 한 형우였는데.. 해주기는 못 하고 도리어 상처만 내어 버렸으니까. "일어나서 날 한대라도 치란 말이야!!!!!!" "......" 악을 질러도, 소리를 질러도 돌아오는건 침묵 뿐이었다. 여전히 헬쓱한 모습으로 시체마냥 누워있는 형우. 그럴수록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왔다. 숨이 막혀왔다.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다 의식불명까지 간 형우가. 미치도록 자신만을 올곧게 사랑하던 형우를 생각하니 가슴이 펑 하고 터질것만 같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뭐라도 좋으니까 말 좀 해봐.. 욕이라도 좋으니까.. 날 때려도 좋으니까 뭐라고 말좀 해봐." "......" 세라의 말에 기계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다. "왜 그랬어.. 잘나지도 못하고 이기적인 나 따위를 그렇게 사랑했던건데. 넌 그때 처럼 다 알고 있었을거 아냐. 내가 널 의심해서 헤어지려는거 다 알면서도 왜 잡기만 했던건데. 바보같이 차갑기만 하고 병신같은 날..." "......" "왜!!!!!!!!" 형우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세라를 눈물겹게 소리를 질렀다. 무척이나 따뜻하기만 한 손이었는데, 이토록 차갑게 변해 버렸으니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오열하며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데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널...사랑....하니까." 죽은 듯 눈을 감고있던 형우가 거칠어진 입술을 열며 세라를 향해 말을 한 것이었다. 여전히 가슴 떨리도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7 세라의 표정은 말 그대로 멍해 있었다. 그에 반해 형우는 갑자기 돌아온 의식 때문에 머리가 아픈지 작게 인상을 쓰며 입술을 벌렸다. "돌아올..거라 믿었어." 이미 일반병실로 바뀐 상태라 호흡기는 쓰고있지 않았다. 여튼 형우는 더듬더듬 갈라지는 목소리로 세라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준 다음 손을 꿈틀였다. "의식이..돌아온 거야?" 정신을 차린 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일어나려는 형우에게 물었다. 그에 형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 거렸고.. "감기 걸리겠다.." 처음부터 세라의 모습을 보며 중얼 거렸다. 비에 젖은 세라의 모습이 그리도 안타까운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직 몸 일으키기도 성치 않을텐데. "젠장.. 나 미안해서 너 어떻게 보냐?" "...뭐..가." "존나 미안해서 ..널 믿지 못했는데 .." "......" 세라가 고개를 푹 숙이며 작게 중얼 거리자 형우는 힘겹게 세라를 바라보았다. "바보같이 머리는 좋으면서 사람은 믿을줄 모르고.." "......" "말하지 그랬어. 오해라고.. 상황파악 다 했을거면서 왜 말 안했어." 세라가 시트를 꽈악 쥐어 잡으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형우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의식이 방금 돌아온지라 말 하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몰..라." "......" "난 다 몰라." 그리고 곧 이어진 형우의 대답. 약간 건조하다 싶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뭘.." "상황파악 따위 할 겨를 없었어. 너 잡는거에 급급했으..니까." 형우는 눈을 접으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웃지도 않으면서 세라에게 만큼은 늘 부드러웠던 형우. 그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는지 아직도 세라에게 웃고 있었다. 아니 세라가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힘들더라도 웃고 있었다. "미안해.." "괜찮아." "미안해.." "...세라한텐 그런말 안 어울려." 다시한번 힘겹게 입술을 떼며 말을 잇는 형우. "후우- 힘들면 말하지마. 푹 쉬고 내일 얘기하자." "은세라 사랑해.." "......" 세라가 형우에게 이불을 올려다 주며 한숨을 푸욱 내쉬자 형우는 간절한듯.. 세라를 향해 말했다. [사랑해] 세 단어로 인해 세라의 심장은 다시금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그건 세라만이 아니라 형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자신의 두 눈에 세라가 보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이렇게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랑해..사랑해." "형우야." "다른건 다 몰라도 너 사랑하는건 알아.." [두근두근두근두근] 형우는 원래 이런 남자였다. 어떠한 일에도 세라 자신을 우선시 했었다. 지금처럼 화를 내야될 상황에서도 오히려 고마운 듯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어루만져 주었다. "병신같은게 3년전에는 우리아빠 대신 칼침이나 맞고.." "피식-" 세라가 퉁명스레 고개를 숙인채 중얼대자 형우는 피식 웃었다. "또 그렇게 돌아섰는데 화도 안 내고.." "넌..변덕스러운 얘잖아." "욕이라도 하면 편할텐데 웃어주기만 하고.." "올거라고..믿었으니까." "이렇게 멋대로 돌아왔는데도 아무말 없고.." "오히려 미치도록 잡고 싶은건 나였으니까.." 단호하다 싶은 말에 세라의 두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붉게 충열된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으..으 젠장 너 진짜 눈물나게 만든다." "울지..마." "씨댕 너 때문이니까 니가 멈추게 해보란 말...!" 세라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도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자 형우를 향해 짜증스레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신의 입에 키..키..키..키..키..키스를 하는 형우때문에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아니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텐데 키스까지 퍼붓다니.. '그래 이 느낌이야.' 호수와 입술을 맞대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그 토록 느끼고 싶은 입술이었다. 오래간만에 하는 키스라 그런지 무척이나 이 입술이 달콤하다고 느꼈었다. "하.." "힘들다..힘들어." "하하하.." 잠시후 입술이 떼어지고, 세라가 황당하다는 듯 멍한 눈빛으로 형우를 바라보자 형우는 힘들게 침대에 눕더니 "니가 울 때 달래줄수 있는건 키스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대뜸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하여 누워있는 형우를 바라보던 세라는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하며 어이없는 듯 멋쩍게 웃어보였다. "하하.. 진짜 사람 어이없게 만드네." 설마하니 지금 의식이 돌아온 형우가 키스를 퍼부을 줄이야. 더구나 이런 기습 키스는 참 놀라울 뿐이었다. 아마 세라가 울 적 이렇게 달래주는 남자는 형우가 처음이었던거 같다. 진호는 사탕과 그 외에 달콤한 것들을 쥐어 주었고 호수는 자신을 안아주며 달래 주었다. 그리고 형우는 키스를 해주었고. "이쁜자식." 누워있는 형우의 곁에 다가가 이리저리 세세하게 살피는 세라. 땀에 절어 헝클어진 보라색 머리카락 그리고 새하얀 얼굴과 긴 속눈썹은 무척이나 예쁘장해 보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생기넘치는 얼굴. 약간 거칠기만 한 피부역시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갈라지긴 했다만 키스 후라 그런지 입술이 조금은 붉어져 있었다. 그에 피식 웃은 세라는 턱을 괴고는 "이형우." "......" "나도 너 사랑하는거 알지?" 형우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운듯 말했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형우는 고르게 숨을 내쉬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리지 않자 세라역시 잠이 쏟아지는지 그의 옆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8 "맛있냐?" 오물오물오물오물. "맛있냐구우.." 오물오물오물오물. 형우는 나름대로 복수라도 하듯 과일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렸다. 마치 햄스터를 보듯 볼에 과일이 빵빵하자 무척이나 귀엽게 보였다. "야!!!! 이제 막 깨어난 환자가 이런걸 먹어도 되냐!?" 결국 지켜보는 것은 무리인 세라가 화를 내며 소리치자 형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응 간호사 누나가 먹어도 된다고 했어." "제기랄.." "세라 너도 먹고싶으면 먹어라? 먹지말라고는 안 했어." 형우의 마지막 한 마디가 위안이 되었던 건지 세라는 벌떡 일어나 과일 하나는 집어 입에 넣었다. "좋아♬" "쿡- 이왕이면 입술로 먹여주는건 어떨까?" "그거 내 대사아냐?" 약간은 능청해진 형우의 말에 세라는 당황해 하며 머리를 갸우뚱 거렸다. 어쨌든.. 형우가 입원해 있는 동안 세라는 그의 곁을 떠나줄 몰랐다. 자신의 아빠를 잊어 버릴 정도로..(이 인간아;;;;) 거기다가 요즘들어 더욱 형우에게 심장이 반응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 예전보다 더 해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나쁘다거나 더럽다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으면 좋았지. "아으 달콤해라." 세라는 달콤한 딸기를 입에서 오물 거리다가 대뜸 형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퇴원은 언제해?" "빠른대로-어차피 몸에는 이상이 없었거든." "다행이네. 그렇지 않아도 우리아빠가 널 만나고 싶어했는데." 형우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건강하다는 걸 알리자 세라는 이번엔 귤을 까며 말했다. 물론 아빠가 생각난 것도 바로 이 시간이었다.;; (딸 맞아?) "그러고 보니 어제 출소하셨지?" "어..라? 어떻게 알았어?" "너에대해 모르는건 없어~" 어제 출소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하해 바라보자 형우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세라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녀석을 의심했었다니 나도 참 꼴통이지.' 세라는 형우를 감동스레 한번 쳐다봐 주고 순간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는 인간의 형체에 이를 갈았다. "왜..왜 그러냐?" 갑자기 이를 가득 세라 때문에 놀란 형우가 더듬거리며 묻자 세라는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분명 최종민 그 새끼는 이형우가 범인이라고 했는데… 전부 개 구라였잖아. 감히 되지도 않는 말로 날 속이려 들었겠다?' "쿠쿠쿠쿡.. 최종민 니가 감히 내 성질을 건들였다 이거지?" 세라는 음침하게 키득키득 웃으며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그에 흠칫한 형우가 세라를 툭툭 건들이며 "최종민은 왜?" "흐흐흐흐 최종민 그 개새끼가 말이야. 나한테 얼마전에 전화를 걸었더라고. 근데 니가 우리아빠를 억울하게 교도서 보낸 십쌔라는 거야!! (이런말은 안 했다.); 거기다가 내가 막 부정하려니까 니가 졸 썩은 놈이라고 헤어지라는 거야. (이런말도 하지 않았다.)이 자식을 그냥!!!!!!!!!!!!! " "어어?" 형우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가만가만 끄덕였다. 최종민이 여러가지 근거를 대서 자신과 세라를 헤어지게 만든 놈임이 틀림없었다. "아오 싯팔 죽여버릴까?" "으응?" "최종민 이 개뼉다구를 그냥!!!!!!" 세라가 열을 내며 과일을 집어 던지자 형우는 흠칫하며 손가락에 끼고있던 반지를 내 보였다. "하하 그보다 세라야 이게 뭔지 알아?" "뭐?" 형우가 내민 반지에 세라는 분노에 휩싸여 광기를 내던 눈동자를 정상으로 돌렸다. 새하얗고 길다란 손가락에 끼워진 것은 다름아닌 반지였다. "이게 어떻게.." "내가 말했잖아 이거 집에 있었다고." "이형우.." "이젠 최종민 따위가 아니라 내 말 믿을 수 있지?" 세라가 놀란듯 두 눈을 크게뜨자 형우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찡긋 거렸다. '분명히.. 이거 단서로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 세라가 복잡하게 뒤엉킨 머리를 톡톡 거리며 인상을 썼다. '녀석이 사이트에 올려놓은건가? C8 대체 나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그리 이쁜짓만 골라서 한데?' 하지만 곧 세라의 입꼬리는 포물선을 타고 올라가 예쁜 미소를 만들어 냈다. "가만두지 않을거야." "어어?" "죽었어 최.종.민." 세라는 주먹으로 시트를 세게 내려치더니 바나나를 입에 물었다. 정말 섹기 자르르르 흐르는 그런 자태였다. 물론 표정은 한 없이 살벌했지만(;;) * * * * * 몇일 후 드디어 형우가 퇴원을 했고, 드디어 정상적으로 학교 등교가 가능해 졌다. "다녀오겠습니다." "흑흑 그래 잘 다녀와 딸래미- 사위~" 형우가 현관문에서 인사를 하자, 세라의 아빠는 눈물 콧물을 다 짜내며 손수건을 마구 흔들어댔다. '에고 한심해라.' 세라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곧 학교로 출발했다. 팔불출에 가까운 아빠였지만, 누군가가 집에 같이 있다는건 그리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모범생 생활은 계속 할 거야?" "응 검사는 되고 싶거든." "열심히 해." ~CHU♡ 교문 앞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눈 형우는 상고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세라는 오래간만에 힘 넘치는 걸음으로 교실로 들어섰다. "이제오네." 그러나 교실앞에서 기다리는 호수때문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유빈의 희미한 웃음을 지어주고 있었고, 호수는 잔뜩 굳은 얼굴로 세라의 손목을 잡고 사람들이 드문 복도로 이끌었다. "할말있어?" 호수에겐 잘해준것도 없어 미안하지만, 이젠 차갑게 떼어낼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형우와만 사랑을 할테니까… "오늘..아침 이형우랑 같이오더라." "아..응." 화난 음성이 아니라 슬픈목소리여서 차갑게 대할래야 대할수 없었다. 세라의 얼굴을 힐끗보던 호수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품속에 꽉 안았다. "그 녀석 사랑해?" ".....응." "그래..그럼." 세라를 안고있는 순간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시켰다. 이성을 자극시켜 버렸다. 하지만 호수는 입술을 문채로 말했다. "잘가라." 호수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세라는 호수의 의외의 말에 멀뚱멀뚱 쳐다보기만을 반복했다. "어차피 내가 넘본다고 넘어올 상대도 아닌거 같고.. 이젠 깨끗히 놔줘야 겠지." "미안." "마지막으로..한 마디만 해줄수 있냐?" 호수의 애달픈 눈동자에 세라의 동공도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바보같이도 그새 심장은 또 다시 뛰고 있었다. "뭘.." "사랑한다고.."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문으로 따스한 햇빛이 새어 들어오고 호수는 피식 웃으며 "내가 잠시 미쳤나 보다." "좋아해..라고는 말할 수 있을거 같은데.." 고개를 푹 숙이며 뒤를 돌아가려는 호수에게 세라가 말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정말이지 눈물나도록 포기하기 싫은 여자였다. "은세라야.." "왜." "세라야." "응." 호수는 여전히 고개를 떨군채, 등을 돌린채 세라의 이름을 반복하며 불렀다.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은세라란 여자가 가슴에 박혀 있었고 도무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은세라.. 처음엔 그저 싫기만 한 범생이었다. 하지만 이 석자가 부를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생각하면 할 수록 기분 좋아지는 이름이 되어 버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사랑해 버린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사랑한다." "......" "사랑해." 잔잔한 목소리가.. 복도에 나직히 울려 퍼졌다. "고마워." "앞으로도 친구로는 남아 있을수 있지?" "응." 세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호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세라를 등져 걸어갔다. "빌어먹을..빌어먹을..왜 남자가 울고 지랄이야." 손등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박박 닦으며 벽에 기대어 버리는 호수. 아직도 세라의 모습만이 머리속에서 덩그러니 남아 버렸다. 포기해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오기로라도 그 옆에 남아있고 싶었다. 자존심 상하고 가슴이 울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세라가 옆에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즐거웠었다. 포기라는거 그리 쉽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형우를 바라보던 세라의 표정을 보고는 마음을 바로 잡았다. '나는 저런 시선을 받을수는 없을거야.' 몇년이 지나도 바뀔수 있을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눈빛에 호수는 가슴이 아파왔다. 그래서 더욱 포기해야만 했다. 자신을 위해서도 세라를 위해서도. "이상한 여자야." 확실히 은세라란 여자가 이상하긴 이상했다. 모범생이란 칭호를 달면서도 양아치인 이중생활을 하는 것도 그리했지만.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빼내고 싶지만 빼낼수 없는 그런 여자.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상한 여자였다. 보통 내숭떨고 꾸미는데 급급한 여자에 비해 털털하고 성격만 더러운 여자였다. 특별히 어디가 좋다해서 사랑한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가슴에 남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쓰레기 자식.] 안경을 끼고 두갈래로 묶은 머리로 당당하게 자신에게 욕을 한건 세라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가 막히고 또 머리속에 각인되어 버렸었다. 세라의 얼굴을 처음본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이젠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았던 안경을 쓴 모범생의 모습은 아니지만 … 분명 세라는 모범생이었지만 모범생 같지 않았던 독특한 성격이었고.. 눈이 정말이지 숨막히게 할 만큼 예뻤던.. "씨..댕."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울리게 만들어버린 특별한 여자였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69 그 날 이후론 호수를 한 동안 보지 못했었다. 아마도 호수는 세라를 잊으려 잠적을 해 버린듯 싶었다. "잘한거야. 분명 잘 한건데.. 왜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이 찝찝하지?" 세라는 가슴에 손을 얹어놓고 혼자 중얼 거렸다. 하루라도 다투지 않으면 혀가 돋았던 그런 호수가 없으니 뭔가 허전한 기분도 들었었다. 그런 꿀꿀한 기분속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던 세라. 오늘따라 형우가 데리러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 섭섭하긴 했다지만 애써 태연하게 교문을 지나쳤다. 그 순간 세라의 핸드폰에 진동이 왔고.. 자신에게 전화를 건 작자가 최종민이라는 것을 알자 급히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너 잘걸렸다." [쿡…그동안 잘 지냈어?] "최종민 뒤져볼래? 안 그래도 너 벼르고 있던거 알지?" [지금 내 옆에 누가 있게?] 당황하기보다는 당당하다는 종민의 목소리에 세라의 인상이 그대로 찌푸려져 버렸다. 예상대로라면 분명 [형우]가 옆에 있겠지. 뭐 이런 스토리는 안 봐도 뻔한 상황이었다. "혹시나 유치하게 이형우를 붙잡고 영화 찍으란 말은 아니겠지?" [빙고♬ 은세라는 역시 똑똑하네.] "닥쳐 하나도 재미없는거 알지?" [헤에♪ 오던말던간에 ^ㅇ^ 상관은 없는데 (퍼억!!!) 늦게오면 재미없을줄 알아.] 순간 세라의 어깨가 움찔 거렸다. 아무리 봐도 장난으로 넘기기엔 상황이 꽤 심각해 보였다. 최종민이 제대로 장정을 하고 세라를 밟으려는 생각이었나 보다. "거기 어디야." [##공장. 당연히 혼자 오는거 알지? 경찰이나 니 주위 사람 부르면 이형우는 내 손에 죽을줄 알아.] "이형우 손끝하나 건들였어봐.. 가만두지 않아." [마음대로.. 쿠쿡] 세라가 낮은 저음으로 위협하듯 묻자, 반대편에서 전화를 받던 종민은 음산하게 웃으며 통화를 마쳤다. "빌어먹을…국회의원 같은 새끼." '최..최..최종민.' 세라의 두 손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몹쓸 최종민의 얼굴을 두 주먹으로 후려 갈기고 싶었다. '죽을려고 빽을 쓰네 빽을..!' 오래간만에 일어날 싸움에 희열을 느끼기는 하지만, 최종민에 대한 분노는 식을줄 몰랐다. 정말 형우의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최종민을 갈아 버리기라도 할 작정이었다. 세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충 앞으로의 전개를 상상해 나가며 종민이 말한 그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 * * ##공장 야간자율학습까지 끝마치고 도착한 시각이라 그런지 꽤 늦은 시간이었다. 대략 11시에 가까운 시간. 1시간 가량 걸리지는 않는 곳이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해서 조금 늦게 온 것이었다. 세라가 공장문을 열자 어두운 그 곳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후~ 이렇게 얼굴을 맞댄건 그 때 이후로 처음인가?" 그리고 끝 모서리에 비웃음을 걸진채 세라를 바라보는 최종민.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어디서 그 많은 숫자를 데리고 왔는지 교복을 입은 패거리들이 가득했었다. "쿡 ^ㅇ^ 안녕~ 우리 구면이지?" "은세라 나도 알지?" 그리고 세라를 향해 손을 흔들여 보이는 두 여자. 상고에서 형우를 좋아도 따라다니던 그 파마머리와 인문계에 다니고 있는 여자. 즉 부반장인 서유한이었다. "너희들까지 있을줄은 차마 생각도 못했네." 세라가 황당하다는 듯 둘의 모습을 보며 작게 말했다. "난 니가 중학교 때 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피차일반이야." "설마 고등학교에서 만날줄 그 누가 상상이가 했겠어?" "그러게 그렇게나 많이 변한 모습으로 말이야..쿠쿠쿡." 유한의 비릿한 미소에도 세라는 여전히 당당하게 맞서 이야기 했다. 유한이 중학교 때 부터 마음에 안 든것도 사실이고 지금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큭 진짜 혼자 올줄이야. 너 늘 나를 무시하던데, 정말 똑똑한거 맞니?" "사랑에 만큼은 바보가 될 수 있지." "하.." "이형우 어디있어." 당황해 하는 서유한의 눈을 무시하며 세라는 주변을 살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형우였다. 지금 뭣 때문에 이 곳에 찾아온 것인데. "이형우 라면 ^ㅇ^ 물론 내 옆에 있어." 꽤 여러명이 거칠게 굴었는지 형우의 교복은 조금 더렵혀져 있었다. 세라는 당장이라도 형우에게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저들이 나아갈 스토리는 뻔할 뻔짜인걸 알면서도. "이형우 건들이면 나한테 죽는다고 했지." "아아 그러고 보니 아쉽게도 둘이 깨지질 않았다고 하더군." "그거 때문에라도 널 용서할 수 없어." "후후 사실 이형우가 조금 대단하긴 했지." 세라가 이미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주먹을 꽈악 쥐며 말하자 종민은 때려주고 싶을정도로 얄밉게 웃으며 형우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꽉 쥐었다. "사실 말이지. 너랑 이형우가 헤어진후에 공고의 몇을 이끌고 이형우를 밟은적이 몇번 있거든." "..하." "물론 몇 안되는 소수들이 남자들에게 이형우가 맞을리는 없잖아 안 그래?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니 이름을 대는 거였지." 이어지는 종민의 말에 세라는 밑에서 부터 증오가 끓어 올랐다.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더 심했었다. "쿠쿡.. 은세라가 시켜서 널 밟으러 왔다. 라고.." "씨발.. 개 소음(개소리)내지 마라." "그랬더니 그냥 맞아 주더라? ^ㅇ^ 사실 교통사고도 서유한이 낸거지 아마?" 세라의 이성이 끈이 뚝 하고 끊어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머리는 그다지 나쁜편이 아니었기에 쉽사리 덤벼들지 않았다. "아아 이형우가 죽지 않아서 참 아쉬웠어." 유한은 피식 웃으며 길다란 손톱을 메만졌다. "형우야.." "왜." "왜 안 말했냐." "어떻게 말하냐." "넌 정말 바보라는 소리 밖에 안 나온다. 내가 시켰다고 고스란히 다 맞아주다니." 세라는 시선을 돌려 먼지투성이가 되어버린 형우에게 미안한듯 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형우란 남자에게 어울릴 말은 바보란 단어 뿐이다. "......" "걱정마 난 바보가 아니니까 믿어." "응." 세라가 가슴을 텅텅 치며 울것같은 얼굴로 말하자 형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마 찍냐?" "하하하하 개나리들아 너희 지금 내 성질 건들였어 알아?" 상고의 여자가 비꼬듯이 묻자, 세라는 씨익 웃으며 마치 승리자 처럼 행동하는 세명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이형우 건들이면 죽인다고."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어줘야 할 상대는 너야." 세라가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내밀자 종민은 씨익 웃으며 칼을 만지작 거렸다.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드는 강아지 새끼.' 세라는 종민을 노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실 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너희들이 원하는게 뭐야?" "너." 뭐 처음부터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형우를 빌미로 자신을 밟고 싶다는 사실을.. "...그럼 이형우는 이쪽으로 넘겨주지?" "무슨 개소리야." 세라의 갑작스러운 말에 종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 물었다. 무슨 의도로 형우를 넘겨달라는 것일까? "어차피 너희들을 상대로 내가 이길수 있을린 없잖아 안 그래?" "그..그렇지." 세라가 피식 웃으며 손을 으쓱거리자 세 명의 남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싸움을 잘 한다는 세라지만 주변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남자들을 이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당황해 하지도 않으며 상황을 이해하자 되려 할 말이 없어진 것이었다. "이왕 맞을거 형우랑 같이 맞고 싶어서 그런다. 그러니까 그냥 넘겨줘." 세라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세 명은 곧 고민상태에 빠져들게 되었다. "야 어쩔까?" "그냥 주지마. 저게 잔머리 굴리는지 어떻게 알아?" "그래도 혼자 왔는데 관용을 베푸는셈 치고 이형우는 주자.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둘인데 이 많은 숫자들을 이길 수 있겠어?" '...병신같은 것들 이러니 너희들이 날 이길 수 없는거야. 거기다 니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건 인질인거 몰라?' 세라는 픽 하고 비웃음과 조언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마 저 바보같은 놈들은 상관 없을거라 생각하면서 형우를 건내줄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우의 역인데, 만약 형우를 돌려준다면 낭패다. 하지만 지금 공장에는 세라와 형우밖에 없다는 사실에 그들은 깊이까지는 생각을 안 하는 듯 했다. "어차피 둘 다 밟아야 하니까.. 상관은 없지." "땡스~" 종민이 아쉬운듯 형우를 굴리듯 밀자, 세라는 접썩 그를 안아들어 곧바로 밧줄을 풀러 버렸다. 형우는 자유로워진 몸이었지만 여전히 뼈마디는 꾹꾹 쑤시고 있었다. 몸을 풀며 밧줄을 내동댕이 쳤고 "세라야 꼭 이래야 겠어?" "엉♬ 원래 이럴려고 동참한거잖아?" 그동안 말이 없었던 형우가 걱정스레 묻자,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싸움자세를 잡았다. 세라도 알고있다 두 명으로써는 이 곳에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는건 터무니 없는 말이었다. "쿡..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밟아볼까? 다신 일어설수 없게." "근데, 니들.. 영화나 소설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야." 종민과 상고여자 그리고 유한이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이밀자, 세라는 한껏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지금 일어날 일들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일테니까. "뭐 이정도야.." 종민이 어깨를 으쓱 거리자 그것을 신호로 남자들이 각목을 쥐고 다가왔다. 주변의 남자들이 두 명을 죄어 오는데도 세라나 형우는 그다지 당황해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도 영화를 한편 찍으려고 하는데.." 아니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재미있다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압도권이었다. 여전히 당황스러워 하지 않는 모습에 약간은 불길함을 느꼈지만 곧 세라가 이 상황에 실성을 해서 그런가 하고 치닫아 버렸다. "영화? ^ㅇ^ 니가 혼자 여기서 뭘 어쩌실라고?" 유한이 헛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까닥 거리자.. 세라는 형우에게 착 하고 붙어서는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미안하지만..^ㅇ^ 난 혼자가 아니야." "쿡 그럼 둘?"(이건 종민의 물음) "아니.. ^ㅇ^" 정말 영화처럼 [두 명]의 남녀가 이 많은 남자들을 상대로 할까 하며 생각했던 종민이었는데 세라에게 흘러나오는 한 마디는 정말이지 의외였다. "존나 많아." 콰앙!!!!!!!! 순간 세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고문이 콰앙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70 커다란 굉음과 함께 수도없이 많은 숫자들이 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굉장한 숫자들이었다. 검은양복을 입은 조폭들은 물론이고, 바이크를 타고 온 블랙 무리들도 한데 섞여 있었다. 세라가 나름대로 자신있어 하는 미소와 그동안 전혀 당황치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나 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종민의 무리들은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무리들까지는 이해가 간다만 검은양복을 입고 등장한 우락부락한 조폭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역시 은세라라 이건가?" "빙고. 내가 바보같이 당하리라 생각했던거야? 그렇게 봤다면 오산이지." 먼저 정신을 차린, 종민이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중얼 거리자 세라는 빙긋 웃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우루루루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많은 숫자들이 앞으로 빙 둘러쌓았다. "이..이..이! 비겁한!!!!" 분하다는 듯 입술을 꾹 깨물고 있던 상고 여자가 세라를 향해 소리쳤다. 분명 형우를 살리고 싶다면 혼자 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뒤통수를 칠 수 있단 말인가. "비겁하긴.. 어떤 바보가 혼자 오란다고 혼자오냐?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익!!!" "거기다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인질 역인데 이형우를 그렇게 쉽게 내줘서야 쓰나? 서유한 최종민 그리고 너까지 나한테는 아직 멀었어." 세라의 차가운 미소에 그들 세명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영악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하고 왔을 줄이야. "아차차 그리고 안 말한게 있는데. ^ㅇ^ 사실 형우보고는 내가 일부러 잡히라고 했어." "뭐?" "안 그랬다면 너희들을 쉽게 만나긴 힘들었을 테니까 말이야." 씨익.. 약간 뻥져있는 그들을 보며 세라는 차게 웃어주고는 손가락을 까닥 거렸다. "그럼 조잡스런 이야기는 이쯤해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세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들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최종민 페거리들을 하나씩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겁에 질렸던 건지 속수무책으로 맞고만 있는 최종민 무리들. 그에 세라는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퍼억! 퍽!! 퍼억! 퍼억! 꽤 둔탁한 소리들이 오가고, 나무판 부터 쇠파이프 그리고 각종 파편들이 차례대로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겁에 질린 남자들부터 해서 비명을 지르는 남자들까지. 가지각색의 남자들이 피를 토하며 일방적으로 밟히고 있었다. "이야아~♡ 이게 얼마만이냐?" 뼈를 차례대로 부수며 고통스러운 얼굴들을 보며 장난스레 웃는 민호. 꽤나 오랜만에 떨어진 명령이라 그런지 재미 들린듯 싶었다. "^ㅇ^ 하하하 숨 막히지 않은가요?" "크..크윽.." -빡!! "역시 비명이 없는걸로 봐서 이러는게 ^ㅇ^ 덜 아픈가 보네요." 급소를 세게 내리친 다음 싱글벙글 웃어 보이는 차인.; 민호역시 잔인하다 싶었지만, 차인도 제외시킬수는 없는 대상인거 같았다. "감히 내 옷에 먼지를 뒤짚어 씌우다니.." 형우는 언제 조용히 않아 있었냐는 듯 몸을 풀며 한 두명씩 죽어라 패기 시작했다. 그에 세라는 만족한듯 콧노래를 불러 주었고.. -콰직! -퍼억! 하나 둘.. 종민의 패거리들이 피를 토하거나 으스러져서 쓰러지고 .. 몸 다 푼 형우와 세라는 엉망진창이 된 창고를 여유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세라는 처음부터 눈에 박아둔 최종민만을 바라보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빌어먹을.." "후후 최종민 넌 내가 친히 밟아주지." 종민의 욕지거리에 세라는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뻐억!!!!!! 꽤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종민이 뒤로 물러났다. "세라야 니가 밟아야 겠어?" 종민의 입술에서 괴기스럽게 피가 흐르자 형우가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종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쿡.. 저 신발놈은 내가 밟아줘야 속이 후련하겠어. 넌 상고끄나풀이나 밟든지." "에휴..불쌍한 놈." 세라가 낮게 조소를 흘리자, 형우는 안됬다는 표정을 지으며 약간 빈 공간에 털썩 앉아 버렸다. 아마도 앞으로 터질 모습의 전형적인 관객 모습이랄까? 사실상 최종민은 직접 개입해서 패주고 싶다만 세라에게 맡기는게 훨씬 낳을거라 생각했다. -퍼억!!! "컥!" 세라는 남자의 급소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세게 걷어차 버렸다. 처음부터 꽤 커다란 여파가 몰려오자 최종민은 신음을 흘리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휙 .. 하고 흔들리는 동작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세라는 그 쯤이야 가볍다는 표정으로 피해 버리고. 뻐억! "쿨럭.." 뒤돌려 차기로 멋지게 종민의 턱을 날려 버렸다. 입술에서 피가 다시한번 터지고,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흔들리는 다리를 바로잡는 종민. -퍼억 하지만 곧 이어지는 세라의 주먹과 발길질에 고스란히 맞아 줄 수 밖에 없었다. 중심잡기도 힘든 마당에 빠른 동작들로 밟고 있으니 그 누가 버틸란가. 말 그대로 종민은 한 참을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었다. 퍼억! 퍽! "억!!" 급소에 명치까지.. 맞으면 속수무책으로 힘을 못쓰는 부분들로만 골라 때리는 세라. 종민의 이가 부러져 나가도.. 너무 맞아서 피를 토해도 세라는 그저 무표정한채 패기만을 반복했다. 학교에서 선생들이나 선배들한테 맞는것과는 차원이 틀렸다. 역시 규모가 커다랗다고 하면 하는 [블랙]의 짱이라 불릴만 했다. 가히 그 속도와 힘은 여느 남자못지 못했으니까. ....... 우드득.. "쿡.." 세라는 종민의 손마디마디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우득 하고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종민의 비명은 더해만 갔고. 그에 비해 세라의 얼굴에는 즐거움 가득한 표정 뿐이었다. 그렇게 종민에게 있어서는 지옥같은 시간이 더 이어지고. "크윽.." "하하하 여기서 쓰러지면 곤란하지." 세라에게 맞은 자국들이 선명한 종민이 숨을 헐떡이며 바닦에 주저앉자 세라는 씩 웃으며 그에게 다가섰다. "형우야 담배." 그리고 옆에서 구경을 하던 형우에게 손을 내밀며 피던 담배를 권했다. 형우는 대충 세라가 어떠한 짓을 할지 짐작이 가는지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건네 주었다. "이이.." 종민이 피투성이가 된 채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자 세라는 빠른 속도로 담배를 그의 어깨에 짓눌러 버렸다. -치이이이익.. "으윽.."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퍼지자, 종민의 얼굴엔 괴로움이 가득찬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으..으 저 살타는 냄새에도 웃고있는거 봐라." "아무리 우리 짱이라도 볼 때 마다 소름 끼친다." "아까 피 튀겨도 무표정한거 봤냐?" 흔히 담배빵이라는 것을 하는 세라의 모습을 보며 블랙의 무리들은 치를 떨었고 조폭들은 주변에 아무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빙 둘러쌓고 있었다. "얼 ~ 이 냄새 참 오랜만이네." "^ㅇ^민호군 왠지 오징어 굽는 냄새 같네요." 몇몇은 형우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트고 있었고, 몇몇은 피가 가득 묻은채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놓고 앉아서 구경을 하는 무리들을 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된 후 세라의 패거리의 승으로 승패가 갈려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라는 구경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챙 하고.. 뭔가를 누르자 세라의 손목에 있던 시계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 나왔다. "......" 날카로운 칼날이 다가오자 종민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세라를 올려다 보았다. "뭐..뭐할려고." "니 힘줄을 끊어 놓으려고 ^ㅇ^" 종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피를 토하며 묻자,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팔목에 칼을 갖다 대었다. 힘이 쭈욱 빠진 종민으로써는 반항할 힘 조차도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세라의 칼이 살깊숙히 파고들자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끔 감아 버렸다. "세라야 그만하자." "......" "여기까지만 하자." 하지만 형우가 세라를 진정시킴으로 인해 칼은 잠시 멈칫했다. 핏방울이 뚝 하고 떨어지자 세라는 살기에 가득찬 눈을 접으며 칼을 원상복귀 시켰다. "너 형우 때문에 살은줄 알아." 하지만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살벌하게 노려보며 숨쉬는 것 조차 버거워 보이는 종민을 향해 말했다. 곧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하기만 한 공장안을 감돌고… "그만 가자." 세라는 모든것이 다 정리가 된 공장안을 둘러보고 뒤를 돌았다. 세라가 발걸음을 떼자 꽤 많은 인원들이 공장안을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타닥.. 그 순간 누군가가 빠른 발걸음으로 세라를 향해 뛰어왔다. 물론 세라나 형우역시 그 거친 발자국 소리를 들었기에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해줄 생각이었다. 영화에서 그리고 여느 소설처럼 어이없이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속으로 비웃고만 있었다. "죽어라!!!!!!!!!" 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세라가 생각했듯이 형우를 좋아하던 상고여자 였다. 유한같은 경우는 칼을 설칠 정도로 타락해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짝 몸을 비틀며 여자를 멋지게 차주려고 하는데.. 푸욱.. 살을 파고드는 기분 나쁜 소리에 흠칫해 버리고 말았다. "형우야?" "어?" "이민호..주차인." "네?" '얼라리?' 세라는 여전히 뒤를 돈 채로 주변의 남자들 이름을 불렀다. 아무리 봐도 다들 멀쩡히 살아있는데 뒤에서 들렸던 그 '푸욱' 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으..으..니..니가 왜!" 뒤에서 떨리는 상고여자의 목소리에 세라는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뒤를 돌아 보았다. '......' '......' '......' 세남자.. 아니 주변의 모든 이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최종민..니가 왜." 세라가 황당하다는 듯 전혀 이해못할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씨발...이게 아니잖아. 서유한.." 피로 흥건히 젖어서는 세라의 어깨에 턱 하고 기대어 버리듯 기우뚱 거리는 종민. 그에 형우가 발끈하며 옆으로 다가왔지만, 세라의 손으로 인해 잠시 멈칫했다. 픽.. 하고 세라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칼을 뽑았다. 그다지 커다란 칼은 아니었기에 출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윽.." "......" 작게 인상을 찡그리는 종민을 보며 세라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했고.. 그 주위에 민호나 차인은 알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고 여자와 서유한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서유한‥ 분명 약속이 다르잖아.." 종민은 유한을 노려보며 중얼 거렸고 유한은 부들부들 떨며 세라의 패거리들에게 의해 잡혀 버렸다. "니가 왜 날 대신해서 칼을 맞은거냐? 난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어." 세라의 어깨에 기대어 피를 흘리는 종민에게 물었다. '이렇게 방심할때 서유한과 치려는 속셈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진짜 그러면 졸라 야비하고 치졸한 놈.' 설마하니 정말로 자신이 다쳐가면서 이럴까 하며 허무맹랑한 생각도 해보았다. "......." "정말 이렇게 방심할때 날 찌르려고 하는거냐?" "..난 정말 끝까지 악역은 될 수 없나보다." 홱 하고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종민을 밀며 인상을 찌푸리는 세라. 그에 종민은 피식 웃으며 세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일어서는 것 조차 힘겨운지 연신 비틀 거리면서 말이다. "뭔 말이야." 세라는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의 종민의 눈빛은 도저히 읽어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슬픈눈빛.. 왜 지금 종민이 저리도 슬픈 눈을 지어내고 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아해.." "....뭐?" "세라야..은세라 정말 죽을만큼 좋아한다." '......' 웃음이 나와야 하지만 나오지 않는 상황. 조금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악역이라 생각했던 종민이 고백이라니. 세라는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장난하냐?" "피식- 넌 아마 기억도..안 나겠지?" "이러고 또 뒤통수 때릴려고 그렇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믿지 못하겠다는 듯 종민을 바라보는 세라. 종민은 피가 흘러 괴기스러워진 눈으로 여전히 세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학교 3때.. 널 봤어." "......!" "그 때 당시엔 골빈계집이구나 하고 팀탁치 않게 여겼어. 근데.. 니가 친구들이랑 웃고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덩달아 웃고 있었어. 어느날 부터인가 니가 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널 사랑하고 있었나봐." "너..대체." "우리 사겼잖아. 비록 비참하게 내가 차이긴 했어도.." 세라와 형우는 동그래진 눈으로 종민을 주시했다. [플레이걸 은독사] 한 때 세라의 중학교 시절의 명칭이었다. 그 별명을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세라와 사귀기까지 했었다니. "하..뭐 이런.." "그래서 니가 싫었어. 난 아직도 널 좋아하고 있는데...넌 나 따윈 기억도 못 하잖아. 그냥 니가 거짓으로 사귀었던 남자중에 하나였잖아." "하하하 씨발..너 거짓말이지?" 세라는 허무한듯 웃어대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을 그렇게도 엎으려는 종민이 자신을 좋아했다니. "날 기억해 주기 바랬어.. 날 기억해 주면 이렇게 까지 널 괴롭히려 하진 않았을거야.." "......" 종민의 아픈 눈에 세라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처음엔 장난이다.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들을수록 슬픔이 전해져 오는 목소리와, 진심인듯한 눈에 행동조차 취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원래부터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 하는 체질이라 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과거에 종민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만..내 이름은 아니더라도.. 니가 사귀었던 남자중에 내가 있었다는거.. 널 보며 웃고있던 내 얼굴이라도 기억해 주지.." "최종민.." 멍한 눈빛으로 씁쓸하게 웃는 종민을 불러 보았다. "나도 알아. 너희 둘 사이에 내가 끼어들어갈 빈틈따위 없다는거.. 공고 한진호나 입문계의 천호수역시 들어가지 못 하는 공간을 내가 메울리 없잖아." 종민의 눈이 젖어가며 붉은 피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흘러 내렸다. 그 눈물은 흘러 흘러 핏방울과 섞여 바닦에 추락했다. 위태해 보이기만 하는 종민의 모습에 세라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에비해 종민은 세라를 볼 때마다 두근 거리는 심장에 쓰게 웃었다. 처음부터 세라와 형우 둘 사이엔 접근조차 못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이 좋았다. 형우와 있더라도 웃는 세라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블랙]이란 써클에 드는 것이었다. 그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자 결국 악역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었다. 세라를 너무 좋아해서 ... 마지막까지 악역이 될 수는 없었지만.. "......" "그만..가줄게. 이젠 니 눈에서 사라져 줄게." 아무말 없는 세라를 보며 종민은 서서히 등을 돌렸다. '한번이라도..웃어주지.' 중학교때 잠시 사귀었을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향해 웃어주지 않았던 세라. 무심하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세라. 늘 차디찬 비웃음 뿐이었었다.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 모습조차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그리고 세라의 기억속에 남겨지고 싶어 악역으로 라도 남아 발버둥 친 것이었다. 증오로 가득찬 눈빛이라도 오직 자신만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어서. '니가 날 사랑해 주었다면..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텐데.' ......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왔다. 세라의 행복한 모습에 만족해야 하는데, 더 이상 가까이 있다간 욕심을 낼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걸음..한걸음.. 절뚝 거리며.. 그리고 3년간 사랑해 왔던 세라에 대한 마음을 잊기위해 걸어나갔다. "사랑해.." 등을 돌린 상태라 그런지 종민의 표정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그리고 어깨가 떨리는 것으로 봐선 울고있을게 틀림없었다. "은세라 죽을만큼 사랑..해." '이렇게 라도.. 니 기억속에 내가 있으면 안되는 걸까...' 쓸슬해 보이다 못해 아프게 보이는 뒷 모습으로 세라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종민. 절뚝절뚝.. 다친 다리를 힘들게 이끌며 앞으로만 걸어갔다. 몸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아픈 종민은 가슴으로 .. 울며 그렇게 세라에게 멀어져만 갔다. * "으...으.." 자꾸만 뒤돌아 보았다. 아직도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세라를 떠올리며 뒤를 힐끔힐끔 돌아 보았다. 그럴때마다 바보같게도 눈물은 주체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미 피범벅이가 되서 흉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좋아해." 칼에 찔린 등에서 핏방울이 뚝뚝 하고 괴기스럽게 떨어졌다. 한방울 두 방울.. '니가 공명중 최종민이라면서? ^ㅇ^ 난 은세라야!' 눈물 한 방울 흘릴 때 마다 핏방울도 함께 떨어졌다. '너 진짜 잘 생겼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미치도록 붉은 피가 고이고.. 미치도록 투명한 눈물마저도 함께 고였다. '어어? -_-; 무.. 물론 소문에는 나쁠지 몰라도 나 무지 착하거든?' 자꾸 떠오르는 몇년전의 세라의 목소리와 잔재에 입술을 꾸욱 물었다. 피가 맺혔다. 안 그래도 헐어버린 입술인데 피가 가득히 흘러 내렸다. '좋아해.' '...종민아 좋아해요~♡' 멈춰버렸으면 하는 시간속에 세라는 자꾸만 종민을 괴롭게만 했다. "세라야 ..은세라 사랑해!!!!!!!!" 가짜였지만.. 비록 세라는 아무런 감정없이 외쳤던 무의미했던 말 이었겠지만.. '최종민 진짜 사랑한다니까~? 쫌 믿어라- ' 종민은 아직까지도 그 한 마디가 머리속에서 떠나가질 않고 있었다. 깨지기 전에 바람피던 모습을 목격한 자신에게 했던 그 한마디가.. 아직도 눈물나게 하는 그 한마디가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좋아해..좋아해..좋아해..사랑해..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은세라. 그에게 있어 은세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하는 여자였지만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71 사라진 종민의 모습에 세라는 그제서야 말문이 트기 시작했다. "나 열라 퐝당해.." "-_-..촘 충격받은거 같다." 잘 쓰지도 않는 [퐝당해]란 단어에 형우가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자신역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는데 세라라곤 오죽했겠는가. "대체 뭐야 쟤.." 종민의 쓴 웃음이 걸리는지 세라는 미끈한 눈썹을 치켜 올렸다. 사실 그렇게 미워하고 증오하던 놈이라 미안함 보다는 측은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불쌍하긴 조따 불쌍했다. 자신은 기억도 못 하고 있는데, 기억해 달라고 저런 식으로 발버둥을 치다니. '아으..짜증나.' 천호수에 그리고 한진호 마지막으로 쌩뚱맞게 자신에게 고백한 최종민까지. "난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거야." 세라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그에 공장은 쏴해지고, 모두들 세라를 뭐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세라가 인기가 오질나게 많은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여자에 관심없다던 한진호와 천호수 그리고 3년간이나 세라를 사랑했던 최종민까지. 물론 저 말은 사실이지만, 저렇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니 왠지 모르게 재수가 털린달까? 때려주고 싶은 충동까지 들고 말이다. 하지만 충동까지는 들었지만 직접 실행한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세라에게 손 올릴만큼 간덩어리 큰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나 지금 머리가 쬐끔 복잡하거든? 빨리 흩어져." 세라가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나지막히 말하자 다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파다다닥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은 인원이 총 4명. 세라와 형우 그리고 차인과 민호. "니둘은 뭐야.." "짱." "왜.." "저 녀석들 처리해야 해서 남은건데요." 세라가 골치아프다는 듯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묻자, 차인과 민호가 어설프게 웃으며 동시에 말했다. "냅둬 알아서 기어가게." "하하하하하 그럼 전 가도 되죠?" "가라 주차장." 주위에 쓰러져 있는 패들을 보며 세라가 귀찮다는 듯 말하자 차인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윽.. ^ㅇ^ 주차인이래두요." "방실거리지마라 나 지금 폭발하려 한다." "넵! ^ㅇ^ 그만 가보겠습니다." 차인의 웃는 모습이 심히 거슬리는지 무섭게 노려보며 손을 휘젓는 세라. 하지만 차인은 여전히 웃는 페이스로 고개를 꾸벅 거리며 창고를 빠져 나갔다. "민호야 너도 빨.."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꾸버버버버벅!)" 옆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민호를 향해 말을 하려는 찰나 눈치빠른 민호는 알아서 고개를 숙이며 차인의 뒤를 쫓았다. "형우야.." "응?" "내 기억력이 그렇게 제론가?" "......" 세라의 심각한 질문에 형우는 또 다시 침묵모드에 휩싸였다. "뭐냐..그 눈빛은." "......" 형우는 조금 더 빙빙 둘러댈수 있는 말을 찾는지 눈동자가 마구 굴러다니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형우는 저런 당연한 질문에 말을 잃어 버리곤 했다. "젠장, 나 공부 잘 하는거 맞을텐데.." 세라는 형우의 표정에 알만하다는 듯 머리를 박박 긁었다. 분명 공부쪽으로는 머리가 좋은데 왜 사람기억하는덴 젬병일까. "나만.." "어?" "기억해 주면 상관없어. 아무리 기억치라도..나만 기억해 주면.." 갑자기 자신을 품에 가두자 세라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형우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형우의 눈. "당연하잖아? 난 기억상실증이 걸려도 너만은 기억할테니까.." 싱긋 하고 웃는 세라의 모습은 온 몸에 피가 튀었어도 매력적이였다. 아무리 종민이 불쌍해 보여도, 세라에겐 형우 하나 뿐이었다. 늘 30분 이상을 기다렸어도 금방왔다 하고, 언제올지 모르는 자신을 늘 기다려 줬던것도 형우였고.. 보고싶을때 바로 달려와 주는것도, 힘이들땐 아무말 없이 껴안아 주는것도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는 그런 남자였었다. 그리고... '나만 평생을 사랑해 줄것 같은 바보도..이형우니까.' * 그렇게 종민의 일이 해결되고.. 서유한은 물론 상고 여자까지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지금은 일요일로 세라는 어느 카폐를 향해 가는 중이다. 딸랑..하고 문이 열리고 카폐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건지 온통 북적북적했다. "여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세라가 그 많은 인원들을 보며 놀라운 듯 묻자 형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라의 귓가에 소근 거렸다. "전국에서 좀 잘나간다 하는 얘들이 오늘 집회를 가졌거든." "뭐야 너.. 그런 이유로 나 데려온거야?" "하하.. 그냥 눈이나 정화하라고." 세라가 실망스럽다는 듯 낮게 말하자, 형우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고개를 저 멀리로 돌리게 했다. 정말이지 전국에서 논다하는 이들만 모여서 인지 잘생긴 이들이 파다했다. "근데 다 고등학생이야?" "음.. 내가 듣기론 저 둘은 22인가? 그렇다던데.." 물론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늙어 보이는건 아니었지만, 차림새를 보아하니 20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였다. 예를 들자면.. 세라가 가르킨 22살의 커플들. "세디? 이런게 재미있다고?" (영혼바꿔치기에 나오는 샤인과 세디) "하하하 이쁜 얘들 많잖아~" "닥쳐!!!! 난 싸움이 더 좋다고! 이런데서 한가하게 놀 시간 없다고!" 정말 보통 사람들이 봤다면 뒤집어질 미모의 사람들이었다. 얼굴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쏟지않는 세라가 탄성을 내지를 정도의 얼굴이라면 이미 볼짱 안 볼짱 다 본것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둘의 모습은 이러했다. 여자는 검은 머리를 한 갈래로 묶고 눈에 튀도록 미인형이었다. 하지만 검은 눈동자에는 알게 모르게 살기가 가득 베어 나왔다. 남자는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로 약간은 샤프하게 생겼었다. 이 남자 역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살기가 가득했다. 아마 보통 인물들은 아닐 듯 보였다. "아 씨발 새하은 새하빈 새끼들도 온대매!" "몰라 차가 막히나 보지."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 두 커플들에게 시선을 떼고 이번엔 꽤 많은 인원들이 모인 집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저 두커플 못지않게 선남선녀들만 모인 집단들. "채지윤!! 먹을게 없다고 칼을 씹으면 어떻하냐!? 니가 조폭도 아니고!!!" (-조폭누님의 지윤과 수혁 등등) "나 조폭 맞는데.." "미치겠다. 나 진짜 감당하기 힘드네..." 말 그대로 칼을 찝으며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여자. 어깨에 닿은 검은 머리카락과 아무런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공허한 눈이 포인트였다. 그리고 그런 여자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검은머리카락의 남자. 인상이 더러운게 딱 봐도 다혈질로 보였다. "채지원!!! 여기서 치킨을 먹으면 어쩌냐?"(요건 수혁이의 질문) "몰라 배고픈걸.. 야!! 치사하게 셋이서만 고스돕 치냐?" (이건 치킨을 먹다 고스돕을 치는 셋에게 묻는 지원이의 목소리) 왁자지껄.. "집중이 안되잖아 집중이!!"(범생이 이원군) 공부를 하고있는 지적인 분위기의 남자가 세 여자에게 짜증을 부렸다. 문제집만 들고있지 않으면 딱 귀공자 스타일인데.. "씨파 여기서 개미를 풀어놓으면 어쩌냐!?" "히잉 백신 성격 더러워졌어." 그리고 귀엽게 생긴 두 명의 남자들까지. 그런데 진짜 싸이코인가 보다. 카페에 개미를 풀어놓다니. "아으 시끄러워." 세라는 인상을 쓰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어 역시 너도 올줄 알았다." "누가 오고 싶어서 온줄알아." 이번엔 아는 얼굴이 보였다. 천호수와 성유빈 이었다. "여기 앉을래?" "아니 형우랑 구경할거야." "그래라." 호수가 세라를 향해 묻자 세라는 형우를 끌어 당기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그곳에는 차인과 민호가 모여앉아 정장차림으로 세라에게 인사를 했다. 세라는 형우와 팔짱을 낀채로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누님 안녕." 여전히 맑은 눈동자로 세라를 향해 밝게 인사하는 진호. 세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곤 형우와 또 다른 빛이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서창빈 여기 남자들 졸라 멋지다. 여기 얼짱카페 아냐?" "너도 남자에 속하지 않냐?" "신호원 오래간만에 맞짱한번 뜨까?" 여긴 거의 잘생긴 남자들만 모인 집단이었다. 검은머리만 셋이었는데도, 서로 이미지가 다르게 풍겨져 왔다. 맨 처음 약간 여자처럼 생긴 남자가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에게 물었고, 그 옆에있던 장난스러운 이미지가 가득한 남자가 키득키득 웃었다. 여자 셋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저 멀리에 떨어져 있었다. "이구아나!!! 여기가 동물카페인줄 아냐!?" (노버드의 목소리.) 이번역시 갈색 머리카락이었다. 이 남자역시 저 남자들 패거리에 속했는지 그들 주위에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저기 저 남자하고 잘 어울리겠네."(벼루의 목소리.) 그리고 서예를 즐기는 남자. ' 어라라라? ' 세라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낯익은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에 머리를 갸우뚱 거렸다. 저렇게 잘생겼다면 잊을리 없을텐데 머릿속이 조금 혼란스러웠다. 보다시피 사람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 하는 타입이므로. "히잉 ㅇ_ㅠ 난 적어도 개미풀어놓고 다시 태워 버리는 싸이코는 아냐." 귀여운 남자가 웅얼웅얼 거리며 도마뱀을 만지작 거렸고 세라는 잠시 서예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세라가 멍하니 있자 형우가 걱정스러운지 세라에게 물어왔다. "한벼루!!!!!!!!" 하지만 세라는 형우를 이끌며 그 남자들만 가득한 패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세라의 목소리에 남자 패거리들이 깜짝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어라? 은세라???" 벼루는 세라의 얼굴을 몇번 바라보더니 이내 놀라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었다. "우와 한벼루 오랜만이다!!" "그러게 세라야 진짜 간만이다!!" 세라가 반갑다는 듯 외치자, 벼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라를 꽈악 껴안았다. 덕분에.. 픽 하고 먹물이 쏟아져 한 남자의 옷에 떨어져 버렸다. "으악!! 이 한벼루 새끼!!!!!!!!" "하하하하 보드야 좀 봐주라~ 친구랑 재회중이잖냐." "아오 서창빈아 이걸 죽여 말어?" 보드라는 남자가 화를 버럭내자 벼루는 빙긋 웃으며 세라를 더욱더 꽈악 안았다. 뒤에있는 형우의 표정이 더욱 더 싸늘해지는 걸 아직 보지 못했는가 보다. "친구들이야?" "아?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 세라가 반가운 표정으로 주변에 있는 잘생긴 남자들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벼루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욕부터 궁시렁 거리는 벼루의 친구들. "하하 반가워 ^ㅇ^ 근데 너 진짜 이쁘게 생겼다." 옆에있던 잘생긴 남자4 버드가 세라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세라의 눈에 패거리중에 가장 잘생긴건 보드,창빈,호원 버드 순이었다.) 휙.. 하지만 형우가 뒤에서 세라를 잡아 당겼다. 물론 세라역시 피하려다 폭 하고 안긴폼이 되어 버렸지만. "아.. 남자친구?" "어." 버드가 무안한지 손을 주머니에 꽂으며 물었다. 기분 나쁠정도로 싸늘한 무표정으로 간결하게 대답하는 세라와 형우. "......" 그에 그 패거리들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잠시 침묵을 유지 시켰다. "하하하하 이해해. 원래 세라가 친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좀 차갑거든." "좀 차가운게 아니라 싸가지네~" "옳소!" 벼루가 그 상황을 덮어주고자 나섰건만, 태클을 알아서 걸어주는 보드와 호원이. 세라와 형우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던건지 얼굴엔 불쾌함이 가득했다. "......노보드 그러면서 저 보라색 머리는 왜 쳐다보냐?" "낄낄 잘생겼잖냐." 여태껏 말 한마디 없었던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말문을 트고, 보드가 킬킬 거리며 형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근데 니들 게이냐?" 형우의 물음에 다시한번 그들의 얼굴이 굳어 버렸다. "너..너!" 충격을 받았는지 보드가 손으로 뒷목을 짚으며 손가락질을 하자 형우는 여전히 서늘한 표정으로 보드를 바라보았다. 남자라 무조건 경계태세에 들어간 것이었다. "내 남자친구가 눈치가 없어서 그래. 너 여자인거 알아 그러니까 흥분하지마." "어?" 하지만 곧 세라의 말에 다시한번 그들이 표정은 [無]로 돌아가 버렸다. 보드의 남자친구라 일컫는 창빈이나 친구들인 이구아나 한벼루 그리고 신호원 이형우 까지 전부다 의외라는 듯 혹은 미쳤냐는 듯 세라를 바라보았다. "하하하하 세라야 어딜봐서 얘가 여자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뭐야 여자친구라고 부드럽게 웃는거봐. 서창빈 너도 좀 웃어 웃어!" 형우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하자, 보드는 기분이 나쁜지 인상을 찌푸리며 얼어버린 창빈의 볼을 마구 늘어 뜨렸다. "그런데.." 아직도 얼어있던 이들이 세라에게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이 어떻게 여자로 보이는 거야!!!!!!!!!!!!"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72 너무나도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 세라역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대체 이 녀석이 어디가 여자같아? 어디 어디가!?" 꽤 냉소적이라 생각했던 보드의 남자친구 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세라에게 묻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보기에도 보드는 전혀~ 여자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보드를 만났을 때도 남자로 알고, 주민등록본을 보여줘도 믿기 힘들어 했었는데.. 처음본 세라가 저리도 정확하게 맞춰 버리니 놀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다들 저 성격을 보면 여자라고 생각하기는 힘들텐데 말이다. "여자 아니야?" "그러니까 대체 어디가!?" 약간 어이없는 듯 세라가 묻자, 다들 동시에 외쳐 버렸다. 심지어는 형우와 벼루까지. "아씨 이것들 스팀돌게 하네. 나 여자 맞잖아!!!!!!" "어디가!!!!!!!!!" 찔끔..; 저 커다란 목소리에 보드양?이 움찔 거렸다. 사실 외모로 봐서는 영락없는 사내이기 때문에 세라도 뭐라 반박해 줄 순 없었다. "근데 너 대체 내가 여자라는거 어떻게 알았어? 보다시피 이것들도 가끔은 내가 여자라는걸 잊어 버리곤 하거든. 물론 몇년간 사귀어 왔던 친구 두 놈도(초성,형빈) 내가 여자인걸 도저히 못 믿었었구." 자신의 친구들의 반응에 화가난듯 보이지만, 꽤 털털한 성격인지 방긋 웃으며 세라에게 물었다. 정말 매력적인 미소였다. "다른 잘생긴 남자들한테는 심장이 반응했는데 너한테는 안 그러더라고." "어?" 세라의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내 심장은 잘생긴 남.자.들 한테만 반응해. 너 같이 여자한테는 조그만한 요동도 안 친다고." "너 특이하다.." "뭐 플레이의 감각이랄까.." 세라가 우쭐 거리며 무표정으로 말하자 호원이 황당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호수와 진호에게 심장이 뛰는것도 사실 그 이유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근데 나도 처음 외모로만 봤을 땐 남자로 봤어." "그럼 그렇지." "너 잘 생기긴 무척 잘 생겼어." 세라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약간 실망한 듯한 보드의 표정을 보며 형우가 말을 이었다. 이젠 여자니까 경계심을 풀자...였? 은 아니고 (여전히 남자의 모습이란게 마음에 걸리고 있다.) 약간 위로겸에서 말을 붙였다. "나도 알아." -퍽퍽퍽퍽(#) 그에 보드는 자랑스럽게 브이자를 내보이며 말했고, 잠시후 몇명의 아이들로부터 폭행이 이루어졌다.; 왁자지껄.. 말 그대로 카폐는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 * * * 시간이 많이 지나자 알아서들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거 내 핸드폰 번호니까 자주 연락해." "응." 벼루와 세라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겨우 몇년만에 만난 친구사이인데, 이렇게 헤어지는건 섭섭하니까 말이다. "자 그럼 우리 간다." "그래 잘가." 꽤 먼곳에서 온것인지 차를 이끌고 가는 패거리들. 세라와 형우 커플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서로가 방글방글 웃으며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도마뱀은 치워라 확 불로 태워 버리기 전에." 이구아나가 창문 밖으로 손으로 내 뻗어 도마뱀으로 세라를 툭툭 건들이자 세라가 살벌하게 말을 이었다. 그에 쫄아버린 이구아나는 곧 차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그럼 연락 자주해." "응 만나서 반가웠다. 벼루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자 세라역시 손을 흔들었다. 고등학생이 무슨 운전이냐 하겠지만, 서창빈은 20살이란다. 뭐 운전면허증 딸 나이는 되지 않았지만 20살이란거 하나 믿고 차에 올랐다고 한다. "아오씨 초성이랑 형빈이 새끼들은 결국 안 온거야?" "잠 잔대잖냐 잠!!" 차가 부웅 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마지막으로 시끌벅적한 그들의 말소리까지 들려왔다. "어때 오늘 기분 괜찮았지?" "어 눈이 좀 정화가 됬어." 형우가 씩 웃으며 묻자,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많아 꽤 피곤했지만, 잘생겼다 싶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안 온 이들도 꽤 많다.) "자 그럼 갈까?" "킥.. 너 사실 어제 일 때문에 기분 풀어주려고 했던거지?" "에~ 어떻게 알았어?" 세라는 벼루와 만난것도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것이 형우가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되자 웃음이 맴돌았다. "세라야." "응?" "앞으로도 난 너만을 사랑할게 사랑이란 말로는 부족할만큼. 오랜기다림이 지나도 널 사랑하는 내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을거야. 팔로 안아주고 입술로 내 마음을 전해줄게. 백살이 되도록 너만을 사랑하게. 천일동안 널 기다릴 거고.. 5년뒤에 고백할게. 널 정말 사랑한다고..." 형우의 기나긴 말에 세라는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그에 귀여운지 형우가 투닥투닥 거렸고.. 그렇게 오늘 하루 역시 막을 내리는 듯 싶었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왔고, 천호수는 그 사이에 거의 친구같은 관계가 지속되어 왔었다. 그건 세라에게 만이겠지만.. 여튼 한 달이 지나도록 진호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아픈건지 아니면 일부러 세라를 피하는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가끔 진호의 웃는 모습과 슬픈 눈망울이 생각나기는 했지만, 억지로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며 공부를 시작했다. 범생이 같은 모습은 지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공부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이젠 민호나 호수 그리고 유빈과 허울없이 지내서 여학생들은 감히 세라를 건드릴수 없었다. 물론 세라의 성격도 성격 나름대로 방어가 되고 있었지만. 뭐 여전히 범생이 모습과 밤에는 양아치 즉 블랙의 우두머리로써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으 짜증나 왜 또 날씨가 이리도 우중충하대?" 세라는 옥상에서 형우가 두고간 도시락을 꺼내놓고 딸기 하나를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내꺼도 찜!!" 그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호수가 번개같이 세라의 딸기를 자신의 입에다 넣었다. "나..으아아아악!!" 그에 옆에서 있던 유빈이 은근슬쩍 손을 내밀었지만, 세라의 포크에 찍혀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방방방 뛰어 다녔다. "맞다 나 너한테 묻고싶은거 있었어." 세라가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을 바라보는 호수에게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두근두근..] 세라는 이제 좀 덜하지만, 호수는 여전히 세라를 바라볼때 마다 가슴이 두근 거렸다. 갈색 머리카락이 차분이 내려앉아 과일을 먹고있는 모습. 하얀 얼굴에 붉으스름한 입술은 충분히 그를 자극시킬만했다. '나의 가슴은 한 곳에 서 있는 나무같이 너만을 향해 뛰나봐..' 정말이지 호수에게 있어 세라는 이렇게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숨쉬기 조차 곤란할 존재였다. '이 녀석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네.' 그리고 세라역시 호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약간 심장이 두근 거렸다. 볼때마다 호수의 얼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 잘생기긴 정말 잘생겼다. 오똑한 콧날이며, 귀를 살짝 덮어주는 파란 머리카락이 참 매력적이었다. '뭐 저녀석도..좀 잘생기긴 했지.' "으..으 범생아!!! 포크로 찍으면 어떻하냐." 그리고 갈색 머리카락의 모습에 꽤 장난기 어린 얼굴의 유빈역시 뽀대나게 생겼다. 처음볼때와 마찬가지로 장난기 가득한 미소는 사라지지 않은 듯 보였다. "후.." 세라와 시선을 맞대었던 호수는 '후읍' 하고 짧게 숨을 들어마신뒤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물었다. "너 고등학생인데.." "너도 피잖아." "또 봤냐?" "그냥.." '늘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스토커 적인 발언;;;)' 호수의 입에서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에 세라가 킁킁 거리며 담배를 물고싶은 충동까지 들게 했다. "근데 넌 왜 담배를 피게 된거야? 여자들은 담배 잘 안 피지 않나?" 호수의 물음에 세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떤 바보가 담배만 피면 귀엽게 잔소리를 해대거든." 그 바보가 형우인지 모를리 없던 호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아 묻고싶은게 뭐야?" 긴 손가락으로 담배를 빼내더니 얇고도 섹시하기까지 해보이는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넌..내 어떤 모습에 반한거야? 범생이였던? 아니면 양아치였던?" "...그야." 세라의 질문에 호수는 다시금 빠져들어갈것 같은 눈으로 세라를 지그시 보며 "범생이지." 활짝 웃었다. 햇빛이 빛추는 가운데 밝게웃는 호수의 모습은 정말이지 심장을 두근 거리게 할 만큼 멋있었다. 그렇게 세라는 시간이 지나가는줄도 모르고 호수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수업시간* -툭툭.. 세라가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가 쪽지를 건내주었다. "뭐야?" 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자 어느 여자가 뚱한 표정으로 퉁명스레 말했다. "니 수호천사가 보낸거야." "수호천사?" 여자의 말에 가시가 돋힌걸 눈치챈 세라지만, 되도록이면 싸움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에 성격을 애써 줄이고 의아하게 물었다. "우리 마니또 했잖아. 니 마니또가 너한테 보낸건가보지." "아‥" 여자애의 말에 세라는 건성으로 종이를 펴보았다. 그 모습에도 남자들은 황홀한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너 옥상에 올라갔더라? 재미 좋았어?]-수호천사. -꾸깃.. "완전 스토커 아냐?" 글자를 읽는순간 세라는 불쾌함을 느끼며 종이를 구겨 버렸다. 그 순간 세라의 반에서 어느 남자가 움찔 했다는건 나만 아는 비밀로 묻어두자. 그렇게 오늘역시 시간이 흘러 학교가 파했다. 후두두두두둑.. 우중충했던 하늘은 마치 비가 내릴것이라는 경고의 의미였던지 마침 소나기가 거칠게 퍼부어 대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 그 순간 세라의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비가 와서 좀 늦을거야.]-바보 피식.. 세라는 피식웃으며 현관에 쭈그려 앉아 하늘만 바라보았다. 후두두두둑..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꺄아아아 비온다 비와!" "꺄르르르륵.." 미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는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뛰어나갔다. 세라를 힐끔보고 쳐다가는 남자들. 가끔 우산을 주며 권유도 해봤지만 다들 세라에게 차갑게 거절을 당했다. 쏴아아아아아.. "누님.." 다시한번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고 그 사이에 낯익은 목소리가 세라의 귀에 파고들었다. "어??" 세라가 놀란듯 고개를 들자 흐릿해진 시야사이로 비를 쫄딱 맞은 진호가 보였다. "한진호?" "우리 오랜만이지?" 세라가 진호를 보며 손가락질을 하자 진호는 빙긋 웃으며 세라에게 다가왔다. ─────────────────────────────────────── 작가; i쿠키i조아 or ♡달기쿠키♡ ─────────────────────────────────────── 출저; (쿠키냥 카페)http://cafe.daum.net/kissjuran ─────────────────────────────────────── 메일; o_o8282@hanmail.net ─────────────────────────────────────── +불펌금지, 도용금지+ (절대 절대 하지 말기~) ─────────────────────────────────────── #73 뚝뚝... 곱게젖은 진호의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야 그동안 왜 안 나타났냐?" "누님 나 보고싶었어?" "보고싶긴. 그냥 오랜만이라 그런다." 세라가 멍하니 하얀 얼굴의 진호를 바라보며 묻자, 진호는 귀엽게 웃으며 세라와 시선을 마주하며 다리를 구부렸다. 여전히 새하얗기만 한 진호의 얼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키도 훤칠하고 대체적으로 귀엽게 생긴 진호의 모습. 하지만 눈동자는 또 다시 젖어 있었다. "누님.. 오늘은 줄게 있어서 왔어." "줄거?" "나.. ^ㅇ^ 누님 정리할려구." 세라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진호는 여전히 귀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비를 많이 맞아서인지 보라색으로 질려 있었다. "어?" "그 동안은 누님만 보면 미쳐버릴거 같은 내 마음 때문에 찾지 못 했어." 진호는 아픈 표정으로 심장을 움켜쥐며 눈을 살짝 접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보고싶어도 보고싶어도... 누님 보면 도저히 못 참을거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 한달이란 시간을 세라를 잊으려 발버둥을 쳤었다. 안 보면 잊을 수 있겠지.. 그려먼서 약 한달을 버텨왔었다. 아직도 세라만 보면 심장이 두근 거리고 미칠듯이 아파오지만 세라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이상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그래야 세라가 편할테니. "근데 왜 찾아온건데?" "마지막으로 누님 볼려구." 세라역시 가슴을 떨리게 하는 진호의 젖은 눈동자에 씁쓸하게 물었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진호의 말에 더욱더 마음이 씁쓸해 졌다. 언제나 마지막 이라는 말은 슬프게 들려오기 때문이었다. 겨울비라 그런지 주변은 으슬으슬 했다. 바스락.. 진호는 단호하게 말하고 품속에 넣어두었던 한 장을 세라에게 내밀었다. 돌돌돌 말아져 있는 도화지 한장. 세라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진호가 가지고 있는 도화지 한장. "누님 이거 봐라-" 진호는 먼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도화지를 먼저 펼쳤다. 촤악 하고 빗물에 조금 젖어있는 도화지 .. 그리고 눈물에 젖은 도화지. 그리고 그 속에는 슬픈모습이 아닌 진호의 밝게웃은 모습과 세라의 모습이 함께 있었다. 진호가 처음 세라의 모습을 본 그 때의 옷차림이었다. "잘..그렸다." 세라는 그의 그림실력에 다시한번 놀란듯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진호는 서글프게 한번 웃더니 그림을 쫙쫙 찢어 버렸다. 쫘악.. 쫙. "너..." "이거.. 너무 안 어울려." 세라가 어이없는 눈으로 진호를 바라보자 진호는 눈물가득한 눈망울로 고개를 저었다. 종이가 파륵 소리를 내며 흩어져 빗물에 떨어졌다. 저 잘그려진 그림을 왜 찢은걸까? "너 미쳤어? 기껏 그린 그림을 왜 찢어?" "이제 누님거 펴봐." 황당한 표정으로 종이를 바라보며 묻는 세라를 보며 진호는 다시한번 웃었다. 그에 세라는 얼떨결에 종이를 펴보았고, 종이안에 가득찬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형우와 함께 웃고있는 장면이었다. 사진이라고 할 만큼 사실적이다 싶은 그림이었다. "것봐.. 나 하고 있는 웃음하고 틀리잖아." 그런 세라를 보며 진호는 결국 눈물을 또륵 하고 흘려 보냈다. 자신이 봐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왔다. "하..하." "너무 밝게 웃어서 샘난다.. 너무 이쁘게 웃어서 가슴 아프다." 세라가 공허하게 웃자 진호는 세라에게 다가서서 그녀를 꽈악 안았다. 그녀의 특유의 향기가 진호는 더욱 슬프게 했다. 세라의 숨소리가..그리고 진호의 숨소리가 서로 공존하듯 들려왔다. "그치만.. 누님은 그게 더 잘어울려." 잔잔한 진호의 목소리에 세라는 코가 시큼해져 왔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다시한번 소나기가 거칠게 내렸고.. "누님을 만나기 전에는 나한테 보름이라는 소중한 여자가 있었어.." "......" "근데 그보다 더 소중한 여자를 사랑하게 됬어. 죽을만큼.. 사랑해서 행복했지만 또 아프다." 나지막한.. 하지만 더듬거리는 진호의 목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묻혔다. "난 여전히 아파야 하나봐." "......" "누님이 저번에 그랬잖아. 눈동자에 가득한 슬픔 빼버리라고." 점점 세라에게 기대었던 손을 풀고 뒤로 물러서는 진호. 현관밖으로 나오자 빗물이 눈에 썩여 주르륵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헤헤헤 근데 힘들겠다." 힘겹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파보였다. 하지만 세라는 더 이상 진호에게 해줄 말도 해줄 행동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듣고있는게 최고의 방법이었다. "나 이럴려고 온거 아닌데 누님한테 자꾸 매달리게 된다. 어차피 형우랑 누님사이에는 껴들수 없는거 알면서." 진호는 고개를 푹 숙이며 세라에게 싱긋 웃고는 작게 중얼 거렸다. "이제 갈게." ......... "누님 정말 갈게.." 손을 흔들며 점점 세라에게서 멀어지는 진호. "은세라.. "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고백이다 싶은 슬픈 목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크게 울렸다. 뚜르르르르르.... 세라는 핸드폰을 꺼내 진호의 번호를 눌렀다. "하나만..물어볼게." [.......] 곧 이어 진호가 전화를 받았고 세라는 호수에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물었다. "넌..내 어떤 모습에 반한거야? 범생이였던? 아니면 양아치였던?" 세라의 질문에 잠시 전화기에서는 빗소리와 숨소리만이 적당게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후 진호의 듣기좋은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양아치..] 슬프도록 진한.. 미치도록 그리울거 같은 그런 목소리가. * 타닥 타닥.. 비에 젖은채로 슬픈 눈으로 땅만 바라보고 있던 세라. 호수도..진호도 너무나도 미안하고, 또 슬프게만 하는 남자들이었다. 멈칫.. 발자국 소리가 자신의 앞에서 멈추자 그제서여 다시한번 얼굴을 들었다. "학..하악 세라야 많이 기다렸어?" 거칠게 숨을 내몰아 쉬며 우산을 쓰고 있는 형우. 보라색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더욱 더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듯 보였다. 세라는 벌떡 일어나 거칠게 숨을 쉬는 형우의 품에 안겨 들었다. 갑작스러운 세라의 행동에 형우는 우산을 놓쳐 버렸다. 쏴아아아아.. "세..세라야 비..비." 형우가 당황스러워 하며 우산을 주으려 하자 세라는 형우를 더욱 꼬옥 안아 버렸다. 세라의 숨소리가 가까이서 들리자 형우는 움찔 거리며 세라를 살짝 안아준다. 따뜻하기만 한 형우의 품에 세라는 그동안 고민해 왔던 호수와 진호의 일이 정리가 되는지 들고있던 핸드폰 고리와 하얀 종이를 떨어 뜨렸다. "형우야.." 이미 슬픔에 목이 막혀 쉬어버린 목소리로 형우를 부르는 세라. "응?" 형우는 그런 세라를 더욱 더 따스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세라의 가슴을 울리게 했다. 언제나 포근하게 들리던 그 목소리가.. 아무리 호수가 그리고 진호에게 가슴이 뛴다 느꼈지만, 형우처럼 미칠듯이 뛰게 하진 못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포옹하며 숨결을 느끼고 있는 그 때.. "넌.." "......?" "범생이가 좋아? 양아치가 좋아?" 거칠게만 내리던 비가 세라의 말과 함께 점점 적게 줄어들고 있었다. 뚝뚝.. 나뭇잎 에서 빗방울이 또르르륵 하고 떨어졌다. 곧 이어 감쪽같게도 비는 멈추고, 잠시 숨어있던 해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둘을 빛추어 줄 때.. 형우가 붉은 입술을 열었다. "난.." ................ "네가 좋아." ...................................... 형우의 말에 세라는 이런 대답을 원했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형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형우는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은 엇박자로 진호와 호수를 볼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뛰고 있었다. 형우는 언제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거고 세라역시 형우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넌 정말 바보야." "그래도 네가 좋은걸." 약간은 날카롭다 생각되는 세라의 목소리와 감미로우며 부드러운 형우의 목소리가 한데 어울어졌다. 후두둑 하고 빗방울이 떨어졌고, 둘은 서로를 사랑가득한 눈으로 마주 보았다. 처음.. 형우와 사귀게 되었을 때 처럼.. 형우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처럼 따스한 햇살을 구름을 뚫고나와 두 명을 향해 빛추어 주고 있었다. 마치 그들을 축복을 하듯이.. "범생이가 좋니? 양아치가 좋니?" ............